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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소년의 순정
작가 : 송루나
작품등록일 : 2018.7.2

2014년, 어느 여름.
억겁의 시간이 내 품으로 쏟아진 그 날,
북에서 넘어온 한 소년을 만났다.
까만 머리칼 사이로 보이는 두 개의 눈동자, 올곧은 시선.
아, 순정한 눈빛이었다.
소년의 이름은 손영주였다.

 
소년의 순정 03
작성일 : 18-07-11 10:47     조회 : 451     추천 : 10     분량 : 4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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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몇 달만의 집으로 돌아온 건지 모르겠다.

 호텔 방이 더 익숙해지려고 할 즈음에 돌아온 내 집엔 식구가 한 명 더 늘어 있었다.

 그게 할아버지가 아닌 건 유감스럽지만.

 또 영주라고 해서 미치게 싫거나 아쉬운 마음이 치솟았던 건 아니다.

 

 

 "어디 가세요?"

 

 

 짐을 대충 풀고 부엌에서 물을 마시고 있는데 다시 집을 나설 준비를 하는 아버지에게 물었다.

 그는 다소 분주한 목소리로 '경찰서. 영주 나오라고 해라.' 하며 대답했다.

 나는 물컵을 식탁에 내려두고 그에게 다가갔다.

 

 

 "아버지. 온 지 한 시간도 안 됐어요."

 "늦기 전에 얼른 탈북민 신고해야지."

 "내일요."

 

 

 내일 해요,

 아버지도 피곤하시잖아요-

 그의 어깨를 어루듯 잡았다.

 그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깊게 한숨을 내쉬며 '알았다-' 하고 도로 발걸음을 돌렸다.

 방으로 들어가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보다가 영주가 있는 내 방문으로 시선을 옮겼다.

 

 

 '두렵습니다.'

 '...........'

 '그곳엔 은호 형님이 없지 않습니까?'

 

 

 새 땅을 밟자마자 낯설고 두려운 곳으로 그를 내몰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도 하나원 생활은 어차피 피할 수 없다.

 기왕 그렇게 될거면 그냥 하루라도.

 하루라도 맘 편히 잠드는 날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방문을 빼꼼히 열고 들어가니 침대에 얌전히 앉아 있던 영주가 고개를 고꾸라뜨리며 졸고 있었다.

 

 

 '그 방은 안돼.'

 '그럼 영주는 어디서 지내요.'

 '할아버지 오시기로 했던 방인데 그 아일 들일 순 없어.'

 

 

 그래서 결국 임시방편으로 내 방으로 데려오긴 했는데 편히 앉아 있으라는 말에도 하나하나가 다 조심스러웠던 영주는 결국 긴장이 풀려 잠과의 사투에서 백기를 들었나보다.

 

 

 "......."

 

 

 영주야,

 그의 어깨를 조심스레 잡아 침대에 뉘었다.

 잔뜩 졸린 눈을 하고 '은호 형님-' 하고 나를 올려다보는 그 얼굴에 처음으로 마음이 아려왔다.

 아직 모든 걸 겪기엔 너는 너무 어렸다.

 고작 십 대의 끝자락에 있는 네가 감당하기에는 말이다.

 

 

 "편히 자."

 

 

 내 한 마디에 너는 마법에 빠진 듯 스르륵 잠이 들었다.

 살짝 벌어진 입술 틈 사이로 색색- 숨소리가 흘러나온다.

 너무 곤히 잠든 탓에 머리에 베개를 대어줄 생각도 못 하고 이불을 그저 가슴팍까지 끌어다주었다.

 그리고 눈 두덩이로 쏟아진 앞머리칼을 옆으로 슬쩍 넘겨주곤 조용히 밖으로 나왔다.

 

 

 -

 

 

 함경북도 온성시

 손영주, 18세.

 2014년 7월 6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부터 이탈.

 탈북민 확인.

 

 

 까다로운 국정원 조사 절차를 밟은 뒤 그는 하나원으로 보내졌다.

 영주의 짐은 우리 집에 풀을 새도 없이 그대로 옮겨졌다.

 마지막으로 그를 배웅하러 가는 길,

 아버지는 나를 내려두고 먼저 가셨다.

 가타부타 인사도 없이.

 제 몸집만 한 배낭을 메고 씩씩한 표정으로 웃어보이는 영주를 바라보다가 문득 풀린 운동화 신발 끈이 눈에 들어왔다.

 참 깨끗이도 신었다.

 중국에서 사고 그 날로부터 얼마나 지났는데 얼룩 하나 묻지 않은 그 신발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칠칠맞게."

 

 

 허리를 굽히고 그의 발 근처로 손을 뻗었더니 놀라며 발을 뒤로 뺐다.

 

 

 "손 더러워지십니다."

 "가만 있어 봐."

 

 

 다시금 손을 뻗어 그의 발목을 가볍게 그러쥐고는 앞으로 당겼다.

 얼마나 말랐으면 내 손아귀에 그의 발목이 다 들어온다.

 

 

 "밟고 넘어지지 말고."

 

 

 신발 끈을 가지런히 묶어주는 동안 발 한 번 움적거리지 않는 그를 종국엔 올려다보았다.

 햇살을 등지고 있는 그의 얼굴에 음영이 드리운다.

 일어나 눈높이를 맞춰야 하는데 이렇게 마주하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아서,

 

 

 "영주야."

 "........."

 "잘 지내."

 

 

 내내 씩씩하던 그의 얼굴이 곧 울상으로 변하더니 이내 코끝을 빨갛게 물들인다.

 그리고 소리 없이 눈물이 '툭-' 하고 떨어진다.

 

 

 "....그런 말씀 마십시오."

 "왜."

 "꼭 다신 못 만나는 것 같으니까요."

 

 

 입술을 꾹 깨무는 영주에 굽혔던 다리를 일으켜 그와 제대로 마주 섰다.

 그리고 손을 뻗어 그의 머리통 위에 가만히 올려두었다.

 한 번은 그래 보고 싶었는데,

 바람에 깃털처럼 흩날리는 너의 머리카락을 볼 때마다 한 번은 그 뒤통수를 쓰다듬어주고 싶었다.

 

 

 "잘 다녀 와."

 "기다려 주실 거죠."

 

 

 고개를 한 번 끄덕였더니 볼에 남긴 눈물 자국을 황급히 닦아내고는 입꼬리를 올려 웃는다.

 잘 지내다 올 거여요-

 천천히 그의 머리에 올려둔 손을 아래로 내렸다.

 허공에 떨어진 내 손이 너에게 안녕을 고한다.

 잘 다녀 와,

 별 탈 없이.

 우리 최대한 지금 상황에서 변한 거 없이 만나자.

 전하지 못한 진심을 속으로 읊으며 녀석에게 잠시만 안녕을 고했다.

 

 

 -

 

 

 교환학생 처리로 학고는 면할 수 있었다.

 입학하자마자 증발해버리듯 학교에서 사라진 나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나마 밥 정도 같이 먹던 영준이는 저번 달에 자퇴를 했다고 했다.

 몇 차례 교수와 면담을 했다.

 구멍 난 강의를 메우기 위해 계절 학기를 신청했고 따분한 미디어의 이해를 귀로 흘려버리기를 몇 시간째.

 저 교수의 목소리가 내 귀로 목적없이 들어와 낭비되고 있다.

 

 

 '톡- 톡- 톡-'

 

 

 볼펜 끝으로 책상을 톡톡 치는 일은 아무 생각도 없는 것에서 시작했지만 결국 반복된 행동에 생각은 내 머릴 비집고 들어왔다.

 멍하니 내가 생각해낸 건,

 

 

 '은호 형님은 펜을 좋아하지요?'

 '왜.'

 

 

 저는 펜보다는 연필을 선호합니다-

 연필이 서걱거리는 소리가 생각보다 좋습니다.

 

 연필이 서걱거린다 라는 표현은 참 오랜만에 들어본 것 같았다.

 볼펜 끝이 부드럽게 종이 위를 굴리는 느낌을 좋아하는 나로선 영주가 말하는 것이 생소했다.

 연필.

 그러고 보니 연필은 쓴 적이 정말.

 

 

 "시간 오바됐네- 다음 시간에 이어서 할게요."

 

 

 드르륵-

 의자를 밀고 일어나는 학생들과 같이 나도 따라 일어났다.

 단지 그들과 다른 점이 있었다면 가방을 챙겨 들었다는 것 정도.

 그길로 학교 앞에 있는 문구점에서 연필 한 다스를 사 들고 버스에 올라탔다.

 

 

 그래 몇 달간 우리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너무 감쪽같이 아무렇지 않은 일상에 기분이 이상했던 것 같다.

 그래서였을까.

 내가 지금 녀석을 보러 가는 건,

 지난 내 몇 달간에 너라는 사람이 있었단 흔적을 찾기 위해서.

 

 

 가면 입구에서 널 불러달라고 해야 할까,

 널 보려면 까다로운 면회 신청서라도 필요한 걸까 그런 생각들이 앞다투어 일어났다가 곧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근처 벤치에 가만히 앉아있는 그 테만 봐도 손영주였다.

 저벅저벅, 익숙하게 하나원 안으로 들어가 그 모래 먼지가 날리는 운동장을 가로질렀다.

 

 너는 어딘가를 빤히 응시하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뱅글뱅글 도는 여섯 살 난 꼬마아이를 보는듯하다.

 하나원 울타리 밖에 있던 그 아이는 한동안 그 주위를 배회하는 가 싶더니 멀리 길이 난 쪽으로 가버렸다.

 

 

 천천히 걸어 그의 앞으로 갔을 때

 제 앞에 그림자가 지는 것을 느낀 영주가 고개를 돌렸고 나는 머뭇거림 없이 그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은호 형님."

 "손영주."

 

 

 가만히 나를 바라보던 그가 이내 눈을 감고 천천히 입술에 호선을 그린다.

 보고 싶었습니다.

 그 작은 고백에 여기까지 오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어때."

 "다 좋습니다."

 

 

 밥을 크게 한 숟갈 떠먹던 영주가 이내 '아-' 하고 급하게 입에 남은 음식물을 목 뒤로 넘긴다.

 저런, 물 좀 먹지.

 얼굴이 발개졌음에도 말을 꺼내기 급급했던 영주는 내가 내민 물컵을 가만히 받아들고 있었다.

 기어이 물보다 말이 먼저였나보다.

 

 

 "그래도 은호 형님보단 아닙니다."

 "알아-"

 

 

 너무 쉽게 수긍해버리는 내 농담에 눈을 끔뻑거리는 손영주가 이내 어떻게 아냐고 묻는다.

 쟤는 무슨, 농담도 못 해.

 됐다며 손을 휘휘 젓고는 반찬으로 나온두부 조림을 집어 먹었다.

 하나원 근처 맛있는 백반집이라고 녀석이 손수 데리고 온 곳은 허름하니 다 쓰러져가는 집이었다.

 반신반의 했건만 진짜 맛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

 "어떤 일로 여까지 오셨습니까?"

 

 

 머뭇거리며 묻는 그에 나는 들고 있던 수저를 내려놓고 음- 하며 시간을 끌었다.

 글쎄, 그냥 강의가 너무 지루했다.

 아니 사실 정확히 말하면 지난 두 달간 내가 너와 알고 지냈다는 사실을 몸소 확인하고 싶었다.

 

 

 "확인하러."

 "뭘 말입니까?"

 "너 잘 있나."

 

 

 또 동그래질 그 눈에 피식거리기부터 하려고 했는데,

 의외로 잔잔히 웃으며 '어째 그런 거짓말을 하십니까-' 하고 받아친다.

 발끈했다. 왜냐고 물었더니 그저 당연하다는 듯 대답한다.

 

 

 "형님은 학문을 배우느라 바쁘시지 않습니까."

 "학문이라고 하니까 되게 거창해 보이네."

 

 

 영주가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그 뒤엣말이었나보다.

 그러니 형님이 저를 직접 보러 올 일은 없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라는 그의 대답 말이다.

 어쩐지 쓸쓸해 보이는 그 말에 나는 반찬을 뒤적거리는 영주의 젓가락을 응시했다.

 

 

 "많이 안 바빠."

 "......."

 "그러니까 종종 올게. 보러."

 

 

 햇살이 제법 따가운 초여름날에도 네 얼굴은 탄 흔적조차 없이 하얬다.

 여전히 가는 관절 마디마디에 조심스레 부러지지만 말아라- 바람을 불어 넣었다.

 이 마음의 출처가 측은지심이라 할지라도,

 설령 그것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지라도 네가 잘 버티기를 바란다.

 
작가의 말
 

 -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구름아밥먹자 18-07-16 08:45
 
* 비밀글 입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찡킴 18-07-17 19:54
 
은호 모습이 참 좋아요 먼저 손내밀어주고 다가가주는 다정함 저런 마음을 받아보고 싶어지네요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HyemA 18-08-17 01:15
 
* 비밀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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