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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소년의 순정
작가 : 송루나
작품등록일 : 2018.7.2

2014년, 어느 여름.
억겁의 시간이 내 품으로 쏟아진 그 날,
북에서 넘어온 한 소년을 만났다.
까만 머리칼 사이로 보이는 두 개의 눈동자, 올곧은 시선.
아, 순정한 눈빛이었다.
소년의 이름은 손영주였다.

 
소년의 순정 08
작성일 : 18-07-30 10:55     조회 : 428     추천 : 11     분량 : 4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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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님, 오늘은 풀숲에서 흰색 나비를 보았습니다.]

 

 

 이젠 사진도 보낼 줄 알다니,

 제법 문물에 익숙해져가고 있는 영주를 보며 흐뭇해하고 있었다.

 아 보고 싶어서 전화라도 한 통 하고 싶은데,

 일어날까 말까 고민하는 찰나 교수가 앞문을 열고 들어왔고 난 다소 아쉬운 표정으로 핸드폰만 만지작거렸다.

 

 

 "오늘은 출석하는 게 좋을 거 같아."

 

 

 과제 조 짜는 날이라서,

 목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 보니 지난번에 이야기를 나누었던 그 학생이었다.

 이렇게 말하면 좀 이질감 들긴 하는데,

 어쨌든 동기.

 이름이...

 이경..

 

 [이경운]

 

 

 전공서적에 크게 적힌 그 이름을 내려다보며 어렴풋 나던 기억을 완벽히 떠올릴 수 있었다.

 

 

 그나저나 조별 과제라니,

 그런 거 누구랑 해도 상관은 없었지만 또 누구랑도 딱히 어울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달까.

 

 

 "나랑 할래?"

 "그래도 되냐."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경운이 막 제게로 넘어온 조별 과제 명단 작성지를 건네받아 이름을 적는다.

 그는 3인 1조라서 제가 아는 친구 한 명을 더 적는다고 했고 나는 별다른 이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누군지 몰라.

 

 아 맞다,

 강의가 시작되기 전에 영주에게 답장을 해야겠다.

 

 흰색 나비가 있었구나-

 풀숲 따가워, 자주는 가지 마.

 아침은 먹었어?

 

 

 여러 가지를 적다 지우는 걸 반복하길 몇 번,

 결국 제일 하고 싶은 말을 적어 보내기로 했다.

 

 

 [그랬구나, 보고 싶다 영주야]

 

 

 보기만 해도 간질거리는 그 문장엔 서은호의 감정이 담겨있었다.

 네가 흰나비처럼 날아와 내 마음에 앉았으니 나는 그 나비에게 사랑스럽다고 말해주는 방법 밖엔.

 

 

 "다음 주 부터 조별로 앉아서 과제 회의하도록."

 

 

 그날 수업은 내내 영주의 생각으로 가득 채우고 끝이 났다.

 이 정도면 중증이다.

 한 번 좋아한다고 인정을 해버리니 모호했던 감정의 실체가 그 크기를 더해가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게 말이다.

 

 어쩌다 보니,

 

 

 난 또 하나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집이 안성이야?"

 

 

 버스 정류장에 서 있었는데 들려오는 소리에 이젠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좀 자주 본다."

 "지난번에 안성 가는 버스 타고 가는 거 봤어."

 

 

 뭐, 딱히 집이 거기라기보단,

 누구 보러 가.

 내가 왜 녀석에게 이런 것까지 말해야 하나 싶어서 강의실에 있을 때보다 건조하게 대답했더니 피식 웃는다.

 이경운은 가방끈을 만지작거리다가 내게 폰을 내밀었다.

 난 그 내밀어진 폰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았다.

 

 

 "과제 주제 상의하자."

 

 

 나는 그 핸드폰을 집어 들어 내 번호 열한 자리를 눌러 도로 돌려주었다.

 

 

 "알아서 정해서 알려줘."

 

 

 그리고 온 버스에 몸을 실었다.

 밖에서 나를 빤히 바라보는 이경운을 창 너머로 바라보다가 불편한 기분을 느꼈다.

 처음엔 호의적이었는데 그게 계속되니까 생각보다 성가신 느낌이 있었다.

 

 

 버스가 외곽으로 빠져나갈 즘에 까무룩 잠이 들었던 것 같다.

 끝없이 이어지는 푸른 논밭의 풍경이 졸음을 부추겼달까.

 잠깐 잠든 사이에 이상한 꿈을 꾸었다.

 영주 꿈같기도 하고, 전혀 다른 사람인 것 같기도 하고.

 형체가 분명하지 않은 사람과 함께 손을 잡고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는 꿈.

 딱히 목적지는 없었다. 그냥 나는 내 옆에 있는 사람이 걸어가는 대로 발걸음을 함께 하고 있었다.

 

 막연한 안갯속을 얼마나 걸어갔을까,

 우당탕 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고 눈앞에 사람들이 짐을 챙겨 내리는 것을 보며 꿈이라는 것을 인지할 틈도 없이 나도 밖으로 나왔다.

 

 

 버스가 흙먼지를 내며 사라졌고 그 흙먼지가 희뿌연 가운데 마알갛게 생긴 아이가 다소곳하게 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은호 형님."

 "뭐야,"

 

 

 그대로 달려가 영주를 안았다.

 그리고 그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어떻게 알았냐고 물었다.

 나 간다고 이야기도 안 했는데, 어떻게 알고 서 있던 거지.

 마치 내 눈 앞에 있는 영주가 꿈만 같아서 슬쩍 그를 떨어뜨려 놓고 바라보았다.

 

 

 "저는 잠시 시내에 나가던 길이었습니다. 김선생님 심부름으로..."

 "그랬어?"

 

 

 엇갈릴뻔했네-

 그의 손을 잡고 다시 시내로 가는 마을버스를 기다렸다.

 잡은 손을 움적 거리기에 나도 엄지를 들어 그 보드라운 손등을 만지작거렸다.

 고개를 푹 수그린 영주를 바라보려고 하자 더 못 보게 아래를 본다.

 

 

 "영주."

 "......왜 그러십니까."

 "너 왜 대답 안 해?"

 

 

 모르기엔 우리에게 너무나 '어떤 일'이 있지 않았나.

 나는 자꾸 그날 일을 되짚어 보고 싶은 짖궃음이 생겼다.

 집요한 시선과 질문에 구세주라도 되는 듯 버스가 도착했다며 내 손을 놓고 총총 뛰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곤 피식 웃었다.

 

 영주가 혼자 앉는 자리에 앉기에 나는 멈칫하고 그를 잠시 밉지 않게 노려보다가 바로 뒷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팔을 뻗어 그의 볼을 꼬집었다.

 

 

 "아야,"

 "빨리 대답 안 하지."

 "아이 형님도 참."

 

 

 내 손을 밀어내더니 저만치 뒤에 가서 앉아버리는 영주다.

 그런 영주를 어이없다는 듯 한 번 쳐다보고 앞 좌석 등받이에 턱을 기대었다.

 

 

 '막 싫은 것 같지는 않은데-'

 

 

 혹시나 제가 이러는 게 진심으로 싫을까 봐 뒤늦게 걱정이 되었다.

 뜨드 미지근한 반응에 이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생각해보면 녀석은 곤란할 수도 있었겠구나.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미안한 마음과 아쉬운 마음이 교차해서 올라왔다.

 너를 지켜주기 위해서는 다가가지 않는 게 맞는 걸까.

 

 

 버스에서 내리고 용무를 알 수 없는 주민센터와 보건소를 뒤따라 들어갔다.

 그저 영주가 사람들과 서류를 주고받는 것 정도만 곁눈질 했지 뭐,

 그에게 두어 발자국 멀찍이 떨어져 걸었다.

 조그마한 게 빨빨거리고 잘도 돌아다닌다.

 이따금 내가 쫓아오는지도 흘끔거린다.

 날이 더웠다.

 입고 있는 반팔 카라티를 손으로 집어 펄럭거리다가 마침 또 뒤를 흘끔댄 영주와 눈이 마주쳤다.

 크흠-

 괜히 멋쩍어져서 펄럭이던 손을 내렸다.

 

 

 "저 일 다 끝났습니다."

 "그래. 가자."

 "형님은 서울 가십시오."

 

 

 헐,

 그 소리에 잔뜩 서운한 감정이 내 마음을 잡고 아래로 곤두박질치게 했지만,

 난 잠시 텀을 두고 낮은 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

 "나 갈게. 조심해서 가."

 

 

 한쪽에 맨 가방끈을 고쳐매고 터미널이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영주를 등지고 걷는 게 생각보다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돌아보고 싶었지만 그러면 어쩐지 잡아달라는 것 같아서,

 너에게도 시간이 필요할 거란 거 알아서.

 꾹 참고 그냥 계속 걸었다.

 

 

 "서울 한 장이요."

 

 

 표를 끊고서 승합 대기실에 앉았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생각에 빠졌다.

 만약 이대로 영주가 날 밀어내면,

 그러면 어떡해.

 뭘 어떡해. 그냥 접고 마는 거지.

 너 하나 욕심 채우자고 오갈 데 없는 영주 곤란하게 할 거냐 서은호.

 

 

 그래도 제멋대로 하고 싶은 건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지금이라도 뛰어가 너를 안고 못됐지만 그 볼에 입을 맞추고 싶었다.

 

 

 마른 세수를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은호 형님!"

 "..........?"

 

 

 이제 환청이 들리나 보다.

 영주 생각이 가득한 머리가 만들어 낸 오류랄까.

 그러나 다시 한 번 '은호 형님!' 하는 소리가 들렸을 땐 대합실에서 벌떡 일어섰다.

 

 

 "야, 야."

 

 

 숨을 몰아쉬며 헉헉거리는 영주가 인상을 찌푸리며 가슴을 콩콩 내리친다.

 왜 뛰어와,

 그의 어깨를 어루만졌더니 이내 숙였던 허리를 세워 나를 올려다본다.

 

 

 "주말에 오십시요."

 "....주말?"

 "예."

 

 

 그때 대답해드리겠습니다.

 

 굳이 무엇에 대한 대답이냐 묻지 않아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탑승을 알리는 방송이 나왔을 때 나는 급하게 그의 손을 두 손으로 잡았다.

 

 

 "영주야,"

 "........."

 "올게. 주말에 꼭."

 

 

 그의 머리통을 한 번 쓰다듬고는 손을 흔들었다.

 영주가 미미하게 웃는다.

 너의 마음이 무엇이든, 그래 들을게.

 창가에 앉아 바깥에서 손을 흔드는 영주를 바라보았다.

 

 

 네게 어떤 말이라도 들을 준비가 되어서 올게.

 그러니까 영주야,

 

 

 '주말에 봐'

 

 

 입모양으로 그렇게 말하자 창밖에 있던 영주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때 보자.

 손영주.

 

 

 -

 

 

 아버지는 잠시 내게서 눈을 돌린 듯했다.

 지금 하는 사업이 해외지사와 결연을 맺으며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기 때문이다.

 가끔 내가 어딜 나갔다 들어오면 곱지 못한 눈초리로 '어디 갔다 오니' 하고 묻긴 했지만.

 난 적당히 과제요. 하는 말로 넘기곤 했다.

 

 

 "시간.. 안가네."

 

 

 주말에 보기로 하고 시간은 야속하게도 더디게 갔다.

 끔찍하게 무미건조한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드디어 하루가 남았을 때 난 강의가 끝나자마자 근처 쥬얼리 샵으로 갔다.

 그리고 이런 곳은 익숙지 않아 괜히 뒷머리를 긁으며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점원은 찾는 게 있냐고 물었고 나는 작게 발찌 좀 볼 수 있냐고 물었다.

 점원은 활짝 웃으며 매대 한 켠을 가리켰다.

 

 

 "남성분이 하실 거면 이쪽."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은 디자인에 좀처럼 결정을 못 하고 있다가 문득 눈에 들어온 독특한 모양에 시선이 멈추었다.

 

 바늘 모양.

 시계 틀이 없는 시침과 분침만 존재하는 펜던트가 달린 발찌였다.

 

 

 "이 디자인이 독특하고 예뻐서 잘 나가요."

 "이걸로 할게요. 그럼."

 

 

 작은 상자에 담아진 시곗바늘 발찌를 가방에 고이 넣었다.

 

 

 [영주야 내일 몇 시쯤 갈까?]

 

 

 문자를 보내고 집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따사로운 햇살이 얼굴 한 쪽을 기분 좋게 어루었다.

 꼭 영주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 같은 온기였다.

 내일 나는 그에게 대답을 듣는다.

 아마 조용히 날 밀어낼 수도 있다.

 더는 아니라고,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고 싶다'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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찡킴 18-07-30 13:05
 
* 비밀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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