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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소년의 순정
작가 : 송루나
작품등록일 : 2018.7.2

2014년, 어느 여름.
억겁의 시간이 내 품으로 쏟아진 그 날,
북에서 넘어온 한 소년을 만났다.
까만 머리칼 사이로 보이는 두 개의 눈동자, 올곧은 시선.
아, 순정한 눈빛이었다.
소년의 이름은 손영주였다.

 
소년의 순정 15
작성일 : 18-08-20 10:50     조회 : 449     추천 : 9     분량 : 4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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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괜찮은 일인 지 잘 모르겠어."

 "내키지 않아도 조금만 도와주십시오."

 

 

 경운이 내 짐 가방을 건네받고는 한숨을 푹 쉰다.

 진짜 은호가 알면 난리 날 텐데,

 나는 가만히 손을 내저어 보였다.

 절대 경운 형 곤란하지 않게 하겠습니다- 약속드려요.

 약지 손가락을 뻗어 그에게 내밀자 되려 고개를 젓는다.

 아니야, 됐어. 뭘 그렇게까지.

 

 

 "그럼 오늘 은호 만나고 오는 거야?"

 "....네."

 

 

 올 때 연락해.

 경운이 어깨를 두드려준다.

 나는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뒤를 돌았다.

 

 혈혈단신으로 이곳에 온 내가 따로 지낼 수 있는 곳이 마땅할 리 없다.

 그래서 자취를 하는 경운이 생각난 건 어쩌면 난 또 평생 갚아야 할 빚을 진 것일 수도 있다.

 

 

 '걘 안 왔어- 뭐 집에 일 있다고.'

 

 

 마침 MT를 가지 않았던 것도 있었고.

 처음 사정을 들은 경운은 은호와 상의하는 게 좋지 않겠냐 물었지만

 나는 단호했다.

 절대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고, 안 그래도 나 때문에 부자 사이가 좋지 않은데

 그건 제가 너무 죽을 것 같이 싫다고.

 

 진심을 다해 싫다고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하자 경운도 더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성인이 되면 정부에서 거주지를 마련해 준다. 딱 그때까지만 죽은 듯 살면 돼.'

 

 

 내가 말 한 '죽은 듯' 이라는 것은 정말 폐 끼치지 않고 있는 듯 없는 듯 살겠다는 의미와 더불어,

 

 

 [거의 다 와가.]

 

 

 은호가 없는 삶에 익숙해질 때까지 스스로 죽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지내겠다는 의미였다.

 아마 당분간은 그리 지내고 싶지 않아도 그렇겠지.

 

 

 -

 

 

 창밖에서부터 보이는 영주의 환한 얼굴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차가 아직 다 서지도 않았는데 제일 먼저 내리려고 문 앞까지 성큼성큼 걸어 나오니 앞 좌석에 앉아 있는 과 선배가 '집에 그렇게 가고 싶었냐'

 하고 묻는다.

 그 말에도 꼭 팔푼이처럼 배시시 웃으며 '아니요, 선배님' 하고 대답했다.

 지금 사실 어떤 것도 신경이 쓰이지 않는 터라,

 

 문이 열리자마자 버스에서 뛰어 내려가 저만치 주차장 쪽에 서 나를 보고 웃는 영주에게 달려갔다.

 누가 보든지 말든지 꼭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으니 주변에서 수군거린다.

 그도 그럴 것이,

 

 

 '은호야- 이거 마셔.'

 '아 죄송해요, 속이 별로라서요.'

 

 

 목석같은 서은호가 이박 삼 일 동안 철벽친 끝에 처음으로 활짝 웃은 순간이었으니까.

 

 

 "이게 누구야!"

 

 

 손영주 아니야!!

 다행히 영주를 보고 반가워하는 인간이 하나 더 있어서 (은석이)

 우리가 끌어안은 그림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세상에 형이라고 친히 마중 나온 거야?"

 "...예, 뭐."

 

 

 쑥스러워하는 영주에 은석이 으하하 웃으며 엄지를 치켜올린다.

 서은호가 끼고 살만해.

 요즘 애들 답지 않게 순진한 구석이 너무 예쁘다며 은석이는 꼭 강아지 보듯 발을 동동 굴렀다.

 

 

 

 "다음 주에 보자."

 "그래, 영주 여기까지 왔는데 맛있는 거라도 먹여라."

 "내가 알아서 해."

 

 

 시크하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영주와 함께 학교 밖으로 빠져나갔다.

 

 

 영주가 입은 옷을 보니 웃음이 났다.

 내 옷 막 입으라고 했더니 과 후드티를 입고 온 거라,

 조그맣게 '방송 미디어과' 라고 쓰여 있는 걸 신경 쓰지 않은 건지,

 근데 영주에게 그 하얀 후드티는 참 잘 어울렸다.

 

 

 "뭐 먹고 싶어?"

 "형님은 뭐 드시고 싶으세요?"

 

 

 영주야, 우리 피자 먹자.

 나 느끼한 거 먹고 싶어.

 

 

 사실 알고 있었다.

 영주는 양식 종류는 잘 접해보지 않아서 늘 맛보고 싶어 한다는 걸,

 느끼한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늘 배려를 해주느라 한식 위주로 먹었던 걸 모를 리 없다.

 그래서 오늘은 영주 앞에서 배려 아닌 배려로 연기를 조금 해보려고 한다.

 

 

 "참말입니까? 형님 기름진 서양 음식은 별로 좋...."

 "아해. 완전 좋아해."

 

 

 오늘은 특히 더 좋아.

 가자,

 막무가내로 영주의 팔을 잡고 학교 근처 시내에 위치해 있는 프랜차이즈 피자집으로 들어섰다.

 메뉴판을 보고 휘둥그레진 영주가 연신 '우와-' 하는 감탄사만 뱉기에 하나 하나 짚어가며 설명해줬다.

 이건 치즈가 많고, 이건 끝에 빵에 고구마가 들어가.

 

 고개를 끄덕이던 영주가 고구마 피자를 고른다.

 저는 이 게 맛있어 보여요ㅡ.

 

 

 "사이드 디시는 뭐 먹을래? 영주야 샐러드바 먹을까?"

 "예, 예?"

 

 

 영주를 만난 기쁨에 졸지에 투머치 토커가 되어버린 나는 씨익 웃어 보이고 민망해서 고개를 잠시 돌렸다.

 

 

 "오늘 내가 말이 많지?"

 "........"

 "너 만나니까 좋아서 이래."

 

 

 

 솔직한 감정들은 언제나 옳다.

 보지 않아도 또 센서등처럼 붉어져있을 그 볼에 절로 입꼬리가 올라가지만 민망할까 봐

 쳐다보진 않았다.

 

 

 피자를 시키고 나서 기다리는 사이에 영주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 보았다.

 잘 지낸 건가?

 조금 피곤해 보이기도 하고-

 

 

 영주는 아작 거리며 피클을 포크로 집어먹었다.

 그리고 잠시 고개를 살짝 돌린 영주의 목이 내 시야에 잡혀 멈칫하고 말았다.

 아직 있구나,

 그때 그 흔적.

 

 

 "......?"

 "아직 있어."

 

 

 손을 뻗어 그의 목줄기 부근에 가져다 대자 흠칫 놀라고 만다.

 목을 덩달아 스윽- 만져보다가 무슨 말인 지 깨달은 영주가 흠칫하고 고개를 푹 수그린다.

 형님이 워낙 세게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세상에, 적당히 솔직한 말로 내 허를 찌르는 그 발언에 이번에 센서등은 이쪽에 켜졌다.

 꼭 그날의 은밀한 행동은 죄다 내가 했다는 듯한 그의 말이 얼마나 남사스럽게 느껴지던지 말이다.

 

 

 "그, 그래서 아팠어?"

 ".....아니요."

 

 

 그리 아프진 않았습니다.

 곧장 또 미소를 지어 보이며 날 안심시키는 그의 모습에 한숨 돌렸다.

 혹여나 영주가 난처했을까, 또는 아팠을까 싶어서.

 인터넷에 봐도 키스마크는 남겨지는 흔적에 비해서 생각보다 안 아프다는 이야길 들었는데 틀린 말은 아닌가 보다.

 

 피자와 사이드로 작은 파스타가 나오고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주 맛있게 먹었다.

 느끼할 줄만 알았는데 생각 외로 맛있더라,

 생각해보면 나도 지레 겁먹고 그냥 입도 안댄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어쨌든 영주덕에 나도 간만에 입맛이 돋는다.

 

 

 "진짜 맛있습니다."

 "이런 말 참 뭐 하지만,"

 

 

 북에도 피자 있지 않아?

 비슷한 피자 빵이라도-

 

 좀 궁금해서, 그냥 물었더니 고개를 저어버린다.

 아뇨.

 높으신 분들만 드실 거예요,

 돈이 없어서 저는 못 먹었습니다.

 

 슬픈 얘기를 덤덤하게 하는 게 되려 미안해지더라,

 콜라를 그에게 스윽 내밀어 주며 '그랬어?' 하자 쪼르륵 빨대를 입에 물고는 금세 때며 마저 말한다.

 

 

 "사실 전 피자가 이렇게 생긴 줄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네모나거나 빈대떡처럼 듬성듬성일 줄 알았는데,

 어찌 이리 자로 잰 듯 반듯하게 칼질이 되어 있단 말입니까?

 

 

 '푸흐-'

 

 

 웃으면 안 되는데 나도 모르게 새어 나온 웃음에 영주가 고개를 들고는 입을 다문다.

 지금 저를 비웃으시냐는 멘트도 함께.

 나는 휴지로 입가를 닦으며 아니라는 말부터 했다.

 

 

 "안쓰러워야 하는데-"

 "그 보십시오. 저를 동정하..."

 "귀여워."

 

 

 내 말에 영주가 두 번째로 입을 다물었다.

 이번에 표정은 좀 미묘하다.

 부끄러움과 동시에 조금 더 듣고 싶다는 그 얼굴.

 그러니 시선을 피하지 않고 내게 두고 있는 게 아닐까-

 

 

 "귀여워 영주야 너."

 "....다 큰 열여덟입니다. 저도."

 "알아. 어린아이처럼 귀엽다는 게 아니야-"

 

 

 그냥 네 생각이, 때론 네 손짓이 말투 하나가 다 귀여워.

 무슨 뜻인 지 모르지?

 그리 말하고 파스타를 먹는데 영주가 포크를 내려놓고는 대답한다.

 꽤나 확신에 찬 얼굴로,

 

 

 "형님의 생각이, 때론 손짓, 말투 하나가-"

 "........"

 "제게 다 멋있어 보이는 것처럼요?"

 

 

 녀석은 똑똑했다.

 응용력도 좋았고,

 아마 학교에 다녔더라면 문학 관련 상은 다 쓸어 모았을 건데,

 

 더 다른 말을 붙이지 않고 고개를 한 번 끄덕였던 것 같다.

 맞다는 뜻.

 네 말이 옳다는 뜻으로.

 

 영주가 배시시 웃는다.

 나도 따라 웃는다.

 웃지 않고는 못 배기는 손영주에 나는 밥을 먹으면서도 속수무책이 되어버린다.

 

 

 -

 

 

 배부르게 밥을 먹고 나오니 해는 이미 다 져버린 뒤였다.

 그와 함께 선선한 가을 공기를 쐬며 공원길을 걸었다.

 가로등 하나하나, 대칭을 이루며 있는 그 공원길에 걷는 우리는 마치 주인공 같았다.

 레드 카펫을 밟는 주인공들.

 

 

 "......."

 

 

 걸을 때마다 앞뒤로 움직이는 팔,

 그리고 슬쩍 스치는 서로의 손등에 나는 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잡고 싶다.

 사람들 눈만 별로 없으면 말이다.

 날이 좋아 그런지 밤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꽤 있었고 나는 아쉬움에 한숨을 쉬다가

 그래도 물어나 보자 싶어서 막 입을 떼려던 찰나였다.

 

 

 "......!"

 

 

 별안간 내 손을 먼저 잡아온 영주에 놀란 건 내 쪽이었다.

 혹시 독심술이라도 하나?

 영주를 내려다보자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잡은 손을 세지 않게 흔들거리며 공원을 걸었다.

 나는 그의 손을 슬쩍 뺐다가 곧장 다시 깍지를 껴서 잡았다.

 

 

 "이왕 잡을 거면, 이렇게."

 

 

 손가락 열 마디가 다 맞물리게 깍지를 끼어잡았다.

 온기가 심장까지 전해지는 느낌에 기분 좋은 호흡이 내쉬어졌달까.

 

 

 별 얘기 없이 걷기에도 충분히 기분이 좋았다.

 그저 영주와 이틀 만에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공원길이 거의 끝나갈 즈음에 영주가 현란한 유흥가 쪽 거리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술에 취한 사람들이 벌써부터 아스팔트 바닥에 엎어지고 담배를 뻑뻑 피워댔다.

 나는 그의 손을 잡아서 '다시 돌아가자' 하고 끌었고 예상 밖으로 영주는 자리에서 버티고 섰다.

 

 

 "왜?"

 "........"

 

 

 그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내 나를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형님,"

 "응 영주야."

 "우리 저기서 좀 쉬었다 갈까요?"

 

 

 내 손을 잡지 않은 반대편 손으로 가리킨 곳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영주가 가리킨 곳이 놀랍게도 모텔이라는 사실에 나는 순식간에 당황한 낯빛이 되었다.

 

 
작가의 말
 

 -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구름아밥먹자 18-08-21 00:30
 
* 비밀글 입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찡킴 18-08-22 14:06
 
* 비밀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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