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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소년의 순정
작가 : 송루나
작품등록일 : 2018.7.2

2014년, 어느 여름.
억겁의 시간이 내 품으로 쏟아진 그 날,
북에서 넘어온 한 소년을 만났다.
까만 머리칼 사이로 보이는 두 개의 눈동자, 올곧은 시선.
아, 순정한 눈빛이었다.
소년의 이름은 손영주였다.

 
소년의 순정 18
작성일 : 18-08-29 10:20     조회 : 412     추천 : 9     분량 : 4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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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2년 후,

 

 

 "여,"

 "여기가 누구 집인 지 모르겠네요."

 "니집이 곧 내 집 아니겠어?"

 "네. 아니에요."

 

 

 고개를 저으며 냉장고에서 오렌지 주스를 꺼내는 내게 경운이 '손영주 많이 컸네,' 하고 통수를 아무렇게나 헤집는다.

 

 

 "그럼요, 스물입니다."

 "소름이네. 만년 열여덟 일 줄 알았다고 난."

 

 

 십자인대 파열 수술 전력이 두 번이나 있던 경운이 군 입대를 면제받은 건 내게 참 다행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무사히 경운의 집에 있는 동안 검정고시를 준비했고 지금은 어엿한 대학 신입생으로 다른 스무 살과 같이 캠퍼스 생활을 앞두고 있었다.

 성인이 되는 순간 정부에서 새터민에게 지원해주는 거주지 분양을 받게 되었고 유지비는 지난달부터 시작한 알바들로 메꾸고 있었다.

 2년 사이에 많은 게 변했다.

 사실 가장 많이 변한 건,

 

 

 "점심 먹었어요?"

 "아아-니."

 "라면 있는데."

 

 

 줘, 내가 끓일게.

 소파에서 일어나 내게 터벅터벅 걸어오는 경운에게 라면 두 봉지를 건넸다.

 이경운은 물을 불에 올려놓으며 그랬다.

 너 사투리 이제 완전히 안 쓴다고.

 

 

 "그럼요, 2년인데 이제."

 "은석이가 놀라겠다. 걔 저번에 면회 갔을 때도 너 말투 따라 하던데."

 

 

 손영주 완전 남한 사람 다 됐다고 또 화들짝 놀랄 게 눈에 선하다 선해.

 막 스프를 털어 넣는 그에게 계란 두 알을 건넸다.

 

 

 "저번처럼 터뜨리지 말고요."

 "까다로워 진짜, 서은호도 맨날 그렇게 먹..."

 "........"

 

 

 휘휘 젓던 수저질을 멈추고 슬쩍 내 눈치를 보는 경운에 쿡쿡 웃어 보였다.

 방금 실수했죠? 그리 물으니 침을 꿀꺽 삼키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설거지까지 해요 그럼."

 "....알겠어."

 

 

 그의 어깨를 장난스럽게 두어 번 두드려주고 거실 쇼파에 와서 앉았다.

 그리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괜히 다른 걸 하는 척했다.

 은호 얘기만 나오면 그랬다.

 무의식중에 그의 이야기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면 나보다 더 당황하는 경운에게 아무렇지 않은 척해주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암묵적인 일이었다.

 

 

 "라면 다 됐어,"

 "......."

 "영주야?"

 "네, 가요."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건 너무 거짓말이라.

 티 나지 않게 멍 때리는 일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티 내기였다.

 

 

 "내일 학교 도서관으로 올 수 있어?"

 "개강은 모레잖아요."

 

 

 막 입에 넣었던 라면이 너무 뜨거웠는지 후후 불다가 결국 먹는 걸 포기하고 젓가락을 내려놓고 그런다.

 

 

 "너네 과에 아는 후배 있어서 전공 책 몇 개 달라 그랬어."

 "아, 형도 참."

 

 

 미안하게, 그러지 말라니까요-

 한숨을 폭폭 내쉬며 그렇게 대답하니 눈을 가늘게 뜨고 젓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묻는다.

 

 

 "너 방금 돈 굳어서 좋았다고 생각했지."

 "아니거든요."

 "맞으면서."

 

 

 참나,

 세상 사람들이 다 경운형 같은 줄 알아요?

 

 이젠 제법 받아칠 줄도 아는 능글거림이 생겼다.

 경운은 푸스스 웃으며 내 머리칼을 헝클었다.

 생각해보면, 경운이 없었으면 나는 참 힘든 생활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막연히 그런 생각이 문득문득 들 때가 있다.

 

 

 '형! 저 대학 합격했어요.'

 "뭐? 야 원서 어디 넣었는지 말도 안 했으면서!'

 

 

 그리고 난 그가 다니는 대학 문예 창작과에 덜컥 붙었다.

 사실은 다른 대학교 두 군데 정도 더 붙었지만 그냥 별로 고민하지 않고 이곳으로 왔다.

 

 

 '너 근데 여기 오면....'

 '오면요?'

 '....아니야.'

 

 

 안다.

 그가 무얼 얘기하고 싶어 했는지,

 또 무얼 걱정하고 있는지.

 

 나도 있지만 결국 서은호도 있다는 이야기니까.

 서은호가 복학을 하면 우리는 충분히 마주칠 수도 있으니까.

 

 

 "그럼 밥은 제가 살게요."

 "벼룩의 간을 빼먹는다."

 "저 어제 알바비 받았습니다."

 

 

 입을 비죽 내밀고 '흥' 소리를 내자 경운이 마지못해 알겠다며 웃는 소릴 냈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이 식사라도 할라치면 늘 돈 계산은 경운이 했으니.

 솔직히 알바를 시작하기 전엔 어쩔 수 없었다.

 자립하기 바빴기 때문에 마음에 걸려도 눈 감고 경운의 챙김을 고스란히 다 받았으니까.

 이젠 가끔은 사줘도 되는 형편 정도는 됐다.

 

 

 "요즘 정부 지원금이 생각보다 여건이 좋지 않나 봐."

 "국가 전체 사정이 좋지 않으니까 그렇겠죠 뭐."

 "그러니까 영주야-"

 

 

 혹시나,

 그러니까 혹시나 네가 어려운 일 있으면 주저 말고 다시 우리 집으로-

 

 

 벌써 저 말만 내가 독립하고 나서 이 백 번쯤은 한 것 같다.

 말 없이 그를 빤히 바라보니 그가 하던 말을 멈추고 '알겠어. 지겹다고 할 거지? 덧붙여 알아서 한다는 말도-' 하고 라면 국물을 젓가락으로 휘휘 젓는다.

 

 

 "알면 계란 먹어요."

 "동문서답은."

 "우문현답이라고 해두죠."

 

 

 지겨울법한 그 이 백 번이 넘게 들은 말을 나는 매번 또 이 백 번이 넘게 고마워하고 있었다.

 

 

 -

 

 

 경운이 알려줘서 들어간 새내기 톡방이 쉬지 않고 시끄럽게 울려 대 짧게 탄식을 내뱉었다.

 

 

 [내일 개강인데 개 떨려!]

 [우리 내일 사거리에서 만나서 갈까?]

 [점심 짜장면 먹자. 아는 선배가 근방에 맛집 알려줌ㄱㄱ]

 [난 한솥 먹고 시푼데ㅠㅠ]

 [나도 한솥....222]

 [맛 집인데 한 번 가봐야 하지 않겠음?]

 

 

 이러다가 경운과 연락하기도 전에 배터리가 다 닳아버릴 것 같았다.

 시간 다 됐는데 아직 안 끝났나-

 8호관 앞을 기웃거리며 경운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는데 손에서 진동이 울린다.

 아무래도 톡방 알림음을 해제시켜야 하나 해서 핸드폰을 들어보니 이번엔 전화다.

 발신자 이경운이라는 텍스트에 재빨리 통화버튼을 눌렀다.

 

 

 "어디에요?"

 [계단 내려가고 있어.]

 "배터리 없어요, 얼른 와요."

 [아- 너 그 신입생 톡방때문에 그래?]

 "말도 마요."

 

 

 형은 왜 거기 들여보내서 나가지도 못하게 만들어요-

 괜히 투덜거리는 소릴 내자 무슨 얘기를 그렇게 주고 받냔다.

 나는 '한솥, 맛집 짜장면' 하는 단어만 나열해놓았다. 그게 뭐냐며 묻는 경운에 발로 아스팔트를 툭- 치며 그럤다.

 내일 점심 뭐 먹는지에 대한 신중한 토론 중이라고.

 경운이 웃는 소릴 내며 대답한다.

 

 

 [점심은 무조건 학식이지. 여기 학식 맛있어.]

 "진짜요?"

 

 

 응,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놀랐잖아요."

 "내려가고 있다고 했잖아."

 

 

 형도 참,

 피식 웃자 그가 종이가방을 건넨다.

 내가 털어올 수 있는 대로 다 털어왔다며 뿌듯한 얼굴을 하고선.

 난 그것들을 받아들고 놀란 눈을 했다.

 이 많은걸, 이거 몇 권이에요?

 

 

 "문학의 이해, 글쓰기 이론, 음절과 형태소, 수필학."

 "그게 제 전공의 전분데요."

 

 

 벙찐 내 얼굴에 경운이 고개를 한 번 끄덕인다.

 털을 수 있는 대로 털었다고 했잖아-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미안하다.

 일단 받아들고 좀처럼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머뭇거리자 그가 어깨동무를 하며 날 데리고 걸음을 떼며 화제를 돌려버린다.

 

 

 "내가 아직 점심 전이라 이거지."

 "지금 어디 가요 저희?"

 "학식."

 

 

 오늘 네가 쏴.

 실은 더 비싼 거 사주고 싶었는데 곧 죽어도 학식이 맛있다는 경운의 고집은 배려밖에 없는 고집이었다.

 

 

 

 

 "어때 맛있지."

 "3800원 치고는 수준급이에요."

 "저 후식으로 먹는 저게 최고야."

 

 

 경운이 손으로 가리킨 곳에는 정수기 옆에 동그란 스테인리스 통이 있었다.

 저게 뭐냐 묻자 제가 더 기대하는 얼굴로 '수정과' 라고 한다.

 그다음부턴 내가 더 신이 날 수밖에 없었다.

 

 

 "저 수정과 안 먹은 지 삼 년은 된 것 같습니다."

 "북에서 자주 먹었어?"

 "그럼요..."

 

 

 어머니 심부름으로 쌀을 사러 가면 항상 상인 아저씨가 늘 한 컵 주셔서 얻어먹고 그랬어요-

 

 불현듯 추억에 빠져 수저질을 멈추고 멍하니 있자 경운이 자세를 고쳐잡고는 조심스레 묻는다.

 그동안 안 물어봤는데-

 

 

 "형제는.. 없어?"

 "네, 네?"

 "부모님 말고, 형제."

 

 

 다른 형제는 없냐고.

 그 말에 잠시 입술을 잘근잘근 씹다가 슬핏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없어요-

 

 

 "외동이구나, 신기하네."

 "그게 신기해요?"

 "아니,"

 

 

 너 외동치고는 살가워. 남 챙기는 것도 그렇고,

 그래서 동생이나 누나 있을 줄 알았지 난.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밥을 먹는 경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도 그 시선이 느껴졌는지 로봇처럼 어색하게 고개를 들고 나와 눈을 맞춘다.

 

 

 "뭐야?"

 "뭐가요?"

 "이상하게 쳐다보잖아."

 "그냥 보는 건데요?"

 "아니야, 이건 꼭...."

 

 

 저 형 먹는 거 귀여워 죽겠네.

 고백을 해, 말어?

 하는 그런 표정이었다고.

 

 

 확신의 찬 얼굴로 그러기에 어이없는 웃음을 날려주었다.

 왜 비웃냐고 장난을 이어가기에 수저로 배식판을 톡톡 두드리며 받아쳤다.

 

 

 "제가 보기엔."

 "........?"

 "형이 절 좋아하는 것 같은데요?"

 

 

 아, 잘 먹었다.

 마지막으로 단무지를 입에 쏙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걸어오면서 한 방 먹였다는 생각에 샐쭉 웃음이 나오려는 걸 겨우 참았다.

 학생들이 좀 많아서.

 정작 얼굴이 빨개져서 일어나지도, 계속 먹지도 못하고 있는 경운을 모른 채.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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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찡킴 18-08-30 01:59
 
* 비밀글 입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구름아밥먹자 18-08-30 17:45
 
* 비밀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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