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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소년의 순정
작가 : 송루나
작품등록일 : 2018.7.2

2014년, 어느 여름.
억겁의 시간이 내 품으로 쏟아진 그 날,
북에서 넘어온 한 소년을 만났다.
까만 머리칼 사이로 보이는 두 개의 눈동자, 올곧은 시선.
아, 순정한 눈빛이었다.
소년의 이름은 손영주였다.

 
소년의 순정 17
작성일 : 18-08-27 11:11     조회 : 405     추천 : 9     분량 : 3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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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넌 정말 흔적도 없이,"

 

 

 끝내 말을 맺지 못하고 울음이 터져 나온 건 그가 떠나버린 지 열흘이 지났을 때.

 비로소 네 흔적이 내게서 하나도 남지 않았을 때였다.

 그러니까, 그가 떠난 게 정말 실감이 나니까 언제고 미리 흘렸어야 할 눈물을 흘렸을 뿐.

 

 모텔에서 눈을 떴을 때 옆자리가 텅 빈 그 시트를 손으로 매만지다가 네 따듯한 살결 대신에 손에 쥐어진 편지 한 장은 내게 너무나 가혹한 처사였다.

 

 

 '저를 찾지 마십시오.

 더는 은호형님 곁에 있을 수 없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몸조심하십시오. -영주'

 

 

 영악한 장난을 하고 있는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돌아다니며 너를 찾고 또 찾았다.

 이제 그만하라고,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있어-'

 

 

 "이런 장난 재미없는데. 이제."

 

 

 핸드폰을 이마에 대고서 눈을 감았고 새어 나오는 한숨을 막지 않았다.

 

 

 "아버지가 영주 나가라고-"

 "그 아이가 스스로 나간 거라곤 왜 생각 않는 거냐."

 

 

 이제 와서 그를 탓한다고 영주가 돌아오는 건 아니기에 그만두었다.

 

 

 "서은호,"

 

 

 서은호는 오늘도 안 왔나?

 

 자체 휴강이 이어지고 있을 때였다.

 이경운과 김은석의 연락에도 대답하지 않아놓고 벨 소리만 울리면 혹시나 영주일까 봐 심장이 철렁하고는 했다.

 

 

 어쩐지 이상하다 했어.

 이상했어,

 그날따라 살가웠던 영주의 표정 말미에 자꾸 서글픔이 비췄던 걸 뒤늦게 알아차린 게 가슴이 뻐근하니 아팠다.

 

 

 ".....마지막 데이트였구나."

 

 

 너무하잖아.

 영주야 이건 너무 해.

 두 무릎을 끌어안고 그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너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면서-

 

 

 그렇게 영주는 단 한 번의 예고도

 단 한 번의 언질도 없이 그렇게 나를 떠나버렸다.

 

 

 -

 

 

 "영주야."

 "......"

 "영주야?"

 

 

 잠시만 멍하니 있어도 자연스럽게 은호의 생각으로 빠지게 되어버린다.

 식탁을 톡톡 두드리는 경운에 '예?' 하고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 오분이 넘게 있길래."

 

 

 고작 밥 한 숟갈 퍼먹고 수저를 들고 한참을 있기에 보다 못한 경운이 한 마디 했나 보다.

 그가 소세지 반찬을 건네준다.

 슬쩍 웃고는 입에 넣고 다시 밥 먹는 데에 집중하자 싶어 밥을 푸려다가 경운의 말에 멈칫했다.

 네가 은호 소식 전하지 말라고 해서 안 하려고 했는데,

 이건 진짜 말 안 하면 내가 평생 얹힐 것 같아서.

 

 벌써부터 그 말에 잔뜩 긴장하고 침을 삼키는 나는 뭐냐고 묻는 대신 가만히 경운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그게 있지."

 "......."

 "은호 군대 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겠어서 '아...' 하는 이상한 소리나 했다.

 난 울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얼굴로 멍청하게 수저만 들고 있었다.

 

 형님이 군대를 간다는 건,

 적어도

 

 

 "지금 가면 은호 일 년 반 동안은 못 보는 건데."

 "....."

 "진짜 안 볼 거야?"

 

 

 입술을 깨물었다.

 후, 눈물이 떨어질 뻔한 걸 겨우 참아냈다.

 웬만한 일이 아니면 울지 않으리,

 경운의 집에 들어올 때 그렇게 다짐했는데.

 사실은 매 순간이 위기다.

 그렇다고 그런 순간마다 맘 놓고 울어버릴 수 없다.

 

 

 "괜찮습니다."

 "........"

 "잘 먹었습니다. 설거지는 두세요. 제가 하겠습니다."

 "야, 영주..!"

 

 

 대충 입꼬리를 올려 억지로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왔다.

 

 

 '쿵'

 

 

 방문에 등을 기대고 저만치 있는 침대를 바라보았다.

 저기 지금 누우면 이불 뒤집어쓰고 울고 싶을 것 같아.

 안 누울래.

 

 괜히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며 심호흡을 크게 했다.

 경운이 내게 특별히 이야기해주지 않은 것일까,

 마치 큰일이라도 날 줄 알았던 은호는 나를 찾지 않는 것 같았다.

 핸드폰은 경운의 도움으로 내가 먼저 바꿔버렸지만,

 어쩜 내게 들려오는 소식이 이리 하나도 없을 수가 있을까 이상한 이기심이 치고 들어온다.

 미쳤다. 손영주.

 이런 마음도 가질 수 있구나 넌.

 참 이기적이다.

 

 

 "잊자."

 

 

 두 손이 하얘질 정도로 꾹 세게 쥐어버리고 창밖에 있는 달빛에 시선을 두었다.

 나와 있으면 은호형님은 아마 평생 아버지와 좋지 않은 관계로 지내겠지, 그건 싫어.

 그건.... 날 구하고 떠난 할아버지도 분명 원하지 않는 것일 거야.

 자식과 손자의 불화보다 내가 더 소중할 순 없으니까.

 

 

 '그래도 구해주신 건 감사해요, 늘 언제나.'

 

 

 잊지 않을게요.

 그 덕에 은호형님이라는 좋은 분도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그래,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했다.

 이젠 나 혼자 해야 한다.

 

 

 

 -

 

 

 

 "영주야,"

 "네?"

 "내가 할게. 이리 줘."

 

 

 셔츠 하나를 접는데만 벌써 몇 번째 실패인지 모르겠다.

 보다 못한 경운이 제가 접던 수건을 옆에 내려두고 내 손에서 셔츠를 가져간다.

 할 일이 없어진 양손은 머쓱하게 몇 번 주먹을 쥐었다 피며 얌전히 무릎 위에 올려두었다.

 

 

 '열흘 뒤야.'

 

 

 그때부터 열흘은 시간 감각 없이 지내는 내 뇌리에 박혀서 잘도 흘러갔다.

 오늘 아침 눈을 뜨자마자 그랬다.

 은호 형님이 군대를 가는 날이,

 안 올 것만 같았던 그날이 드디어 왔다고.

 아마 그때부터 이렇게 나사 하나 빠진 사람처럼 굴었을거다.

 행동마저 굼뜨고 어긋나게 만들어버리는 그의 입대 날.

 

 

 '일 년 반 동안 못 볼 텐데-'

 

 

 일 년 반 이면 너무 길다.

 MT 때문에 고작 이틀을 못 봐도 애가 타버릴 지경으로 살아왔고 그를 보지 못하는 지금은 거의 반 제정신이 아닌 채로 살아가고 있는데.

 일 년 반을,

 

 

 "줘. 나머지 내가 할게."

 "아니에요. 제가 할...."

 "방에 가서 좀 쉬어."

 

 

 단호하게 내 팔목을 그러쥐는 경운에 나는 물끄러미 그걸 바라보다가 경운의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

 

 

 "...알았습니다."

 

 

 경운이 미소를 지어 보이고 나는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갔다.

 사실 몇 시에 입소하는 지도 모르는데,

 속절없이 째깍거리는 시곗바늘만 노려보았다.

 오늘 하루가 이리도 빨리 지나가는 데에는 네 탓도 있지 않냐고 괜한 시계를 원망해본다.

 

 

 '아직 집에 계실 수도 있어.'

 

 

 문득 든 생각에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겉옷을 대충 팔에 챙겨들고 밖으로 나가 현관으로 향했다.

 경운은 나를 흘끔 보더니 별말 안 하고 다 갠 빨래를 정리하러 제 방으로 들어섰다.

 

 

 부러 물어봐 주지 않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양서동으로 가 주세요."

 

 

 택시를 타고 실로 오랜만에 가 보는 그 집을, 은호가 있을 그 집으로 향했다.

 

 

 집 근처 골목에 다다랐을 때 아저씨 차에 올라타는 은호를 보았다.

 무작정 택시에서 내려서 그대로 달음박질을 했던 것 같다.

 이미 골목 저만치로 빠져나가는 차의 뒤꽁무니를 보며 절박해졌다.

 

 

 "은, 은호 형님!!"

 

 

 뛰면서도 눈가에 열이 오르는 게 느껴져 입술을 꾹 깨물었다.

 대충 구겨 신고 달려 나온 탓에 운동화 한쪽은 골목 구석에 나뒹군지 오래다.

 발에 피가 나게 뛰었지만 결국엔 난 그 차를 따라가지 못했다.

 

 

 "......은호..."

 

 

 무릎을 짚고 허리를 숙여 가쁜 숨을 내뱉었다.

 차가운 아스팔트 위로 눈물이 뚝- 뚝 떨어진다.

 뭘 밟았는지 양말 위로 붉은 피가 번져가고 나는 팔을 들어 눈가를 스윽 닦았다.

 시린 겨울에 얼굴이 얼어서 아프다.

 다시 허리를 일으켜 저만치 은호가 탄 차가 내달린 도로를 바라보았다.

 자꾸 차오르는 눈물 때문에 시야가 뿌예진다.

 

 

 '날이 너무 추워요 형님,

 하필 이런 날에 먼 길 가시느라 제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그래도 부디...'

 

 

 "잘 다녀오세요..."

 

 

 은호 형님,

 

 

 시린 겨울만큼이나 시리게 치고 들어오는 그를 향한 감정들이 온기 하나 남기지 않고 내 마음 곳곳을 아프게 찌른다.

 

 

 "......"

 

 

 너무 시립고,

 아프다.

 

 
작가의 말
 

 다음 편에는 시간이 흐른 뒤가 될 것 같아요!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채송 18-08-27 11:15
 
* 비밀글 입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찡킴 18-08-30 01:56
 
* 비밀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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