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소년의 순정
작가 : 송루나
작품등록일 : 2018.7.2

2014년, 어느 여름.
억겁의 시간이 내 품으로 쏟아진 그 날,
북에서 넘어온 한 소년을 만났다.
까만 머리칼 사이로 보이는 두 개의 눈동자, 올곧은 시선.
아, 순정한 눈빛이었다.
소년의 이름은 손영주였다.

 
소년의 순정 06
작성일 : 18-07-21 16:17     조회 : 448     추천 : 9     분량 : 382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소년의 순정 _6

 

 

 

 무릎을 펴고 일어난 그가 차마 내 얼굴을 보지 못한 채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이불을 만져댔다.

 

 

 "문자 보낸 거 너 맞아?"

 

 

 그것부터 확인화고 싶었다.

 그래서 물었더니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한숨부터 나왔다.

 

 

 "왜,"

 "........."

 "왜 그런 문자를 보내."

 

 

 왜 나한테 그런 얘길 해,

 평소와 달리 조금 날이 서 있는 내 말투에 입술을 깨물던 영주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일정이 바쁘다고..."

 "내가 너를 모르냐."

 

 

 매번 나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애가 바쁘다는 이유로 오지 말라고 하는 게.

 

 그럴 수도 있는 일을 왜 우리는 이렇게 그럴 리 없다며 날을 세우는지 모르겠다.

 그냥 서로가 조금 더 신경 쓰여서 그런 걸까.

 아니면 다른 무언가 있는 걸까.

 

 

 "아버지 다녀갔지."

 

 

 내내 찜찜하던 건 이거였다.

 아버지가 전에 없던 외근을 했고 그 뒤로 내게 오지 말라고 한 영주의 문자.

 그 어딘가에 보이는 찜찜한 접점 같은 것.

 거짓말에 능숙하지 못했던 영주는 잔뜩 놀란 얼굴을 하고는 작게 입을 벌렸다.

 

 

 "너한테 뭐라고 했어?"

 "아, 아닙니다 그런 거."

 "다신 나 만나지 말래?"

 

 

 '후두둑-'

 

 

 코끝으로 떨어진 차가운 물방울에 슬쩍 영주가 서 있는 흙바닥 언저리를 쳐다보았다.

 짙은 갈색으로 군데군데 물들기 시작하는 것이, 아- 이제 여기도 비가 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정말 그렇게 할 생각이야?"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뭐가 어쩔 수 없는데."

 

 

 그냥 화가 났다.

 마음이 여린 아이에게 아버지가 무어라 했을지

 안 봐도 그냥 뻔한 것 같아서.

 그 상처를 고스란히 다 받아내고 또 억지로 하기 싫은 문자를 내게 보낸 영주의 손끝이 얼마나 떨렸을까.

 그게 너무 마음이 아파서.

 

 

 "거, 거짓말해서 화나셨습니까."

 "어. 화 나."

 ".........."

 "그리고 실망했어. 너한테."

 

 

 덧붙인 내 말에 영주는 거의 울 것처럼 입술을 꾹 깨물고 손에 쥐고 있는 이불을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의 앞머리칼이 비에 젖는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내 머리칼에 떨어지는 물 보다 녀석의 머리칼을 적시는 그 빗줄기가 더 신경이 쓰였던 게 사실이다.

 

 

 "말로만 은호 형님- 하고서는 결국 말 듣는 건 우리 아버지라는 거에 대해서."

 "......그, 그건."

 

 

 네가 하나원 들어가기 전에 나한테 함께 할 수 있냐고 물었지,

 나만 대답하면 될 문제가 아니었네.

 내가 그렇다 해도 네가 아니라 하면 끝날 것을.

 

 

 "....간다."

 

 

 더 이야기했다간 비에 쫄딱 맞고 안 좋은 꼴만 보일 것 같아서 뒤를 돌아 다시 걸어온 길을 빠져나갔다.

 뭐가 그리 실망했다고 그렇게까지 말했을까 뒤를 도는 순간 후회했지만 그건 곧 서운한 감정에서 비롯된 거였다.

 

 

 

 올 땐 그렇게 빨리 오고 싶어서 택시를 타는 정성까지 보였으면서 갈 때는 마치 의욕을 잃은 사람처럼 발걸음이 닿는 대로 걸었다.

 이쪽으로 가는 길이 맞는지조차도 모르겠다.

 빗줄기는 점점 더 세진다.

 셔츠 자락이 몸에 축축하게 달라붙는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똑바로 쳐다보고 싶었다.

 마음도 안 좋은데 왜 그렇게 비를 뿌려대냐 무언의 압박이라도 주고 싶었는데,

 사정없이 쏟아지는 비는 내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하게 했다.

 마치 넌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하는 듯이.

 

 

 '터벅- 터벅.'

 

 

 물기 젖은 아스팔트를 천천히 걸으며 생각에 잠겼다.

 다홍색 이불을 두 손으로 꼭 말아쥐고 어쩔줄 몰라하는 그의 얼굴만 떠올랐다.

 물 웅덩이와 함께 아른 거리는 영주의 얼굴, 그리고 쏴아- 하는 시원한 빗소리와 함께 들리는듯한

 

 

 "은호 형님!"

 

 

 네 목소리.

 비에 젖어도 솜털같이 보드랍기만 한 네 목소리.

 헛것이 보이고 들리는 건 네 허상이 만들어 낸 비상식적인 증상들이다.

 

 

 "은호 형님, 형님!"

 

 

 그 허상이 너무 또렷이 귓가에 와서 박혔을 땐 무시하기엔 정말 뒤에 와 있는 듯한 섬칫함 마저 들어 결국 고개를 돌렸다.

 

 

 "하아-"

 "야...!"

 

 

 진짜 손영주다.

 영주가 진짜 내 뒤를 따라 뛰어왔다.

 양 무릎을 짚고 숨을 몰아쉬던 그는 비에 젖은 머리칼을 좌우로 털더니 손에 들린 우산을 펼쳐보였다.

 그리고 까치발을 들어내게 씌워준다.

 저는 다 맞고 있으면서.

 

 

 "영주야."

 "형님 비 맞고 가는 게 싫어서요."

 "........"

 

 

 내게만 씌워진 그 우산을 올려다보다가 천천히 영주의 손을 잡아 그 쪽으로 밀어주었다.

 우리는 적당한 거리에서 적당히 함께 비를 피하게 되었다.

 

 

 "형님 다 쓰십-"

 

 

 막 영주가 내게 우산을 다 기울이려고 할 쯤에 하늘에서 찢어지는 듯한 굉음이 들리고 곧 이어 번쩍거리며 궂은 빗줄기에 힘을 실었다.

 영주가 놀라서 두 귀를 막고는 쪼그려 앉았고 덕분에 우산은 저만치 나뒹굴어 우리 둘은 비를 쫄딱 맞게 되었다.

 

 

 "일단 일어나봐,"

 "그렇게 우뚝 섰다가 벼락을 맞으면 어찌합니까."

 

 

 그 와중에 벼락 맞을 걱정이나 하고 있는 영주가 귀여워 피식거릴뻔했다.

 저만치 떨어진 우산을 재빨리 주워들고는 그의 하얀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 가까이 보이는 정자쪽으로 뛰었다.

 그나마 비를 피할 수 있는 은신처는 딱 저것뿐이라.

 

 

 "형님 쫄딱 젖었습니다."

 "너도."

 

 

 여전히 우르르 쾅쾅 하는 번개 소리에 긴장한 영주가 눈을 깜빡거렸다.

 난 그에게로 다가가 잔뜩 젖은 머리칼을 털어주었다. 이미 젖어 다 들러붙은 티셔츠도 탈탈, 소용없는 손짓으로 털어주었다.

 

 

 "조금만 그치면 가자."

 "네."

 

 

 무릎을 굽히고 정자에 앉았다.

 온몸이 젖어서 찝찝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얼굴로 자꾸 흐르는 빗물들을 대충 소매로 닦아냈다.

 징글징글하게 쏟아붓네.

 덕분에 영주와 다시 만날 수는 있었지만-

 문득 모진 말을 하고 간 나에게 다시 와준 영주에 궁금해져서 고개를 돌려 물었다.

 

 

 "왜 따라 온 거야."

 ".........."

 "진짜 비 맞고 갈까 봐?"

 

 

 적당히 고개를 끄덕일 줄 알았던 손영주가 별안간 말을 아끼더니 이내 무릎에 이마를 댄다.

 그리고 잘게 떨리는 그 어깨를 보니,

 

 

 "너 울어?"

 ".....흐흑."

 "야, 야-"

 

 

 왜 울어,

 울거면 아까 울었어야지 않냐고 당황해서 그러자 그가 고개를 두어 번 젓고는 슬며시 나를 쳐다보았다.

 빗물과 눈물에 얼굴이 전부 얼룩졌다.

 그래도 그가 하얀 것 정도는 변함이 없었다.

 유난히 눈이 크다는 사실도.

 

 

 "형님이 저를 다시 안 볼 것 같아서 무서웠습니다."

 "........"

 "그래서 뛰어 왔습니다."

 

 

 잘못했습니다,

 형님 말 듣지 않은 거요.

 입술을 꾹 깨물고는 다시 눈물을 터뜨린 그가 코를 훌쩍인다.

 그 눈물에 서운한 마음이 보상됐다고 말하면 나 너무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까.

 

 

 "손영주,"

 ".........."

 "영주야."

 

 

 손영주가 고개를 들어 나를 마주한다.

 나는 젖은 머리칼을 손으로 쓸어주다가 볼 쪽으로 내려가 그 보드라운 살결을 엄지손가락으로 매만졌다.

 울지마,

 영주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 큰 눈에 나를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

 

 

 그게 촉매제가 될 줄은 몰랐다.

 내 이성의 끈이 영주의 집요한 시선으로 끊어질 줄 알았더라면 애초에 널 부르지 않았을 텐데.

 아니면 조금 더 일찍 불러보았거나.

 

 

 "혀, 형님....?"

 "....피하지 마."

 

 

 두 얼굴이 천천히 가까워지며 영주가 정말 내 코 앞으로 다가왔을때 고개를 틀어 빗물에 젖은 그의 입술을 머금었다.

 영주의 어깨가 놀라 흠칫 움직이고 나는 그런 그의 어깨를 슬쩍 어루면서 계속해서 입술을 맞대고 있었다.

 그냥 입맞춤. 그 이상도 아니었다.

 

 

 "........."

 

 

 물기를 머금은 두 입술이 떨어졌고 손영주가 눈을 꾹 감은 모습이 시야에 꽉 들어찼다.

 뒤늦게 꽉 다문 입술에 내가 녀석을 놀라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이 들었다.

 

 

 "영주야?"

 "........."

 "영주야 눈 떠."

 

 

 그제야 잔뜩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눈을 뜬 영주가 꽉 쥔 양손을 펼치더니 제 얼굴을 가려버린다.

 

 

 "저, 저는 가보겠습니다."

 

 

 무작정 일어나서 다시 빗속으로 들어가려는 손영주의 팔목을 재빨리 잡았다.

 야, 천둥번개 무섭다고 할 땐 언제고 이 빗속을 헤쳐간다는거야-

 

 

 "......노, 놓아 주십시오."

 "됐어."

 

 

 내가 갈게.

 넌 비 좀 그치면 가.

 내 쪽은 제대로 쳐다도 못 보는 영주에 내가 먼저 정자를 벗어났다.

 
작가의 말
 

 소년의 순정에 소나기가 내렸습니당.

 주말 잘 보내세요!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구름아밥먹자 18-07-22 10:46
 
영주 오늘밤 잠은 다잤네요
서로에 대한 감정이 뭔지 확실히 정리될듯ㅎㅎ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찡킴 18-07-26 23:44
 
* 비밀글 입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소년의 순정> 휴재공지 2018 / 9 / 12 722 0 -
공지 소년의 순정 업로드 날 공지 2018 / 7 / 5 774 1 -
공지 소년의 순정 공지 2018 / 7 / 2 778 1 -
20 소년의 순정 20 (1) 2018 / 9 / 5 478 9 7323   
19 소년의 순정 19 (2) 2018 / 9 / 3 444 8 6081   
18 소년의 순정 18 (2) 2018 / 8 / 29 412 9 4144   
17 소년의 순정 17 (2) 2018 / 8 / 27 405 9 3503   
16 소년의 순정 16 (1) 2018 / 8 / 22 455 9 3472   
15 소년의 순정 15 (2) 2018 / 8 / 20 449 9 4556   
14 소년의 순정 14 (1) 2018 / 8 / 17 439 8 5337   
13 소년의 순정 13 (1) 2018 / 8 / 15 423 10 5104   
12 소년의 순정 12 (1) 2018 / 8 / 13 480 9 4894   
11 소년의 순정 11 (2) 2018 / 8 / 10 436 9 4519   
10 소년의 순정 10 (1) 2018 / 8 / 8 443 10 5505   
9 소년의 순정 09 (3) 2018 / 8 / 2 515 11 4963   
8 소년의 순정 08 (1) 2018 / 7 / 30 428 11 4412   
7 소년의 순정 07 (2) 2018 / 7 / 26 427 10 4423   
6 소년의 순정 06 (2) 2018 / 7 / 21 449 9 3822   
5 소년의 순정 05 (5) 2018 / 7 / 18 451 9 4678   
4 소년의 순정 04 (4) 2018 / 7 / 13 474 9 5339   
3 소년의 순정 03 (3) 2018 / 7 / 11 451 10 4293   
2 소년의 순정 02 (5) 2018 / 7 / 5 533 12 5333   
1 소년의 순정 01 (4) 2018 / 7 / 2 935 15 4140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교생
송루나
을의 연애
송루나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