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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소년의 순정
작가 : 송루나
작품등록일 : 2018.7.2

2014년, 어느 여름.
억겁의 시간이 내 품으로 쏟아진 그 날,
북에서 넘어온 한 소년을 만났다.
까만 머리칼 사이로 보이는 두 개의 눈동자, 올곧은 시선.
아, 순정한 눈빛이었다.
소년의 이름은 손영주였다.

 
소년의 순정 05
작성일 : 18-07-18 10:05     조회 : 451     추천 : 9     분량 : 4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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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여기서 잔다고?"

 "네. 그렇습니다."

 

 

 침대도 아니고 요를 깔고 자야 하는 건 둘째 치고 한 방에 도대체 몇 명의 사람을 몰아넣는 건지,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는 공간에 혀를 내두르며 도로 문을 닫았다.

 영주가 내 눈치를 보더니 '침대가 없어서 조금 그렇지요?' 하고 묻는다.

 한숨이 나와 그를 데리고 일 층으로 내려왔다.

 

 

 "어, 어디 가십니까?"

 "조용히 해."

 

 

 아까 들렸던 병동 쪽으로 향하는데 별안간 복도에 길게 후레쉬가 비춰졌다.

 나는 급하게 영주를 모퉁이 벽에 밀치고 입에 검지를 대었다.

 쉬이-

 상황을 알지 못하는 영주는 그저 시야에 가득 들어찬 내 얼굴만 바라볼 뿐이었다.

 나는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수위가 갔나 확인하다가 목 부근에서 느껴지는 따듯한 숨결에 흠칫했다.

 조용히 하라고 했더니 코로 숨을 몰아쉬는 녀석 때문에 목이 간지러웠던 거다.

 

 

 "갔어."

 "후우-"

 

 

 그제야 입으로 길게 숨을 내쉬는 영주가 가슴을 쓸어내린다.

 간첩도 아니고 이게 뭐입니까?

 볼멘 섞인 목소리로 콩콩 가슴을 두드리는 그에게 있어 보라며 도로 데리고 보건실 쪽으로 뛰었다.

 

 

 "아까 여기 숨기는 거 봤어."

 "여, 열쇠 아닙니까?"

 

 

 응.

 보건실 옆에 길게 늘어진 화분들,

 그 첫 번째 화분 밑 틈에서 열쇠가 나왔다.

 우린 누가 볼세라 보건실 문을 열고 들어갔고 캄캄한 내부에 발걸음을 더디게 걷는 영주의 손을 꽉 잡았다.

 

 

 "조심해. 넘어지지 않게."

 "이리 막 들어와도 됩니까?"

 "안 될 건 또 뭔데."

 

 

 영주는 불안한지 내심 주변을 살폈고 나는 그가 부딪치지 않게 길을 터주며 아까 햇살이 쏟아지던 병동 문을 열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난 잠시 그곳에 영주의 손을 잡은 채 멍하니 멈춰 섰다.

 커튼 사이로 달빛이 흐드러지게 쏟아지는 그 광경이 꼭 영화에나 나올법 해서.

 

 

 "여기 눕자."

 

 

 가장 큰 베드에 몸을 대고 눕자 영주는 머뭇거렸다.

 저는 옆 침대에 눕겠습니다.

 어허, 그러라고 큰 베드를 고른 게 아닌데.

 막 돌아서려고 하는 그의 손목을 잡아 휙 돌렸다.

 

 

 "여기 누워 그냥."

 "비좁지 않습니까."

 "아까 거기보단 낫겠다."

 

 

 모로 봐도 그 콩나물시루 같은 방보다야 낫겠다 싶었다.

 영주가 조심스레 실내화를 벗고 병동 침대 위로 올라왔다.

 나는 몸을 최대한 옆으로 비켜주며 그가 편히 누울 수 있도록 자세를 잡았다.

 형제가 없어 그런지 내게도 이런 경험은 생소했다.

 몸집이 작은 영주가 올라오기엔 충분한 그 공간.

 

 달빛에 어른거리는 두 눈동자를 빤히 바라보다가 쏟아지는 까만 머리칼을 옆으로 넘겨주었다.

 

 

 "......."

 

 

 영주가 손을 뻗는다.

 그리고 내가 하는 것처럼 내 앞머리칼을 매만져본다.

 그 어설픈 손짓이 이 순간을 위한 행동인 것 마냥 조심스럽고 어찌 보면 조금 설레기도 했던 것 같다.

 

 

 "감히 형님의 머리를 제가 만져도 될런지요."

 "......말했잖아."

 

 

 넌 '아무나'가 아니라고.

 

 

 그러니 된다는 뜻.

 손영주가 예쁘게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그를 따라 나도 웃어 보였다.

 잠시 생각했다.

 녀석이 나에게 정말 '아무나'가 아니라면

 이 어설픈 행동들이 조금 더 지속됐으면 좋겠다고.

 녀석이 나를 향해 손을 뻗는 일이 지금보다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

 

 

 그렇게 하나원에 들락거리기를 몇 번,

 더불어 잦아진 외박에 아버지는 추궁을 했고 결국 영주가 준 하나원 볼펜을 발견하는 것으로 내게 화를 냈다.

 

 

 "과제 하러 친구들 만나는 게 아니라 그 아일 보러 하나원에 들락거린 거냐?"

 "........"

 

 

 안 될 이유가 없잖아요,

 목 끝까지 차오른 그 말을 애써 삼키며 시선을 내렸다.

 그래. 아버지는 아직 할아버지에 대한 상처로 온전할 수 없다는 걸 이해하고 싶었다.

 

 

 "한 번만 더 가면-"

 "........"

 "손영주 그 아이 다시 보내버릴 거다."

 

 

 처음이었다.

 아버지가 이토록 앞뒤 없는 잔인한 말을 할 줄 안다는 것에 이해하고자 했던 내 다짐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있었다.

 하물며 그게 영주에 관련된 것이라면 더더욱.

 

 

 "불쌍한 아이잖아요."

 "죽은 네 할아버지는 안 불쌍한 것이야?"

 "그런 뜻이 아니에요. 그리고 말씀드렸잖아요."

 

 

 할아버지도 영주가 잘 지내길 바라고 계실 거라고.

 아버지는 나를 매섭게 노려보고는 '그건 네 바람에 더 가깝겠지-' 하고 등을 져 방으로 들어갔다.

 영주가 소중히 건넸던 그 하나원 글자가 새겨진 볼펜을 엄지손가락 끝으로 매만졌다.

 아무것도 모르고 해맑게 하나원에서 나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네게 아무 말도 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저 영주입니다. 당분간 바쁘니 찾아오지 마셔요.]

 

 

 수업을 듣다가 받은 문자에 멍하니 그 액정만 쳐다보고 있었다.

 교수가 크흠- 하고 핸드폰을 하는 내게 눈치를 줬지만 난 아랑곳 않았다.

 찾아오지 말라는 그 말투의 뉘앙스가 아무래도 걸렸으니까.

 오늘은 체력 단련을 빠질 수 없는데 조금만 기다려주실 수 있겠어요?

 하고 다정히 묻는 네 말투와는 확연히 차이가 있었다.

 

 

 '툭-'

 

 

 뭉쳐진 종이쪽지 하나가 내 책상으로 날아왔고 난 잠시 빠져 있던 넋을 붙잡고 종이가 날아온 쪽을 돌아보았다.

 이 수업 강의때 몇 번 봤던 학생이다.

 말쑥하게 큰 키와 샤프하게 생긴 옆 태가 그럭저럭 잘 생겼다고 생각했다.

 내 시선을 받은 그 학생은 슬쩍 턱짓으로 내게 던진 종이를 가리켰다.

 

 아, 뭐가 적혀있나?

 

 

 펼쳐 보니 '교수님이 너 눈치준다' 하는 손글씨가 쓰여있었다.

 다시 고개를 돌려서 그를 보다가 앞에 있는 교수를 바라보니 인상을 잔뜩 쓰고 내게 시선을 내리꽂고 있었다.

 아차 싶어서 핸드폰을 도로 넣고 뒤늦게 서적을 바라보는 척했다.

 하지만 머릿속은 아직도 영주가 보낸 문자만 아른거리고 있는 중이었다.

 

 

 "다음시간까지 과제 제출하고 오늘은 여기까지."

 "수고하셨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수업이 끝나 있었고 학생들이 우르르 나가는 참에 나도 의자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막 강의실 밖으로 나가려고 발걸음을 떼다가 '저기,' 하고 어깨를 잡아오는 손에 뒤를 돌았다.

 

 

 "이거 가져가."

 "....아, 고마워."

 

 

 아까 내게 쪽지를 던졌던 그 애가 내가 정신없이 나가느라 놓고 간 서적을 건네줬다.

 그걸 받아서 도로 뒤 돌아 가려는데 문득 너무 정 없게 행동했나 싶어서 고개를 돌려 물었다.

 

 

 "너 이름이,"

 "경운. 이경운."

 "아,"

 

 

 끝인사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도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길로 버스를 타려다가 녀석이 보낸 문자에 찍힌 핸드폰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Rrrrrr'

 

 

 하지만 몇 번의 신호음이 걸려도 받지 않는 통에 결국 하나원 안내번호로 직접 전화를 했다.

 안녕하세요, 새터민 교육센터 하나원입니다-

 형식적인 첫인사 멘트를 듣는 것은 거두절미하고 물었다.

 

 

 "손영주 교육생 좀 바꿔주실 수 있나요?"

 [아. 실례지만 어떻게 되시나요?]

 

 

 영주 보호자요. 서은호.

 망설임 없이 그렇게 대답했다.

 안내원은 잠시 기다리라고 했고 나는 초조한 마음으로 영주의 목소리를 기다렸다.

 그 맑고 솜털같이 보드라운 영주의 목소리를.

 

 

 [서은호님?]

 

 

 그러나 들려오는 건 여전히 그 안내원의 목소리였다. 잔뜩 실망한 마음으로 '예' 하고 연이어 대답했다.

 

 

 [손영주 교육생이 전화를 받지 않겠다고 합니다.]

 "....뭐라구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손영주' 가 맞냐고.

 이름을 재차 물어도 맞다는 대답 외에는 별다른 새로운 사실이 돌아오지 않아서 입술을 달싹이다가 알겠다고 하며 통화를 끝냈다.

 

 

 [오늘 고모랑 저녁 식사 하기로 했다. 일찍 오거라.]

 

 

 손에 울린 진동에 아버지에게서 온 문자를 확인했고 난 직감적으로 찝찝함을 느꼈다.

 그제 아버지가, 그날따라 집에 일찍 계셨다.

 

 

 '아버지 일찍 오셨네요.'

 '응. 어디 좀 들리느라.'

 '외근하신 거예요? 식사는요.'

 

 

 평생 외근 한번 없었던 은행원 아버지가 외근을 하고 들어왔다.

 그리고 며칠 후 영주에게 평소답지 않은 문자 한 통이 왔고... 그게 영주 핸드폰 번호인지도 모르는 와중에 내 전화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죄송해요, 오늘 일찍 못....]

 

 

 답장을 치려다가 어쩐지 의미가 없는 행동일 것 같아서 핸드폰을 넣고 안성으로 가는 고속버스를 탔다.

 

 

 내렸을땐 해가 이미 어둑어둑 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시간이 결코 늦은 건 아니었단 걸 내 손목에 있는 시계를 보고 알아챘다.

 날씨가 꾸물거린다.

 먹구름이 낮의 빛을 다 가려버렸다.

 하나원으로 들어가는 마을버스를 타려다가 눈앞에 주차되어있는 택시를 쳐다보았다.

 조금이라도 빨리 네게 갈 수 있는 단 한 가지라도 놓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물밀듯이 밀려왔고 결국 5분 뒤면 도착하는 마을버스를 포기하고 택시에 올라탔다.

 

 

 

 하나원에 도착했을 땐 꾸물거리는 날씨에 사람들이 운동장 한 켠 마당에 널어놓은 빨래들을 거둬들이고 있었다.

 성큼성큼 걸어가 두리번 거리며 영주를 찾았다.

 

 

 "저기 혹시 손영주 어딨는 지 알아요?"

 "아, 영주요? 영주 방금까지 우리랑 같이 왔는데..."

 

 

 이불을 손에 한아름 들고 있던 영주 또래 아이들이 나를 따라 주변을 두리번 거린다.

 그러더니 조금 큰 소리로 "영주 니 어디있니?" 하고 불러보이자 저만치 풀 숲에서 움찔 하는 움직임이 눈에 들어왔다.

 물론 나만.

 다른 아이들은 여전히 나를 앞에 두고 사라진 영주를 찾느라 동분서주했고 나는 이내 그들에게 손을 저어보였다.

 

 

 "괜찮아요. 내가 찾아볼게요."

 

 

 그들은 내게 가볍게 목례를 하더니 센터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저벅 저벅 소리를 내며 흙바닥을 걸어 풀숲 쪽으로 향했다.

 다홍빛의 이불이 그가 움직일때 마다 풀석 거리는 지도 모르고 숨기에 급급했다.

 굳이 안 봐도 누군지 알겠다.

 그 근처까지 다가가서 끝까지 가지 않고 한 세 발자국 남긴 채 멈춰 섰다.

 

 

 "손영주."

 ".........."

 "영주야, 나와."

 

 

 쿠궁- 거리는 무거운 소리와 함께 천둥 소리가 미미하게 귓전을 울린다.

 저쪽 동네에서부터 치고 있나 보다.

 곧 이리로 오겠다. 소리를 보아하니 소나기를 동반한 천둥번개겠지.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 아래로 영주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작가의 말
 

 날이 많이 더운 것 같아요ㅜㅜ

 더위 조심하시구 더운날엔 소년의 순정으로 힐링하세욥 ㅋㅋㅋㅋ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채송 18-07-18 10:53
 
작가님 더운데 홧팅입니다! 잘 읽고 가요~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러브셍☁… 18-07-20 02:18
 
으와,,,장면 하나하나가 제 눈앞에 아른거려요..다음글 어떻게 기다리죠ㅜㅜㅜㅜ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러브셍☁… 18-07-20 02:19
 
* 비밀글 입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구름아밥먹자 18-07-21 09:53
 
아버님 허락해 주십시오(진지)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찡킴 18-07-26 23:41
 
* 비밀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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