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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소년의 순정
작가 : 송루나
작품등록일 : 2018.7.2

2014년, 어느 여름.
억겁의 시간이 내 품으로 쏟아진 그 날,
북에서 넘어온 한 소년을 만났다.
까만 머리칼 사이로 보이는 두 개의 눈동자, 올곧은 시선.
아, 순정한 눈빛이었다.
소년의 이름은 손영주였다.

 
소년의 순정 07
작성일 : 18-07-26 10:44     조회 : 427     추천 : 10     분량 : 4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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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 놓아 주십시오."

 "됐어."

 

 

 내가 갈게.

 넌 비 좀 그치면 가.

 내 쪽은 제대로 쳐다도 못 보는 영주에 내가 먼저 정자를 벗어났다.

 참나, 나는 잡기라도 했는데 걘 잡지도 않는다.

 결국 뜀박질로 하나원 안까지 들어간 나는 어린아이들의 놀림거리가 되어야 했다.

 

 

 "생쥐다! 생쥐!"

 "물에 빠진 생쥐 형님이다!"

 

 

 안내원이 나를 알아보고 재빨리 수건을 챙겨주었다.

 그걸 받아들고 머리를 말리는 사이에 별안간 좀 전에 녀석과 입을 맞췄던 게 생각이 났다.

 

 

 "........"

 

 

 아,

 아깐 몰랐는데 갑자기 손끝까지 열기가 느껴지는 느낌에 괜히 숨을 크게 들이켰다.

 나 지금 녀석하고 뭘 한 거지.

 

 '........'

 

 

 잘 모르겠지만 그냥 그 순간만큼은 손영주의 입술 밖에 보이지 않았다.

 또 입을 맞추고 싶다는 생각이 온몸을 지배했었고,

 그리고-

 

 

 '피하지 마'

 

 

 녀석도 그 순간만큼은 나와 같은 마음이길 바라는 나의 한 마디가 뒤늦게 속에서 웅웅대고 울려댔다.

 

 

 -

 

 

 

 기다리고 보니 비는 잦아들었고 곧 영주가 저벅저벅 발소리를 내며 센터 근처로 걸어들어왔다.

 난 그 앞에 쪼그려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가 한참만에 무릎을 펴고 일어섰다.

 영주는 고개를 숙이고 우산 손잡이 끝만 만지작거렸다.

 

 

 "이제 와."

 "........."

 "나 옷 좀 빌려줘. 너무 척척해."

 

 

 두 팔을 길게 뻗어 물기가 축축이 젖은 셔츠를 보여주자 영주는 슬쩍 보고는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린다.

 다시 한 번 '야, 영주야.' 하고 불렀는데 대답 대신 입술을 움적거리곤 시선을 이리저리 피한다.

 나는 한 발자국 다가가 그의 양 볼을 손으로 잡고 고개를 홱 내 쪽으로 돌렸다.

 깜짝 놀란 영주는 급히 내 손을 떼어내려 했고 나는 생각보다 순순히 놓아주었다.

 

 

 "너무 벌레 보듯 본다."

 "예에? 아, 아닙니다. 벌레라뇨."

 "쳐다보지도 않잖아."

 

 

 잘못은 내가 저지르긴 했는데 괜히 서운해져서 퉁퉁 거리는 척했다.

 영주는 마지못해 따라오십시오- 하고 앞장서 제가 지내는 생활관으로 들어갔다.

 서랍을 뒤적이던 영주는 무늬 하나 없는 흰색 티셔츠 하나를 건넸다.

 

 

 "일단 입으십시오. 형님한텐 조금 작을 수도 있는데..."

 "상관없어."

 

 

 영주 네 몸 작은 거 내가 모르는 것도 아니고-

 은근히 장난을 건넨 건데 잔뜩 얼어서는 땅만 보고 옷을 건네줬다.

 

 

 "잠깐만."

 

 

 셔츠 단추를 푸르고 있는데 별안간 제 손에 있던 티셔츠를 안 가져가는 게 이상해서 고개를 들었고,

 

 

 ".......!"

 

 

 제 앞에서 상판을 드러낸 나 때문에 놀라버린 영주가 급하게 들고 있던 티셔츠로 제 얼굴을 가린다.

 

 

 

 "어찌 그렇게 훌렁거리며...."

 "야 같은 남잔데. 뭐 어때."

 

 

 그게 또 틀린 말은 아니었는지 슬쩍 눈을 가린 티셔츠를 아래로 내린다.

 나 추워, 좀 주라.

 그의 손에서 티셔츠를 가져가 머리통부터 들이밀어 입었다.

 다행히 많이 작진 않았다.

 배꼽티 되는 거 아닌가 걱정했는데,

 

 

 '지이잉-'

 

 

 아까부터 계속 울려대는 진동소리에 영주도 신경이 쓰였는지 그쪽을 흘끔 거렸다.

 머리에 있는 물기를 마저 털고 잠시 옆 책장에 올려놓았던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아버지]

 

 

 손에서 계속되는 진동을 느끼고 있을 뿐 딱히 받진 않았다.

 그저 멍하니 액정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영주가 슬쩍 얼굴을 들이밀기에 급하게 핸드폰을 주머니 안에 넣었다.

 

 

 "누군데 그럽니까?"

 "나 오늘 자고 간다."

 "예?"

 "안돼?"

 

 

 너 때문에 다 젖었는데 나.

 사실 영주의 탓으로 돌릴 건 전혀 아니었는데 그렇게 몰아붙이니 없던 죄책감마저 생기는가 보다.

 결국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인 영주다.

 

 

 "나 여기 좁아서 못 자."

 "그럼..."

 "너 자꾸 왜 모르는 척해."

 

 

 새삼스럽게-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와서 자고 가는 날이면 누가 뭐라 할 것도 없이 우리는 비좁은 생활관 대신에 병동에 몰래 숨어들어가 하룻밤을 지새곤 했으니까.

 

 근데 오늘은 그 평소와 같지 않은 평소라서.

 녀석이 부담을 느끼고 있었나 보다.

 

 

 "알았어. 오늘은 나 갈게."

 

 

 이 어둑어둑한 밤에 어딜 가시려구요,

 자꾸 이랬다저랬다 노선을 헷갈리게 하는 영주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래서 나 가,"

 "........."

 "말아."

 

 

 단도 직입적으로 묻자 영주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더니 이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있어요. 형님."

 "진짜?"

 

 

 고개 한 번 끄덕.

 내 입꼬리는 씨익 호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내 미소에 영주는 큼큼 목을 가다듬더니 제가 먼저 생활관을 나간다.

 나는 신나서 그의 뒤를 따라갔다.

 

 

 익숙하게 양호실 열쇠로 문을 따고 들어가 더 안쪽에 있는 병동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우리가 매일 누웠던 침대에 몸을 뉘이면 됐는데,

 

 

 "놀랐을 거란 거 알아."

 ".........."

 

 

 침대맡에 걸터 앉아 눈앞에 있는 영주를 올려다보았다.

 달빛에 비친 얼굴이 그 짙은 쌍커풀이,

 참 예뻐 보였다.

 새삼스럽다고? 아니, 난 이미 늘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정신없어서 그랬던 것이지요?"

 

 

 비가 너무 많이 왔고 또 천둥번개도 내리쳤고,

 우산도 없지 않았습니까,

 

 차근차근 내게 묻는 그에게 가만히 고개를 저어 보였다.

 그의 눈동자가 흔들거린다.

 나는 나풀거리며 떨어진 영주의 두 팔을 가만히 잡았다.

 

 

 "실수했냐 묻는 거라면,"

 "......."

 "아니."

 

 

 실수 아니야,

 

 망설임 없는 내 대답에 영주는 갈 곳 잃은 시선을 어찌하지 못하고 그저 내 어깨..아니 쇄골 어디쯤으로 떨구어 버렸다.

 

 

 "기분이 이상했어. 네가 오지 말라고 한 문자 받고."

 "....그건."

 "그래서 무작정 온 건데 또 눈앞에 있는 거 보니까,"

 

 

 속이 꽉 막힌 것처럼 아프고 머리가 어지러워.

 

 

 "영주야, 널 보면 내가 그래."

 

 

 아파.

 

 

 영주의 코끝이 발갛게 물든다.

 울리려고 한 건 아닌데,

 그리고 아직 녀석의 울음의 의미가 뭔지 몰라서 그저 잡은 손에 온기를 전해줄 뿐이다.

 

 

 "왜 저 같은 것을 좋아해요."

 "너 같은 거라니."

 "형님 같이 훌륭하고 뭐 하나 모자람 없는 분이 왜 저를..."

 

 

 나는 영주를 당겨 그의 가슴팍에 내 얼굴을 기댔다.

 허리를 꼭 끌어안았고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미미하게 풍겨오는 영주의 포근한 내음이 날 편안하게 한다.

 엄마의 향이 있다면 왠지 영주와 비슷할 것만 같았다.

 눈을 감은 채로 입을 떼었다.

 

 

 "나도 잘 모르겠어."

 "........."

 "그냥 보고 싶어."

 

 

 뒤돌면 보고 싶은데,

 막상 그렇게 고백 같은 걸 하고 나니까 왜 눈물이 날 것 같은지 알 것 같았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자꾸 차오르는 감정들이 주체를 못 하고 눈시울에 열을 가한다.

 두 팔에 힘주어 더욱더 그를 끌어안았던 것 같다.

 

 

 "넌 아니야?"

 

 

 영주는 어떠한 대답도 쉽사리 꺼내지 못한 채 계속 내게 안겨 있었다.

 

 -

 

 

 연락을 하겠다는 영주의 약속을 받아내고 또 한 번 전쟁을 치러야 할 집으로 들어왔다.

 아버지는 소파에 앉아서 막 현관을 지나 들어오는 나를 노려보았다.

 

 

 "어딜 다녀 온 거냐."

 "영주 보러 갔다 왔어요."

 "너...!"

 

 

 벌떡 일어나 손에 허리를 짚고 험상궂게 인상을 쓰는 아버지가 전과 다르게 무섭지 않았다.

 이번만큼은 아버지에게 주눅들 일이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으니까.

 아버지만큼이나 냉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영주한테 가서 사과하세요."

 "뭐?"

 

 

 저 모르게 찾아가서 저 만나지 말라고 했던 거,

 그래서 애 상처받은 거 사과하시라고요.

 

 

 단호한 내 말에 아버지는 기가 막히다는 듯 나를 쳐다보기만 할 뿐이다.

 더 할 말 없으시면 저 들어가요,

 그렇게 하고 몸을 돌리려 했는데 문득 아버지가 내내 걱정하던 것을 홧김에 말한 것처럼 말한다.

 사실은 진작 말하고 싶었으면서,

 내 눈치를 봤던 거였으면서.

 

 

 "그 아이랑 절대 같이 안 산다."

 "......."

 "난 그 아이 때문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생각한다."

 

 

 그 아이만 아니었어도,

 더 들을 필요가 없었다.

 충분히 슬퍼했고 충분히 이해했다.

 그 아이도 충분히 죄책감에 시달렸다.

 거둬달라 떼를 쓴 것도 아니었지 않나.

 

 

 "정 그렇게 하고 싶으시면,"

 ".........."

 "돌아가신 할아버지께 여쭤보세요."

 

 

 크면서 아버지에게 이렇다 할 반항은 해본 적이 없었다.

 큰 소리 조차도 내본 적이 없었는데,

 엄마의 부재로 아버지 혼자 나를 키우는데 적어도 속을 상하게 하는 짐짝은 되지 말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아니 어쩌면 압박감이었을지도.

 

 

 ".........."

 

 

 그러나 이번 일은 달랐다.

 영주일이니까,

 영주를 져버릴 만큼은 아니었다.

 그동안 아버지 말씀 잘 듣고 살았으면 이젠 된 거다.

 이상한 합리화로 찜찜한 마음을 털어내고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핸드폰에 있는 영주와 찍은 사진을 천천히 넘겨보았다.

 

 

 '나도 잘 모르겠어.'

 '.........'

 '그냥 보고 싶어.'

 

 

 내가 손영주에게 느끼는 감정은 어떤 것일까,

 나를 졸졸 쫓아다니는 귀여운 강아지를 보는 것과 같을까.

 보면 자꾸 쓰다듬어주고 싶은 그런....

 

 혹은 피붙이 하나 없이 자란 내가 처음 생긴 동생이 너무 소중해서,

 거기까지 생각했다가 영주를 '동생' 이라는 카테고리에 넣고 싶지 않아서 인상을 썼다.

 

 그럼,

 

 

 '피하지 마.'

 

 

 천장 가득 그려지는 그날 우리의 입맞춤,

 빗속에서 오로지 두 사람만이 숨을 쉬고 있던 그 순간.

 가만히 영주와 닿았던 입술을 손으로 쓸어보았다.

 그리고 쿵- 쿵 거리며 가슴속에 작은 파동이 일어나는 걸 느낀다.

 가만히 눈을 감고 그 진동을 온 몸으로 받아들인다.

 손영주를 생각할 때 일어나는 파동이 결코 잔잔한 물결이 아니라는걸,

 정말 온화한 색이지만 그건 매우 강렬했고 또 뜨거웠다.

 

 나는 손영주를 좋아한다.

 
작가의 말
 

 -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아류미 18-07-26 20:47
 
* 비밀글 입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찡킴 18-07-26 23:47
 
* 비밀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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