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당신께,
당신이 이 편지를 읽으실 때면 봄꽃이 만개한 춘삼월이 되었겠지요.
봄꽃들이 당신을 보고 놀라 움츠러들진 않을까 걱정입니다.
그런 걱정들은 내가 대신 할 터이니 당신은 그저 환하게 웃으십시오.
환히 피어나십시오, 다시.
당신은 제게 봄꽃보다 더 빛나고 어여쁜 분이셨습니다.
당신을 볼 때면,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날들이 부끄럽고 초라하고 안타깝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그 나날들이 있기에 당신에게 닿을 수 있었다 생각하렵니다.
당신은 제 인생에 있어 다시 없을 분이십니다.
그동안의 삶을 무용하게 만들어 버리고는 제 가장 깊은 곳에 뿌리를 내리시다니,
당신이 참 밉습니다.
허나 미운 마음보다 더 큰 마음이 있다는 게 저를 괴롭게 합니다.
이건 제가 당신에게 보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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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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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이 순순히 항복하고 신하의 나라가 될 것을 약속한다면, 이곳에서 즉시 물러나겠소."
공손한 말투와 달리 그 안에 담긴 뜻은 저열하기 짝이 없었다.
"허나 우리 고국은 오랜 세월간 신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나라였소. 어찌 이리 쉽게 속국이 되기를 권할 수가 있단 말이오."
강하게 말했으나 감출 수 없는 불안감과 두려움이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느껴졌다.
"이런 상황에서 그런 것들이나 신경을 쓰고 있다니.. 당신과 당신 가족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소?"
"..."
"내 제안을 거절한다고 해도 상관없소. 허나 어떤 선택이 당신에게 더 득이 될지 생각해보란 것이오. 당신의 안녕보다 나라의 안녕이 더 중요하다면..."
"..."
"나도 방법은 하나뿐이오."
"그러겠소."
"?"
"받아들이겠단 뜻이오. 당신의 제안을.."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는 말에 사내는 입가에 미소를 띄었다.
또 다른 사내는 절망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한 가지 더 부탁할 것이 있소."
"?"
"내 아들이 올해로 열여덟이 되었는데... 혼인을 추진할까 하오."
"그걸 왜 내게 부탁.."
"그대 딸과의 혼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