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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연서
작가 : 희연
작품등록일 : 2022.1.19

그리워할 戀, 글 書.
애정과 그리움을 담아 보내는 편지.
그러니까 이 모든 건 너에게 보내는 편지인 것이다.
내가 너에게 보내는 연서인 것이다.

 
22.
작성일 : 22-02-26 22:15     조회 : 199     추천 : 0     분량 : 7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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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휘연과 화민이 다정하게 대화하던 모습을

 지켜보던 성연은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화민."

 

 "어?"

 

 

 성연은 화민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말하였다.

 그러고선 휘연에게 인사를 건넸다.

 

 

 "빈궁 마마,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래.. 헌데 자네는 이름이..?"

 

 "성연입니다."

 

 "그래, 성연. 오랜만에 보니 무척 반갑소."

 

 "망극하옵니다, 마마."

 

 

 성연은 휘연을 잠시 바라보다 화민에게 눈길을 돌렸다.

 

 

 "화민, 이만 자리로 돌아오는 게 좋겠는데.."

 

 "어? 아, 어.. 그래."

 

 

 성연이 은연중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고,

 화민과 휘연은 말 뜻을 알아차렸다.

 

 

 "아, 그렇군. 내가 시간을 너무 많이 뺏은 듯 합니다."

 

 "아닙니다, 마마. 그저.."

 

 "이만.. 돌아가보세요."

 

 

 휘연은 내키진 않았지만 더 붙잡아둘 수도 없었기에 먼저 인사를 건넸다.

 

 

 "예, 그럼 마마..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그래요, 화민."

 

 

 화민 역시 아쉬운 듯 인사를 건넸다.

 성연도 휘연에게 인사를 건넨 뒤,

 둘은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좀 더 이야기 나누고 싶었는데...'

 

 휘연은 아쉬운 마음에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다음에 또 뵐 수 있겠지..?'

 

 돌아가는 화민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였다.

 

 

 

 

 휘연은 화민이 멀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다

 처소로 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어머!"

 

 "왜 그리 놀라시오?"

 

 

 몸을 돌리자,

 한이 바로 자신의 뒤에 서 있었다.

 

 

 심기가 불편한 표정을 하고선.

 

 

 

 휘연은 놀란 마음을 가다듬고 말을 건넸다.

 

 

 "저하께서 어찌 이곳에 계십니까?"

 

 "이곳은 동궁전이오."

 

 "아.. 예, 그렇긴 하오나 상인들이 방문하는 날에 잘 나오시지 않는다 들었습니다."

 

 "...오늘은 날이 좋아서 나와보았소."

 

 "예.. 그렇군요."

 

 

 그러고선 대화가 끊겼다.

 한은 대화를 이어가고 싶었으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고,

 휘연은 이 대화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

 

 

 

 침묵이 이어지다가,

 

 

 "헌데.."

 

 "?"

 

 "빈궁은 그 상인과.. 대체 어떤 대화를 나눈 것이오?"

 

 "아, 그것이.."

 

 "내게 말할 수 없는 것이오?"

 

 

 

 '말하기 뭐하긴 한데... 아니, 근데 언제부터 그렇게 관심이 많았다고? 설마.. 서화가 화민을 마음에 두고 있다 생각하여 아직까지 신경쓰는 것인가?'

 

 휘연은 속으로 생각하며 한에게 뭐라 할지 말을 골랐다.

 

 

 

 "아.. 저하, 그저 별 얘기 아니었습니다."

 

 "그렇소?"

 

 "예."

 

 "헌데 그리 환하게 웃은 것이로군.."

 

 

 한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하였다.

 

 

 "예? 저하, 무어라 하셨습니까?"

 

 "아, 아니오. 별 말 아니었소."

 

 "예, 저하."

 

 

 허나, 휘연은 듣지 못하였다.

 한은 그 사실이 더 씁쓸하다고 느꼈다.

 휘연의 신경이 온통 다른 곳에 가 있다고 느껴졌기에.

 

 

 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휘연은 한의 표정을 살피며 말을 이었다.

 

 

 "저하, 혹.. 그자가 신경쓰이십니까?"

 

 "..."

 

 "만약 그러신 거라면.."

 

 "왜 내가 그자를 신경쓰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소?"

 

 "그야 당연히.."

 

 "서화 때문에?"

 

 "예, 저하. 아닙니까?"

 

 "..."

 

 "여하튼.. 그런 이유 때문이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서화도, 화민도 서로를 그런 마음으로 보고 있지는 않으니까요."

 

 "..."

 

 "제가 두 사람에게 직접 들은 것이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한은 대답이 없었다.

 휘연은 한의 표정이 아까보다 더 어두워졌다고 느꼈다.

 

 

 '왜 그러는 거지? 내 말이 믿음이 가지 않아서 그런 것인가?'

 

 그리 생각하니 휘연은 조금 속이 상하였다.

 

 

 '그래도 그간 함께 보낸 시간들이 있지 않은가.. 내가 그렇게 못 미더운 사람인가..?'

 

 휘연은 자꾸 생각하다보니

 섭섭한 마음이 더 커졌다.

 허나, 한의 표정이 너무 안 좋아보여서 더 이상 말할 수 없었다.

 

 

 

 ...

 

 

 

 

 한은 한참을 가만히 있다 입을 열었다.

 

 

 

 "빈궁은."

 

 "예?"

 

 "빈궁은 어떻소?"

 

 "무엇이 말입니까?"

 

 "빈궁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무엇을.. 말입니까?"

 

 "화민."

 

 "!"

 

 "그자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소?"

 

 "그야.."

 

 "그저 벗이오?"

 

 "..."

 

 "그자는 빈궁에게 그저 벗일 뿐이오?"

 

 "...저하, 그걸 물으시는 연유가 무엇입니까?"

 

 "빈궁."

 

 "예, 저하."

 

 "내가 먼저 물었소."

 

 "..."

 

 "아직도 빈궁에게.. 그자는 그저 벗인지 궁금하오."

 

 "...예."

 

 "그렇군."

 

 

 

 휘연은 한의 위압적인 모습에 기가 눌렸다.

 또한, 왜 그리 캐묻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한은 휘연의 말에 또 한번 가슴이 저릿하였다.

 저리 태연하지도 못하게 거짓을 말하는 모습을 보니, 자신이 우려했던 일이 사실이 된 것만 같아서.

 

 휘연의 마음이 그를 향하고 있다고 확인시켜주는 것만 같아서.

 

 

 

 

 그동안 제법 가까워졌다고 생각하였던 두 사람은 다시금 멀어졌다.

 

 

 하지만, 두 사람 다 어떤 식으로 관계를 풀어가야 하는지 알지 못하였다.

 

 워낙에 서툰 그들이었으므로.

 

 시간이 해결해주길 기다려야 했다.

 

 

 

 

 

 

 

 

 

 

 -

 

 

 

 

 

 

 

 

 

 

 해가 저물자,

 궐에서 상인들이 하나 둘씩 나왔다.

 

 

 화민과 성연 역시 궐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열심히 길을 가던 중,

 

 화민과 성연의 앞을 누군가 가로막았다.

 

 

 성연은 반사적으로 화민을 뒤로 보낸 뒤,

 허리춤에 찬 단검을 꺼내들었다.

 

 

 "누구시오?"

 

 "검을 내려라."

 

 "누구냐 물었소."

 

 

 그러자,

 성연의 앞에 선 사내 뒤에서 누군가 걸어나왔다.

 

 

 "!"

 

 

 성연은 그자의 얼굴을 보고 화들짝 놀라 검을 떨어뜨렸다.

 

 

 "세, 세자 저하."

 

 

 한이었다.

 

 한이 화민과 성연의 앞을 가로막은 것이었다.

 

 

 한이 얼굴을 드러내자,

 성연의 뒤에 있던 화민이 앞으로 나왔다.

 

 

 "..저하께서 이곳엔 어쩐 일이십니까?"

 

 "그다지 놀라지 않는군."

 

 "워낙 별의별 일을 다 겪어보아서."

 

 "내가 이렇게 찾아올 줄 알았다는 듯이.."

 

 

 화민은 말 끝을 흐렸고,

 한 역시 지지 않았다.

 

 둘 사이의 신경전이 대단하였다.

 

 

 성연은 괜히 불편해졌다.

 

 

 "혹, 화민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신 거라면.. 자리를 피해드리겠습니다."

 

 

 성연은 두 사람의 눈치를 살피며 말하였다.

 화민이 고갯짓을 하자 성연은 두 사람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동하였다.

 

 

 한과 화민 사이에 짧은 침묵이 흘렀다.

 

 화민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저를 이렇게.. 불쑥 찾아오신 이유가 있으실 텐데요."

 

 "그걸 자네가 모르진 않을 것이라 생각하네."

 

 "..모릅니다."

 

 "..."

 

 

 한은 화민을 노려보았다.

 

 화민은 한을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한은 그런 화민의 눈빛에 연민이 서려있다 생각하여 기분이 나빴다.

 

 

 

 "자네가 지금.. 나를 어떤 눈빛으로 보고 있는지 아는가?"

 

 "...어떻습니까?"

 

 "불쌍한 녀석.. 안타까운 녀석... 누구에게도 사랑 받지 못하는 안쓰러운 녀석...."

 

 "..."

 

 "이런 눈빛이네."

 

 "..제가 설마 저하께 그런 눈빛을 하겠습니까."

 

 "그러게 말이네. 자네 같은 사람이 뭐라도 되는 양, 나를 그렇게 바라보는 것이 몹시 기분이 불편하네."

 

 "송구하옵니다."

 

 "자네는."

 

 "예, 저하."

 

 "내가 정녕 왜 여기까지 찾아왔는지 모르는 것인가?"

 

 "소인이 어찌 알겠습니까. 저하의 깊은 뜻을.."

 

 "..."

 

 "..."

 

 "..서화와는."

 

 "예."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닌 것인가?"

 

 "...제겐 그저 누이 동생 같은 아입니다."

 

 "그래.. 그렇군."

 

 "궁금하신 것이 더 있으십니까?"

 

 "..."

 

 "없으시다면 이만.."

 

 "빈궁은."

 

 

 화민이 이만 자리를 떠나려하자,

 한은 그제야 속마음을 꺼내보였다.

 

 

 "자네에게 빈궁은.. 어떤 사람인가?"

 

 "..."

 

 "그저 벗인가?"

 

 "..마마께도 물어보셨습니까?"

 

 "..."

 

 "마마께서는 뭐라시던가요?"

 

 "그저.. 벗이라고... 하였네."

 

 "..."

 

 "자네도 그러한가?"

 

 "....예."

 

 "...어째서?"

 

 

 되려 묻는 한의 말에

 화민은 실소를 터뜨렸다.

 

 

 "흠, 흠.. 송구하옵니다, 저하."

 

 "되었네."

 

 "어째서인지 궁금하십니까?"

 

 "..."

 

 "..그럴 수밖에는 없습니다. 마마께서 그저 벗이라 하시는데... 제가 무어라 말하겠습니까."

 

 "..하지만 빈궁은."

 

 "저하."

 

 "?"

 

 "저하가 아무리 물으셔도.. 마마의 대답과 저의 대답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째서인가?"

 

 "그 대답이 거짓이라 하더라도.. 거짓을 고할 수 밖에는 없으니까요."

 

 "왜?"

 

 "저하는 저하시고, 마마는 세자빈이시니까요."

 

 

 한은 대답이 없었다.

 화민 역시 더 말을 잇지 않았다.

 

 

 기다리던 성연이 둘에게 다가왔다.

 

 

 "저, 화민.. 이만 가야 하지 않겠어? 날이 많이 어두워졌는데.."

 

 "어, 그러네. 저하, 더 하실 말씀 없으시면 저희는 이만.."

 

 "그러면.."

 

 "?"

 

 

 화민과 성연이 몸을 돌려 이만 가려는데,

 한이 화민을 붙잡았다.

 

 

 "만약 빈궁이.. 세자빈이 아니었다면..."

 

 "..."

 

 "그랬다면 자네의 대답이 달라졌겠소?"

 

 "..그랬다면."

 

 "..."

 

 "지금 이리 마마를 혼자 두지 않았을 겁니다."

 

 "!"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화민은 한에게 인사하고서는 성큼성큼 걸어갔다.

 

 성연도 한에게 인사한 뒤, 화민의 뒤를 따랐다.

 

 

 

 한은 벙찐 얼굴로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

 

 

 

 

 

 

 

 

 

 

 

 

 

 

 성연의 집.

 

 

 

 

 

 "화민."

 

 "왜."

 

 "밖에 좀 나가 봐."

 

 "아, 뭔데.. 나 오늘 몹시 피곤하거든?"

 

 "나가 봐."

 

 

 화민은 투덜대며 방 밖으로 나왔다.

 

 

 나오니 서화가 서 있었다.

 

 

 

 "..."

 

 "화민."

 

 "아.. 오늘 왜 이렇게들 나를 찾는 거야."

 

 

 화민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귀찮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왜 또 오셨습니까?"

 

 "네가 궐에 또 오라며."

 

 "그거는.."

 

 "내가 또 가서 싫으냐? 그래서 얼굴도 안 비춘 것이냐?"

 

 "..일이 바빴습니다."

 

 "..그래."

 

 

 화민은 서화를 바라보며 마루에 걸터앉았다.

 

 

 "너도 앉아."

 

 "..."

 

 "좀 앉아. 뛰어와서 발도 아프겠구만."

 

 

 서화는 화민을 바라보다 슬며시 마루에 앉았다.

 

 

 "대체.. 무슨 생각이십니까?"

 

 "그냥."

 

 "뭐가 그냥입니까?"

 

 "..."

 

 "제가 자주 나올 것이니 궐에는 오지 않으셔도 된다 하였습니다. 헌데.. 왜 또 오신 겁니까?"

 

 "..."

 

 "마마 때문입니까?"

 

 "..."

 

 "빈궁 마마 때문입니까?"

 

 

 화민은 서화를 바라보다 혼잣말 하듯 내뱉었다.

 

 

 "몰라서 묻는 것도 아니면서.."

 

 "!"

 

 "다들.. 몰라서 물어보는 것도 아니면서.. 왜 자꾸 묻는 거야."

 

 "누가 또 무엇을 물어보았습니까?"

 

 "확인 받고 싶은 건가, 아니면 부인해주길 바라는 건가?"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

 

 "..화민."

 

 

 

 화민은 말이 없었다.

 

 서화는 그런 화민을 잠시 가만히 바라보았다.

 

 화민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서화는 그 웃음을 보고 있자니 그만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서화야."

 

 "...예."

 

 "나도 모르겠다."

 

 "..."

 

 "그저 마음 가는 대로 한번 해보고 싶었다."

 

 "..."

 

 "그저.. 한번 더 보고 싶어서."

 

 "..."

 

 "그래서 그랬다."

 

 "하지만.."

 

 "안다, 나도. 아무리 마음이 가더라도 그 마음을 거두어야 할 때도 있다는 것을. 마음을 주어선 아니 되는 이가 있다는 것을."

 

 "..."

 

 "그래도.. 마음이 간다면 어떡하겠느냐?"

 

 "..."

 

 "자꾸.. 자꾸 욕심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더 중요한 것을 생각하십시오."

 

 "..그래, 그게 맞겠지."

 

 "그동안 준비해온 일들을 생각하십시오."

 

 

 서화는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화민은 그 말이 맞다 생각하면서도,

 서화가 말하는 순간

 마음이 쿡쿡 쑤셨다.

 

 

 작고 얇은 바늘이 자신을 찌르고 있는 느낌이었다.

 

 

 곧,

 그 바늘이 점점 몸집을 키울 것만 같았다.

 

 

 화민은 두려웠다.

 

 

 

 서화는 그런 화민의 마음을 눈치 채고 말하였다.

 

 

 "화민."

 

 "?"

 

 "당신의 뜻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뜻이기도 합니다."

 

 "!"

 

 "당신이 흔들린다면, 우리는..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

 

 "그동안 흘렸던 무고한 피들의 무게를 생각하십시오."

 

 "..."

 

 "..그들의 억울한.. 죽음을 생각하십시오."

 

 

 서화는 말하다 목이 메었다.

 

 화민은 그런 서화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래."

 

 "..."

 

 "걱정 말거라. 나도.. 사사로운 감정으로 일을 그르칠 생각은 없다."

 

 "..."

 

 "그저.. 조금 더 나은 때에 만났더라면 좋았겠노라 생각할 뿐이다."

 

 

 

 

 

 

 '마음이 더 커지지 않게.. 애써야만 해.'

 

 

 화민은 속으로 결심하고 또 다짐하였다.

 

 

 지켜지기 힘든, 지켜지지 못할,

 

 하여

 

 끝내 지켜질 수 없는 말일지라도.

 

 

 

 자꾸만 되뇌이지 않으면

 화민은 무너질 것만 같았다.

 

 

 다 포기하고 싶어질 것만 같았다.

 

 

 

 그저 휘연에게로 가고 싶을 것만 같아서.

 

 

 휘연과 함께하고 싶어질 것만 같아서.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아서.

 

 

 

 

 함께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자꾸만 함께할 미래를 그리게 될 것 같아서.

 

 

 

 

 화민은 자꾸만 스스로를 다독였다.

 

 

 

 

 이런 밤에는

 

 화민 말고도

 누군가를 생각하며

 마음 아픈 이와 걱정하는 이가

 한 둘이 아니었지만

 

 

 

 유난히,

 

 화민에게 너무 가혹한 밤이었다.

 

 

 

 

 

 

 

 

 

 

 

 

 -

 

 

 

 

 

 

 

 

 

 

 

 다음날 아침,

 

 

 

 

 동궁전.

 

 

 

 

 

 한은 처소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머릿속이 너무 복잡하여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고는 누군가 급히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저, 저하!"

 

 "무슨 일인가?"

 

 "마, 마마께서."

 

 "?"

 

 "빈궁 마마께서 다치셨다고 하옵니다."

 

 "뭐라?"

 

 

 한은 심히 놀라 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금 빈궁은 어디 있는가?"

 

 "처소에 계십니다."

 

 

 한은 곧장 휘연에게로 향했다.

 

 

 '다쳤다고? 어디서? 어쩌다? 왜 다친 거지? 아니, 이 이른 아침부터 다칠 일이 뭐가 있단 말인가.. 크게 다친 것일까? 그런 거라면 어쩌지.. 어의는 부른 것인가?'

 

 한은 온갖 걱정과 생각을 하며 휘연에게로 갔다.

 

 

 "빈궁!"

 

 "저, 저하. 이리 갑작스레 어쩐 일이십니까?"

 

 "빈궁, 빈궁은 어디있는가?"

 

 "안에 계십니다."

 

 

 한은 문을 벌컥 열고선 안으로 들어갔다.

 

 

 "빈궁!"

 

 "저하?"

 

 "어찌 된 일이오? 몸은 괜찮소?"

 

 "무엇을 말입니까? 아.."

 

 "많이 다친 것이오? 어디가 다친 것이오?"

 

 "..괜찮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오."

 

 "서화더러.. 처소에서 푹 쉬라 일러두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서화가 걱정되어 오신 것 아닙니까?"

 

 "그게 무슨.. 서화가 다쳤소?"

 

 "그 때문에 오신 게 아니십니까?"

 

 "아니, 나는.. 빈궁이 다쳤다고 하기에...."

 

 "다친 사람은 제가 아니라.. 서화입니다."

 

 "..."

 

 "서화가 계단에서 내려오다 발을 헛디뎌서.. 다쳤습니다."

 

 "아..."

 

 "알고 오신 게 아니시군요?"

 

 "그럼 빈궁이 다쳤다는 건.."

 

 "아, 저는 서화를 붙잡으려다.. 잠시 넘어졌을 뿐입니다."

 

 "넘어졌다고? 괜찮은 것이오?"

 

 "예, 저하. 괜찮습니다. 다친 곳은 없으니.. 걱정 마십시오."

 

 "다행이오. 빈궁이 다쳤다는 말을 듣고 어찌나 걱정..."

 

 

 

 한은 말을 잇지 못하였다.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껴졌기에.

 

 

 

 '왜 내가... 빈궁을 이렇게 걱정하고 있는 것이지..?'

 

 

 

 

 '서화가 다쳤다는데.. 왜 빈궁이 다치지 않은 것에 더 안도하고 있는 거지?'

 

 

 

 

 '!'

 

 

 

 

 한은 드디어 자각하였다.

 

 

 왜 자꾸 자신의 마음이 불편했던 건지,

 

 왜 자꾸 화민이 신경쓰였던 건지,

 

 왜 자꾸 서운하고 섭섭한 마음이 들었던 건지,

 

 왜 휘연에게 가락지를 주고 싶었던 건지,

 

 

 어째서 자신이 휘연이 다쳤다는 소식에 이리 부리나케 달려온 것인지

 

 

 드디어 깨달았다.

 

 

 

 

 

 

 

 한의 첫사랑은 이미 끝났다.

 

 

 

 

 

 

 한에겐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고 있었다.

 

 

 

 

 

 

 추웠던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이 오듯이

 

 또 다시 꽃이 피듯이

 

 

 

 

 

 

 한에게도

 

 

 새로운 봄이

 

 

 왔다.

 

 

 

 

 

 

 

 

 

 

 

 

 

 
작가의 말
 

 새로운 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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