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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연서
작가 : 희연
작품등록일 : 2022.1.19

그리워할 戀, 글 書.
애정과 그리움을 담아 보내는 편지.
그러니까 이 모든 건 너에게 보내는 편지인 것이다.
내가 너에게 보내는 연서인 것이다.

 
08.
작성일 : 22-02-02 14:12     조회 : 189     추천 : 0     분량 : 3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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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한이 서화를 다시 만난 건,

 그날로부터 오래 지나지 않아서였다.

 

 

 꽃이 피는 날, 한은 결국 궐 밖으로

 나가지 못하였고,

 서화는 기다리다 지쳐 돌아갔으니..

 

 

 한이 그곳에 다시 안 가본 것은 아니었다.

 후에 그 연못을 다시 찾았으나 서화를 마주하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동궁전에서 일하던 나인들 사이에서 전염병이 돌아

 그들은 전부 출궁하고, 새로운 나인들이 들어오게 되었다.

 

 

 

 "저하, 오늘부터 저하를 모시게 된 새로운 동궁전 나인들이옵니다."

 

 "..그러하구나."

 

 

 

 한은 서화와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죄책감이 들었고, 또 서화를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커져버렸기에 요며칠 계속 상태가 좋지 못했다.

 하여 기운없이 겨우 대답만 했다.

 그래도 한은 새로운 나인들의 얼굴을 익혀두는 것이 낫다 생각해 그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나인들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세자의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두려웠다.

 감히 세자를 똑바로 쳐다볼 수는 없었기에 모두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세자는 그런 그들의 모습이 싫지 않으면서도 우스웠다.

 

 

 '무엇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나인데.. 왜 저리들 두려워하는 것인지..'

 

 

 마음이 쓰려와 금세 눈에 눈물이 고였다.

 혹시라도 눈물이 흐를까 염려되어 억지로 미소를 지어보았다.

 아주 슬픈 미소였으나, 누구도 본 이가 없었다.

 

 한이 그렇게 시선을 돌리려던 때에,

 나인 중 하나가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

 

 

 그 나인의 눈과 한의 눈이 마주쳤다.

 둘의 눈이 동시에 커졌다.

 

 놀라움으로 가득했던 눈은 놀라움, 반가움, 서운함, 미안함이 한데 뒤섞여 있는 눈빛으로 변했다.

 그런 눈빛을 서로 주고 받았다.

 

 

 둘은 그렇게 한참을 서로 바라보았다.

 

 

 마치 그 자리에 둘만 존재하는 것처럼.

 누구 하나 먼저 시선을 거두는 이가 없었다.

 서로가 서로를 눈에 가득 담았다.

 

 시간이 멈춘 듯 하였다.

 

 

 

 "저하, 왜 그러십니까?"

 

 "..."

 

 "저하?"

 

 "저 자는.. 이름이 무엇인가?"

 

 

 한은 아직도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나인을 가리키며 물었다.

 자신도 그 나인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내관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향하자, 나인은 잽싸게 고개를 다시 숙였다.

 

 

 

 "저 아이는.."

 

 "..."

 

 "정가(家) 서화라고 하옵니다."

 

 

 

 

 

 

 

 

 

 -

 

 

 

 

 

 

 

 

 

 "어찌 된 것이냐?"

 

 "..."

 

 "네가 왜 여기에.."

 

 "저하."

 

 "저하라고 부르지 말거라."

 

 "그럴 순 없습니다."

 

 "서화야."

 

 "예, 저하."

 

 "몹시 보고 싶었다."

 

 

 서화는 놀랐다.

 한이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기에.

 허나 더 놀란 까닭은..

 

 

 한이 그 말을 하며 자신을 품에 안았기 때문이었다.

 

 

 "저하, 이러시면.."

 

 "잠시만.. 잠시만 이리 있어주면 안 되겠느냐.."

 

 "..."

 

 

 

 한은 서화를 품에 안은 채 한참을 서 있었다.

 한은 더할 나위없이 기뻤다.

 그리 보고 싶었던 이를 이리 다시 만나다니..

 운명이 있다면 이런 것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서화야, 이곳엔 어떻게 온 것이냐?"

 

 "그저.. 새로운 나인을 구한다기에..."

 

 "혹.. 그날 거기서 나를 기다렸느냐..?"

 

 "..."

 

 "아니면 너도 나오지 않았느냐.."

 

 

 

 서화는 한참을 가만히 있다 대답하였다.

 

 

 

 "기다렸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미안하구나..."

 

 "저하께서는 왜 그날 나오지 않으신 것입니까?"

 

 "그게.."

 

 "왜 제게.. 거짓말을 하셨습니까?"

 

 "그건... 그날은 나갈 수가 없었다. 어마마마께서 궐 밖에 나가는 걸 허락하지 않으셔서.."

 

 

 서화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변했다.

 몹시 차갑고 사나운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거짓말은.. 어쩔 수가 없었다. 내가 누구인지 밝히는 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란 생각이 들었기에.. 그럴 수 없었다."

 

 "그날 제게 하신 말씀 중에 단 하나라도 진실이.. 진심이 있으셨습니까?"

 

 

 한은 너무나 미안해졌다.

 서화의 상처받은 듯한 얼굴에 가슴이 아팠다.

 

 

 "너를 다시 만나고 싶다 한 것은 진심이었다."

 

 "..."

 

 "그곳이 형과의 추억이 있던 곳이라는 것도.. 형을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도.. 다 사실이다..."

 

 

 서화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날 이후로 온통 네 생각 뿐이었다. 너와 다시 만나게 될 날만을 기다리며 살았다. 꽃이 피기만을 기다리며, 바라며 살았다."

 

 "..."

 

 "하여 그날이 되었을 때, 내가 어찌나 들떴는지 아느냐."

 

 "..."

 

 "네가 기다리고 있는 줄을 알면서도 그곳에 닿지 못했던 내 마음이.. 어찌나 아팠는지 아느냔 말이다."

 

 

 서화는 대답이 없었다.

 

 

 "늘 형을 생각하며 살던 내가.. 처음으로 형 생각을 하지 않고 버티던 날들이었다."

 

 "!"

 

 "형을 잠시 잊고 지낼 만큼.. 내내 너를 생각하였다."

 

 

 서화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제가 저하께 벌써 그런 사람이 된 것입니까?"

 

 "..그래."

 

 "돌아가신 형을 잊으실 정도로.. 제가 저하께 소중한 사람이 된 것입니까?"

 

 "그렇다."

 

 "참으로..."

 

 

 

 서화가 무어라 말하였으나,

 한은 서화의 눈물을 닦아주느라 듣지 못하였다.

 

 한은 서화의 우는 모습조차도 매우 아름답다고 생각하였다.

 눈물이 마치 옥구슬 같다고 생각하였다.

 

 서화가 왜 이리 눈물을 흘리는 것인지 알 수 없으나,

 기뻐서 흘리는 눈물 쪽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

 

 

 

 

 

 

 

 

 

 

 제가 반드시 서화의 마음을 저하께로 돌릴 것이니 저하께서는.."

 

 "?"

 

 "저를.."

 

 

 ...

 

 

 

 "폐위시켜 주십시오."

 

 "그게 무슨 말이오?"

 

 "말 그대로.. 폐위시켜 달라는 말입니다."

 

 "아니.. 폐위를.. 왜?"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서화가 저하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허나.. 폐위는 그리 쉽게 말할 수 있는 일이 아니오."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한은 휘연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세상에 자신을 폐위해달라 말하는 세자빈이 어디있단 말인가.

 

 

 "지금은 전하께서 계시니 서화를 저하의 옆에 두기 어렵지 않습니까. 허나 저하께서 왕이 되신다면 얼마든지 서화를 저하의 곁에 있게 할 수 있습니다. 감히 임금의 명을 거역할 수는 없을 터이니."

 

 "난 그런 식으로 서화를 붙잡아 두고 싶지는 않소. 서화가 진심으로 나를 사랑하여 내 곁에 있기를 자처한 것이라면 모를까."

 

 "예, 그러시겠지요. 그러니 제가 서화의 마음을 돌리겠다 한 것 아니겠습니까. 자, 그럼 저하께서 왕이 되시고, 서화의 마음을 돌리고 난 후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그건.."

 

 "예, 바로 제가 되겠지요. 지금은 세자빈이나 후에 중전이 될 제가 유일한 걸림돌이겠지요."

 

 "..."

 

 "허나 저는 걸림돌이 되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중전의 자리를 지키고 싶지도, 서화와 괜한 기싸움을 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

 

 "하여, 제가 조용히 빠져드릴 테니.. 저하께선 서화를 중전의 자리에 앉히시면 됩니다."

 

 "그럼 빈궁은.."

 

 "저하께선 제가 폐위되어야 할 마땅한 명분을 만드셔서 저를 폐위하십시오."

 

 "허면.."

 

 "저를 그저 이 궐 밖으로 내보내 주십시오.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할 것입니다."

 

 "빈궁은.. 정말 그러고 싶은 것이오?"

 

 "예, 저하."

 

 "그 정도로 신국이 싫은 것이오?"

 

 "신국이 싫은 것보다는.. 그저 궐 안에서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견디기 힘들 뿐입니다."

 

 "..."

 

 "서화가 만약.. 내게 돌아오지 않거나, 중전이 되길 거부한다면..."

 

 "저하.. 그러니 강해지셔야 합니다. 서화가 감히 그런 선택을 생각할 수도 없을 정도로 강해지셔야 합니다."

 

 

 

 

 휘연은 한이 안쓰러웠다.

 제 코가 석자임에도, 한의 처지가 안쓰러웠다.

 무엇이 세자를 저리 만든 것일까.

 어째서 저리도 겁 많고, 두려운 것 투성이인 삶을 살게 되었을까.

 무엇 하나 자신하지 못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이 하나 지키지 못하고.

 

 

 

 한은 휘연이 안쓰러웠다.

 자신을 도와주겠다 당차게 말하는 휘연이

 사실은 버림 받을까 봐 무서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미 한번 아버지에게, 나라에게 버림 받은 휘연이

 또 한번 버려지는 것이 두려워 자신이 먼저 모든 것을

 버리기로 결심했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휘연과 한은 서로를 몹시 안쓰러워했다.

 허나 둘 중 누구도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숨기고 싶어하는 모습을 서로에게 들켰다는 것도,

 서로 닮은 모습이 제법 많다는 것도,

 서로가 서로를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도.

 

 

 

 

 

 

 달빛이 찬란한 밤이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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