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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연서
작가 : 희연
작품등록일 : 2022.1.19

그리워할 戀, 글 書.
애정과 그리움을 담아 보내는 편지.
그러니까 이 모든 건 너에게 보내는 편지인 것이다.
내가 너에게 보내는 연서인 것이다.

 
20.
작성일 : 22-02-22 20:44     조회 : 177     추천 : 0     분량 : 6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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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은 요즘 도통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가만히 누워있으면 자꾸 누군가 떠올라서.

 

 

 

 '화민..'

 

 

 

 얼마 전, 휘연과 함께 있던 화민이 자꾸만 떠올랐다.

 

 

 '빈궁과는 어떻게 가까워진 것이지?'

 

 

 ...

 

 

 '원래 아무에게나 잘 다가가는 편인가?'

 

 

 화민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보면,

 자연스레 휘연이 떠올랐다.

 

 

 

 휘연의 미소.

 

 화민에게 보여주던 밝은 미소.

 

 그 아름답고도 환한 미소.

 

 

 

 한의 앞에서는 보여준 적 없는 웃음이었다.

 그렇게 맑고 편안해 보이는 휘연의 얼굴은 처음이었다.

 

 

 처음이었다.

 

 

 ...

 

 

 

 그러고 보니,

 서화도 예전에 그런 표정을 지은 적이 있었다.

 

 자신이 아닌 다른 이의 앞에서.

 

 

 

 한은 그때의 서화가

 자신이 태어나서 마주한 이들 중

 가장 아름다웠다고 생각하였다.

 

 또한,

 가장 가슴 아팠다.

 

 

 

 그리고 오늘,

 그때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내게는 보여주지 않던 미소를 그런 식으로 보게 되다니..'

 

 

 한은 슬펐다.

 그리고 어딘가 찜찜했다.

 

 꼭 누군가의 몫을 빼앗은 기분이었다.

 자신이 가져서는 안 되는 무언가를 애써 손에 쥐고 있는 기분이었다.

 

 

 

 

 

 

 

 

 

 

 -

 

 

 

 

 

 

 

 

 

 

 성연의 집.

 

 

 

 

 "만나셨습니까?"

 

 "그래."

 

 "별 말씀 안 하시던가요?"

 

 "내게 화가 난 듯 보였네."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신 겁니까?"

 

 "빈궁 마마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는데 갑자기 저하께서 끼어드셔서는.. 무슨 얘기 중이었냐고 물으셔서 비밀이라고 한 것밖에는 없네."

 

 "그게 무슨.."

 

 "그래서 내게 화를 내셨네. 헌데 마마께서 말려주셨지."

 

 "어쩌시려고 그러신 겁니까? 조심 좀 하십시오!"

 

 

 서화는 화민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며칠 전, 화민이 궁에서 한을 만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서화는 부리나케 성연의 집으로 왔다.

 

 와서는 화민에게 계속 잔소리를 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궐에는 왜 오신 겁니까?"

 

 "서화 너 잘 있나 보려고."

 

 "..."

 

 "정말로."

 

 "거짓말 하지 마십시오."

 

 

 서화가 예리하게 화민을 째려보자,

 화민은 멋쩍게 웃으며 말하였다.

 

 

 "..마마께서는 잘 계시나 하고."

 

 "도대체.."

 

 "그냥.. 정말 보고만 오려고 했는데, 마침 내 앞을 지나가셔서..."

 

 "그래서 그 되도 않는 탈춤까지 추신 겁니까?"

 

 "너한테 바로 걸릴 줄은 몰랐는데.."

 

 

 

 그날, 서화는 연회장에서 화민을 알아보았다.

 

 탈춤을 춘다고 가면까지 쓰고 있었지만,

 서화는 보자마자 화민임을 알아차렸다.

 

 하여 화민을 찾기 위해

 연회장 곳곳을 둘러보다가

 몹쓸 작자에게 붙잡혔던 것이다.

 

 한과 휘연이 자신을 구해주어 고맙긴 했지만,

 그 길로 화민을 놓쳤고

 결국 서화는 처소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너무 무모하셨습니다."

 

 "..."

 

 "궐 안에서 무슨 일을 당할지도 모르는데.."

 

 "서화야."

 

 

 서화가 걱정어린 충고를 건네는데,

 화민이 갑자기 진지한 목소리로 서화를 불렀다.

 

 

 "예?"

 

 "때로는.."

 

 

 ...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만나고 싶은 이가 있는 법이다."

 

 "..."

 

 "이번 일은 내가 잘못하였다."

 

 "..예."

 

 "앞으로 네가 걱정할 만한 일은 하지 않으마."

 

 "..알겠습니다."

 

 

 

 화민이 저리 말하니,

 서화도 달리 할 말이 없었다.

 

 

 

 "뭐 하나..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그래."

 

 "혹.. 빈궁 마마를... 그리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

 

 "그런 거라면.."

 

 "아니다."

 

 "..."

 

 "아니야."

 

 "예.. 알겠습니다."

 

 

 

 '아니어야 해.'

 

 화민은 속으로 생각하였다.

 지켜지지 못할 결심이었다.

 

 

 

 

 

 

 

 

 

 

 

 -

 

 

 

 

 

 

 

 

 

 

 

 

 동궁전.

 

 

 

 

 

 휘연은 이른 아침부터 산책을 하고 있었다.

 서화도 동행하였다.

 

 

 "마마, 아직은 날이 많이 춥지 않으십니까?"

 

 "이정도야 뭐.. 겨우내 겪었던 추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도.."

 

 "서화 너는 추위에 약한 편인가 보구나."

 

 "아.. 송구하옵니다."

 

 "뭘 이런 걸로 송구하고 그러니. 너도 참.."

 

 

 휘연은 그런 서화가 귀여운 듯 피식 웃었다.

 

 

 "아, 참. 얼마 전에 궐에서 화민을 만났단다."

 

 "예, 마마."

 

 "놀라지 않는 것을 보니 이미 알고 있던 것이로구나."

 

 "예, 들었습니다."

 

 "그자는 참.. 신기한 구석이 많은 사람 같다."

 

 "...예, 화민이 좀.. 별난 구석이 많지요."

 

 "그게 싫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예?"

 

 

 휘연은 아차 싶어서 말을 아꼈다.

 서화는 궁금한 얼굴로 휘연을 바라봤지만

 휘연은 애써 그 시선을 모른 척 하였다.

 

 둘 사이에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이내 휘연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또 그자와 너의 사이에 대해 묻는다면.. 답을 할 것이냐?"

 

 "..."

 

 "하지 않는다면 별 수 없지만.."

 

 "그저.."

 

 "?"

 

 "제게 오라버니 같은 사람입니다."

 

 "..."

 

 "몹시 고맙고.. 또 소중한 사람입니다."

 

 "..그래."

 

 "제겐 가족이나 다름 없습니다."

 

 "알았다."

 

 

 왠지 휘연은 눈치가 보였다.

 괜한 것을 물었나 싶었다.

 서화는 조금 울적해보였다.

 

 

 ...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휘연이 무슨 이야기라도 꺼내야겠다 결심한 순간,

 

 

 

 "마마!"

 

 

 저 멀리서 아현이 반갑게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공주 마마, 이곳에 어쩐 일이십니까?"

 

 "어쩐 일이긴요, 마마와 오라버니를 뵈러 왔습니다."

 

 

 아현은 밝게 웃으며 휘연과 인사하였다.

 그러곤 뒤늦게 서화를 발견하였다.

 

 '이 아이는..'

 

 

 "아, 이 아이는 저와 함께하는 나인들 중 한 사람입니다."

 

 "그때 아바마마께서 보내주셨다던.. 그 아이가 맞지요?"

 

 

 아현은 알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물었다.

 둘 중 하나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허나, 두 사람 다 당황하지 않았다.

 

 

 "예, 맞습니다."

 

 "오라버니께서 많이 아끼셨다 들었는데.. 이리 만나게 되어 반갑구나."

 

 

 아현은 한번 더 심기를 긁는 말을 건넸다.

 

 허나, 이번에도 두 사람 다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공주 마마께서 기억해주시니.. 황송할 따름입니다."

 

 "그래, 자네는 이름이 무엇인가?"

 

 "정가(家) 서화라고 하옵니다, 마마."

 

 "이름이 참으로 어여쁘구나."

 

 "황송하옵니다, 마마."

 

 

 아현은 두 사람 다 별 반응이 없자

 금세 시시해졌다.

 

 서화는 어쩐지 아현에게 몹시 친절하게 굴었다.

 

 휘연은 그런 서화를 보고 있자니

 어딘가 이질감이 들었다.

 

 

 

 "다들 이리 모여서 무엇을 하고 있소?"

 

 

 침묵이 막 시작되려는 때,

 어디선가 한이 나타났다.

 

 

 "서화와 아침 산책을 하던 중에, 공주 마마를 뵈었습니다. 저와 저하를 만나러 오셨다고 합니다."

 

 "오라버니,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그래. 너도 잘 있었느냐?"

 

 "무탈합니다."

 

 

 한은 아현에게 다정하게 인사한 뒤,

 서화에게 시선을 건넸다.

 

 서화는 한과 전혀 다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서화야, 그때는 무사히 잘 들어갔느냐?"

 

 "예, 저하. 저하와 마마 덕분입니다."

 

 "그때라면... 그때가 언젠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아현은 자신만 모르는 이야기를 하자,

 궁금했는지 한에게 물었다.

 

 

 "신연장에서 작은 소란이 있던 때를 말하는 것입니다. 서화가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어 저하와 제가 서화를 도와주었습니다."

 

 

 한이 우물쭈물거리자

 휘연이 대신 답하였다.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많이 놀라셨겠습니다."

 

 "저야 뭐.. 서화가 많이 놀랐을 테지요."

 

 "그럼 그때 오라버니께서 직접 가신 이유가.."

 

 

 아현이 말 끝을 흐렸다.

 한과 휘연, 서화는 아현이 하려던 말이 무엇인지 알았기에

 

 

 ...

 

 

 

 네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

 

 

 

 

 

 

 

 

 

 

 

 

 

 

 "전하, 빈궁 마마께서 오셨사옵니다."

 

 "들라 하라."

 

 "예, 전하."

 

 

 

 휘연이 들어왔다.

 유왕은 근엄한 표정을 지은 채 앉아 있었다.

 

 

 

 "전하, 강녕하셨습니까?"

 

 "그래, 빈궁도 그간 잘 지냈는가."

 

 "예, 덕분에 평안한 날들이었습니다."

 

 "..."

 

 "..."

 

 "무슨 연유로 빈궁을 부른 것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여쭙는다면.. 대답해주실 것입니까?"

 

 

 왕과 휘연 사이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잠시 뒤,

 왕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역시, 빈궁은 제법이군."

 

 "도통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인지.."

 

 "그 아이는 마음에 드는가?"

 

 "그 아이라면.."

 

 "정가(家) 서화."

 

 "!"

 

 "내가 왜 그 아이를 빈궁에게 보냈다고 생각하는가?"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어 모르겠습니다."

 

 "..."

 

 "..."

 

 

 또 한번 묘한 신경전이 이어졌다.

 휘연은 왕의 의중이 무엇인지 알아내려 애썼다.

 

 '원하는 대답이 있는 건가..'

 

 

 

 "하여 빈궁은 그 아이가 마음에 드는가?"

 

 "..예."

 

 "어떠한 이유로?"

 

 "몹시 영민한 아이입니다."

 

 "그게 다인가?"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쓸쓸해 보입니다."

 

 "그런 이유라니.."

 

 "그냥.. 정이 갑니다. 저도 모르게."

 

 "..."

 

 "헌데, 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면 어찌하실 생각이셨습니까?"

 

 "그 아이를 내보낼 생각이었지."

 

 "어째서지요?"

 

 "..빈궁은 지금 정말 몰라서 묻는 것인가?"

 

 "...무엇인지도 말씀을 하지 않으셨는데, 안다 모른다 이야기 할 수 있겠습니까."

 

 

 휘연은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휘연은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유왕을 보았다.

 유왕은 휘연의 눈빛을 찬찬히 살폈다.

 

 

 

 

 "그 아이를 궐에 계속 둘지 말지는.. 빈궁에게 달렸네."

 

 "!"

 

 "그게 내가 오늘 빈궁을 부른 이유고."

 

 "그게 무슨 뜻입니까?"

 

 "세자와 그 아이 사이에 빈궁이 비집고 들어가주었으면 하네."

 

 "..."

 

 "빈궁도, 세자도 처음부터 이 혼인을 탐탁지 않아 했다는 것을 알고 있네."

 

 "..."

 

 "허나, 이미 치뤄진 혼인을 무슨 수로 되돌리겠나. 다른 것도 아닌 나라 간의 혼사를."

 

 "그래서.."

 

 "빈궁, 내 말 아직 안 끝났네. 서로 뜻이 없던 혼인일지라도.. 부부의 연을 맺은 이상 한 평생을 함께 살아야 할 터인데.. 서로 미워하고 서먹해서야 안 되지. 하여, 빈궁이 진심으로 우리 세자를 아껴주었으면 하네."

 

 "그러니까.. 지금 저더러 저하를 진심으로 연모하라는 말씀이십니까?"

 

 "..안 될 것도 없지 않은가. 부부인데. 생판 모르는 이를 마음에 두는 것보다는 매일 얼굴 보는 이를 마음에 두는 것이 모두가 편한 길이네."

 

 "..허나 제가 저하를 진심으로 연모.. 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저하께서 다른 이를 마음에 두시면 소용없는 일 아닙니까?"

 

 "그러니 내 직접 빈궁에게 부탁하는 것이지 않나."

 

 "..."

 

 "세자의 마음이 빈궁을 향하도록."

 

 "..."

 

 "빈궁이 직접 힘써주게."

 

 

 

 유왕은 진심이었다.

 휘연은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라고

 잠시 착각하였는데,

 

 유왕의 표정이 너무 진지하였다.

 

 진심이었다.

 

 

 휘연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부탁을 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

 

 

 휘연은 가만히 생각해보니,

 자신과 한이 했던 약조도 이리 터무니없었음을 깨달았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이리 쉽게 되는 것인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에 다른 이가 개입을 해도 되는 것인가.

 

 

 사람의 마음을 이리 쉽게 다루어도 되는 것인가.

 

 

 

 

 정녕 누군가를 사랑해도 되는 것인가.

 

 사랑할 수 있는 것인가.

 

 

 

 

 '진심으로 연모.. 하게 된다면.'

 

 

 

 ...

 

 

 

 

 '어떻게 될까? 어떨까? 어떤 기분..'

 

 

 

 

 

 휘연은 갑자기 머리가 얼얼해졌다.

 누군가에게 한 대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갑자기 누군가 떠올랐다.

 

 

 

 머릿속에서 어떤 단어 하나가 생각났다.

 

 

 

 

 

 

 '화민'

 

 

 

 

 

 

 잠시 잊고 있던 그의 이름이 떠올랐다.

 

 

 그가 자신을 향해 지어주던 환한 웃음이 떠올랐다.

 

 

 그와 함께 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함께 걸었던 거리,

 

 함께 작품을 구경하던 가게,

 

 우연히 만나 이야기 나누었던 연회장 구석,

 

 

 

 처음 만난 날 그가 주었던 가락지,

 

 다시 만난 날 그가 읽어주던 글귀,

 

 마지막으로 만난 날 보고 싶었다 말하던 그 얼굴.

 

 

 

 

 화민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생생하였다.

 

 

 

 

 "우리 한이를.. 진심으로 사랑해주게."

 

 유왕은 다시 한번 더 진심을 담아 말하였다.

 

 

 

 

 

 '사랑.'

 

 

 

 '사랑.'

 

 

 

 '사랑...'

 

 

 

 

 

 그제서야 깨달은 휘연이었다.

 

 

 그것은 휘연이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제껏 한번도 느껴본 적 없는

 앞으로도 쉬이 찾아오지 않을

 전무후무한

 

 그런 감정이었다.

 

 

 

 

 

 "빈궁."

 

 "..."

 

 "빈궁, 내 부탁이 어려운가?"

 

 "예? 아, 아니.. 그것이...."

 

 "그럼 앞으로 부탁하겠네."

 

 ".....예, 전하."

 

 

 

 얼떨결에 대답해버린 휘연이었다.

 

 

 

 

 

 

 

 

 -

 

 

 

 

 

 

 

 

 동궁전으로 가는 길.

 

 

 

 

 

 휘연은 자각한지 얼마 되지 않은 자신의 감정에 몹시 혼란스러웠다.

 

 

 이제야 막 깨달은,

 그야말로 따끈따끈한 그런 감정이었다.

 

 

 휘연은 그런 감정이 신기하고

 싫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론 의문이 들었다.

 

 

 

 '왜?'

 

 

 

 '대체 왜?'

 

 

 

 "내가 왜?"

 

 "마마?"

 

 

 휘연은 자신도 모르는 새

 생각을 입 밖으로 뱉어냈다.

 

 

 "마마, 왜 그러십니까?"

 

 "아, 아니네.."

 

 "어? 마마, 동궁전 일각문에 사람들이 모여있습니다."

 

 "...무슨 일이지? 오늘 무슨 날.."

 

 

 휘연은 말하는 동시에 깨달았다.

 그동안 바쁘게 지내느라 잊고 있었다.

 

 

 '벌써 한 달이 흘렀구나.'

 

 

 오늘은 달에 한 번,

 상인들이 궐을 방문하는 날이었다.

 

 동궁전 일각문엔 벌써 사람들이 바글바글하였다.

 

 상인들과 나인들, 내관들이 한바탕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그럼..'

 

 

 

 휘연은 매의 눈으로 잽싸게 사람들을 훑었다.

 

 

 

 '어디있지?'

 

 

 

 보이지 않았다.

 

 

 

 '오지 않은 건가?'

 

 

 

 들떠있던 휘연은

 금세 시무룩해졌다.

 

 자신이 참 바보 같다고 느껴졌다.

 

 

 '사람 한 명 때문에 기분이 이리 오르락내리락 하는 꼴이라니..'

 

 

 스스로가 우스웠다.

 

 

 

 

 

 

 "마마!"

 

 

 

 그만 처소로 돌아가려던 휘연을

 누군가 불러세웠다.

 

 

 

 "마마!"

 

 

 

 또 한번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휘연은 누구의 목소리인지 단숨에 알아차렸다.

 

 

 

 그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가 휘연에게로 오고 있었다.

 

 

 

 "마마, 오랜만에 뵙습니다."

 

 

 

 쿵-

 

 

 

 휘연은 그를 보았다.

 

 그가 휘연을 보며 웃었다.

 

 

 

 쿵-

 

 

 

 "그날은 무사히 들어가셨습니까?"

 

 

 

 ...

 

 

 

 

 "마마?"

 

 

 

 

 순식간에 휘연을 둘러싸고 있던 공기가 변하였다.

 

 갑자기 주변이 밝아지고,

 화사해지고,

 아름다워졌다.

 

 추웠던 날씨가 따듯해지고,

 차갑던 바람이 포근해지고,

 무겁던 마음이 깃털처럼 가벼워졌다.

 

 

 

 '신기하다.'

 

 

 

 휘연은 신기했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

 

 처음 겪어보는 이 상황이,

 

 자신의 앞에 서있는 이 사람이

 

 

 신기했다.

 

 

 

 신기하고도, 아름다웠다.

 

 

 

 "마마, 괜찮으십니까?"

 

 "화민."

 

 "예, 마마."

 

 

 

 

 

 

 

 

 ...

 

 

 

 

 

 

 

 

 

 "보고 싶었습니다."

 

 

 

 휘연의 사랑이었다.

 

 

 

 휘연이 처음 겪는 사랑이었다.

 

 

 

 

 

 

 

 

 

 

 

 

 

 

 
작가의 말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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