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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뜨거운 물 한방울
작성일 : 17-07-22 22:52     조회 : 14     추천 : 0     분량 : 6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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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지혁이 힘겨운 전화를 끝내고 밖으로 나와 황망히 밝아진 밖을 보고 있었다

 

 힘이 쭉 빠져서 목이 뻐근했다-

 

 

 계절이 바뀌었다.

 

 

 

 

 그녀를 만난건 초 여름이었는데- 이미 계절은 가을이다.

 

 

 

 

 "후-"

 

 낮게 숨을 내 뱉는다 가슴이 너무너무 갑갑해서

 

 

 

 옅게 밀려오는 죄책감은 점점 짙게 색을 더해, 마음에 내려앉았다.

 

 

 

 

 

 내가 요즘 하민이를 잊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스스로 한다. 나는 늘 그렇다-

 

 내 자신에게 가혹하게 굴고- 그것으로 죄값을 치르는 기분을 받는다.

 

 

 

 그런 생각을 하면 죄책감이 날 날카롭게 내리칠 것을 알고있다. 그러나 부러 그런 생각을 하는것은...

 

 그것으로 내가 조금이라도 용서 받을수 있다면.. 하는 생각 때문이다.

 

 

 

 한동안 하민이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그 뒤에도 꽃은 매번 보내고 있다. 날 잘 아는 사람이니 언제나 풍성하게 준비해서 보낼 것이다.

 

 작약은 흔하게 구할수 있는 꽃이 아님에도- 또 계절마다 매일 나오는 꽃이 아님에도

 

 

 말 없는 그 아주머니는 날 위해 매번 그 꽃을 준비하신다. 나는 그것에 대한 고마움으로

 

 

 

 언제나 가격보다 더 많이- 돈을 지불한다.

 

 

 돈으로 그런 정성을 대신하는 내가... 약간은 천박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런 비릿한 생각과는 반대로- 그녀에게 항상 , 그녀의 곁에는 항상

 

 꽃을 두기로 나는 약속했으니까-

 

 

 

 

 

 나는 .. 지금은 하민이를 볼수가 없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간단한 일이다.

 

 

 그저 보러 가면 되는 일인데...

 

 

 

 

 나는 하민이를 볼수가 없다. 적어도 지금은...

 

 

 

 

 

 마음속에서 희미하게 물어보는 목소리.. '보고 싶지 않은 건 아니고? 너의 죄책감 때문에 말이야...'

 

 내가 설마, 그런맘을 품고나 있을까... 그녀는 언제나 내 심장의 가장 중요한 방에 앉아 있는 사람이다.

 

 

 언제나. 언제나처럼-.... 내가 늘 그래 왔듯이- 다르지 않다.

 

 

 

 나는 나를 잘 알고 있다.

 

 

 나를 잘 알기에 , 나는 망설이고- 볕으로 나서도...

 

 결국엔 여기로 돌아올 것이다.

 

 

 이제 이것이 나의 다짐처럼 들린다. 유혹을 두고 돌아오겠다는

 

 공허한 맹세처럼 들려서

 

 그것조차도 거슬린다.

 

 

 

 

 

 

 내리쬐는 쨍한 빛 속에서 지혁은 참으로 오랫만에 막연한 생각을 했다.

 

 지독하게 외롭단 생각-

 

 

 

 

 참 외롭다고...

 

 

 

 잊고 살았던 단어, 아니 느껴도 그럴 자격조차도 없다고 생각한 단어였다.

 

 

 

 

 

 

 그때 문에서 낮게 소리가 나고 제이미가 돌아왔다.

 

 

 "어... 거실에 있었네요?"

 

 

 

 

 밝게 웃으며 인살 건낸다. 따라 웃어지진 않지만 최대한 무던하게 대답한다.

 

 

 "그래..."

 

 

 

 

 제이미는 가져 갔던 단촐한 짐들을 내려 놓곤 내게 뜬금없는 소리를 했다.

 

 해사하다고 표현할 웃는 얼굴로-

 

 

 

 "저 이제 나가 볼려구요-"

 

 

 

 

 

 잠시의 적막-

 

 그는 그 적막따위 신경쓰지 않는 다는 듯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원래부터- 요 근처에 게스트 하우스 많잖아요- 한옥으로 된-.. 거기서 머무르며 있을 생각으로 왔는데

 

 하민이 어머님 배려로 호텔에 있었어요-..."

 

 

 

 

 그 말까지 하곤 내 눈을 쳐다본다-

 

 

 

 "이젠 당신과 친구가 된것 같으니-... 당신을 자주 찾아와도 된다면야..... 나가 볼까 하구요-

 

 

 

 설마 내가 나간다고 해서 전처럼 변하는건 아니겠죠?"

 

 

 

 

 

 그는 다시 씩 웃는다. 정곡을 찌르는군- 그런 걱정이 되어서 이제껏 망설였나 보다.

 

 하긴 곧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면 그래주면 고마운 일이었다.

 

 뭐라 설명해야 할까- 내가 벌일 일들을

 

 

 

 그러나 괜히 , 공연히 맘이 , 기분이 쳐져온다.

 

 

 

 그래, 분명 좋아야 하는 일인데.... 왜 이리도 진이 빠지는 기분이 들까-

 

 

 

 

 

 "그래"

 

 

 

 

 

 "음?"

 

 

 그는 내 기분따위 상관하지 않고 개구진 미소를 짓는다.

 

 

 

 마치 내 표정이 오히려 반갑다는 듯이-

 

 "조금은 섭섭해 하는 거 같네요- ..."

 

 

 

 

 

 그랬다. 말을 듣고 나자 그런 건가 싶었다. 목이 깔깔한 이런 기분... 그래 이런건 섭섭한게 맞을지도 모르지-

 

 아주 약간이지만- 아주 약간이지만

 

 

 

 처음엔 분명히- 몹시 불쾌했는데- 눈길이 닿는 곳에 커다랗게 툭 놓인 여러가지 스티커가 붙은 꾀죄죄한 가방-

 

 저게 견딜수 없는 시간이 분명히 있었는데-

 

 당장 내쫓지 않는 내가 의문스런 시간이 분명히 있었는데-

 

 

 

 

 지혁은 다른 말을 삼킨다.

 

 

 

 

 

 "다행이네요- 당신이 전혀 섭섭해 하지 않으면... 나 결국엔 미국에 돌아가야 하나 그랬거든요-"

 

 지혁이 낮게 되 물어 온다

 

 

 

 

 "무슨 말이야?"

 

 제이미는 별스런 일이 아니라는 듯이 - 대답해 온다

 

 

 

 

 " 한국에서 한동안 살아 볼까- 하는 중이거든요-"

 

 

 

 

 그의 인생이니 내가 참견할 일은 아니지만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된건지 알고는 싶었다.

 

 한국은 그와는 아무런 인연이 없는 나라가 아닌가- 하민이 말고는

 

 그러면서도 나의 생각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어차피 저는 고향이 없는거나 마찬가지거든요- 마음 붙이면 그곳이 고향이죠-

 

 

 한국 , 좋아요- 말도 통하니 어려울 것도 없고... 한동안은 이렇게 살아 볼려구요-"

 

 

 

 

 지혁은 그의 말에 괜한 간섭같아 말을 하려다가 만다.

 

 

 

 "이것도 저것도 보고-... 좀 지루하면 일도 할까 싶어요-

 

 내 한국말.. 안 어색하죠? 일 할수 있을것 같아요?"

 

 

 

 

 그의 입을 타고 흐르는 말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억양같은것은..하민이 때문에 자연스러운 걸까-... 하민이랑 떨어질 무렵엔

 

 한국말을 못했을 텐데-.. 그런데도 이 남자의 말엔 문득문득- 하민이의 말 같은 느낌이 난다.

 

 

 

 그녀는 작가인 나보다도 훨씬 말을 맛깔나게 할줄 아는 여자였다. 단숨에 마음 깊은 곳의 어떤 것을

 

 

 건드리는... 그런 맘이 드는 말을 할줄 알고 있었다.

 

 

 

 말의 효용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간결하나. 힘이 있었다.

 

 

 

 

 "안 어색해- 잘 하고 있어-.. 단어만 더 잘 알면... 한국인처럼 말한다고 생각할수도 있어-"

 

 

 지혁의 미적미적- 시시한 칭찬에도 그는 씩 웃는다. 더 크게-

 

 

 

 "게스트 하우스 일단 알아보고 왔지만- 하임씨랑 같이 저녁 안 먹을래요?"

 

 

 

 장하임? 그녀의 이름이 나오자 왠지 심장이 찌릿거리는 기분이다

 

 한동안 , 아주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한 , 손이 닿지 않는 어딘가를 건드리는 느낌-

 

 

 

 

 "됐어- 너 친화력 하나는 정말 알아줘야겠다..."

 

 

 

 

 나는 시큰둥하게 대답한다.

 

 그는 역시나 개의치 않는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아니면 밖에서 밥 한번 안 먹을래요? 내가 물어볼게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제이미는 벌떡 일어나서 옆집으로 달려간다-

 

 내가 싫다고 해도 , 개의치 않을 것 처럼 나는 그를 잡으려다 뭐라 말해야 할지를 몰라 말을 멈춘다.

 

 

 

 

 

 

 

 

 

 -

 

 

 문 두드리는 소리에 놀라- 책을 놓고 문을 열자- 문 밖에는 제이미가 서 있었다.

 

 

 말간 얼굴의 그는 옷차림은 엉망이어도 얼굴만큼은 해사하다. 요즘 유행한다는

 

 무릎이 터진 진에다가 뭐라고 쓰여져 있는지 이젠 알아볼수도 없는 영어가 쓰여진 해진 티셔츠

 

 

 그리고 체크무늬 셔츠- 그 셔츠또한 낡아, 얇게 뒤가 비친다. 그런데도 그런 차림이 어색하지 않다.

 

 

 

 

 잘 어울린다.

 

 

 

 

 

 

 

 

 "우리 외식 안 할래요?"

 

 나는 약간은 어리둥절해 반문한다.

 

 

 

 "외식이요?"

 

 

 "나 내일 나갈려구요- 미스터 심 집에서-.. 물론 가까이에 있을 꺼지만-

 

 

 밥이라도 한끼 하고 싶어서요-"

 

 

 

 

 

 

 그는 장난스럽게 씩 웃는다. 그 눈웃음이 , 하민씨를 닮아 있는것 같다.

 

 친구라서 닮은걸까- 아니면 내가 과대 망상을 하고 있는걸까-

 

 나는 속 좁은 내 자신을 조용히 속으로 나무란다.

 

 

 

 

 

 그는 거리낌 없이 우리집으로 들어온다. 대답도 , 묻지도 않고

 

 그러곤 날 방으로 민다-

 

 

 

 "나가서 옷 입고 나와요- 미스터 심이 변덕 부리기 전에-

 

 맛있는거 먹으러 가요!"

 

 

 

 

 뭐라 대답조차 못하고- 떠밀리듯 들어가 옷을 갈아 입는다 , 어이는 없는데도 옷을 고르면서 난 내가 설렌단걸 눈치챈다.

 

 이성이야 뭐라고 얘길 하던- 가슴은 아프도록 솔직하다. 너무나도.

 

 

 

 

 너무 꾸미기는 어색하고 .. 머리를 살짝 빗고는 립글로스 하나 바르고 , 점퍼스커트로 갈아 입는다.

 

 머쓱하게 나서자 제이미는 창 밖을 보고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그의 웃지 않는 얼굴은 정말 낯설었다.

 

 

 마치 다시 처음 본 사람처럼..

 

 

 

 

 

 내 기척을 느끼자 그는 환히 웃었다. 마치 아까전의 얼굴이 없던 사람처럼-

 

 

 

 "자- 그럼 뭐 먹으러 갈까요??

 

 

 

 

 

 

 

 -

 

 

 

 

 

 

 나는 티나게, 마뜩찮아 하는 작약과 제이미를 데리고 근처의 떡볶이집에 들어섰다- 인기 많은 집이라서 , 우리가 어색한 시간대에 오지 않았다면

 

 아마 줄서서 기다렸을 텐데도 작약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하임도 떡볶이는 오랫만이었다. 제이미를 신경써서 한 선택이었다. 아무리 한국에 있었어도 이런건 먹어보지 않았을 것 같아서-

 

 

 만약 하민씨와 여기서 만났다면- 분명 둘은 이런걸 나눠 먹으며 학창시절을 공유했을 테니까-

 

 그런 생각을 했다. 어떤걸 먹어도 학창시절에 먹은 컵에 담긴 떡볶이는 , 추억과 섞여 특별한 맛을 내는 법이니까-

 

 그런 추억을 가질수 있기를 바랬다.

 

 

 하민씨가 깨어 있었다면, 했을 만한 일일것 같아서-

 

 

 

 

 주문하는데 매울까봐서 조금 덜 맵게 해달라고 하려는데 제이미는 내게 오히려 손짓으로 만류했다.

 

 "아니에요- 맵게 먹어도 되요-"

 

 

 

 작약은 못마땅하다는 듯 덧붙였다.

 

 

 

 "괜찮겠어?"

 

 

 

 제이미는 씩 웃고선 전혀 개의치 않는듯 이것 저것 시켰다-

 

 

 나는 순대에다 간도 부탁한다고 했더니 작약은 기묘한 표정을 지었다

 

 

 

 "간? "

 

 

 

 "네 간이요- 설마... 뭐 순대도 안 먹어봤다 그런건 아니겠죠?"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여자가 무슨 저렇게 내숭이 없나, 란 생각을 하는게 고스란히 드러나는 표정-

 

 

 제이미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이런것 한번 먹어보고 싶었는데- 어디 같이 올 사람이 있었어야죠- 맛있겠다-"

 

 

 

 하임은 씩 웃으며 대꾸한다.

 

 "내가 제대로 가르쳐 줄게요- 결국 생각나고 계속 먹고싶어 지는건 이런 음식이거든요-"

 

 

 

 

 "정말요?"

 

 

 

 

 하임은 야무지게 젓가락을 가르며 작약에게 먼저 내민다- 작약은 가는 손가락을 뻗어 받아든다-

 

 

 그러다 보니 뒤의 여고생들이 수군수군 힐긋대는게 느껴진다- 그것이 제이미 때문인지 작약 때문인지는 몰라도-

 

 둘다 정말 눈에 띈다- 같이 앉아 있는 나는 오징어로 보일테지-

 

 

 둘은 너무 다른데- 둘다 너무 해사하다- 내 스스로도 어쩌다 이런 테이블에 내가 앉아 있나

 

 생각하게 될 정도로-

 

 

 

 

 그녀들은 먹는둥 마는둥 두 사람만 보고 있다- 게다가 작약은 정말 이런곳에 있으니 정말 섞이질 못한다-

 

 

 

 눈같이 하얀 피부와 창백한 인상- 그런 그를 내가 조금은 못마땅한 마음과 아주 약간의 질투를 담아

 

 빤히 쳐다보자 마치 내 눈빛을 간파한 듯한 제이미가 웃는다. 그러곤 내가 할 말을 자신이 대신 해 준다

 

 

 

 "미스터 심은 정말 , 눈에 띄네요-"

 

 젓가락을 관심 없다는 듯이 돌리고 있던 작약이 그 말에 미간을 찌푸리며 반문한다-

 

 

 

 "무슨 말이야-"

 

 

 그는 젓가락에 삐죽 삐죽 튀어나온 거스러미를 정리하느라 정신이 팔려 있다.

 

 지독하게도 꼼꼼한 남자-

 

 

 

 

 

 "그냥 그런거 같다구요-"

 

 

 

 

 음식이 나오고 김밥 , 튀김 , 순대, 떡볶이까지 빼곡히 차려지자 지혁은 입이 떡 벌어진다..

 

 

 

 "이거 누가 다 먹으려고? 다 먹을수 있어?"

 

 

 

 

 

 새초롬하게 웃는 장하임은 제이미 보다 한발 앞서 대답한다-

 

 

 

 "당연히- 다 먹을수 있죠- 사람이 셋인데..."

 

 

 

 어지간한 여자군-

 

 속으로 지혁은 짖궃게 생각한다.

 

 

 

 

 

 나는 형과 다르게 살았다. 형은 솔직히 친구가 있었는지도 의문스럽다-.. 친구라고 사이좋게 지내는 사람들을 난 본적이 없으니까-

 

 그래도 난 안 그랬다. 그래도 분식은 정말로 오랫만이었다. 먹는것조차 잊고 살았던 내게-

 

 

 뭘 먹고싶다 뭘 먹어야겠다 이런 생각이 있을리 만무했으니까-

 

 

 

 

 

 이 여자는 참 이상한게 늘 내가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날 이끈다. 예상도 못한 방향으로

 

 

 

 젓가락을 들고 미적거리기만 하자 그녀는 내 손에 들린 젓가락을 뺏어 가더니 김밥 하나를 굳이 집어서 내 손에 쥐여 주었다.

 

 제이미는 입맛에 잘 맞는 듯 맛깔나게 먹는다- 그래도 기왕 외식이니까 한정식이라도 먹여야 하나 싶었는데

 

 오히려 이게 더 반가운거 같다- 맛있어하는 표정- 나도 그녀가 쥐여준 김밥을 입에 넣는다.

 

 

 

 정말 오랫만이다.

 

 

 

 모든게 그렇다- 스스로 고립되어 나는 밖에 나오길 두려워했다. 아버지는 날 도와 주겠다고 하시면서

 

 날 장식품마냥 과시하고 싶어 하실 뿐이었다. 어머니는 날 너무 소중히 생각하여 ,

 

 물론 그 사랑에 난 늘 감사했지만.. 그 사랑은 형의 질투와 시기심을 부채질 하기에 너무나도 충분했다.

 

 

 그래서 형은 날 그저 미워만 했다. 언제나.. -

 

 

 

 

 친구라 생각했던 존재들은 내가 떠나자 나를 찾았지만- 내가 아주 오래- 대답이 없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마치 그런 순간들이 없었던 것처럼-

 

 

 

 

 

 

 나는 스스로 들어가놓고

 

 

 

 

 조금은 , 그래 외로웠다. 그리고 그게 당연한 것이라 나는 생각하고 살았다.

 

 

 

 눈 앞의 두 사람을 바라보자 나는 감회에 젖었다. 두 사람은 격의 없는 눈길로

 

 

 나를 바라본다-

 

 

 

 

 

 내가 누구를 해쳤다고 생각치도- 혹은 내가 염세적이라 나밖에 모른다거나

 

 

 내가 너무 섬세해서 손에 꽉 쥐기만 해도 부스러 질거라고 생각치 않는다.

 

 

 

 나를 그대로 바라봐 준다는 생각이 들자 나는 감사해졌다.

 

 

 

 

 제이미는 안 먹고 뭐하냐며 한손으론 물컵을 꼭 쥐고- 척 보기에도 제 입에는 좀 매워 보이는 떡볶이에 열심히 젓가락 질을 한다.

 

 

 

 

 난 괜히 코 끝이 찡했다.

 

 

 

 

 한 여자는 나 때문에 의미없는 곳에 나가 수모를 겪어야 했다. 그러면서도 그게 당연하다는 듯 날 도와주고

 

 한 남자는 나 때문에 그가 유일한 가족이라 생각하는, 단 하나의 가족을 잃었는데도

 

 

 

 

 두 사람 다 날 원망하지 않고 있었다.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나는 그 사람들 사이에 있었다.

 

 

 

 

 

 장하임은 내 시선을 느낀듯 내 눈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녀의 말간 눈에서 나는 어머니와 그렇게 오래 대화했을때도 못 느꼈던 따뜻함

 

 그리고 맞설만한 용기를 얻었다. 그녀는 그것을 알아챈 듯이- 마치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는듯이

 

 살짝 웃어보였다.

 

 

 

 

 

 심장에, 차갑다 못해 가슴이 시려서- 나머지 살까지 아려왔던 심장에

 

 뜨거운 기운이 마치 물 한방울이 떨어지듯 번져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곧 눈길을 거두고 내 앞접시에 , 음식들을 날랐다.

 

 

 

 "할당량은 다 먹는 거에요 알았죠?"

 

 

 그 말에 제이미는 어리둥절 해 한다- 아무래도 좀 어려운 단어였던 모양이다

 

 하임이 그에게 말의 의미를 가르쳐 주고 그는 웃는다-

 

 

 

 

 믿을수 없는 일이었다. 사람을 다시 믿게 된다니..

 

 사람에게 다시 의지하게 되다니-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 믿고- 기대고 싶은 기분이 든다니..

 

 

 

 

 

 불쾌하다기보다 어리둥절한 기분이었다. 마치 그대로 다른 세계로 발을 헛디뎌 떨어진 것처럼

 

 

 

 조금은 두렵고 조금은 외로움이 없어지고

 

 조금은 나는 , 조심스럽게- 생각만해도 내게서 백리는 달아날거 같아서

 

 아주 조심스럽게 생각했다.

 

 

 

 

 생각조차 눈치 못챌만큼 조심스럽게-

 

 

 행복하다고,

 

 "맛있죠?"

 

 

 

 

 장하임이 물어온다- 애 같이 입에 소스를 조금 묻히고서

 

 나는 냅킨을 내밀며 대답했다.

 

 

 

 

 

 "그래,"

 

 내 격의 없는 대답에 제이미도 웃고 , 장하임도 웃고-

 

 

 

 

 

 

 결국엔 나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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