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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발 끝부터 번져오는 물처럼
작성일 : 17-07-22 04:25     조회 : 24     추천 : 0     분량 : 8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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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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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한참을 망설였다.

 

 

 강비서는 조급한 자신의 성격 답지않게 몹시 오랫동안 참을성 있게 내 대답을 기다렸다.

 

 

 

 단순한 일이기도- 내 맘을 생각하면 더 생각하지도 말아야 될 일이기도 했다. 나는 스스로 작약을 좋아한다고

 

 인정하기 까지도 시간이 걸렸다. 인간이란 결국 이렇구나 하는 씁쓸함이 들었지만 나는 먼저 스스로에게 확인하는 수 밖에

 

 

 없었다. 아니 그렇게 했다. 내가 이 일을 헀을때 내 심장이 안전하고 내 맘이 아프지 않고... 또 이 일을 했을때

 

 

 그와 나의 관계가 어떻게 변할지... 그 생각부터 할 수 밖에 없었다.

 

 

 

 

 

 강비서가 무슨 생각을 했었든.. 먼저 안건 손해였다. 어차피 강비서는 작약이 무서워서라도 내게 먼저 말한걸

 

 작약에게 밝히진 않을 것이다. 그까지 생각이 가자 작약이 내게 물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작약 말대로- 작약이 이 상황을 알면, 그리고 어머니의 의지를 거부할수 없다면....

 

 

 나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

 

 

 

 

 "당장 답해야 하나요?... 제 생각엔 작가님이 아시면-... 작가님이 제게 물으실것 같은데요.."

 

 

 

 "네?"

 

 

 

 강비서는 어리둥절한듯 했다.

 

 

 

 "그렇지 않을까요?... 어차피 나서실 테고- 그렇다면.. 어머니가 말씀 하신데로 절 대리고 갈려고 하신다면.. 작가님이 내게

 

 그럴수 있는지.. 물으실것 같은데요-"

 

 

 

 내 말에 그는 슬프게 웃었다. 약간은 억울해 하는 것 처럼-

 

 "장하임씨도 여전히 작가님을 다 아셨다고는 말씀 못 드리겠네요...."

 

 

 

 그 말에 난 약간 기분이 상했지만- 그 말을 하는 저의가 더 궁금해서 나는 눈을 치켜떴다.

 

 

 " 작가님이... 정말로 장하임씨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눈치 챘다면.. 그 이상으로 조금이라도 하임씨에게 끌렸다면-

 

 작가님은 혀를 깨물고 말지... 하임씨한테 묻지 않으실 꺼에요-.. 작가님은 그런 분이죠-..."

 

 

 

 

 결국 우린 거의 두시간 만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는 그저 생각해 보겠다고 내일쯤 전화 주겠다고.. 그 얘기밖에 할수 없었다.

 

 강비서는 깍듯하게 고개를 숙였고.. 나는 나의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 찰나 생각났다. 밥 먹으러 오라던 그 의뭉스럽기 그지없는.. 제이미란 남자의 말이-

 

 

 다른 생각은 안 들었지만- 그저 작약을 봤으면 좋겠다, 싶었다. 작약과 나는 회의가 아니면 얼굴 맞 대할 일이 없으니까-

 

 제이미를 알고 싶은 것 보다, 그저 그가 보고 싶었다.

 

 

 

 나는 이렇게 말도 안되는 내 감정에 기가찼다. 이 상황에? 이 사실을 알고도 이런 일을 겪고도-

 

 그가 보고싶다니, 다른 생각보다... 그냥 그가 보고싶다니..

 

 

 

 나는 내가, 이성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 잃은 이성이 어드메를 헤매이고 있는지.. 전혀 알수가 없었다.

 

 

 

 -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기에 앞치마에 매여 있는 행주에 손을 닦고 문을 열자 하임이 서 있었다.

 

 의외였다.

 

 

 진짜 왔군- 일부러 천천히 요리하긴 했지만 말이다. 딱 음식 내려는 타이밍이였다.

 

 하임은 다소 머쓱해 하는거 같았지만 제이미는 싱긋 웃었다. 하임이 불편하지 않았으면 해서-

 

 

 " 준비 다 됬어요- 파스타 했는데 괜찮죠?"

 

 묻자 미세하게 고갤 끄덕인다- 접시에 요령좋게 덜면서 하임에게 부탁한다.

 

 

 

 "미스터 심은 방에 있어요- 좀 불러 줄래요?"

 

 

 

 

 하임은 살짝 큰소리로 되 묻는다-

 

 

 

 "제..제가요?"

 

 제이미는 우습단 듯이 바라본다.

 

 

 

 "그럼 달리 누가 있...나요?"

 

 

 

 

 

 쳇, 하임의 표정에서 말 그대로 쳇이 묻어나지만 제이미는 상관 없단 듯이 웃고

 

 결국 하임이 방 문 앞으로 향했다. 욕실쪽에서 방 안이 살짝 보이긴 했다. 그래도 방 문을 두들기니

 

 왜 이런 사소한 행동도 설레일까 , 멍청하게-

 

 

 

 문을 두드리자- 대답이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바로 앞에 문이 열리자 마자 작약이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얇은 스웨터를 입고 있다. 흰 스웨터가 작약의 검은 머리와 눈을 돋보이게 한다.

 

 

 

 

 "왜 서있지? 나 부르러 온거 아닌가?"

 

 

 

 

 작약은 엉뚱하단 듯이 날 바라보고 그제야 난 내가 그에게 너무 바투 다가서 있었음을 알곤

 

 뒤로 퍼뜩 물러선다- 그는 그 행동후에 날 더 이상하다는 듯이 처다보더니 낮게 한숨을 쉬었다.

 

 

 

 

 "가서 앉자고- 식사 전엔 저 사람이 계속 우릴 귀찮게 할 테니-"

 

 

 제이미가 그런 둘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를 성가셔 하는것 같긴 했으나- 전보단 미묘하게 부드러워 진것을 하임은 눈치챘고

 

 그 때문에 가슴께가 묘하게 답답했다.

 

 

 두 사람 사이의 공통점은 단 하나 뿐이었을 테니까...

 

 

 

 

 

 제이미는 그저 지켜보며 생각했다.

 

 

 그 짧은 사이 지혁은 옷을 갈아 입었다. 얇게 팔이 비치우는 옷으로- 그 옷때문에

 

 장하임씨의 볼이 물드는걸 설마 모르진 않을테고- 이 둘은 지나치게 풋풋하다- 제이미는 그 점이 우습다-

 

 

 

 그 점에 마음이 저릿하다- 아마 이 풋풋한 사이가 번번히 막히는건- 번번히 지혁 쪽에서 이러면 안되지

 

 이래선 안되지 이러지 말아야지 하고 달아나는건 , 결과적으론 하민이 때문일 것이다.

 

 

 

 

 속도를 내고 싶어도 속도가 날수 없는 이유- 보고 싶어도 볼수 없는 이유-

 

 그 순간이 아무리 좋아도 덮치는 죄책감이 두려워서일 것이니까-

 

 

 

 

 왜 하민이 내 소중한 은인인데도 불구하고- 그냥 이 사람들이 다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까...

 

 하민이 말했듯- 나는 정말 어쩔수 없는 박애주의자 일지도 몰랐다-

 

 

 

 

 

 

 "자 앉죠-!"

 

 

 

 제이미가 힘차게 말하고 지혁이 식탁을 바라본다. 사실 저 안에 식사 매트따위가 있는지도 몰랐다.

 

 올리브를 썰어 올린 오일 파스타엔 참치가 들어있다- 샐러드도- 매쉬 포테이토도-

 

 생각보다 요리 실력이 좋다. 물론 전의 저녁도 맛있었다. 의외이지만-

 

 

 지혁의 자리엔 애초에 의자가 치워져 있었다. 우아한 동작으로 지혁은 그쪽으로 가서 멈추고

 

 하임은 살짝 불편한 기운을 느끼며 지혁 옆의 의자를 뺐다. 설마 제이미 옆 보다야 편하겠지

 

 

 마주보는 이 상황도 썩 유쾌하진 않지만 말이다.

 

 

 

 

 

 

 요리는 맛있었다. 준비한 와인도 어울렸다. 생전 음식따위 저 입으로 들어가는 일이 없을줄 알았는데

 

 

 특별한 표정은 없지만 아마 작약 성격에 맛 없었으면 먹지도 않았겠지...

 

 오물오물- 나도 모르게 쳐다보고 그런 나를 제이미는 쳐다보고 의뭉스럽게 웃는다-

 

 

 

 

 "아까 어디 갔었어요?"

 

 제이미가 문득 묻는다. 나는 살짝 당황했지만- 생각보다 평범하게 대답했다.

 

 

 

 

 

 "아.... 친구가 앞에 와서요-"

 

 ...

 

 

 

 그 말에 지혁은 여지없이 세진을 떠올린다- 물론 장하임에게 다른 친구도 있겠지만 왜 그 녀석을 봤을거 같단 생각이 드는지-

 

 불쾌했지만 - 그저 그렇게 떠올랐다. 유난히 도전적이던 그 얼굴-

 

 

 

 

 제이미가 초대했다곤 하지만 이 여자가 여기 올지도 사실 장담할수 없는 사실이었다.

 

 아마도 궁금증일지도- 이 여잔 궁금한걸 못 참는 성격이니까- .. 올지 안올지도 모르면서 난 발도 못 딛으면서

 

 안간힘 써서 옷을 갈아입고 머릴 빗었다- 그러면서 한심해서 자꾸 헛웃음이 났다. 바보같게도 그렇게 꾸미는 내 모습은

 

 설레임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누굴 기다리다니- 그것도 자신을 꾸미고-.. 아주 오랫동안 없던 일이었다.

 

 

 

 

 "친구? 그래요? "

 

 

 

 

 "네-"

 

 

 

 

 제이미는 다시 싱긋 웃고 말을 건다-

 

 

 "음식은 어때요? 맛 있어요?"

 

 

 "네-.. 맛있네요-"

 

 

 

 하임은 고분고분- 띄엄띄엄 대답한다-

 

 

 

 

 "밥 먹는데 불편하게 그만 좀 물어-"

 

 대답하는건 하임인데 불평한건 지혁이었다.

 

 

 

 

 몹시 불친절한 목소리로- 제이미의 눈을 그야말로 노려보면서

 

 "뭐 어때요- 식사 시간이 원래 그런건데-"

 

 

 

 제이미는 능청스레 대답한다- 그의 눈빛을 웃음으로 받아친다.

 

 하여간 상대하기 쉬운 사람은 아니다. 하임은 작약의 기가 찬단 듯한 표정을 보고는 속으로 신기해 했다.

 

 

 작약이 굽히느니 부러질 사람이면 이 사람은 오히려 구부려서 이길수 없는 그런 사람인거 같다.

 

 

 

 그래 오히려 지혁은 이런 타입을 못견뎌 할것 같다. 웃으며 끊임없이 살갑게 구는 타입-

 

 

 

 

 이쯤되니... 그냥 강비서에게 대답하고 싶다. 같이 가고 싶다고- 순간의 거짓이라고 해도 이 사람과 같이-손 잡고

 

 내가 연인인척 한다고 해서 이 사람이 , 세상에 가족도 자신을 지지해 주지 않는 외톨이 같은 이 사람이

 

 그냥 모든게 괜찮아 질수만 있으면- 그러나 이 사람은 다 털어내기 위해 나서는게 아니다

 

 

 하민씨 어머님을 위해 억지로 나서는 것이다. 욕 먹을 것을 알면서도- 자기가 살다 온 그 곳에서 더더욱 멀어질 것을

 

 

 어쩌면 다시 그곳에 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안타깝다. 그냥 그 마음 뿐이다. 그런데 그 말을 들었을때 내가 고민한건

 

 내 감정이었다. 처음 내가 생각 한것은 그가 아니라 나였다. 그 사실이 창피했다.

 

 그러나 사실이다. 우리는 연인이 될수도- 내가 이런 감정을 갖고 있으니 친구가 될수도 없다.

 

 

 

 끝없이 이어지기만 할 뿐이다. 차라리 그가 무슨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안다면, 그럴수 있다면-,

 

 하임이 힐끔힐끔 지혁을 본다. 그런 하임을 보고 제이미는 슬쩍 웃고 지혁은 아랑곳 하지 않고-

 

 천천히 식사를 한다. 아주 우아한 동작으로 포크를 다루면서- 하임은 다른 생각을 하다보니 멍하게 쳐다보고

 

 그걸 또 제이미는 식사하면서도 쿡쿡 웃으며 바라보고- 드디어 지혁이 입을 열었다.

 

 

 

 "정말 둘다 왜 이래? "

 

 

 하임은 그 말에 접시로 시선을 돌리고 제이미는 빙글빙글 웃으며 지혁에게 대답한다-

 

 

 "당신이 너무 말이 없으니- 그래서 그런거 아니겠어요?"

 

 

 

 

 "..."

 

 

 

 지혁은 옆의 냅킨을 들어 입을 살짝 닫고는 냉장고로 가서 생수 한병을 꺼내고는 들릴듯 말듯 한 목소리로

 

 "잘 먹었어" 란 말을 남기곤 거실로 사라진다- 접시를 본 제이미는 눈을 축 늘어뜨린다-

 

 

 

 

 "이런- 괜히 장난치지 말걸 그랬군- 또 남겼어-"

 

 

 

 혼잣말처럼 말을 중얼거린다.

 

 

 

 하임도 식사를 끝낸 참이라 부지런히 또 치우는 제이미를 말 없이 돕는다-

 

 

 

 "설거지는 제가 할게요-?"

 

 하임이 먼저 말을 건다- 뭔가 질문처럼 나왔지만 말이다. 요리는 정말 맛있었다. 이런 식사를 대접 받았으니 설거지 정돈 해야지 싶어서였다-

 

 그런데 제이미는 의외의 말을 꺼냈다.

 

 

 

 

 

 "어차피 전자?... 세척?...."

 

 

 

 이럴때만 외국인인게 실감난다. 워낙에 말 억양이 완벽하다 보니... 영어 단어로 이야기 해도 될 텐데

 

 이 사람은 왠만해선 한국어로 뱉고- 도저히 안될때만 영어로, 그것도 단어만 말한다.

 

 

 "...?"

 

 

 

 

 "식기?세척기? 맞아요?"

 

 

 

 

 "아.. 식기세척기요?"

 

 

 

 제이미는 시원스레 대답한다.

 

 

 "네 어차피 얘가 할 텐데요 뭐- "

 

 

 

 

 

 싱거운 대답이군- 대충 정리가 되고- 지혁을 눈으로 쫓는다. 어디로 간 건지 더 이상 거실에도 있지 않다.

 

 

 불은 켜저 있지만 휑한 느낌의 거실- 하얀 가구들 사이 비치는 황망한 불빛..

 

 

 

 

 

 

 제이미는 나를 바라보고 있다. 마치 내가 지금 뭘 찾는지 알고 있는 것 처럼-

 

 나는 결국 먼저 말한다.

 

 "그럼 식사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돌아 갈게요-

 

 

 

 "맛있었나요?"

 

 

 ?....

 

 

 

 

 "네... "

 

 

 

 

 

 

 "그럼 집에서 차 한잔 줄래요?"

 

 하임의 목소리가 높게 나선다- 뭐야 이 놀라운 친화력....

 

 

 

 

 

 "... 저..저희 집에서요?"

 

 

 제이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대답한다.

 

 "네.... 안되나요? 옆이니까- 아무래도 미스터 심은 글을 쓰고 있는것 같더라구요- 뭐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

 

 

 

 

 '이런저런.....' 이라.. 찝찝함이 묻어나는 이야기지만.....

 

 

 

 

 "... 집에 정말 마실게 없거든요- ....."

 

 궁색한 변명을 대지만 그는 웃는다. 마치 내 속내를 다 알고 있다는 것 처럼-

 

 

 

 

 

 "괜찮아요- 차가 아니라면 물이라고 해도- 전 그쪽과 친해지고 싶은데 ... "

 

 

 

 

 "......."

 

 

 

 더 이상은 거절할 말도 남지 않아- 나를 따라오는 남자를 어쩌지도 못하고 문을 열자-

 

 방 안에 어지러진 옷가지들이 보이고- 나는 잽싸게 옷들을 주웠다- 그는 들어오지 않고 현관에서 그 모습을 보았다-

 

 

 

 

 

 재밌단 듯이- 대충이라도 눈에 보이는 걸 치우고 그를 쳐다보자 그는 젠틀하게 물었다.

 

 

 

 

 

 "들어가도 될까요?"

 

 

 

 

 "......네.... 들어 오세요-"

 

 

 

 

 

 

 그는 성큼성큼 들어온다- 분명한건 작약보단 털털한 사람이다. 먼지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게 보였다.

 

 그는 앉고 나는 찬장을 뒤적인다- 아무리 뒤적여도 차 하나 없고-.... 어쩔수 없이 맹물을 내 민다-

 

 그는 전혀 놀란 표정이 아니다- 씩 웃으며 물을 마신다.

 

 

 

 

 

 ".... 무슨 이야길 하고 싶으신데요?"

 

 

 

 나는 앉자마자 말을 꺼냈다.

 

 

 

 

 "... 음.. 성격이 많이 급하시네요? "

 

 제이미는 내내 웃고 있었다. 마치 내가 뭔가 잘못해서 우습다는 듯한 느낌이라-

 

 

 

 

 

 "... 저는 그쪽이 정말 ..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거든요- "

 

 

 

 제이미는 그 말에 조금은 놀랐다. 솔직한 여자다- 처음에 탐색 시간엔 내내 조용했는데

 

 

 자신이 그어 놓은 선 안쪽을 들여다 보자 가감없이 얘기를 건낸다.

 

 

 

 

 "별 생각 안했어요-.. 참 이상하죠? 저는 하민이를 정말 아꼈어요-.. 저한테 남은 유일한 가족이고

 

 넓은 바다에 떠 있는 보트처럼, 나는 그저 혼자였어요-.. 그때 하민이가 아니었다면 난 아마 이 자리에 없을 거에요-

 

 그래서 찾아온 한국인데- 하민이는 그저 잠들어 있죠-... "

 

 

 

 

 그의 손가락의 끝은 컵을 살짝 살짝 훑고 있었다. 지금 중심 주제를 피하는 것 처럼- 그의 손도 그랬다.

 

 

 

 

 "하민이는 늘 이야기 했었죠- 연락이 끊기기 전에-.. 말하자면 사고 전이죠- 나와 미스터 심이 친해질 거라구요-

 

 둘이 .. 말하자면 친구가 될수 있을거라고- 그런데- 여기 오니 많은 것들이 변해 있군요-...

 

 

 

 그런걸 다 생각하면 당신을 경계해야 하는건 오히려 내 쪽인데...."

 

 

 

 

 그는 이번엔 웃지 않고 나를 바라봤다. 웃지 않으니 몹시 싸늘해 보이는 인상이다- 속을 알수 없는 얼굴-

 

 단정하지만- 알수가 없는 눈빛

 

 

 

 

 

 "난 당신이 나쁘지 않아요- 솔직하고 괜찮은 여자같이 느껴져서 더 혼란스럽네요-

 

 당신은 내가 불쾌하겠지만- 주제 넘게 한마디 한다면- 미스터 심을 정말 만나고 싶다면 하민이 문제부터

 

 정리하게 도와 줘야 할 거 같네요- 내 눈에 보이는 당신의 모습이 , 미스터 심이라고 '안 보일것 같진' 않거든요-

 

 알지 않나요? 민감해요- 예민하고- 눈이 정확한 편이죠-.. 알고도 당신의 자리를 없애진 않았잖아요-"

 

 

 

 

 칭찬과 충고가 섞인 이상한 이야기였다.

 

 

 

 

 "정말 뛰어들 자신이 있다면- 나는 둘다 행복했으면 좋겠거든요-"

 

 

 

 

 그는 이까지 말하곤 이렇다한 결론을 내 주지 않고 또 웃었다. 다시 가면을 쓰는 것 처럼-

 

 

 마치 장난이라도 쳤다는 식으로-

 

 

 나는 나도 모르게 말했다.

 

 

 

 

 "기억속의 두 사람이 너무나 완벽해서-.. 내가 끼여 들 틈이 없는것처럼 느껴지네요-...."

 

 

 

 제이미는 내 말에 놀란듯 나를 바라보았다.

 

 

 

 

 "그 사람 기억속의 하민씨는 언제나 반짝반짝 빛나서-.. 나같은 사람이 그 기억을 이길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우리는 긴 시간을 보낸것은 아니에요- 겨우 친구 사이 정도로-.... 계절이 단 한번 지났을 뿐인데-

 

 내 마음만 많이 달라졌네요- 저 사람도 달라졌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제이미는 그 말을 흥미롭단 듯이 듣고는 픽 하고 웃으며 대답했다.

 

 

 

 

 "원래 사랑은 시간이 걸려요- 당신 혹시 수영 잘 하나요?"

 

 

 

 "....?"

 

 생뚱맞게 왠 수영... 이 사람이 내 말을 제대로 들은게 맞나... 하임은 의심스러웠다.

 

 

 

 

 

 "예를 들자면 그런 거라구요- 물에 대해 공포가 없는 사람도 ... 수영을 배우는데는 시간이 걸리죠, 숨 쉬는 법부터

 

 나아가는 법 까지도 시간이 걸려요-... 그런데 그 물에 빠져 죽을뻔한 사람에게-"

 

 

 

 

 

 "......"

 

 

 

 

 "다시 수영하는게- 순식간에 될것 같나요? 아마 물에 들어가기조차 겁날 거에요-... 물 근처에만 있어도 불안해 질 수도 있죠-"

 

 

 

 

 

 "......."

 

 

 

 

 "미스터 심은 고민하고 있는 것 뿐이에요- 내가 본 바론 책임감이 무거운 사람 , 같거든요-

 

 자신의 순서로 오게끔... 아니... 물에 발부터 담가서 심장까지 전해지게끔 .. 기다릴 생각은 없어요?"

 

 

 

 

 "........"

 

 

 

 

 

 "조급해 하면 , 보통은 놓치죠 그것이 사랑이던 또 다른 것이든-"

 

 

 그 말을 하는 그의 눈은 그런 적이 있는것 처럼 보였다. 마치 그런일을 겪어 본 사람처럼-

 

 

 

 

 

 

 

 "그 전에 .. 미스터 심이 당신에게 얼만큼 가치있는 사람인지를.. 먼저 되 짚어 봐요-

 

 기다려도 좋은가- 대답이 없어도 좋은가- 얼마만큼 기다릴 수 있는가..."

 

 

 

 

 

 그의 목소리는 단호하게 들렸다. 마치 약 처방이라도 내려주는 의사처럼- 하임도 의아했다.

 

 편을 들려면 하민씨 편을 들어야 하는거 아닌가?.. 왜 내 생각을 해주지? 왜?

 

 

 

 

 

 

 "......"

 

 

 

 

 

 

 "한가지 말해주자면 그는 당신이 온다는 걸 알고서 방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왔어요

 

 휠체어에 앉아 있는 사람이- 말끔하게요-... 글쎄요- 그건 긍정 아닐까요?

 

 기대를 품으면 나쁘지만- 전 그런 점이 좀 다르게 보이던 걸요-"

 

 

 

 

 하임이 멍하니 그를 쳐다보자 웃음기 없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그리곤 마치 오래 된 친구처럼

 

 

 "정말.. 당신- 여자 치고도 많이 둔하네요-.. 둔하다 이 표현 맞나요?"

 

 

 

 

 "......"

 

 

 

 "정말 - 미스터 심이 왜 당신에겐 큰소리 못 치는진 알겠네요-"

 

 

 

 

 "......"

 

 

 

 

 

 "정말 재밌네요- 이렇게 당신 편 들어 주는거 알면, 하민이가 화 낼지도 모르는데.....

 

 글쎄요- 내가 아는 하민이는 천성이 사랑이 많은 아이였으니.. 오히려 당신이 그 곁에 있어 다행이라 생각할지도..."

 

 

 

 

 

 화 낼지도 모르는데 뒤의 말은 마치 속삭이는 듯 조용했다.

 

 

 

 

 

 

 " 어쨌든 - 당신 좋은 사람 같다구요-"

 

 

 

 제이미의 명쾌한 결론에 하임도 웃음이 터졌다. 내내 우울하던 날이었는데

 

 갑자기 끼어든 , 처음엔 불청객이었으나- 동떨어진 제 삼자의 시선을 알게되자-

 

 

 마음이 몇 킬로 정돈 가벼워 진 듯 했다. 괜히- 조금은 유쾌했다.

 

 

 

 "봐요- 웃는게 더 좋네요- "

 

 

 

 

 둘은 말 없이 한참을 , 깔깔까진 아니지만 서로 씩 웃었다.

 

 

 

 

 

 

 

 

 옆 집에선 지혁이 나와 본 거실에 아무도 없고 황망히 돌아가고 있는 식기 세척기 소리만 들려오자 조금은 황당할 뿐이었다.

 

 

 "대체 ...."

 

 

 

 어이없다는 듯 뱉은 목소리엔 힘이 별로 실려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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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잠수하다 2017 / 7 / 22 20 0 8150   
140 뜨거운 물 한방울 2017 / 7 / 22 14 0 6998   
139 러시안 룰렛 2017 / 7 / 22 19 0 8199   
138 약점 2017 / 7 / 22 18 0 9232   
137 새벽, 아침, 그리고 두개의 방 2017 / 7 / 22 16 0 7309   
136 비치는 옷? 비치는 마음 2017 / 7 / 22 18 0 6047   
135 원래 , 멋진여자 2017 / 7 / 22 18 0 7036   
134 발 끝부터 번져오는 물처럼 2017 / 7 / 22 25 0 8440   
133 알게되는 사실 , 떠나고서야 확인되는 진실 2017 / 7 / 22 16 0 8843   
132 돌아 나갈 수 없는 감정 2017 / 7 / 22 19 0 8506   
131 부탁 , 그리고 부탁 2017 / 7 / 22 12 0 8761   
130 그제야 , 친구가 된다 2017 / 7 / 22 17 0 7686   
129 금이 간 유리 잔 2017 / 7 / 22 18 0 7472   
128 가면, 그리고 들키는 마음 2017 / 7 / 21 19 0 6499   
127 대답 , 혹은 다른 인연의 시작 2017 / 7 / 21 15 0 10061   
126 응달에 피는 꽃 2017 / 7 / 21 18 0 7628   
125 우연의 반복, 얄밉도록 청초한 2017 / 7 / 21 18 0 6869   
124 한 사람이 몰고 온 바람 2017 / 7 / 21 17 0 6844   
123 악몽의 끝 자락, 뜻 밖의 불청객 2017 / 7 / 21 17 0 5066   
122 그 사람이 잠든 오후 2017 / 7 / 21 18 0 6288   
121 사람의 이면 , 이면의 지독함 2017 / 7 / 21 15 0 7751   
120 그것이 어떠한 감정인지 2017 / 7 / 21 18 0 6473   
119 고통은 때로는 그저 고통일뿐 2017 / 7 / 21 16 0 7118   
118 빠져나간 무언가 2017 / 7 / 20 21 0 7104   
117 회색과 노란색 2017 / 7 / 20 24 0 6157   
116 호랑이의 귀환 2017 / 7 / 20 17 0 6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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