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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사람의 이면 , 이면의 지독함
작성일 : 17-07-21 19:54     조회 : 14     추천 : 0     분량 : 7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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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희영은 화장대 위의 큰 귀걸이를 굴리며 통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큰 귀걸이에 박힌 유색보석은 빛에 따라 민감한 빛을 낸다.

 

 전화기를 쥐고 있는 손의 손톱은 짙은 빛으로 길고 날카로워 보인다.

 

 하지만 손을 너무나 가벼워 보인다- 동작또한.

 

 

 

 "그래서-.. 알아본건 어땠는데? 얼마나 된 사이래?"

 

 전화기 너머의 상대는 조근조근 앳띈 목소리로 대답한다.

 

 

 "오래 된 사이 아니래- 고작 몇개월? 그런 만남이 그렇잖아-.. 서로가 좋아서 만나는건 아닌거-

 

 여자는 좀 다른 감정이 있는거 같아- 뭐 내가 알아본 내용은 그랬어-"

 

 

 

 

 희영은 낮게 화를 낮추며 숨을 내쉬었다.

 

 

 

 "뭐 그렇다고 해서 , 그 사람이 그만큼 피드백이 있었는지는 모르지......"

 

 

 전화속의 상대방은 최대한 가벼운 사실처럼 말을 전한다.

 

 

 희영은 입술을 깨물며 곰곰히 되뇌인다.

 

 

 "그렇게 친철한 사람이 아니야, 아마 ..."

 

 

 말하다- 문득 망설인다.

 

 내가 이런 이야길 할 정도로... 지견을 잘 안다고 할수 있을까?

 

 

 

 

 

 그렇지만- 상대방은 결론 내리듯 말한다.

 

 "이번에 데리고 올 여자는 그 여자가 확실하긴 할거야.."

 

 

 

 "..."

 

 

 

 

 

 

 

 

 

 "자기가 직접 , 떠드는 걸 내가 들었으니까..."

 

 

 

 "..그래-"

 

 

 

 "도움 됐으면 좋겠네."

 

 

 

 댓가를 정확하게 청구하는 끝맺음 말이다- 이 말이 도움이 된다면

 

 그녀는 그녀가 탐내던 그 가방을 자기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희영은 마치 결제 사인을 하듯 확실한 대답을 손에 쥐여준다.

 

 

 "무슨 말인지 알아- 수고했어- 신세 꼭 갚을게-"

 

 

 

 전화가 끊기고 희영은 자신 답지 않은 거울속의 자신을 마주한다. 짙은 입술도- 강조한 눈매도 없는 지금의 자신-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은 예전의 자신을 떠올리게끔 한다. 고등학생- 혹은 더 어린시절의 자신.

 

 

 

 

 

 

 

 그때의 순수함은 이미 어디론가 가 버렸다. 자신은 이제 슬픔이 어떤 것인지- 다 놓고 슬플때 그저 울어버리는게

 

 어떤것인지 기억하기에-.. 너무 먼 길을 왔다.

 

 

 

 혼자 걷는것이 두려웠던 그 먼길... 끝이 나지 않을 것만 같다고 생각했던 그 길들...

 

 

 오로지 잘 살기 위해-.. 목숨걸고 산 시간들이었다. 무책임하게 자신과 어리디 어린 남동생을 버려두고- 떠난 어머니-

 

 그보다 더 먼저 , 지독한 병환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

 

 그래 , 이미 그 부분부터 나는 고아였다. 그러나 그 사실을 창피하게 여긴적은 없다.

 

 하지만 그 사실은 지견에게 치명적인 결함이었다. 그는 자신을 든든히 받쳐줄- 그런 여자를 원하니까-......

 

 

 내가 그런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서.. 나를 사랑해줄 만한 사람이.. 아니기도 하지만,

 

  할수 있는 일은 다 하면서 살았다. 동생과 자신의 입에

 

 먹을것만 들어온다면 못 할 일이 없었다. 그래, 그때의 나에겐 순수함이란게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딱 우리 둘이라... 그렇게 생각했다.

 

 

 

 

 

 그땐 뭐가 그리도 용감했는지 둘 입에 밥하나 못 먹이고 살겠나 그랬다-

 

 몰랐기에 용감했는지도-.. 모르겠다.

 

 

 학생 처지에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는 다 하며 살았다. 그 사이에 동생은 늘 혼자였지만 희영에게는

 

 그 어린 동생이 구원같았다. 추운 겨울 , 그 얼음장 같은 방에서 둘이서 있어도 손발은 추워 곱아 들었을지언정

 

 

 마음만은 따뜻했다.

 

 

 

 

 

 지금과는 정 반대다. 몸은 따뜻한데- 마음이 시려서 , 살아가다가 발길을 멈출때가 한두번이 아니니까.

 

 

 그러다- 내가 고 2가 되었을 무렵,

 

 동생도 나를 떠났다.

 

 나는 비로소 혼자가 되었고 비로소 , 나를 묶는 모든것을 잃었다.

 

 

 

 그저 시작은 흔하디 흔한 폐렴이었다. 그래서 그런 생각따위 한적, 없었다. 병원에 입원시키고도

 

 더 걱정스러웠던것은 병원비였다.

 

 

 

  당장 연락해서 돈을 빌릴 곳조차 없어 막막했다. 나는 참 몹시도 어렸다. 내내 일하다 한밤중에야 잠깐 얼굴을 보고 병원에서 학교로 바로 가곤 했다.

 

 그 밤, 마지막 그 밤에 나는 잘 듣지 못했다. 아이가 열이 올라 밤새 앓았을텐데도.. 힘없는 손으로 나를 깨워

 

 동생은 이것 저것 사소한 이야기들을 했다. 조금 이상해서 이마에 손을 대보자 이미 열은 펄펄 끓고 있었다.

 

 그제야 나는 의사를 불렀다. 의사가 처치를 했지만 그 조차도 너무나 성의가 없었다. 아니- 내 졸렬한 마음에 더 그렇게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바보같이 나는 그때 당시에도 동생이 죽을거라고 생각치 않았다.

 

 

 

 

 누구나 열병은 앓을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마지막인줄도 몰랐던 동생의 마지막 말은 눈물나도록 처량했다.

 

 

 

 

 " 이제 아버지 만날수 있겠다...그치? "

 

 

 

 그렇게 너무나도 뻔한- 너무나도- 상투적인 우리가족은 그렇게 모두가 내 삶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가장 화가났던 것은 다른 일이 아니었다. 자신이 착하면- 아니 누구라도 착하면 이용당하는 세상-

 

 어린 남동생의 장례식장은 썰렁했다. 어머니는 아마 자식이 죽은줄도 몰랐을 것이다.

 

 

 자신은 그 자리를 홀로 지키며 독기를 품었다.

 

 

 

 세상을 원망했다. 더럽게도 치사하고 더럽게도 냉정한 세상을 원망하고 증오하고 마지막 남은 동생까지 데려간

 

 믿을수 없는 현실을 증오했다.

 

 동생이 원한 일은 아닐것이다. 동생은 너무나도 순수하고 착한 아이였으니까-

 

 

 나는 그렇게 혼자가 되었다. 그야말로 하늘아래- 온전한 ... 혼자.

 

 

 독하게 공부했다. 아르바이트도 다 접고- 근근히 생활 보조금으로 버티며 공부를 했다.

 

 라면 한 봉지로 이틀을 버틸때도 있었다.

 

 그렇게 해서 나는 결국 좋은 대학에 합격했다.

 

 어떠한 인간관계보다 학점을 더 중요시했다. 할수 있는 일은 모두 바쳐서 , 나는 최우수 학점을 얻었다.

 

 모든걸 바쳤다. 젊음도 그 나이때만 할수 있는 그런 모든 것들을 자신은 남김없이 버렸다.

 

 

 

 잃어버린 시간들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그때도 순진했다. 그래- 충분하진 않았다.

 

 아니 이렇게 독하질 않았다.

 

 

 적어도- 남의 불행을 즐기는 정도는 아니였을지도 모르겠다.

 

 

 

 

 

 지견을 처음 만났을때를 떠올린다- 그 만남은 운명적이라면 운명적이었다.

 

 

 

 모르지 않았다. 우리의 만남이.... 아니 그 모든것들이 남들과 같은 연애는 절대 될수 없다는 것을,

 

 나의 배경, 그리고 내가 처한 상황을 이해해주지도 , 따뜻한 말 한마디도 없었다. 처음부터 우리 사이는 뜨거웠지만

 

 그 이면은 꽁꽁 얼 정도로 차가웠다.

 

 

 몸은 뜨거웠지만 마음은 차가운 사이였다. 아무것도 , 마음의 어떤것을 나눈 적 없는 사이-

 

 

 

 

 지견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나는 거기에 발을 맟추려 몹시도 애를 썼다. 나를 이용했다고 생각지 않고

 

 

 거리낌 없이 나도 그를 이용했다. 그래서 이 자리까지 왔다.

 

 

 

 뜨거운 정열은 이제 식었어도, 그런것과 하나도 상관없이

 

 그의 옆자리는 내가 되어야 했다. 그의 어머니가 어떻게 생각하든- 그가 뭐라고 생각하든 말이다.

 

 참 바보같게도, 지견이 자신앞에서 술에 만취하거나 할때 마다 보이는 약한 모습에 희영은 가끔 자신도 놀랄만큼 흔들렸다.

 

 

 술에 잠긴 눈빛- 그리고 애처롭도록 몸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열등감-.... 그런 모습에 흔들렸다.

 

 

 꽁꽁 언 정도가 아니라 - 시멘트라도 부어 그대로 굳었다고,

 

 이젠 어떤것도 품을 수 없다고 - 그렇게 생각한 가슴께가 찡해지곤 했다.

 

 

 

 

 

 그가 내게 안겨올떄- 나는 말없이 그저- 안아주는것 외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술이 깨고 다음 날이 되면 그는 그런적 없는 것 처럼- 자신에게는 그런 모습이 마치 없었던 것 처럼

 

 그처럼 돌아갔다. 차갑고- 계산적이고- 돈 앞에선 모든걸 당당히 저버릴 정도로 야망에 가득찬 사람으로...

 

 지견은 모르고 있었다. 나와 자기가 너무나 소름끼치게 닮아있다는 것을

 

 

 내가 그를 정말 가지려면 내 가슴 어딘가에 있는 그 감정은-.. 스스로도 믿을수 없는 그 조그마한 감정은

 

 죽어야만 할 것이다.

 

 

 

 그녀는 거울 속의 자신을 보며 아무렇지도 않게 웃었다. 자신이 할수있는 가장 독하고 악한 감정을 끌어모아

 

 생긋 웃었다. 그 모습을 보다, 웃는 모습이 참 닮았었던 남동생의 눈매가 떠오르고

 

 

 

 그 미소와 자신이 얼마나 멀어졌는지- 같은 웃음이건만- 자신이 얼마나 많이 왔는지... 어디까지 왔는지를 깨닫는다.

 

 

 

 심지어는 이제- 그런 사실이 전혀 슬프지도 않다-

 

 

 

 동생을 그리워 하는건 사실이지만 , 만약 동생이 있었다면 과연 내가 이 자리에 올수 있었을까?

 

 나 하나 살기도 벅찬 세상에서- 그 아이를 챙기면서?

 

 

 합리화라면 합리화다- 동생 몫까지 내가 더 보란듯이 잘 살아 줄 테니까-

 

 

 

 "이제 돌아갈 길은 없어-..... 이미"

 

 

 그녀는 손으로 굴리던 귀걸이를 귀에 건다. 그리곤 망설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

 

 

 

 

 지혁은 망설이는 것 같았다. 하임은 괜한 짓을 했다는 생각을 스스로 했다.

 

 

 "미안해요-.. 아냐.. 안 궁금해요 "

 

 

 성급한 핑계를 댔지만 지혁은 들리지도 않은 듯 했다.

 

 

 

 "....그냥... ptsd증상 때문이었어... 몰랐던거 아니잖아-.. 그 병이 원래 그래

 

 들쑥 날쑥... 이랬다 저랬다 ... 그래서 좀 정신을 잃었어 그래서 넘어졌고-... 병원갔고..."

 

 

 

 

 

 지혁은 다 말하진 못했다. 부러 하임에게 자신의 고민- 약한점을 다 드러내고 싶지 않았으니까-

 

 저 여자는 이렇게 내가 거짓말을 해도 약한건 이미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뭐 부분부분은

 

 사실이니까 ....

 

 

 

 ".... 그래요?"

 

 

 

 

 하임은 약간의 정적 후에 대답했다.

 

 그녀가 자신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는지- 아니면 거짓말인걸 알면서도 넘어갔는지는 알수 없었다.

 

 

 하임은 예의 그 갈색눈을 하고선 자신을 빤히 바라봤다. 어린애같이 말간 얼굴-

 

 

 

 지혁은 그 얼굴을 보자, 그제야- 날선 기분들이 가라앉음을 느낀다. 그래선 안되는걸 알고 있으면서

 

 의지하면 의지할수록 힘들어 지는것도 알고 있으면서- 모든걸, 알고 있으면서- 그저 자신이 통제할수 있다고 믿고서

 

 

 

 지혁은 낮게 말을 꺼냈다.

 

 

 

 "자꾸 펑크내서 미안해- 내탓이야 .. 그런데 내가 좀 쉬고싶다 지금은.. 어제 내내 의미없이 병원에 잡혀 있었거든...

 

 ....

  내일 다시 연락하면 안될까? 아무래도 저녁엔 피곤해서- 좀 쉬어야 될것 같아"

 

 

 

 

 하임은 정신이 번쩍 든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러곤 건조한 한마디를 할 뿐이다.

 

 그 말엔 특별한 서운함도- 미련도 묻어 있질 않다.

 

 

 

 

 "아... 그렇네요 내가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네요-"

 

 

 

 

 

 이 여자는 어느새 무서울 정도로 나를 닮아가고 있다.

 

 

 

 

 내 목소리가 아닐까 착각할 만큼- 내 입으로 뱉은 말인가- 순간적으로 혼동 될 만큼..

 

 그 말은 , 그녀답지 않게 몹시도 건조했다.

 

 

 

 

 

 

 

 

 지혁 또한, 다시 이렇다 할 표정이 없다.

 

 

 

 

 "아냐 됐어- 이제 가봐"

 

 

 

 그는 스스로 휠체어를 밀며 말없이 방으로 향했다. 그 뒷모습을 아쉬워하듯 쳐다보며 하임도 집을 나섰다.

 

 

 

 문을 밀어닫고 나오자 하임은 괜히 마음이 헛헛해 왔다.

 

 자신도 바보는 아니다. 그의 증상이 어떤지 어디부터 힘들어 오는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렇게 넘어질 정도로- 넘어졌다고 해서 병원까지 갈 정도로 다치지는 않았을거란걸-

 

 

 

 바보가 아닌이상 알수 있었다.

 

 

 거짓말 쟁이는 보통 이야기꾼이라고 한 그의 이야기는 어떻게 된 일인건지...

 

 그 자신은 뛰어난 이야기 꾼 이건만... 거짓말은 허술하기가 짝이 없었다.

 

 짙은 한숨만 잇새로 빠져나왔다.

 

 

 

 이런걸 보고 작은 배려, 큰 상처 라고 하는건가보다-

 

 배려는 작았으나 상처는 가슴을 후벼놓는 거리감이 분명했다.

 

 

 거기서 더 설명을 안한것은 나를 배려해서이거나- 아니면 나에게 말하고 싶지가 않았거나.. 둘중 하나였다.

 

 이 사람이 이렇다. 알것 같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금방 또 속을 알수가 없어진다.

 

 웃는 그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 작은 웃음에도 금방 행복해 하던 예전의 나를 떠올린다.

 

 

 

 

 아니 - 거짓말로도 웃지 못하던 그는 어느새 내 앞에서 웃고 싶으면 웃을만큼 - 충분히 부드러워졌다.

 

 그런데 나는 계속 조금씩- 그 이상을 바라고 있다. 그게 나쁘다는걸-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기에

 

 나는 자꾸만 고민한다. 본능과 이성이 충돌한다. 손에 머무르는 그 순간이 너무 소중해서

 

 본능이 드러나면 그는 누구보다 빠르게 도망칠거란걸 스스로 알고 있다. 그러나 머무르는 중 그의 눈에

 

 나에 대한 감정이 어려보이면- 그 감정을 조금이라도 느끼면- 본능이 고개를 내민다.

 

 

 

 

 

 더 사랑받고픈 욕망- 이 사람에게 더 필요해지고 싶다는 욕심-

 

 이 사람이 나를 , 이제는 정말로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망상-

 

 그 사람 마음의 방- 단 하나뿐인 듯한 그 방을 차지하고 싶어지는 탐욕-

 

 

 하임은 낮게 한숨을 쉰다. 자신이 뭔가를 이렇게 가지고 싶어서 열망한 적이 있었던가?

 

 스스로 되 짚어 본다. 소년처럼 웃으며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던 그 사람의 창백한데도 아름다운 그 얼굴을

 

 떠올린다. 생각할 틈도 없이 얼굴에 손이 갔다. 그리고 그 부드러운 얼굴에서... 손을 떼어내고 싶질 않았다.

 

 

 

 나는 원래도 본능에 매달리는 아이가 아니었는데....

 

 

 

 발걸음도 힘없이,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온다.

 

 

 

 기운이 빠진다. 저 사람과 마주하고 나면 -

 

 

 

 

 

 창 밖으로 눈을 둔다. 딱히 볼 것도- 없건만...

 

 

 

 그때 시끄럽게 전화가 울렸다-

 

 

 의외로.... 세진이었다-

 

 

 

 

 

 

 

 

 ..... 그때 이후 - 하임은 전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그의 전화를 받기가 힘들어졌다.

 

 울리는 벨소리를 듣고도 망설인다- 하지만.. 결국 전화를 받는다-

 

 

 

 

 

 "하임아!"

 

 

 전화기 속의 세진은 여느때처럼 돌아왔다. 목소리가 그때보단 두 템포 높고-

 

 그때처럼 진지하고 무섭지도 않다-

 

 

 

 

 여느때 같다-

 

 

 

 

 안심되면서도- 마치 전속력 달리기처럼 벅찬 작약과의 대면뒤에- ... 다시 나의 그늘로 돌아온 기분이다-... 맘이 놓이고

 

 괜히 서러운 마음이 인다.

 

 

 

 속수무책으로 기대고 싶어지는 것이다. 지난번 세진이의 모습뒤에-

 

 그 밝은 모습뒤에 있는 그림자의 이면을 보았다. 앞에서 밝기에 그림자는 더 크게 지는것이 당연한 건데...

 

 그 당연한 걸 캐치하지 못했었던 내가.. 실망스럽고 미안했었다. 그런데도 이런 목소릴 들으면

 

 예전 세진이와 처음 만났을때의 어린 나처럼- 나는 그만 기대고 싶어진다.

 

 

 이래서 내가 구제불능이라는 것이다. 멍청하고- 줏대도 없고- 그저 구제불능이라고...

 

 "오늘은 시간 좀 있어?"

 

 

 

 

 나는 애써 밝은 목소릴 냈다.

 

 

 "응.. 아무래도 다음 작품이 크고 - 길어질것 같다보니- 상의하고 하는데도 시간이 걸려서- 아직 시작 안해서

 

 지금은 좀 쉴만해- 한국에서 쉰 적이 손에 꼽는걸 뭐..

 

 

 

 "그러게 말야- 이탈리아에 있을때가 , 가끔 그리워-"

 

 

 

 세진은 재밌다는 듯이 웃는다.

 

 

 "넌 며칠 있지도 않았잖아-"

 

 머쓱해지는 한 마디다, 사실이긴 해도-

 

 

 

 "나로써는 그래도 , 가장 긴 휴가였어-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길게 쉬는건 정말 치명적이란말야-

 

 그래서 일지도- 그래도 그때가 그리울때가 있어-"

 

 

 

 

 

 

 "어떤것이?"

 

 

 세진이의 말투는 담백하다.

 

 

 

 "그냥 그때의 공기나- 아침에 니가 끓여주던 커피같은것- 그리고 감정이 무슨 난리를 쳐도-

 

 좀 밀어넣고- 그걸 객관적으로 지켜볼수 있는 시간을 가졌던 것- 그런게 그리워

 

 그때, 그렇게 큰 상처를 받았는데도 좀 느긋하게 한발 물러서서 .. 스스로를 지탱할수 있었던건

 

 네 덕이었던거 같애-.."

 

 

 

 

 전화기 너머의 숨소리가 낮게 잦아든다- 놀란걸까..

 

 

 

 "고마워 , 인사를 하기엔 , 사실 좀 많이 늦었네-.. 어쨌든 참 좋은 시간이었어-"

 

 

 

 

 세진이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곤 말을 이었다.

 

 

 

 

 "... 무슨 일 있었어? 단거 좀 사갈까?"

 

 

 

 "내가 무슨 애인줄 알아? 아직도 그 얘기네-"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린다. 여전히 나를 잘 안다. 누가 뭐라고 해도-

 

 

 

 " 밖에서 만날까? 거기 큰길에 까페있던데-.."

 

 

 

 

 하임은 손으로 원고의 수를 체크한다- 이미 다 그린지 오래다- 밀려있는 회의들을 떠올리고

 

 세진이 자신을 배려함을 느낀다-.. 집에 오는게 별스런 일도 아닌데-.. 뭔가 눈치 챈 사람처럼

 

 집에 오겠단 말은 하지 않는다-... 세진이가 데려온 , 화분들은 이미 다들 아프기라도 한듯 시들하다-

 

 

 

 

 

 나는 가볍게 들리도록 대답한다.

 

 

 "그래- 거기서 보자-"

 

 세진이는 다시 웃는다

 

 

 

 

 

 "꾸밀 것 없어- 그냥 슬리퍼 끌고 나와-"

 

 

 

 

 

 그때 꾸미란 얘길 신경쓴다는 것 까지 눈치챈 모양이다- 역시 여우는 여우야

 

 

 "알았습니다!"

 

 

 전화가 끊기고 하임은 초췌한 자신을 거울속에 자신을 비춰본다-

 

 얼마 없는 립스틱 중, 가장 밝은 색을 골라 입술에 톡톡 발라본다- 입술만 환히 밝아지고

 

 자신을 속이는 이 약한 마법이 아직 효력이 있음에 감사한다-

 

 

 "그래, 괜찮아- 신경 쓸것 없어-"

 

 

 하나 마나한 말을 남기고 하임은 훌쩍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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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그 사람이 잠든 오후 2017 / 7 / 21 17 0 6288   
121 사람의 이면 , 이면의 지독함 2017 / 7 / 21 15 0 7751   
120 그것이 어떠한 감정인지 2017 / 7 / 21 18 0 6473   
119 고통은 때로는 그저 고통일뿐 2017 / 7 / 21 16 0 7118   
118 빠져나간 무언가 2017 / 7 / 20 20 0 7104   
117 회색과 노란색 2017 / 7 / 20 24 0 6157   
116 호랑이의 귀환 2017 / 7 / 20 17 0 6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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