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은 앞까지는 같이 걸어갔다- 사실 하임은 같이 걷고 싶지 않았다.
강비서는 작약에게 안 알렸으면 했고- 자신도 이해가지 않는 이 비밀의 만남을 이 낯선
남자에게는 어떻게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 남자는 재잘재잘- 하임은 듣고 있지도 않건만
말을 끊임없이 해댔다. 문득 궁금해졌다. 저 밝디 밝은 모습은 가장하는 것일까 , 아니면 원래 밝은 것일까-
하임은 이제 어떤것도 속단하질 못했다. 결론을 내리기엔 인생은 이랬다 저랬다 너무나 놀라운 일들로 가득했으니까
20대 후반에 이렇게 질질 끌려다니는 짝사랑이라, 그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그 전에 , 그렇게 오래 사귄 남자에게 차일꺼라고도 생각치 못했는걸 뭐... 자신이 짝사랑이란 단어를 쓰고도
그 단어는 마음에 딱 달라붙어 마음을 꽉 화상이라도 입히는듯 마음이 화끈화끈 거렸다.
"누구 만나러 가요?"
"네?"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던 통에 제이미의 질문을 처음엔 파악하지 못했다- .... 무슨 소리야?
"...... 아... 네... 잠시 만날 사람이 있어서-"
제이미는 눈을 빤히 바라보는 이상한 버릇이 있었다. 눈을 결코 피하지 않고 내 밑바닥까지 들여다 보는 듯한
그런 눈빛이었다-
"그래요? "
왜 이래 이 사람은 또- 하임이 얼굴 표정에 경계심을 들어 올리자 제이미는 언제 그랬냐는 듯 생긋 웃으며 말했다.
" 지금 저녁 장 보러 가거든요- 미스터 심이 뭘 잘 먹질 않으니- 다 같이 먹으면 좋겠다 싶은데... 장 보고 해서 한 두시간 쯤? 걸릴
거에요- 밥 먹으러.. 안 올래요?"
"......"
그거랑 다 같이 먹는게 무슨 상관이 있지?
"저 요리 , 잘하는데... "
하임이 이렇다 할 대답이 없자 머쓱한듯 제이미가 덧붙인다... 그래서 대답 못한게 아닌데-
"... 심지혁씨가 반가워 하실까요? 내 생각엔 아닐꺼 같은데... 물어 보셨어요?"
조금은 차가운 내 대답에 그는 주눅 든 기색도 없이 씩 웃곤 대답한다-
"식사 한번이에요- 그게 대단한 일은 아니잖아요- 다들 그 사람을 너무 살살 다루네요- 물론 저도 처음엔 그랬다고
위태롭다고 했지만... 몇번, 대화를 나눠보니-"
그 말을 하곤 하임의 눈을 예의 그 눈빛으로 바라본다-
"아니에요- 미스터 심, 내가 생각한 것 보다 당신이 생각하는 것 보다도 강한 사람인거 같아요-
원래 사실을 알고도 기다리는게- 더 힘든 법이죠-"
알아 듣지 못할 말을 하고는 웃곤 먼저 손을 흔든다-
"삼인분, 준비할게요- 꼭 와요- 알겠죠?"
.......
그는 가벼운 발 걸음으로 멀어진다- 그는 모른다. 내가 그를 만날때 마다 얼마나 조심했는지를
나의 궁금증과 호기심, 그리고 그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일 들 사이에서 얼마나 고민하며 그를 대해 왔는지를-
두 사람이 조금, 편해졌다면... 그건 좋은 일일까? 결국 저 사람은 장하민씨의 편인데....
편가르기라니, 유치하다...
자신의 유치함에 낮게 한숨을 쉬곤 피식 웃고만다. 이런 유치한 감정은 졸업한줄 알았는데...
나는 여전했다- 딱딱해져 버린줄 알았던 감성도- 기대하지 않았던 로맨틱함도
바싹 말라버렸다고- 이젠 그럴일 없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사랑앞에선 여전했다.
걸어서 까페에 도착해 문을 열자- 가장 끝 쪽 자리에 강비서님이 보였다. 굳은 입매- 그를 보며
나는 또 긴장했다. 또 무슨 일이지?
강비서는 그 답지 않게, ( 늘 예의를 차려서 대하긴 해도..) 아에 일어나서 내 의자까지 빼 주었다.
나는 낯설어 나도 모르게 본심이 말로 나왔다.
"....왜...왜이러세요?"
강비서는 어색하디 어색하게 씩 웃었다. "오늘 제가 힘든 부탁을 드려야 되서요-"
"힘든 부탁이요?"
나의 되물음에도 그는 앉아서 음료부터 주문하기를 권했다- 그래놓고도 자신은 앞에 놓인
얼음물을 벌컥벌컥 수시로 들이켰다. 나는 일단은 차분하게, 말을 꺼냈다.
".... 무슨 말씀인지는 모르겠지만- 부탁이라면 듣고 할수도, 안 할수도 있으니까 우선 편하게 말 꺼내세요-
어렵게 말씀 안 하셔도 되요-... 물론 제가 그걸 들어드려도 안 들어드려도..... 작가님께는 비밀로 할 게요-"
그 말에 강비서는 눈빛이 오히려 더 흔들렸다. 이 사람은 대체 작약때문에 얼마나 자주 이런 위기를
겪으며 살아왔을까-... 나는 강비서도 안쓰러웠다.
"제 이야기 먼저-... 해도 될까요?"
조심스럽게 그가 입을 열었고 나는 들을 준비가 되었다는 표정을 했다.
".... 저는 이렇게 말하시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출장 떠나기 전 쯤만 해도- 그저 작가님은
제게... 이런 표현을 이해해 주세요- 그저 미쳤다고밖에 생각 안되는 꼬장꼬장하고 세상에서 만나기 가장 싫은
상사에 불과했어요-..
저는 회사에서도 아주 특별한 위치에 있죠- 약속 안 잡고 회장님 뵈러 갈수 있는 사람은
저 뿐이거든요- 하지만 그건 특권이 아니에요- 특별히 불편한... 지시죠 지시.."
"....."
뭐라 대답하기가 난감한 넋두리라 하임은 그저 나온 음료로 목을 축이며 그의 말을 경청했다.
" 처음엔 어떻게 붙은 회산데 싶기도 했고- 악착같이 매달렸어요- 요즘엔 안 그러시지만 , 아니 잘 안그러시지만...
예전엔 정말 기기묘묘한거 시키셨거든요- 이러다가 나가 떨어지라는 의미구나 싶을 정도로 별난거 시키곤 하셨어요-
정말 죽어났죠, 그러니 대충 대강의 사정을 다 알고도 솔직히... 동정도 미안한 맘도- 아무것도 안 들었어요
그저 저런 또라..... 아니... 저런 미친 사람도 있구나 싶었을 뿐이었죠-..... 달라지신건.....
저 출장 갈때 쯔음이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회장님한테 저 뺏겠다고 맞서셨죠-.... 사실 본가에 불려 갈 때 마다
식사 하겠다고 가셔서 식사하고 나오신적... 한번도 없어요-.... 그런데 그날은 좀 달랐어요-...
나와서 다리가 불편하신지 앉으신 모습에서.... 저는 , 이런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만..."
"...."
"너무 슬펐어요-... 그 모습이 견딜 수 없이 외로워 보였어요-...... 비로소 작가님의 괴로움에 공감한게 맞을 거에요
참.. 이상하죠 , 작가님은 많은걸 가지신 분이세요
비극적인 사건으로 잃은것 또한 많지만... 재산도, 능력도 출중하시죠- 그런데 작가님은 왜 그렇게 고독하셔야 할까요,
늘 작가님을 코너에 몰아 넣는건... 그래서 작가님이 폭발하는걸 기다리는 것 처럼 가족분들이 거의 돌아가면서
작가님을 곤란하게 만드세요-사랑이라고 하기엔...... 그분들이 하는 일은 너무나 가혹하거든요-......
작가님을 이해하지 말았어야 할지도 모르죠-.. 그런데 이해하고 안타깝게 여기고 나니까...... 작가님을
뭐라고 할까요-..... 보호라고 할까요? 그래도 중간에 저라도 끼여서 이 일들을 막을수만 있다면.....
그래서 저도 결국 뛰어들고 말았죠-... 이젠 회장님도 사모님도, 하다못해 이사님까지도 저 찾으세요
작가님만 관련되면요-... 후회했죠 엄청.... 그런데 이미 늦었더라구요.........."
강비서의 얘기는 절절했으나 나에게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만한 소리는 아니었다.
내용은 그가 말한 부탁도 아니었으며- 다른 어떠한 것도 아니었다.
"제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가 안 가시죠?"
....
하임은 그저 말 없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강비서는 그게 당연하다는 듯 피식 웃었다.
"그렇죠 이해 안 가시겠죠... 그런데 제가 요즘 가장 고통스러운건 그게 아니에요- 바로 제가 나쁜사람이 된 듯한
기분을 지울수가 없다는 거죠, 저는 그저 전하는 것 뿐이에요 단지... 그건데.......
그 이야기를 듣고 미친듯 흔들리고 고통스러워 하시는 작가님을 봐야되는 사람은 저거든요.. 저에요 그 말을 전한 사람인 저요
그러니까 너무 미안해져요, 전 그저 전한거 뿐이고 - 전해야만 하는 상황인데- 작가님께 공감하고 친구처럼 마음을 주었더니
제가 괴로워지고 말더라구요-....... 그러니까 하임씨는..."
그 말에 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강비서의 진심이 가득담긴 눈빛을 보고 말았다. 이 사람은 진심으로 내게
충고를 하고 있었다. 자신도 그러니까- 그러지 말라고 ...... 마음을 가득 담은 경고-
" 제가 부탁해도, 그 부탁이 참을수 없이 하임씨를 유혹 한다고 해도... 만약 지금 하임씨의 감정에서 돌아 나가실수 있다면
돌아 나가셨으면 좋겠어요..... 정말로요-"
나는 어리둥절해졌고 그 다음엔 얼굴이 홧홧 달아오르게 부끄러워졌다.
작약만 , 아니 작약도 알고도 모른척 하는 걸 수도 있겠지- 제이미가 특별히 눈치가 빨라 그런줄만 알았는데
이미 강비서님도 눈치 채고 있었나보다..... 나는 참을수 없이 부끄러웠다.
언감생심 내 주제에 그를 넘보고 있었다는 걸, 스스로 생각해도 조금은 부끄러운 그 감정을
그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눈치챘다는 게 ... 너무나 부끄러웠다.
내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지자 강비서는 몹시 당황했다.
그리곤 급히 말을 꺼냈다.
"... 하 ..하임씨가 잘못했다고 말씀드린게 아니에요- 그저.... 저는... 주변 사람들의 생각에 원래도 민감해야 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잖아요- 그게 직업이다 보니... 눈치 챌수밖에 없었어요... 죄송합니다... 그저 저는... 아직 작가님이 준비 되셨는질
모르겠어요-.... 그래서... 노파심에... 주제 넘었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나는 얼굴색이 돌아오길 잠시 기다렸다.
기왕지사 들킨거.. 그냥 가감없이 하고 싶은 말을.. 꺼냈다.
"무슨 말씀 하신건지... 알아요-....... 그래도 쉽진 않네요, 쉬울거라고 생각했는데... 담백해 질수 있을꺼라고 믿었는데....
안되네요.."
그 말에 강비서는 안타깝다는 듯이 눈 끝을 아래로 보냈다.
"언제 눈치채셨어요?.... 저... 정말 조심해야겠네요..."
어색하게 온힘을 다해 웃어 보였지만 그의 표정은 내 말을 농담으로 받아들인것 같지가 않았다.
그 말에 강비서는 듣고도 한참을 시간을 두고, 대답하였다.
"그때, 제가 응급실에서 전화 드렸을때... 알았어요- 목소리에... 그냥 걱정이라기엔.... "
그는 그 말끝에 또 말을 멈추었다.
"내 감정이 너무 많이 묻어 있었군요... 그랬군요"
내가 그 문장을 끝내자 강비서는 미안하다는 듯이... 굉장히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럼 이제 부탁을 해 보세요- 무슨 이야긴지... 알고 결정하고 싶어요-"
내 말에 그는 갑작스레 현실감이 든 듯했다.
그리고 앞의.. 이젠 얼마 남지도 않은 물로 다시 목을 축였다. 그리곤 이야길 시작했다.
내가 들을꺼라고는 상상도 못한 이야기들을..
-
제이미는 즐겁게 장을 봤다. 곳곳에서 보이는, 가족을 위해 장을 보는 따뜻해 보이는 어머니들..
한국에 와서 놀란 것 중 하나는- 자애로운 어머니들이 어떤 나라보다 많다는 것이다.
게다가 자신같은 외국인에게도 , 무엇을 물어봐도 성심 성의껏 대답해 준다. 살짝 웃으며-
자상한 어머니처럼,
제이미는 원래도 요리를 좋아한다- 물론, 예전엔 그저 식탁에 오르는 대로 순종하며 먹어치우던 때도 있었다.
어머니는 설탕의 양에 굉장히 민감하신 분이었고- 나는 소다 음료라던가- 사탕등은 절대 먹질 못했다. 하민이와 친구가 되면서
하민이는 종종 내게 그런 간식을 주었다. 비밀이라면서- 우리 둘은 하민이의 방에서 서로 재잘대면서
꼬마였던.. 그런 우리 둘은 젤리같은 불량 식품들을 나눠 먹었다. 그래... 말하자면 불량 식품이었건만 식탁에 올랐던 그 어떤 음식보다
따뜻했다. 따뜻한 기운을 가득 품고 있었다. 비쳐 들어오던 햇살- 설탕묻은 지렁이모양 젤리의 인조적인 과일 향
달콤한 향기처럼 그저 달콤했던 어린 시절의 한 조각..
재료를 고르며 그 기억에 웃고, 웃다가 얼굴에 핏기가 가시는 듯 그 웃음도 쉬이 빠져나간다.
그런 시간을 아는 둘, 그 나머지 하나는....... 이대로 내게만 이 기억을 남긴 채 이렇게 영원히
나만 남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마음은 너무 자신을 외롭게 만든다.
제이미는 생각을 떨치곤 찬들을 고른다. 오늘은 결국 파스타다- 한식 요린 할줄도 모르고 익숙하질 못해서-
메뉴는 결국 파스타지만- 영양까지도 고려해서 ,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테지만-
양은, 하임에게 말 한데로 삼인분이다.
솔직한 여자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미스터 심한텐 미안하지만 , 이런 사랑에 발목 잡히지 말았으면 할 정도로
괜찮은 여자였다.
깨끗해 보이는 여자였다. 심지혁이라는 남자는 얼굴도- 그 외의 다른것도 매력적인 남자긴 했다. 그래도 제이미 자신이 판단하기엔
지금 상태는 장하임이라는 여자에게 독만 되는 독한 상태라 느껴졌다... 그런데 심지혁씨의 속 마음은 모르지만
그녀는 미스터 심에게 단단히 빠져 있다는게 티가 났다. 그래서 더 안타까웠다.
자기 자신의 감정을 감추지도 못할 만큼 순진한 여자라면... 다른 사람이 나을텐데-
이런 생각을 하는거 알면 하민이는 어떻게 나올까- 어쩌면... 화를 낼까, 그녀가 골나면 그랬듯이 예쁜 미간에 살짝 주름을 지면서
못됐다고 나를 혼낼까?
아니.. 아닐것이다. 그녀는 그저 착한 사람이었으니- 둘다 안 다칠 방법을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자신까지도 포함해서 셋다 안 다칠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게 있다면 .. 말이지만-
그 여자는 아마 기억의 하민이를 추월하고 싶을 테지만... 하민이는 기억을 아름답게 만드는 특별한 재주가 있는 아이였다.
친구인 나에게도 그랬는데- 그녀를 목숨보다 더 사랑한듯한 그에게는 오죽할까.... 기억속의 존재는 원래도 추월하고파도
추월하기가 쉬운 존재가 아니다. 쫓아도 쫓아도.. 빛도 안 바래고 늙지도 않고 영원히... 고고한 존재로 남으니까-
그냥 안타까웠다. 좋은 여자 같은데- 착한 여자 같은데-
결국 상처받고 끝날 감정에 매달려있는거 같아서-
마지막, 계산하는 계산대에 지렁이 젤리가 보인다. 제이미는 씩 웃으며 그것도 장바구니에 담았다-
나서자 마자 뜯어 하나를 질겅질겅 씹는다- 입 안에 퍼지는 새콤 달콤함- 여름의 끝 무렵의 향기를 담은 듯
쓸쓸한데- 싱그럽다. 남은 봉지는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쑤셔 넣는다-
장을 다 보고 괜히 그 병원 앞을 스쳐 지나서 집으로 돌아간다- 늦은 시간이라 슬슬 문 닫을 시간이 되었나보다-
사람이 몇명 안보이는 병원의 황망한 불빛- 그 안에서 그 얼굴을 찾아본다. 괜시리 설렌다- 제이미는
이런 자신이 여전히 우습다.
우스운데- 싫진 않다.
그 얼굴이 자신과 눈이 마주쳤을때 쯔음 그는 웃었다. 씩- 자신이 가장 자신있는 웃는 모습으로
그리곤 미련따위 없는 척 돌아섰다. 그의 마음에 이 뒷모습이 조금 아쉽게 남길 바라면서-
아무리 봐도 모르겠네-... 아마도 우리 쪽 사람은 아닌듯하지만-
느낌이 쉽게 안오네- 그는 의문이 생겼지만 오늘은 이까지라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걸음을 재촉했다- 바짝 마른- 내 친구의 남자가 기다리는
그의 집으로-
-
강비서는 한참을 망설였다. 앞의 내가 답답해 질 정도로-
"오해하지 말고 들어주세요... 물론 작가님의 경우가 특별하긴 합니다만-.... 여긴 서로 원래 그러는 곳이에요-
원래도.... 그래요- 가족이라기 보다는 정치적인 파트너를 고르는데 더 골몰하는 곳이죠-
그러니 팩트 그대로만 사실로.... 들어 주세요-"
나는 한쪽 손을 살짝 들며- 이젠 정말 알았다는 듯이 고갤 끄덕였다.
강비서는 말 하면서도 자신의 결정을 확신을 못하겠다는 투였다. 내내-
"원래 작가님에겐 형이 있으신데-... 두분이 사이가 좀 안좋으십니다."
좀? 하임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형이라는 사람이 다녀가고 나서 , 작약은 짓밟힌것이나 다름없는
꼴이였다. 그런게 조금이면 대체 진짜 안 좋은 사인 어떻다고 해야 한단 말인가... 하임은 일단은 잠자코 들었다.
얼마만큼 자신을 드러내야 할지 모르는 것은 하임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물론 그분만 그러신건 아닙니다- 회장님도 그러실때 있으셨어요- 사람을 붙여서.. 알아보시죠-
솔직히 회장님 같은 경우는... 제가 꼬박꼬박 말씀을 안 드리니까 의심에서 그러신것도 있으신거 같아요-
게다가 작가님은.... 어느 경우에도 이젠 부모님을 신뢰하지 않으시니까요 특히 회장님에겐 더 그러세요
회장님은... 욕심이 많으신 분이거든요 작가님도 잘 알고 계시고요...."
그 말을 한순간엔 다 이해하지 못해 하임은 입을 딱 벌린채 멍하니 들었다.
그 표정을 보며 더 의외이고 놀란건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강비서의 표정이었다.
"압니다. 말도 안되죠- 처음엔 저도 그랬어요.. 안부를 묻고 싶으면 그냥 나이브하게 물어볼순 없는건가.. 그랬죠-
그런데 작가님은 절대 말하실 분이 아니고....그래서, 제가 전해 드리고 있었는데 어느순간 중심을 잃으니 곧 그러시더군요-
그런데 몰랐던 것은... 작가님의 형님.. 그러니까 이사님도 붙이신걸 ... 저는 정말 까맣게 몰랐다는 거죠-"
"......."
하임은 마음이 복잡했다. 그 사람은..... 아무것에도 미련이 없다.. 아니 없어 보인다. 그런 그가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것이라고
해 봤자 하민씨 단 한사람 뿐이다... 그런데 왜 그런 그를...
"이사님의 목적은 오로지- 작가님이 일선에서 물러나길 바라시는 겁니다. 어머님이 작가님을 많이 예뻐 하셨고
또 지금도 그러시거든요-.. 어쩔때는 그것때문에 더 그런것... 같기도 하지만.,.. 어쨌든..제가 하임씨께 이런 얘기까지 드리는 이유는-"
강비서는 어두운 표정으로 가방에서 사진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하임은 한숨을 쉬며 그 사진을 보며 기절할 뻔 했다. 그것은 자신과 유진이었다-
그리고 자신을 거의 업다시피 차에 데려다 놓는 사진- 그의 표정은 기대했던 것 보단 피곤해 보였고
실망하기엔 따뜻했다. 이것 때문에?
"이날... 기억 하시나요?
하임은 다시 입을 딱 연채..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아 가만히 멈춰 있었고
강비서는 예상 했다는 듯... 한마디만을 덧붙였다.
"이것,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