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그제야 , 친구가 된다
작성일 : 17-07-22 00:23     조회 : 17     추천 : 0     분량 : 768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여보세요?"

 

 

 

 전화기 너머서 들려오는 지혁의 목소리에 강비서는 끙.. 소리를 낮게 내며 대답했다.

 

 전화는 한참을 울렸다. 그런데 차마 받을 용기가 안났다.

 

 

 

 다음날 집에 돌아가서 그는 사람들 사이의 그 지독한 권력 싸움에 이 일을 계속 해야만 하나

 

 고민까지 했다. 자신은 이것이 감정 노동이라고 생각했다.

 

 

 몸은 피곤하지 않았다. 단지 감정이 너덜너덜 해 질뿐

 

 

 작가님이 안됬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그런 생각이 들어선 안됬다. 그저-... 그는 또작으로 , 툭하면 이상한걸로 트집잡는

 

 이상하디 이상한 상사였으면 .... 그저 될 일이었다.

 

 그랬다면 마음은 편했을 테니까-

 

 

 

 "네- 작가님.. 무슨 일...이신지? 아직 이사님이랑 대화도 안 끝냈는데요-의사 선생님께는 여쭤 봤는데... 샤워는 안 된다고 하시..."

 

 

 

 돌아온 대답은 즉각적이고- ...... 몹시 냉랭했다.

 

 "그것 때문에 전화한거, 아니야-"

 

 

 

 아.... 아니야? 그럼....???

 

 

 

 "그..그럼요?"

 

 

 

 

 지혁의 한숨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자- 그는 전쟁통에 적국 간에 날리는 비둘기들의 심정이 그야말로 이해가 되었다.

 

 비둘기야.. 정말 미안했다. 매일 닭둘기라고 놀리며 싫어했던 거, 너희는 평화의 상징이기나 하지

 

 나는 불화의 상징인거 같은데... 내가 너희를 무시하다니 말야...

 

 

 

 그런 엉뚱한 생각에 빠져 있는데 지혁이 망설이고 망설이다 말을 꺼냈다.

 

 

 "어머니가 얘기좀 하자고 문자 하셨어- 그런데 상황이 이러니..... "

 

 

 

 

 아마도 상황이란건 다리 얘기인거 같은데.....뭐라고 대답하기가 굉장히 난처했다... 그럼 이 말은?

 

 작가님의 목소리는 지하 땅굴 300미터 아래에서 듣는듯 뼈 속까지 아주 서늘했다. 서늘하다 못해 , 오싹했다.

 

 

 

 

 "... 니가 대신 가서 좀 듣고와- 오히려 나보단 니가 나을꺼야, 어머니가 말씀하신게 처음이라서

 

 내가 가도 별로 좋은 말씀 하실거 같진 않고-... 방어는 단단히 하고- 아무것도 다른 얘기는 흘리지 말고,

 

 그러고 와- 듣기만 하고 오라고...."

 

 

 

 "방어..요?"

 

 

 강비서는 되 물으면서 속으로만 생각했다. 그럴꺼 같으면 녹음기를 보내지 그러세요....

 

 방어도 단단히 해야하는 사지로 자신을 내 몰면서.. 나한테는 발언권도 없다고?!

 

 

 

 

 "무슨 말인지.. 알잖아- 나한테.... 시간을 좀 벌어줘...."

 

 

 

 "......."

 

 

 

 "......그냥 듣기만 하고, 와... 내가 책 편집중이라 시간을 못냈다고 그냥 그렇게만 말씀드려-"

 

 

 

 

 강비서는 우려가 먼저 되었다. 사모님이 그런 말을 꺼내시는 일은 처음인데

 

 과연 그 말을 믿으실까?.... 정말?

 

 

 

 

 

 조심스레 말 한마디를 꺼냈다... 마치 폭팔물을 주머니에서 꺼내듯 .. 조심..... 조심스레-

 

 

 

 "바...방어를 할려면 말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

 

 

 

 

 아무 대답도 없다.. 이건 내가 대답을 잘못했다는 소리다. 대답 없는 질타-

 

 이게 가장 무섭다. 차라리 위협을 하면 무슨 소리인지나 알아 들을텐데....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나는 그저 그렇게 말하는게 다였다. 더 할말이 뭐 있으랴...

 

 회장님보다 사모님이 더 어려운데..... 대체 어떻게 하라고-

 

 

 

 가슴속에 뭔가 참을수 없는 울분이 치 솟았다. 분노해도 누구에게도 털어 놓지 못할 분노-

 

 작가님이 냄새에 치를 떨어서 끊은 담배가 미칠듯 땡겼다.

 

 끊게 한것도 작가님이지만 , 생각나게 만드는 것도 작가님이었다.

 

 

 

 이 시작과 끝에 있는 ............. 그까지 생각하다 강비서는 그만두었다.

 

 자신이 굳이 씹지 않아도 그는 가혹하게 당하고 있으니까-

 

 

 

 "무슨 말씀 하시던-..... 놀라지 말고 찬찬히 이해 될 만큼 말씀드려- "

 

 

 

 

 

 ".. 예 알겠습니다-"

 

 

 

 

 

 "아버지 귀에 안 들어가게 해- .. 들어가면 시끄러워질거야-

 

 아마 어머니가 따로 언질 하시겠지만 , 창립기념일 파티 이야기는....."

 

 

 

 

 더 들을수가 있어야 듣고있지.. 목소리가 딱하기 그지 없었다.

 

 그래서 어쩔수 없이 중간에 끊었다.

 

 

 

 

 

 "...... 알고 있습니다"

 

 

 

 

 

 

 "....아직 고민중이야- , 하지만..."

 

 

 

 

 

 그는 아주 한참이나, 말 사이에 공백을 두었다

 

 

 

 

 

  "아마도 가긴 ... 가야겠지... 그래도 이건 너만 알고 있었으면 해...... "

 

 

 

 

 정말일까- 결국엔 자기 스스로 나오게 되는건가? 회장님이 전하래서 전했지만

 

 작가님은 , 아마 장하민씨 어머님을 지키는 쪽으로- 꾸역꾸역 가게 될것이다- 회장님은

 

 작가님에게 다른 선택권 따위는 주지도 않으셨다.

 

 

 그러니....

 

 여기서 체크할수 있는 문항은 단 하나다-

 

 

 작가님이 고민중이라는 말씀은 .. 단지 그걸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말씀을 우회적으로 하신 것일 뿐이다-

 

 결국, 작가님은 나오게 되실거다- 누군지도 모르는 , 초면의 여자를 옆에 장식품처럼 달고서 말이다...

 

 

 

 

 

 "....네 무슨 말씀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 정말 알고있어?"

 

 

 

 

 "네?"

 

 

 

 목소리에 담긴 의아함이 내 맘에도 파문을 불러 일으킨다... 대체 무슨 말씀이지?

 

 

 

 

 

 그는 우습다는 듯- 목소리에 웃음기가 깔려 있었다. 그러나 우습긴 커녕

 

 목소리가 딱해서, 강비서는 듣고 있기가 괴로웠다.

 

 

 

 

 

 "너 알겠다는 말만- 4번 했어.....

 

 근데... 너한테 말하는 나도 , 잘 모르겠거든...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

 

 

 

 

 목소리에 진심이 잔뜩 묻어있다. 작가님의 진심에 내 심장도 함께 내려앉는 기분이다-

 

 뭐라고 해야 할까, 위로? 내가 뭐라고 말해야 위로란게 될까-

 

 

 

 

 한참을 바짝 얼어 이것 저것 어째야 되나 떠올리며 패닉에 빠져 있는데

 

 작가님이 먼저, 그 공백을 깼다.

 

 

 

 

 

 "... 그냥 하는 소리야- 진심담아 맘에 담지마-"

 

 

 

 

 그 뒤에 따라온 전혀 그답지 않은 그 말에 마음이 그대로, 축축해진다-, 금방이라도 곰팡이가 슬 것처럼-

 

 

 

 이젠 소독약이 아니라 곰팡이 제거제도 달고 다녀야 할것만 같다.

 

 

 

 

 

 

 "그럼 부탁한다-"

 

 

 

 

 

 '그렇게 해- ' '이상' '그렇게 알고 있을게' ....

 

 

 그런 말이 아니다- 부탁한다는 말은......

 

 

 

 

 

 

 .......처음인가, 처음인거 같다.

 

 

 강비서는 약간 어리둥절 한 채로 전화를 그저 들고만 있었다.. 뭐라고 해야하지?

 

 

 

 

 

 이 사람에게 연민을 느끼지 말아야 했다, 그래야 일이 편한거였다.

 

 그냥 재수없는 놈으로 쭉- 갔다면 이런, 알수없는 양심의 가책은 필요 없는거였다.

 

 

 

 마치... 의사들 처럼-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병명 이야기를

 

 할때마다- 측은한 맘은 느낄지도 모르지만- 안타까워 하며 엉엉 울진 않지 않은가, 그래야 했다-

 

 

 일과- 정신세계와의 어떠한 거리.....

 

 

 

 끝까지 사무적인걸로- 일로 갔으면 좋았을텐데-

 

 그냥 일이나 하고 그러면 될 텐데- 안타까이 여겨서 어쩌자는 거냐...... 나는 스스로를 호되게 질책했다-

 

 

 

 

 그러나 안타까운건 그냥 안타까운거였다. 이 자식 , 못될꺼면, 아니- 못되 처먹을꺼면 끝까지 못됬으면 더 좋고

 

 행복했을텐데- 이따위 죄책감 느끼면서 일을 해야 하다니..

 

 

 

 

 나는 겨우 , 대답할수 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네, 압니다... 그럼.."

 

 

 

 전화를 끊고 강비서는 한참을 목을 가다듬었다. 방어 준비를 위해 맘을 비웠다-

 

 

 

 이놈의 일! 더 힘들어지면 다 때려치고 내가 고향으로 내려가고 만다-.. 어머니 아버지 볼 낯이 없어 열심히

 

 다녀볼려고 하는데... 정말 안도와주네 안 도와줘..

 

 

 

 강비서는 열심히 얼굴을 가다듬었다. 목소리도- 그리고 번호를 눌렀다-

 

 

 

 "네, 사모님... 저 강비섭니다-"

 

 

 

 -

 

 

 

 

 지혁이 나오자 제이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쇼파에 앉아 있었다- 분명 혼자 있다고 생각했을때는

 

 표정이 심각하달까 차갑달까- 그랬는데 자신과 마주치자 언제 그랬냐는듯 얼굴에 미소가 깔린다-

 

 저게 정말 자신의 말 대로 , 그야 말로 '습관' 이라면... 저 사람도 참 불쌍한 인간이다-

 

 

 

 

 "볼일은 끝났나요?"

 

 

 지혁은 그 격의없는 친한척에 정말 염증이 난다- 악의가 담겨 있는것 같진 않지만-

 

 

 

 

 "......."

 

 

 

 휠체어를 당겨 , 커피 머신을 힘겹게 누르자- 제이미는 소리없이 다가서서

 

 그 잔을 지혁에게 내려준다.

 

 

 "괜찮아, 안 도와줘도.."

 

 

 

 

 "그냥 이럴땐 고맙다, 그럼 되는거에요-"

 

 

 

 지혁은 그 말에 살벌하게 쳐다보며 한마디를 툭 던진다-

 

 

 

 "안 도와주는게 돕는거야- 알겠나?"

 

 

 

 제이미는 주눅 든 기색조차 없다- 강철 멘탈은 강철 멘탈이네.. 지혁이 속으로만 감탄하고 제이미는 그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곤 만다-

 

 둘다 오후의 빛에 그저 앉아있을 따름이다- 그러다 한참이나 뒤에- 역시 제이미가 또 입을 열었다.-

 

 

 "그럼, 직업이 작가인가요?"

 

 

 

 지혁은 다른 생각에 빠져 있다가 , 느지막히 대답한다.

 

 

 

 

 

 "그래"

 

 

 "어떤 책을 쓰나요?"

 

 

 

 

 지혁이 눈을 치켜뜨며 살벌하게 대꾸했다.

 

 

 

 

 ".... 당신은 몰라도 상관 없어- 가르쳐 줄 참도 아니니까-"

 

 

 

 제이미는 그 말에 과장되게 섭섭하단 표정을 짓는다-

 

 

 

 "그러시다면...뭐... 그래도- 대충 이야기 들은 걸로는 작가가 되기 쉽지 않을줄 알았는데요-"

 

 그 말에 지혁이 제이미를 쳐다본다- 그렇다. 하민이가 어디까지 이야기 했는지를 모르니 말하기가 쉽지않다-

 

 

 

 거기에서 또 슬픔을 느낀다- 하민이가 분명 미국에 있는 친구에게 편지를 쓰고 주고받고 하는건 알고 있었다-

 

 그 친구에게 내 이야기를 했다고도 했었다- 당시엔 신경 쓰지 않았다.

 

 멍청이같이... 더 잘 들어줄것을 더 귀 기울여 들어 줄것을...

 

 

 그래도 그때에는... 내 생활이 그렇게 비밀스럽지 않았다. 아니... 지금처럼 가시를 세우고 내 이야기를 방어할 필요가 없었다.

 

 

 

 멍청하게도 그 가시에 나도 다친다- 더 어리석은건

 

 

 내가 소중히 여기던 사람들도 내 가시가 박혀 나가떨어진다는 점이 그러하다.

 

 그들이 손에 박힌 가시를 깨닫고 나를 징그럽다는 듯한 눈으로 바라볼때 나는

 

 내가 세워 그들을 다치게 하고도 나도, 함께 놀란다-

 

 

 

 

 지긋지긋한 자기혐오- 그러면서도 염세적이라 나밖에 모르는 이기심-

 

 

 나는 그런 모순 속에서 살았다. 언제나...

 

 

 

 

 "..... 쉽진 않았지- 그랬어- 당신이 이해할거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그 말에 제이미가 정말로 씁쓸하게 웃는다.

 

 

 

 "왜 내가 모를꺼라고 생각하죠? , 그런거라면 저도 잘 알아요"

 

 

 지혁이 쳐다보자 제이미는 그대로 말을 이었다-

 

 

 

 "물론 같을거라곤 생각지 않지만요-.."

 

 

 ".........."

 

 

 

 

 "저희 집은 , 말하자면 엘리트들만 있었거든요- 모두가 좋은 학교를 졸업하고는 ... 당연스럽게 .. 그 뭐죠?

 

 나라... 의회인가요? 이런 단어는 익숙치 않아서-"

 

 

 지혁은 잠잠히 듣고만 있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으니까.......

 

 

 

 "다들 거기로 가기위해 목을 맸죠- 아버지는 꿈이 크셨어요 , 최연소 주지사를 넘보고 계셨으니까요-

 

 그게 안된게 내 탓은 아니지만- .... 물론 내가 아버지의 멘탈을 흔들어 놓은 ... 단점이었던것은 사실이죠-"

 

 

 

 

 제이미는 예사 그렇듯 웃고 있었지만 이번은 그 웃음이 가면이라는 것을 제이미도- 듣고 있는 지혁도

 

 알수 있었다. 알고... 있었다.

 

 

 

 

 "저는 그 중에서 그저 단점으로 뭉쳐진- 감싸지지 않는 사람이었죠- 단순 그 취향? .. 그것때문은 아니에요-

 

 부모님의 기준에 발 맞추려고 - 애썼죠 그런다고 해서 되는게 아닌데 말이에요- 다 잘하려고 했었죠-

 

 

 

 

 하지만 ,

 

 이 사람들이 나와 가족이라고 해서 가족이 아니구나, 라는걸 깨달은건...... 물론 취향때문이었어요"

 

 

 

 그 말을 하는 제이미는 담담했다. 가족이라고 해서 가족이 아니다...... 그 말을

 

 다른 사람은 몰라도 지혁은 진심으로 이해했다. 이 사람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슨말인지 알수 있었다-

 

 

 

 

 

 " 솔직히 아버지는 저를 미워 하실줄 알았어요- 예상했던 일이라 해서 충격이 적었던것은 아니지만요...

 

 하지만 어머니도 저에게서 돌아서실줄은 꿈에도 몰랐죠-

 

 어렵게 어렵게... 사실 의도한게 아니었지만 밝혀지고 나자.... 커밍아웃.... 하고 나자-

 

 

 

 저는 돌아보니 혼자더군요- 아무것도 남지 않았죠- 저는 떠돌이가 되었어요- "

 

 

 

 

 그 말에 지혁이 눈을 마주친다- 제이미는 더 이상은 억지로 웃지 않았다-

 

 

 "우습죠- 돈이 필요한게 아니라 애정과 이해가 필요한 거였는데- 매번, 꼬박꼬박 돈을 보내 주세요- 일종의 떨어져 있으라는 경고죠-

 

 

 미국에 돌아가기만 해도 다들 경계해요- 이상하죠-... 미국은 자유로운 나라에요 생각보다 동성애 인구 수도 많구요-

 

 

 모두에게 이해시킬순 없지만- 다름을 인정하죠- '틀린게' 아니라 '다르다' 라구요- 제 말이 맞나요? 제대로 썼나요?"

 

 

 

 

 지혁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제이미는 그 몸짓에 살짝 웃었다-

 

 

 

 "이리 저리- 마음 내키는 대로 떠돌았죠- 그러다 하민이를 찾아 왔어요- 물론, 이런 사연이 있을줄은 몰랐구요-"

 

 

 

 

 지혁이 그제야 입을 땠다

 

 

 "하민이가 도왔다는건, 뭐지?"

 

 

 

 그 말에 제이미는 지혁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눈빛은 도전적이라기 보다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것 같아 보였다-

 

 

 눈에 묻은 사무치는 그리움- 그것에 지혁은 얼었다.

 

 

 

 "저는 알고 있어요- 상대를 이해한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하민이는 제가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도망치고-... 이런 말을 이해해 주세요- 저 자신을 괴롭히며 감출때 한눈에 저를 알아봤죠- 그렇다고 해서

 

 

 저를 강압적으로 내보내지도- 저를 밀어내지도 , 제가 밀어낼때 물러 서지도 않았죠-

 

 제가 저로 있으면 된다고-.. 가치관... 맞나요? 가치관이 저를 바꾸거나 해치는게 아니라고- 저는 저일 뿐이라고-

 

 내가 그대로라고- 내가 망가지거나 엉망이 된게 아니라고.. 끊임없이 되 짚어 주었죠-"

 

 

 

 

 

 "......."

 

 

 

 "그때 저는 세상이 원망스러웠어요- 그게 잘못된건 아니잖아요, 다른거지... 그런 저를 인정할수가 없었어요-

 

 그런 제가 저는 너무 , 너무너무 싫었거든요-

 

 그런 집안에서 자란 저는... 그게 사실 다를 뿐인 일인데도 인정할수가 없었어요 , 그건 잘못이고

 

 

 저는 실패자 처럼 , 느껴졌죠..

 

 그때의 저라면... 그때의 저는....

 

 저에게서 도망치기 위해선 무슨 짓이든 했을 꺼에요-

 

 하민이에게 많이... 나쁘게 굴었죠- 니가 무슨 상관이냐고- 그러자 하민이가 내게 웃으며 말했죠"

 

 "..."

 

 

 "왜 상관이 없냐고- 너는 내가 사랑하는 친구인데 어떻게 상관이 없을수가 있냐고... 수십번도 더 되짚어 주었어요-"

 

 

 제이미는 그때를 회상하는 듯 웃었다.

 

 

 

 "정말.... 그녀답죠- ......"

 

 

 

 

 그랬다. 하민이라면 ,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다면- 친구이던 가족이던.... 그게 누구이던 포기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어떤 일이든 용감함으로 이겨버리는 아이였다. 그랬다. 어둠도 그녀 앞에선 도망갔을 것이다.

 

 

 그녀 답다... 그랬다.. 그의 말이 맞았다.... 그녀 다운, 말이었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저는 벌써 살아있지 않았을 거에요- 그녀는 나의 은인이죠-...."

 

 

 

 

 그 말을 하는 제이미는 애틋해보였다, 정말 진심으로..

 

 

 

 

 "저의, 아니.. 나에게 남은- 이 세상 유일한...... 나의 가족이니까요-"

 

 

 그 말에 지혁은 살짝 숨을 멈추었다. 그리고 하민의 상태를 알고도 그가 아무렇지도 않았다는게 아니라

 

 죽을힘을 다해 애통함과 슬픔... 그녀를 도와 줄수 없어서 - 절망하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그는 사력을 다해 가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남은 내가... 남은 우리들이 더 힘들거란걸 알아서

 

 그저 가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정말, 하민이는 믿기 어려운 것을 기적으로 만드는 아이였죠-"

 

 

 

 

 제이미의 그 말에- ... 그제야 가시를 내리고.... 아주 한참만에-

 

 지혁이 대답했다.

 

 

 

 

 

 "..... 정말....... 그랬어- "

 

 

 

 창 밖으로 해가 , 밤의 하늘로 돌아가기 위해 몸을 녹여내고 있었다.

 

 

 

 

 "그래서... 그 누구도 그녀를 잊을 수 없는 거겠지-"

 

 

 

 그 말에 제이미가 한참만에 또 웃었다. 그러나 이젠 가면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 가면이 눈에 보인다면 그 가면은 그의 손에 들려 있을 것 만 같았다.

 

 

 

 

 "그러게요-"

 

 

 

 

 둘은 그 말을 끝으로 한참을 말 없이 생각에 잠겼다. 그러나 제이미가 그를 만나고 그 어떤 때 보다도

 

 공기가 부드러웠다. 한참을 색을 녹여내던 해가 어둠 속으로 사라지자

 

 제이미는 아무렇지 않은 듯 - 장을 봐 오겠다며 집을 나섰다-

 

 

 지혁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컴퓨터 앞으로 가 글을 쓰기 시작했다.

 

 

 

 

 더 이상의 앙금이 이제는...... 남지 않았다.

 

 둘은 그제야... 하민이가 그토록 말했던 것 처럼 친구가 되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45 비겁해도 어쩔수 없어 2017 / 7 / 23 21 0 8477   
144 준비 안된 고백, 무너뜨리다 2017 / 7 / 22 15 0 10068   
143 몸이 먼저 , 움직였어 2017 / 7 / 22 19 0 9807   
142 독사과를 베어 물다 2017 / 7 / 22 21 0 9052   
141 잠수하다 2017 / 7 / 22 20 0 8150   
140 뜨거운 물 한방울 2017 / 7 / 22 14 0 6998   
139 러시안 룰렛 2017 / 7 / 22 19 0 8199   
138 약점 2017 / 7 / 22 18 0 9232   
137 새벽, 아침, 그리고 두개의 방 2017 / 7 / 22 17 0 7309   
136 비치는 옷? 비치는 마음 2017 / 7 / 22 18 0 6047   
135 원래 , 멋진여자 2017 / 7 / 22 18 0 7036   
134 발 끝부터 번져오는 물처럼 2017 / 7 / 22 25 0 8440   
133 알게되는 사실 , 떠나고서야 확인되는 진실 2017 / 7 / 22 16 0 8843   
132 돌아 나갈 수 없는 감정 2017 / 7 / 22 19 0 8506   
131 부탁 , 그리고 부탁 2017 / 7 / 22 12 0 8761   
130 그제야 , 친구가 된다 2017 / 7 / 22 18 0 7686   
129 금이 간 유리 잔 2017 / 7 / 22 18 0 7472   
128 가면, 그리고 들키는 마음 2017 / 7 / 21 19 0 6499   
127 대답 , 혹은 다른 인연의 시작 2017 / 7 / 21 15 0 10061   
126 응달에 피는 꽃 2017 / 7 / 21 18 0 7628   
125 우연의 반복, 얄밉도록 청초한 2017 / 7 / 21 18 0 6869   
124 한 사람이 몰고 온 바람 2017 / 7 / 21 17 0 6844   
123 악몽의 끝 자락, 뜻 밖의 불청객 2017 / 7 / 21 17 0 5066   
122 그 사람이 잠든 오후 2017 / 7 / 21 18 0 6288   
121 사람의 이면 , 이면의 지독함 2017 / 7 / 21 15 0 7751   
120 그것이 어떠한 감정인지 2017 / 7 / 21 18 0 6473   
119 고통은 때로는 그저 고통일뿐 2017 / 7 / 21 16 0 7118   
118 빠져나간 무언가 2017 / 7 / 20 21 0 7104   
117 회색과 노란색 2017 / 7 / 20 24 0 6157   
116 호랑이의 귀환 2017 / 7 / 20 17 0 6115   
 1  2  3  4  5  6  7  8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