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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용사의 검 -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8.9.3

세계에 뿌려진, 신의 힘을 가진 검. 단 하나 뿐인 검을 사용하던 용사가 수백 년이 흐른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그가 깨어난 세계는 자신이 살던 나라와 사람이 죽은, 이미 한번 멸망한 세계. 괴수라는 생명체로 인해 세계가 혼란스러웠고, 많은 것이 바뀌어 있는 현실에 그는 체념하지만, 그 만이 사용 할수 있던 검을 쓸 수 있는 소녀를 만난 그는, 그녀가 곧 그와 같은 운명을 걷게 될 것을 알게 되었고,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해 주기로 마음 먹는다. 용사의 검에 얽혀 운명이 뒤틀린 두사람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11. 토벌전(4)
작성일 : 19-05-14 23:05     조회 : 53     추천 : 0     분량 : 9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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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부들은 회의가 끝나고 전부 녹초가 된 채로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장장 6시간이라는 대 장정에 가까운 회의였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물론 중간에 작은 소동들이 있었지만, 그것은 어찌 잘 처리해 나가면서, 그들은 회의를 마쳤다.

 

 “정말이지...... 아까의 살기는 정말이지 상상을 못했다고.”

 

 아바르는 리즌과 함께 나오면서 그 작은 소동에 대해 말을 꺼냈다. 거기다, 군단장이 되기 전, 기사단장 때 만났던 거의 최고 등급의 지아렛보다 강력한 살기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그는 말을 했다. 그러자 리즌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괜히 하만의 영웅이라고 불리겠어? 무엇보다 토벌부대 다음으로 괴수를 많이 처리한 인물인데 말이야.”

 

 “근데 아까 전에 무슨 말을 했기에, 그렇게 반응 한 거냐?”

 

 리즌의 기억 속 과거의 데미아는, 마치 광기에 물든 전사나 마찬가지의 모습이었다.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그녀의 모습이 왜 그렇게 변했는가에 대해서 그는 잘 알고 있었지만, 이미 그녀에게도 많은 죄를 지었던 그였기에,

 

 “아.... 그저, 옛날~ 이야기를 좀 했지...... 그녀가 조금 실수 한 거 말이야. 그녀가 워낙 완벽주의자니까, 자기 실수에 대해 말하는 걸 조금 싫어하거든.”

 

 라고 얼버무리며, 그는 태연하게 그에게 말을 했다. 아바르는 그런 그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확실히 3군단장. 조금은 그런 성향이 있기는 한 것 같아 보이긴 하더라. 저번에 예산 배치 때도 딱 맞춰서 하려다가........”

 

 리즌은 아바르의 말을 한귀로 듣고 흘리며, 그와 함께 식당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전투지역 내에 숙영지들과 달리 나름 깔끔하게 정리된 식당을 보고 있다면, 그냥 부대에 있는 것과 같아 보이지만,

 

 “오늘 두부 탕수라고 누가 그랬어?!”

 

 “식단 짜는 녀석 가만히 안 둔다!”

 

 병사들의 투덜거리는 소리를 듣고는 그들 역시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야전이라 냄새가 덜 나면서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여야 한다는 것에 착안된 음식이긴 하지만, 두부 자체가 가져오다가 상할 텐데 말이 안 되는 소리다.

 

 결론은 뒤에서 누군가가 뒷돈을 받고 넘기고 있다는 것인데....... 아바르의 감찰부에도, 리즌의 정보력에도 걸리지 않는 것이 대단하다 못해 두 손을 다 들 정도였다. 다행인 점은 왜인지 모르게 녀석들은 두부에만 집착을 한다는 것.

 

 “뭐, 다른 것들도 있을 거니까, 다들 투덜거리지 말고 밥이나 먹어!”

 

 병사들의 불만을 단숨에 제압하며, 천천히 리즌과 아바르가 반찬통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병사들 역시 조용히, 그들의 뒤를 따라 줄을 서기 시작했다.

 

 연합 정부의 군은, 장교와 병사가 따로 식사하는 것이 없다. 계급에 따른 차등을 둔 식사는 병사들의 불만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에서, 그리고 연합정부의 군의 모태가 된 것은 모든 종족이 협력하여 살아남기 위해 만든 연합군이었기에 생긴 것이었다.

 

 덕분에 병사들은 식사에 딱히 불만이 없을뿐더러, 장교와 병사가 같은 밥을 먹는 다는 것에서 사기를 올리면서 맛없는 식사가 아닌 어느 정도 맛이 보장 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거기다 제일 큰 장점이라고 한다면,

 

 “근데 솔직히 나도 두부탕수 먹기 싫어! 조리장! 미안하지만 두부 탕수 대신, 고기를 많이 가져와! 모자라면 내 사비를 써! 팍팍 쓰라고!”

 

 이렇게 즉시 무엇인가가 조치가 취해진다는 점이다. 군의 보급선 말고도, 일반 상인들의 상선들도 같이 오기 때문에 이들을 이용해 음식 재료를 바꾸기도 하는 경우가 있다. 그 점을 이용해 가끔씩 특식을 만들거나 아예 메뉴를 바꿀 수도 있다. 대신 돈이 왕창 깨질 각오를 해야 하지만 말이다.

 

 아바르가 지갑을 꺼내들어 조리장에게 넘겨주는 모습에 주변에 있던 모든 인원들이 일제히 환호를 지르며 그를 바라보았다.

 

 “역시 아바르님이야!”

 

 “군단장님 최고십니다!”

 

 물론.

 

 “이봐...... 네가 그렇게 나오면 나는 어쩌라는 거냐고........”

 

 리즌은 약간 불만이 있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여기 있는 인원들을 다 먹이려면 아바르의 돈으로는 모자랄 테니, 자신에게도 지출이 생길 것임을 직감한 그였다.

 

 “뭐긴 뭐야. 이럴 때 일수록 사기를 진작해줘야지! 어차피 자네는 돈 그렇게 잘 쓰지 않잖아.”

 

 “돈을 잘 안 쓰는 게 아니라 잘 모아두는 거라고.”

 

 뭐, 이렇게 말은 해도 그 역시 지갑을 꺼내들어 그에게 넘겼다. 그냥은 줄 수 없고 한번은 튕긴다. 그의 성격을 잘 아는 아바르는 피식 웃으며 지갑을 받았다. 방금 전까지 불만과 늘어져 축 쳐졌던 분위기도 둘 덕분에 다시 살아났다.

 

 “이야! 2군단장님도 한턱 쏜 단다!”

 

 “와아! 2군단장님!”

 

 “근데 2군단장님이 어느 분이시지?”

 

 역시나 그의 얼굴을 아는 사람이 적으니 다들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어쨌든 밥이 바뀐다는 얘기에 기뻐하고 있다. 리즌은 그런 그들을 보며 이를 갈며,

 

 “흐으... , 다들 왜 내 얼굴을 몰라! 진짜 나중에 부대 시찰 겸 그냥 막 쳐들어 갈 거야. 정말로 부대를 뒤집고 다닐 거라고!”

 

 라고 투덜댔지만, 그 말을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환호소리에 묻혀서 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병사들의 사기가 충전되며 저녁이 뉘엿뉘엿 지나가고 있었다.

 

 

 

 - 6군단 숙영지 내 토벌부대 지휘막사 -

 

 

 조용한 막사 안.

 

 말없이 앉아 있는 남자는 조용히 펜던트를 짚은 채로 가만히 있었다. 밝게 빛나는 밖의 모습과 다른 어두침침한 막사 안의 모습에, 막사 안으로 들어오던 인물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했다.

 

 “이렇게까지 어둡게 있을래요?”

 

 막사 입구에서, 아멜이 따뜻하게 김이 나는 반합을 들고 서있었다. 저녁 식사 내내, 식당에 그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 신경이 쓰였던 그녀였다. 그래서 식당의 조리원들에게 부탁해 따로 밥을 가져 온 것이었다. 물론,

 

 ‘아멜! 미안한데, 조금 부탁 하나만 해도 되니?’

 

 리엔의 말도 한몫을 하긴 했고. 그렇게 슬픈 표정의 그를 처음 보는 리엔도 많이 신경 쓰였지만, 그 분위기에 다시 들어가는 것도 그렇고, 갑자기 일이 늘어나버려서 그를 만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마침 아멜도 그를 만나려던 참이었는데, 이런 저런 일로 잘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리엔이 부탁하기 무섭게, 그녀는 곧장 식당으로 가서 밥을 담아 온 것이었다.

 

 해가 빨리지는 황무지의 특성상, 저녁 7시가 되기도 전에 작은 등불이 없다면 막사내부는 어두컴컴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멜은 천천히 옆에 있는 작은 등불을 켜며 그에게로 다가가려고 했다.

 

 “아저씨, 그러고 보니 요즘 약은 꼬박꼬박....... 아저씨? 또 장난치는 건가요?”

 

 그녀의 말에도 가만히 의자에 앉아 펜던트를 바라보는 그의 모습에, 처음에는 장난이라고 생각했다. 가끔씩 장난으로 숨을 쉬지 않고 있다거나, 일부러 다가왔을 때 놀라게 만들기도 했었으니까. 하지만, 그의 옆에 다가서자, 그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아저씨? 아저씨. 괜찮아요?”

 

 급히 아멜은 반합을 내려두고 그의 어깨에 손을 댔다. 그 순간 그의 몸이 스르르, 힘없이 옆으로 기울어졌다. 그녀는 급히 쓰러지는 그의 몸을 붙잡고 그의 상태를 보았다.

 

 ‘숨이... 얕아...... 아니, 잠깐 멈췄어!’

 

 아멜은 급히 그를 침대에 눕히고, 두 손을 모으고 가슴을 누르기 시작했다. 다행이 응급 구조 수업을 들었던 것을 잊지 않았다. 이런 상황일수록 침착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을 머릿속에 가득 채우며 열심히 압박을 해나갔다.

 

 “아저씨?! 아저씨! 괜찮아요? 대답 좀 해봐요! 누구 밖에 없어요?! 도와주세요! 제발!”

 

 “무슨 일이야?”

 

 마침 그 근처를 지나고 있던 리즌이, 아멜의 다급한 외침에 막사 안으로 들어왔다. 아멜은 가슴압박을 계속하며 그에게 말했다.

 

 “아저씨 상태가 이상해요!”

 

 “뭐! 젠장. 이 자식........”

 

 리즌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는 급히 주머니에서 작은 약병 하나를 꺼내들었다. 그 사이에 아멜은 급히 기도를 열고 그대로 숨을 불어넣었다. 아멜이 빠르게 조치한 덕분에, 그는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때 리즌이 약병의 뚜껑을 열며 말을 했다.

 

 “흐... 하는 수 없네...... 아델, 미안해!”

 

 약병에서 작은 액체가 그의 입술로, 입 안으로 흘러들어갔다. 아멜은 그 약병을 보고, 순간 지난 비공정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저거... 분명.......’

 

 리엔에게 붙잡혀, 괴로워하며 먹었던 그 약. 효과가 좋다고는 하지만, 엄청 쓰다 못해 정신을 잃게 만들 정도로 파괴력이 엄청난 그 약을, 그는 아델의 입속에 그대로 들이부었다. 리엔도 그렇고, 그가 직접 마실 때도 저렇게까지는 하지 않았는데.......

 

 “혹시... 그거.....”

 

 푸흡! 아델은 입안에 흘러들어오는 끔찍한 액체를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동시에,

 

 “크아아아악!”

 

 작은 괴성이 막사 전체에 울려 퍼졌다. 그래봐야 황무지의 바람소리에 묻혀서 멀리까지 들리지 않았지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지금은 그저.......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온몸으로 표현할 뿐이니까. 단지.... 그뿐이다.

 

 

 30분 후, 그는 진정이 되었는지, 몰아쉬던 숨을 천천히 고르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리즌이 자켓을 들어 아멜을 감싸준 덕분에, 괴로움의 흔적(?)은 맞지 않았지만, 사방에 퍼진 약은 침대의 모포나 기둥에서 묻어, 그 특유의 냄새로 모두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커억..... 커억..... 죽... 죽는 줄 알았......”

 

 창백한 얼굴에서 점점 혈색이 돌아오는 그의 모습에 안도하는 아멜은 급히 자신의 주머니에서 손을 넣어 손수건을 꺼내들었다. 리즌은 괜찮아진 그의 모습에 천천히 물을 따라주며 말했다.

 

 “이미 죽어가고 있었다. 일단 얘기 좀 하자. 도대체 무슨 일이야?”

 

 아멜이 건네준 손수건으로 그는 그의 입 주변에서 흐르고 있는 그 정체불명의 액체를 닦아냈다. 예전에 아델이 줬던 손수건이 다시 돌아온 셈이지만, 이거 참..... 이젠 더 이상 쓸 수 없을지도 모르게 됐다.

 

 “잠시... 좀 피곤해서 그래.”

 

 물을 마시며 정신을 가다듬는 그에게, 리즌은 팔짱을 끼며 말을 했다.

 

 “웃기지마. 그 정도로 쓰러진다면 문제가 없지. 분명 너....... 계속해서 ‘색적’을 켜고 있는 거 아니야?”

 

 ‘색적’이라는 말에 아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것도 분명 특별한 힘들 중에 하나 일 것이다. 말 뜻대로, 아마 괴수들을 탐지하는 것 같아 보이는데.........

 

 “비공정이 습격당하고 난 뒤부터, 쉬지 않고 켰지? 그렇지? 무리하지 말라고 내가 그렇게 말했잖아.”

 

 아델은 머리에 손을 잠시 얹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정도는 괜찮다. 라고 생각을 했지만, 이젠 그것마저도 무리라는 것이다. 그런 그에게 리즌은 질책하듯이 말을 이어나갔다.

 

 “정말이지..... 안 그래도 네 힘이 그렇게 필요한데....... 이번작전에 핵심인 네가 그렇게 힘을 낭비하고 있으면 안 되잖아? 어? 잊었단 말이야?”

 

 “아하하하...... 그랬었지......”

 

 리즌의 말에 얼버무리듯 말을 하는 아델. 그런 둘의 모습을 보면서, 아멜의 눈동자가 조금씩 흔들렸다. 아델이 잘 대해줘서, 주변에서 잘 대해줬기에 잊고 있었다. 눈치 빠른 리즌은 그런 아멜의 머릿속을 읽었는지,

 

 “어.쨌.든. 조심해. 너 하나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네 걱정을 하는 사람은 언제든지 많으니까 말이야.”

 

 라는 말을 하며, 그 망할 약을 던져주고는 그대로 막사 밖으로 걸어 나갔다. 어떨 결에 두 사람이, 저번처럼 남게 되었다. 이번에는 침대에 있는 사람이 아델이라는 것만 뺀다면.

 

 리즌이 나가고 난 뒤, 말없이 두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그 망할 약이 홀로 서 있었다.

 

 “어째서 둘 다 이 모양 일까요?”

 

 “하하하. 그러게.......”

 

 아델과 아멜은 지난번과 같이, 서로를 보며 멋쩍게 웃었다. 참, 그러고 보니 여기 온 이유가 있었지!

 

 “참! 밥 아직 안 드셨죠? 일단 밥을 가지고 왔는‥…. 아....”

 

 반합에 담긴 밥은 이미 김이 꺼지고 식어 있었다. 황무지의 밤은 금방 추워지기 때문에, 어떻게든 음식이 식지 않게 하려고 아등바등 거리며 들어왔었던 그녀의 노력은 한순간에 날아가 있던 것이었다.

 

 “히........ 최대한 식지 않게 하려고 뜨거워도 감싸고 왔는데.”

 

 따뜻할 때 주려고 했던 그녀의 의도가 틀어지자, 그녀는 시무룩해진 얼굴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아델은 피식 웃으며, 그녀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괜찮아. 어차피 약 때문에 식욕도 없다고.”

 

 “그래도 밥은 꼬박꼬박 챙겨 먹어야 한다고요! 아! 난로가 있었지! 여기다 데울 테니 기다려주세요.”

 

 참, 이번에는 장기 숙영을 위해, 난로를 챙겨왔던 것을 떠올린 그녀는, 곧장 주위를 둘러보다가, 마침 한쪽에 놓여있는 난로를 발견하고 그대로 가져왔다.

 

 “아... 아니! 그렇게 까지 할 필요는 없.......”

 

 “신경쓰지 말아요. 거기다 슬슬 추워지는데 난로도 지펴야 하잖아요?”

 

 아델의 만류에도 그녀는 천천히 난로에 불을 붙이고 그 위에 반합을 올려두었다. 차갑게 식어있던 고기스프와 완자조림에서 다시 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따뜻하게 올라오는 김과 보글보글 소리가 막사 안에 울려 퍼졌다. 그것을 지켜보던 아델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꼭 그러고 있으니까, 요리 해주는 것 같네.”

 

 “데..... 데우는 것뿐인데요, 뭐. 어차피 맛은 거기서 거기지만요.”

 

 “군대 밥이 어디서 맛있기나 하겠나. 맛없지만 않으면 다행이긴 하지만 말이야.”

 

 “그것도 그렇긴 하네요. 그냥 우리 조리원들이 음식을 잘하는 건가?”

 

 “그건 그러네. 그렇게 맛없는 군대식 두부탕수의 맛까지 똑같이 만들 줄 아니까 말이야.”

 

 아델의 말에 아멜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전의 다급했던 모습, 그리고 놀라다 못해 화나 있는 모습이 아닌, 그녀의 웃는 얼굴에 아델도 웃음이 나왔다.

 

 잠시 후, 따뜻하게 데워진 반합을 들고 온 아멜은, 문뜩 자신이 여기 온 이유가 떠올랐다.

 

 “참, 아저씨. 아저씨께 전해 드릴 물건이 있어요. 이것 때문에 찾아왔는데, 자꾸 까먹네요.”

 

 “음? 뭔데?”

 

 아멜이 넘겨준 반합에서 음식을 한 숟갈 떠먹으려다, 아멜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멜은 그에게 작은 반지와 편지를 넘겨줬다. 아델은 그녀가 주는 반지에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이... 이건.......’

 

 “아저씨를 찾는 분들이 조금 많아서요. 이건 예네프씨가 전해달라는 거고, 이 편지는...... 어.. 어라? 이 편지...... 누구였지?”

 

 분명 편지를 그에게 전해 줘야만 한다는 것은 떠올랐지만, 누가 전해달라고 했는지 떠오르지 않는다. 아멜은 잠시 눈살을 찌푸리며 그 인물을 떠올리려고 했지만, 아델은 그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괜찮아. 아무렴 어때. 편지에 적혀 있겠지 뭐.”

 

 하지만 편지를 열어본 그는 백지의 종이에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그 사이에 아멜은 꾸역꾸역 그 인물을 떠올리려고 노력하고 있었지만, 아무리 노력을 해도 그 편지를 준 인물이 떠오르지 않아 답답했다.

 

 “으..... 분명... 중요한 사람인......”

 

 “흠, 일단 이 반지......... 네가 가지고 있으렴.”

 

 “네? 자... 잠깐만... 무슨....”

 

 갑자기 자신에게 준 반지를 도로 돌려주는 그의 행동에 아멜은 깜짝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 그도 그럴게, 그녀의 왼손 중지에, 빠르게 반지를 끼워 넣었으니까. 아멜은 얼른 그 반지를 빼내며 말을 하려고 했지만, 아델의 말에 한 번 더 멈출 수밖에 없었다.

 

 “역시 딱 맞네. 반지가 주인을 찾은 것 같단 말이야.”

 

 반지는 화려하지 않았지만 은은하게, 마치 그녀의 눈동자 색처럼 밝게 빛나고 있었다. 반지는 고고한 자태를 내뿜으면서 신비로운 빛이 그녀를 감싸는 것 같았다.

 

 “그... 이 반지는 예네프씨가 꼭 아저씨에게 전해달라고 했다고요. 근데, 왜 저한테.......”

 

 “그 반지를 전달했으니, 내가 쓰고 싶은 데로 한 거야. 단지 그뿐이야. 내 반지를 내가 마음대로 한 거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그.. 그럼 이번에는 제가 돌려드릴게요. 이런 반지는 저에게 부담스럽단 말이에요!”

 

 “그렇다면 나는 상냥하게 거절해주마. 거기다 그 반지, 이제 내 손에 맞지 않는다고.”

 

 거절하려던 아멜의 손을 꼭 붙잡으며, 그는 그녀에게 미소를 지었다. 억지로 떠넘겨질 것 같아보냐! 라는 듯이, 그녀는 그의 손을 벌려서 빼내보려고 했지만, 어떻게 된 것인지 아까 전 까지 쓰러져 가던 인물의 힘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그의 힘에 그녀는 전혀 맥을 쓸 수가 없었다.

 

 “이... 이익.”

 

 “이렇게 보여도, 난 아직 죽지 않았다고.”

 

 결국 그의 힘에 무릎을 꿇은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럼 예네프씨한테 어떻게 말해야 하나요? 꼭 전해 달라고 했었는데.......”

 

 “걱정 마. 내가 이렇게 행동해도, 그라면 알아줄 거니까. 그는 머리가 밝고 눈치가 빠른 친구니까.”

 

 그 친구라면, 분명이 그렇게 생각해 줄 거니까.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무슨 일이 있다고 해도.........

 

 결국 아멜은 그에게서 반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반지를 낀 게 처음이지만, 신기하게도 어색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손은 한결 더 가벼워진 느낌이었으니까. 아니, 그의 말대로 꼭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아멜이 데워준 음식을 아델이 다 먹을 동안, 아멜은 그동안 혼자 훈련을 하면서 있던 일들에 대해, 궁금한 것들에 대해 말을 해나갔다. 아델은 그동안 그녀의 훈련을 제대로 봐주지 않았던 것이 마음에 걸렸었는데, 마침 그녀의 이야기에 신나게 말을 쏟아내며, 그녀의 궁금증들을 풀어주었다. 또 그간 있었던 일들에 대해 얘기를 하면서 모처럼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얘기를 나누다 보니, 벌써 시간도 10시를 넘어섰다. 뭐, 일부는 자세를 교정한다고 직접 시범을 몇 번 하느라 그렇게 된 것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자, 그럼 밤이 깊어졌으니까. 그만 자러 가보렴. 기다리는 사람도 있을 거고.”

 

 “네 네 알았어요. 그 대신 아저씨도 푹 자라고요. 내일부터 바빠질 거잖아요.”

 

 “그래. 내일부터는 정말 바쁠 거야. 그럼 잘 자렴.”

 

 두 사람은 서로에게 미소를 지으며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내일부터는, 전과 다른 엄청난 무리의 괴수들에게 맞서서 싸워야 한다. 어쩌면 이렇게 말을 하고, 내일 당장 죽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두렵지는 않았다. 아니 두렵다기보다는 오히려 용기가 솟아났다.

 

 ‘내가 지켜야 할 사람이......’/ ‘내 등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이......’

 

 “........ 여기 있으니까.”

 

 두 사람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잠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뿌연 하늘 사이로 작게 빛나는 별들이, 유난히 어두운 황무지의 밤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마치 어둠 속에서 길을 잃지 않게 비추는 등불처럼. 맑고 그 순수하고 아름다움을 잃지 않으면서 말이다.

 
작가의 말
 

 후아... 벌써 더워지려고 하네요.... 너무... 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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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10. 개전(4) 2019 / 3 / 26 64 0 8808   
54 #10. 개전(3) 2019 / 3 / 20 57 0 7923   
53 #10. 개전(2) 2019 / 3 / 19 57 0 8767   
52 #10. 개전 2019 / 3 / 13 68 0 8143   
51 #9. 각성(5) 2019 / 3 / 12 58 0 10454   
50 #9. 각성(4) 2019 / 3 / 6 54 0 8041   
49 #9. 각성(3) 2019 / 3 / 5 63 0 8663   
48 #9. 각성(2) 2019 / 2 / 27 63 0 9316   
47 #9. 각성 2019 / 2 / 26 53 0 9298   
46 #8. 인장(6) 2019 / 2 / 20 65 0 8245   
45 #8. 인장(5.5) 2019 / 2 / 19 74 0 8494   
44 #8. 인장(5) 2019 / 2 / 13 71 0 8931   
43 #8. 인장(4) 2019 / 2 / 12 67 0 7978   
42 #8. 인장(3) 2019 / 1 / 30 77 0 9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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