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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용사의 검 -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8.9.3

세계에 뿌려진, 신의 힘을 가진 검. 단 하나 뿐인 검을 사용하던 용사가 수백 년이 흐른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그가 깨어난 세계는 자신이 살던 나라와 사람이 죽은, 이미 한번 멸망한 세계. 괴수라는 생명체로 인해 세계가 혼란스러웠고, 많은 것이 바뀌어 있는 현실에 그는 체념하지만, 그 만이 사용 할수 있던 검을 쓸 수 있는 소녀를 만난 그는, 그녀가 곧 그와 같은 운명을 걷게 될 것을 알게 되었고,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해 주기로 마음 먹는다. 용사의 검에 얽혀 운명이 뒤틀린 두사람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10. 개전(4)
작성일 : 19-03-26 22:51     조회 : 64     추천 : 0     분량 : 8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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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 포트 메인, 선착장 -

 

 

 부산스러운 선착장을 정리하는 두 사람. 한 명은 나이가 조금 지긋하고 흰머리가 조금 삐져나와있는 남자는 앞에 있는 갈색 머리 남자를 구박하며 일을 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구박에도 갈색 머리 남자는 그저 웃으며 일을 계속해 나갔다.

 

 “휴우.... 그나저나 이거 참 엄청나네요. 아버님.”

 

 “너, 다시 한 번 만 더 아버님이라고 하면 죽여 버린다! 말 걸지 말고 일하라고 했지!”

 

 “에이, 그래도 너무 일만 하면 금방 지친다니까요. 앗! 메리!”

 

 남자의 말에 눈살을 찌푸리던 선장도 고개를 돌려 매표소 쪽을 바라보았다. 마침 그의 사랑스러운 딸 메리가 차와 과자를 가져오고 있었다.

 

 “으이구, 아빠! 또 그이한테 뭐라고 하고 있었죠?”

 

 “아니야. 내가 일을 잘 못해서 그래.”

 

 그는 너무 순수했다. 악의가 없이 말을 해도 충분히 오해를 살만한 말인데도 말이다. 물론 그 점을 잘 알고 있는 메리는 딱히 그녀의 아버지인 선장에게 뭐라고 더 말하지는 않았다. 그게 더 얄밉긴 했지만, 딱히 더 할 말이 없는 선장은 그저 가만히 고개를 돌리며 선착장을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이렇게 큰 배들이 들어와 있다니. 이 시골 선착장이라도 크게 지어진 이유가 다 있다니 말이다. 선장은 배들을 바라보며 옛날 생각이 났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전에도 이렇게 큰 배들이 들어와 있기는 했었지.”

 

 “네? 그런 적이 있었나요?”

 

 메리는 그런 그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선장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하, 그때는 메리가 없었으니 잘 모르겠구나. 그날은........ 정말이지 감회가 새로운 날이었지. 내가 예전에 군에 있을 때 말이다........”

 

 군에 있던, 그의 젊은 시절 그는 군 소속 2급 항해사 겸 조타사를 맡았었다. 알 포트 메인이 개발이 막 시작되고 있었을 무렵, 이곳의 괴수들을 토벌하기 위해 끊임없이 드나들던 배들을 몰고 다니며 물자와 병사들을 실어 나르곤 했었다.

 

 “지금이야 별 볼일 없는 선착장이라도, 예전에는 유적에서 파온 물자와 이곳에서 발견된 숲에서 자르던 목재들을 실어 나르느라고 한때는 여기가 엄청난 부를 얻을 수 있는 신천지였지. 그래서 난 네 엄마와 함께, 군 생활이 끝나면 여기서 살자고 했었던 거지........”

 

 그래 그녀랑 약속을 했었지........

 

 메리는 말이 없어진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차마 말을 걸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게 그의 아내이자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가 태어난 지 몇 개월도 채 되지 않아.......

 

 “그래도 이 마을을 지킬 수 있어서 참 다행이야. 정말......”

 

 선장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그저 그녀가 준 차를 마셨다. 뒤에 있는 두 사람은 그런 그를 잠시 바라보다가, 그의 곁으로 다가와 미소를 지었다.

 

 “자자, 그러면 일 해야죠? 아버님 뭘 하면 될까요?”

 

 “이 녀석이.... 쉬자고 해놓고서는.”

 

 툴툴 거리긴 해도 사이는 좋다. 그저 딸을 너무 사랑하는 아버지일 뿐이지. 둘은 다시 배들을 바라보며 선착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곧 올 이들을 위해. 그녀가 못 다한 꿈을 이루러 가기 위해 나가는 이들을 위해서.

 

 

 

 - ??? ????, ????? -

 

 

 어두컴컴한 집 안. 구름이 껴서 그런지 더 어두워 보이는 방 안 한 구석에서 겨울도 아닌데 난로를 때는, 이상한 가면을 쓴 남자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흠? 뭐지? 이 이상한 기류는.....”

 

 “아저씨, 무슨 일 있어요?”

 

 어깨까지 내려오는 분홍빛 머리칼을 가진, 청록빛 은색의 눈동자가 빛나는 작은 소녀가 그를 보며 고갤 갸웃 거렸다. 남자는 그 말에 그저 웃으며 난로에 장작을 던져 넣었다.

 

 “아니, 별일 없어. 단지....... 친구가 좀 괴로워하는 것 같아서.”

 

 “그래요? 그걸 어떻게 아는데요?”

 

 “그냥.”

 

 “에이, 그냥이라는 말이 어디 있나요? 아저씨 또 ‘마법’이라는 것 썼죠?”

 

 “그건 너도 쓸 줄 알잖니. 그리고 이건 다른 거란다.”

 

 그는 앉아있던 낡은 의자에서 일어나 천천히 책장에 꽂혀있는 작은 책 한권을 꺼내들었다. 책에는 알 수 없는 그림들과 문자들이 적혀있었다. 그는 천천히 책장을 넘기며 무엇인가를 찾는 듯 해보였다. 그리고 마침 그걸 찾았는지, 주머니 속에서 작은 돋보기를 꺼내 눈에 쓰며 그걸 확인했다. 소녀는 그런 그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참, 아저씨는 가면을 썼으면서 왜 안경은 그 위로 쓰는 거예요?”

 

 소녀의 말대로, 가면 위로 돋보기가 걸려있었다. 그 모습이 참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러자 그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아이의 말에 반박했다.

 

 “아하하. 가면에도 구멍은 뚫려 있잖니. 그리고 안경을 쓴다고 해서 이 멋진! 가면에 더 멋을 추가할 수 있다고.”

 

 “아저씨는 매번 볼 때 마다 이상해.”

 

 “칫..... 너도 나중에 크면 알게 될 거다.”

 

 “그럼 전 평생! 어린애로 살래요!”

 

 그렇게 둘은 티격태격 말을 주고받다가,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평소에도 이렇게 말을 주고받으니 딱히 상관은 없었지만.

 

 “그건 그렇고. 아저씨 ‘외출’ 하실 거죠?”

 

 “응. 그렇지. 오랜만에 ‘모임’에 가보려고.”

 

 남자는 책을 덮고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지만 소녀의 눈에는 작은 물방울들이 맺혀있었다.

 

 “아저씨, ‘또’ 그러면서 다쳐서 오는 거 아니죠?”

 

 “아니야. 이번엔. 그저 지켜보기만 하다가, 살짝 도와줄 거야.”

 

 “정말요? 살짝 도와주기만 할 거죠?”

 

 “그래. 살짝 도와주기만 할 거란다.”

 

 소녀는 그가 가려는 것을 막지는 않았다. 어차피 그의 일은 그의 일이니까. 하지만 수없이 남을 도우면서 다치는 그의 모습을 보는 것이 가슴이 아팠었다. 매번 피를 뒤집어쓰고 들어오거나, 이따금씩 침대에 누워 몇날 며칠을 가만히 있던 적도 있었으니까.

 

 뭐, 소녀가 말린다고 해도 듣지 않을 그니까, 소녀는 볼을 한껏 부풀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마치 귀여운 햄스터가 시위를 하는 것처럼 그의 앞에서 볼을 부풀리고 있는 그녀를 보며 남자는 그 볼을 툭 건드리며 말했다.

 

 “그래야, 그 아이도 다치지 않을 거잖니?”

 

 “치이... 알았어요. 대신 이거 전해주실 수 있나요?”

 

 소녀는 작은 반지를 꺼내 주며 말했다. 그러자 남자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꼭 전해 줄게. 꼭.”

 

 그는 소녀에게서 반지를 받아든 뒤, 천천히 뒤를 돌아 손가락을 튕겼다. 딱! 퐁! 그의 앞에 거대하고 푸른색의 벽이 하나 나타나기 시작했다. 벽에는 그의 키와 딱 맞는 크기의 문이 달려있었다. 남자는 그 문의 손잡이를 돌리고 천천히 문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문 밖의 풍경은 우중충한 날씨가 아닌 화창한 날씨의 어느 드넓은 초원이 펼쳐지는 게 보였다.

 

 “그럼. 예네프 아저씨? 맞나? 어쨌든 잘 갔다 와요.

 

 “그래. 잘 갔다 올게.”

 

 남자의 모습이 점점 변해갔다. 해괴한 가면을 쓰고 이상한 정장을 입고 있는 남자가 아닌, 토벌부대의 열혈 청년 예네프로. 그는 반지를 주머니 속에 넣고 부대를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조금만 늦어지면 오해를 살지 모르니까.

 

 

 그리고 이걸 아멜에게 전달해준 그는 마저 레프레아들을 교육시키며 잠시 하늘을 쳐다보았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분명 이 곳만은 물들지 않게 하려고 했었는데.......

 

 “뭐, 후회해도 늦었지만.”

 

 그래도 요 근래에 가장 ‘살아 있다’라고 생각이 드는 것 같았다. 오래 살면 감각이 무뎌져가고 있었는데....... 그래도 ‘소통’을 하며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 적어도 뭐가 잘못 되었는지 아는 게 중요하니까.

 

 “예네프씨!! 이거 어디로 옮기면 되요?”

 

 그렇게 한참을 생각에 잠겨있던 그를 깨운 건 한 작은 레프레아의 목소리였다. 분명 몇 번씩이나 얘기를 했었는데 그걸 그새 까먹다니...... 그는 잠시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꺼내려고 했다.

 

 “으이구.... 이 바보들아! 분명 여기다......”

 

 “전 이제 막 왔는데요?”

 

 그의 앞에, 팔짱을 끼고 볼을 한껏 부풀리고 있는 리엔이 서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살짝 당황한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시선을 돌렸다.

 

 “거기! 거기에다 옮기라고.....”

 

 “저 무시하지 마시죠?”

 

 분명 또 귀찮은 예감이 든다. 리엔이 찾아올 때는 대게 그런 일들이 많았으니까.

 

 “아...하하하;;; 무... 무슨 일인데?”

 

 그는 멋쩍게 웃으며 리엔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리엔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의 얼굴에 가까이, 그녀의 특유의 맑고 투명한 눈동자를 들이밀며 말했다.

 

 “저... 궁금한 게 있어요. 중요한 건데......”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그녀의 눈동자를 보며 그는 그저 한숨을 쉬었다. 왜인지 모르게 그녀의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거절 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그 눈동자를 보면 말이지.......

 

 

 

 - 연합 정부 수도, 1군단 집무실 -

 

 

 이마에 섬뜩하게 솟아있는 뿔과 창백한 피부. 그의 주변에서 도는 싸늘한 기운이, 만약 그를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귀신이라고 깜짝 놀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뭐, 귀신이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말이다.

 

 단지 그는 심기가 매우 나쁜 상태였다. 그가 생각 했던 것보다, 지금 들어온 보고들은 꽤나 안 좋았으니까. 물론 녀석들이 내부 공작을 통해 안에서 치지는 않을 테지만, 2차 괴수대전 이후로, 가장 큰 전투가 벌어질 심산임이 분명했다. 8개의 군단 중에 거의 3할이나 되는 3개의 군단이 나가있는 상태니까.

 

 “이대로 가면, 전멸 할 수 도 있는 거 아니야. 리즌?”

 

 그는 앞에 있는 천을 둘둘 감은 인물에게 말을 건넸다. 탁자에 발을 올린 불량한 자세와 제복도 걸쳐 입지 않고 앉아있던 리즌은 그가 주는 보고서를 받자,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걱정 마, 다이에스터. 그에 대한 대책은 세워놨으니까.”

 

 리즌은 보고서를 곧장 서류 가방에 넣어둔 뒤, 작은 동전 하나를 그에게 건넸다. 다이에스터는 그가 주는 동전을 집어 들었다. 동전은 은은한 광택을 내며, 마치 이계의 물건과 같은 매력을 뿜고 있었다. 그는 그 동전을 주머니에 집어넣은 뒤, 다시 말을 이어갔다.

 

 “차라리 도시 결계에서 싸우는 게 낫지 않았나? 괜히 전진 시켜서 싸우면 오히려 병력 소모만 더 심해질 텐데?”

 

 방어전을 치른다면야 차라리 황무지에서 싸우는 것보다는 낫다. 도시의 성벽은 견고하고 높으며, 내부 물자들은 풍족했다. 녀석들을 토벌하기 위해 쌓아둔 무기의 양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이 있으니까.

 

 하지만 황무지로 나가서 싸우는 지금, 도시에 거치된 대형 무기들은 쓸 수가 없다. 거기다 모래 위에서 싸우는 거는 일반 평지에서 싸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물론 그걸 대처하기 위해, 항상 모래 위에 있는 6군단과 5군단, 그리고 가장 훈련이 잘 되어있다고 평가 받고 있는 3군단을 파견한 거니까.

 

 “도시에서 싸우는 것도 좋긴 하지. 하지만 오히려 녀석들한테는 그게 이득이야. 무엇보다 결계의 효과가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민중들이 알면 어떻겠어?”

 

 끊임없이 보수는 하고 있지만, 결계에 저장되어있는 힘도 이젠 바닥이 나고 있다. 조만간에는 그 결계의 힘도 사라질 것이 뻔했다. 마냥 도시에서 버티다가 결계의 힘이 사라지기라도 한다면...... 그건 어쩌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녀석들의 장기는 공포심. 만약 병사들과 시민들에게 공포심이 퍼져나가기 시작하면, 병사들은 통제 가능하더라도 시민들은 장담할 수 없다. 오히려 전투하기 힘든 상황이 발생 할 수도 있으니까.

 

 “차라리 우리가 나가서 싸우는 수밖에. 안 그랬다간 기반 시설도, 사람들도 많이 죽을 거야. 거기다 여태 우리가 한 노력이 헛수고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하니까.”

 

 “그렇긴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아미테리아까지 녀석들 수중으로 넘어갈지 모르는데?”

 

 “그래서 신무기를 팍팍 지원하라고 부탁했잖아.”

 

 “신무기도 한계가 있다고. 특히 그 ‘화약’이라는 거. 만들기 너무 까다롭단 말이지. 그러니까........”

 

 다이에스터는 한차례 망설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화약의 존재에 대해 알려준 것은 리즌. 제조법도 리즌이 알고 있고, 제일 중요한 재료들을 그가 가져다주기에........

 

 “아... 물론 맘 같아서는 확 주고 싶기는 하지만...... 보는 눈이 많단 말이야.”

 

 화약의 등장은 전쟁의 판도와 양상을 바꿔놓을 수 있다. 당장 괴수 때문에 그쪽에 힘을 쏟고 있었지만, 만약 괴수가 사라진다면? 그건 그것대로 세계를 어지럽힐 수 있다. 그렇기에 그는 함부로 화약의 제조법에 대해 알려줄 수가 없었다.

 

 “물론 너를 못 믿는 건 아니야. 하지만.......”

 

 “괜찮아. 다른 사람이 그렇게 말하면 죽였겠지만, 자네니까 상관은 없지.”

 

 조금은 무례할 수도 있는 그의 태도에도 다이에스터는 화를 내지 않았다. 단지, 조금 답답할 뿐이다. 그 정도의 감정만이 그의 머릿속에 남을 뿐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그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화제를 바꾸기로 했다.

 

 “그건 그렇고, 자네도 정말 갈 건가?”

 

 “그래야지. 이미 초대도 받은 마당에 안 가면 조금 섭섭하잖아?”

 

 “참....... 나는 너희들을 이해하기 힘들단 말이지. 뻔한 함정일게 분명한데도 간다니.”

 

 그가 확인한 정보만으로는 그 곳에 있는 괴수들은 대략 1000마리가 넘는다. 그것도 일반 등급인 1~3등급 개체가 아니라, 고위험군의 5등급 이상의 개체들과 괴물들로 득실득실한 끔찍한 곳이니까.

 

 정예 기사 100명을 이끌고 들어가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쉽기도 한 공간을 그는 혈혈단신으로 들어간다는 얘기다. 그것도 아주 태연하게 말이다.

 

 “에이, 그 정도까지 신경을 써줬는데, 당연히 들어가 줘야지. 그래야 양동 작전도 먹히고.”

 

 “흐으.... 그 녀석이 이 이야기를 들었으면 엄청나게 놀랐을 것 같은데....... 일단 딸한테 신경을 쓰고 있으니 다행이지만 말이다.”

 

 “하하하. 그건 또 그렇기 하네. 나중에 직접 ‘은총’이라도... 아니다. 이건 좀 무리겠네.”

 

 은총이라는 말을 아무렇게나 꺼낸 그지만, 다이에스터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다이에스터, 그의 존재는 귀무족의 수장이라고만 알려진 것 빼고는 베일에 가려진 인물이었다. 그래서 이 세계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아냐와 더불어 리즌의 정체에 대해 아는 몇 안 되는 인물이었다.

 

 “어...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나?”

 

 시계를 보니 벌써 3시. 슬슬 배가 떠날 때가 됐다. 물론 ‘비전’이 있는 그라면 딱히 배를 탈 필요는 없지만, 지금은 지휘관의 입장이기에 배를 타야만 했다. 귀찮긴 하지만, 시대의 상황에 맞춰서 움직이는 것도 어느 정도 필요하니까.

 

 리즌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에 걸쳐두었던 제복 상의를 집어 들었다. 깔끔한 제복을 걸쳐 입고, 딱 맞는 모자를 머리에 쓰는 그의 모습은 아까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한 사람의, 한명의 군인과도 같은 모습은 다른 사람들의 귀감이 될 정도로 정돈된 모습이었다.

 

 참, 이 모습을 다른 사람들도 봐야 할 텐데.......

 

 “그럼 이제 난 가보도록 할게. 늦게 온다고 분명 녀석이 투덜투덜 될 거니까 말이야.”

 

 리즌은 마지막으로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서류 가방을 들었다. 그의 상처 많은 손은 어느새 흰색 장갑으로 가려져 있었다. 다이에스터는 그런 그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그래 그 너구리한테 안부 좀 전해주고.”

 

 “알았어. 그럼. 이만.”

 

 짧은 악수를 마치고 둘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집무실에 앉아 다시 업무를 보기 시작한 다이에스터, 그리고 천천히 손님으로서 나가는 리즌.

 

 탁탁 타다닥! 벌컥!

 

 “군단장님! 급히 보고 드릴게 있습니다!”

 

 다급하게 문을 열며 다이에스터의 부관이 뛰어 들어왔다. 마침 문을 열고 나가려던 리즌은 문고리에 손을 올리려다가 말고, 그냥 천천히 걸어 나갔다. 부관은 그런 그를 지나치며 다이에스터에게 다가가 보급 관련 보고를 올리기 시작했다.

 

 원래라면 한 부대의 최고 사령관이 있으면 그에게 인사를 해야하지만, 그는 전혀 그러지 않았다. 아니, 그러지 못한다는 게 맞다고 봐야 할지도 모르지만. 리즌과 다이에스터는 속으로 웃음을 참으며 각자의 길을 가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지?”

 

 “아..... 그 요번 4군단에서 들어오는........”

 

 다이에스터는 그의 보고를 받아드리며 그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리즌은 그런 둘의 모습을 보며 조용히 문을 닫으며, 천천히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복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를 보고 인사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니, 아까 부관과 같은 이유이기 때문에 할 수가 없던 것이지. 그래, 지금 리즌은 어느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으니까. 마치 그가 없던 것처럼. 아예 안 왔던 것이었으니까.

 

 

 “....... 그렇게 돼서 지금 당장 2안을 해야 할 것 같은.... 어랏? 그러고 보니 누구 왔다 갔었습니까?”

 

 부관은 탁자 한 켠에 올려 진 작은 찻잔 두 개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평소에 차를 잘 마시지 않는 그이기 때문에, 그는 탁자에 놓인 찻잔을 보고 살짝 놀란 감이 없지 않았다.

 

 “신경 쓰지 마라. 그저 개인 손님이 왔다 갔다. 이런 물건이 지금 시장에 돌아다니고 있다고 해서 말이야.”

 

 그는 아까 리즌에게서 받은 동전을 부관에게 보여주었다.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은은한 광택과 아름답게 조각 되어 있는 동전. 동전에는 작은 꽃이 조각되어있었다.

 

 “흠...... 미혹초군요. 알겠습니다. 곧바로 찾아보도록 하죠. 보급은 군단장님이 지시한 2안대로 그냥 밀고 가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해라.”

 

 부관은 보고를 마치고,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쏜살같이 밖으로 뛰어나갔다. 참, 이렇게 보면 1군단의 부관은 어지간히 바쁜 모양인가보다. 하루 종일 뛰어다니기만 하는 것 같으니.

 

 쿠우우우웅!

 

 동쪽 하늘에서 거대한 진동음이 들려왔다. 다이에스터는 그 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작은 창문 밖으로 본 푸른 하늘에는, 물자와 병력을 실은 거대한 비공정들이 하나 둘 씩 떠오르고 있었다.

 

 뿌우우~!

 

 거대한 뱃고동 소리가 도시가 떠나가라 울려댔다. 거대한 돛이 활짝 펴지고, 마침 불어오는 순풍에 가볍게 밀려나가듯 비공정들이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선착장에서 빠져 나온 배들은 그 거대한 날개와 그 위용을 뽐내며 점점 도시에서 멀어져갔다.

 

 ‘잘 갔다 오게. 난 여기서 내 일을 할 테니까.’

 

 다이에스터는 천천히 떠나가는 배들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그래, 이제는 모두가 무사히 돌아오길 빌어야지,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은 최대한 해놔야지.

 

 그래야 너희들이 돌아올 수 있으니까. 그래야 나도 너희들과 같이 서 있을 수 있으니까.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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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9. 각성(4) 2019 / 3 / 6 54 0 8041   
49 #9. 각성(3) 2019 / 3 / 5 63 0 8663   
48 #9. 각성(2) 2019 / 2 / 27 64 0 9316   
47 #9. 각성 2019 / 2 / 26 53 0 9298   
46 #8. 인장(6) 2019 / 2 / 20 66 0 8245   
45 #8. 인장(5.5) 2019 / 2 / 19 74 0 8494   
44 #8. 인장(5) 2019 / 2 / 13 71 0 8931   
43 #8. 인장(4) 2019 / 2 / 12 67 0 7978   
42 #8. 인장(3) 2019 / 1 / 30 78 0 9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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