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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용사의 검 -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8.9.3

세계에 뿌려진, 신의 힘을 가진 검. 단 하나 뿐인 검을 사용하던 용사가 수백 년이 흐른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그가 깨어난 세계는 자신이 살던 나라와 사람이 죽은, 이미 한번 멸망한 세계. 괴수라는 생명체로 인해 세계가 혼란스러웠고, 많은 것이 바뀌어 있는 현실에 그는 체념하지만, 그 만이 사용 할수 있던 검을 쓸 수 있는 소녀를 만난 그는, 그녀가 곧 그와 같은 운명을 걷게 될 것을 알게 되었고,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해 주기로 마음 먹는다. 용사의 검에 얽혀 운명이 뒤틀린 두사람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9. 각성
작성일 : 19-02-26 23:02     조회 : 52     추천 : 0     분량 : 9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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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8년이나 되었나 싶기도 하다. 정말이지 그 악몽이 다시 살아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최초 보고는 방벽 내부로 소수의 괴수가 들어왔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들은 간단히 보병과 서포터들에 의해 잡힐 줄 알고 대기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관리관은 괴수토벌부대 무구 적합자와 후보생들을 불러들였다.

 

 ‘비밀임무다. 괴수들을 잡아라. 단, 녀석들의 흔적은 없애야 한다.’

 

 내부에 들어온 것이라고 보고를 받았었다. 하지만 관리관은 녀석들의 잡은 흔적을 없애고, 모두의 노력을 숨기라고 했다. 보통 괴수를 잡으면 포상이 들어와, 그 포상으로 운영이 되는 괴수 토벌부대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이 정도를 알고 있냐고 한다면, 나도 부대에 3년은 넘게 있었기에 어느 정도 눈칫밥은 있다는 것이다. 후보생이긴 해도, 비범한 머리 덕에 여길 들어오게 된 거니까.

 

 그렇게 나는 형과 함께 후보생으로서, 오랜만에 나온 방패 무구적합자로서, 첫 임무를 뛰기 위해 작전에 투입이 되었다.

 

 분명 우리는 괴수가 방벽 안으로 들어왔다고 믿고 있었다. 숫자는 적다고 생각했고, 금방 끝나리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우리가 투입된 지역은 알 포트 메인의 중심 중 하나이자, 도시 바로 옆의 추모공원.

 

 “키아아아악!”

 

 “죽어!”

 

 “젠장! 뭔가가 잘못 되었어!”

 

 사람들의 비명소리, 끊임없이 쏟아지는 괴수들.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있는 건, 피를 흘리고 있는 스피넬과 나.

 

 “스피넬......”

 

 “스티네아........”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모르겠다. 투입되자마자, 괴수 무리가 나와 스피넬을 덮쳐왔고, 간신히 막았다 싶었을 때, 거대한 녀석의 주먹이 내 머리를 강타해버렸었다. 그대로 녀석에게 얻어맞아 날아가고 난 다음, 기억이 끊어졌다.

 

 

 그리고 천천히 눈을 떴을 때는.....

 

 “으.. 으아아! 가만 안둘 거야! 망할 자식들!”

 

 화가 잔뜩 나 있는 세유와 피 범벅이 되어 있는 예네프 형. 피를 흘리며 도망가는 어떤 무리와, 그리고 격하게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창의 무구 적합자이자 나의 형. 크로웰.

 

 “혀... 형?!”

 

 “크로웰씨!!!”

 

 스피넬이 옆에서 오열하며 그의 손을 꼭 붙잡아주고 있었다. 스피넬에게 있어서, 나에게 있어서 형은 영웅이었다. 황야를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던 스피넬을, 마을 사람들에게 멸시를 당하던 나를 구해준 영웅이었다.

 

 그리고 당대 영웅들과 토벌부대의 무구 적합자들 중에서 가장 많은 괴수를 무찔렀으며, 여러 개척지들을 구한 영웅인 나의 우상이,

 

 “크으.... 다들.. 괜찮은 거 맞지......”

 

 피를 토하면서도 우리들을 걱정해주고 있는 형이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인지 그는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예네프형..... 살릴 수 있지? 그렇지?”

 

 세유가 예네프 형의 옷자락을 붙잡으며 최대한 조르는 듯 해 보였다. 그래, 분명 예네프 형의 솜씨라면 죽어가던 인간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돌리며 먼 산만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목구멍에 ‘왜?’라는 단어가 마구 올라왔지만, 아직 정신을 제대로 못 차려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왜! 왜! 왜~!!!”

 

 좀처럼 잘 울지 않던, 밝은 아이가 슬프게 울어댔다. 그 사이에 예네프 형은 고개를 숙이며, 크로웰 형의 귀에다 무어라 속삭였다.

 

 “하하.... 나도 그 정도는 알고 있어.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나 큰 짐을 짊어지게 하는걸......”

 

 그는 그렇게 말하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기쁘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행이야. 아니, 우리 모두 저 아이에게 감사하다고 해야 하는데 말이야.”

 

 무슨 소리야? 나는 한방에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고.

 

 “그래 네 말이 맞지. 그리고 어쩌면 이 아이를 살리는 게 정답이었을지도 모르겠군.”

 

 서서히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그대로, 힘겹게 몸을 가누며 그에게로 다가갔다.

 

 “예네프 형....... 형을 살려줄 수 없나....”

 

 이렇게 말을 하려던 나는 순간 입을 멈추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게 그의 몸은 온통 검붉은 반점으로 뒤덮여있었기 때문이었다. 무구 적합자에게 나 있는 붉은 반점의 의미를 잘 알고 있는 그로서는 이 사실을 받아드리기가 힘들었었다.

 

 “침식이 이미 너무 많이 진행되어있었어......”

 

 “하하하..... 내가 너무 무리를 한 탓이기도 하죠.... 그래도 난 ‘인간답게’ 죽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인간답게’라니....... 지금 다 죽어가고 있는데 그런 농담이 나온다는 게 말이 되는 것인가?

 

 “스티네아..... 미안해.... 분명 임무 마치고 돌아가면 같이 자바우 스프 먹기로 했는데.....”

 

 “혀... 형..... 형!!!”

 

 격앙된 감정 때문에, 흘리고 싶은 눈물이 나오질 않았다. 그저 목 언저리에 맺힌 어떤 단어만이 맴돌 뿐이었다.

 

 “괜찮아...... 난 그저 먼저 별의 곁으로 돌아가는 것뿐이니까. 먼저 별의 곁으로 가게 되는 것이 조금 그렇지만 말이야.......”

 

 그의 숨이 조금씩 느려져갔다. 붉은 반점이 그의 몸을 거의 다 뒤덮기 시작했다. 그의 생명도 점점 꺼져가는 게 느껴졌다.

 

 “이 창을 스피넬한테 바로 넘겨줘야 한다는 게 조금 그러네........ 조금만 시간이 있다면......”

 

 “쉿. 그건 거기까지만 얘기해. 보는 눈이 많아.”

 

 무어라 말을 하려던 그에게 예네프가 주의를 주면서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들의 소식을 듣고 곧장 관리관과 서포터들이 지원을 온 것이었다. 지원군을 보면서 무슨 말을 숨길까 싶기도 했지만, 난 전혀 그런 것들은 신경 쓰이지 않았다.

 

 “아... 그렇지..... 미안해....요. 예네프형.... 뒤를 부탁할게요......”

 

 천천히 떠는 입술로, 크롬웰형의 입에서 작고 따뜻하면서도, 슬픈 눈물이 흘러나왔다. 언제나 밝게 웃어주던 그였지만, 이번만큼은 가슴에 벅차오르는 듯, 슬픈 눈물을 마구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예네프 형 역시 그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그래..... 알았어.... 이제 그만 쉬어.......”

 

 그 말을 끝으로 그의 눈은 천천히 감겨졌다. 내가 봤던, 나의 가족이자 나의 우상이었던, 나의 영웅인 그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었다.

 

 아직도 그날의 일을 잊을 수가 없었다. 이따금씩 악몽으로 되살아나는 충격에 후보생에서 낙제생이 될 뻔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방패의 무구 적합자가 되었다. 나 나름대로 그의 뒤를 잇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내 뜻대로 되는 일은 거의 없었고, 괴수를 만날 때 마다 가끔씩 그날 일 때문에 일을 망치기도 했었다.

 

 ‘그래도 도망칠 수는 없어.’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를 지켜줬던 그였기에, 나도 누군가를 지켜야 하는 운명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누구보다 그를 따랐었던 그녀만큼은 내 손으로 지켜야 하니까.

 

 그리고 그때,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그 징그러운 주먹과 창에 긁혀 크게 상처가 난 녀석의 눈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었다. 나의 평화로운 일상을 앗아간 그 녀석만큼은 내 손으로 단죄하겠노라 다짐한 게 수십, 수백 번이었다.

 

 그리고 난 오늘, 과거의 나를 혼란스럽게 만든 그를, 내 눈앞에서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 알 포트 메인, 북부 목초지 -

 

 

 서로를 노려보는 두 사람. 한차례 부딪힌 둘은 다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서로의 틈을 노리려고 준비했다. 그 사이 뒤쪽에서 토벌부대 대원들이 정신을 차리고 부상자들을 뒤로 물리기 시작했다.

 

 “스... 스티네아! 무리 하지....”

 

 “괜찮아요. 형, 누나들. 이번에는 제가 지켜드릴게요.”

 

 소년은 밝게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서포터들은 그런 그를 보며 어떤 사람이 떠올랐다.

 

 “하........ ‘지킨다.’라고? 내 앞에서? 어디 시답지 않은 소리를 하다니. 참으로 대단한 자신감을 가졌나 보네.”

 

 “그래? 그럼 어디 그 시답지 않은 소리에 한번 당해 보시지!”

 

 두 번째 경합에서, 이번에 먼저 움직인 것은 스티네아. 방패로 밀치는 척하면서 자신 품의 단검을 녀석에게 내질렀다. 녀석은 처음으로 스티네아가 먼저 다가온 것에 놀라긴 했지만, 일반 무기로는 자신을 상처 입힐 수 없었기에, 그리고 방패로는 어차피 타격밖에 줄 수 없었기에 그는 그걸 대수롭지 않고 맞서려고 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크윽.... 자... 잠깐.... 이거 뭐야....”

 

 “넌 날 너무 무시했어. 그때나 지금이나!”

 

 방금 전까지 들어오지 않던 칼날이 자신의 피부를 꿰뚫는 것이 느껴졌다. 분명 이거.....

 

 “검강.... 검기를 쓸 줄 안다고?”

 

 “검기? 그런 건 단장급 이상들만 쓸 수 있다고. 나 같은 건 쓰지도 못해. 대신!”

 

 스티네아는 피식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뒤로 물러서는 스티네아는 방패로 다시 방어자세를 취했다. 반면 회색 로브의 남자는 분노와 혼란으로 얼룩진 얼굴로 그를 멍하니 쳐다볼 뿐이었다.

 

 “뭐... 뭐라고? 그럼 이건 뭐지? 분명... 이...이변이야. 이변이라고.”

 

 “흥. 이변은 무슨. 요행이야! 요행!”

 

 정확히 이 힘을 깨우치게 된 거는 아델에게 지도를 받고 난 뒤였지만 말이다. 아멜이 쓰는 것을 보며, 자신도 그 힘에 대해 가르쳐 달라고 했었을 때,

 

 「흠? 넌 그것보다 다른 힘을 쓰는 게 나을 걸? 넌 그 힘을 다룰 줄 알잖아?」

 

 라는 그의 말을 들었었다. 처음에는 그의 말을 이해 할 수 없었지만, 훈련을 거듭하면서, 그는 자신 내면의 힘을 알 수가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자신이 잊고 있었던 힘을 되찾았다고 해야 하나?

 

 “나는 이게 처음에 저주받은 힘이라고 생각했었어. 실제로도 그랬고.”

 

 이 힘 때문에, 평화롭게 살던 마을에서 쫓겨났다. 대신 형을 만나 여기에 올 수 있었다.

 

 “근데, 힘이라는 것은 말이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른 거더라고. 적어도 그 사람들이 알려준 거니까.”

 

 누군가는 이것을 두려워했다. 하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은 그가 가진 힘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에 대한 이상한 소문에도 흔들리지 않고 지탱해주었다.

 

 “그러니까, 난 여기서 쓰러질 수 없어. 아직 이 힘으로 지켜야 할 사람들이 남아있으니까!”

 

 그의 손에 푸른 색 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뒤에 있던 레프레아들도, 앞에 있던 녀석의 눈도 휘둥그레 졌다. 회색 로브의 남자는 스티네아의 모습을 보며 눈살을 크게 찌푸렸다. 그가 두루고 있는, 방패와 전신을 감싸는 강한 힘. 순수하면서도 가장 생명의 근원에 가까운 힘.

 

 푸른 섬광이 뭍은 검을 휘두르며 녀석을 공략해 나간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그의 검에서 나오는 섬광이 회색 로브의 남자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제... 젠장.... 녀석들 봉인 의식은 제대로 했다면서......”

 

 회색 로브의 남자는 이빨을 세게 갈며, 검을 피하기 위해 움직였으나, 일정하지 않은 궤적, 살아 움직이는 검에 의해 녀석의 몸은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젠장... 젠장, 젠장!

 

 수십 차례 공방이 오갔다. 단단한 피부와 일반인의 수백, 수천 배에 달하는 힘으로 땅과 주변의 기물들을 내리찍어 부셔나갔다. 하지만 그 잔인하고 흉폭한 힘도 스티네아의 방패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손쉽게 막히는 자신의 공격을 보며, 점점 그는 지쳐만 갔다.

 

 “그래... 어디 언제까지 견딜 수 있는지 보자...... 크아아아아!!”

 

 녀석은 주먹을 꽉 쥔 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곤 수십 차례 난타를 마구 갈기며 스티네아를 누르려고 했다. 방패로 그의 타격을 막고 있기는 했지만, 점점 스티네아의 몸에 충격과 피로가 누적되었고, 소년은 자신의 몸이 점점 견디기 힘들어 하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크윽!”

 

 “죽어! 죽어! 죽어!!!”

 

 맹렬한 공격, 숨을 거칠게 쉴 정도로 마구 난타를 한 끝에, 지친 녀석은 천천히 두 팔을 내리며 스티네아를 바라보았다.

 

 “크... 끈질기군. 끈질겨.....”

 

 “흐.. 하아... 흐....”

 

 ‘아직... 아직이야....’

 

 스티네아의 검을 둘러싸던 푸른빛이 그의 팔, 그의 전신을 감싸며 그를 지탱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스티네아는 녀석이 날릴, 오직 딱 한 순간을 노리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후아.... 이제 마무리 일격을 날려야겠군.”

 

 회색로브의 남자는 주머니에서 이상한 알약하나를 입에 넣고 꽉 깨물었다. 너무 세게 깨물었는지, 그의 입술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콰드드득. 콰드득. 녀석의 등이 접히더니 그 안에서 무엇인가가 나오려고 발버둥 쳐댔다.

 

 허리가 꺾이고, 로브는 찢어지고, 녀석의 몸은 점차 사람의 형상에서 딱딱한 검은 껍질을 두른 한 마리의 흉측한 괴물로 변해갔다. 두 개의 눈은 순간 초점을 잃은 채, 한없이 방황하다가, 뒤틀린 몸이 원래대로 돌아오면서 점차 먹잇감을 찾아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히이익! 저게 뭐야!”

 

 레프레아들은 끔찍한 괴물로 변한 녀석을 보고 기겁한 채, 뒤로 급히 물러났다. 여차하면 스티네아를 믿고 가세하려고 했지만, 저 모습을 본 순간 전의를 상실해 버린 것이었다. 다만, 그들이 그래도 막 기세에 밀려 도망치지 않는 것은 스티네아가 굳게 버티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하... 이걸 보고도 도망가지 않다니.. 용기가 가상하구나!”

 

 녀석의 주먹이 거대하게 부풀어 오르는 게 보였다. 오직 거대한 한방을 노리기 위한, 녀석만의 마지막 총 공격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스티네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난 오늘 너를 넘어서고, 내 힘을 온전히 되찾을 거다! 반드시!”

 

 스티네아의 눈동자에서 굳건한 의지가 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의 눈동자를 본 그는 마치 혐오스럽다는 듯이, 온몸을 떨며 소리를 질렀다.

 

 “이.. 이자식이...... 그깟 신체강화 가지고,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섬뜩한 눈동자가, 스티네아를 노려보기 위해 뿌드득 소리를 내며 돌아갔다. 곧, 그는 발톱을 한껏 드러내며, 스티네아를 향해 소리를 지르며 뛰어왔다. 그런 그를 보며 스티네아는 방패를 정면에 세우고 잠시 눈을 감았다.

 

 ‘아저씨는 분명 내가 이 힘을 다룰 줄 안다고 했어.’

 

 하지만 몸에 두르는 것까지는 성공했어도 아직 감이 잡히지 않는다. 분명 아델은 자신과 같은 힘이라고 했었다.

 

 「내가 길은 제시해줄 순 있어도, 그걸 사용하는 것은 네가 결정할 일이야. 네 스스로의 힘이자, 너만이 가지고 있는 힘. 그리고 우린 그걸 ‘비전’이라고 부른단다.」

 

 “나는 모두를 지킬 거야. 모두를 지키기 위해 싸울 거라고!”

 

 그의 몸을 감싸던 빛이 점차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괴물의 발톱은 가녀린 소년을 금방이라도 찢어버릴 것처럼, 있는 힘껏 바람을 가르며 내리치려고 했다.

 

 “죽어라! 애송이!”

 

 ‘그래... 나의 소망, 나의 ‘비전’은!!’

 

 소년의 힘과 방패가 공명하기 시작했다. 텅! 쾅! 바람을 가르며, 그의 얇디얇은 피부를 가르기 위해 내려오던 발톱은 갑자기 무엇인가에 막혀 그대로 멈춰버렸다. 아무리 힘을 쓰려고 해도 그 투명한 벽을 찢어낼 수가 없었다.

 

 “으... 이... 이거.... 이건!!!!”

 

 8년 전에 있었던, 창의 무구 적합자를 죽이기 위한 일격을 날리던 그때가 떠올랐다. 그때 거대한 어떤 벽에 막혀 나아가지 못해서, 그때 정비를 한 녀석의 창에 찔려 눈을 잃었던 그 순간을.

 

 “이... 이자식이... ‘또’ 나의 앞길을 막다니!!!”

 

 다른 손이 거대한 방벽을 부수기 위해 날아 들어왔다. 쾅! 거대한 충격음이 울려 퍼지며 사방으로 거대한 바람이 퍼져나갔다. 주변의 풀들이 날아가고,

 

 “으아아악!”

 

 “이게 뭐야!!!”

 

 거대한 소음에 다들 귀를 막고 눈을 찔끔 감았다. 지면에 충격이가서 마치 유리잔이 금이 간 듯 갈라져 있었다. 오직 두 사람만이 시간이 멈춘 듯 그 자리에 멈춰서있었다.

 

 “하.... 하... 대단한데?”

 

 “하하..... 빈말이라도 퍽이나 고맙네.”

 

 “빈말이 아니다.... 내 발톱을 부순 건, 그 녀석 이후로 네가 처음이니......”

 

 쩌적... 툭.... 그의 발톱들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스티네아는 방패를 있는 힘껏 녀석에게 밀었다. 툭. 무심하게 닿은 방패. 하지만 순간 거대한 풍압이 방패 앞에 생겨났다. 동시에 녀석의 몸이 뒤로 튕겨져 날아갔다.

 

 “크.. 크아아악!”

 

 콰앙! 뒤에 설치된 울타리에 그대로 몸을 쳐 박으며 구르는 녀석. 레프레아들은 그런 녀석을 보며 어안이 벙벙한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바.. 방금 뭘.... 본거지?”

 

 “적어도 3등급 이상의 괴수인데?!”

 

 스티네아는 방패를 거두며 숨을 골랐다. 온몸이 떨려온다. 그래도.... 제대로 힘을 사용한 것 같아보였다.

 

 ‘성공.. 한 건가?’

 

 방패는 자신의 의지에 반응 하듯, 자신의 힘을 빨아드려, 앞에 거대한 방벽을 만들어 낸 것이다. 동시에 이 방벽은 녀석의 힘을 고스란히 머금었다가, 그대로 녀석에게 되돌려주었다. 마치 그가 처음에 썼던, 아델이 가르쳐줬던 기술처럼.

 

 하지만 스티네아는 멍하니 서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래 기술은 성공했지만, 녀석에게 큰 타격을 줬지만, 녀석을 해치운 것이 아니었다.

 

 “쿨럭.... 이... 이대로 있으면 안돼..... 저.. 저 녀석을...”

 

 먼지가 자욱한 울타리에서, 녀석은 몸을 꿈틀 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녀석도 타격이 커서 제대로 정신을 가다듬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녀석의 재생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분명 금방 자리에서 털고 일어나 모두를 습격할 것이 분명했다.

 

 “젠...장.. 젠장! 우.. 움직.. 여....”

 

 소년은 앞으로 한 발짝 움직이려고 했다가, 몸에 누적된 충격과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을 느꼈다. 마치 온몸이 타들어갈 것 같은 고통이 폭풍처럼 몸 구석구석을 몰아쳐댔다.

 

 ‘크.. 크억... 아.. 안돼....’

 

 스티네아는 몸을 가누지 못한 채 그대로 앞으로 쓰러져 갔다.

 

 아, 이.. 이젠 끝인 건가? 그때처럼.... 난 또다시 기절을.....

 

 점점 의식이 멀어져간다. 곧 있으면 땅에 머리를 쳐 박고, 나중에 일어난 괴수한테, 유린당하겠지. 이젠 정말... 끝인건....

 

 “수고했어. 정말이지..... 참 대단한 짓을 저지르다니.....”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쓰러져가던 몸이, 머리가 땅에 쳐 박히지 않고, 부드럽게 누군가의 품에 안겨졌다.

 

 “그때나 지금이나 무모한 건 여전하네.”

 

 “아.. 저씨.....”

 

 “리엔! 스티네아를 부탁할게. 녀석은 내가 처리할테니까.”

 

 “알았어.... 아니! 스티네아! 괜찮아?!”

 

 아델의 목소리와 함께, 주변 동료들, 서포터들의 목소리들도 들려왔다. 그래, 그는 성공한 것이었다. 그가 버틴 덕분에, 다른 대원들도 살 수 있었고 증원군이 올 수 있었다.

 

 ‘전... 성장한 것 맞죠?’

 

 따뜻한 품 안에 있으니, 그의 육체적, 정신적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오기 시작했다. 리엔이 무어라 말을 하고 있지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는 자신을 향해 말을 쏟아내는 리엔에게 피식 웃으며 말을 했다.

 

 “누나...... 잔소리 그만해요...... 그리고 잠시만 잠 좀 잘게요.”

 

 “스티네아? 스티네아!”

 

 리엔이 천천히 눈을 감으며, 몸에 힘이 풀리는 스티네아를 보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보며 아델은 피식 웃으며 말을 했다.

 

 “리엔. 호들갑 떨지 말고, 저기 눕혀서 한숨 자게 해둬. 힘을 많이 썼으니 그만큼 피곤할 테니까 말이야.”

 

 그 뒤에 리엔이 무어라 말을 하고 있었지만, 소년은 아무 상관이 없었다. 모처럼 기분 좋은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으니까.

 

 ‘그래, 수고했어.... 정말... 수고했어.’

 

 스티네아의 귀에는 더 이상의 어떤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대신 밝고 명량한 소년의 숨소리만이 초원에서 새근새근 울려 퍼져 나갔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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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11. 토벌전(5) 2019 / 5 / 15 60 0 8592   
61 #11. 토벌전(4) 2019 / 5 / 14 53 0 9018   
60 #11. 토벌전(3) 2019 / 5 / 8 58 0 7776   
59 #11. 토벌전(2) 2019 / 5 / 7 52 0 9025   
58 #11. 토벌전 2019 / 4 / 3 57 0 9804   
57 #10. 개전(6) 2019 / 4 / 2 58 0 7849   
56 #10. 개전(5) 2019 / 3 / 27 61 0 8252   
55 #10. 개전(4) 2019 / 3 / 26 64 0 8808   
54 #10. 개전(3) 2019 / 3 / 20 56 0 7923   
53 #10. 개전(2) 2019 / 3 / 19 57 0 8767   
52 #10. 개전 2019 / 3 / 13 66 0 8143   
51 #9. 각성(5) 2019 / 3 / 12 58 0 10454   
50 #9. 각성(4) 2019 / 3 / 6 54 0 8041   
49 #9. 각성(3) 2019 / 3 / 5 63 0 8663   
48 #9. 각성(2) 2019 / 2 / 27 63 0 9316   
47 #9. 각성 2019 / 2 / 26 53 0 9298   
46 #8. 인장(6) 2019 / 2 / 20 65 0 8245   
45 #8. 인장(5.5) 2019 / 2 / 19 74 0 8494   
44 #8. 인장(5) 2019 / 2 / 13 70 0 8931   
43 #8. 인장(4) 2019 / 2 / 12 67 0 7978   
42 #8. 인장(3) 2019 / 1 / 30 76 0 9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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