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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용사의 검 -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8.9.3

세계에 뿌려진, 신의 힘을 가진 검. 단 하나 뿐인 검을 사용하던 용사가 수백 년이 흐른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그가 깨어난 세계는 자신이 살던 나라와 사람이 죽은, 이미 한번 멸망한 세계. 괴수라는 생명체로 인해 세계가 혼란스러웠고, 많은 것이 바뀌어 있는 현실에 그는 체념하지만, 그 만이 사용 할수 있던 검을 쓸 수 있는 소녀를 만난 그는, 그녀가 곧 그와 같은 운명을 걷게 될 것을 알게 되었고,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해 주기로 마음 먹는다. 용사의 검에 얽혀 운명이 뒤틀린 두사람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11. 토벌전
작성일 : 19-04-03 23:34     조회 : 57     추천 : 0     분량 : 9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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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어둡고 칙칙한 공간.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공간에 작은 소녀가 서 있다. 왜 인지 모르게 이 공간에 들어오게 된 건지는 몰라도, 일단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르니 최대한 경계를 하면서 가는 그녀였다.

 

 ‘분명 이건........’

 

 저번에 아델이 말해줬던 얘기대로라면, 이건 분명 ‘메모리얼’인지 뭔지 하는 힘에 의해 나온 공간이라는 것이다. 특정인들의 힘에 의해서만 발동하는 힘이라는데, 이번에는 무엇 때문에 이끌려온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저번에는 빛이라도 있어서 따라갈 수 있었는데......’

 

 천천히 주위를 살피며 한 발, 한 발씩 나아가는 그녀. 하지만 곧 그녀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되어버렸다.

 

 콩!

 

 “아야!”

 

 저번처럼 투명한 벽이 있는 모양이다. 너무 세게 부딪혀서 이마에 혹이 난 것 같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신경 쓰이는 것은.........

 

 “뭐지...... 저건?”

 

 벽 안쪽에, 희미한 무엇인가가 있는 것이 보였다. 아니, 무엇인가라기 보다는 무엇들이라고 하는 게 맞았다. 어두워서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 굉장히 어지럽게 흩뿌려져 있는 것 같았다.

 

 “그럼 뭐해. 벽 때문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걸?”

 

 아멜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다른 곳으로 나아가기 위해, 벽을 짚고 몸을 돌리려고 했다. 바로 그 순간, 그녀의 손에 무엇인가가 걸린 느낌이 들었다.

 

 “어? 이거..... 설마.....”

 

 마치 방문에 달린 문고리 같은 그것. 설마 하는 마음에 그녀는 조심히 그것을 잡아 천천히 한쪽으로 돌려보았다.

 

 딸깍.

 

 “응? 진짜 문고리였어? 것보다 이런 게 있었나?”

 

 그녀는 천천히 문 같은 것을 밀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공간. 분명 어질러진 바닥이 보였었는데, 왜 지금은 보이지 않는 걸.......

 

 팟! 파바밧!

 

 “우.. 우으윽!”

 

 갑자기 환한 빛이 마구 쏟아져 내려왔다. 아멜은 깜짝 놀라 눈을 감으면서도, 검을 뽑아들어 주변을 경계했다. 인기척이 느껴진다. 그녀는 재빨리 그곳을 향해 눈을 감은 채, 검을 겨누었다. 그러자 그녀의 앞쪽에서, 정확히 검을 겨누고 있는 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음? 뭐야, 사람이었잖아? 그나저나 이거 참 살벌한 데? 어떻게 눈을 감고도 내 위치를 알아 낸 거지?”

 

 전에 들었던 목소리와 다른 목소리였다. 아멜은 그의 목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저... 저기 누구시죠?”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인데? 어떻게 여기에 들어온 거지?”

 

 천천히 밝아지는 시야 사이로, 회색 정장을 입고 있는 한 남자가 보였다. 새하얗게 샌 머리와 달리 젊은 그의 얼굴은 살짝 괴리감이 들어 보이는 그런 사람이. 그는 아멜의 검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하기는 조금 그런, 작은 막대기를 들이밀고 있었다.

 

 “들어왔다고요? 여기는 어딘가의 장소인가요?”

 

 기억 속의 장소라고 생각이 들었는데....... 어떤 장소라니.

 

 “어딘가의 장소가 아니라 여기는 내 집이거든? 근데 왜 내 집에 함부로 들어온 거냐? 이 말이지!”

 

 남자는 기분이 상한 듯 아멜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갑자기 예정에도 없던 손님이 방문해서, 어질러진 방을 보이게 된 것이니까 말이다. 바닥에는 무슨 연구를 위해서 사용했던 것 같은 빼곡히 이상한 문자들로 채워진 종이들이 마구 널브러져 있었고, 주변에는 휴지 조각이나 음식물이 담겼었던 접시가 널브러져있었다. 아마, 리엔이 그 방을 봤더라면 엄청 기겁하고 쓰러졌을지도 몰랐다.

 

 이런 치부를 드러난 것도 짜증이 났고, 거기다 휴식을 취하고 있던 그에게 생판 처음 보는 사람이 당당하게 쳐들어온 것도 조금은 어이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러니 그가 짜증을 낼만 하다고 생각이 들긴 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최대한 신경을 쓰지 않는 척하며 그의 말에 답을 했다.

 

 “네? 저는 메모리얼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예전에도 여기에 온 적이 있었거든요.”

 

 “메모리얼? 메모리얼? 푸하하하하. 그런 걸로는 이 공간에 들어올 수 없거든? 아니, 애초에 메모리얼은 기억을 재생하는 것뿐이잖아. 그런 시시한 마법이 이런 공간을 이동시키는 마법이 될 리는 없다고.”

 

 공간을 이동시키는 마법? 아델이 말했던 비전이랑 같은 말인 건가? 남자의 말에 아멜은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그게 무슨 말인가요?”

 

 “으으? 못 알아들은 거냐? 메모리얼은 그저 어떤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만든 기록 보존용 마법이야. 주로 범죄자를 잡을 때 쓰거나, 중요한 정보를 전달할 때 사용하는 매우 기초적인 마법이지.”

 

 “아.. 그게 아니라..... 마법이라는 게 뭔가요?”

 

 “응? 자... 잠깐만! 너 ‘마법’을 모른다고? 그렇게 많은 ‘마력’을 가지고 있는데도 말이야?”

 

 남자는 당황스럽다는 듯, 머리를 손을 부여잡았다. 아멜은 그런 그를 맑고 순수한 눈동자로 바라만 보았다. 정말로 하나도 모른다는 그녀의 눈빛을 그는 차마 마주보기가 힘들었다.

 

 “하아.... 뭐, 그래..... 백번 양보해서 마법을 전혀 배운 적이 없단 말이지. 근데, 그만한 마력을 가지려면 적어도 마력을 늘리는 훈련을 꾸준히 해야 가능한데 말이야. 인위적으로 늘린 흔적이 아주~ 다분히 있는데도 말이야. 근데 마법을 모른다고? 마력도 모르겠다는 거겠네?”

 

 “네....... 솔직히 그 마력이라는 말도 오늘 처음 듣는걸..... 앗! 어쩌면 다른 이름으로 불려서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응? 그게 무슨 소리지?”

 

 이번에는 남자 쪽에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멜은 그런 그에게서 검을 천천히 거두며 말을 했다.

 

 “저희 지역에서는 그걸 ‘비전’이나 ‘마녀의 힘’이라 부르거든요. 평범한 사람들이 쓸 수 없는, 아주 특별한 힘들을 말이죠. 몇 명이 안 되기는 하지만, 막 불꽃을 일으킨다거나, 땅을 뒤엎기도 하고.......”

 

 “흐음? 푸하하하하! 푸하하하.”

 

 남자는 아멜의 설명을 듣다가 갑자기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아멜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하하하... 하하... ‘비전’이라니.... ‘비전’이라니! 그런 구닥다리를 아직도 쓰는 동네가 있다고? 것보다 마녀의 힘은 또 뭐야? 동화 속, 세계에 살다가 오셨.....”

 

 “아저씨! 그렇게 무시하지 말라고요. 그 힘으로 괴수는 100마리쯤은 쉽게 잡는다고요.”

 

 “괴수는 또 뭐야? 진짜 동화 나라 공주님인거야? 크하하하.”

 

 “그렇게 생각하면 메모리얼인지 뭔지로 제 기억을 보시면 되잖아요! 지금 밖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데!”

 

 아멜이 투덜대며 그에게 짜증을 냈다. 그러자 남자는 지팡이로 검을 툭툭 치며 말을 이었다.

 

 “참나, 그렇게 말을 해도 이 검 때문에 어떻게 할 수 없거든? 검부터 내리시고 말하든가.”

 

 그제야 아멜은 자신의 검이 그의 목젖 바로 앞까지 가 있는 것을 알아챘다. 것보다 이렇게 검 날이 가까이 있는데도 겁을 먹지 않고 그런 행동을 취했다는 것은 무슨 자신감이 있다는 얘기인걸까? 여러모로 수상한 사람이긴 한데........

 

 아멜은 천천히 검을 거두고, 그를 천천히 바라보았다. 남자는 피식 웃으며 자신의 지팡이를 거두고 손을 들어 아멜의 머리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는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아멜의 머릿속으로 무엇인가가 흘러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뭐... 뭐지?’

 

 이 느낌...... 예전에 느껴본 적이 있었다. 다만 그때는 따듯한 빛과도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번에는 조금 찌릿한 게...... 공격적인 느낌이었다.

 

 “흐음... 호.... 으... 어......”

 

 아멜의 기억을 살펴보는 그는 갑자기 이상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조금 그 모습이 우스꽝스러워서, 하마터면 웃음이 나올 뻔했다. 그녀는 최대한 웃음을 참아가며 그가 무엇을 보고 있을지 생각해보았다.

 

 ‘근데..... 그 메모리얼인지 뭔지 하는 것을 하는 게 맞는 건가? 아무리 봐도 조금 그렇긴 한데.......’

 

 순간 머리에다가 이상한 짓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그는 피식 웃으며 말을 했다.

 

 “이봐, 이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난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라고. 아니, 나쁜 마법사는 아니야. 그리고......”

 

 짝!

 

 “흐힛!”

 

 그는 갑자기 크게 박수를 치며 아멜을 깜짝 놀라게 했다. 아멜은 놀란 눈을 크게 뜨며 툴툴댔다.

 

 “가... 갑자기 무슨 짓이에요!”

 

 “흐흐. 그냥 정신 좀 차리라고~. 하는 김에 친 거지. 그리고 네 사정은 잘 알았다. 정말~ 잘 알았다고.”

 

 그는 천천히 책상으로 돌아가 무엇인가를 마구 적기 시작했다. 도통 알아볼 수 없는 글자들이었지만,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 낯익은 문자들이었다.

 

 ‘아저씨 서재에서 봤던 이상한 책들에서 봤던 문자들과 많이 닮았네.....’

 

 “참, 그리고 네가 어떻게 여기로 흘러들어왔는지 알았어.”

 

 “네? 그게 무슨 말인가요?”

 

 남자의 말에 아멜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아랑곳 하지 않고, 종이를 작게 접어 봉투에 넣으며 말을 이었다.

 

 “너 혹시 옛날이야기 좋아하니? 너한테 동화세계 공주님이라고 한 게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옛날얘기들...... 그러니까 동화 얘기들 말이야.”

 

 “흐음. 방금 전까지 그렇게 말해놓고서 그런 말을 하시면 조금.......”

 

 “그래, 그건 내가 잘못했다. 잘못했다고.”

 

 그는 아멜에게 손을 빌며 고개를 숙였다. 아멜은 그의 태도를 보고는 잠시 생각하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그녀의 모습에 살짝 미소를 짓더니 천천히 이야기를 입을 열기 시작했다.

 

 “조금 지루 할 수 있지만, 뭐 들어줬으면 해. 네스마제야.”

 

 끝에 알 수 없는 말을 하긴 했지만, 그녀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오직 그의 입술이 움직이는 것에 맞춰 귀를 기울일 뿐이었으니까.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그녀의 모든 것들을 이끌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 토벌 부대 비공정, 선내 의무실 -

 

 

 전투를 성공적으로 치른다고 해서 부상자가 나오지 않을 수는 없다. 중상자도, 오늘 내일 할 만한 인물들도 나오길 마련이다. 그럴수록 모두들 침착해야 하며, 아델 역시 최대한 태연한 척 부대원들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마음 같아서는 울고 싶은 마음만이 가득했다. 자신이 나섰으면 더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멜.....”

 

 스피넬이 가만히 누워있는 아멜의 옆에서 조용히 흐느끼며 그녀의 손을 붙잡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서 난 온기를 아멜이 느꼈으면 하고서. 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못했다. 그녀는 스피넬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만 있을 뿐이다.

 

 “대장..... 저도 저 상황은 처음 봐요......”

 

 의무대장 로이사도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의 상태에 대해 말을 했다. 전장에서 간혹 의식을 잃은 것은 있을 수 있지만, 그런 경우 금방 깨어나기 마련인데........ 거기다 크게 다친 흔적도 없는데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니.

 

 “알았어. 일단 계속해서 다른 이들의 상태를 봐줘.”

 

 “알겠습니다. 그럼.”

 

 아델은 천천히 다가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눈썹과 코, 눈매 어느 하나 그녀를 닮았구나......’

 

 “아저씨..... 괜찮겠죠? 그렇겠죠?”

 

 “그래...... 괜찮을 거야. 괜찮을 거야.......”

 

 아델은 그저 그 말 밖에 할 수가 없고, 스피넬 역시 아델이 그 말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숨은 쉬고 있지만, 움직이지 않는 상태. 그저 그녀가 의식을 되찾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토벌전에 들어가야 하는 이상...... 더 이상 시간이 없단 말이지....’

 

 군부는 얼른 빨리 토벌부대를 투입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아델은 천천히 투입시키며, 아이들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예정이 꼬여버렸으니, 하는 수 없이 먼저 사용하는 게 나을까?’

 

 아델은 넌지시 자신의 주머니에 있는 작은 물건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것 때문에 알포트 메인에서 한바탕 난리가 나긴 했지만, 이번에는 이걸로 녀석들에게 큰 엿을 먹이려고 했었는데........

 

 아델은 천천히 의무실에서 나와 지휘실로 걸어갔다. 그저 착잡한 마음을 억누르며, 최대한 상처를 억누르며 조용히 말이다.

 

 

 

 - 알 수 없는 장소, 이상한 사람의 방. -

 

 

 “흐음... 어쨌든 내 추측은, 아마 그 ‘틈새 괴물’ 때문이라고 생각해. 나도 예전에 겪었었으니까 말이야.”

 

 남자의 이야기를 매우 흥미롭게 들었지만, 그건 상관이 없었다. 것보다 ‘다른 세계’라는 존재가 더 신경이 쓰였으니까 말이다. 애초에 그 옛날이야기는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기록에도 없던 새로운 얘기였으니까 말이다.

 

 “뭐, 너는 그것보다 다른 게 많이 신경 쓰이는 것 같아 보이는 데? 뭐, 그럴 수 있지. 나도 처음에 세계가 하나만 있는 줄 알았거든. ‘네스마제’의 존재를 알고 나서는 달라졌지만 말이야.”

 

 그는 잠시 그녀의 검에 손을 댔다. 그러자 갑자기 검이 요동치기 시작하면서 이상한 문자들이 마구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으.. 우와왁! 이게 뭐에요?”

 

 “역시....... 내 이럴 줄 알았지. 너는...... 아니, 너희들은 이 검이 어떤 존재인지 모르고 있었니?”

 

 아멜은 그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검의 존재라니...... 그러고 보니 괴수 녀석들도 이 검에 대해 무어라 말을 했었던 것이 떠올랐다.

 

 “으으.... 사실 이 검은 제 것이 아니거든요. 아저씨가 쓰던 검인데, 자세한 거는 딱히 알려준 적이 없어서 말이죠.”

 

 “그래? 뭐, 그건 그 사람이 잘한 것 같아 보이네. 하지만, 운명은 거스를 수 없는 걸? 이미 이 검은 너를 선택한 것 같으니까 말이야.”

 

 오늘 참, 여러모로 알 수 없는 일들을 많이 겪는 것 같다. 아멜은 점점 더 복잡해지는 머릿속을 정리하느라 최대한 머리를 분주히 움직여보았다. 그런 그녀를 보며 그는 피식 웃으며 말을 했다.

 

 “지금 이해하려고 노력은 하지 않아도 된단다. 나중에 다 이해하게 될 테니까. 그러면 그때 가서 그 사람에게 감사 인사나 해두라고.”

 

 그는 아까 전에 만들어놓은 봉투를 그녀에게 건넸다. 아멜은 그 봉투를 받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이건 뭔가요?”

 

 “그 검의 전 주인에게 전해주렴. 너무 늦게 줘서 미안하다고도 전해주고.”

 

 ‘역시 잘못 본 게 아니었어......’

 

 그녀는 잠시 책상에 있는 액자를 보았다. 다섯 사람이 웃으며 나란히 서있는 액자. 그리고 그 곳에는 낯익은 남자가 서있었다. 검은 머리의 그 특별한 인상을 가진 사람은 없으니까. 그것도 그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이다.

 

 “아얏!”

 

 그렇게 다른 곳에 신경을 쓰고 있던 그녀에게, 갑자기 남자가 아멜의 이마에 딱밤을 한 대 날렸다. 아멜은 갑자기 일어난 일에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무.. 무슨 짓이에요!”

 

 “아하하하! 참, 이렇게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게 해준 너한테도 선물을 하나 해주지!”

 

 “선물이 그 딱밤인 가요?! 정말이지..... 으이구!”

 

 “그럴 리가? 진짜 선물은 이거라고!”

 

 툴툴대는 아멜을 보며 그는 가볍게 지팡이를 들어, 그녀의 어깨에 툭 갔다댔다. 그러자 갑자기 그녀의 주변으로 푸른빛들이 마구 솟구치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아멜은 크게 눈을 뜨며 그것들을 바라보았다.

 

 “뭐..... 뭔가요? 이... 이건....”

 

 “나는 말이야, ‘마법사’란 말이야. 근데 명색의 마법사가 마법 하나 정도는 보여줘야 하지 않겠어? 모처럼 ‘이세계의 손님’이 찾아왔는데 말이야.”

 

 아멜은 자신의 몸 안으로 들어오는 푸른빛을, 예전에 느꼈던 따뜻한 느낌을 느끼며, 안쪽 깊숙이 박혀있는 무엇인가가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물론 내 주 전공이 ‘저주 해제’는 아니라서 말이야. 대신, 노력은 해줄 수 있지만 말이야.”

 

 “네? 저주 해제라뇨? 그게 무슨 말인가요?”

 

 아멜은 그의 말에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사람의 말대로라면 저주를 풀 방법이 있다는 얘기인데.......

 

 “그들이 걸어놓은 저주 말이야. 적어도 마력이 폭주하는 거는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도록 도와줄게. 대신....... 다른 게 문제지만.”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요?”

 

 “우음...... 그게 그 저주가 굉장히 복잡해서 말이지. 폭주는 막을 수 있더라도, 힘을 쓰면 쓸수록....... 마력에 대한 갈증이 심해질 거다. 마력을 일부러 크게 소모하도록 바꾸는 저주를 걸어줄 거거든.”

 

 “네? 저주를 풀어주신다면서 저주를 거신다고요?”

 

 “흠..... ‘독을 독으로 치료한다.’라고 생각하면 돼. 저주도 상위 저주가 걸리면, 그 저주에 의해서 효력을 잃고 상실하거든.”

 

 남자의 말에 순간 그녀는 망설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는 자신의 지팡이와 그걸 쥔 손을 자신의 가슴에 얹으며 말을 했다.

 

 “망설여지는 게 당연할 거다. 하지만 말이야. ‘내 이름’에 걸고 맹세 할 테니, 나를 한번 믿어줬으면 해.”

 

 순간 아멜의 머릿속에 엄청난 무엇인가가 스쳐지나갔다.

 

 ‘마법사의 맹세는 절대적인 것이다.’

 

 왜 이게 떠오른 건지는 몰라도 그건 상관이 없었다. 무엇보다, 그와 아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알았어요. 대신 문제가 생기면....... 그 사람이 화를 내주겠죠?”

 

 “아하하하하...... 그렇겠지?”

 

 아멜이 하는 말에 그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그래 어쩌면 그를 만나면서 모든 게 바뀌어가는 것 같았다. 이런 새로운 경험도 해보고........

 

 “자, 그러면 시작해볼.......”

 

 쾅.. 쾅쾅쾅!

 

 갑자기 문을 크게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멜과 남자의 눈이 크게 떠지며 문쪽을 바라보았다. 아멜은 당황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을 하려고 했다.

 

 “여기에 아저씨만 있는.......”

 

 “조용! 이 이상 말하지 말거라.”

 

 남자는 문을 노려보며, 무어라 계속 중얼거렸다. 그러자 아멜의 몸을 감싸던 푸른빛들이, 몸에서 붉은 기운들을 잡아당기며 일제히 사방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는 손가락을 툭 튕기면서 그녀에게 회중시계 하나를 던져주었다.

 

 “이.. 이게 뭔가요?”

 

 아멜은 그가 던진 회중시계를 어떨 결에 반응해서 잡았다. 바로 그 순간, 그녀의 몸이 갑자기 하늘로 붕 뜨기 시작했다.

 

 “어.. 어라라!”

 

 “쳇..... 이곳까지 쳐들어왔을 줄이야.”

 

 그의 주변에서 소름끼칠 것 같은 살기가 쏟아져 나오는 게 느껴졌다. 아멜은 그런 그의 모습에 놀랐지만, 그것보다 점점 그의 모습이 흐려져 가는 것이 더 신경이 쓰였다.

 

 “너무 갑작스럽지만, 여기서 서로 작별 인사를 할 것 같구나........ 오늘 처음 만났는데 작별이라는 게 조금 그렇긴 하지만 말이다.”

 

 그는 말을 마치고 곧장 주머니 속에 손을 넣어 마구 뒤져, 아멜에게 던져준 시계와 같은, 아름다운 새 장식이 달린 회중시계를 꺼내들었다. 그는 그 회중시계를 들어 올리자, 빠르게 태엽을 감으며, 지팡이로 다시 한 번 중얼거렸다.

 

 “시간을 되돌린다. 원래 있던 곳으로, 모든 것의 자리를 되돌린다.”

 

 콰아앙! 그가 말을 마치기 무섭게, 문이 부서지며 끔찍하고 낯익은 무엇인가가 쳐들어오는 게 보였다. 아니, 왜 저게 여기에도 있는 거지?

 

 “아저씨!”

 

 “괜찮아. 너희가 말하는 ‘그것’들은 나한테 그냥 뭣도 아니니까. 대신....... 안부나 전해주라고!”

 

 아멜은 무어라 말을 하려고 했지만, 빠르게 감겨가는 세계에서 그녀는 간신히 정신을 붙들고 서 있기만 했다.

 

 ‘으... 으으윽!’

 

 마치 어두운 동굴 속에, 방에 들어오기 전의 동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녀는 손을 뻗으며 그에게 말을 걸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이... 이런...... 안 돼.... 안 돼!!’

 

 아멜의 앞에 있던 모든 것들이, 점점 뒤틀리며 사라져 갔다. 마치 아무것도 없던 것처럼....... 원래부터 없었던 것처럼.

 

 

 

 

 ★ ★ ★

 

 

 “아... 안 돼!”

 

 갑자기 상체를 일으키며, 일어난 그녀. 하얀 매트리스와 모포를 보며 그녀는 잠시 눈을 비볐다. 분명 아까까지 작은 방에 있었는데........

 

 “우웅... 아.. 아멜?”

 

 그녀의 옆에, 졸린 눈으로 엎드려있는 스피넬이 보였다. 그제야 그녀는 그의 말을 이해 할 수 있었다. 스피넬은 깨어난 그녀를 보며 와락 끌어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흐으윽... 아멜...... 아멜....... 괜찮은 거지? 그렇지?”

 

 아마 정신을 잃고, 그녀의 곁에 머물며 그녀를 간호해준 모양이었다. 아멜은 그런 그녀를 보며, 그저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빙그레 웃었다.

 

 “응..... 괜찮아. 미안해....... 걱정 끼쳐서......”

 

 그녀의 손에 부스럭거리는 무엇인가가 잡혔지만, 그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우선, 그녀를 달래주는 게 더 먼저니까. 그녀의 위로를 받아주는 게 먼저니까....... 말이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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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12. 수호자(5) 2019 / 6 / 5 60 0 8127   
67 #12. 수호자(4) 2019 / 6 / 4 62 0 8147   
66 #12. 수호자(3) 2019 / 5 / 30 55 0 7879   
65 #12. 수호자(2) 2019 / 5 / 28 60 0 8206   
64 #12. 수호자 2019 / 5 / 22 56 0 8470   
63 #11. 토벌전(6) 2019 / 5 / 21 58 0 8440   
62 #11. 토벌전(5) 2019 / 5 / 15 61 0 8592   
61 #11. 토벌전(4) 2019 / 5 / 14 54 0 9018   
60 #11. 토벌전(3) 2019 / 5 / 8 59 0 7776   
59 #11. 토벌전(2) 2019 / 5 / 7 53 0 9025   
58 #11. 토벌전 2019 / 4 / 3 58 0 9804   
57 #10. 개전(6) 2019 / 4 / 2 58 0 7849   
56 #10. 개전(5) 2019 / 3 / 27 61 0 8252   
55 #10. 개전(4) 2019 / 3 / 26 64 0 8808   
54 #10. 개전(3) 2019 / 3 / 20 57 0 7923   
53 #10. 개전(2) 2019 / 3 / 19 57 0 8767   
52 #10. 개전 2019 / 3 / 13 68 0 8143   
51 #9. 각성(5) 2019 / 3 / 12 58 0 10454   
50 #9. 각성(4) 2019 / 3 / 6 54 0 8041   
49 #9. 각성(3) 2019 / 3 / 5 63 0 8663   
48 #9. 각성(2) 2019 / 2 / 27 63 0 9316   
47 #9. 각성 2019 / 2 / 26 53 0 9298   
46 #8. 인장(6) 2019 / 2 / 20 65 0 8245   
45 #8. 인장(5.5) 2019 / 2 / 19 74 0 8494   
44 #8. 인장(5) 2019 / 2 / 13 71 0 8931   
43 #8. 인장(4) 2019 / 2 / 12 67 0 7978   
42 #8. 인장(3) 2019 / 1 / 30 77 0 9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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