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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용사의 검 -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8.9.3

세계에 뿌려진, 신의 힘을 가진 검. 단 하나 뿐인 검을 사용하던 용사가 수백 년이 흐른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그가 깨어난 세계는 자신이 살던 나라와 사람이 죽은, 이미 한번 멸망한 세계. 괴수라는 생명체로 인해 세계가 혼란스러웠고, 많은 것이 바뀌어 있는 현실에 그는 체념하지만, 그 만이 사용 할수 있던 검을 쓸 수 있는 소녀를 만난 그는, 그녀가 곧 그와 같은 운명을 걷게 될 것을 알게 되었고,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해 주기로 마음 먹는다. 용사의 검에 얽혀 운명이 뒤틀린 두사람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9. 각성(5)
작성일 : 19-03-12 23:20     조회 : 57     추천 : 0     분량 : 1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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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아카레니의 사제이자, 괴수의 힘을 부여받은 자. 하지만 그들의 뜻을 따르지 않는 자.

 

 전 사실 그들과는 전혀 다른 존재입니다. 저는 그저 그들과 협력관계였던, 세상이 멸망하길 기도 했던 사람들 중의 하나였죠. 재미난 사실이 하나 있다면 저랑 같은 존재들은 생각보다 많이 있다는 겁니다.

 

 참, 왜 그런 소망을 했냐고요? 전 그들을 증오할 수밖에 없었어요. 제 부모를 죽인 자들이, 그리고 그들을 도왔던 자들이. 제 부모는 신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그들이 저질렀던 죄를 뒤집어쓰고 모든 종족에게 배척당했었죠. 제 어머니는 절대로 그들에게 복수하지 말라고 했지만, 저는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마침 녀석들이 저에게 접촉을 했고, 전 제 부모의 복수를 위해 움직였죠.

 

 하지만 수십 년 동안 녀석들을 도우면서, 이게 옳은 일인가 싶기도 하더라고요. 아무리 밉고 미운 존재들이라도, 저항도 못하는 존재들을 제 감정에만 치우쳐서 그들을 제단하고 죽인다니....... 그게 잘못이라는 것을 너무 늦게 알게 되었지만, 이미 그때는 너무 늦었더라고요.

 

 

 그가 말을 멈추고 잠시 한숨을 내쉰다. 마침 그가 한숨을 내쉬면서 말을 멈출 때, 그와 녀석들이 저질렀던 만행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마을 하나가 불타면서 재가 되어 사라진다. 앞에 펼쳐지는 풍경을, 아멜은 차마 눈을 뜨고 지켜보기가 힘들었다.

 

 ‘우읍.......’

 

 수많은 가옥들이 불타고, 짓이겨진 시체들이 바닥에 널브러져있다. 기억이 너무 생생한 나머지 그들이 지나가면서 바닥을 밟을 때, 뼈와 살이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세유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돌리는 것이, 그도 그 나름 무슨 생각이 떠오른 모양이었다.

 

 복수의 대상. 그의 복수심이, 증오심이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주지만, 동시에 그 증오 속에서 나오는 잔인함이 상냥한 사람들을 불태우면서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는 게 보였다. 이제는 증오라는 이름보다 그 잔인함의 갈증을 채우려고 일을 저지르는 것 밖에 보이질 않았다.

 

 마치...... 벌레를 잡는 것처럼.

 

 

 “흠, 이야기를 다시 이어가죠. 저는 그렇게 녀석들과 협력을 하며 세월을 보내던 도중, 저는 저의 부모에게서 나온 형제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저도 몰랐고, 그들도 몰랐던, 제 남은 혈육을 말이죠.”

 

 세유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마유를 쳐다보았다. 마유와 세유의 눈이 마주치면서, 마유의 눈이 크게 떠지는 게 보였다.

 

 “제 부모님의 첫 번째 자식이자, 신을 닮고 싶어서, 부모를 닮고 싶어서 만든 첫 번째 피조물. 인형이 만든 살아있는 인간인....... 당신을요.”

 

 “설마, 이야기를 듣다보니, 네가 그 바보 녀석의 자식일 줄이야........”

 

 아델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일전에, 스승한테서 들었던 적이 있다. 그 ‘신’이라는 존재가 만든 괴짜 피조물을. 그는.... 아니 그녀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그걸 따질 수는 없지만, 녀석은 자신과 닮은 무엇인가를 만든다고 아주 들떠 있었던 것이 마지막 모습이었는데.

 

 “아저씨……. 당신은 제 부모님의 마지막을 봤었습니까?”

 

 “그래. 봤었다.”

 

 재앙 신의 자식이자, 늙지 않는 모습에, 그.... 라고 해야 할지 그녀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녀석은 괴물 취급을 받아 마을 사람들에게 붙잡혔었다. 녀석을 놓아주자고 외쳤던 소리도 있었지만, 그것은 소수. 녀석이 지나온 마을들이 모조리 역병이 돌거나 파괴되었기 때문에 그런 소문이 났던 것이었다.

 

 “정확히는 녀석이 마을을 구하기 위해 들어간 것이지만 말이야. 녀석은 병에 죽지는 않으니까.”

 

 “네, 인형이니까 가능하죠. 거기에 신의 권능도 가지고 있어서,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어쨌든 녀석은 그렇게, 어느 종족에도 속하지 못한 채,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갔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점이 있었다. 인형인 주제에, 그 ‘신의 권능’이라는 것을 가지고 쉽게 죽다니.......

 

 “저는 몰랐었습니다. 제 부모는 마을 사람들에게 죽은 게 아니라, 일부러 죽음으로서 녀석들에게서 위장을 했던 것이었습니다. 아카레니의 사제들은 제 부모를 회유하려고 했었지만, 회유가 실패했던 거였더라고요. 그리고 그들은 사람들을 선동하여, 제 부모를 죽이고 강한 힘을 가진 저를 끌어들이는 것에 성공한 것이었습니다. 이 사실은 후에 제 유일한 혈육이자 그녀에게서 모든 것을 듣게 되었었죠. 정확히 그녀에게 걸려있던 메시지를 통해서 말이지만요.”

 

 처음 그녀를 만난 것은 어느 작은 촌락을 습격할 때였었다. 그곳을 습격하면서 왜인지 모를 그리운 감정이 되살아났었던 그는 어느 한 장소에서 그녀를 발견한 것이었다. 평소라면 하나도 남김없이 쓸어버리는 그들이었지만, 그는 몰래 그녀를 구출해 숨겼다고 했었다.

 

 마유는 자신에게 없는 기억들을 보며 굉장히 혼란스러워 했다. 왜 이런 기억들이 없는 거지? 것보다 이렇게 말하는 그가 굉장히 낯설었다. 하지만 낯설다고 하기에도, 그를 보고 있으면 무엇인가 사무치는 어떤 감정이 이야기 하는 중간 중간에 올라왔었다. 그걸 묻고 싶었지만, 일단 그의 이야기를 마저 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최대한 입을 꾹 다물기로 했다. 그래야 더 정확한 무엇인가를, 이 감정에 대해 알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어쨌든 그녀를 데리고 다니는 그는, 메시지를 받고 난 다음 그녀가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한차례 충격을 받았었다. 그는 몰래 그녀를 치료하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을 하면서 녀석들의 눈을 피해 돌아다녔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행동에, 그리고,

 

 “그녀가 보고 있다는 생각에, 제가 하던 행동들에 많은 죄책감이 생기더군요. 마치 그녀의 눈을 통해 부모님이 절 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렇다고 해서 당장 녀석들에게 반기를 들 수는 없었어요. 녀석들의 수는 많았고, 제 이상행동에 대해 알아차렸는지, 감시도 심해지는 것 같더라고요.”

 

 확실히 전의 장면에 비해, 사람들을 죽이는 모습에서 많은 망설임을 보이곤 하는 그의 모습. 그리고 툭하면 어디론 가로 사라지는 그의 모습을 의아해 하는 녀석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대로 시간이 지난다면, 그녀의 존재가 들키는 것은 시간 문제였죠.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고 있을 때, 엄청난 일을 일으켰죠. 녀석들의 허를 찌르는 엄청난 묘수를 말이죠.”

 

 평소처럼 해맑게 미소를 짓는 그. 아델은 그런 그의 미소를 대번 알아차리고 그에게 말했다.

 

 “흠, 그게 바로...... 이곳으로 숨어드는 거였나?”

 

 “네. 역시 아저씨네요. 바로 맞추실 줄이야!”

 

 마침 그에게 접근하는 수상한 인물이 보였다. 이상한 가면을 쓰고 있는 남자는, 곧장 그에게 무어라 속삭이면서 편지 한통을 주었다. 그리고 그 다음 바로 익숙한 건물들이 눈앞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분의 도움이 없었다면 정말 큰일 날 뻔했었죠. 역시 제 부모님을 만들었던 창조주의 친구, 그리고 위대한 신들 중 한분이셨던.......”

 

 “거기까지. 녀석이 들으면 부끄러워 할 수도 있거든.”

 

 아델의 제지에 세유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그게 제일 중요한 얘기인 것 같지만, 사설이 길어지는 것이 싫었던 그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마저 이야기를 진행하라는 눈치를 주었다.

 

 “어쨌든 저와 누나는 안전하게, 인간들 틈에 섞여서 살 수 있게 되었지만, 표면상으로는 녀석들을 돕는 척을 해야 했었어요. 그의 도움을 받아 줘도 되는 정보를 넘기고, 조작하며 지내며, 녀석들에게 크게 뒤통수를 한방 때릴 준비를 해나갔죠. 차근차근 한발씩, 착실히 말이죠. 그러다가...... 문제의 사건이 터져버리게 되었죠.”

 

 

 갑자기 부대의 모습에서 푸른 초원의 모습이 펼쳐졌다. 푸른 초원과 이끼 낀 비석. 그리고 수없이 많이 펴있는 작은 보라색 꽃들. 이 장소가 어디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하필이면, 그날 저의 배신을 눈치 챈 녀석이, 무구 적합자를 줄인다는 명목으로 쳐들어왔었죠. 문의 가동에 필요한 힘을 얻는 것도 겸해서요. 그걸 쥐고 있는 게 저였어요. 철저하게 숨겼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무도 못 건드리는 곳에 숨겼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죠.”

 

 아델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물건이 떠올랐었다. 특별한 보석이 박혀있는 목걸이. 녀석들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

 

 “문지기에서 얻었다는 건 거짓말이었군.”

 

 “정확히는 기억이 왜곡 된 거지만요. 하하.”

 

 무구 적합자를 상대하다가, 중간에 그가 문을 열어 도시를 부수는 계획. 그러면서 최전선이자, 최후의 전장이었던 곳을 급습함으로서 녀석들은 세계 멸망 대전의 우위를 가져갈 계획이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무구 적합자들의 반격. 그리고 그의 배신에 의해 그 계획이 박살나버리면서 녀석들은 한차례 더 기회를 잃게 되어버렸다. 뼈아픈 타격이 되어버린 계획. 그래서 녀석들은 복수를 위해.......

 

 “히익! 안 돼!”

 

 마유는 다음 비춰지는 화면을 보며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 그녀를 찌르려는 회색 로브의 남자. 그리고 그걸 막은 세유. 세유의 배는 그대로 관통되어 많은 피와 살을 쏟아내고 있었다. 이대로는 죽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어... 저... 저게 뭐지.....?!”

 

 모두의 시선이 세유와 함께 있는 그녀에게로 쏠렸다. 강렬하게 내리쬐는 빛이 세유를 비췄다. 따뜻한 손길이 둘을 감싸고 있었다. 포근한 빛에 쌓인 둘과 당혹스럽게 쳐다보는 회색로브의 남자. 그리고 그런 그에게 큰 소리로 누군가가 외치는 게 들렸다.

 

 ‘내 동생을 건드리지 마! 당장 사라져버려!’

 

 ‘뭐... 뭐야!!! 동... 동생이라니!’

 

 당황한 표정의 그는 앞에 나타난, 한 불길한 기운을 가진 여자를 쳐다보았다. 분명 방금 전까지는 그냥 작은 소녀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모습은 고대의..... 수호자와 같은, 라이오스의 전사와도 같아보였다.

 

 ‘서.. 설마.... 그는 죽지 않은 건가?!’

 

 ‘당장 사라지지 않으면 형체도 남김없이 찢어주마!’

 

 그녀의 말은 반 협박에 가까운 것이었다. 만약 회색로브의 남자와 싸운다면, 세유에게 집중을 하지 못한다면 그는 죽을 것 같은 상태였다. 하지만 반대로, 그가 방해를 해서 그가 죽어버린다면.......

 

 ‘이.... 치..... 이런.....’

 

 그는 하는 수 없이 물러서는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움직일 수 없지만, 반대로 자신 역시 앞의 인물을 함부로 할 수 없었다. 거기다, 갑자기 밀려오는 빛의 파도가 그를 몹시 약하게 만들었다. 시간이 끌린다면 임무실패와 더불어 자신도 죽을 판이었다.

 

 ‘젠장! 두고 봐! 배신자! 꼭 너를 죽이겠다!’

 

 그는 이를 갈며 그 자리를 떠나갔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남은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한참을 말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다 알고 있었던 거예요?’

 

 힘없이 입을 여는 그. 그리고 그런 그를 바라보는 소녀.

 

 ‘네, 다 알고 있었어요.’

 

 ‘그럼 일부러 말을 안 하고 있었나요?’

 

 ‘그건 사정이 있었어요. 제 힘을 모두 되찾지 못했거든요. 아니, 정확히는 힘이 다 회복되지 못했거든요.’

 

 그녀는 천천히 그를 안으며 등을 토닥였다. 그의 눈에서 한없이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린 탓인가? 분명 인간과 다르다고 생각했었는데...... 왜 그분들은 날 인간과 최대한 많이 닮게 만든 걸까?

 

 ‘울지 마요. 아직 기회는 있어요. 물론 위험이 동반되겠지만요.’

 

 ‘위험이라뇨? 그러면 쓰지 않아도 되요.’

 

 ‘안돼요! 당신은 살아야 해요! 희망을 버리지 마요! 나의 하나뿐인.......’

 

 그녀는 씽긋 웃으며 그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었다. 마지막 말은 흐릿하게 들릴 뿐이었다.

 

 천천히 그를 살포시 내려두고 무엇인가를 외우기 시작한 그녀.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목소리에 따라, 거대한 빛이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빛들은 주변의 모든 것들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세계를 뒤덮는 빛.

 

 그것은 하얀 도화지를 펼쳐놓으려는 것처럼 펼쳐져 나갔다. 그리고 이곳 역시 하얀색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마치 한 여름 밤의 꿈처럼, 그의 기억속의, 마지막 장면들이 사라져 갔다.

 

 

 집무실에 서있는 네 사람. 한명의 상태가 그렇게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아마 오랫동안 힘을 써서 그런 것 같아보였다. 아델은 그대로 의자에 앉아 천천히 숨을 고르며, 놀란 아이들을 진정시켰다.

 

 “괜찮아, 나는. 트린다미어 녀석에게 썼던 것보다 덜 들었으니까 말이야. 그건 그렇고......”

 

 아델은 마유와 세유를 바라보았다. 역시 닮았어........ 라는 생각뿐이다. 그리고 어쩌면 녀석들을 만나게 된 것도.......

 

 

 ‘혹시나 부탁이 있다.’

 

 ‘뭔데?’

 

 ‘내 자식들을 살펴줄 수 있나?’

 

 ‘내 자식 돌보는 것도 힘든데?’

 

 

 녀석과의 약속 때문인 건가? 업보일지도 모르지. 아니면 리즌 녀석의 계략이거나. 어찌되었건 그건 상관이 없다. 지금 중요한 거는 녀석들이 내 앞에 있고, 내가 이들을 돌봐줘야 한다는 것.

 

 “그나저나 저 정도 힘이면, 세계를 뒤틀어놓을 수 있겠네.”

 

 세계를 뒤틀어놓는다고? 마유와 아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유는 자신 안에 그런 힘이 있다는 것에 놀라서, 아멜은 그런 힘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 아 일단 규격외인 사람이 앞에 있으니,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제.... 안에 그런 힘이 있다고요? 세.. 유? 정말이니?”

 

 세유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델 역시 그의 긍정에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했다 .

 

 “아마 맞을 거다. 그 녀석의 힘이 너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다면 충분히 가능해. 대신 그 힘을 사용하면 큰 위험을 감당해야 한다고. 간혹 너처럼 기억을 잃는다던가.”

 

 하지만 원래는 본인만 기억을 잃어야 하는데, 이 힘은 세계를 뒤집을 정도로 강력한 힘이었다. 마치 ‘다쳤었던 그’라는 존재를 없애버릴 정도로.

 

 ‘이렇게 세계를 통째로 날려버릴 만큼의 힘이라니........’

 

 너무나 터무니없는 위력에 아델은 눈살을 찌푸렸다. 물론 그 정도의 힘이 있어야 ‘신’이라고 대접 받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아델이 잠시 생각에 빠져있을 때, 세유는 문뜩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근데, 왜 아멜 누나는 빗겨나간 걸까요?”

 

 “응? 어.... 어? 그러네.”

 

 세유의 말에 아멜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했다. 그러고 보니 비전을 막을 수 있던 아델도 걸린 강력한 힘인데, 어째서 아멜이 빗겨 나간거지? 설마...... 그때 리즌 녀석이 했던 말이.....

 

 “아... 어쩌면 그것 때문.....”

 

 “안녕 친구들? 잘 지내고 있었니?”

 

 아델이 무엇인가가 떠올라 말을 하려는 순간, 창가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4명밖에 없는 공간에서 갑자기 들려왔기에 모두 깜짝 놀라 창문을 바라보았다.

 

 “아하하! 정말이지 한바탕 하느라 죽는 줄 알았다고. 그래도 다들 어치저치 잘 지내보네?”

 

 그곳에는 해맑게(?) 웃고 있는, 천을 둘둘 감은 남자가 창틀에 걸터앉아있었다. 모두 그의 등장에 깜짝 놀란 눈을 했지만, 아델만은 그를 아무렇지도 않다는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리즌, 그렇게 있다가 창가에서 떨어질 수 있다.”

 

 “워워. 걱정 말라고. 그랬다면 벌써 떨어졌겠......”

 

 아델의 모습에 리즌은 피식 웃으며 양손을 들어 흔들어 보이며 호기를 부렸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꺄악! 3층 창틀에 누가 걸터앉아 있다고! 떨어지려나 봐!”

 

 “아! 장교님! 왜 거기에!!! 무.. 무슨 짓입니까!!!!”

 

 밑에서 들려오는 말에 화들짝 놀라 그만 떨어질 뻔한 거를 아델과 아멜이 낚아채듯이 잡아냈다. 아델이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보자, 리즌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한발 내밀었다.(아마도) 그는 천천히 아델과 아멜의 손에 끌어올려져 방안에 들어올 수 있게 되었다.

 

 “휴, 10년 감수했네.”

 

 “제발..... 평범하게 문으로 들어오라고. 제발!”

 

 “하하하! 자고로 창문에 걸터앉는 것이 멋이지!”

 

 “뭔, 개소리야. 그리고 여기 온 거, 분명 용건이 있어서 왔겠지? 빨리 말하라고.”

 

 경고도 경고지만, 분명 다른 이유가 있어서 왔을 것이다. 그런 아델의 모습을 보며, 그가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맞다는 듯, 리즌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아주 중요한 용건이 있어서 왔었지. 그러다 습격이나 당하질 않나. 참나, 갑자기 녀석들이 쳐들어올 줄은 몰랐다고.”

 

 3군단이 공격당한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험지가 잔뜩 있어서 잘 오지 않을 거라는 북부 일대를 공격하는 것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거기다 5군단 지역이 접전이 벌어지고 있어서, 전혀 이쪽을 올 거라는 생각을 못했었던 그였다.

 

 “뭐, 그 점은 나도 생각 못했다고. 그나저나 중요한 용건? 자꾸 뜸들이지 말라고. 한 번에 얘기해.”

 

 “아.. 아니! 네가 잊어버리면 어떻게 해! 어서 빨리 병력이나 준비해두라고! 곧 우리군단도 출정한단 말이야!”

 

 아, 너무 잊고 있었다. 물론 계획은 다 짜두었지만, 물자 준비와 훈련으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는데. 다른 쪽 상황이 점점 악화되고 있던 건가?

 

 “물론! 조금 더 기한을 줄 수는 있지만. 아직 6군단도 출발 안했거든.”

 

 “이봐. 그건 미리 말해두라고. 우리만 늦은 줄 알았잖아!”

 

 “하하하! 그냥 놀라게 하려고 왔지. 그래서 뭐, 다들 괜찮은 가보고..... 라이오... 아니 마유는 괜찮은 가보네?”

 

 “음, 괜찮다고 해야 할지, 아니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 것보다 너는 기억이 안 지워졌냐? 세유의 힘이 풀리면......”

 

 “괜찮지. 암 괜찮고말고. 난 그런 일을 대비해둬서 여러 가지 장치를 만들어두거든. 내 기억도 일부 따로 만들어 둬서, 괴리감이 들기에 바로 찾았다고.”

 

 언제나 그렇듯 녀석은 철저하게 준비를 해두는 구나. 것보다 녀석의 힘이 풀렸다는 것을 당연히 아는 것 같은데?

 

 “그나저나 진짜로 풀릴 줄 몰랐는데, 열심히 세계를 덧씌워났는데...... 뭐, 본인이 다 나았으니 상관없으려나?”

 

 그의 말대로 이젠 세유라는 무구 적합자는 없는 세계가, 괴수였던 그의 세계가 다시 돌아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마, 그가 괴수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녀의 손으로 베어야 할지도 모를 테니까. 어쩌면 그것 때문에 기억을 잃기 직전에, 자신을 속여 달라고 말한 것이겠지.

 

 그럼 이제 어떻게 하는 것인가? 마유의 흔들리는 눈동자와 시선이 느껴졌다. 그녀의 가치관은 괴수를 토벌하는 것이지만, 그는 자신의 사랑스러운 동생이었다.

 

 “그... 그러면... 세유는.......”

 

 “걱정마라. 토벌 안 할 거다.”

 

 아델이 딱 잘라서 말을 했다. 그의 말에 아멜과 리즌은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그라면........

 

 “어차피 전에도 서포터를 했다며? 그럼 상관없는 거 아니야? 거기다 너는 여러 가지로 쓸모 있을 것 같고.”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의 모습에 순간 세유의 등에 소름이 돋았다. 왜인지 그라면 별의별 실험을 할 것 같으니까.

 

 “아, 참!”

 

 세유는 갑자기 자신의 허리에 있던 검을 조심스레 검집 째로 들어 그녀에게로 넘겨주었다. 마유는 갑자기 그런 그의 행동에 깜짝 놀라며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지만, 바로 그 순간 세유가 천천히 말했다.

 

 “마유 누나, 당신이 기억을 잃었던 그때 제가 했던 말 기억하나요? 당신과 나는 쌍둥이, 그리고 이곳에서 같이 지내고 있던 ‘쌍검의 무구 적합자’들이라고. 하지만 그건 거짓말이에요. 전 무구 적합자가 아니에요. 그저 당신이 저에게 함께 있을 방법을 알려준 것일 뿐이었죠.”

 

  본래 쌍검의 무구라는 것은 없다. 그러니까 즉,

 

 “그 검은 당신이 두 개로 만든, 쪼개진 검입니다. 괴수였던 저의 정체를 숨겨야 했기에, 검의 힘으로, 누나의 힘으로 제 안에 들어있는 힘을 봉인 해둔 것이죠.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으니...... 이제 이 검을 돌려드릴 때가 된 것 같네요.”

 

 마유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가 내민 검집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 머릿속이 정리가 되지 않아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검을 받아드는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아주 정겨운 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다시 제 목소리를 들으실 수 있게 되었군요.’

 

 “뭐... 뭐야?”

 

 ‘당신의 기억의 파편이자, ‘맹세의 검’, 당신의 무구 적합자의 수호 령이죠.’

 

 그녀가 받든 검과 자신의 허리에 있는 검이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마치 하나로 되돌아가기 위해. 그녀는 그 검들이 이끄는 대로 검을 뽑아들어 합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두 개의 검에서 강렬한 빛이 내뿜어지기 시작했다.

 

 “우.. 우와악!” / “이... 이건....”

 

 아멜과 세유는 갑자기 강렬하게 나오는 빛에 눈을 제대로 뜨지 못했다. 반면 아델은 무엇인가를 잘 알고 있는 듯, 그저 빛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호.... 드디어 제대로 된 무구 적합자가 나오는 건가?”

 

 ‘으.. 으윽.....’

 

 강렬한 빛이 마유를 향해 쏟아져 내려왔다. 마치 따스한 손길이 자신을 어루만지는 것처럼.

 

 ‘당신은 절 다룰 자격이 있어요. 그러니 전 당신에게 협력하도록 할게요. 그럼 한 번 더 잘 부탁해요. 나의 주인이자, 나의 친구.’

 

 ‘자.. 잠깐! 다... 당신......’

 

 그 목소리를 끝으로 그녀를 비추던 빛이 사라졌다. 그 대신 처음 보는, 수수한 문양이 그려진 작은 검 한 자루가 그녀의 품으로 내려왔다. 마유는 천천히 그 검에 손을 뻗어, 조용히 붙잡았다. 아니, 붙잡아야 했다. 분명 처음 보고, 처음 만난 것 같지만, 이 말을 꼭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아니, 나야 말로.’

 

 

 한바탕 소동이 거의 끝나갔다. 쌍둥이 건은 어떻게든 아델과 리즌이 처리하면서 일단락되었다. 세유는 힘을 조절하여 괴수의 모습을 최대한 감추기로 하고, 마유는 새로운 검에 적응하기 위해,

 

 “하압!”

 

 “좀 더 빠르게!”

 

 아멜과 합류하여 아델의 지도를 받기 시작했다. 갑자기 각성해서 놀라긴 했지만, 두 명의 무구 적합자가 본래 힘을 제대로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것은 좋은 신호라고 해야 하나?

 

 “암, 좋은 신호지.”

 

 이젠 하나만 남은 것인가? 아델은 본격적으로, 토벌 전에 집중하기로 했다. 모두가 준비되었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그리고 언제나 항상 변수는 조심해야하니까. 정말로.... 조심해야 하니까.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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