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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용사의 검 -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8.9.3

세계에 뿌려진, 신의 힘을 가진 검. 단 하나 뿐인 검을 사용하던 용사가 수백 년이 흐른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그가 깨어난 세계는 자신이 살던 나라와 사람이 죽은, 이미 한번 멸망한 세계. 괴수라는 생명체로 인해 세계가 혼란스러웠고, 많은 것이 바뀌어 있는 현실에 그는 체념하지만, 그 만이 사용 할수 있던 검을 쓸 수 있는 소녀를 만난 그는, 그녀가 곧 그와 같은 운명을 걷게 될 것을 알게 되었고,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해 주기로 마음 먹는다. 용사의 검에 얽혀 운명이 뒤틀린 두사람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10. 개전(2)
작성일 : 19-03-19 23:03     조회 : 57     추천 : 0     분량 : 8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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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엘라 북쪽, 전진기지 -

 

 

 대개 거대한 도시들이 만들어지면, 각 방면으로 작은 마을들과 소도시들이 형성된다. 그리고 이들을 방어하기 위한 시설들 역시 만들어지기 마련이었다. 북쪽 황무지의 개척과 수비를 위해 만들어진 ‘알 포트 메인’과 마찬가지로, 여기 있는 ‘전진 기지’ 역시 그런 용도로 마련 되어있는 거점 도시였다.

 

 원래는 다른 이름이 있기는 했지만, 다들 그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 오히려 ‘전진기지’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듯, 방어용 목책 안에 무기를 수리하는 간단한 대장간과 우물, 간이 천막들이 있는 작은 숙영지 같은 모습이니까 말이다.

 

 원래는 연합 정부에서 파견된 최전선 방어군이 지키고 있던 곳에, 요 근래에 사미드(도마뱀 수인)인들이 들어와서 진을 치고 있었다. 상당히 호전적인 이들이라 이곳에 주둔하던 주둔병들은 차마 그들을 건드리지 못했다. 다만 옆에서 그들의 심기나 건드리지 않으려고 노력 할 뿐이었다.

 

 “흐음...... 그나저나 왜 이리 뜸해졌을까?”

 

 “우호하하하! 우리의 전력을 보고 도망간 거지 뭐!”

 

 병사들은 요 며칠간의 싸움에 대해 얘기하며 웃고 있었다. 처음에 그렇게 많은 괴수들을 보고 놀랐지만, 청사단의 활약으로 녀석들을 밀어낼 수 있었다. 거기다 전진 기지 밖에 유적들을 발견한 것이 큰 업적으로 남았다.

 

 유적들을 발견 한 게 왜 큰 업적이냐 라고 묻는다면, 현 세대에 부족한 자재와 책, 그리고 현세대가 못 만드는 물건들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두 개척단 활동과 더불어 유적을 찾는 것에 집중을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어쨌든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전진 기지에서의 싸움은 초반에 꽤나 격렬했었다. 최초 투입된 5군단의 두 개 대대가 박살날 만큼 꽤나 위협적이었던 군세여서 5군단의 에락 역시 처음에는 많이 당황했었다.

 

 그래서 아예 처음부터, 그의 직할 부대인 청사단을 바로 투입 시켰다. 청사단은 압도적인 무력을 자랑하며 괴수들을 몰아냈다. 그 역시 선봉에 서서 괴수들을 몰아내 그 위용을 뽐냈다.

 

 “괴수가 쳐들어온다!”

 

 초소에서 전방을 감시하던 인원이 종을 울리며 소리쳤다. 그러자 군단장인 에락은 붉은 눈을 섬뜩하게 뜨며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가자!”

 

 “와! 가자! 사미드의 위용을!”

 

 그가 이끄는 부대는 어딜 가든 승리를 이끌었다. 물론 괴수들이 야위고 그들은 조직적으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상대하기는 쉬웠지만,

 

 “크윽!”

 

 “젠장 옆쪽이 뚫린다!”

 

 괴수는 괴수다. 그들의 힘을 일반 사람들이랑 비교를 해서는 안 되었다. 그들이 가진 단단한 가죽과 껍질은 일반무기로는 그들을 제압 할 수가 없었다.

 

 “젠장! 검이 부러졌어!”

 

 “창병! 모두 밀집해서 창을 앞으로 세운.... 크아아악!”

 

 달려드는 괴수 한 두 마리는 처리 할 수 있지만, 나뭇가지 마냥 부러지는 창들을 보며 병사들은 어이없어했다. 괴수를 잡는 것은 힘들었다. 화살도 창도 잘 먹히지 않는다. 그런 그때, 그는 기발한 생각으로 괴수들을 붙잡았다.

 

 “모두 뒤로! 쇠 그물 조! 그물을 펼쳐라!”

 

 병사들이 몸으로 막아 괴수들의 속도가 줄어들면, 뒤에 몸을 숨기고 있던 그물 조가 괴물에게 그물을 펼쳐서 덮었다. 일반 하만이라면 쇠 그물을 들기에는 무리겠지만, 그들은 사미드. 수인은 신체 능력이 뛰어나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크르르? 크아아악!”

 

 촘촘한 쇠 그물을 찢으려고 발버둥을 치려고 하지만, 특수한 재질로 만들고 아미테리아 장인들이 연구한 끝에 만든 특수한 그물은 그들의 발톱을 견디기에 충분했다. 물론 여러 마리를 가두면 구멍이 종종 뚫리긴 했지만, 괴수의 큰 덩치가 나오기에는 너무나 비좁았다.

 

 “당장 대 괴수용 노포를 가져와!”

 

 거대한 쇠뇌가 장착된 수레들이 나타났다. 괴수의 머리 앞에서 빠르게 장전 되는 쇠뇌. 그 사이에 다른 괴수들은 청사단과 병사들이 힘을 모아 밀어냈다. 그렇게 차례차례 묶여 있는 괴수들의 머리를 뚫어버리고, 남은 괴수들도 청사단이 처리를 하면서 이번 전투도 승리를 하게 되었다.

 

 “이겼다!”

 

 “다 잡았다!”

 

 병사들은 신나서 마구 소리를 질러댔다. 수십 마리의 괴수들이 으깨지고 잘린 채로 전장을 뒹굴고 있었다. 청사단은 만족한 얼굴로 주변을 살펴보았다. 가면 갈수록 병사들도 괴수를 잡는 게 익숙해져서 그런지 피해도 많이 줄어들고 있다. 이건 너무나도 좋은 소식이니, 에락도 만족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 중 유독 한 사람만이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괴수들을 확인사살 하고 있었다.

 

 ‘흥, 더 많이 잡아야해. 그 망할 요정의 콧대를 눌러주기 위해서라도.’

 

 청사단의 리더이자 군단장 에락의 신임을 받고 있는 르뮘은 전에 있던 일을 잊지 않고 있었다. 작고 힘이 없어 보이는 작은 요정, 리엔과 토벌부대 인원 4명이서 30마리가 넘는 괴수들을 손쉽게 쓰러뜨리는 것을. 그것도 환자를 끼고 싸웠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기사는 본디 일반인들보다 능력이 더 뛰어났다. 거기에 그들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그들을 이끄는 기사단의 단장임에도 그 정도의 괴수를 무찌르는 것은 망설여질 수 있다. 주변에 다른 기사가 있다면 상관없지만, 혈혈단신으로는 상대하기 버거운 게 괴수였다.

 

 ‘나한테도 그런 힘이 있었다면.......’

 

 그날 3군단의 통제 구역에 괴수들이 침입한 사실은 그의 인생에 두고두고 남을 크나큰 오점이었다. 다른 단장들은 그의 능력에 대해 얘기를 하며, 한때 그의 1단장 지휘가 위태로워졌었다. 그의 자리를 노리는 다른, 탐욕스러운 단장들이 그를 헐뜯고 방해하고, 그를 끌어내리기 위해 노력했었다.

 

 “피해 상황 보고! 청사단의 인원은 13명 부상, 일반 병사는 20명 중상, 14명 경상. 나머지는 간단한 상처뿐입니다. 역시 에락님과 르뮘님이십니다! 가면 갈수록 괴수들을 토벌하는 속도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아니다. 우린 그저 에락님의 지시를 받고 움직여서, 이렇게 승리한 것뿐이다. 그래도 방심하지마라. 괴수는 괴수니까.”

 

 지금까지 해치운 괴수는 총 500마리. 산발적인 교전까지 합하면 대략 700마리가 넘어갈 것이다. 근 반년을 녀석들과 상대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물론 더 전에 선발대가 투입된 것도 있지만 그건 방어전과 사전 정찰이니 따로 빼두기로 하고.......

 

 “그래도 기뻐는 하십쇼! 단장님! 단장님이 그렇게 시무룩한 얼굴로 있으니, 다른 인원들이 불안해 하질 않습니까!”

 

 부단장이 그에게 다그치듯 말을 했다. 그도 그럴게 매번 전투가 끝나고, 항상 눈살을 찌푸리며 병사들의 노고를 치하하기보다는 다그치기만 하니까 말이다. 사실 이번에도 그가 무어라 말을 할 것 같아 미리 끊으려고 한 그였지만, 그의 노력은 그의 한마디에 헛수고로 돌아갈 뿐이었다.

 

 “우리는 여기에 온지 다섯 손가락하고도 하나 반이나 지났다. 하지만 1달 전에 온 견부 부대라는 털 달린 수인 녀석들보다 성과가 저조하지 않느냐! 항상 최전선에 있는 우리들보다 후방에 있는 녀석들한테 밀리는 게 말이 되냐고! 어서 빨리 장비들이나 점검하고 훈련 준비나 하라고 일러두라고!”

 

 “르뮘! 그만해라.”

 

 그들의 등 뒤에서 낮고 작게 긁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미드 특유의 그르륵 거리는 소리와 함께 붉은 눈에, 이마에 튄 피를 닦으며 다가오는 사람이 보였다. 모두가 그의 등장에 재빨리 고개를 숙이며 예를 표했다. 이 군단의 권력자이자 최정상인, 에락의 등장에 르뮘의 눈동자가 커졌다.

 

 “구.. 군단장님.”

 

 “무엇인가에 쫓기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너무 자신의 몸에 채찍질 하지마라! 너 혼자라면 괜찮지만 너는 지휘관이다. 너로 인해 다른 병사가 다칠 수도 있단 말이다!”

 

 “하.... 하지만....”

 

 “그리고 녀석의 말도 맞다. 단장이 집적 부하들을 칭찬하면 부하들의 사기는 몇 배로 올라가지 않겠느냐. 지금 녀석들에게 필요한 거는 훈련이 아니다. 너의 따뜻한 몇 마디가 더 중요할 지도 모르지.”

 

 에락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르뮘은 그의 말에 반박하고 있었지만, 그의 눈빛에 압도되어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에락은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물론 너의 기분을 안다. 다른 녀석들, 특히 2군단 녀석들이 오기 전에 이곳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을.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무엇도 이룰 수 없다. 괴수 녀석들과 오랫동안 싸우면서, 나는 그것에 대해 절실하게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녀석들은 우리가 자만하길 기다리는 아주 영리한 녀석들이니까.”

 

 에락은 그동안 싸우면서, 무엇인가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다른 군단 지역에서 산발적으로 기습 공격을 했다는 괴수들과 다른 야윈 괴수들로만 이루어진 전투들. 물론 사이사이에 있는 괴물들의 존재가 병사들을 끊임없이 괴롭혔지만....... 아니 그렇게 많은 수의 괴물과 상대하게 될 줄은 몰랐었다. 보고와는 전혀 다른 일들이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은 견부부대에게 맡긴다. 내일이나 모레 3군단의 지원군과 에테레아의 지원군이 도착한다고 했으니까 말이다. 병사들에게 맛있는 것도 먹여주고. 그럼 해산.”

 

 “역시 군단장님이시다!”

 

 “군단장님 만세!”

 

 그의 말에 병사들은 크게 기뻐하며 에락을 연신 연호했다. 르뮘의 머릿속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신경 쓰질 않았다. 아니, 그도 느끼겠지. 자신에게 필요한 게 휴식이라는 것을. 것보다 그에게 중요한 거는 다른 것이었다.

 

 ‘참나...... 녀석의 말이 잊히지가 않는군.’

 

 그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의 말. 가장 꺼려하는 자가 찾아와 전해주고 간 말. 아직도 그 말이 머릿속에 맴돌아서 그를 괴롭혔기 때문이었다. 사실 누구보다도 이 토벌전을 빨리 끝내고 싶은 그에게 제약을 걸어버린 것이었으니까.

 

 그는 천천히 자신의 막사의 천막을 걷으며 걸어 들어갔다. 뒤에서는 들뜬 마음으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병사들의 목소리와, 즐겁게 타오르는 화덕의 불꽃이 연기를 연신 내뿜으며 활활 타올랐다. 오늘도 열심히 싸운 그들을 칭찬하듯. 오늘도 살아있다는 것을 상징하듯 말이다. 또, 모두 살아남아준 것을 감사하듯 말이었다.

 

 그는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천천히 천막을 내렸다. 그렇게 오늘의 일을 마치고, 그는 천천히 휴식에 들어갈 준비를 했다. 아니, 그날을 위해, 그날을 준비하기 위해 자신을 쉬게 만들고 있었다.

 

 

 

 - 알 포트 메인, 토벌 부대 막사 -

 

 

 “으... 정말이야?”

 

 “정말이지.....”

 

 “그날이 올 줄이야......”

 

 모두가 게시판 앞에서 웅성대고 있었다. 스티네아와 스피넬 역시 그 가운데에 서서 게시판에 붙여있는 명단을 보며 가만히 서 있었다. 2달 전의 전투로 인해, 괴수를 다시 만나면 제대로 싸울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이 모두의 머릿속에 가득 퍼져있었다.

 

 그날의 일은, 그저 한두 마리의 괴수를 퇴치하는 정도의 일만 하던 이들한테 그렇게 많은 수가 파도처럼 몰려와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었던 것은 너무나도 충격이었다. 원래 전쟁이라는 것은 그런 거지. 이상과 현실은 전혀 다른 거니까.

 

 한참을 레프레아들이 떠드는 사이에서 조용히 있던 스피넬이 드디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서 물자들을 전부 정비해두라고, 물건을 다 쌓아두라고 했었구나.”

 

 스피넬은 지난 2주간, 아냐를 도와 짐 정리를 했던 것이 떠올랐다. 스티네아는 그런 그녀를 보며 말했다.

 

 “근데..... 역시 스피넬 너는 출정이지?”

 

 “응....... 그렇지. 미리 들었던 대로 말이야.”

 

 스피넬과 아멜은 출정. 스티네아와 쌍둥이, 아냐는 기지를 방어한다. 그날을 기점으로 그 방침을 바꿀 수도 있었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방침을 더 굳히며 스티네아에게 말을 했었다.

 

 ‘그러니까 네가 더 중요하단 거다. 너의 힘은 지키기 위해 있는 것. 방패의 무구의 힘 중 하나인 ’결계‘를 쓸 수 있게 되었으니까 여길 지켜주려무나.’

 

 그 말을 떠올린 스티네아는 착잡한 마음으로 스피넬을 바라보았다. 토벌 파견에 대부분 같이 다녔었는데.......

 

 “응? 내 얼굴에 뭐 묻었니?”

 

 “아.. 아, 아니! 그냥...... 그냥.....”

 

 스피넬 역시 스티네아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저번에 에테레아에 갔다 왔을 때도 한참을 찾았었다던 얘기를 들었었으니까. 평범하게 에테레아를 간 것도 걱정하는데, 이번에는 죽을지도 모르는 전장으로 가는 거니까 말이다.

 

 

 사각, 사각사각.

 

 열심히 장부의 여백을 빠르게 채워 내려가는 작은 손이 보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그 여린 손보다 조금 크지만, 그 위력은 괴수의 가죽도 뚫는 총이 놓여있었다. 작은 손의, 찰랑거리는 주황머리카락을 가진 작은 요정은 그 총을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흐..... 그때 이 이상한 물건을 받지 말걸 그랬나......”

 

 죽음에 대한 공포. 처음 느껴본 그 무서운 광경에서 어떻게 살아남았었는지 모르겠다. 아마 선착장에서 싸운 것이 큰 도움이 되었겠지. 뭐, 그때도 어떻게 싸웠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래도 관리관님이 있으니 괜찮기는 한데......’

 

 괴수를 만나도 무섭지 않은 건 아마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녀를 신뢰하면서, 그녀를 지켜주는 그가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것과 다르다. 그날과 같이 파도처럼 몰려오는....... 어쩌면 그런 괴수들보다 더 한, 또는 괴물이라 불리는 존재들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똑똑.

 

 “리엔? 안에 있니?”

 

 피곤함이 마구 묻어나오는 목소리. 그녀와 대조되는 큰 키에, 연보랏빛 머리칼이 어깨 밑으로 내려오는 여자가 걸어 들어왔다. 아냐는 졸린 눈을 비비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야?”

 

 리엔은 그런 그녀를 보지 않고, 열심히 장부를 정리하며 말을 했다. 그러자 아냐는 진한 하품을 내뱉으며 말했다.

 

 “하아암..... 아까 아델이....... 너한테 뭐 물어볼게 있다고 하던데?”

 

 “응? 나머진 자기한테 맡겨두라고 해놓고선..... 으이구.....”

 

 장부정리를 맡기고, 자신은 마저 물자를 정리하겠다고, 자신 혼자서 충분하다고 말을 해놓고 간지가 20분이 지나지 않았었는데, 그새 그녀를 찾다니...... 리엔은 툴툴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보 같은... 아니 바보인 관리관을 찾으러, 따끔한 잔소리를 하기 위해서 말이다.

 

 총총 총총

 

 터벅터벅

 

 오랜만에 같이 걷고 있는 두 사람.아냐는 천천히 그녀의 보조에 맞춰서 발을 사뿐히 내딛고, 그런 그녀의 배려가 조금 신경 쓰인 리엔은 조금 더 빨리 걸으려고 했다. 그런 그녀들의 모습은 모두의 시선을 끌었다.

 

 “으... 왜 내가 지는 것 같지?”

 

 “네가 손을 잡고 있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고.”

 

 “언제 손을 잡은 거야?”

 

 “네가 딴대로 셀까봐.”

 

 “나 어린애 아니거든?”

 

 두 사람은 티격태격 거리면서도 같이 걸으며 그들의 목적지를 향해 나아갔다. 그들의 걸음은 마치 화음을 맞추는 것처럼 총총 터벅터벅 소리를 냈다. 가끔 삑 소리가 나긴 했지만.

 

 어쨌든 한참을 걸어서, 두 사람은 아델이 있는 창고에 도착했다. 마침 아델이 창고에서 손을 흔들며 리엔을 반겨주었다.

 

 “하..... 아! 리엔! 어서와!”

 

 “으이구! 왜 굳이 혼자 한다고 그랬어요! 차라리 그냥 저한테 맡기시지!”

 

 그녀가 툴툴대며 다가오는 것에, 아델은 그저 웃으며 가만히 서있었다. 그래 저 능글능글한 미소.......

 

 “걷어차 그냥.”

 

 “으아아아!!!”

 

 “쿠억!”

 

 아냐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리엔은 그대로 달려들어 아델의 배에 정확히 발을 꽂았다. 그런 리엔의 기습적인 발차기에 아델은 그냥 뒤집어지고 말았다.

 

 “크어억... 쿨럭.... 아.. 아파..”

 

 “그러기에 아픈 짓을 왜 하냐구요! 그렇게 자기한테 맡겨달라고 애원해두고서는.”

 

 “하.... 하지만... 꼭 확인할 것이 있으니까.... 쿨럭.”

 

 아델은 신음소리를 내며 손을 입에다 대며 기침을 했다. 그러나 리엔은 그런 그에게 입을 내밀며 말했다.

 

 “아픈 척 하지 말아요. 일부러 끝에서 힘을 뺏거든요?”

 

 “크윽... 진짜 아프.....”

 

 “진짜로 한대 맞을래요?”

 

 “아닙니다. 살려주세요.”

 

 아델은 바로 태세 전환을 하면서 멀쩡하게 서서 리엔을 바라보았다. 리엔의 그 더듬이 같은(?) 머리카락이, 마치 레이더처럼 그를 노려보며 톡톡 움직였다.

 

 “그래서 무슨 일로 부르신 건가요?”

 

 “아, 참. 맞아. 몇 가지 좀 물어볼게 있어서.”

 

 아델은 천천히 창고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 역시 그를 따라 천천히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창고 안으로 들어가자, 창고 밖의 소리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흠, 지금쯤이면 안 들리겠지?”

 

 “음? 누가 들으면 안 될 이야기라도 하려고?”

 

 “비슷해. 조금.”

 

 아델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리엔과 아냐를 바라보았다. 아까 전의 능글맞은 표정과는 달리 그의 눈에는 사뭇 다른 진지함이 묻어나고 있었다.

 

 “현 시간 부로 아냐는 이곳 관리관 대리 겸 지휘를 맡아줘. 그리고 리엔, 너 역시 내 지휘권을 인계받아 현장에서 움직일 준비를. 알았지?”

 

 “응? 그건 너무 이른 거 아니야? 갑자기 무슨.......”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에요?”

 

 아냐와 리엔이 크게 눈을 뜨며 그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아델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었다. 리엔은 그런 그의 태도에 눈살을 찌푸리며 그의 소매를 붙잡았다.

 

 “무슨 일인데요? 빨리 말해주세요.”

 

 “녀석을 맡아야 하니까. 지금의 아이들로는 녀석을 잡을 수 없으니까.”

 

 리엔은 그의 알 수 없는 태도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툴툴댔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잡을 수 없다니....... 무슨 12마리의 괴물이라도 나타났나요?”

 

 “응. 그래.”

 

 하지만 그녀의 말에 아델은 그저 한숨을 푹 쉬며 말을 했다.

 

 “네. 그래요. 정말........ 네? 지금 뭐라고 했나요?”

 

 동그랗게 커지는 리엔의 눈동자. 아냐 역시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델은 그저 그녀들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크게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그리곤 작은 편지.... 아니 보고서를 꺼내 보이며, 무거운 입술을 천천히 떼며 말했다.

 

 “트린다미어가..... 살아있다고 하더라고.”

 

 하필 제일 성가시면서 골치 아픈....... 지금으로서는 가장 상대하기 껄끄러운 녀석이 살아있다. 아델의 머릿속은, 아니 모두의 머릿속이 착잡해지며 혼란스러워 졌다. 멍하니, 창고안의 세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보며 가만히 서 있었다. 아니 말이 없다기보다는 할 말이 아예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그냥 하얗게 변해버린 머릿속에서, 그렇게 세 사람은, 한동안 그들을 보며 가만히 서있었다. 야속한 시간만이 그들을 약 올리듯, 시계바늘 소리만이 천천히 들려올 뿐이었다.

 
작가의 말
 

 후.. 어느덧 벌써 조회수 1000회를 찍었네요!! 3자리수라니! 기분이 새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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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10. 개전(2) 2019 / 3 / 19 58 0 8767   
52 #10. 개전 2019 / 3 / 13 68 0 8143   
51 #9. 각성(5) 2019 / 3 / 12 58 0 10454   
50 #9. 각성(4) 2019 / 3 / 6 54 0 8041   
49 #9. 각성(3) 2019 / 3 / 5 63 0 8663   
48 #9. 각성(2) 2019 / 2 / 27 64 0 9316   
47 #9. 각성 2019 / 2 / 26 53 0 9298   
46 #8. 인장(6) 2019 / 2 / 20 66 0 8245   
45 #8. 인장(5.5) 2019 / 2 / 19 74 0 8494   
44 #8. 인장(5) 2019 / 2 / 13 71 0 8931   
43 #8. 인장(4) 2019 / 2 / 12 67 0 7978   
42 #8. 인장(3) 2019 / 1 / 30 78 0 9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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