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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히어로 테일즈
작가 : 두번째준돌
작품등록일 : 2018.11.1

마법 세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헤쳐 나가며 성장하는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 (누구나 부담없이 읽으실 수 있습니다^^)

장대한 시리즈물로 기획된 '히어로 테일즈'는 마법세계, 특히 블루마법고등학교에서 일어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현실감 있게 담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는 진정한 영웅(Hero)이란 무엇인지 느낄 수 있습니다.
무적의 존재도 완전무결한 신도 아닌 그들은, 그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일뿐입니다.

 
8장. '남부의 왕자, 카이 엠베르트' - 1화. 새로운 태양
작성일 : 19-03-05 20:34     조회 : 66     추천 : 0     분량 : 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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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장. '남부의 왕자, 카이 엠베르트'

 

 

 

 # 1. 새로운 태양

 

 

 

 Savior. 2007년 2월 28일.

 청합제에서 윌리엄 진이 우승을 차지하기 약 8개월 전인 이날, 인간계 서부의 파랑 도시에서는 명문 마법/전투 고등학교인 블루 마법고 졸업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숙연한 분위기로 강당에 모인 졸업생들은 교장 최성식이 건네주는 A4 크기의 졸업장을 받아 들었다.

 그 가운데는 유독 눈에 띄는 빳빳한 황금색 머리칼의 키 큰 청년도 섞여 있었다.

 

 "카이 엠베르트!"

 

 청년의 이름은 카이 엠베르트.

 명실공히 졸업생들 가운데 최강인 화염계열 마법사였다.

 호명을 받은 카이는 별다른 표정 변화도 없이 무뚝뚝하게 단상 위로 걸어간 뒤, 성식이 건넨 네모난 졸업장을 '휙' 낚아챈다.

 

 "앞으로의 길에 행운이 있기를 바라네."

 

 "......"

 

 교장이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덕담을 건넸지만, 카이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저 짧게 고개를 끄덕거린 뒤 강당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갈 뿐...

 

 "카이 왕자님!"

 

 교정 밖으로 나서는 카이의 발걸음을 누군가의 목소리가 불러 세운다.

 뒤를 돌아보는 카이.

 비단 같은 검은 머리칼을 허리까지 늘어뜨린 웬 늘씬한 여성이 고개 숙여 인사한다.

 카이가 의외라는 듯 묻는다.

 

 "오르가나, 여긴 웬일이지?"

 

 "왕자님을 모시러 왔습니다."

 

 "남부에서 여기까지 말인가? 나 혼자서도 갈 수 있잖나. 굳이 먼 길을 올 필요가..."

 

 "아닙니다. 왕자님."

 

 오르가나가 야릇한 웃음을 머금고 카이의 옆에 다가선다.

 

 "오늘은 카이 왕자님의 졸업식이 있는 날인데, 제가 와서 축하해드리는 것이 당연합니다."

 

 "뭐 대단한 행사라고... 아무튼 고맙군."

 

 둘은 걸음을 옮겨 블루고 후문에 있는 지하철역으로 들어간다.

 졸업식 도중에 빠져 나왔기 때문인지 기다리는 학생들은 보이지 않았다.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 두 사람은 간만에 이야기를 나눈다.

 

 "카이 왕자님, 그동안 정든 학교를 떠나는 게 아쉽진 않으신지요?"

 

 "아쉽지 않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

 

 카이가 살짝 눈을 감는다.

 그러자 지난 3년간의 추억들이 사진첩을 보듯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잠시 정겨운 추억에 잠겨보는 카이.

 곧 눈을 뜨며 대답한다.

 

 "아쉽긴 하나, 그 기억들은 내 안에 남아 언제나 함께할 것이다. 중요한 건 앞으로 펼쳐질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살아가느냐지... 나는 고향인 남부를 변화시키려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 된다."

 

 "역시 왕자님다우신 대답입니다. 후후. 그런데 학교에서 아직 정리하지 못한 일들이 남아 있지 않았나요? 카이 왕자님보다 랭킹이 높아진 두 학생을 다시 끌어내리지 못하셨지 않습니까? 그 누구였더라... 춘회 세이비어와 네파리안 윈터칠 말입니다."

 

 오르가나의 말을 들은 카이가 킬킬 웃는다.

 

 "그 꼬마 녀석들 말인가? 하하! 녀석들은 내 상대가 되지 못해. 끌어내리지 '못'한 게 아니라 '안'한 거지. 내겐 어린애들 랭킹 놀이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

 

 "그렇군요."

 

 오르가나가 고개를 끄덕여 수긍한다.

 확실히 카이 왕자에게 그런 젖비린내 나는 꼬마들은 적수가 되지 못했다.

 그녀도 작년 2006 청합제에서 네파리안이라는 얼음 귀신 같은 남학생이 카이를 이긴 것이, 우연이라는 변덕과 한 순간의 방심이 합쳐져서 낳은 결과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두 번 다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며, 카이가 그때의 패배를 계기로 더욱더 빈틈 없고 단단해졌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고 말이다.

 

 <띵딩딩딩딩딩딩ㅡ>

 

 그때 시끄러운 종소리와 함께 지하철이 역사로 들어온다.

 카이와 오르가나는 열차를 타고 파랑 도시 마법 기차역으로 향한다.

 

 

 

 

 마법 기차 지방선을 타고 남부로 향하는 카이와 오르가나.

 도착하기까진 반나절이나 남았다.

 둘은 잠시 눈을 붙이기로 한다.

 

 얼마 동안 잤을까?

 카이가 눈을 뜨자 차창 밖으로 넓게 펼쳐진 모래사막의 모습이 들어온다.

 벌써 열차가 남부로 들어온 것이다.

 남부는 그가 기억하는 모습과 전혀 달라진 게 없었다.

 작열하는 태양과 뜨거운 모래사막, 드넓은 항구, 터번을 두른 사람들...

 

 그러나 10년 전 모든 것이 바뀌었다.

 인류 통합 황제 '아이젠 클라이머'.

 그의 시퍼런 언월도에 카이의 아버지이자 남부의 왕이었던 '카이제스 엠베르트'가 쓰러지면서 말이다.

 그로 인해 남부는 아이젠이 이끄는 '외로운 산' 정부의 통치하에 들어가고 말았다.

 영토도 주권도 모두 빼앗긴 채 한낱 마법석(현실 석유와 비슷한 개념의 에너지 자원) 채굴지역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그러나 이제 내가 돌아왔다.'

 

 카이가 주먹을 불끈 쥔다.

 비록 남부의 모든 것이 아이젠의 손아귀에 들어갔다고 할지라도 남부인 특유 불굴의 투지만은 남아 있었다.

 

 '빼앗긴 남부 왕국의 주권을 반드시 탈환해 오리라.'

 

 남부의 왕자 카이가 마음속으로 결의를 다진다.

 지난 3년간 방학 때마다 조금씩 모았던 그의 비밀 부대는 남부를 되찾고, 더 나아가 아이젠 정부를 전복시키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춘 상태였다.

 왕자의 귀환은 그 출격의 신호탄이 될 거였다.

 

 '허나 그 전에 우선 해야 할 일이 있지...'

 

 카이가 또다시 눈을 붙인다.

 구불거리는 금발 여동생의 얼굴이 떠오른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아이.

 맹수를 닮은 카이의 사나운 얼굴에도 한 줄기 햇살 같은 미소가 떠오른다.

 

 

 

 

 저녁노을이 하늘을 주황빛으로 물들일 무렵, 카이와 오르가나가 탄 마법 열차가 목적지인 그랜드 시티에 도착한다.

 남부의 수도 격 도시인 그랜드 시티.

 역을 빠져나오는 카이의 눈앞에 반가운 얼굴이 나타난다.

 

 "카이 오라버니~!"

 

 "아리에나!"

 

 인형처럼 치렁거리는 금발의 작은 소녀가 다짜고짜 달려오더니 단숨에 호리호리한 카이의 품 안에 몸을 던진다.

 방금 카이에게 안긴 이 소녀는 사랑스런 여동생 '아리에나 엠베르트'였다.

 그녀는 오랜만에 해후한 오빠가 어찌나 반가웠던지 온 얼굴에 한 송이 해바라기 꽃 같은 웃음을 피우며 기뻐한다.

 

 "이제야 오셨군요! 제가 오라버니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 졸업식은 잘 끝마치셨나요?"

 

 "잘 마치고 왔지. 아리에나는 반년만인데 그새 더 예뻐졌구나."

 

 카이가 자상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여동생의 탐스런 머리칼을 쓰다듬어 준다.

 거칠고 사납던 카이의 얼굴이 평소와는 달리 상당히 부드럽다.

 그간 쌓인 얘기를 쫑알쫑알 늘어놓는 아리에나.

 그러다가 카이의 뒤에 서 있는 오르가나와 눈이 마주친다.

 빙긋 웃으며 오르가나가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한다.

 그러나 아리에나는 경계의 눈빛으로 오빠에게 묻는다.

 

 "누구죠? 저 여자분은?"

 

 "오르가나 로마니. 나와 뜻을 함께하는 동지란다."

 

 "동지요?"

 

 아리에나가 작은 아기 새처럼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그런데 카이와 오르가나가 더 설명할 틈도 없이, 단조로운 검정 양복을 입은 10여 명의 남자들이 나타나 그들을 양옆으로 에워싼다.

 

 <처억>

 

 남부식 의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 무리의 등장에 아리에나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검정 양복의 사내들은 아이젠 정부가 남부의 공주인 아리에나에게 붙여 놓은 수행원들이었다.

 언제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붙어 다니는 딱딱한 얼굴의 수행원들 때문에 아리에나는 어린 시절부터 제대로 된 친구 하나 사귈 수 없는 외로운 생활을 해왔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카이의 얼굴이 사납게 일그러진다.

 

 "꺼져라, 이 자식들아."

 

 그가 수행원들을 향해 무섭게 경고했지만, 검정 양복 사내들은 바윗덩어리처럼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들의 리더로 보이는 구레나룻과 턱수염이 무성한 남자가 카이를 무시한 채 아리에나에게 통보하듯이 말한다.

 

 "아리에나 공주님. 이제 곧 '솔론'님께서 준비하신 연회가 열릴 시간입니다. 왕궁으로 돌아가시죠."

 

 "알겠어요... 솔론 그 영감탱이가 오빠의 귀환을 기념한답시고 연회를 준비한 모양이에요."

 

 아리에나가 카이를 돌아본다.

 카이는 대답하지 않는다.

 솔론이라면 정부가 멋대로 앉힌 허수아비 통치자였다.

 그런 녀석이 반겨준답시고 준비했다는, 왠지 독약으로 쩔은 음식이 가득할 것만 같은 그따위 연회는 절대 사절이었다.

 

 "아직은 왕궁으로 돌아가지 않아..."

 

 카이가 들릴락 말락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그리고는 여동생 아리에나를 오르가나 쪽으로 밀치며 외친다.

 

 "오르가나! 아리에나를 비행정으로 데려가라!"

 

 "네, 왕자님!"

 

 "오, 오라버니?!"

 

 명령을 받은 오르가나는 아리에나의 손을 잡고는 수행원들을 피해 어디론가 달려가기 시작한다.

 갑작스레 공주를 납치당한 수행원들이 오르가나를 쫓으러 달려가려는데, 카이가 앞을 막아선다.

 

 "못 간다. 이 앞으론 단 한 발자국도..."

 

 "카이 왕자여, 지금 당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는 있는 거요?"

 

 수행원들의 리더가 목소리를 낮게 깔고는 묻는다.

 카이가 입가에 잔혹한 맹수같은 미소를 띠며 대답한다.

 

 "물론이지. 나는 그동안 너희 아이젠 정부에게 볼모로 붙잡혀 있던 여동생을 구출해내고 있는 중이다."

 

 "뭐라고?!"

 

 "그녀에게 진정한 자유와 해방이라는 선물을 안겨줄 것이다. 빼앗긴 남부를 탈환하는 것으로 말이다! 자, 그럼 너희들은 이 역사적인 남부 탈환의 첫 제물이 되어줘야겠어."

 

 <화륵>

 

 카이의 양손에 그의 머리색과 똑같은 황금빛 불꽃이 솟아오른다.

 작열하는 남부의 태양과도 같은 황금빛 불꽃이다.

 

 "이, 이 녀석! 그만두지 못해?!"

 

 당황한 얼굴로 금발의 왕자를 향해 달려드는 수행원들.

 그러나...

 

 "인시너레이트(소각)."

 

 <푸화악>

 

 다음 순간 그들 전원은 카이가 쏘아 보낸 화염 공격에 휩쓸려 시커먼 잿더미가 되어버린다.

 검은색 눈꽃처럼 허공을 흩날리는 수행원들의 파편들.

 리더는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느끼고는 달아나기 시작한다.

 

 "크... 으윽! 두고 보자!"

 

 "두고 볼 게 뭐 있나? 지금 보자고, 인시너레이트!"

 

 <화아악>

 

 수행원들의 리더조차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재가 되어 사라진다.

 싱거운 승리였다.

 

 "후우..."

 

 크게 숨을 내쉬며 카이가 하늘을 바라본다.

 서쪽 하늘을 향해 지고 있는 해가 마지막으로 새빨간 빛을 발악하듯 내뿜고 있었다.

 

 '아버지. 보고 계신가요? 내일부터는 남부에 새로운 해가 뜰 겁니다...'

 

 잠시 자신만의 각오를 다진 카이.

 곧 몸을 돌려, 먼저 간 오르가나와 아리에나를 뒤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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