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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히어로 테일즈
작가 : 두번째준돌
작품등록일 : 2018.11.1

마법 세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헤쳐 나가며 성장하는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 (누구나 부담없이 읽으실 수 있습니다^^)

장대한 시리즈물로 기획된 '히어로 테일즈'는 마법세계, 특히 블루마법고등학교에서 일어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현실감 있게 담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는 진정한 영웅(Hero)이란 무엇인지 느낄 수 있습니다.
무적의 존재도 완전무결한 신도 아닌 그들은, 그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일뿐입니다.

 
7 - 12화. 백발의 미소년?
작성일 : 19-01-11 20:16     조회 : 70     추천 : 0     분량 : 3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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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 백발의 미소년?

 

 

 

 Savior. 2007년 10월 19일.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인 오늘, 인간계 서부의 대도시 '파랑 도시'는 축제 기간에 돌입했다.

 지난 2주일간의 길었던 토너먼트를 속 시원하게 뒤풀이하자며, 축제는 시작부터 흥겹고 활기가 넘친다.

 

 <왁자지껄>

 

 "떡 사세요우~!"

 

 <빰빰빠라빰빰~>

 

 "공연 티켓 있습니다!"

 

 거리 곳곳에 맛있는 음식과 다양한 물건을 파는 노점상들이 생겼으며, 세계 각지에서 초빙된 공연자들과 퍼레이드 행렬이 신나는 분위기를 만든다.

 게다가 파랑 도시의 모든 학교가 축제 동안 일제히 휴교를 선포했으니 이야말로 금상첨화.

 학생들의 문화력을 상승시켜줄 최고의 이벤트라 할 수 있겠다.

 

 이렇게 도시 전역이 빵빠레라도 터뜨린 양 즐겁게 돌아가는 가운데, 춘회파의 아지트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잠깐 설정: 같은 도시 내에서는 통화 가능)

 

 <따르르르릉 – 달칵>

 

 잽싸게 수화기를 낚아채는 단정한 메이드 사야.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는 그녀의 눈이 움찔하고 커진다.

 잠시 후,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사야가 식구들에게 말한다.

 

 "병원인데, 춘회님이 의식을 회복하셨다고 합니다."

 

 "?!"

 

 아지트에 있던 멤버들이 일제히 그녀를 쳐다본다.

 자리에 없는 촉호와 아라, 네파리안을 뺀 모두가 유니온 인근 병원으로 가기로 한다.

 윌리엄과 제로, 케이타 클라이드는 사야가 모는 검정 리무진을 타고 춘회에게 달려간다.

 

 시곗바늘이 90도를 그리는 오후 3시 무렵, 멤버들이 춘회의 병실에 도착했다.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가자 춘회가 주치의에게 동공의 움직임을 점검받고 있는 광경이 보인다.

 옆에서 익숙한 두 여인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데...

 로셀리나 가의 두 자매 샤리와 윗키다.

 라임빛 머리칼의 샤리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고, 주황머리 윗키는 입을 살짝 부루퉁하게 내밀고 있다.

 

 "너희들 왔구나."

 

 샤리가 병실에 들어온 춘회파 멤버들을 향해 인사한다.

 

 "아, 안녕하세요."

 

 일행은 무대포인 리더 춘회와는 달라서 유니온 리더인 샤리를 조금 어려워 한다.

 그래도 상냥함과 친절함으로 가득한 샤리의 미소와 태도는 그들의 경계심을 풀기에 충분했다.

 녹발의 힐러 케이타가 제일 먼저 다가와서 묻는다.

 

 "춘회의 상태는 좀 어떤가요?"

 

 "글쎄... 아직 의사 선생님의 진단이 안 내려져서 잘 모르겠단다. 그리고 저걸 봐."

 

 샤리가 눈짓으로 춘회의 머리칼과 눈동자를 차례로 가리킨다.

 

 "어?"

 

 춘회를 돌아본 사람들은 모두 놀라고 만다.

 타오르는 장작불처럼 짙은 빨강이었던 머리카락과 눈동자의 색이 뽀얀 백발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믿어지지 않는 광경.

 완전히 다른 사람을 보는 기분인데...

 

 "음... 나만큼 외향이 바뀌었네."

 

 물론 청합제 결승에서 윌리엄에게 난도질당해 숏컷이 되어버린 제로도 다른 사람 같아 보였지만 말이다.

 잠시 후 진료를 마친 주치의가 뒤돌아서서는 불어난 문병객들을 향해 입을 뗀다.

 

 "머리와 눈동자 색이 갑자기 변한 걸 제외하고는 건강상 문제는 전혀 없습니다. 걱정했던 심장 쪽의 데미지도 없고요. 오늘 당장 퇴원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아아, 감사합니다. 선생님!"

 

 샤리가 보호자처럼 기뻐한다.

 주치의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병실 밖으로 나간다.

 이제 모두의 시선이 침대에 앉아 있는 춘회를 향해 집중된다.

 

 그는 약간 얼이 빠진 듯한 상태였는데, 주위에 모인 손님들을 천천히 돌아본다.

 아무래도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상태인 듯...

 제로가 버벅거리던 예전과는 달리 차분한 태도로 묻는다.

 

 "어이, 괜찮은 거냐?"

 

 "...... 응? 괜찮긴 한데, 너 제로 맞냐? 푸키키키킥."

 

 "나 제로 롱기누스 맞아. 정신 차려 임마."

 

 "하하. 너 머리가 왜 그렇게 짧아진 거야?"

 

 "참나. 지는 아예 흰머리가 된 주제에..."

 

 "킥킥킥킥."

 

 붉은머리... 아니 이젠 하얀색 별빛 머리 미소년이 되어버린 춘회가 어린애처럼 웃는다.

 그러다가 돌연 웃음을 멈추고는 심각한 목소리로 묻는다.

 

 "잠깐! 제로의 머리가 왜... 시합은? 나랑 제로의 4강전 시합은 어떻게 된 거야?"

 

 "......"

 

 제로는 대답하지 못한다.

 대신 정보원 클라이드가 춘회에게 설명해준다.

 

 "춘회 선배가 졌어요."

 

 "...... 뭐?"

 

 "리미트 해제로 유리한 고지를 잡은 찰나, 제로 선배가 쏜 흰색 번개에 맞아서... 선배의 심장이 멈췄어요."

 

 "말도 안 돼. 제로는 분명 마력이 거의 바닥난 상태였을 텐데?"

 

 춘회가 인정하지 못한다.

 그러자 이번에는 샤리가 설명의 바통을 이어받는다.

 

 "맞아. 춘회 네 생각이 맞아. 하지만 마지막에 제로 학생이 쏜 하얀 번개는 마력을 매개로 사용한 공격이 아니었어. 아직 그 정체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너와 제로 학생의 혈통과 관계된 '이상 현상'일 가능성이 커."

 

 "뭐야...... 그럼 내가 진짜로... 진짜로 졌단 말이야?"

 

 춘회가 눈앞의 샤리를 바라본다.

 슬픈 빛을 띤 고운 얼굴을 보자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만 같다.

 반드시 청합제에서 우승하고 그녀에게 구애하려던 뜻이 좌절됐다는 것이었다.

 '패배'란 춘회에게 그런 의미였다.

 

 "내가... 내가 졌다니... 크윽."

 

 "춘회..."

 

 괴로워하며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춘회를 다들 안타깝게 바라보기만 한다.

 얼마 뒤 감정을 추스른 춘회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그가 고개를 들어 문병객들을 향해 부탁한다.

 

 "머리가 뒤죽박죽이야. 누가 좀 설명해줘. 내가 의식을 잃은 뒤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말이야. 내 머리칼은 어째서 탈색이 된 거고?"

 

 "내가 설명해줄게."

 

 케이타가 나선다.

 그는 춘회가 의식을 잃은 뒤에 일어난 일들을 하나하나 순서대로 설명해준다.

 

 하얀 번개에 맞고 가사상태에 빠진 채 병원으로 옮겨진 춘회.

 병실에서 교장 최성식이 추측한 '세이비어와 롱기누스'의 관계.

 그리고 그다음 날 청합제 결승에서 용의 힘을 사용한 윌리엄이 제로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것까지...

 

 모든 설명을 들은 춘회는 이제야 현재 상황을 알게 된다.

 

 "그랬구나. 윌리엄, 그리고 제로... 축하한다. 윌은 우승한 거 축하하고, 제로 너는 원하던 대로 나를 꺾었으니 축하한다."

 

 춘회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친구들의 성과를 축하해준다.

 그러나 두 사람은 굳은 표정 그대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다.

 이번에는 춘회가 뿌루퉁한 얼굴인 윗키에게로 고개를 돌린다.

 

 "너도 좋아하는 윌리엄이 청합제에서 우승했으니 만족하겠구나."

 

 "만족?"

 

 윗키가 공격적인 어조로 대꾸한다.

 

 "웃기지 마 이 자식아. 우리가 이따위 결과에 만족할 것 같아?"

 

 "?"

 

 "제로는 온전한 자기 실력으로 널 꺾지 못했고, 친구를 죽게 했을지도 모른다는 트라우마에 빠져서 결승에서 제대로 실력 발휘도 못 했어! 그리고 윌리엄 오빠는 그런 제로에게 화가 나서 그동안 참아 왔던 용의 힘을 개방해버렸지.

 내가 원했던 건 윌리엄 오빠가 최고 컨디션인 네놈을 이기고 우승을 차지하는 거였어! 그런데도 내가... 아니, 여깄는 모두가 만족할 것 같냐? 다 엉망진창이 돼버렸잖아!"

 

 "네 말이 맞구나."

 

 춘회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윗키는 그런 춘회가 마음에 안 드는지 이를 앙다물고 노려본다.

 그러다가 쌀쌀맞은 한 마디를 남기고는 병실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가 버린다.

 

 "흥! 어쨌거나 난 이런 결과 절대 인정할 수 없어!"

 

 <쾅>

 

 문이 세게 닫히는 소리.

 다들 윗키가 나간 곳만 멍하니 바라본다.

 그녀의 말이 춘회파 멤버들의 마음속에 맺힌 응어리들을 건드렸다.

 

 "......"

 

 아무도 만족할 수 없는 최악의 결과...

 병실 안의 사람들은 말없이 자신만의 생각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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