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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가출 공주님을 경호하라!
작가 : 머리식히기
작품등록일 : 2017.11.24

(황녀님, 먼치킨, 로판, 나쁜 남주 등)


"그래, 그럼 고향이 어디세요?"

"...이름 없는 숲 속."

"흐음. 그럼 그 숲 속에는 샛길이 많았겠군요. 시발에 새끼..."

"뭐라고? 시발새끼?"

...대충 이러고 서로 치고박는 미친 마법사 경호원(저승사자)과 철없는 공주(가출 공주님)님을 다루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비가 오던 날(6)
작성일 : 17-12-21 00:30     조회 : 18     추천 : 0     분량 : 8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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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욱!

 

 “아, 진짜!”

 

 한편 드래곤 포레스트 안으로 들어온 스피카는 질퍽한 진흙에 발이 빠지자 신경질적으로 걷어찼다. 이미 그녀의 신발에는 흙과 물이 가득했다. 걸을 때마다 신발 안에서 출렁이는 느낌과 함께 질퍽한 느낌이 가득해 몹시 불쾌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신발을 벗고 그 안의 진흙을 빼봤자 어차피 바로 다시 신발 안이 그것들로 가득찰 것이기에 헛수고였다. 그녀는 장화를 신지 않고 무작정 흥분해서 달려온 것을 저주했다.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드래곤 포레스트에 들어가다니…

 

 웬만큼 숙련된 길드원들조차 그런 행동은 자살하는 것과 매한가지이기 때문에 결코 하지 않았고 애초에 길드장인 라로브가 그런 일이 없도록 철저하게 규제했다. 하지만 그녀는 DS길드원이 아니었다. 사실 지금 드래곤 포레스트에 들어온 것도 몰래몰래 들어온 것이었다. 아마 라로브는 지금 스피카가 드래곤 포레스트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를 것이다. 어제 그만큼 그녀가 개고생을 한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약간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진짜, 썩을! 어르신은 드래곤 포레스트에 돌길이나 깔 것이지! 이게 대체 뭐하는 거야!”

 

 진흙탕에 다시 발이 빠진 스피카가 질퍽이는 땅에서 겨우 신발을 빼내며 소리쳤다. 사실 그녀도 내심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곳이 무슨 게임에서 나오는 던전도 아니고 몬스터가 나오는 곳은 정해져있지 않았다. 길을 깔다가 몬스터에게 습격 받으면 답이 없었다. 게다가 어차피 라로브는 비 오는 날 드래곤 포레스트의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했기에 깔 이유도 없었다. 마른 날에는 땅이 질퍽거릴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그래도… 이렇게 개고생을 하는데 드래곤이 맞겠지? 맞을 거야. 아니면 진짜 내가 무슨 사고를 칠지 모른다고.”

 

 진짜 만약 드래곤이 아니라면 사고를 쳐도 단단히 칠 스피카였다. 아마 몬스터들이 아니라 살아있는 것들을 닥치는 대로 태워버리리라. 그 정도로 지금 그녀는 사서 개고생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때 무엇인가 폭발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한 번 하늘로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그것은 하늘에 대한 불길의 처절한 도전과도 같아 보였다. 스피카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드래곤과 싸워보는 그녀였다. 자신이 질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저 광경은 그녀에게 긴장감을 심어주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충분했다.

 

 “최강의 몬스터, 드래곤이라… 이 세상에 태어나서 한 번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명성을 얻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

 

 전의가 불타오른 그녀는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아니, 정확히는 옮기고 싶었다. 이 망할 진흙탕만 아니라면 말이다. 자신이 지금 작은 늪과도 같은 질퍽질퍽하기 짝이 없는 땅에 있었다는 것을 잠시나마 잊은 스피카는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려 하마터면 얼굴부터 땅에 박을 뻔했다. 급히 옆에 있는 나뭇가지를 잡아 가까스로 그것을 면했지만 말이다. 그녀는 이 망할 날씨에 다시 한 번 짜증을 내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콰과광!

 

 “우와…”

 

 다시 한 번 불기둥이 하늘로 솟구쳤고 스피카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가까이 서 바라본 불꽃의 창은더욱 장관이었다. 저렇게 깔끔할 수 있다니… 정말로 저 정도의 드래곤이라면 상대할 맛이 나리라. 스피카는 푹푹 빠지는 발을 억지로 옮기며 숲을 해치고 나아갔다. 그리고 이윽고… 보고야 말았다.

 

 활활 타오르고 있는 공터… 아니, 조금 전까지는 분명히 숲이었겠지만 이제 그곳은 타오르는 불길로 인해 공터가 되어있었다. 그나마 하늘의 통곡으로 인해 불길이 바로 제압되어 연기가 나지 않는 것이 다행이리라. 대신 수증기가 조금 피어올랐지만. 스피카는 그 중 오로지 한 존재를 바라보았다. 처음 본 드래곤의 모습은 마치 작은 동산과도 같았다. 비록 볼 수 있는 곳은 아직 그것의 뒷모습 뿐이지만 정말 어마어마하게 컸으며 특유의 비늘이 빗물을 받아 살짝 빛났다. 그것의 거대한 꼬리는 흥분한 듯 사정없이 땅을 내리치고 있었다.

 

 “저게 드래곤이구나.”

 

 스피카는 마나를 끌어올렸으며 그녀에게 떨어지던 빗물이 그녀에게 채 닿기도 전에 수증기가 되어 증발해버렸다. 또한 붉은 연기가 그녀의 주위에 피어올랐다. 그녀는 입가에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드래곤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크오오오오오!”

 

 쿠웅?!

 

 “뭐, 뭐지?!”

 

 난데없이 드래곤의 머리가 하늘을 바라보더니 쿵하는 굉음과 함께 쓰러졌다. 드래곤이 쓰러지자 정말로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나무 몇 개가 뿌리 채 뽑힐 정도였다. 스피카는 멍한 표정을 지으며 드래곤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약 1분 동안 바라보았지만 드래곤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죽은 것이다. 이 최강의 몬스터가… 스피카는 황당함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 난데없이 뭐란 말인가, 이 상황은!

 

 ‘내, 내 개고생은 뭐가 되는 거야! 도대체!’

 

 절망한 그녀는 고개를 푹 숙였지만 그래도 이왕 여기까지 온 이상 드래곤이라는 생명체를 자세히 살펴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는 떨어져 있는 드래곤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철퍽철퍽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어?! 뭐야?!”

 

 “…허억. 허억.”

 

 스피카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드래곤의 덩치로 인해 가려져 있던 소년이 고개를 푹 숙이고 숨을 고르고 있던 것이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 얼굴을 보지는 못했지만 소년은 말 그대로 거지꼴이었다. 진흙이 묻지 않은 곳이 없었으며 신발도 신지 않았다. 깜짝 놀란 스피카는 얼른 소년에게 다가가려고 했지만 진흙탕 때문에 쉽지 않았다.

 

 “꼬, 꼬마야! 너 괜찮니?”

 

 “…”

 

 무엇인가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제 겨우 10살이 넘었을 까 말까한 소년이 이 위험한 곳에 있다니! 그것도 혼자! DS길드는 뭘 한 것이야, 도대체! 하지만 그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저 소년이 얼마나 놀랐을까? 운 좋게 드래곤이 저 소년을 잡아먹기 직전 알 수 없는 이유로 죽어서 망정이지. 돌아가면 어르신에게 단단히 항의할 생각을 가지게 된 스피카였다. 그러나…

 

 “꼬마야, 괜찮…”

 

 “…”

 

 그 생각은 곧장 다시 사라져버렸다. 거지 소년이 고개를 들었을 때… 그녀는 보고야 만 것이다. 소년의 눈동자를… 활활 타오르는 불길과 같은 붉은 눈동자… 악마의 눈, ‘염안’을. 소년에게 다가가던 스피카는 메두사와 마주친 것처럼 그 자리에서 돌처럼 굳어져버렸다.

 

 ‘디, 디 우르크라고?! 분명히 악귀 그 망할 녀석이 멸족시킨 것 아니었어?!’

 

 “…”

 

 잿빛 소년은 말없이 가만히 스피카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 저주받은 눈동자로 말이다. 혼란에 빠진 스피카는 잠시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저 악마 소년을 입을 벌리고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스피카는 대륙 최정상급 마법사였다. 혼란에서 빠져나와 현실을 바라보는 데에는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죽여야 한다.’

 

 모든 것이 납득되었다. 드래곤은 저 어린 악마가 죽인 것이다. 저렇게 어린 나이에 저렇게 강하다니… 세계가 위험해진다. 디 우르크가 탄압받아왔으며 결국은 멸족당한 이유. 그것은 ‘신, 아몬의 예언’ 때문이다. 그리고 저 소년은 분명히… 분명히 그 예언의 주인공인 ‘푸른 태양.’ 그렇지 않고서야 저 나이에 저렇게 강할 리가 없었다. 그러니 지금 죽여야 한다. 지금 죽이지 않으면… 세계가…

 

 “…”

 

 악마 소년은 공허한 눈으로 스피카를 바라보다가 발걸음을 옮겼고 곧 사라졌다. 아니, 정확히는 드래곤의 덩치 때문에 작은 몸이 가려진 것이지만. 현실로 완전히 돌아온 스피카는 헐레벌떡 소년이 사라진 장소로 달려 나갔다. 질척질척한 진흙 때문에 신발이 벗겨지고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지만 그런 사소한 것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세계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예언대로… 신세기를 붕괴시킬 수 있는 저 악마이다.

 

 “…”

 

 “…”

 

 소년은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소년이 있는 곳은 드래곤의 머리 앞이었다. 그 머리 앞에 앉아 무엇인가를 하고 있었다. 분명히 악마의 의식이리라. 스피카는 손에 마나를 모은 뒤 천천히 악마에게 다가갔다. 쿵쾅쿵쾅 뛰는 심장소리가 폭우가 땅에 떨어지면서 내는 소리에 가려서 다행이었다. 아니면 저 소년이 바로 뒤로 돌았겠지.

 

 “아…”

 

 그때 소년이 인상을 찌푸리며 드래곤을 만지던 손을 땠다. 소년의 손에서는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스피카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소년의 손과 그 손이 만지던 것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죽어버린 드래곤의 비늘에 피가 흥건했다. 스피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드래곤은 잡는 것도 문제이지만 해체도 큰 문제인 몬스터였다. 드래곤의 비늘은 칼날처럼 날카롭고 또 강철처럼 단단했다. 그래서 비늘 벗기는 일도 여간 쉬운 것이 아니었다. 물론 그런 이유로 비늘도 어마어마한 값어치를 자랑하지만. 정말로 버릴 곳이 없는 몬스터가 드래곤이었다.

 

 드래곤 하트는 말할 것도 없고 뼈는 장식으로 쓰이며 비늘은 무기에 주로 쓰인다. 또 고기는… 남자의 정력에 좋다고 해서 엄청난 고가에 팔리고 있었다.

 

 ‘비늘로 무기를 만들려고 한 것인가. 악마의 머리에서 나올만한 생각이로군.’

 

 스피카가 인상을 찌푸렸다. 이 자리에서 죽여야 한다. 죽여서 그 망할 악귀 녀석을 엿 먹이자. 세계의 균형을 유지하게 만드는 것은 덤이었다. 그러나 스피카는 확신을 할 수 없었다. 자신의 불의 마법사였다. 과연 불의 마법으로… 저 악마를 이길 수 있을까? 불 그 자체로 불리는 일족을? 아직 어리다지만 아까 보여준 힘은 정말 장난 아니었다. 다듬어지지 않아서 불기둥 하나밖에 사용하지 못한 듯 하지만 제대로 다듬어진다면 정말 어마어마한 마법사가 될 것이 분명했다.

 

 아니, 애초에 디 우르크. 저 악마의 일족은 충분히 그럴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다. 정말 미연에 제거되어서 다행인 일족이다, 저 악마들은. 한편 스피카가 이런 생각을 하는 지 관심이 없어보이는 소년은 피를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다시 이동했다. 스피카는 그 소년을 빤히 바라보았고 소년이 간 곳은 드래곤의 머리, 정확히는 입 앞이었다. 입을 쩍 벌리고 죽어있는 드래곤을 소년은 말없이 바라보았고 곧 입 안으로 들어갔다. 스피카도 드래곤의 입에 한 발자국 다가갔다. 그러자 곧장 어마어마한 악취가 풍겨와 인상을 찌푸렸다.

 

 저 드래곤이 태어나서 입을 닦은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얼마나 많은 생명의 찌꺼기가 저 입에 모여 있을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소년은 그 냄새나는 입 안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었고 곧 찾았는지 입가에 아주 살짝 미소를 지었다. 소년은 드래곤의 입 안에서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쩝쩝쩝!”

 

 “!!!”

 

 드래곤의 혀를 먹기 시작했다. 저 엄청난 악취가 나는 곳을. 그러나 정작 잿빛 소년은 경악하는 스피카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저 씹고씹고 또 씹었다. 맛 따위는, 냄새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공허한 뱃속이었다. 미친 듯이 배고프다고 울고 있는 뱃속이었다.

 

 “너… 뭐하는 거야?”

 

 “…먹어.”

 

 스피카의 질문에 잿빛 소년은 참으로 담백하게 답했고 스피타는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잃어버렸다.

 

 “왜? 그거 먹으면 더 강해지기라도 해? 아니면 악마의…”

 

 “배고프니까.”

 

 악마라는 말에 살짝 움찔한 소년이 얼른 답했다. 더 강해진다? 그러면 좋겠지만 지금은 그냥 배고플 뿐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살기 위해 드래곤의 냄새나는 혀를 뜯었다. 질겼다. 또 고약하고 썩은 악취가 풍겨왔다.

 

 아직 제대로 익지 않은 드래곤의 혀에서는 피가 흐르지만 그것보다 더 고약한 냄새 때문에 전혀 비리지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맛있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태어나서 똥을 먹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고 그것은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겠지만… 정말 똥을 먹는다면 이런 맛이 날 것 같은 맛이었다.

 

 “…나 죽이러 온 거야?”

 

 “…”

 

 어느 정도 허기가 가신 잿빛 소년이 물었고 스피카는 답하지 않았다. 그저 손에 마나를 모으고 언제 이 소년을 어떻게 죽일지 고민 중이었다. 소년은 피식 미소를 지으며 ‘그렇구나…’ 라고 중얼거렸다.

 

 “이해가 되지 않아서 그러는데… 우리가 그렇게 잘못했어? 우리는 조용히 숨어살았는데.”

 

 “너희의 존재 자체가 악이다!”

 

 “…그러는 너희는 정의야?”

 

 소년의 말에 스피카는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정의라고 단언할 수 없었던 것이다. 스피카는 분한 표정을 지었다. 마음에 있는 양심이라는 것이 자신이 정의라고 단단히 호언하는 것을 막아 세웠다. 어째서… 어째서 이때 양심이 울린 거란 말인가.

 

 “시끄러워! 너희의 존재 자체가 해가 된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너희의 조상의 잘못은 용서받을 수 없는 것! 세상을 멸망시키려고 했던 태양의 악마에게 사악한 힘을 받은 족속들이 바로 너희라고!”

 

 “…나는 그 조상님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데? 그러면…”

 

 소년은 잠시 말을 멈춘 뒤 다시 입을 열었다.

 

 “태어난 것이 죄야?”

 

 “…”

 

 스피카는 다시 입을 열지 못했다. 선뜻 그렇다고 말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번에도 양심이라는 방해물이 그녀가 동의하는 것을 막아 세웠다. 스피카는 인상을 찌푸렸다. 소년은 드래곤의 혀를 한 입 크게 베어 먹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터벅터벅 스피카에게 다가갔다. 스피카는 바로 대응할 준비를 했다. 소년이 자신에게 덤벼올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소년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그저 양팔을 벌릴 뿐이었다.

 

 “…뭐, 뭐지?”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데… 정말로 타오르는데… 지쳤어. 너희를 다 죽여 버리고 싶은데… 우리를 이 지경으로 만들고 자기들은 떵떵거리며 사는 너희들을 활활 태워버리고 싶은데… 지쳤어. 그리고 어차피 나는 당신을 이길 수 없고… 그러니 죽여.”

 

 “…”

 

 “근데…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가지 부탁해도 될까?”

 

 “…들어보지.”

 

 스피카가 아무 생각없이 던진 말에 소년의 공허했던 눈빛이 순식간에 분노로 타들어갔다. 그 기세에 스피카는 압도당했다. 소년은 피가 철철 넘치는 것과 같은 붉은 눈동자로 말했다.

 

 “죽여줘. 우리를 이렇게 만든 그 인간을… 활활 불타오르는 내 부모님의 시체 앞에서 웃고 있던 그 인간을… 죽여줘. 내가 죽이고 싶지만 그것을 당신이 허락하지 않으니까… 그러면 당신이 대신 죽여줘.”

 

 “…”

 

 스피카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악귀 녀석… 정말 가지가지 하는구나… 하지만 스피카는 고개를 저었다.

 

 “어째서?”

 

 소년이 묻는다.

 

 “그 녀석은 세상에 필요하니까.”

 

 스피카가 대답한다.

 

 “이해할 수 없는데… 그런 사람은 살아야하면서 왜 우리는 죽어야 해? 도대체 어째서!”

 

 “!!!”

 

 그 순간 소년의 주변에 몇 개의 불기둥이 치솟았다. 그것은 하늘을 찌를 기세로 솟구치다가 폭우를 이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스피카는 바로 소년을 향해 견제용 화구를 날렸지만 그것은 소년에게 닿지 않았다. 소년은 말한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죽어야 해? 이렇게 억울하게? 이렇게 죽는 것은… 너무 억울하잖아. 왜… 왜 우리만 당해야해? 왜 우리만 악이어야 해? 어째서?!”

 

 소년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물론 쏟아지는 폭우 때문에 그것은 가려졌지만 뜨거운 눈물과 차가운 빗물은 엄연히 달랐다. 스피카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가슴이 아팠다. 그러나 여기서 약해지면 저 악마를… 죽일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천천히 소년에게 다가갔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그러나… 무엇인가가 그녀를 난데없이 유혹했다.

 

 잠깐…

 

 ‘나도 솔직히 악귀의 악행은 마음에 들지 않아. 솔직히 힘만 있으면 죽여 버리고 싶지. 그 녀석은 별명 그대로 정말로 악독한 놈이니까…’

 

 스피카는 소년에게 다가가면서 계속 생각했다.

 

 ‘하지만 내 실력으로는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어. 내 불로는 그 녀석의 어둠을 이길 수 없어. 그렇지만 만약에… 저 악마를 성장시킨다면… 어떻게 될까?’

 

 해볼 만한 도박이었다. 저 녀석을 강하게 만든 뒤에 악귀와 맞붙게 한다. 이기면 좋고 져도 본전이다. 게다가 저 녀석이 자신보다 강해진다고 할지라도 문서 같은 것을 남겨놔 여차하면 신관들에게 발송하면 된다. 그러면 저 녀석이 이 세상에 살아갈 수는 없다. 어느새 소년의 앞에 다가간 스피카는 결심했고… 소년에게 손을 내밀었다. 잿빛 소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스피카를 올려다보았다.

 

 “…약속해. 네가 복수하는 대상은… 그 녀석… 악귀, 네오스 아카이론 뿐이라고. 그러면 살려주지. 그리고… 그것뿐만 아니라 강하게 만들어줄게. 그 녀석을 죽여 버릴 수 있게.”

 

 “악귀, 네오스 아카이론…”

 

 소년의 목소리에서 서늘한 분노가 느껴졌다. 스피카는 잠자코 소년의 대답을 기다렸다. 과연 받아들일 것인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때는 정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죽여 버릴 생각이었다. 스피카의 손과 얼굴을 번갈아서 계속 바라보던 소년은 조심스럽게 스피카의 내밀어진 손을 잡았다. 비가 오던 그 날… 그렇게… 악마는 살아남았고 그것이… 염랑, 스피카 카오스 라오스와 푸른 태양… 아니, 현재는 저승사자라고 불리며 ‘시크릿’이라는 가명을 쓰는 남자와의 첫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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