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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가출 공주님을 경호하라!
작가 : 머리식히기
작품등록일 : 2017.11.24

(황녀님, 먼치킨, 로판, 나쁜 남주 등)


"그래, 그럼 고향이 어디세요?"

"...이름 없는 숲 속."

"흐음. 그럼 그 숲 속에는 샛길이 많았겠군요. 시발에 새끼..."

"뭐라고? 시발새끼?"

...대충 이러고 서로 치고박는 미친 마법사 경호원(저승사자)과 철없는 공주(가출 공주님)님을 다루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늑대
작성일 : 17-12-09 00:08     조회 : 27     추천 : 0     분량 : 8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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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그럼… 저도 볼 수 있을까요? 그 G급 자료.”

 

 스피카의 말을 들은 애쉬와 제라드는 두 사람 모두 아직 멍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정말 믿기지가 않았다. 정말 자기 멋대로 살아가기 위해 직속상관이며 세계 5대 권력 기구 중 하나이며 전 세계의 정보를 싸그리 모아 다른 5대 권력 기구인 ‘신의 탑’에 전달하며 또한 여태까지 쌓인 정보를 바탕으로 전 세계인을 ‘교육’하는 기구인 ‘판도라의 상자’의 수장인 번개의 신관, ‘라그래브 바이오틱’의 명령을 무시하기 위해 정보를 찾으러 간다는 구실로 그곳을 이탈해 자주 행방이 묘연해지는 그녀였다.

 

 그런 그녀에게 붙여진 별명이 그래서 염랑(炎狼)이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무리나 파벌을 이끌지 않고 고고하게 혼자 다녔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녀가 2년 전, 웬 꼬맹이의 후견인으로 등장했을 때 수많은 사람이 경악을 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어쨌든 이러한 이유로 그녀가 이 회의에 참석할 확률은 저승사자와 성녀, 두 사람이 모두 참석할 확률보다 낮을 것이라고 판단한 불의 신관이었다. 자신을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두 사람에게 스피카가 피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뭘 자꾸 그렇게 보십니까, 조상님. 그리고 냄새나는 아저씨. 하도 오랜만에 보니까 더욱 아름다워 보여서 그러나?”

 

 “웃기시네. 그러는 너도 40대로 슬슬 다가가고 있으면서 누구보고 아저씨래, 이 노처녀가!”

 

 그녀의 도발을 들은 제라드가 발끈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스피카는 신경도 쓰지 않으며 제라드의 맞은편에 앉았다. 제라드는 그런 그녀를 잠시 노려보다가 옅은 한숨을 내쉰 뒤 다시 자리에 앉아 책상 위에 다리를 올렸다. 스피카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인 뒤 입을 열었다.

 

 “근데 조상님. 커피 같은 거 없나요? 오랜만에 이 망할 사막에 오니 목이 바짝 타네요.”

 

 “너는 정말… 에휴, 말을 말자! 말을 말아! 이것들 데리고 회의를 해야 하는 내가 제일 불쌍하지, 제기랄!

 

 애쉬가 인상을 찌푸리며 들고 있는 서류를 확인한 뒤 일정 분량을 스피카에게 건넸다. 스피카는 그것을 받은 뒤 문 밖을 향해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밖에 있는 냄새나는 분들? 커피 한 잔만 타오세요! 설탕 많이 넣어서!”

 

 “예!”

 

 “야, 너희 지금 누구 명령 듣는 거야!”

 

 제라드가 소리쳤지만 이미 그들은 스피카의 커피를 타오기 위해 허겁지겁 떠난 뒤였고 제라드는 인상을 찌푸리며 스피카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스피카는 자신은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아.’ 하고 감탄사를 말하며 입을 열었다.

 

 “거참, 아저씨. 자꾸 그렇게 뜨거운 눈빛으로 쳐다보지 말라니까? 나는요, 온 몸에서 비린내와 발 냄새를 풀풀 풍기는 아저씨에게 전~혀 관심이 없어요. 얼굴이 잘생겼으면 또 몰라.”

 

 “이 년이 진짜! 너도 나이 곧 마흔이잖아! 왜 자꾸 나한테만 늙었다고 하냐?! 그리고 내가 무슨 냄새가 나! 그렇지 않습니까?”

 

 “아니. 비린내 난다. 그러니까 좀 그놈의 낚시 좀 접어라. 한 마리도 못 낚으면서 도대체 왜 하는 건지 이해를 못하겠네.”

 

 “하하하하!!!”

 

 제라드가 불의 신관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불의 신관은 단호하게 마왕에게 말했고 스피카는 일부러 소리 내서 웃었다. 모욕을 당한 제라드는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지만 가까스로 참아냈다. 제라드라고 해도 하이 랭커 2위와 싸우는 것은… 솔직히 부담스럽지는 않았지만 아무리 자신이 신관을 무시한다고 해도 자신의 직속상관인 애쉬의 후손을 고작 화가 난다는 이유로 건드릴 수는 없었다.

 

 “너… 나중에 두고 보자. 분명 나중에 내 앞에 엎드려서 울며불며 사정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어머나?! 지금 나한테 성희롱을 하는 거야, 아저씨? 하여간 남자들 생각은 다 똑같다니까. 하지만 안 됐네. 내가 좋아하는 남자는 아이들밖에 없거든?”

 

 “이 빌어먹을 쇼타콘 자식! 그건 범죄다!”

 

 “시끄러워, 아저씨. 냄새나는 발이나 좀 식탁에서 치우셔. 나이를 먹으면 사람이 좀 차분해져야지, 어떻게 달라지는 것이 하나도 없냐?”

 

 제라드는 지금 당장이라도 고함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이 여자에게 말린다는 것을 밖에 있을 부하들이 듣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것을 꾹 참고 더 이상 스피카에게 말리지 않기 위해 일단 책상에서 발을 내렸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헌터 킬러 대원 한 사람이 커피 세 잔을 타와 각각의 자리에 한 잔씩 놓기 시작했다.

 

 “…너. 지금 중요한 회의 중인 것 안 보이나?”

 

 “죄, 죄송합니다!”

 

 화가 풀리지 않은 제라드가 목소리를 내리깔며 말하자 커피를 들고 온 애꿎은 헌터 킬러 대원은 죽을 표정을 지었다. 그의 몸은 나무젓가락처럼 꼿꼿하게 굳어져 있었다. 그런 그를 바라보던 스피카는 입가에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괜찮아요,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왜 그렇게 화가 나시나? 그쪽도 이거 한 번 보실래요? 신관님이 말씀하셨는데 이게 무려 G급 정보 자료라고 하네요? 정보 모으는 게 일인 나도 몰랐던…”

 

 “스피카!”

 

 서류 뭉치를 손에 들고 펄럭이는 스피카를 경악한 애쉬가 급히 제지했고 스피카는 재미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서류를 책상에 다시 내려놓았다. 한편 절대 알고 싶지 않은 G급 비밀 자료를 맨 앞 장이라도 본 젊은 본부 대원은 식은땀을 흘렸다. 비록 본 것이라고는 정말 G자 단 한 글자밖에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이렇게 되는 것은 충분했다.

 

 “지금 여기서 들은 거 퍼뜨리면 너 뿐만 아니라 네 가족들까지 죽은 목숨이다.”

 

 “히익?! 아, 알겠습니다! 바, 반드시 마음 속 깊이 새기며 살아가겠습니다!”

 

 “알았으면 꺼져!”

 

 화가 덜 풀린 마왕이 소리치자 헌터 킬러 대원은 기겁하며 허겁지겁 방을 나갔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본 스피카는 뭐가 그리 웃긴지 다시 깔깔깔 웃었다. 정말 기분 나쁜 여자였다. 하긴 그러니까 그 망할 녀석을 주워왔지. 제라드는 인상을 찌푸리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뭐야?! 이거 왜 이렇게 달아?”

 

 “…스피카에게 맞추려고 전부 다 달게 탄 것이겠지. 저 망할 녀석.”

 

 마찬가지로 커피를 한 모금 마신 애쉬도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나 스피카만큼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커피를 즐기고 있었다. 사실 커피라기보다는 커피 향이 살짝 나는 설탕물과 가까운 맛이었지만. 정말 차라리 이럴 거면 그냥 따뜻한 설탕물을 달라고 할 것이지…

 

 “달기는 뭐가 달아요? 딱 적당하구만. 아 참! 둘 다 나이를 먹었으니 단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시군요? 조상님은 뭐 더 이상 늙지 않는 몸이니 그렇다고 치더라도… 제라드 당신은 이제 슬슬 정말로 발기부전을 걱정 해야 하는 시기 아니야? 아침에 일어나면 더 이상 그곳에 힘이 들어가기는 해, 당신?”

 

 “이게 진짜, 왜 자꾸 나만 건드리는 거냐! 너 나한테 무슨 불만이라도 있냐?!”

 

 제라드가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보통 사람들이, 아니 전 세계에서 내놓으라 하는 강력한 마법사들도 그가 화난 모습을 보면 두려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스피카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커피 향 설탕물을 한 모금 마신 뒤 말했다.

 

 “글쎄? 스스로의 양심에 물어봐.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잔혹할 수 있는지 말이야. 어떻게 ‘아가’한테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를 수가 있어?”

 

 “참나! 어이가 없어서! 2년 전의 이야기를 지금 꺼내는 거냐! 그건 대회였잖아, 이 여자야! 정당하게 싸운 것이구만! 내가 보면 그 이후에도 그 녀석 밟을 줄 알겠어! 그리고 저승사자 녀석이 무슨 아가냐! 흉악하게 컸구만!”

 

 “…”

 

 스피카는 잠시 입을 다물고 빤히 제라드를 노려보았다. 분위기가 찬 물을 끼얹은 것과 같았다. 곧 이어 그녀의 주위에서 빨간 연기가 피어오르고 시작했고 제라드는 이를 바드득 갈며 손에 전기를 모았다. 오냐, 한 번 해보자! 오늘 날 잡았다! 그러나 그 두 사람의 사이에는 불의 신관이 있었다.

 

 “…둘 다 마나 거둬라. 그렇지 않으면 여기서 두 사람 다 죽여 버린다.”

 

 “…”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는 불의 신관을 바라본 마왕과 염랑은 곧 서로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고 방금 전까지만 해도 피어오르던 붉은 연기가 곧 사라졌다. 그 모습에 제라드도 손에 모았던 전기를 대충 허공에 흩뿌려 사라지게 만들었다. 서로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되자 애쉬가 입을 열었다.

 

 “빨리 회의를 마치고 갈 곳 가라. 진짜 우리가 왜 신관 직속 부하라는 제도를 만들어서 사서 고생하는지 모르겠군.”

 

 “예,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주의하도록 하죠.”

 

 아무리 마왕, 제라드 주피터라고 해도 이번 일은 너무 무례했던 행동이었기에 그에게 순순히 사과했다. 그러나 염랑, 스피카 카오스 라오스는 그렇게 하지 않고 빤히 제라드를 노려보고 있었다. 한참을 노려보던 스피카가 말했다.

 

 “…나를 모욕하는 것은 상관없는데… 그 아이를 모욕하는 것은 못 참아. 내가 미친 년 널뛰는 모습 보고 싶지 않으면 자중하지, 아저씨?”

 

 “…이 년이.”

 

 제라드는 이를 바드득 갈았지만 방금 전의 일 때문에 크게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한편 잠자코 다시 상황을 지켜보던 노련한 불의 신관이 다시 말했다.

 

 “그럼 회의 시작하지. 사실 회의라고 해봤자 별 것 없다. 너희들이 알아야 할 사항을 전달할 뿐이야. 말로 해도 상관은 없지만 거기에 있는 녀석들의 이름 하나하나를 외우는 것은 귀찮기에 일부러 손수 필사했다. 분명히 말하는 대 오늘 본 서류의 내용을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마라. 알았나?”

 

 “예, 신관님.”

 

 “그렇게 하죠.”

 

 제라드와 스피카 모두 순순히 동의했다. 사실 스피카는 이 서류 자체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그냥 혹시나 싶어 헌터 킬러의 동태를 살피러 온 것 뿐이었다. 그러니 이 서류의 내용을 발설할 일은 아마…

 

 “자, 그럼 시작하지. 서류를 봐라. 그곳에 6년 전, 악귀 녀석이 말살시킨 악마, 디 우르크 일족의 최후의 연놈들이 하나하나 기록되어 있다.”

 

 “!!!”

 

 스피카는 온 몸의 털이 쭈뼛 서는 것만 같은 충격을 느꼈다. 왠지 예감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애써 그녀는 태연한 척을 하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한편 제라드는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보자… 총 9명, 3가구. 명단은 그라묵손 디 우르크, 에볼라 디 우르크, 케이토 디 우르크… 인터날 디 우르크… 아이린 디 우르크, 멘탈 디 우르크… 그리고… 테세우스 디 우르크, 에이미 디 우르크… 그리고 마지막으로…”

 

 “잠깐! 근데 왜 이 명단이 G급 비밀 자료죠? 이 녀석들의 명단은 이미 세상에 공개된 거 아닌가요? 6년 전, 악귀 녀석이 전부 죽였을 텐데요?”

 

 스피카의 말에 애쉬의 눈썹이 살짝 꿈틀거렸다. 제라드 역시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듯이 시선을 서류에서 불의 신관으로 옮겼다. 그녀의 말대로 이 사람들의 명단은 이미 6년 전 세상에 공개되었다. ‘푸른 태양’의 예언에 대해 덜덜 떨고 있던 사람들이 마침내 공포에서 해방되는 순간이었고 그 위대한 업적을 세계 5대 권력 기구가 숨길 리가 없었다.

 

 특히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정보를 입수해서 모든 일을 처리한 악귀, 네오스 아카이론의 인기가 잠시나마 수직 상승했던 시기가 바로 그 시기였다. 물론 그 뒤에도 다시 악행을 저질러 인기도가 수직 하강했지만. 그들의 시선에 못 이긴 애쉬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래. 분명히 그렇게 되어있지. 하지만 당시 문제가 발생했다. 너희들도 알다시피 그 ‘악마’ 녀석들의 시체는 세인트 시티의 성황청에서 만든 특수한 관에 넣어 봉인하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멍청하고 미련한 악귀 녀석은 그 당시 깜빡하고 악마들을 토벌할 때 관을 가져가지 않았지.”

 

 “하여간 정말 그 녀석은 일처리 못 하는 군. 저승사자에게 뒤지지 않았더라도 내 손에 먼저 뒤졌을 수도 있겠네요, 그 정도면.”

 

 제라드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러나 스피카는 이마에서 흐르는 식은땀을 흘리며 애쉬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그녀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발견한 애쉬가 살짝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어디 좋지 않은 곳이라도 있나?”

 

 “아닙니다. 서늘한 대륙 북부에서 더운 사하라로 왔으니 몸이 아직 적응을 못 하는 것 같아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상님.”

 

 “그래? 가능한 일찍 끝낼 테니 조금만 참아라.”

 

 불의 신관의 말에 스피카는 작은 목소리로 ‘예.’라고 말했다. 애쉬는 다시 자료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악귀 녀석은 일단 그 시체들을 대충 그 자리에 놓고 세인트 시티의 성황청에서 관을 가져와 시체들을 봉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한 거다. 그것은 바로… 시체 한 구가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거지.”

 

 “네?!”

 

 제라드와 스피카 두 사람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스피카가 놀란 이유는 다른 이유 때문이었지만 두 사람 다 놀랄 만큼 이 번 일은 충격적인 것이었다. 스피카는 목이 타는 듯 커피 잔에 손을 가져갔지만 이미 잔에 커피는 한 방울도 남아있지 않았다. 스피카는 인상을 찌푸린 뒤 애쉬에게 말했다.

 

 “지, 짐승이나 몬스터가 통째로 먹어 치운 것 아닐까요?”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문제는 그들이 숨어있던 ‘드래곤 포레스트’ 전체를 샅샅이 뒤졌지만 없어진 시체 한 구… 그러니까 어린 아이의 뼛조각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는 거야. 물론 대형 사고였지만 악귀 녀석이 한사코 확실하게 죽였다고 하니 믿을 수밖에 없었지.”

 

 애쉬의 충격적인 말을 들은 제라드와 스피카 모두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런데 왜 그 이야기를 지금 꺼내는 것입니까. 우리를 부른 이유는 라오스 머큐리의 패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그래. 분명히 그것 때문에 부른 것이 맞다. 그런데 내 생각에 말이야… 불의 마법사 중에서 누가 그 녀석을 그렇게 개박살을 내고 자기는 멀쩡하게 빠져나갈 수 있을까? 저승사자? 그 녀석은 애초에 알리바이가 확인되었고 무엇보다 그만한 실력이 안 돼. 스피카 너는? 너는 가능하냐?”

 

 스피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창백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제라드는 잠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다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열었다.

 

 “그, 그렇다면 설마…”

 

 “그래. 시체가 발견되지 않은 그 녀석이라는 합리적인 추측이 가능하지. 라오스 머큐리는 강하다. 게다가 그 날은 비가 왔어. 수사 결과 분명히 상대는 불의 마법사였다. 얼굴을 거의 완벽하게 가리고 있어서 나이까지는 완벽하게 모르지만 많아봐야 20대 초반이라는 진술이 있다. 노련한 사일런스 제국의 군인 녀석들이 진술했으니 그 부분은 확실하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애쉬 역시 목이 타는 듯 커피 한 모금을 마신 뒤 말했다.

 

 “그 녀석과의 싸움 도중 난데없이 폭우같이 쏟아지던 비가 그쳤다. 그것뿐만 아니라 먹구름까지 증발해버렸어. 이 정도면 굉장히 합리적인 의심이라고 볼 수 있지. 그런 미친 짓은 디 우르크 정도여야만 할 수 있거든.”

 

 “…그래서… 그 녀석 이름이 뭡니까?”

 

 제라드의 질문에 애쉬가 자신의 서류를 눈으로 훑으며 누구인지 찾기 시작했고 곧 입을 열었다.

 

 “그래, 이 녀석이다. 마지막에 이름이 적혀 있는 이 녀석! 바로…”

 

 “제가 가죠!”

 

 스피카가 애쉬의 말을 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표정은 굉장히 창백했고 얼굴에서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그녀의 돌발 행동에 불의 신관과 마왕 모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어차피 신관 직속 부하 중 한 사람을 보내 더 구체적인 조사를 지시할 것이 아닙니까, 조상님? 이에 대한 것은 우리 밖에 모르니 둘 중 한 사람이 가야겠죠. 그러면… 제가 가겠습니다.”

 

 “그럴 생각이었기는 한데… 나는 원래 내 직속 부하 녀석을 보내고 다른 신관 직속 부하들에게는 그냥 알려주기만 할 생각이었거든.”

 

 “마왕이 움직인다면 사람들은 큰일이라도 벌어진 것처럼 호들갑을 떨겠죠. 그러나 제가 간다면 이야기는 다릅니다. 어차피 저는 여기저기 유랑하는 것이 취미인데다가 사일런스 제국의 황도, 이카루스에는 그 아이가 있으니 의심을 받지 않죠. 그러니 저 망할 늙은이는 가만히 앉아서 잡히지도 않을 고기나 하염없이 낚으라고 하세요. 정말 미련하기 짝이 없는 짓이기는 하지만..”

 

 “저 년은 또 시비네!”

 

 “어쨌든 저는 그렇게 알고 갑니다. 지금 당장 출발하도록 하죠. 죄송하지만 제 직속상관께 대신 제가 사일런스 제국의 황도, 이카루스에 간다고 전해주시겠습니까?”

 

 무엇이 그리 급한지 약간 빠른 목소리로 말하는 스피카에게 애쉬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는 그런 그에게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고개를 숙인 뒤 서둘러 신관의 방을 나갔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남아있는 두 사람은 멍한 표정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한편… 불의 신관의 방을 나간 스피카는 쿵쾅쿵쾅 뛰는 가슴에 손을 가져가며 근처 기둥에 몸을 기댔다. 다리가 풀릴 것만 같았다. 도저히 진정이 되지 않았다. 정말로… 위험했다.

 

 “…혹시나 싶어 내가 오기를… 잘했어. 설마… 신관들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니… 이미 이름도 나이도 사실상 밝혀진 것이나 다름이 없어… 위험하다.”

 

 스피카는 눈동자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태양이 뉘엿뉘엿 지평선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내가 가서 말려야 해. 더 이상 설치게 내버려두면…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 마왕이 직접 나서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나버릴 거야. 왜냐하면… 그 아이는… 절대 마왕을… 이길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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