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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가출 공주님을 경호하라!
작가 : 머리식히기
작품등록일 : 2017.11.24

(황녀님, 먼치킨, 로판, 나쁜 남주 등)


"그래, 그럼 고향이 어디세요?"

"...이름 없는 숲 속."

"흐음. 그럼 그 숲 속에는 샛길이 많았겠군요. 시발에 새끼..."

"뭐라고? 시발새끼?"

...대충 이러고 서로 치고박는 미친 마법사 경호원(저승사자)과 철없는 공주(가출 공주님)님을 다루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어린 영웅
작성일 : 17-12-07 00:26     조회 : 18     추천 : 0     분량 : 7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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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로부터 며칠 뒤, 사일런스 제국의 황궁. 정확히는 세이라 사일런스 공주가 머물고 있는 건물. 더 정확히는 그녀가 생활하는 방 안. 세이라 공주는 오늘도 책상에 앉아 무엇인가를 열심히 작성하고 있었다. 날씨가 조금 더워진 터라 그녀의 예쁜 이마에 땀이 조금 맺혀 있었지만 그녀는 그것을 신경 쓰지 못할 정도로 집중하고 있었다. 어느새 그녀가 작성한 서류들이 그녀의 옆에 쌓여있었다. 그리고…

 

 “…”

 

 그런 그녀를 맞은편에 앉아 책을 읽고 있던 저승사자가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 그녀가 이렇게 무엇인가를 열심히 써내려가는 일은 저승사자가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는 없었던 일이지만 그 일이 있은 후 그녀는 매일 저렇게 서류를 작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저승사자는 정말로 한심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우우! 왜 자꾸 그런 눈빛으로 쳐다보시는 거죠?”

 

 “한심하니까.”

 

 “뭐라고요?!”

 

 “정말로 한심하니까.”

 

 그의 말을 들은 세이라가 눈을 부릅뜨고 그를 노려보았지만 저승사자는 한숨을 내쉰 뒤 다시 읽고 있던 책으로 눈길을 돌렸다. 가출 공주님은 몇 초 동안 찌릿 그를 노려보다가 곧 그것을 포기했다. 그녀는 다시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쓰고 있는 흰 종이를 바라보았다. 종이의 맨 위에는 ‘반성문’이라고 써져 있었다. 그렇다. 그녀는 반성문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우우…”

 

 지난 번 사건 때 가출한 세이라 사일런스 제 1 황녀에게 격노한 임파이니 사일런스 황제가 내린 두 가지 벌 중 하나. 한 가지는 2개월 근신 형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매일매일 황제에게 자필로 반성문 30장 씩 제출하는 것이었다. 덕분에 세이라 공주는 매일매일 오른손에서 불이 나고 있었다.

 

 “그런데 당신은 뭐하는 거예요?”

 

 “보면 모르냐?”

 

 세이라 공주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저승사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승사자가 책을 읽는 모습을 오늘 처음 보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 책은 무려 세이라 공주가 제일 싫어하는 수학 관련 책이었다. 저승사자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에 세이라는 살짝 충격을 받았다.

 

 “너는 모르겠지만 원래 마법 잘 사용하려면 수학 잘 해야 하거든? 그러니까 방해하지 말고 반성문이나 열심히 써라?”

 

 “우우! 꼭 그렇게 삐딱하게 말씀하셔야 해요?”

 

 그녀의 말을 저승사자는 가볍게 무시하며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사실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마법사의 전투 실력을 판단하는 기준은 크게 4가지. 마나의 양, 마나 제어, 체술, 지구력이었다. 그 중 마나의 양은 타고나는 것이었고 나머지는 훈련을 통해 더 높일 수 있었다.

 

 체술과 지구력은 말할 것도 없고 문제는 마나 제어에 관한 부분이었다. 마나 제어는 마법을 사용할 때 효율적으로 마나를 통제하여 마법을 위해 사용되는 마나의 양은 최소화하고 마법의 위력은 극대화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 마나 제어를 잘 하면 잘 할수록 더 어려운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고 새로운 마법을 창조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마나 제어가 나머지 3가지보다 가장 전투에 중요한 요소였다.

 

 그리고 마나 제어를 잘하려면 기본적으로 수학을 잘 해야 했다. 상대와의 거리, 자신의 마나의 양을 토대로 제어 정도 측정. 이 모든 것을 암산으로 그 바쁜 전투 도중에 판단할 수 있어야 더 강한 마법사가 되는 것이 당연했다.

 

 ‘지난번 싸움으로 나도 느낀 것이 많다고.’

 

 저승사자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지난번 전투, 그러니까 영광의 다리 위에서 라오스 머큐리와 펼쳤던 전투에서 그는 느낀 것이 많았다. 사실 그는 자신이 제국의 수호신에게 압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만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마나 제어 실력은 상당했다. 하지만 정말로 비등비등하게 싸웠으며 심지어 ‘염안’을 사용하지 않으면 패배했을 지도 몰랐다.

 

 물론 난데없이 세이라 사일런스 황녀가 전투 중에 출몰해 뜻하지 않은 부상을 입은 대다가 비까지 내려 원래 사용하려고 했었던 ‘그 마법’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도 있었지만 애시 당초 전투 중에는 변수가 많이 발생하고 그런 이유 때문에 자기 합리화를 하면 발전하지 못한다. 저승사자는 살짝 이를 갈았다. 아직 더 강해져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그래서 마나 제어 실력을 더 높일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물론 이딴 공부 안 해도 마나 제어 잘하는 어떤 미친놈이 내 주변에 있지만 말이야.’

 

 저승사자는 그 녀석을 생각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정말 이 거만한 저승사자가 이 녀석은 괴물이구나 싶어서 온 몸에 소름이 쫙 끼칠 정도의 녀석이었으니 말 다한 것이었다. 그는 입가에 쓴웃음을 지으며 다시 책을 읽었고 세이라 공주는 투덜투덜 거리며 바쁘게 손을 놀려 반성문을 쓰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 동안 방 안은 침묵 속에 잠겼다.

 

 똑똑똑.

 

 그러나 그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문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저승사자는 힐끗 세이라 공주를 바라보았다. 원래 이 방의 주인은 세이라 공주이기에 그녀가 대답을 해야 했지만 그녀는 다시 반성문에 열중하고 있어서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래서 대신 저승사자가 말했다.

 

 “뭐야? 무슨 일인데.”

 

 “아! 신관 직속 부하님이십니까. 초신성님께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밖에서 대답을 하는 부하의 목소리에는 그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애쓰는 눈치가 보였다. 저승사자 역시 딱히 싸우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알았다.’고 말하며 나가려다가 힐끗 세이라를 바라보았다. 이 가출 공주… 최근 너무 잠잠했다. 언제 가출해도 이상하지 않은 시기였다. 손님을 맞는 것은 화장실 다녀오는 것처럼 짧게 걸리는 일이 아니다. 자칫하면 한 시간 가까이 자리를 비울 수도 있었다. 그 정도 시간이면 이 가출에만 쓸데없이 노련한 공주님이 무슨 수를 쓰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리라.

 

 “그래? 그럼 들여보내.”

 

 “칫!”

 

 그의 말을 들은 세이라가 바로 혀를 차며 저승사자를 노려보았지만 저승사자는 기분 나쁘게 씨익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그렇지. 세이라는 분한 표정을 지으며 그의 눈동자를 쳐다보았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전과가 몇 번 있었기에 그의 말에 고분고분 따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곧 문이 열렸고 누군가 방 안으로 들어와 공손히 고개를 숙인 뒤 말했다.

 

 “헌터 킬러에서 불의 신관님의 명을 받고 온 ‘렉스 시리우스’라고 합니다, 신관 직속 부하이시여.”

 

 10대 중반으로 보이는 흑발 머리의 소년이 말했지만 저승사자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를 흘겨보았다. 손님이라고 해서 대단한 사람이 온 줄 알았는데 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놈이 온 것이었다. 저승사자는 하도 어이가 없어서 무심코 담배를 꺼내 피려다가 공주 때문에 담뱃갑을 가져오지 않은 것을 깨닫고 인상을 찌푸렸다. 신장은 이제 170cm가 되어 보이는 렉스에게 가출 공주가 말했다.

 

 “우와… 저기 실례지만 당신의 나이를 알 수 있을까요?”

 

 “16살입니다, 세이라 사일런스 제 1 황녀님.”

 

 “와! 나랑 동갑이네!”

 

 세이라가 흥미진진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한 발자국 렉스에게 가까이 다가갔고 렉스는 얼굴을 살짝 붉혔다. 세이라 공주는 누가 봐도 경국지색으로 여길 만큼 엄청난 미인이었던 것이다. 한편 그 모습에 무엇인가 마음에 살짝 불이 난 것을 느낀 저승사자가 더욱 인상을 구기며 렉스에게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 ‘신관의 후손.’ 나를 찾아온 이유가 뭐지? 그것도 헌터 킬러에서 말이야.”

 

 “…제가 신관의 후손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하고 이 일은 전혀 상관없는 것 아닙니까? 신관 직속 부하이시여.”

 

 렉스가 자신의 까만 눈동자로 저승사자의 연녹색 눈동자를 응시했다. 저승사자는 코웃음을 쳤다.

 

 ‘이것 봐라?’

 

 그는 잠시 진심으로 이 녀석을 그냥 죽여 버릴까 생각했지만 근처에 세이라 공주가 있었기에 그 마음을 접었다. 한편 세이라 공주는 이 두 사람 사이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그냥 아까부터 계속 쓰던 반성문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사실 30장 중 이제 겨우 8장을 썼기에 시간이 빠듯한 그녀였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고 그런 그녀를 렉스가 얼굴을 붉히며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나하고 이야기를 나누러 온 것이 아니었나, 신관의 후손? 하여간 신관의 후손들은 하나같이 건방지단 말이야.”

 

 “…”

 

 그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오자 렉스는 다시 눈동자를 저승사자에게로 돌렸다. 그의 눈동자는 저승사자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야, 애송이. 죽고 싶지 않으면 그 눈깔 깔라고. 확 다 뽑아버리기 전에. 네가 신관의 후손이라고 내가 못 죽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

 

 위험한 분위기를 감지한 렉스는 일단 별 수 없이 시선을 아래로 돌렸다. 저승사자는 저 망할 녀석이 정말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가출 공주를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더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은 바로 이 소년이 신관의 후손이라는 점이었다.

 

 ‘우리는 악마라고 여겨지며 멸족을 당했는데 이 녀석은 신관의 후손이라는 이유로 아주 잘 먹고 잘 사는 군! 그렇지 않고서야 이 나이에 헌터 킬러에 들어오는 것이 말이 되냐고.’

 

 “그래, 이곳에 온 이유나 빨리 말하고 헌터 킬러로 꺼져.”

 

 그의 모욕적인 말을 들은 렉스가 대답대신 이를 바드득 갈았다. 다시 ‘정의’의 눈이 ‘악의’ 눈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고 그 살기를 느낀 저승사자는 입가를 씨익 올렸다. 그가 원한 것은 ‘명분’이었다. 명분을 얻은 저승사자가 그에게 주저없이 다가가 그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죽고 싶냐, 신관의 후손!”

 

 “…”

 

 렉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꽉 쥐어진 양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저승사자는 더욱 잔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것들이 보자보자하니까 이제 별 것도 아닌 것이 까부는 구나. 오냐, 오늘 오랜만에 사고 좀 쳐주마! 저승사자는 이렇게 생각하며 그의 얼굴을 갈기기 위해 주먹을 들어올렸다.

 

 “지금 뭐하는 거예요! 어서 그 손 내려놓으세요! 어서!”

 

 그러나 두 사람의 모습을 본 세이라가 얼른 앙칼진 목소리로 말했다. 저승사자는 잠시 망설였지만 곧 혀를 찬 뒤 렉스의 멱살에서 손을 뗐다.

 

 ‘이 녀석… 언젠가 반드시 죽여 버린다. 그것도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불의 신관께서 소집령을 내리셨습니다, 초신성이시여. 지금 당장 헌터 킬러로 귀환해주십시오.”

 

 그런 그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렉스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저승사자는 다시 헛웃음을 지은 뒤 입을 열었다.

 

 “응, 안 가.”

 

 “네?”

 

 시크릿이 바로 거부를 하자 렉스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저승사자는 근처 의자에 아무렇게나 앉은 뒤 다시 입을 열었다.

 

 “가지 않는다고. 귀찮게 왜 내가 그곳까지 가야 하나? 그것도 엄청나게 더운 썩을 사막을 말이야.”

 

  “신관의 명령이십니다, 초신성!”

 

 “야, 이 병신아. 내 직속 신관은 물의 신관이야. 억울하면 물의 신관에게 명령 내리라고 해! 그리고 애초에 나 같은 거물을 데려가려면 최소한 동급의 초신성이 직접 와서 모셔가야 하는 것 아니야? 그렇게 한다면 특별히 긍정적으로 검토를 해보지. 불의 신관이 치매에 걸렸는지 도대체 나를 뭐로 보고 이딴 듣도 보도 못한 쓰레기 새끼를 보냈냐?”

 

 “윽!”

 

 렉스의 얼굴이 분노로 시뻘게졌다. 저승사자의 모욕 수위는 좀 전과 달리 극도로 올라간 상태였다. 그 모습에 세이라 역시 인상을 찌푸렸지만 딱히 말을 하지는 않았다. 저승사자는 분노하고 있는 소년의 얼굴을 바라보며 입가에 조소를 지었다.

 

 “너 같은 듣보잡과는 할 이야기가 없다. 돌아가서 네가 그토록 좋아하는 불의 신관에게 전해. 라오스 머큐리가 발린 것이 뭐가 그리 대수라 나 같이 귀한 몸이 그 망할 더운 곳에 직접 가야만 하냐고 말이야.”

 

 “마. 망할 더운 곳이라니요! 초신성이시여! 그곳은 성스러운 다섯 신관님들께서 태양의 악마를 봉인한 성지입니다!”

 

 “시끄러우니까 입 닥쳐! 내가 알 바냐, 그딴 거.”

 

 “무례합니다!”

 

 더 이상 참지 못한 렉스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 들었다. 하지만 곧장 자신이 무슨 행동을 했는지 깨닫고는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봐, 지금 네가 한 행동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있냐? 후후후!”

 

 “크윽…”

 

 “책임지지 못할 행동은 하지 말라고. 죽고 싶지 않으면. 오늘은 특별히 내가 너그럽게 살려주는 거야. 그러니까 꺼져.”

 

 렉스는 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별 수 없었고 그는 세이라를 향해 고개를 숙인 뒤 말했다. 저승사자에게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그의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일단 돌아가겠습니다. 당신께서 하신 말씀은 신관께 그대로 전해 올릴 것이니 나중에 후회하지 마십시오.”

 

 “이왕 말할 거면 한 가지만 더 말하지. 돌아가서 불의 신관과 같이 병신마냥 꽃꽂이나 하라고. 사막에서 뭐하는 거냐, 대체? 정말로 너희 신관 치매 걸린 거 아니야?”

 

 “크윽… 그, 그럼 이만 물러가죠.”

 

 이 말을 끝으로 렉스는 공주의 방을 나가버렸다. 그의 표정은 언젠가 반드시 저승사자를 쓰러뜨리겠다는 각오가 담겨 있었다. 물론 저승사자가 보지는 못했지만. 그것이 운명의 시작이었다.

 

 “저승사자는 싸우는 것 말고는 모르나 보네요.”

 

 “뭐라고?!”

 

 아직 화가 덜 풀린 저승사자가 신경질 적인 표정을 지으며 세이라를 바라보았다. 세이라 역시 시크릿을 빤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표정은… 솔직히 반칙이었다.

 

 ‘윽!’

 

 “저 그… 싸울 시간에… 저랑요… 그…”

 

 세이라가 부끄러운 듯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힐끔힐끔 시크릿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모습에 다시 저승사자의 심장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너, 너랑 뭘…”

 

 “화, 황명을 어기는 것이기는 하지만요…”

 

 서, 설마!

 

 “반성문 좀 같이 써주세요!”

 

 “응! 얼마든지! …뭐라고?”

 

 “저… 반성문을 이제 겨우 10장 썼단 말이에요! 앞으로 20장이나 더 써야 하는데… 그러니까 조금만 도와주시면 안 돼요?”

 

 잠시나마 그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던 두근거림이 순식간에 차갑게 식어버리는 순간이었다.

 

 ‘나를 두근거리게 했던 것이 고작 반성문 같이 쓰자는 거였냐! 이 망할 공주 년아!’

 

 물론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기에 저승사자는 고이 그 생각을 접어두었다. 대신 그는 아까 읽던 책을 다시 펼치며 말했다.

 

 “흥이다! 반성문이나 실컷 쓰라고, 가출 공주님!”

 

 “너무해!”

 

 “너무하기는 개뿔!”

 

 %%%%%

 

 한편… 돌아가기 위해 기차역으로 걸어가고 있던 렉스는 분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분하다! 그의 앞에서 당당하고 싶었는데… 막상 앞에 서니 눈앞이 캄캄해지고 무엇보다 저 자가 너무나도 두려웠다.’

 

 사실 누구에게나 당연한 일이었지만… 렉스는 이 당연함마저 분해하고 있었다. 그는 이를 바드득 갈며 애꿎은 나무를 주먹으로 가격했다. 그의 손에서 피가 줄줄 흘렀다. 그러나 렉스는 그런 것은 신경도 쓰지 않고 말했다.

 

 “지금은 비록 이렇지만… 언젠가 반드시… 반드시! 저승사자를 내 손으로 쓰러뜨릴 거다! 반드시!”

 

 그 날 렉스는 다시 한 번 각오했다. 다음번에는 결코 두려움에 굴복하지 않기로. 악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말이다. 정의가 악에 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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