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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가출 공주님을 경호하라!
작가 : 머리식히기
작품등록일 : 2017.11.24

(황녀님, 먼치킨, 로판, 나쁜 남주 등)


"그래, 그럼 고향이 어디세요?"

"...이름 없는 숲 속."

"흐음. 그럼 그 숲 속에는 샛길이 많았겠군요. 시발에 새끼..."

"뭐라고? 시발새끼?"

...대충 이러고 서로 치고박는 미친 마법사 경호원(저승사자)과 철없는 공주(가출 공주님)님을 다루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비가 오던 날(3)
작성일 : 17-12-18 00:05     조회 : 20     추천 : 0     분량 : 7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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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날. 스피카는 한숨을 내쉬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오늘도 비가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비가 쏟아지는 것을 운치가 있다고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만 적어도 스피카는 그런 종류의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어쨌거나 활동적으로 움직이는 생활을 좋아했다. 몇 년이나 틀어박혀 연구만 했던 것을 보상받기 위한 행동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그랬다. 그래서 비 오는 날은 그리 좋아할 수 없는 것이다.

 

 “하아~”

 

 스피카가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 걸터앉았다. 지금 그녀가 있는 방은 라로브가 그녀를 위해 빌려준 방이었다. 손님용 방이라고는 하지만 그녀가 1년 정도 썼으니 이제 그녀의 개인물품들로 가득했다. 이제 이곳은 그녀의 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스피카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불편해할 만도 하건만 라로브는 딸이나 손녀라도 생긴 것처럼 좋아하며 냉큼 그녀를 받아주었다. 정말 속이 얼마나 깊은 건지 알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그 망할 변태 악귀 새끼가 이 분의 절반… 아니, 1/10이라도 배웠으면 좀 좋을까.

 

 “심심하네. 아주 가끔이기는 하지만 판도라의 상자가 그립기는 하단 말이야. 물론 막상 가면 넌더리가 나서 바로 도망치겠지만.”

 

 스피카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세계의 정보를 전부 안다는 것… 그것은 그리 좋은 것은 아니었다. 알기 싫은 것도 많이 알게 된다. 이 세상에는 밝은 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밝은 면만 보게 되고 또 그것만 보려고 하지만 말이다. 구태여 어둠 속으로 스스로 들어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적어도 스피카는 아니었다. 그래서 스피카는 판도라의 상자에 관련된 일을 싫어했다. 당연히 신의 탑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인지라 호기심이 생기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막상 알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궁금증을 참지는 못하고 있었다. 물론 너무 많이 알아서 좋을 것은 없다. 적당히 아는 것이 세상 살아가는 데에 좋다. 모르는 것이 약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제는 침대에 벌러덩 누운 스피카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자고 일어난 지 3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잠이 몰려왔다. 아니 더 정확히는 무기력증이라고 표현해야 적합할 것이다.

 

 이단이라고 여겨질지 모르지만 그녀는 이렇게 우중충한 날보다 ‘태양’이 떠올라있는 날을 좋아했다. 솔직히 사람들이 아직도 태양을 그렇게 싫어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4000년 가까이 전의 이야기를 굳이 떠올리며 두려워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정작 태양이 떠오르지 않으면 살 수도 없는 주제에 말이다. 어쨌든 그녀는 무기력했다. 일을 하고 싶었다. 아니, 적어도 일이 아니더라도 생산적인 행동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무리 그녀가 멋대로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남의 땅에서, 그것도 손님으로 온 시점에서 함부로 움직일 수는 없었다.

 

 “어르신은 언제 돌아오려나.”

 

 스피카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이곳에 온 지 1년 가까이 되었건만 그녀와 이야기를 제대로 하는 사람은 라로브 밖에 없었다. 당연했다. 어쨌거나 그녀는 세계 권력 기구의 사람, 그것도 무려 신관의 직속 부하다. 저승사자와 스피카가 6년 후, 사일런스 제국을 방문했을 때 어떤 일이 생겼는지 알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정말 신관 직속 부하는 자국이 아니라면 어디에서든 눈엣가시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바로 강한 자의 고독이었다.

 

 그러니 아무리 라로브가 손님으로 인정을 했다고 하더라도 DS길드원들이나 이곳 주민들의 입장에서 그녀가 좋게 보일 리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가 가능하면 튀는 행동을 자제했던 것이다. 어제는 정말 스트레스 풀 것이 없어서 그런 거고. 뭐, 대신에 쓸모도 없는 고블린 때들을 대신 제거해주었으니 오히려 DS길드에서는 고마워해야하지 않은가. 물론 그녀는 모르겠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DS길드원들은 바로 길드장을 찾아가며 이 일을 항의했지만 라로브는 껄껄 웃으며 넘어갔다.

 

 “하아~ 지루해. 심심해.”

 

 정말 어르신이 이렇게 그리웠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르신은 그녀와 입장이 다르다. 라로브는 어쨌거나 이 대륙 북부의 지배자. DS길드장이다. 일을 하고 싶지 않아도 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은퇴를 심각하게 고민 중인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그는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었다. 고열이 나도 매일 할 일은 끝내고 쉬는 종류의 사람이 바로 라로브 A 레이븐이라는 사람이다. 아마 오늘도 밤늦게 돌아올 것이다.

 

 “그냥 잠이나 잘까? 지금 자면 생체리듬 뒤죽박죽이 되는데…”

 

 잠시 고민했던 그녀였다. 그러나 곧 그녀는 결심한 듯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그 뒤 창가의 커튼을 쳐서 방 안을 어둡게 만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날씨가 우중충해 어두웠던 방이 커튼까지 치자 진짜 밤에 비견될 만큼 어두워졌다. 그것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바라본 스피카는 기지개를 쭉 편 뒤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역시…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은 아마 침대가 아닐까? 푹신한 침대가 그녀의 정신을 잡아당겼다. 포근한 냄새가 이불에서 느껴졌다. 마치 침대가 최면술이라도 그녀에게 거는 것처럼… 폭신한 침대에 눕자마자 그녀의 눈꺼풀이 위아래로 요동쳤다. 그녀는 결국 의식에 흐름에 맡겨 눈을 지그시 감았다. 인간의 3대 욕구 중 가장 참기 힘든 것이 수면욕이다. 게다가 수면이라는 것은 사람을 미래로 순간이동 시켜줄 수 있는 마법보다 더 마법 같은 존재. 문제는 과거로 보내줄 수 없다는 것이지만 미래로 보내준다는 것이 어디인가!

 

 아무리 강한 존재라고 할지라도! 심지어 세계 최강의 사나이인 천제, 라로브 A 레이븐이라고 할지라도! 혹은 성스러운 다섯 신관이라고 할지라도 이 강력한 적, 수면을 이길 수는 없었다. 그것은 마찬가지로 강력한 존재인 신관 직속 부하, 초신성 중 한 사람인, 염랑, 스피카 카오스 라오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스피카의 호흡이 어느새 일정하게 변했고 규칙적으로 가슴이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녀는 어느새… 머나먼 꿈나라로 새로운 여행을 떠났다. 현실에서 여행을 떠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기 위한다는 듯이 말이다.

 

 %%%%%

 

 비가 와서 질퍽질퍽한 땅. 걸으면 걸을수록 신발이 땅에 파묻혔다. 깨끗했던 몸은 흙먼지로 더러워졌고 머리는 떡 져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처음에만 찝찝했지 이제는 익숙했다. 따뜻한 방 안에서 푹신한 침대 위에 누워 포근한 이불을 덮고 잤던 것도 이제는 과거. 이제는 그냥 빗물과 이슬을 피할 수 있는 곳에서 잘 수 있는 것에 만족해야만 했다. 그러나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부르지 않는가.

 

 처음 그렇게 잘 때는 정말 눈앞이 캄캄했건만 이제는 그것마저 익숙해져서 잠을 쿨쿨 잘 잘 수 있게 되었다. 그의 엄마가 잿빛 소년에게 여러 가지 잡다한 지식을 모두 알려준 것도 잿빛 소년이 아직까지 살아남는데 도움을 주고 있었다. 그러나 인간의 3대 욕구는 수면뿐만이 아니다. 남아있는 것은 2개의 욕구. 그 중 성욕은 2차 성징도 제대로 오지 않은 이 어린 소년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한 가지 욕구가 남았다.

 

 가장 원초적이고 근본적인 욕구. 식욕(食慾)이다. 제대로 된 음식을 먹어본 게 벌써 언제 적 이야기인지 모를 정도였다. 사실 날짜 개념도 시간 개념도 이 소년에게는 벌써 붕괴되었지만 말이다. 잿빛 소년은 그리웠다. 대놓고 투정부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좋아하지는 않던 소금맛 스프와 딱딱한 검은 빵이. 그 흔해빠졌던 음식이 너무나도 그리웠다. 아빠의 자상함과 엄마의 따스함이 그리웠다.

 

 더 많이 배우고 싶었다. 아빠는 썩 내켜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방해하지는 않았다. 잿빛 소년의 엄마가 가르쳤던 지식이 그리웠다. 더 배울걸. 아니, 사실 그런 것이 아니다. 그냥 그립다. 소중한 사람들은 소중한 사람들이 없을 때 소중했다고 느끼는 것처럼.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일상이 사라지자 그것들이 그 무엇보다도 그리웠다.

 

 잿빛소년은 아는 것이 많았다. 그러나 그냥 아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 소년은 알고 있었지만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왜! 왜 우리만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가! 그저 태어나서 살아가는 것이 어떻게 죄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소년은 생각한다. 생각하다가 문뜩 나무를 바라본다. 나무에는 비를 피해 매달려있는 매미가 보인다. 본능적으로 잿빛소년의 손이 매미에게 다가갔고 다행히 매미를 잡을 수 있었다.

 

 일상이었을 때라면 기겁을 할 일이지만 지금의 잿빛소년에게는 그런 것 따질 여유가 없었다. 그저… 그저 너무나도 배고팠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매미의 날개를 뜯는다. 소년에게는 이제 친절이 사라졌다. 하도 착해서 닭에게 미안해 계란을 먹는 것을 망설이던 소년의 모습은 사라졌다. 새하얗던 소년은 이제 회색빛이 되었다. 매미가 아파하던 말던 신경쓰지 않는다. 어차피 먹고 먹히는 세계. 약한 것들은 먹힌다.

 

 매미의 날개를 뜯어 바닥에 버린 소년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그것을 입에 집어넣었다. 입 안의 매미가 살려달라고 털이 가득한 다리를 움직여 혀 위에서 발악을 하지만 소년은 그런 매미를 사정없이 씹는다. 씹고 또 씹는다. 맛은… 단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맛… 그러나 분명한 것은 좋은 맛은 아니다. 설명할 수 없는 맛일 뿐. 하지만 지금의 잿빛소년이 그런 것을 신경 쓸 여유가 있겠는가.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인데? 게다가 어제 상당량의 피를 ‘뽑혀’ 더 배고프고 더 어지러웠다.

 

 “…”

 

 어제 일을 생각하니 소년의 마음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역시… 인간이라는 작자들은 믿을만한 족속들이 아니다. 그래, 인간들은 멸망해야한다. 어차피 신은 우리를 버렸다. 그러면 우리라고 신을 버리지 못할 이유는 없다. 다 버리겠다. 그 잘난 신, 아몬의 정의 때문에 우리가 희생되어야만 했다. 우리는 얼마나 정의라는 이름에 희생되어왔는가. 우리는 얼마나 그 정의라는 이름에 짓밟혀왔는가.

 

 “으적으적!”

 

 매미를 꼭꼭 씹은 소년은 그것을 꿀꺽 삼켰다. 그러나 허기가 가실 리가 없었다. 소년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에 눈에 띈 것은 쓰러져 썩은 나무 위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굼벵이였다. 배가 고프니 먹을 것이 더욱 잘 보였다. 소년은 그 새하얀 것에 다가가 주저 없이 손을 뻗는다. 그리고 다시 그것을 입에 넣었다. 굼벵이는 지금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년의 혀 위에서 느릿느릿 꿈틀꿈틀 움직였다. 소년은 그것을 이빨로 씹었다. 포도 먹듯이 씹자마자 펑하고 액체가 흘러나왔다. 물론 포도처럼 달콤한 맛은 당연히 아니었다.

 

 그것을 씹으며 소년은 생각한다. 그것을 곱씹으며 소년은 생각한다. 반드시… 반드시 복수할 것이라고. 우리가 당했던 고통을 너희들에게 똑같이 되갚아줄 것이라고!

 

 소년은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곧 다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쿵쿵거리는 소리와 함께 땅이 울리는 진동이 느껴졌다. 잿빛 소년은 자신의 엄마에게 배웠던 지식을 총동원했다. 그 결과 일단 지진은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러면 나머지 한 가지 가능성. 그것은 바로… 굉장히 무거운 몬스터가 걸어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잿빛 소년의 생각이 정리되자 어느새 그의 머리에 내리는 비의 양이 줄었다. 그것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의 양이 줄어든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무엇인가가 자신에게 내려와야 하는 비를 대신 맞아주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물론 당연하게도… 좋은 상황은 아니다. 소년은 말없이 고개를 들어보았다.

 

 “크오오오오오오…”

 

 “…”

 

 소년의 머리 위, 그것도 훨씬 위에는 돼지 머리를 한 몬스터가 있었다. 다만 그 머리의 크기가 웬만한 바위만 했으며 신체 크기는 족히 5m는 넘어보였다. 또한 손에는 거대한 나무가 들려있었으며 몸 구석구석에 비계가 가득했다. 잿빛소년은 이 몬스터에 대해 배운 기억이 있었다. 사실 이 숲의 이름이 드래곤 포레스트라고는 하지만 소년의 가족들에게 있어 드래곤보다 더 위협적인 몬스터는 바로 지금 소년의 눈앞에 있는 이 몬스터였다.

 

 이 몬스터의 특징은 움직이는 것은 다 공격하고 잡아먹는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이 몬스터가 흉폭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는 아니었다. 그저… 그저 배고파서… 단지 배가 고파서 그럴 뿐이다. 이 몬스터의 이름은 오우거. 위험등급이 S급이고 드래곤 포레스트에서는 드래곤 다음으로 위험한 몬스터일 정도로 숙련된 DS길드원들도 굉장히 껄끄럽게 여기는 몬스터였다.

 

 “…너도 배고프구나?”

 

 “크오오오오오!”

 

 배가 고프면 어떻게 되는지 잿빛 소년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이 몬스터가 싫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동정심과 함께 동질감을 느꼈다. 소년은 이제 알고 있다. 잡아먹는다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며 또한 미안해할 것도 아니라는 것을. 그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다. 약한 것이 강한 것에게 잡아먹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어느 누구도 그것을 탓할 자격은 없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가지 못하니까.

 

 소년은 잠자코 오우거를 바라보았다. 아직 소년이 움직이지 않아서 소년을 먹이로 인식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소년이 움직이는 순간 오우거는 바로 저 거대한 나무로 잿빛 소년을 내리찍어 소년을 고기반죽으로 만들 것이다. 그러나 이런 위기 상황 속에서도 소년은 담담히 오우거를 바라보았다. 잿빛 소년은 다시 오우거에게 물었다.

 

 “배가 고프니?”

 

 “크오오오오오!”

 

 오우거의 포효에 소년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나무를 쥐고 있는 오우거의 거대한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손에 쥐어졌던 나무가 부러져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년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그 뒤 다시 말했다.

 

 “배고프면 잡아먹어도 돼. 어느 누구도 너에게 뭐라고 하지 않아.”

 

 “크오오오오!”

 

 오우거가 포효한다. 그 포효는 마치 웃음소리와도 같이 들려왔다. 오우거의 웃음소리에 소년도 웃는다. 소년은 다시 오우거에게 말했다.

 

 “근데 나도 배고픈데.”

 

 “크오오오오!”

 

 그래서 어쩌라는 듯한 포효였다. 아니 사실 오우거는 그냥 흥분해서 저러는 것일 뿐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소년에게는 저렇게 느껴졌다. 소년은 이제 오우거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소년은 입가에 씨익… 잔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것은 뭐랄까… 마치 먹잇감을 발견한 사자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해야할까?

 

 “그러니까 말이야… 약한 놈이 잡아먹히는 것으로 타협하자. 알았지?”

 

 “크오오오오오오!”

 

 오우거는 포효하며 소년을 향해 거대한 나무를 휘둘렀다. 오우거는 무엇인가를 본 순간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었다. 지금 사냥감은 저 소년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그리고 또한… 도망치는 것은 이제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을! 오우거의 눈이 보고야 만 것이다. 소년의 붉은 눈동자… 염안을.

 

 그리고… 하늘로 거대한 불기둥이 솟구쳤고 곧… 고기 타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잘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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