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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돌싱의 복수
작가 : 심삼일
작품등록일 : 2022.2.4

가진 자의 욕심에 희생되어 이혼당한 오피스 걸의 복수.
작은 전자 통신 제품 제조 회사 경리 겸 사장 비서로 성실히 일하는 신혼의 오피스 걸이
경쟁 회사의 모략에 말려 이혼당하고 회사도 문을 닫게 된다.
사장 아들과 이혼녀는 과연 복수할 수 있을까?

 
3. 바 붐 (1)
작성일 : 22-02-04 22:14     조회 : 70     추천 : 0     분량 : 4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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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지은 차장,

 그녀는 올해 30살로 접어든, 이혼하고 혼자 사는 돌아온 싱글, 돌싱이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홀어머니 밑에서 두 살 터울의 오빠와 함께 성장했다.

 무슨 사연이었는지 중학교를 4년간 다녔고, 전문대 디자인과에 입학했다.

 문방구 도매점에서 아르바이트하며 근근이 학업을 마친 그녀는 졸업하던 해에, 알바하던 문방구점 주인 아들과 23살 이른 나이에 결혼했다.

 

 신혼 4개월쯤 지나서, 공단 내 조그만 제조업체에 경리로 입사해서 맞벌이를 시작했다.

 2년 넘게 다니며 주임도 되고 사장의 신임을 받던 어느 여름날, 신랑으로부터 한 통의 문자메시지를 받는다.

 "자기야 오늘 퇴근 후, 바 붐에서 만나. 7시"

 ‘바 붐’은 연애 시절 신랑과 자주 가던 스탠드바 이름이다.

 대학 다닐 때 같은 과 여자 친구가 아르바이트했던 데고, 친구 세희는 졸업 후에 아예 그곳에 취직했다.

 결혼 후에는 서너 달에 한 번쯤이나 들르는 곳이다.

 퇴근이 6시인데 버스로 30분이면 가니까 시간은 충분하다.

 보통은 간단한 저녁 식사를 먼저 하고 8시가 넘어서 들르는데,

 무슨 일인지 별로 느낌이 좋지가 않다.

 

 "어머, 지은아! 웬일이니? 계집애, 얼굴 잊을 뻔했다. 얘!"

 상가건물이 밀집한 도로변 2층의 바 "붐" 커다란 출입문을 땀을 훔치며 밀고 들어서자,

 입구 왼쪽 카운터에 앉아있던 세희가 호들갑을 떨며 반긴다.

 "응, 세희야 너무 오랜만이다. 잘 있었니?"

 정답게 손을 잡고 흔들어 악수한다.

 "신랑은 잘 있어? 깨 볶는다고, 친구는 아예 뒷전이다, 이거지!"

 "자주 못 와서 미안해. 여기서 대준 씨 만나기로 했는데, 좀 있다 올 거야."

 "그래? 그럼 테이블로 가자."

 

 30평쯤 될까 싶은, 바 중앙에는 나인 볼 당구대가 놓여있고,

 입구 왼쪽에서 기역으로 꺾인 스탠드 끝, 도로변 유리 창문 아래에 작은 테이블 탁자 두 개가 간이 칸막이로 나뉘어 있다.

 침침한 조명 아래, 스탠드와 테이블 위에만 부분적으로 조금 밝은 핑크빛이다.

 이제 시작하는 초저녁이라 손님은 없고, 스탠드 안쪽에 처음 보는 종업원 한 명이 보인다.

 무릎 높이 낮은 탁자 양쪽에 푹신한 소파 의자 네 개가 놓여 있어, 결혼 무렵부터는 앉기 힘든 스탠드 대신에 테이블을 이용하는 편이다.

 

 거의 넉 달 만인가, 마주 앉아 보는 세희 얼굴이 그사이 많이 좋아진 느낌이다.

 "모르는 얼굴인데 새로 왔나 봐? 앳돼 보이네.."

 "응, 전에 있던 언니들 다 나갔어. 매니저까지.. 카프리 마실 거니?"

 "응, 안주는 햄 치즈 주라."

 "영란 씨~ 카프리하고 햄 치즈. 컵은 세 개~"

 스탠드 쪽에 앉은 세희가 뒤돌아보며 주문한다.

 "네~ 매니저님. 카프리하고 햄 치즈요."

 스탠드에 앉아서 이쪽에 신경을 쓰고 있던 곱상한 아가씨가 밝은 목소리로 복창한다.

 

 "매니저? 어머~ 세희 너, 벌써 매니저가 된 거야?"

 지은은 깜짝 놀라서 토끼 눈을 하고 세희를 쳐다본다.

 입학 동기로 함께 대학을 다녔지만, 나이는 한 살 아래다.

 지은이처럼 날씬하면서 키는 약간 작고 얼굴은 더 예뻐서 남학생들이 많이 따랐었다.

 야간에 바에서 알바하며 고학하다시피 해서 겨우 졸업한 성적이라, 취업은 꿈도 못 꾸고 여기에 눌러앉은 세희다.

 "왜, 나는 매니저 하면 안 돼? 윤 주임님!"

 "그게 아니고, 전에 매니저가 사장한테 신임받고 있다고 하지 않았니?"

 "그 언니, 벌써 스물여덟이야. 이 바닥도 점점 어려진다 지은아. 경기는 안 좋지, 손님은 줄어드는데, 그마저 양주 손님은 단란주점 노래방으로 빠지잖니. 이 근처 여덟 개나 있던 바가 둘밖에 안 남았어."

 세희가 던힐 담배를 깊게 빨아 댕기더니 푸~ 하고 한숨처럼 연기를 내뱉는다.

 "그럼, 그 매니저는 그냥 내보낸 거야?"

 "저~쪽 전철역 근처 먹자골목 구석에 사장이 작은 카페 하나 차렸어. 언니들 두 명 딸려서 마담 시켜준 거지."

 "그러면 더 잘된 거 아니니? 페이도 많을 거고.."

 "생각 나름인데.. 거기는 좀 야한 카페야. 나이는 들고, 씀씀이는 더 커지고, 이 바닥에서 해결책은 뻔한 거 아니겠니? 씨~팔."

 세희의 예쁜 입에서 튀어나온 욕설에, 지은은 너무 놀라서 말문이 막힌다.

 지난번 만났을 때만 해도 저러지는 않았는데…

 갑자기 세희가 측은해진다.

 

 "여기요, 맥주 먼저 가져왔어요, 매니저님."

 영란이라는 갓 스물이 됐을까 싶은 아담한 아가씨가 카프리 3병과 기본 안주를 내려놓는다.

 소매 없는 하얀 블라우스에 곤 색 미니스커트 입은 맨살 다리가 우윳빛으로 매끈거리는 예쁘장한 얼굴이다.

 "이 언니, 내 절친 윤지은 주임이야. 기억했다 깍듯이 모셔!"

 "네, 매니저님. 안녕하세요? 주영란이라 합니다."

 생긋이 웃으며 인사하는 도톰한 앵두 입술이 깨물어 주고 싶도록 예쁘다.

 "반가워요, 영란 씨. 참 예쁘네요."

 "어머, 감사합니다.. 햄 치즈 금방 가져올게요."

 돌아서 가는 영란의 짧은 스커트 밑으로 속 팬티가 거의 보일 듯 말 듯 한다.

 "뭘 보니? 기집애.. 맘에 들어? 한번 안겨줄까? 히~"

 세희가 눈을 흘기며 지은의 핫팬츠 아래, 가늘고 긴 허벅지에 눈길을 준다.

 세희가 졸업하고 근무한 지가 3년이 되어간다.

 추근대는 남자도 많았을 건데, 몇 명이나 관계했을까?

 예쁘고 날씬한 용모로 여왕벌처럼 굴었지만, 헤프게 놀지는 않았던 세희다.

 

 대학 1학년 여름방학 때 세희랑 단둘이 동해안으로 여행을 갔었다.

 경치 좋은 해수욕장을 들르는, 풋풋한 스무 살 꿈 많던 시절의 추억 만들기 여행이었다.

 지은은 잠시, 아련한 기억 속으로 깊이 빠져든다.

 

 ** **

 

 세희보다 약간 크고 마른 체형인 지은은 얼굴도 세희한테 빠지지 않는다.

 누가 봐도 잘 어울리는 단짝 친구인 그녀들은 주문진, 경포대, 정동진 등으로 푸른 파도 넘실대는 해수욕장을 누볐다.

 반라의 청춘들이 넘쳐나는 백사장을 거닐고 추근대는 남자애들을 퇴짜 놓는 재미도 즐겼다.

 싱싱하고 푸짐한 생선회도 맛있게 먹으며, 미래에 잘 나가는 의상 디자이너가 될 거라는, 어설픈 꿈을 펼치고 깔깔대며 웃었다.

 실컷 놀고 파김치가 되어 여관방 침대에 발랑 드러누워 나른한 행복감에 빠졌다.

 

 "아우~ 더워, 샤워부터 할래. 지은아, 너도 벗어. 함께 샤워하자."

 세희가 어느새 일어나 팬티만 입고 돌아서서 브래지어를 옆으로 돌려 끄른다.

 브래지어를 홀랑 벗어 화장대 위에 놓는 세희의 약간 구부러진 반나체가 너무나 아름답다.

 알맞게 부푼 유방 아랫부분이 반달처럼 솟구쳐 올라 유두를 받히고 있다.

 

 "얼른 안 벗고 뭐 해? 스트립 쑈 감상하니? 히~ 제대로 보여줄까?"

 세희가 허리를 굽히고 양손으로 꽃무늬 팬티를 잡고 살포시 아래로 내린다.

 오므린 어깻죽지와 패인 등줄기를 따라 불빛을 받은 매끄러운 엉덩이 살이 눈부시게 드러난다.

 "예쁘게 봐주세용, 아가씨. 히~"

 봉긋한 궁둥이를 뒤로 내밀고 좌우로 흔들며 코맹맹이 소리로 애교를 떤다.

 "그만할래, 씨~. 팁도 안 주세요, 손님?"

 세희가 홀짝 팬티를 끌어올리고 돌아서며 생긋 웃는데 너무 예뻐서 껴안고 깨물어 주고 싶어진다.

 "나 먼저 샤워할게. 같이 하면 좋을 건데, 계집애..."

 세희가 예쁜 눈을 흘기며 욕실로 쪼르르 들어간다.

 

 아쉬운 눈길로 세희의 나신을 뒤따르며 지은은 무심코 자기의 가슴을 만진다.

 사실, 지은은 젖가슴이 너무 작다.

 작다기보다는 중학교 2학년 정도에서 성장이 멈춰 버리고, 유두만 제대로 달려있다.

 유방 콤플렉스 때문에 여탕에도 가슴을 가리고 들어가고 같은 여자 앞에도 노출을 꺼리게 된다.

 

 ** **

 

 "안 마시고 뭐 해? 오늘 왠지 술이 땡긴다야, 자, 마셔."

 세희가 제 잔에 맥주를 따라서 쑥 내민다.

 지은은 몽롱한 기억에서 깨어나 눈앞에 앉아 쳐다보는 세희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때는 세희가 참 순진하고 순수했는데, 언제 이렇게 변해버렸을까?

 삶이 지은을 속이고 있는데, 결코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응, 고마워. 나도 따라줄 게, 세희야."

 잔을 받아 내려놓고, 지은도 제 잔에 맥주를 가득 채워 건네준다.

 "자~ 우리들의 변치 않을, 우정을 위하여, 건배~"

 세희가 잔을 부딪치며 옛날처럼 맑은 얼굴로 웃는다.

 맥주 컵 한잔을 단숨에 쭉 빨아 삼키고 탁자에 내려놓는다.

 해도 덜 진 여름날 저녁 길을 걸어오느라 땀이 송골송골 맺혔던 등줄기가 차가운 맥주 거품으로 시원하게 씻겨 내려간다.

 

 "신랑은 잘해줘? 대준 씨는… 세게 생겼던데, 히~"

 "세기는 무슨… 요즘은 하지도 않아."

 "뭐? 아니 벌써 권태기야? 혹시 그니, 바람 난 거 아니니?"

 "바람은 무슨, 뭐가 있어야 바람도 피우지! 비실비실해."

 "뭐야~ 다섯 살인가 위지? 그럼 서른인데, 벌써 그러냐?"

 "그런 뜻이 아니고, 직장을 두어 달 쉬었다가 얼마 전에 다른데 다시 나가거든.. 그래서 신경도 쓰이고 하니까. 나도 힘들어서 별생각도 없었고."

 지은은 피곤하고 짜증 난다는 듯이 새침해져 말한다.

 "그래? 어디 나가는데? 이제는 문방구 대리점 영업사원 안 해?"

 "같은 건데, 브랜드만 달라. 전에보다 조금 크기는 하고.."

 지은은 카프리 새 병의 뚜껑을 손으로 비틀어 따고, 빈 잔을 채운다

 

 "안주 오면 마시지. 영란 씨~ 맥주 여섯 병하고, 햄 치즈 빨리 가져와~"

 세희가 주문을 하며 지은의 약간 그늘진 표정을 살핀다.

 여성 고유의 예민한 감각으로 무언가 심상치 않은 낌새를 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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