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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노미
작가 : 정진교
작품등록일 : 2020.9.23

1919년에 태어나신 나의 할머니 오노미와 남편 정진화 그리고 그 동생들 윤화, 남화, 석이, 민화, 태화, 정화 이야기.

그때 노미는 열아홉 아리따운 소녀였고, 남편 정화와 여섯 도련님들은 스물두 살부터 열다섯 살 사이의 근동에 소문난 꽃같은 소년들이었다. 그렇게 노미의 꽃길같은 시집살이는 정말 꽃길만 같을 줄 알았다. 그러나 병으로 일찍 돌아가신 시어머니 대신 여섯도련님들의 어린 어머니 노릇을 하며 한명 한명 제짝을 찾아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시대는 일제강점기. 아프고 어두운 시절이었다.

목숨보다 소중한 것들과 소중한 사람들을 어이없이 빼앗기고, 또 잃어야 했던 시절이었다.
노미의 가족들은 서로를 지켜내기 위해 매일 매 순간 이를 악물고 버텨야 했고, 어떻게든 살아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 시절 누구보다 찬란했고, 아름다웠고, 사랑스러웠으며, 아팠지만 따듯했고, 슬펐지만 행복했다.

공출, 가뭄, 강제징용, 그리고 빼앗긴 소녀들... 아파서 부끄러워서 또 몰라서
아무도 하려하지 않았지만 누군가 해야하는 이야기이기에 감히 시작해보려 한다.

저는 작가 정진교입니다. 지금부터 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제13화 미순이
작성일 : 20-09-25 04:10     조회 : 32     추천 : 0     분량 : 6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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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3화 미순이

 

 얼마 후, 노미 혼자 부엌일을 다 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 도련님들은 민화와 정화가 부엌일을 거들어주고, 태화는 아궁이를 봐주고, 가끔 생선이나 고기가 생기면 진화가 거들어주고 하는 식으로 슬그머니 부엌은 다시 진화네 형제들이 자연스럽게 제자리들을 차지하게 되었다. 도대체 양을 못 맞추던 노미도 이제 제법 많은 식구 음식 만드는 일에 익숙해져 갔고, 남자들과 부엌을 함께 쓰는 일도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느 날 아침,

 

 “아부지, 이제 슬슬 윤화 장가보낼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꺼?”

 

 하고 진화가 말을 꺼내자 윤화가 밥을 먹다 말고 갑자기 목이 턱 막혔다.

 

 “그래야지, 내년이면 미순이도 열여섯이니 시집을 와도 되지 싶다.”

 

 하고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됐심더! 아가 나이만 먹었지 키가 아직 조막만 해가 우예 데리고 옵니꺼. 갸는 먹고 옆으로만 벌어지고 도대체가 키가 안 큰다 아입니꺼.”

 

 하고 윤화가 심통스럽게 말을 뱉었다.

 

 “니는 니 안사람 될 사람한테 그기 무슨 말이고?”

 

 하고 진화가 핀잔을 준다.

 

 “어른들끼리 술 드시고 정한 혼사 아입니꺼. 내한테 묻지도 않고 마카 맘대로 하신 긴데 석이는 영 내한테 미순이 주는 거 싫은 거 같습니더.”

 

 하고 윤화는 볼에 바람이 빵빵하게 들어간 채로 계속 투덜댔다.

 

 “와? 니가 싫은 게 아이고? 니 미순이가 영 못마땅하나?”

 

 하고 아버지도 윤화 태도가 영 못마땅해서 언성이 좀 높아졌다.

 

 “지가 못마땅해서가 아이구요.”

 

 하고 윤화가 말을 하려는데 노미의 눈에 마당에 와서 서 있는 미순이가 보였다.

 

 “오마! 우짜노....”

 

 미순이가 도대체 언제부터 거기 서 있었는지 모르지만, 어머니 심부름을 온 듯 손에 든 질그릇에 먹음직스러운 갓김치가 담겨있었다. 모두 마당 쪽을 돌아보고는 다 같이 그대로 얼음이 되어버렸다. 노미가 얼른 마당으로 나서며 미순이를 맞았다.

 

 “아이고, 동상 왔는가?”

 

 “야..., 엄니가 새언니 갓김치 가져다 드리라 해서라....”

 

 얼굴이 빨개진 미순이는 개미만 한 목소리로 겨우 대답을 하고는 노미의 손에 얼른 그릇을 넘겨주고 쌩하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우야믄 좋습니꺼. 다 들었지 싶습니더.”

 

 하고 노미가 안타까워하자 다들 윤화를 향해 무언가를 던져 대며 한마디씩 했다. 기가 막힌 윤화는 벌렁 누워서 웃는 것도 아니고 우는 것도 아닌 표정으로 ‘그래 다들 나를 죽여라,’ 하고 있는데, 노미가

 

 “지가.... 가볼까예?”

 

 하자 모두 간절한 표정으로 노미를 바라본다. 진화도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하는 신호를 보내자 노미가 주춤주춤 일어나 나가려는데, 진화가 노미의 손을 잡아 다시 앉혔다.

 

 “밥 다 먹구요. 다 묵고...”

 

 한다. 식구들 모두 다 같이 고개를 끄덕이며 ‘밥 다 먹구요.’를 합창했다. 누워있던 윤화도 일어나 먹던 밥을 대충 다 먹었다. 아무리 급해도 언제나 밥은 다 먹어야 하므로, 모두 먹던 밥을 다 먹었다.

 

 후다닥 아침상을 치우고 나자 한쪽에 반쯤 누워 계시던 어머니가 노미를 부르셨다.

 

 “예.”

 

 하고 다가가니,

 

 “아가, 내가 몸이 이래가 널로 데리고 마을 인사를 몬 다녔다. 욕 봤제?”

 

 하고 힘없는 목소리로, 그러나 다정하게 물으셨다.

 

 “아입니더.”

 

 하고 노미는 그런 어머니를 말간 눈으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남자들만 가득한 집에 시집 와가 니가 실은 많이 놀랐을 텐데, 내가 복이 없어가 딸은 한 명도 못 낳고 줄줄이 아들만 여섯을 낳고는 속병이 든 것이 도대체 낫지를 않는구나.”

 

 노미는 처음 뵈었을 때와 달리 기력이 더 없어지신 어머니가 안타까웠다. 그런 노미를 한동안 지그시 바라보시던 어머니는

 

 “내가 니를 처음 봤을 때, 얼굴도 곱구나 했지만, 말을 하면 할수록 속이 말갛게 보이는 것이 참 좋았더니라.”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진심이 담긴 말씀에 노미는 깜짝 놀랐다.

 

 “그래, 진화가 마음에 드나?”

 

 “예?”

 

 어딘지 진화의 은근한 장난스러운 얼굴을 닮은 어머니의 표정에 노미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진화가 니한테 잘해 주드나?”

 

 “예..., 예.”

 

 수줍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는 노미의 표정을 살피며 어머니는 진화를 닮은 미소를 지으셨다. 노미는 진화가 아버지를 닮은 줄 알았는데 어머니를 더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는 가만히 노미의 손을 끌어와 잡으셨다. 병치레하시느라 힘없고 축축하긴 했지만 따듯한 손이었다.

 

 “잘 부탁한데이. 진화도 나이만 먹었지 아직 철 들라믄 멀었고. 그 아랫 놈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그저 니 동생들이다 생각하고 잘 좀 돌봐주그래이. 우리 아~ 들이 들판에다 풀어 놓은 망아지 새끼 마냥 지들 멋대로 크긴 했어도 다들 속 깊고 착한 아~ 들이라 니한테 잘 할끼다.”

 

 어머니는 힘겨우신지 잠시 깊은 한숨을 쉬셨다.

 

 “그라고... 미순이도 내 참말로 아끼는 아다. 아기 때부터 그저 내 딸이다 하고 보던 아라 한 번도 넘이다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참, 윤화 자가 말로 저래 해가 그렇지 미순이 많이 아낀데이. 좀 있다 미순이네 가거든 미순이 놀라지 않게 달래주고 앞으로 같이 이 험한 살림 꾸려나갈 동생이니 둘이 힘 합해가 어야든 다정하게 그래 지내자. 알겠나?”

 

 노미는 순간 마음이 먹먹해지는 것 같았다. 차갑고 냉정한 분인 줄 알았던 시어머니의 진심을 듣는 순간이었다.

 

 “내는 니 보자마자 우리 식구인 줄 알았데이.”

 

 하며 어머니는 진화 닮은 표정으로 웃으셨다.

 

 “어무이...”

 

 노미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래, 첫날부터 신랑 발을 씻어줬다꼬 얼마나 자랑을 하던지, 니 시아부지가 한동안 내한테 마이 섭섭해 했데이~.”

 

 하며, 이번에는 윤화 닮은 표정으로 웃으셨다. 노미는 그만 얼굴이 빨개져 버렸다.

 

 

 그렇게 어머니와의 면담을 마치고 나온 노미는 어느새 설거지를 말갛게 다 해놓은 도련님들을 보고는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딸 없는 집 남자들 살림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노미는 오전 일을 대충 마치고 갓김치 담아 온 그릇에 방금 딴 애호박을 담아 석이네 집으로 향했다. 갓김치 잘 먹었다고 인사도 하고 아침에 그렇게 놀라서 가버린 미순이 마음도 달래줄 생각이었다.

 

 노미를 보자 석이 어머니가 반갑게 맞아주셨다. 어머니 뒤에 서 있는 미순이의 눈치를 보니 아침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것 같았다. 석이 어머니가 놀다 가라며 간식 거리를 내러 나가신 사이 노미는 미순이를 가만히 불렀다.

 

 “동상, 아까 많이 놀랐지예?”

 

 하자, 미순이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아니여라.... 오라버니가 나를 쪼까 맴에 없어 하는 거 진즉에 알고 있었어라.”

 

 하며 풀이 푹 죽었다.

 

 “아입니더. 아까 어무이 말씀이 윤화 도련님이 미순이 많이 아낀답니더.”

 

 하고 노미가 애써 미순이를 달래자, 미순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노미를 보았다. 그러나 눈에는 어느새 물기가 차오르고 있었다.

 

 “어무이가 지를 애껴 주시는 거는 지도 아는디요...”

 

 하는데 그만 그 착한 눈에 눈물이 대롱 맺혔다.

 

 “윤화 오라버니는 한 번도 지헌테 곱다고 해준 적이... 없었당께라.”

 

 그러더니 그만 맺혔던 눈물이 또르르 떨어졌다. 노미는 미순이를 어떻게 달래줘야 할지 난감했다. 실은 노미도 윤화가 어떤 마음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럼, 동상은 우리 윤화 도련님이 어때예? 아무리 어른들이 하신 약속이라도 동상이 싫으믄 억지로 혼인할 필요 없어예.”

 

 그러자 울던 미순이 고개를 번쩍 들더니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지는... 지는 말이지라잉.... 실은 지가.....”

 

 하며 미순이는 고개가 푹 수그러졌다. 노미는 미순이 마음이 눈에 보였지만 좀 더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셋째 도련님은 영특하시고, 우리 쌍둥이 도련님들은 두 분 다 꽃 같은 미남들이시고, 막내 도련님은....”

 

 하는데 노미는 막내 도련님이 ‘헤’하고 웃는 얼굴이 떠올라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잘 웃으시고....”

 

 그 말에 미순이도 픽 하고 웃음이 터졌다.

 

 “나야 도련님들을 만난 지 얼마 안 되었으니 어느 분이 어떻게 좋으신지 잘 모릅니더. 동상이 볼 때 우리 도련님들 어떻습니꺼?”

 

 “막내 정화는 지랑 동갑이고라. 힘도 세고 뜀박질도 잘하고 씩씩하고, 부잡해가(장난이 심해서) 어릴 때는 지랑 무자게 싸웠는디. 머리도 똑똑하고 뭐시든지 빨리 배우고 암튼 지한테는 그냥 동생 같은 동갑 친구고라.”

 

 “민화 오라버니는 세상 젤로 착한 사람이고, 어릴 적부터 몸이 좀 골골해가 자주 아팠는디, 쌍둥이 오라버니들이 아직 젖도 떼기 전에 막내가 생겨가 우리 어무이가 젖을 나눠주고 했재라. 글고 민화 오라버니를 거의 우리 엄니가 맡아가 젖을 주셨다고 하셨지라. 그 바람에 우리 오라버니가 민화 오라버니를 쪼까 더 거시기하게 생각하고 친동생만치롬 아끼고 이뻐라 하고 하지라이. 그래가 민화 오라버니도 내를 친동생처럼 생각해주고 이것저것 잘 챙겨주고 그랬지라. 태화 오라버니는....”

 

 하며 미순이는 잠시 말을 할지 말지 망설였다.

 

 “어릴 적부터 거시기하다는 야그는 들으셨소?”

 

 노미는 진화에게서 태화가 가끔 발작을 일으키는 간질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알고 있었다. 여기서 ‘거시기’는 아프다는 이야기 같았다. 노미는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 바람에 한 번씩 난리가 난당께라. 아따 근디 신기한 것이 그때마다 민화 오라버니가 자장가를 불러주믄 싹 괜찮아져부는디, 지는 오라버니 한 번씩 뒤로 넘어가고 하믄 무서워 죽겄든디, 민화 오라버니는 바로 탁 품에 안고 가라앉을 때까정 노래를 불러주는디, 참말로 그 소리가 겁나게 고와서 지도 듣다 보믄 이게 이 시상 소리가 맞나 싶당께라.”

 

 노미는 처음 듣는 도련님들 이야기가 신기하기만 했다.

 

 “남화 오라버니는 세상에 모르는 게 없는 유식한 사람이지라. 형제들 중에 질 똑똑한디. 우리 오라버니랑 째깐할 때부터 소학교 중학교 까정 같이 다녔었는디. 어느 날 일본 선생이 이름을 대라 한께 일본 이름 안 대고 ‘내는 정가 남화다. 영일 정씨 포은공파 삼십 대손이다.’ 그랬다지라. 그래가 일본 선생이 지가 때리는 게 귀찮았던지 시상에, 울 오라버니 보고 니가 친궁께 야 뺨을 때리라고 했는디, 처음에 울 오라버니는 남화 오라버니 학교 안 짤리게 할라고 한 번을 때렸당께라. 근디 남화 오라버니 헌티 니도 때리라 서로 때리라 그랬는디 남화 오라버니는 안 때렸지라. 그래가 둘이 그 길로 핵교 나와가 때려쳤당께라. 아부지들도 잘했다 그라시고 그다음부터는 아무도 핵교에 안 갔재라.”

 

 어느새 미순이 어머니가 슬그머니 두고 가신 앵두 바구니를 앞에 두고 두 소녀는 그렇게 한참 동안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윤화 오라버니는 오라버니들 중에서 질 꼬장꼬장허고 고집도 시고 바른 말도 잘 하지라이. 언제였당가~? 나랏님이 자기 부인인 중전마마가 일본놈들 헌티 칼부림을 당했는디, 암껏도 못했다는 야그를 들었어라. 윤화 오라버니가 화가 머리 끝까정 나가 펄펄 뛰믄서 지 부인 하나 지키지 몬하는 나랏님은 임금도 아니고 남자도 아니다 하믄서 나랏일 한다는 것들이 지지리도 몬났응께 일본놈들헌티 나라도 뺏기고 지 부인도 죽게 했다믄서 한탄을 하는 걸 들었지라이. 서슬이 퍼래가 고함을 치는디, 지는 그 모습이 겁나게 멋져 보였당께라.”

 

 하며 미순이는 배시시 부끄럽게 웃었다.

 

 “좀처럼 잘 웃지를 않는 사람인디, 가끔 뭔 일로다가 한 번씩 환하게 웃으믄 내는 그렇게 웃는 오라버니 얼굴이.... 보기 좋았어라.”

 

 미순이 얘기를 듣고 보니 노미 머리에도 윤화가 가끔 빙긋 웃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랬다. 자주 볼 수 없어서 더 고운 웃음이었다.

 

 “어릴 때부터 지를 참 이뻐라 해주고잉, 엿도 잘 갖다 주고잉, 울면 달래주고잉, 업어도 주고, 그랜디.... 제 작년에 어른들이 정혼을 한 다음부터는 내를 잘 보도 않고, 말도 잘 안 걸어중께....”

 

 서운함이 가득 든 목소리로 이야기를 차마 잇지 못하는 미순이는 그만 또 눈에 눈물이 대롱하고 맺혔다. 노미는 이제 미순이 마음을 알고도 남았다.

 

 “지도.... 오라버니가 지 싫다믄.... 시집 갈 맘은 없어라....”

 

 하면서 미순이는 눈물을 삼켰다. 노미는 미순이 등을 두드려주었다.

 

 “남정네들이 원래 지 맘이랑 다르게 말하고 그랍니더. 서울 남자들은 안 그란다든데, 이 동네 남자들은 여자들한테 속에 든 맘 고대로 얘기해주고 그라는거 잘 몬한다 아입니꺼.”

 

 그래도 이 말이 조금은 위로가 되었는지 미순은 애써 웃으며 앵두를 한 입 먹고 언니 입에도 넣어주었다.

 

 “그럼, 석이 오라버니는 어떤 사람입니꺼?”

 

 앵두를 먹던 미순이 입에 든 앵두를 마저 씹어 삼키며

 

 “우리 석이 오라버니는 몬 하는 것도 없고, 잘하는 것도 없고, 그라지라이. 실은 장사도 하고, 농사도 짓고 하는디, 누구 크게 호강은 못 시켜줘도 굶기지는 안컸구나. 딱 그거지라이.”

 

 하며 키득 키득 웃었다.

 

 “아! 하나 잘하는 거이 있어라. 풍물 하나는 이 근동에서 알아주게 잘 허는디. 명절 때 오라버니들이 풍물을 잡으믄 저 먼 동네에서도 구경 오고 한당께라.”

 

 어느새 기분이 많이 풀린 미순이는 오라버니들 이야기하는 동안에는 얼굴이 달처럼 환해졌다.

 

 “그럼, 우리 서방님은예?”

 

 잔뜩 기대에 찬 표정으로 바라보는 노미를 지그시 바라보며 미순이는 잠시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진화 오라버니는 선비 중에 선비지라이. 다들 하늘에 사는 학이 내려와서 사람이 되았다 할 만큼 인품도 좋고, 학문도 높고, 워낙 인물이 좋응께 서당 가시는 길이면 동네 처녀들이 길가에 숨어가 막 구경하고 그랬지라이. 그란디....”

 

 “그란디...?”

 

 노미는 미순이 사투리를 흉내 내 보았다. 미순이는 잠시 의미심장하게 웃더니,

 

 “가끔 워디서 읽으셨는지는 모르겄는디, 옛날 책에서 읽으신 야그 같은 걸 혼자 하시믄서 혼자 막 웃으시믄서, 아무도 안 웃는디 혼자 막 웃으시고 그래가 좀 다들 걱정하기도 하고 그랬지라이.”

 

 노미는 무슨 소리인지 알 것만 같아 미순이와 손을 맞잡고 까르르 웃었다. 두 소녀는 그렇게 한바탕 웃으며 오라버니들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작가의 말
 

 윤화와 미순이의 사랑도 응원해주세요. 그리고 제발 좀 좋으면 좋다고 말하세요. 제발! 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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