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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니가 너무 그리운 날 , 니 손에 얼굴을 묻고
작성일 : 17-07-14 18:26     조회 : 13     추천 : 0     분량 : 7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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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지혁은 손에 언제나 그랬듯 작약을 한아름 들고서- 하민의 병원으로 향했다.

 

 

 

 

 

 집에서 나서기 전,거울을 보고 한참을 시간을 들였다.

 

 

 

  얼굴의 멍이 많이 줄어들어서 - 조금 아직도 파리한 부분에 티 안나길 바라며

 

 

 

 

 큰 밴드를 붙였다. 티는 났지만 - 어쩔수 없었다. 그대로 드러난다면 눈치 빠르신 분이니

 

 다른 것 까지 알아차릴것 같아서였다.

 

 

 

 

 

 

 운전할수 있을까 혼자 생각해보다 그냥 택시를 타고 향하기로 했다. 영 내키지가 않았다.

 

 이대로 계속 못하게 된다면 몹시 번거로워 질걸 알면서도..

 

 ...

 

 

 

 

 

 밖은 몹시 더운데 차안은 냉방이 잘 되어 서늘할 정도다.

 

 

 꽃집 앞에서 잠시 기다려 달라 말하곤 꽃을 사와서 다시 차에 올라타자

 

 

 

 내내 별 말이 없던 기사 아저씨가 말을 건내왔다.

 

 

 

 아저씨는 인상 좋아 보이는 중년의 나이대이다.

 

 

 

 

 ".. 좋아하는 사람 만나러 가나봐요- 예쁜 꽃을 한아름 사셨네.."

 

 

 

 

 지혁은 갑자기 건넨 이야기에 조금 놀랐지만 그냥 대답한다..

 

 

 

 

 "네..."

 

 

 

 아저씨는 씩 웃으며 말을 잇는다.

 

 

 

 

 "그렇게 있을때 잘 해줘요-.... 난 우리 마누라 , 평생 나 만나 고생만 하고 살았는데...

 

 

 

 평생 꽃 한번 못줬어요- 늘 속만 썩였지....

 

 

 

 그 사람 가고 나니... 한번만이라도 그렇게 좋아하는 꽃- 왜 못안겨줬나- 내 자신이 한심해서

 

 

 자꾸 후회스럽더라고... 무슨 꽃이라도 좋으니 , 한송이라도 안길 걸.. 하고 -

 

 

 어차피 후회는 후회일 뿐인데 말이에요"

 

 

 

 

 "......"

 

 

 아저씨는 대답을 기대 하지 않는다는 듯한 투였다. 그래도 지혁은 그 이야기가 맘이 아팠다.

 

 

 

 후회는 후회일 뿐이지만- 남겨진 자들을 늘 비참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한들 누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영원히 만날수 없는 곳으로 보내놓고

 

 '난 모든걸 다 해줬으니 후회없다' 라고 할수 있을까..

 

 

 아마 누구도, 그럴순 없을 것이다.

 

 

 어느새 그곳에 다다르고 아저씨는 그곳이 요양원인걸 알아챈다.

 

 

 

 

 아저씨는 조금 당황한거 같다.

 

 

 

 지혁은 말 없이 값을 치르고 오늘의 풍성한 핑크빛 작약 꽃다발에서 꽃을 한송이 뽑아 같이 내민다.

 

 아저씨의 손에 꽃이 내려 앉는다.

 

 

 

 

 아저씨는 놀란 표정이다.

 

 

 지혁은 나지막히 말한다.

 

 

 

 "좋은 이야기 해주셔서- 감사하다구요-"

 

 

 

 아저씨는 고맙다는 듯 받고 지혁은 내린 뒤 요양원 쪽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아저씨는 혼자 중얼거린다

 

 

 "참 묘한 청년이네.... "

 

 

 아저씨의 손에 남은 탐스러운 작약이 빛난다.

 

 

 

 -

 

 

 

 하임은 돌아와서 다른 생각치 않고 한동안 작업만을 했다. 원고도 읽지 않았다. 대충 분위기만 보고서

 

 하고 싶은 작업을 했다. 그러면 안됬지만- 읽을 기분이 아니었다가 더 정확한 말이었을 것이다.

 

 

 심지어 원고는 오늘따라 많기도 하다- 작업실에서 풍기는 물감 냄새- 색연필의 나무 냄새는 변함 없건만...

 

 하임은 기지개를 펴며 한숨을 습관처럼 내쉰다.

 

 

 

 자신도 모르게 어깨에 걸치고 온 수건- 그 수건을 집어 들어 향기를 맡는다.

 

 

 그 사람 냄새가 난다. 수건까지 향수를 뿌리는건 아닐텐데도

 

 

 달콤한 꿀 향기.

 

 

 그립게 떠올리는 예전 기억- 하임은 도하의 등에서 나는 냄새랄까 향기를 좋아했다.

 

 그 냄새는 맡으면 왠지 졸려올만큼 포근한 향기였다. 그 냄새가 좋아서 종종 코를 파 묻고

 

 냄새를 맡았었다. 그럴때마다 도하는 웃으며 말했다. 간지럽다고-

 

 

 

 

 냄새 하나에도 이렇게 많은 기억이 곳곳에 밴다. 사랑이란 , 이런 거였지.. 하임은 자신도 모르게

 

 그저 웃고 만다.. 씁쓸한 미소다.

 

 

 질릴만큼 곳곳에 스며드는 거였잖아 그래서 안하기로 한거였잖아.

 

 

 

 듣고 보는 , 느끼는, 생각하는 모든 곳에 사랑의 추억은 끈적하고도 달콤하게

 

 묻어 내린다. 쉽사리 닦이지 않을만큼..

 

 

 

 

 더 가기 전에, 그 사람이 억지로.. 이렇게라도 멈춘게 다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하임은 좀체 그 수건을 내려 놓질 못한다.

 

 

 

 

 그때 전화기가 울렸다. 한동안 연락하길 피한 여자친구였다.

 

 

 

 

 이 친구는 착했다. 그리고 주관도 뚜렷하고 당당한 친구였다.. 하임의 성격이 변한 뒤 하임은 굳이 먼저 연락하는 습관이

 

 

 들어 있지가 않았다. 다소 거리를 두는 쪽이었으니까.. 보통은

 

 

 

 

 작약에겐 왠지 그런 자신의 룰을 다 무너뜨리고 먼저 성큼성큼 다가갔지만 말이다.

 

 

 

 "여보세요? 하임이야?"

 

 

 

 밝고 앳띈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응- 유진아 - 오랫만이다-"

 

 

 

 전화기 너머에선 밝고 산뜻한 예의 그녀 목소리가 들려왔다.

 

 

 

 "넌 내가 전화 않하면 안할거야 정말? 그 동안 나도 좀 바빴지만 - 넌 정말 너무한다-

 

 우리가 보낸 시간이 얼만데...."

 

 

 

 그녀는 서운한 티를 감추지 않는다.

 

 

 "그래그래- 그냥 좀 바빴어-"

 

 

 

 유진은 하임에게 부러 묻지 않는다. 대충의 상황은 전해 들은 상태다.

 

 김도하 와 헤어졌다는것 - 친구들 중에 꽤 아는 애들이 많아서- 잠정적으로 연락도 다 그만 둔 상태였다는것도

 

 

 처음부터 하임이 그 남자에게 과분했다고 생각했던 유진은 도하가 바람이 났다는 이야기에 처음엔 솔직히 분노했다.

 

 

 그래도 자신이 아는 하임은 큰소리 내기 전에 그냥 순순히 놓아줬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또 안타깝기도 했다. 일부러 바로 연락하지 않았다. 시간을 주고 싶었으니까

 

 

 

 

 "바빠도 생사 확인은 가끔 시켜 주시죠- 요즘은 어때 일은 할만하구?"

 

 

 

 "그렇지 뭐- 오히려 일러스트 쪽으로 빠지고 나니까 적성에도 잘 맞고 일도 많고- 잘 되어가는거 같아-"

 

 

 하임이 목소리를 좀 밝게내자 이제야 좀 안심이 된다.

 

 

 "그래? 잘됬네!! 언제 시간 나? 한번 밥 같이 먹자- 그동안 밀린 이야기도 좀 하고-

 

 쇼핑도 같이 하구- 응?"

 

 

 

 유진이 알면서도 묻지 않음을 하임도 안다. 그래서 그 배려가 고마우면서 , 제안을 거절하기가 쉽지가 않다.

 

 

 "그래 알았어- 아마 이번주 일요일엔 시간 날거같은데... 그때 볼까? 괜찮으면-"

 

 

 유진이 상큼하게 대답한다

 

 

 "그래그래! 그럼 전날 내가 장소 톡할께- 건강 챙기구 있어!!"

 

 

 유진과의 통화가 부드럽게 톡 끊기고 하임은 자신이 꽤 멀리 왔다는 생각이 든다.

 

 

 

 

 

 유진이에게 미안해 지기도 했다. 그녀는 언제나- 자신을 잘 챙겨주는 친구였다.

 

 

 먼저 연락할 법도한데... 난 늘 유진이가 날 챙기게 했지, 먼저 손 내민 적이 없다.

 

 

 

 그녀는 쾌활하고, 밝고- 주변에 사람이 늘 끊이지 않는 타입이다, 여자인 세진이처럼-

 

 의외로 둘은 별로 잘 맞는거 같진 않았다. 투닥투닥 거렸으니까...

 

 

 

 

 말없이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면서.. 혼자 생각을 한다.

 

 

 

 

 도하를 덜어내고 나면 , 그래도 한동안은 아무도 속에 들일수 없을거라 생각했었던

 

 그런 자신을 떠올린다.

 

 

 

 

 도하와 자신의 간격은 헤어졌을땐 이미 멀어질 만큼 멀어져 있었지만- 그것과는 상관 없이..

 

 도하가 다른 사람에게 빠졌대도 상관없이- 하임에겐 꽤나 소중한 추억들이었기에

 

 

 

 

 아주 오래- 아주 한동안은 그럴줄 알았다.

 

 

 

 

 

 

 작약을 만난 후 - 작약은 동화속의 등장인물 처럼, 평소 느껴보지 못한

 

 일반적으로 겪지 않는, 일반적으로 느껴 지지 않는 것들을 하임의 세계로 끌여 들였다.

 

 

 

 

 모두가 그렇게 시든다고 생각했던 - 도하와의 이별로 시니컬 해질만큼 시니컬해진 그녀의 세상에

 

 

 

 차갑지만 부드럽게 , 부드럽지만 강렬하게 스며 들었다.

 

 

 

 

 

 어떤 남자도 , 그랬던 적은 없었는데 말이다.

 

 

 

 희미한 자신의 세상에 , 그렇게 강렬한 색을 띄곤

 

 번져나가는 그런 사람은 없었는데...

 

 

 

 

 

 하임은 손에서 수건을 내려놓고 서랍에서 작약을 폭발하게 만들었던 자신이 그린 장하민 그림을 꺼낸다.

 

 

 버릴순 없었다. 자신이 그렸지만 잘 그린 그림이란 생각이 들기도 하고... 또

 

 

 차라리 버릴수 없다면 작약에게 주고 싶었기도 했다. 그럴순 없었지만..

 

 

 

 

 자신이 그렸건만-... 어떤 여자일지 예상이 된다, 굳이 만나보지 않아도-

 

 

 

 왜 작약이 그토록 그녀를 그리워 하는지 알것만 같다.

 

 

 

 아마 그녀도 작약이 그리울것이다. 아주 많이-

 

 

 

 

 

 

 하임은 자신이 본 작약의 다정함 한 조각에도 맘이 와락와락 흔들렸다.

 

 

 말할수 없이 설렜다. 그는 참 달랐다. 아름다운 외모만은 아니다.

 

 슬픈 사연까지도 그랬다.

 

 

 그런데 마음다해 사랑했다는 그녀는 어땠겠는가...

 

 

 종이는 조금 구겨졌다. 그가 움켜줬던 그대로-.. 하임은 정성스레 종이를 펴고

 

 색연필을 들어 색을 입히기 시작한다. 왠지 그래야 할것 같았다.

 

 

 

 

 

 왠지, 내가 미안해서-

 

  흑백의 빛으로 구깃해진 그녀에게 미안한 기분이 들어서

 

 

 화사한 색을 입혔다. 어차피 작약에겐 다시 못 줄거면서-...

 

 

 

 자신이 그렸으나- 장하민을 아냐고 다그칠 만큼 닮았다고 생각하자

 

 마치 다른 사람이 건낸 사진을 받은 양 - 하임의 기분은 이상했다.

 

 

 이렇게 반짝반짝하는 여자였단 말이지....

 

 

 

 하임은 말없이 그 그림만을 바라본다-

 

 지금 작약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흐르는 시간에 작약의 향기가 얼핏 얼핏 스치는것만 같아 하임은

 

 

 또 맘이 복잡해진다.

 

 

 

 -

 

 

 지혁은 말 없이 병실의 문을 두드렸다- 일하는 아주머니는 잠시 청소 중이셨던듯

 

 

 지혁의 얼굴을 보자 반가운 기색을 했다. 그러나 얼굴의 상처를 보곤 다소 놀란것 처럼 보였다.

 

 

 

 

 

 "어머- 상처났어요?"

 

 

 

 

 다정한 질문에 지혁은 어쩔수 없이 거짓말을 한다.

 

 

 

 "면도기에.. 좀 스쳐서요-"

 

 

 

 반창고 밑의 약간의 푸르스름 한 것만으로 그것이 거짓말임을 알지만 아주머니는 배려로 그냥 넘기기로 한다.

 

 

 이 사람에겐 얼마나 많은 일들이.. 힘들고 아플지 이미 알것만 같다.

 

 

 

 "그럼 저 잠시 밖에- 다녀올게요- "하고 자리를 또 피해주려 한다.

 

 

 

 지혁은 왠일인지 아주머니를 불러 세웠다.

 

 

 ".... 오늘은 조금만 더- 시간 주실래요? 점심도 드시고 볼일 보고 천천히 오세요-"

 

 

 

 

 

 지혁은 고개를 숙이며 부탁했다.

 

 

 아주머니는 이 부탁에 조금 놀란다. 원래도 말을 길게하는 법이 없는 사람이고- 차갑고 딱딱하기만 한줄 알았는데..

 

 

 

 

 

 오늘의 표정은 평소보단 좀 -.. 부드러워 진 듯해서

 

 

 

 

 

 아주머니는 알았다는 듯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밀어 닫고 병실을 나서고

 

 지혁은 아무 말 없이 외투를 벗어 의자에 내려 놓고선 팔을 걷는다. 얇은 린넨 사이로 흰 팔이 드러나고

 

 

 지혁은 커튼을 걷어 빛이 비치게끔 한다

 

 

 

 

 그리곤 화병의 꽃들을 치운 뒤 새 꽃으로 갈아 놓는다. 꽃은 보낸지 얼마 안되서 싱싱했지만

 

 그래도 맘이 그렇질 않았다. 내가 와서 꽃은게 아니었으니까....

 

 

 

 미안했다.

 

 

 

 

 

 조용히 하민의 손을 잡으며 앉았다. 병실은 에어컨이 틀려 있어 약간은 싸늘했다.

 

 하민은 여전했다. 시든것 같지도 않다. 변한것 같지도.... 않다..

 

 

 

 지혁은 말 없이 손을 볼에 가져다 대고 비빈다..

 

 

 그리운 그녀의 손가락들이 얼굴을 따스하게 스친다.

 

 

 

 그녀의 속눈썹에 내려 앉은 잠은 다른 잠과는 얼마나 다른지....

 

 

 마치 그대로 얼어버린것 같다. 호흡기 소리를 듣지 않으면 숨을 쉬지 않는것 처럼 보일만큼.

 

 

 

 지혁은 잠시 망설이다 하민의 귀에 속삭인다.

 

 

 

 

 

 "하민아- 나 왔어-... 좀 오랫만이지? 미안해.... 좀 바빴어-"

 

 

 하민은 여전히 대답이 없다 - 여전히 들려오는건 조그마한 기계들의 소리 뿐이다

 

 

 

 ".. 하민아.. 니가 잠든지가 벌써 .. 거의 5년이 다 되가나봐- ... 그런데 있지 ..

 

 그동안 난 니가 못났다 할 정도로 주변 사람에게 나쁘게.. 굴었다? 니가 알면 언제나 그랬듯이 호되게 야단쳤을꺼야..

 

 그렇게 쭉 살게 되길 바랬었어.. 니가 얼마나 부드러운 사람인지 아니까..

 

 

 니가 알면 , 더 속상했겠지만... 그렇게 있으면 널 하나도 까먹지 않을거 같아서 더 그랬어..

 

 바보같지?.. 니 말이 맞나봐- 껍데기론 몰라도 정신적으론 하나도 안 큰것 같다던 그 말....

 

 

 그랬어 , 어쩔수 없었어... 그렇게 안하면 안된다고 생각했어-"

 

 

 

 

 하민은 마치 아무일도 없는듯이.. 그저 눈을 감고만 있지만 지혁은 손을 꼭 잡은채로 말을 잇는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랑 일을 같이 하게 됬어- 처음엔 너랑 비슷해서 좀 더 그랬던거 같아

 

 

 너처럼 속 마음을 가감없이.. 그렇게 이야기 하는 사람이야... 너 처음 만났을때.. 니가 그랬듯이..

 

 

 

 

 ... 그 사람이랑 , 그럴일 없을줄 알았는데... 어쩌다 보니 친구가 됬어-....

 

 

 

 

 .... 그런데 그 뒤로 너한테 자꾸 미안해져-... 강비서도 그랬듯이 내 맘은 너한테 있어.. 내 스스로도 알아, 난 아직도 너만 사랑해

 

 

 내 맘은 영원히 니꺼야- .. 난 영원히 널 사랑할꺼야-.. 그런데

 

 

 그 여자랑 있으면 , 자꾸 밝아져- 난 그럴 자격 없는데.. 그러면 안되는데

 

 널 이렇게 만들었으니까 난 .. 그럼 안되는데- 그냥 계속 깜깜하게 어둡게 살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는게 맞는데 , 자꾸 밖이 궁금해져- 발은 내밀지 못하더라고 고개를 자꾸 내밀어

 

 그래서,...."

 

 

 

 

 

 

 

 하민이의 손에서 온기가 느껴지는것 같아, 지혁은 누워있는 그녀에게 힘은 못 줄망정

 

 

 이 사실, 이 죄책감을 감당치 못해 결국엔 이 말을 털어놓고 있는 자신에게 한심함만이 느껴진다.

 

 

 

 

 손을 얼굴에 가져다 댄다. 요즘처럼 하민이가 누워 있대도 어떤 맘을 가지고 있는지 간절하게 알고 싶었던 적은 없었던거 같다..

 

 처음엔 그저.. 사실을 알기가 두려울 뿐이었다. 그녀는 마지막 순간에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 사실이 무서워서

 

 

 하민이 깨어나 자신을 원망할까봐 , 그것도 가끔은 두려웠다.

 

 

 그러나 이젠 어떤 원망을 들어도 상관없다.. 그녀가 다시 돌아오기만 한다면..

 

 

 

 그녀의 머리를 쓸어 넘겨본다. 예전 그녀는 이 자리에 있고 그도 자신이 있을만한 그런 자리에 있었다.

 

 

 어두운 물속. 그것뿐이었다. 그게 자신의 자리였다.

 

 

 

 

 어느 순간 빛 너머로 공기 방울들이 차오르고 그는 밖에 뭐가 있는지 알고 싶어지고 말았다.

 

 그대로 가끔만- 아주 가끔씩만...

 

 

 그러면서도 하민이를 두고- 자신이 한눈을 팔고 있단 생각을 안할수가 없었다.

 

 

 

 

 

 장하임을 사랑하진 않는다. 스스로 안다. 호감 정도일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녀가 떠나진 않았으면 좋겠다. 가끔이라도 좋으니.. 그녀와 그냥 생각없이 웃을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맘을 자꾸만 원하는 자신이 ...

 

 

 지혁은 무섭고- 불안하고-... 조금은 초조했다.

 

 

 

 자신이 알던 하민이라면 친구면 뭐 어때- 그러고 웃고 말 아이였다. 그러나 지금의 하민이는 나를 .. 얼마나 원망하고 있을까?

 

 

 

 .... 나는 어느 하나도 놓질 못해 욕심을 내고 있다. 이곳에 와서 하민이를 보니- 오히려 현실감이 든다.

 

 뺨을 어루만지는 이 손가락들이.. 오히려 뺨이라도 한대 갈긴 것 처럼..

 

 

 

 내가 중심을 똑바로 잡아야 한다. 그래야 장하임이랑 친구를 하던- ... 아님 처음으로 돌아가 일만한다고 해도..

 

 중심을 내가 안잡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것이다.

 

 

 

  장하임은 내 행동을 오해할것이고- 하민이에게 죄책감을 느낄 것이며

 

 

 

 

 난 원래대로 돌아가게 될것이다.

 

 

 지혁은 말 없이 하민의 볼에 입을 맞췄다. 자신의 맘이 어딨는지는.. 충분히 알수 있었다.

 

 

 하민의 볼이 닿자 지혁은 눈물이 왈칵 흘렀다. 예전엔 바보나 운다고 생각했다. 상황을 개척할 수 없는 사람들이나 운다고 생각했다.

 

 

 

 

 정말 자신이 어쩔수 없는 상황이 닥치자.. 자신도 어쩔수 없이 울수 밖에 없었다..

 

 지혁은 하민의 손에 얼굴을 갖다대고 조근조근.. 속삭였다.

 

 

 

 "오늘은 정말.. 정말... 정말 니가 그립다 하민아.... 진짜, 너무 그립다."

 

 

 

 

 

 그 속삭임에, 아주머니는 그저 문 뒤에서 걸음을 돌리고 , 며칠전 하민의 어머니와 왔던 그 남자를 떠올린다.

 

 

 

 

 

 저 아가씨는 얼마나 많은 인연속에서 , 그만 잠들어 버리고 만걸까..

 

 

 

 

 돌보는 자신도 안다.. 이제 이 아가씨가 깨어날 일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산 사람은 목숨이 붙어 있는 한은 살아야 한다. 살고 - 살다보면 잊혀질것이다.

 

 그건 시간이 언제나 해결해주는 문제이건만.. 저 청년은 올때마다 시간이 가는것 조차도 , 그 조차도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것 같아..

 

 

 

 

 맘이 그저 안타깝다.

 

 

 

 아주머니는 복도에 서서 창 밖으로 삐죽 나오는 나뭇잎들을 바라본다- 한여름의 빛을 머금은 생생한 나무잎들

 

 

 

 

 

 살아 있다는 것은 결국 그런거다. 기회가 있다는 거다 언제나

 

 

 

 

 가을이 와서 잎을 떨주고 , 또 겨울이 와서 앙상해진 겨울을 견디고, 그러다 보면 또 봄이 와 잎을 틔우게 되는 그런

 

 시간만이 주는 기회-.. 숨쉬는 자만이 얻는 기회

 

 

 

 

 

 

 

 아주머니는 지혁이 나올 시간을 주기 위해 돌아서서 다른곳으로 움직인다.

 

 지혁의 울음소리를 들은걸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픈듯 그녀는 더 빨리- 더 잰걸음으로 복도에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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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한 사람이 눈을 감을때의 진심 2017 / 7 / 13 17 0 4822   
64 술에 담긴 이야기 2017 / 7 / 13 15 0 6064   
63 둘이서 술 한잔 2017 / 7 / 13 22 0 4704   
62 폭풍같은 오후 2017 / 7 / 13 20 0 5650   
61 경계심, 믿어달라는 말 2017 / 7 / 13 25 0 4065   
60 새로운 인물의 등장 , 그리고 설탕처럼 2017 / 7 / 13 14 0 5804   
59 맞지 않는 구두 , 그리고 그 이후 2017 / 7 / 13 20 0 4324   
58 가만히 눈을 감고 2017 / 7 / 9 19 0 6433   
57 새삼스런 공백 2017 / 7 / 9 20 0 5763   
56 중간 중간 삭제 된 그대로의 진실, 그리고 외… 2017 / 7 / 9 21 0 8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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