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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드래곤 남매
작가 : 강명운
작품등록일 : 2016.7.7
드래곤 남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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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으이그, 역시 느림보 해츨링.”
“누나가 이상한 거라고!”

드래곤 역사상 전설이 되어가는 쌍둥이 드래곤의 탄생?
말썽꾸러기 티아와 연약한 테이의 좌충우돌 사랑 이야기!

“우리 실버 일족의 축복받은 아이들아. 너희들의 이름은 이제부터
몸과 마음이 하나라는 뜻을 가진 문장, 티아루아, 테이루아라고 짓기로 하였단다.
각각 애칭으로 티아와 테이라고 부르기로 하자꾸나. 마음에 드니?”
이렇게 우리 쌍둥이 남매는 어른들의 사랑과 보호를 받으면서 행복…
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제 21 화
작성일 : 16-07-14 17:14     조회 : 396     추천 : 0     분량 : 8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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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렇군요. 그럼 제가 도와 드릴 일이란 게 그 라보오스와 노예 상인들의 거래 내력을 밝히면 되는 것입니까?”

 엄마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하자 공작님은 맞다는 표시로 마주 고개를 끄덕이셨다. 난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저기요….”

 내가 말을 꺼내가 모든 이의 시선이 내게로 쏟아졌다. 왜 내가 말할 때면 시선을 모아야 되는 건지 원…, 부담되잖아.

 “그냥 이르 누나가 다른 엘프들에게 말해서 그 로헨타이인가 뭔가 하는 집안을 치게 만드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요?”

 “역시 넌 바보구나.”

 라고 내 말을 딱 잘라 바보 취급한 것은 누나였다.

 “우씨, 왜?!”

 “이 바보야! 그렇게 되면 백여 년 전에 일어났다던 인간과 엘프 전면전의 재탕이 되버리잖아. 그러다가 백여 년 전처럼 쌍방이 다 큰 피해를 입게 되면 뭐가 남냐? 그런 일을 벌인 놈들만 잡아다가 죽여 버리는 게 최선의 방법이란 말이다. 알겠냐, 느림보 동생아?”

 “느림보라는 말, 그만 좀 해!”

 “몇 번이라도 말해 줄 거다! 느림보! 느림보!! 느림보!!!”

 ‘으아악, 난 도저히 더 못 참아!’

 “우씨, 성격 나쁜 마녀 누나.”

 근데 이 말이 실수였다.

 “아이스 미사일!”

 “으갸갸갸갸, 실드!”

 다시 한번 남매의 마법 실력 겨루기 - 실상은 누나의 동생에 대한 일방적인 폭력 사태 - 가 막 일어나려고 하자 엄마가 싸늘하게 말했다.

 “너희 둘, 그냥 집으로 보내 버린다.”

 “헉~!”

 “앗~~!”

 어떻게 나온 인간 세상인데, 아직 구경할 것도 많이 남아 있는데, 강제로 돌려보낸다니! 절대 그럴 수는 없기에 누나와 나는 얌전히 자리에 앉았다.

 잠시 소란스러움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가 - 라기 보다는 황당함을 감추기 위한 듯 - 레이나 누나가 말했다.

 “티아 말이 맞습니다. 백여 년 전과 같은 쌍방에 아무 득도 안 되는 무의미한 전쟁이 다시 일어난다면 결국 고통 받는 것은 국민입니다. 그 일만큼은 절대 막아야 됩니다.”

 “저도 그걸 깨달았기에 레이나와 같이 조용히 그들을 제지할 방법을 찾고 있는 겁니다.”

 이르 누나는 이제는 어느 정도 미소를 되찾아서 말을 하고 있었지만, 역시 아직 얼굴의 그늘은 완전히 지우지는 못했다.

 그 모습이 여간 측은해 보이는 게 아니었다.

 “좋은 방법이 있긴 있는데….”

 “응? 티아야, 무슨 방법인데?”

 레이나 누나는 처음 우리가 이 이야기를 경청한다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티아 누나의 말에 어쩌면 듣게 한 게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는 표정이었다.

 티아 누나는 그런 레이나 누나를 바라보면서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응, 그냥 나랑 엄마가 그 집에 몰래 쳐들어가서 그 자식만 찢어 죽이면 되잖아.”

 갑자기 집안에 냉기가 흐르는 느낌이었다.

 그걸 못 느꼈는지 아니면 느끼고도 별로 신경 안 쓰는 지 - 틀림없이 후자일 것이다 - 티아 누나는 계속 그 환한 미소를 유지하면서 듣기에도 서늘한 말을 계속 뱉어냈다.

 “이곳 궁정 마법사가 얼마나 실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엄마의 정령 마법과 일반 마법, 그리고 나의 마법과 별로 도움은 안되겠지만 테이의 허접한 마법과 약하디 약한 하급 정령들이라면 그깟 결계 하나 부수고 그 자식 찢어 죽이는 건 식은 수프 마시기보다 더 쉬워, 그렇지. 엄마?”

 “그‥ 그렇긴 하구나, 하‥하지만…….”

 젠장 무슨 허접한 마법에 약한 하급 정령이야? 그렇게 꼭 강조해서 말할 필요가 뭐가 있다고…, 솔직히 아직 해츨링이면서 성룡 뺨치는 마법력을 갖춘 누나 쪽이 훨씬 이상하다는 것은 모르나? 쳇쳇, 확실히 누나가 제시한 방법이 훨씬 현실성이 있었다.

 그러나…….

 “저기 그렇게 했다고 치고 만약 로헨타이 공작가에서 아들을 죽인 범인으로 레드포머 공작가를 의심하게 되면 어떡하죠? 자칫하면 내전으로 발달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라고 누나의 의견에 반대 의견을 말한 것은 놀랍게도 - 내 관점으로 - 라이크 아저씨였다. 우와! 라이크 아저씨, 넘 마음에 든다.

 이제부터 아저씨라는 호칭을 뺄게요, 라이크 씨~~~.

 라이크 씨의 지적이 틀린 게 아니라는 듯 누나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누나? 누나는 얼굴이 확 달아올라서 고개를 숙여 버렸다. 크크크, 자존심에 상처 좀 받았을 거야.

 “절대 전면전쟁만은 피해야 됩니다. 그 방법은 최후의 방법이 될지도 모르지만 어찌 됐건 지금은 노예 상인과 라보오스와의 관계를 세상에 밝혀내서 법으로 심판해야 됩니다. 전쟁이 터지면 고생하는 것은 국민뿐입니다. 절대 그렇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공작님의 힘 있는 발언에 엄마가 고개를 끄덕이며 물어 보았다.

 “생각해 두신 방법이 있나보죠?”

 엄마의 질문이 맞다는 뜻으로 공작님은 씩 웃으시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세이르아 님. 폴리모프를 다른 사람에게 시전하실 수 있죠?”

 “네!”

 “저는 이미 저 휘하의 기사단 중에서 실력이 뛰어난 여기사 몇 명을 선발해 놓았습니다. 그들을 엘프로 변장시키고 직접 노예 상인 쪽에 침투시킬 생각입니다. 웬만한 변장으로는 들키겠지만 폴리모프라면 속여 넘길 수 있겠죠. 그리고 그 중 단 한 명이라도 라보오스에게 가게 되면 현장에서 빼도 박도 못하게 잡을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마력 제어 팔찌의 영향을 받지 않으니 그 건은 걱정 없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정신 제어는 조금 걱정이 되겠군요.”

 “예, 그것이 문제입니다.”

 “그것은 제가 정신계 정령을 하나씩 붙여 주어서 방어를 하게 만들면 될 겁니다. 단, 눈치 채지 못하게 하려면 하급 정령을 붙여야 됩니다. 그리고 하급 정령으로서 그 제어를 막을 수 있는 횟수는 단 한번입니다. 그 단 한번의 기회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은 그 기사님들의 몫이겠죠.”

 엄마는 은연 중에 가장 뛰어난 기사여야만 된다는 뜻을 내비쳤고 공작님은 잘 알고 있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흡족한 웃음을 지었다.

 엄마 정도의 마법과 정령을 같이 다루는 실력가는 흔하지 않은가 보다. 공작님은 엄마를 만나게 된 걸 큰 행운으로 여기시고 있는 것 같다.

 더불어 그런 실력자가 왜 알려지지 않았는지 궁금해 하시는 것 같지만 결코 물어 보시지는 않았다.

 무언가 숨겨야 되는 이유가 있다면 굳이 따지려 들지 않으려는 생각이시겠지.

 근데 그 이유가 우리 가족이 드래곤이기 때문이라는 걸 아시게 되면 어떻게 되려나? 궁금한데 역시 갈 때 다 가르쳐 주고 반응을 구경해 볼까?

 “흠, 저기요.”

 이번에는 누나다, 아아! 또 무슨 황당한 계획을 말할 생각인지…? 모든 이들의 생각이 나와 일치했는지 전부 불안한 얼굴로 누나를 바라보았다. 누나는 역시 거침없이 말을 했다.

 “그 미끼 작전 저도 참여할게요.”

 “안 돼!!!”

 라고 엄마와 레이나 누나가 동시에 소리쳤다.

 “넌 아직 어리면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티아야, 그렇게 귀여운 얼굴로 무서운 소리를 하면 안 돼.”

 “티아 위험한 일이에요. 자칫 잘못하면…, 저처럼 될지도 모른다고요.”

 “티아 양, 도와주겠다는 그 마음만 받겠습니다.”

 “티아 아가씨, 왜 그런 위험한 일을 스스로 하겠다는 겁니까?”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엄마, 레이나 누나, 이르 누나, 공작님, 제이크 아저씨 순으로 참으로 격한 반응들을 보이신다.

 나? 나는 흐흐흐, 당연히 찬성 쪽이지, 누나는 한번 크게 혼나 봐야 돼. 잠자코 자신을 만류하는 말들을 듣던 누나가 입을 열었다.

 “제 실력 다들 아시면서 이러기예요. 저는 저 자신에게 폴리모프를 할 수 있으니 좀 더 간편하고, 그리고 정신 제어도 마력으로 방어막을 쳐서 막을 수 있다고요.”

 “마력 제어는 어쩌고 카스파라는 궁전 마법사는 최상급 공격 마법도 사용할 수 있다는 소문이 나도는 실력자란 말이야. 그런 사람이 만든 마력 제어 팔찌인데, 마법을 못 쓰게 되면 넌 그저 평범한 소녀가 된단 말이야.”

 “나 힘도 센데.”

 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제이크 아저씨에게 검 한 자루를 건네받고는 조금 힘을 주는가 싶더니 그대로 부러트렸다. 역시 무식한 힘의 소유자.

 “내 검…”

 “미안해요, 제가 더 좋은 검으로 하나 드릴게요.”

 제이크 아저씨는 누나가 검을 부러트렸다는 것보다 자신의 검이 허무하게 부러졌다는데 더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다른 이들은… 엄마 빼고는 전부 입을 다물지 못하고 누나를 쳐다보았다. 누나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이제 아무 문제없죠?”

 “티아야, … 너 집에 돌아가고 싶지?”

 그러나 우리 엄마의 무적 최강 필살기! 집으로 강제 소환!! 누나는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엄마를 쏘아보았지만 이건 누나의 완벽한 패배다.

 “어휴…, 저런 왈가닥을 데려갈 남자가 있을런지…? 이 엄마는 벌써부터 걱정이다.”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젓는 엄마에게 제이크 아저씨가 무언가 무진장 말을 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옆에서 라이크 씨가 필사적으로 말리지 않았다면 혹시나 ‘제가 데려가겠습니다’ 라는 말을 듣게 되는 건 아니었을지…….

 공작님은 손을 두어 번 치면서 주위의 시선을 모으고는 말했다.

 “자자, 밤이 깊었으니 회의는 이제 마치도록 하죠. 지금은 축제 기간이라 어수선해서 일을 치르기는 힘들 테니 축제 기간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세이르아 님, 죄송하지만 그 때까지 머물러 주실 수 있겠습니까?”

 엄마는 빙그레 웃으시며 말했다.

 “오늘 아침에도 말씀드렸지만 저의 아이를 보호해 주신 데 대한 은혜를 갚는 일입니다. 성공할 때까지는 계속 머무를 생각이니 걱정 마세요.”

 “감사합니다. 그럼 테이 군과 티아 양은 이번 일에 대해서는 이제 신경을 끊고 축제를 즐기도록 하세요. 원래 이 수도에 온 목적이 관광인 걸로 알고 있으니까요, 그렇죠. 장미 아가씨?”

 “으, 그건 그렇지만….”

 누나는 끝끝내 포기 못하겠다는 얼굴이었지만 엄마의 매서운 눈초리에 결국 항복해야 했다.

 공작님 말씀대로 잠시 잊고 있었지만, 우리는 원래 관광을 목적으로 인간 세상에 나왔던 것이다.

 그게 어쩌다가 - 뭐, 거의 내 탓인가? - 이런 사건에 끼어들게 되었지만 그래도 즐길 건 즐겨야지.

 “자, 그럼 이만 일어나도록 하죠. 티아와 테이는 내일도 재미있는데 많이 구경시켜줄게. 아, 그리고 내일은 여자들의 거리에 가 보자.”

 “여자들의 거리?”

 “후후후! 우리 다이리 도시의 축제 중 명물로 통하는 여자들의 거리, 기대해도 될 거야. 자세한 건 내일 가르쳐 줄게. 그럼 내일 보자.”

 레이나 누나가 일어나면서 이야기하자 그제야 다른 이들도 하나 둘씩 일어나 길고 긴 회의는 끝이 났다.

 그나저나 여자들의 거리? 말 그대로 여자들만 사는 동네인가? 뭐, 내일이 되면 알 수 있겠지.

 

 

 

 남자의 자존심은 그렇게…(1)

 

 

 

 지저귀는 새 소리, 포근한 아침 햇살, 푹신푹신한 고급 침대의 기분 좋은 느낌. 그렇게 아침이 또 밝아 왔다.

 그런데 말이야…, 왜 또 누나가 내 옆에 자고 있냔 말이야?! 누나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내 목을 끌어안은 채 색색거리는 숨결을 내 머리에 불어 댔다.

 그리고 하아, 이제는 하도 당해서(?) 별 느낌조차 안 드는 누나의 가슴이 내 얼굴을 누르고 있었다.

 난 가만히 누워서 혹시나 누나가 몽유병이 있는 건 아닌지에 대해서 심각한 고찰을 해 보았다.

 “으응….”

 잠시 몸을 뒤척이는가 싶더니 누나가 일어나는 것 같은 기척이 느껴졌다.

 “아함, 잘 잤다. 테이야, 테이야? 음, 아직 자고 있나?”

 왜 내가 자는 척하고 있어야 되는 거지? 난 나쁜 짓(?)하다 들킨 아이 마냥 자는 척을 하게 되었다.

 실은 당장에 일어나서 왜 밤마다 내 침대에 들어와서 자냐고 따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왠지 그렇게 물었다가는 신변의 위협을 느끼게 될 것 같아서 얌전히 자는 척하기로 했다.

 쪽~!

 휴우! 이제는 하도 당해서 역시 아무 느낌도 안 오는 모닝 키스인가….

 “일어나렴, 귀여운 내 동생.”

 다‥닭살 돋는다아!! 이 상황도 한두 번 겪다 보니 정신적 충격에 시달리는 상황은 면했지만, 대신 온몸에 닭살이 돋는 상황이 벌어졌다.

 “흐음‥, 잠꾸러기 테이 씨, 일어나세요.”

 “‥….”

 ‘무념무상, 무념무상, 무념무상, 난 아무것도 안 들린다~아~~!’

 “테이야, 아침이야 일어나.”

 “…….”

 “맞고 일어 날래 그냥 일어날래 아니면 그대로 죽을래?”

 “으아악! 일어나면 되잖아, 일어나면!”

 누나는 급히 내가 일어나는 걸 보고는 역시나 자는 척했구나 하는 눈빛으로 날 쳐다보며 씩 웃었다.

 역시나 내가 자는 척하고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군. 우선 옆에 만들어 둔 아이스 미사일이나 없애 주면 안되나? 누나는 아이스 미사일을 소멸시키고는 침대에서 일어나 방문을 향해 총총히 걸어 나가다가 나를 보면서 말했다.

 “얼른 씻고 준비해. 이따가 식당에서 보자.”

 “…….”

 “대답은?”

 “네에….”

 누나는 뭐가 그리 즐거운 지 작은 웃음소리만을 남기고 나가버렸다.

 나는…. 씻자 씻고 나서 개운한 마음으로 누나 때문에 흐트러진 정신이나 챙기자…….

 아침 식사를 마치고 레이나 누나는 평소처럼 티아 누나를 데리고 이것저것 드레스를 고르면서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었고, 이르 누나는 평소 입던 수수한 원피스 대신 약간 수수한 드레스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오늘은 여자들의 거리에 놀러 가기 때문에 이르 누나도 어쩔 수 없이 드레스를 입게 되었단다.

 레이나 누나는 여전히 이르에게 몸치장을 더 할 것을 권했지만 이르 누나는 그 이상은 죽어도 싫다고 버티고 있는 중이었다.

 “이르, 아무리 생각해도 이 녹색 드레스가 더 어울린다니까!”

 “글쎄, 그건 너무 화려해서 싫다니깐요.”

 “레이나 언니, 귀걸이는 이쪽 거?”

 “아니 그거 말고, 옆에 하트 모양. 이르, 그러면 제발 장신구라도 달자. 응? 그 드레스에도 어울리는 장신구가 있단 말이야.”

 “장신구라면 이미 했잖아요.”

 “겨우 브로치 하나 달았잖아.”

 “언니, 이 목걸이보다는 이쪽 게 이 드레스에 더 잘 어울리지 않을까?”

 “응? 티아야, 아니야. 그 목걸이는 귀걸이랑 한 세트라서 같이 해야 돼.”

 “하지만 이 드레스랑은 별로 안 어울리는 것 같은데……?”

 “그건 소형 목걸이를 위에다 하나 더 걸치면 돼. 이걸로 달아 봐. 아, 그래. 이르도 이 목걸이 어때?”

 “답답해서 싫어요.”

 “아앙! 이르 제발 부탁이야. 응? 응? 응?”

 “나야말로 부탁이니 그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공격(?)하지 말아요!”

 “언니, 다 했어.”

 “그래, 그렇다면 나 좀 도와줘.”

 “뭘?”

 “이르에게 장신구 달게 만들기.”

 “협력할게.”

 “티아, 협력하지 말아요!”

 하아, 정말이지 옆에서 듣고 있는 내가 다 정신이 없다.

 여자들은 뭐 그렇게 달게(?) 많고, 입을게 많고, 또 찍어 바르는 게 많은지…? 요 이틀 간 이런 공방전(?)을 겪다 보니 남자로 태어난 게 천만 다행이라는 생각을 거듭 들게 만들었다.

 이르 누나는 레이나 누나와 티아 누나의 연합 공격에 결국 무너져 울며 겨자 먹기로 귀걸이랑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었다.

 겨우 진정이 되는 것 같아서 궁금했던 걸 물을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저기요.”

 “응? 테이야, 왜?”

 “‘여자들의 거리’라는 게 대체 뭐예요?”

 “아아, 그거. 여기 다이리 수도의 축제 명물 중의 하나야. 동쪽 지구 거리를 오늘 하루 통제해서 오직 여자들만 들어갈 수 있는 축제의 거리로 만드는 행사야. 오늘 하루는 어떤, 그 어떤 남자도 그 거리에는 출입 금지야. 오직 여자들만 모여서 노는 거지.”

 “잠깐만요, 그럼 난 못 들어가잖아요.”

 “아, 깜빡했군요. 테이는 남자였죠.”

 “이‥이르 누나, 테이는 남자였죠라뇨. 내가 언제 여자같이 군 적 있어요?”

 “괜찮아, 괜찮아. 테이는 귀여우니깐 통과 시켜 줄 거야.”

 “……….”

 “……….”

 아무도 말을 꺼낼 수 없는 썰렁한 공기가 감돌고 있을 때 가장 정신력이 강한 티아 누나가 간신히 말을 꺼냈다.

 “지금 그 말 진심으로 하는 소리예요, 언니?”

 “응? 안 될 거 뭐 있겠어. 어린 동생을 혼자 집에 놔둘 수 없어서 데려왔다고 하면 되잖아.”

 “하아! 레이나. 이 행사는 설령 일국의 왕일지라도 출입 금지라는 거 레이나가 더 잘 알잖아요. 테이는 엔드르 씨와 제이크 씨, 라이크 씨와 같이 다니게 하죠. 지금이라도 엔드르 씨를 부르면 점심때쯤 오실 테니까요.”

 “하지만 테이도 데려가고 싶은데…, 정말 재미있는 구경거리도 많고 꼭 보여주고 싶은 것도 있는데……, 무엇보다 이렇게 귀여운 테이를 떼어놓고 다니다니, 그건 너무 잔인한 일인데……!”

 도대체 뭐가 잔인한데요?! 제발 참아주세요. 레이나 누나, 전 청일점이 되는 건 결단코 사양입니다.

 난 침묵으로 강하게 부정의 뜻을 내비쳤고, 이르 누나는 날 데려갈 수 없다고 레이나 누나를 설득 중이었다.

 그때까지 잠자코 있던 티아 누나가 갑자기 손을 탁 치면서 말했다.

 “아, 좋은 생각이 났다.”

 ‘불안하다.’

 “응? 티아야, 무슨 생각? 테이도 데려갈 수 있는 방법이 생각 난 거야?”

 정말 불안해진다. 레이나 누나의 질문에 자신만만하게 웃음 짓는 누나의 저 미소는 분명히 날 이런 방법으로 괴롭히면 재미있겠다고 짓는 바로 그 미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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