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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드래곤 남매
작가 : 강명운
작품등록일 : 2016.7.7
드래곤 남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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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으이그, 역시 느림보 해츨링.”
“누나가 이상한 거라고!”

드래곤 역사상 전설이 되어가는 쌍둥이 드래곤의 탄생?
말썽꾸러기 티아와 연약한 테이의 좌충우돌 사랑 이야기!

“우리 실버 일족의 축복받은 아이들아. 너희들의 이름은 이제부터
몸과 마음이 하나라는 뜻을 가진 문장, 티아루아, 테이루아라고 짓기로 하였단다.
각각 애칭으로 티아와 테이라고 부르기로 하자꾸나. 마음에 드니?”
이렇게 우리 쌍둥이 남매는 어른들의 사랑과 보호를 받으면서 행복…
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제 20 화
작성일 : 16-07-14 17:10     조회 : 512     추천 : 0     분량 : 8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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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래곤 남매

 

 

 

 탄생, 그리고 만남

 

 

 

 

 

 이 손을 놓으면 두 번 다시 못 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신의 손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 이르를 보면서 쓴웃음을 짓던 베이트는 이르의 손에 잡혀 있던 자신의 손을 세게 잡아당겼다.

 “아….”

 관성의 법칙이라기보다는 판타지 소설 법칙상 남자가 여자의 손을 잡아당기면 여자가 남자의 가슴에 안기게 된다는 철칙을 충실히 지킨 두 남녀는 아주 잠시 동안의 포옹을 했고, 베이트는 이르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아…, 오‥오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몰랐다.

 단지 사랑하는, 이제는 오빠가 아닌 한 명의 남자 엘프인 베이트의 가슴에서 그의 따스함을 느낀 채 이르는 그렇게 시간이 멈춰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베이트는 이르를 떼어놓고 바로 뒤돌아서 달려가기 시작했다.

 “오‥오빠!”

 베이트는 뒤도 안 돌아보고 손만 흔든 채, 근처 나무 위로 뛰어 올라가서 곧 소란스러운 마을 바깥쪽으로 날아가듯이 뛰어갔다.

 “오빠…, 좋아해요. 아니, 사랑해요. 이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그러니 부디 무사히 돌아와 주세요.”

 이르는 잠시 동안 베이트가 사라져 간 방향을 보면서 그렇게 서 있었다. 잠시 후 집으로 가던 이르는 다행히도 자신을 찾아다니던 엄마를 만나 같이 피난소로 갈 수 있었다.

 피난소에는 싸움과는 거리가 먼 여자 엘프들과 어린 엘프들, 그리고 노인 엘프들이 있었다. 그 중에는 족장도 있었다.

 족장은 만약을 대비해서 다른 마을에 연락을 보내고 있었다. 어쩌면 이 일로 다시 인간들과 전면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르지만 어쩔 수 없었다.

 먼저 조약을 깬 건 인간들이니 전면전쟁은 피할 수 없는 시점이었다.

 그러나 족장은 모르고 있었다.

 이미 마을이 물샐틈없이 포위되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연락책으로 보냈던 두 명의 엘프들도 이미 붙잡혀 버렸다는 사실을 모른 채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이르는 차가운 지하 감방에서 울고 또 울었다. 그렇게 열심히 싸웠지만 결국 자신들의 마을은 인간들에게 전멸 당했다.

 인간들은 피난처에 있던 자신과 어머니를 포함한 여자 엘프들과 어린 엘프들을 빼고는 족장과 노인 엘프들을 모조리 죽였다.

 그리고 이르는 보았다.

 인간들에게 끌려가던 중 참사의 현장을 지나갈 때, 인간들과 엘프들의 시체들 속에서 끝까지 검을 손에 쥔 채 죽어 있는 베이트를…….

 그 순간 이르는 비명을 지르면서 기절했고,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어두운 지하 감방이었다.

 자신을 포함해서 십여 명의 여자 엘프들이 같이 갇혀 있었다.

 그리고 남은 엘프들과 그의 어머니는 따로 떨어져서 다른 곳으로 보내졌다는 말을 듣고는 다시 울다가 정신을 잃어버렸다.

 이르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같이 있던 엘프 중에서 한 명이 사라지고 없었다.

 같이 있는 이들이 말하기를 누군가에게 끌려갔다고 했다. 그때 이르와 다른 여자 엘프들은 죄다 손에 마력 제어 팔찌가 채워져 있었다.

 그렇게 모든 희망을 잃고 며칠이 지났다. 다시 다른 엘프 한 명이 끌려갔다. 먼저 끌려갔던 엘프는 끝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세 번째 엘프가 끌려갔을 때도 앞서 끌려간 엘프들은 돌아오지 않았고, 남은 엘프들은 불안에 떨었다.

 그 후 며칠이 흘렀는지도 모른 채 시간이 지나갔고, 드디어 그날 이르의 차례가 되었다.

 이르는 앞서 끌려간 엘프들 중 몇몇이 그 와중에 반항하다 개처럼 맞고 끌려갔던 것을 목격했던 터라 얌전히 그들을 따라갔다.

 이르를 데리러 온 우락부락한 남자들은 그녀를 어느 방에 밀어 넣고는 돌아갔다.

 그곳에는 여러 명의 인간 여자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고, 곧 그녀를 안쪽으로 데려가 목욕을 시키고 옷을 갈아입혔다.

 그 와중에 이르는 그녀들에게 여러 가지를 물었지만 그녀들은 묵묵히 자신들에게 주어진 일만 하고는 물러갔다.

 다만 그녀들의 눈에서 자신을 불쌍하게 여기는 그녀들의 마음과 그리고 어떤 이에 대한 공포를 읽을 수 있었다. 옷까지 다 갈아입자 아까 자신을 데려왔던 남자들이 와서 거칠게 이르를 붙잡고는 입에 재갈을 물렸다.

 그리고 눈가리개까지 하더니 또 어딘가로 끌고 갔다. 눈가리개가 풀려졌을 때 이르는 비로소 지금이 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동안 어두운 감방에만 있어 낮인지 밤인지 시간조차 알 수 없었던 터였다.

 방안을 둘러보던 이르는 자신을 쳐다보는 한 인간 남자를 발견하고는 몸을 떨었다.

 그 순간만큼 진실을 볼 수 있다는 자신의 눈을 저주해 본 적이 없었다. 그녀의 눈에 비친 그 남자의 어두운 마음은 분명 ‘탐욕’이었다.

 그 순간 이르는 방안의 창문을 보고는 죽든 살든 그곳을 깨고 도망쳐야겠다는 생각에 달려갔다.

 어차피 그대로 있다가 당할 바에는 차라리 이곳이 높은 곳에 있어서 떨어져 죽게 되더라도 도망치는 게 낫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르는 방안 전체에 결계 마법이 쳐져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결계의 벽에 부딪쳐 쓰러진 자신을 보면서 그 남자는 웃으며 입으로 나직하게 룬어를 내뱉었다.

 속박!

 그러자 이르의 팔에 채워진 마력 제어 팔찌에서 강력한 마력이 치솟아 올라 이르의 정신을 멍한 상태로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깨어났을 때 이르는 자신의 몸이 침대에 결박당했다는 사실보다 자신의 옷이 다 벗겨져 있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고, 겁을 먹었다.

 그 남자는 자신의 옆에 앉아 알몸을 쳐다보면서 음탕한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치욕스러웠다. 그제야 왜 자신에게 재갈을 물렸는지 알 것 같았다.

 엘프들이 치욕을 당하는 순간 자살을 막기 위함이란 것을…. 그 사실을 알게 되자 이제부터 자신에게 닥쳐올 상황에 눈물만 흘러나왔다.

 그 남자는 썩어빠진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의 몸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리고 그날 이르는 마음속으로 베이트의 이름을 끊임없이 부르짖으며 수치와 모욕감, 지독한 아픔을 느끼며 기절했다.

 서서히 정신이 들었다. 그러나 차라리 정신을 잃은 채 있고 싶은 기분이었다. 아니, 하루빨리 죽고 싶었다.

 그 악마 같은 남자는 자신을 성적 노리개로 사용하고는 일이 끝나면 마력 제어 팔찌에 담겨 잇는 정신 제어를 발동시켰다.

 그렇게 정신을 잃게 만들고는 다시 자신을 노리개로 사용할 때 정신 제어를 풀어 주었다.

 결국 그녀가 제정신을 찾는 시간은 치욕의 시작을 알리는 시간이기도 했다. 다시 며칠이 지났는지, 몇 번을 깨어나서 그 악마에게 몸이 더럽혀졌는지도 생각나지 않았다.

 이르의 소원은 단 하나 뿐이었다. 빨리 죽고 싶다는…!

 ‘죽어서 베이트를 만나면…? 아니, 내게는 이미 죽어서도 베이트를 만날 자격 따위는 없어….’

 그렇게 다시 며칠이 지났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그 악마가 자신의 귀에다 대고 소름 끼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특별히 내가 석 달간 데리고 있었다. 이 정도까지 귀여워해줬으니 죽겠다는 생각을 버리는 게 어때? 네 몸은 꽤 마음에 들어. 지금까지는 내게 몸을 뺏기고 이리저리 몸을 놀리고는 나중에 재갈을 풀어 주었을 때 바로 자살해 버리는 엘프들의 미련함을 즐겼지만, 너는 달라. 너무 마음에 들어. 네가 원한다면 호강을 시켜 주마. 어때, 나의 전용 노예가 되어서 호강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텐데.”

 즉시 고개를 저으려다 문득 어떤 생각이 들었다. 지금 여기서 거절해 버리면 다시 정신을 잃고 정신을 차릴 때마다 이런 치욕을 겪을 것만 같았다.

 절대 그렇게 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되도록 겁먹은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 악마는 얼굴에 역겨운 미소를 지으면서 한번 쓰다듬더니 재갈을 풀어 주었다.

 “그래, 그러고 보니 아직 너 이름을 모르는구나. 이름이 뭐…, 익?! 이‥이년이 뭐 하는 거야?”

 난 그 악마에게 최대한 힘껏 침을 뱉어 주고는 바로 혀를 깨물었다. 그제야 그렇게 바라던 죽음을 겨우 이를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불행일까? 다행일까? 이르는 다시 정신을 차렸다. 입안이, 특히 혀가 못 견디게 아팠다.

 ‘죽지 못한 것인가?’

 그녀는 다시 한번 혀를 깨물려다가 문득 지독한 악취에 눈을 뜨게 되었다. 지금 그녀가 있는 곳은 한적한 숲이었다. 그리고 악취의 정체는……?

 “아·아‥아…, 아아악!!”

 같이 갇혀 있던 여자 엘프들 자신보다 먼저 끌려가서 그런 치욕스러운 일을 겪고 목숨을 끊었다던, 자신의 이웃이었으며 마음씨 좋은 언니들이기도 했던 여자 엘프들의 썩어 가는 육신에서 나는 냄새였다.

 그녀들은 죽어서도 쓰·레·기처럼 숲 속에 버려진 것이었다. 자신 역시 버려졌지만 죽지 않았던 것을 지금은 행운으로 여겼다.

 ‘죽여 버릴 거야. 그 악마, 죽여 버리겠어.’

 그렇게 다짐한 이르는 온몸이 아팠지만 힘겹게 일어나서 주위를 살폈다. 그녀의 눈앞에 보인 것은 숲 아래쪽에 있는 커다란 저택이었다.

 이르는 알 수 있었다. 저곳이 자신이 있던 곳. 악마가 사는 저택이라는 것을…….

 ‘지금 이대로 갔다 가는 다시 잡혀서 그 지옥을 겪어야 할 거야. 도움이 필요해.’

 

 

 이르는 어떻게든 다른 엘프 마을에 이 일을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아픈 몸을 이끌고 그곳을 빠져나갔다. 사흘을 헤매었다.

 그동안 인간들의 마을에는 얼씬도 하지 않고, 숲 속의 열매들로 허기를 채우면서 걷고, 또 걸었다.

 그런 이르의 몸 상태는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나빠져 있어, 사흘간 걸었는데도 아직 그 지역을 완전히 빠져 나가지 못했다.

 사흘째 아침…….

 “앗! 기다려, 레니!”

 어디선가 개 짖는 소리와 인간이라고 생각되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급히 도망치려고 했지만, 이미 힘이 다 빠진 이르는 저 멀리서 자신에게 달려오는 개와 인간 여자의 모습을 보고는 쓰러졌다.

 “레니, 도대체 왜 그렇게 뛰는…? 앗! 이봐요, 무슨 일이세요? 괜찮아요?”

 자신을 걱정스레 쳐다보는 인간 여자의 눈에서 이르는 놀라운 것을 보았다.

 ‘이 인간 여자는… 신용할 수 있다? 말도 안 돼, 내 눈이 잘못 됐을 거야. 인간 따위는, 인간 따위는…….’

 그런 이르의 놀라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인간 여자는 침착하게 이르의 몸 상태를 살펴보더니 조심스레 일으켜서 부축하고는 힘겹게 걸음을 옮겼다.

 “우우!”

 아직 입안의 상처가 낫지 않아서 말이 안 나오는 이르는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거부의 목소리를 내면서 그 여자를 밀쳐 버렸다.

 덕분에 둘은 같이 땅바닥에 넘어지게 되었다.

 힘겹게 몸을 일으킨 이르는 그 여자가 다시 자신을 부축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다시 밀어 버리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그 여자가 눈치 채고는 강한 힘으로 제지했다.

 “무슨 이유인줄은 모르겠지만 일단은 살아요! 살고 나서 내게 화풀이를 하던 한탄을 하던 하란 말이에요.”

 강렬한 눈빛으로 자신에게 살라고 설득하는 그녀를 보자 이르는 갑자기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래, 지금은 살아야 돼. 이 인간 여자의 말대로 지금은 살아야 돼. 복수를 위해서라도 살아야 해. 그런데 왜? 왜?’

 왜 지금 도움을 주는 이가 인간이란 말인가? 자신이 그토록 증오하게 된 인간에게 그런 말을 들어야 하는가? 끊임없는 의문을 느끼면서 이르는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잃기 전, 인간 여자의 놀란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아늑한 분위기의 천장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지금 이르가 누워 있는 침대도 꽤나 고급인지, 적당한 푹신함이 상처투성이인 이르의 몸을 편안하게 감싸주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아, 깨어났군요. 헤헤! 오늘쯤은 깨어날 것 같았는데, 역시 내 감이 잘 맞네요.”

 이르를 구해 주었던 인간 여자, 아니 이제야 자세히 살펴보니 아직 소녀였다.

 그 인간 소녀는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로 웃으면서 연신 다행이라는 말을 했다. 정말 보면 볼수록 믿음이 가는 소녀였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인간…, 믿을 수 없어.’

 그렇게 마음먹고 있는 이르의 앞에 소녀는 무언가를 던져 주었다.

 바로 단검이었다. 눈을 휘둥그레 뜨고는 자신을 쳐다보는 이르를 보면서 소녀는 말했다.

 “아직 아프겠지만 말을 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굳이 이유를 묻지는 않겠어요. 당신을 치료하기 위해 의사를 데려와서 당신의 몸 상태를 알게 됐고, 대충 당신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도 짐작이 돼요. 그때 날 밀친 것도 날 못 믿어서였죠? 그러니 아직도 나를 못 믿겠다면 그걸 가지고 계시다가 제가 당신 눈에 수상한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면 주저 없이 절 찌르셔도 좋아요.”

 이르는 이 인간 소녀의 말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그 소녀는 자신의 목숨을 완전히 내게 맡기겠다는 소리나 마찬가지인 말을 하고 있었다.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자신을 위해서 그렇게까지 하는 것인가? 소녀는 이르의 눈에서 그 의문을 읽었는지 대답해 주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당신은 이후에 내가 해 주는 간호나 약, 그리고 음식을 아예 입에도 안 댈 것 같으니까요. 그때 내가 말했죠, 일단 살라고요! 살기 위해서라면 당신은 아직 더 치료를 받아야 해요. 하지만 인간을 믿을 수 없게 된 당신이 내 호의를 받아들일 리 없으니까 그 단검을 드리는 거예요. 그것이 내가 당신에게 드릴 수 있는 최대한의 믿음의 증표예요.”

 이르는 다시 눈물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 인간 소녀의 말과 얼굴 표정에는 한 점의 거짓도 없었다.

 그 소녀는 순수하게 자신을 돕고 싶다는 일념으로, 타인을 살리기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걸고 있는 것이었다.

 이르는 간신히, 간신히 눈물을 참으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가‥씨‥의… 이‥름‥은‥?”

 그 소녀의 말대로 아직 말을 할 때마다 입안이 쿡쿡 쑤시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묻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소녀는 내 말을 기다렸는지 정말로 기뻐하며 대답했다.

 “레이나, 레이나 레드포머예요. 엘프님의 이름은요?”

 “이…르…니…아….”

 “이르니아? 예쁜 이름이네요.”

 그렇게 이르는 레이나에게 목숨을 구원받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4년 전의 일이었다.

 

 

 

 이르 누나의 과거(4)

 

 

 

 이르 누나는 긴 이야기를 마치고는 잠시 그때의 끔찍한 기억 때문인지 눈을 감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레이나 누나는 그런 이르 누나의 얼굴을 걱정스러운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공작님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우리들을 쭉 둘러보시고는 입을 열었다.

 “이르의 병세가 호전되자 즉시 이르의 기억을 더듬어 찾아나서 그 저택을 발견했지만 문제가 생겨서 어쩔 수 없이 그 사건을 방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문제요?”

 엄마는 이르 누나의 말을 들으면서 내내 얼굴을 찌푸리며 인상을 쓰고 계시다가 공작님의 말에 반문했다.

 공작님은 분노에 찬 얼굴로 말을 계속했다.

 “그 저택은 바로 로헨타이 공작가의 저택이었습니다.”

 “로헨타이 공작?! 다이러스 제국의 양대 공작가 중 하나인 로헨타이 공작이 그때 사건의 주모자란 말입니까?”

 용병으로써 잔뼈가 굵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제이크 아저씨가 아는 체를 하면서 끼어들었다.

 그제야 이르 누나에게서 시선을 돌린 레이나 누나가 우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닙니다. 정확히는 로헨타이 공작의 외아들 라보오스 로헨타이가 그 사건의 주모자입니다. 로헨타이 공작은 그저 방관자였을 뿐일 겁니다.”

 이번에는 라이크 아저씨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4년 전인가, 5년 전인가? 로헨타이 공작가에서 수많은 용병들을 불러들였죠, 설마 그 용병들이….”

 “네, 저희 마을을 습격한 인간들입니다.”

 이르 누나는 눈을 뜨고 자세를 추스르고는 라이크 아저씨의 생각이 맞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공작님은 잠시 그들의 대화를 듣다가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지난 4년 간 여러모로 조사해 봤는데, 이건 조사할 때마다 점점 심각한 문제가 밝혀지더군요. 아시다시피 로헨타이 공작가는 우리 가문 다음으로 왕위 계승 서열 순위에 있습니다. 지금 황제인 제이라스 2세께서는 태자가 없기 때문에 제가 왕위를 이어받을게 거의 확실시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역시 기회를 가지고 있는 로헨타이 공작 역시 이 상황을 놓칠 생각이 없는지 여러모로 손을 쓰고 있는 실정인데다 어느새 왕실 마법사인 카스파까지 한편으로 끌어들인 뒤였습니다. 엘프 마을을 습격했을 때도, 그리고 엘프들을 구속했다는 마법 제어 팔찌와 결계 같은 것도 전부 다 그가 손을 쓴 것입니다. 아마 로헨타이 공작과 모종의 계약을 맺은 듯 보입니다. 그리고 그 라보오스는 노예 상인에게 도움을 주면서 뒷돈을 받아 왔다는 게 확인되었습니다. 엘프 마을에서 잡혀 온 상당수의 엘프는 노예 상인에게로 넘어갔고, 노예 상인들은 매달 잡은 엘프나 돈 등을 라보오스에게 넘겼다고 생각됩니다. 어찌 보면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현재 우리로서는 결정적인 증거를 잡기가 어려운 상태입니다. 섣불리 건드렸다가는 내란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기에 신중하게 행동할 수밖에 없어서 지금까지 이르게 된 것입니다.”

 긴 설명을 마친 공작님은 목이 탄지 앞에 놓인 차를 마셨고, 그동안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시던 엄마가 공작님이 차를 내려놓자 바로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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