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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드래곤 남매
작가 : 강명운
작품등록일 : 2016.7.7
드래곤 남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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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으이그, 역시 느림보 해츨링.”
“누나가 이상한 거라고!”

드래곤 역사상 전설이 되어가는 쌍둥이 드래곤의 탄생?
말썽꾸러기 티아와 연약한 테이의 좌충우돌 사랑 이야기!

“우리 실버 일족의 축복받은 아이들아. 너희들의 이름은 이제부터
몸과 마음이 하나라는 뜻을 가진 문장, 티아루아, 테이루아라고 짓기로 하였단다.
각각 애칭으로 티아와 테이라고 부르기로 하자꾸나. 마음에 드니?”
이렇게 우리 쌍둥이 남매는 어른들의 사랑과 보호를 받으면서 행복…
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제 12 화
작성일 : 16-07-12 11:48     조회 : 434     추천 : 0     분량 : 8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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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와 누나는 한 번도 저택 바깥에 못 나가 본 순진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남매로 이미 알려져 있었기에 계속되는 나의 질문에도 제크 아저씨는 한 번도 싫은 표정을 안 보이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런데 우리가 가는 곳곳마다 무슨 사람들이 그렇게 쳐다보는지, 원!

 “저기요, 아저씨. 왜 사람들이 우리들을 저렇게 쳐다보는 거죠?”

 내가 참다 참다못해 살짝 제크 아저씨에게 물어 보니 아저씨는 빙그레 웃으시면서 뒤에서 뚱한 표정으로 우릴 따라오는 누나를 슬쩍 가리켰다.

 “도련님의 누님께서 너무 아름다워서 쳐다보는 겁니다.”

 흠! 역시 누나가 예쁘긴 예쁜가 보다.

 지금은 평상복이라고 엄마가 사다 주신 간편한 원피스를 입고 땋아 올렸던 머리도 풀어서 끝을 가볍게 리본을 묶은 수수한 차림인데도, 밤거리의 불빛에 반사되어서 묘한 빛을 발하는 누나의 은발도 예전에 내가 실수로 예쁘다는 말이 절로 나왔을 정도니…….

 “저기, 그런데 도련님.”

 “예? 아, 왜요?”

 “정말 죄송하지만 정말로 집에서 허락을 받고 나오신 겁니까?”

 ‘헉! 이 아저씨, 눈치가 빠른 건 알겠는데 이렇게 눈치가 빨랐나? 내가 뭔가 이상한 소리를 했던가? 혹시 우리가 드래곤이라는 걸 눈치 챘나? 그래도 허락은 받고 나온 건 사실이니깐 찔리는 건 없지만 뭐라고 설명해야 되지?’

 내가 ‘왜 제크 아저씨가 그런 의문이 들었을까, 혹시 거짓말했다는 걸 눈치 채게 행동한 건가’ 하는 생각에 대답을 못 하고 안절부절 못하자 뒤에 따라오던 누나가 한숨을 푹 쉬었다.

 “테이야, 진정하렴. 그보다, 이봐요. 어떻게 눈치 챈 거죠?”

 으아악! 누나, 어떻게든 둘러대야지 그렇게 인정해 버리면 어떻게 해!

 입 닥치고 얌전히 있기나 해. 네가 안절부절 못하는 것만으로도 둘러대니, 뭐니 하는 건 물 건너갔으니깐.

 윽…!

 “아뇨, 뭐 솔직히 이상한 건 사실이잖습니까. 마님과 도련님, 그리고 아가씨를 보면 꽤 지체 높은 가문의 사람이라는 건 알겠습니다. 그런 사람들 중에 자제 분들에게 교육을 엄청나게 시키기에 저택 바깥에 못 나가 봤다는 소리도 이해가 가지만…, 허락 받고 나오신 분들 치고는 호위 기사는커녕 시녀 한 사람 대동하지 않은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니까요.”

 “역시 눈치가 빠르시군요. 용병은 원래 그런 건가요?”

 “제가 눈치가 빠른 거지, 용병이라서 눈치가 빠른 건 아닙니다.”

 “비밀은 지켜 주시겠죠?”

 “네, 물론이죠.”

 “그럼 간단하게 말할게요. 지금쯤 아빠는 엄마가 남기신 편지에 사색이 다 돼서 우리를 찾고 계실걸요. 이 정도 말하면 충분하겠죠?”

 “하하하! 역시 자식 사랑이 대단하신 마님이시군요. 그런 어머니를 두셔서 무척이나 행복하시겠습니다.”

 “후후후! 말 그대로예요.”

 어라, 이상하다? 누나의 임기응변에 감탄을 한 것은 잠시고, 난 뭐가 삐걱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아까 전만 해도 대화의 주도권은 나와 제크 아저씨가 쥐고 있었는데, 이후에는 난 주도권은 고사하고 두 남녀의 대화에 낄 수조차 없었다.

 얼떨결에 구경을 마치고 여관으로 돌아올 때였다.

 “테이, 제크 씨를 더 이상 아저씨라고 부르지 마라. 우리보다 여섯 살 많은 걸 가지고 아저씨라고 부르는 건 너무하잖아. 그냥 제크 씨라고 부르도록 하자. 괜찮죠, 제크 씨?”

 “하하! 저야 아름다운 레이디께서 그렇게 불러 주신다면 영광이죠.”

 “어머, 말씀도 잘 하신다니깐.”

 하아! 유일하게 누나의 대항 수단(?)이라고 생각했던 제크 아저씨까지 이렇게 누나 손에 넘어가 버리다니…. 난 평생토록 누나에게 당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란 말인가?

 ‘창조신이시여, 제발 제 말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도대체 내 편은 내 남은 운명 중에 나타나긴 하는 겁니까? 혹시 이렇게 누나에게 다 빼앗겨 버리는 게 내 운명이란 말입니까? 창조신이시여!!’

 

 

 

 미아가 된 테이(1)

 

 

 

 다이러스 제국의 수도 다이리, 초대 다이러스 국왕이 첫 공주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는 수도 다이리의 이름은 지혜의 여신 이름이기도 했다.

 여신의 이름을 받은 다이리 공주는 정말로 여신의 축복을 듬뿍 받았는지 그 총명함으로 다이러스 제국의 초대 여왕이자 마지막 여왕이 되었다.

 아직 초대 다이리 여왕만한 인재가 공주들에게서 나오지 않아서라고 한다. 아무튼 지혜의 여신 이름이자 다이러스 제국의 초대 여왕의 이름이기도 한 이곳 수도 다이리 덕분인지, 당연하게도 다이리 여신의 신전이 전 국토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세력을 자랑한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이곳 수도에 다이리의 총본부가 있기 때문인지 커다란 왕성과 다이리 신전 본부는 그리노 대륙에서 손꼽히는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축제 하루 전에 이 수도에 도착한 나와 누나는 그 압도적인 사람들의 숫자에 입이 벌어지고, 기가 질렸다.

 “이거 마차가 지나갈 길이라도 있는 거야?”

 걱정이 되어서 엄마에게 묻자 창 밖에 말을 타고 서 있던 제크 아저씨가 웃으면서 대신 말해 주었다.

 “걱정 마세요. 이 수도에는 마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 따로 있습니다.”

 “테이야, 이런 큰 수도에 마차 전용 도로가 있는 건 당연한 거잖니.”

 쳇쳇! 어제 마을을 구경하고 난 뒤 든든한 방패막이라고 생각했던 제크 아저씨는 지금 완전히 적군(?)으로 돌아섰고, 그런 배신자(?)의 편을 든 내 제일의 적 누나가 기회를 잡고 날 바보 취급했다.

 젠장, 그냥 걱정돼서 물어 본 건데 꼭 그렇게 말해야 되나? 그리고 누나 역시 인간 세상에는 처음 나왔으면서 뭘 그렇게 잘 안다고 난리람?

 어차피 제크 아저씨 말에 동의하는 것밖에 못하면서!! 라고 소리치고 싶은 걸 꾹 참고, 아예 입을 다물었다.

 엄마는 처음에는 분명 어제 저녁 식사 때까지 찬바람이 쌩쌩 불던 누나와 제크 아저씨가 외출 갔다 와서는 하하, 호호거리면서 죽이 맞자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시도 때도 없이 물어 보셨다.

 난 토라졌기에 말을 안 했고, 누나는 ‘그냥 그럴 일이 조금 있었어요’ 라고 얼버무리기만 하니 엄마는 지금 무척 답답하실 것이다.

 아직 성룡도 안 된 금이야 옥이야 키우는 딸을 용병에게 빼앗기는 거 아닌가라고 걱정하신다는 건 알겠지만….

 내가 보기에 누나는 그저 말발 좋고 눈치 빠른 제크 아저씨에게 호기심이 생긴 것뿐이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렇겠지…, 그래야 되는데…! 엄마야 그렇다고 쳐도 만약 아빠나 할아버지 귀에 이상한 소리라도 들어갔다가는, 제크 아저씨 모르긴 몰라도 편히 죽지는 않을 텐데….

 ‘아냐! 날 배신한(?) 복수 삼아 콱 일러 버려…. 응! 그건 또 너무 치사하다.’

 엄마는 끝없이 늘어서 있는 줄을 보면서 한숨을 쉬셨다.

 우리는 저녁 일찍 도착했는데 성문의 검문에 걸려서 이렇게 줄을 선 채 한 시간이 넘도록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나저나 정말 줄이 길군요. 이럴 줄 알았으면 일정을 하루 앞당겨서 출발하는 건데…, 실수했네요.”

 “사흘 전에 와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도에서 한몫 잡아 볼 생각으로 이맘때쯤 악단이나 극단, 음유시인에 상인들은 죄다 수도로 몰리니까요.”

 “그만큼 구경거리도 많겠네요? 제크 씨는 이 추수제에 오신 적이 있으세요?”

 “네, 재작년에 와 봤습니다. 그때도 호위 임무를 맡고 여기로 왔죠.”

 “헤에, 그럼 여기 축제에서 뭐가 재미있는 지 잘 알겠네요. 이따가 안내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름다운 레이디의 부탁을 거절하는 남자가 과연 세상에 있을까요?”

 “어머! 말은 정말 잘 하신다니깐, 여자 많이 울리셨겠어요.”

 “이런이런, 제가 말발 좋다고 자주 그런 오해를 받는데 전 분명 여자 손목 한 번 잡아 본 적 없는 총각입니다.”

 “그 말 정말인가요? 거짓말이라면 정말로 능숙하시다고 칭찬해 드려야겠네요.”

 “레이디의 이름을 걸고 맹세할 수 있습니다.”

 “어머! 제 이름을 왜 함부로 사용하세요? 그러면 제가 제크씨 아내라도 되는 것 같잖아요.”

 “아, 그런가요? 이거 큰 실례를 범해 버렸군요. 하하하! 용서해 주시겠습니까?”

 “뭘, 그 정도 가지고…, 당연히 용서해 드려야죠. 대신 정말로 재미있는 데만 데려다 주시기에요.”

 “용서를 해 주신다는 데 책임지고 모셔다 드려야죠.”

 난 얼빠진 얼굴로 그 둘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누나 정말 이번에 처음 인간 세상에 나온 거 맞아? 어찌 저렇게 능수능란하게 제크 아저씨를 다루는 거야? 에휴, 잠깐만이라도 제크 아저씨가 누나를 이길 수 있는 상대라고 생각했던 내가 잘못이지…. 저렇게 하루 만에 휘어 잡힐 줄이야…? 제크 아저씨 위대했다는 발언 취소다.’

 그런데 엄마 쪽은 나보다 더 심각하시다.

 둘을 바라보는 얼굴은 새하얗게 변해 있었고, 입으로는 끊임없이 ‘설마… 하루만에… 아니겠지…, 아닐 거야. 우리 자기한테는 뭐라고 말하지? 아니야…, 아닐 거야.

 그래도 저 모습은… 완전히… 아니겠지…? 괜한 걱정 일거야…’ 라는 말을 중얼거리셨다.

 ‘흠! 근데 자기…, 이거 아빠를 가리키는 말 맞겠지? 아직도 청춘이시구나, 두 분은……. 하긴 아빠는 4000살이신 데도 불구하고 위엄보다는 익살맞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이시고, 엄마는 이제 2500살이라 우리 실버 일족 성룡 중에 최고로 어리시니… 아직 신혼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겠지…, 정말 무리가 없는 건가?’

 울 할아버지 말을 빌리자면 아빠는 나이 값도 안 하고, 영계를 꼬신 역적 같은 놈이라던가? 그래서인지 아빠와 할아버지는 사이가 별로 안 좋으시다.

 제크 아저씨는 얼마나 더 기다려야 되는 지 알아보신다며 잠시 입구 쪽으로 가셨고, 그 틈을 타서 엄마가 누나에게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

 “저기…, 얘 티아야.”

 “예?”

 “저기 너…, 그러니깐 제크를 어떻게 생각하는 거니? 그러니깐 혹시… 내 말은… 제크를, 저 인간을 혹시… 그 연애 대상으로 생각한다든지…?”

 대충 엄마의 말뜻을 알아차린 누나의 눈은 동그래졌다가 곧 미소가 어렸다.

 ‘음! 저 미소는 장난기 어린…, 무언가 엉뚱한 말을 할 기색이군…. 엄마는 아직 알아채지 못하신 거 같은데……?’

 “만약 그렇다고 하면 엄마는 어쩔 거야? 허락해 줄 거야?”

 허억! 엄마의 얼굴이 새파래지다 못해, 저게 과연 사람 피부색인가 할 정도로 변했다.

 엄청 충격이시겠지…. 누나도 참 못 된 구석이 많다니까… 아니 원래 못 됐지!

 “저~얼~대 허락 못 해! 아직 성룡도 안 된게 벌써부터 유희 흉내야? 지금의 너희들은 그저 잠시 놀러 나온 것뿐이야! 나중에 성룡이 되어서 유희 중에 하는 거라면 몰라도 지금은 절대 허락 못 해!!”

 “아이고 귀야 알았으니 소리 좀 지르지 마, 나도 저 제크란 인간 좋아하는 거 아니야.”

 “그 말 정말이지?”

 “정말이래도…. 딸한테 속고만 사셨나? 난 그저 재미있는 인간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을 뿐이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재미있는 인간 정도?”

 “응! 첨에는 나를 순진한 귀족가 아가씨로 보고 나를 놀리는 듯한 말투가 기분 나쁘긴 했지만, 나를 꼼짝 못하게 할 정도로 말발 좋은 게 호기심이 생기더라고! 그래서 어제는 외출 중에 적당히 길에 떨궈 놓고 고생 좀 시키려고 마음먹었는데 테이랑 말하는 걸 듣다 보니 무척 재미있게 말하잖아. 그래서 나도 이야기해 보니깐 꽤 재미있게 말하더라구. 그래서 흥미가 생긴 것뿐이야.”

 “…그렇게 생긴 흥미가 위험한 건데….”

 “에구, 울 엄마 걱정도 팔자셔. 내가 설마 인간한테 반할라고? 뭐 나중에 유희를 하게 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걱정 마요. 지금은 그런 생각 전혀 없으니깐.”

 “그래, 네가 그렇다면 그렇겠지.”

 “암! 누구 딸인데.”

 “흥, 정말일까나?”

 “뭐야, 테이? 너는 또 뭐가 불만이야?”

 “아무것도….”

 난 고개를 홱 돌려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누나 말을 듣다 보니 제크 아저씨를 빼앗기게 된(?) 원인이 어쩌면 내가 제크 아저씨에게 많은 말을 시키게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 추리가 사실이라면 난 스스로 손에 들어온 무기(?)를 누나에게 갖다 바친 셈이라는 건데…! 어이구, 이렇게 운도 지지리 없는 해츨링이 또 있을까? 아무튼 내 딴에는 고민 중이었는데, 누나 눈에는 어떻게 보였는지……?

 “요 귀여운 녀석, 누나 뺏길까 봐 질투하는 거야?”

 라면서 날 확 껴안는 것이었다.

 “우악! 뭐야, 이것 놔!”

 “많이 삐진 모양이네. 이 누나가 사랑하고 예뻐해 줄 테니 참으렴, 귀여운 동생아.”

 그러더니 나의 놓으라는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누나는 내 볼에 자기 볼을 비볐다.

 착각은 자유라지만 무슨 이리도 끔찍한 착각을 하는 거야? 난 그 반대란 말이다!

 ‘엄마도 따뜻한 남매의 사랑을 쳐다보는 것 같은 표정 지으며 쳐다보지만 말고 도와 줘요!’

 “하하하! 언제 봐도 사이좋은 남매이시군요, 이거 도련님이 부러운 걸요.”

 앞쪽 상황을 보러 간다던 제크 아저씨가 어느새 돌아와서 누나 품에서 바동거리는 날 보면서 진심으로 부럽다는 표정을 하며 말했다.

 하긴 누나 겉모습만 봐서는 거기 안긴 내가 부럽긴 하겠지?

 “아무리 부러워도 제크 씨한테는 안 해 줄거니깐 꿈도 꾸지 마세요.”

 “하하하! 이거 너무하네요, 꿈 정도는 봐 주시면 안될까요?”

 “글쎄요, 근데 제크 씨는 꿈도 남한테 허락 받고 꾸나요?”

 “레이디의 꿈이라면 반드시 허락을 받아야죠.”

 “어머나!”

 ‘둘이 다정하게 말하는 건 이제 상관 안할 테니 이것 좀 그만 놔 주지. 숨이 막힌단 말이야!’

 “그런데 앞에 가신 일은 어떻게 됐죠?”

 엄마가 둘의 말을 끊고 물어 보았다. 만약 그렇게 안 했다면 또 둘이서 끝없는 수다를 떨 것 같은 분위기라서 그랬던 것 같다.

 “아! 앞쪽 상황으로 봐서는 적어도 한 시간 정도는 더 기다려야 될 것 같습니다.”

 “그래요.”

 “휴! 한 시간이나 더 기다려야 되다니, 사람이 얼마나 많길래…?”

 ‘그것보다 누나는 날 언제 놔 줄 거야? 설마 한 시간 동안 계속 이렇게 있을 셈인가?’

 내 걱정과는 달리 누나는 곧 나를 놓아 주었다. 그리고 다시 제크 아저씨와 말을 하면서 무료한 시간 때우기를 하는 것이었다.

 나는 별로 할 일이 없어서 그냥 그렇게 창밖을 바라보았다. 아, 인간이라는 게 많기는 정말 많구나…!

 “어디서 오셨죠?”

 지나갈 것 같지 않던 시간이 지나 드디어 우리 차례다. 창 밖에 이 도시 경비병으로 보이는 사람이 피곤해 죽겠다는 얼굴로 물어 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 경비병의 얼굴이 급속도로 헤벌쭉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아마도 엄마와 누나를 보고 그렇겠지.

 “슈워즈에서 왔습니다. 목적은 관광이고요.”

 “예? 아, 예…. 그런데 슈워즈에서도 추수제는 할 텐데, 멀리서도 오셨군요.”

 이 사람 앞에 사람한테는 그런 식으로 안 물어 보고 어디서 왔고, 몇 사람인지만 체크하고 보내 주더니 그렇게도 엄마와 누나를 조금이라도 더 오래 보고 싶은 건가?

 “슈워즈도 큰 도시지만 이곳 수도 다이리에서 열리는 축제와는 비교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큰 맘 먹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아, 예. 저기 그럼, 일행은 여기 계신 분들이 전부이십니까?”

 “네!”

 “저기‥, 그‥그럼 즐거운 시간 되시길 빕니다. 다이리 여신의 보살핌이 있길 빌겠습니다.”

 “그쪽도 여신의 보살핌이 함께 하기를… 멋있는 경비병님.”

 이라고 누나가 엄마 대신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말해 주자, 경비병의 얼굴이 잘 익은 사과처럼 붉어졌다.

 한동안 멍하니 있던 경비병은 곧 자신의 신분을 자각하고는 다리 위에 있는 동료들에게 통과시키라는 말을 했다.

 그러나 누나의 장난기는 그치지 않고 몸을 내밀어서 다른 경비병에게도 미소를 지으면서 ‘수고하세요’ 라고 하면서 경비병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다.

 “티아야, 너무 사람들을 놀리지 말아라.”

 엄마가 눈치를 채고 누나에게 주의를 주자 누나는 그제야 ‘예’ 하고는 몸을 마차 안으로 넣고 혀를 낼름 내밀면서 헤헤거렸다.

 “사람들 반응이 정말 재미있네. 이러다가 버릇될 것 같아.”

 “버릇되면 큰일 난다.”

 “네에~!”

 내가 슬쩍 뒤를 쳐다보니 거기 있던 경비병들은 아직도 멍한 눈빛으로 우리 마차를 쳐다보고 있었다.

 쩝, 이러다가 우리 여행 끝날 때 상사병 환자 잔뜩 만들어 버리는 거 아닌지…?

 우리가 탄 마차는 마차가 다니는 도로로 들어서서 곧 우리가 묵을 여관 앞에 당도했다.

 엄마가 나흘 전에 예약했다는 여관으로, 이 도시에서 최고급인 여관이라 웬만한 귀족가들이나 왕족들 아니면 얼씬도 못하는 곳이라고 한다.

 용병들과 마부는 우리가 묵는 여관 맞은편에 묵기로 했는데 그 여관도 꽤나 고급 여관이었다.

 “이거 별로 일도 안 한 거 같은데 이런 여관에 묵으려니 부담스러운걸요.”

 제크 아저씨가 농담 반 진담 반이라는 뜻으로 말했다.

 제크 아저씨 말대로 수도에 도착하기 전에 가장 위험하다는 산길을 아무 이상 없이 지나쳐 와서 용병들이 몸 풀 기회가 없다고 투덜투덜 댈 정도로 그들이 한 일은 그저 우리 옆을 나란히 따라서 온 것뿐이었다.

 “무슨 소리를 하세요? 제크 씨네 용병들이 있어서 몬스터들이 겁먹고 접근 안 한 것일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 너무 어려워 마시고 푹 쉬신 후, 떠날 때도 확실한 경호 부탁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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