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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드래곤 남매
작가 : 강명운
작품등록일 : 2016.7.7
드래곤 남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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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으이그, 역시 느림보 해츨링.”
“누나가 이상한 거라고!”

드래곤 역사상 전설이 되어가는 쌍둥이 드래곤의 탄생?
말썽꾸러기 티아와 연약한 테이의 좌충우돌 사랑 이야기!

“우리 실버 일족의 축복받은 아이들아. 너희들의 이름은 이제부터
몸과 마음이 하나라는 뜻을 가진 문장, 티아루아, 테이루아라고 짓기로 하였단다.
각각 애칭으로 티아와 테이라고 부르기로 하자꾸나. 마음에 드니?”
이렇게 우리 쌍둥이 남매는 어른들의 사랑과 보호를 받으면서 행복…
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제 23 화
작성일 : 16-07-14 17:15     조회 : 474     추천 : 0     분량 : 8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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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의 자존심은 그렇게…(2)

 

 

 

 “우와! 저기 저 여자들 좀 봐, 너무 예쁘다.”

 “어머, 저 둘은 쌍둥이인가 봐.”

 “어쩜! 자매 둘이 스타일까지 똑같네. 너무 귀엽다.”

 “그러게, 납치해서 내 동생 삼고 싶을 정도야.”

 “호호호! 그냥 콱 납치하지 그러니.”

 “어머, 정말 그래 볼까?”

 제발 참아 주었으면 좋겠는데….

 지금 저 인간 여자들은 저희들끼리 수군댄다고 우리한테 안들릴 거라고 생각하나 본데 여기에는 드래곤 두 명에 엘프 한 명이 있어서 대화 내용이 아주 자~알 들린다는 사실을 알 리 없겠지…. 여자들의 거리에 와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우리 일행은 가는 곳마다 주위 여자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뭐 이르 누나는 엘프인 만큼 아무리 우리 넷 중에서 가장 수수하게 옷을 입었다고는 하지만 엘프 특유의 신비스런 아름다움을 감추지 못하고 온몸으로 발산하고 있었고, 레이나 누나는 인간 중에서도 꽤나 아름다운 편에 속하는 데다 공작가 따님답게 기품이 넘쳐흘러서 이목을 집중시키는데 한몫을 했다. 그러나 그 둘의 아름다움을 가볍게 제압해 버리는 것은 슬프게도 우리 남매(?)였다.

 인정하기 싫지만 누나와 나는 정말 닮아…, 아니 아예 붕어빵같이 똑·같·은 데다가 미모도 옆의 두 누나와 비교해서 더하면 더했지 결코 떨어지는 미모가 아니었기에 더욱더 다른 여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데 크나큰 공헌을 했다.

 주위 여자들의 수군거림이 들리지 않는 레이나 누나는 그저 여자들이 수군대는 것만 보는 것으로 무슨 소리들을 하는지 알겠다는 표정을 짓고는 우리 둘을 보면서 속삭였다.

 “테이, 여장시키길 너무 잘했다. 너희들 완전히 인기폭발인 걸.”

 난 다른 의미(?)로 여자들에게 시선을 끈다는 게 달갑지 않아서 대답을 안 했지만 티아 누나는 정말 즐거운지 레이나 누나에게 대답했다.

 “정말 그러네요, 호호호! 그냥 테이를 축제 기간 내내 여장시켜서 데리고 다녀도 되겠어요.”

 “난 절대 싫어! 오늘 하루뿐이야!”

 나의 필사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레이나 누나와 티아 누나는 벌써 내일은 뭘 입힐까 고민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 여자들은 남자의 자존심을 얼마나 뭉개 버려야 속이 시원한 거야? 개 중에는 나처럼 - 인정하기 싫지만 - 여장이 어울리는 남자가 있고, 그걸 자랑 삼아서 혹은 취미로, 아니면 생계 수단(?)으로 사용하는 자들이 있다지만 난 그런 특정 부류 남자들과는 명백히 틀린 순수하게 건장한 남·자란 사실을 왜 몰라주는 거란 말인가?

 한숨을 푹푹 쉬는 내가 불쌍해 보였는지 이르는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내가 흥미를 끌만한 구경거리들을 가리키며 내 기분을 풀어 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에휴! 이르 누나밖에 없네. 날 생각해 주는 건.’

 유일한 내 편 - 비록 발언권은 일행 중에서 제일 없지만 - 인 이르 누나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워서 난 되도록 분위기에 맞춰서 즐겁게 이곳저곳을 구경하면서 즐겼다.

 오해는 말기 바란다. 축제 구경을 즐겼다는 거지, 여장을 즐겼다는 건 절대 아니다.

 여자들의 거리는 다이리 여왕 때부터 만들어졌다고 한다.

 제국 내에서 남자들이 가족과 나라를 지킨다면 그 뒷바라지를 하는 여자들의 노고도 만만치 않기에 여자들을 위한 여자들만의 스트레스 해소 공간이 필요하다는 여왕의 명령에 따라 만들어진 축제 행사로 이제는 이곳 수도 다이리 축제의 명물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한다.

 오늘 하루 이 거리에서 정말 남자라고는 코빼기도 보지 못했다.

 오직 여자들만 거닐면서 여자들을 위해서 마련된 각종 놀이와 행사, 그리고 여성용품 등을 싸게 팔거나 혹은 경매가 열리는 등 정말 모든 행사는 철저하게 여성들을 위한 행사였고, 오늘 하루 이곳 치안을 담당하는 것도 여자 기사들이었다.

 주위에는 온통 여자, 여자, 여자뿐이다 보니….

 ‘으으, 머리 어지러워.’

 여자들이 뿌리고 다니는 각종 향수 냄새 때문에 머리가 어질어질 거렸다. 내 상태를 눈치 챈 레이나 누나는 근처 노천카페로 데려가 날 앉게 해 주었다.

 그리고 내 옆에 앉아서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괜찮니, 테이야?”

 “힝! 안 괜찮아요. 여자들은 왜 그런 독한 냄새가 나는 향수를 뿌리고 다니는 거예요? 골치가 지근거려요, 힝.”

 “그거야 남자를 유혹하기 위해서지.”

 너무나 직설적인 지적에 날 위로해 주려고 말을 꺼내던 레이나 누나와 이르 누나가 굳어 버렸다.

 하여튼 과연 티아 누나에게 수치심이라는 게 눈곱만치라도 있는지 의심이 들게 만드는 발언이었다.

 “티아야, 꼭 남자를 유혹하려고 뿌리고 다니는 건 아니잖아.”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면서 어색한 미소로 변명하는 레이나 누나에게 티아 누나는 지지 않겠다는 듯이 말로 밀어붙였다.

 “그럼 테이 말을 빌리면 왜 그렇게 독한 향수를 뿌리고 다니는 거에요? 그런 향기로 여자들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건 이상한 여자일 테고 아무도 맡아 주지 않을 향수를 굳이 뿌리는 건 바보짓이잖아요. 남자들에게 한번이라도 더 시선을 끌어 보기 위한 여자들의 무기 중 하나가 향수이고, 시선 끌기는 결국 절 꼬셔주세요 하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그냥 기분 삼아? 남들 다하니깐? 이런 이유로 향수 뿌리고 다니는 여자들은 향수 사는 돈만 낭비하는 머리 빈 여자들이라고 생각해요. 땀 냄새 같은걸 감추기 위한 여자라도 꼭 그렇게 비싸고 고급인 향수를 사용할 필요는 없잖아요. 제 말이 틀렸나요?”

 “그‥ 그게…, 그러니깐…, 져‥ 졌다.”

 티아 누나의 한판승이었다.

 티아 누나를 말로서 이기려고 하다니…! 나야 워낙에 많이 당해 봐서 지금 레이나 누나의 참담한 기분을 여실히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티아 누나는 아픈 데를 콕콕 찌르거나 반론의 여지가 없게 직설적으로 문제를 지적해서 절대로 반론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설사 반론을 한다손 치더라도 그 반론의 두배 세배는 넘는 양의 독설이 쏟아 붓고, 최후의 무기인 그 무식한 힘까지 뒤에 버티고 있기 때문에 말싸움이든 그냥 싸움이든 누나를 이겨본 적이 없는 나였다.

 결코 자랑할 거리는 아니군…….

 이르 누나가 어느새 주문을 했는지 난 내 앞에 놓여진 시원한 과일 주스를 마시면서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어느 정도 향수 냄새에 익숙해져서 머리 아픈 건 많이 나아 있었다.

 색색의 드레스를 입은 여자들이 지나다녔고, 간간이 여행을 하다가 들렀는지 여행복 차림의 여자들도 눈에 띄었다.

 그리고…….

 “어, 엘프들이네요.”

 내가 깜짝 놀라서 손으로 가리킨 쪽에는 몇 명의 여자 엘프들이 구경을 하면서 지나다니고 있었다.

 “응, 그래. 인간들이 연 축제지만 타 종족도 가끔씩 구경하러 온단다.”

 레이나 누나의 설명에 난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런 자리에서 이런 말 하기는 뭐하지만, 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엘프를 노예로 잡아간다는 도시에 어떻게 엘프들이 돌아다니는데요.”

 나의 직설적인 지적에 - 이런, 나도 누나 닮아 가나 보다 - 이르 누나와 레이나 누나의 표정이 삽시간에 어두워졌다.

 티아 누나는 내 생각에 동조한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해 줄 것을 눈으로 요구했다.

 한숨을 쉬며 먼저 입을 연 것은 레이나 누나였다.

 “타 종족을 노예로 삼던 시절은 백여 년 전에 엘프와의 전면 전쟁 뒤로 완전히 사라졌어. 법으로도 노예 밀매는 금지되었고…, 어디까지나 표면적으로지만…….”

 “음성적으로는 얼마든지 성행하고 있다는 말이군요.”

 티아 누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레이나 누나는 한층 더 어두워지는 낯빛으로 말을 이었다.

 “이번 이르의 일로 조사하던 중에 알아낸 것 가운데 충격적인 것은 일부 고위 귀족들 중 몇몇은 아예 노예 상인들의 두를 봐주면서 뒷돈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었어. 그 중 몇 명은 이름까지 확인된 상태야.”

 “그럼 왜 잡아가질 않는 거죠?”

 “그들의 권력 때문에 쉽게 손을 대기에는 어려운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야. 특히 그 중심적인 위치에 있는 것은 바로 이번 일의 주모자인 로헨타이 공작가였기에 더욱 신중하게 일을 진행시킬 수밖에 없어. 그렇다고 잡혀서 팔려 가는 엘프들을 그냥 놔둘 수가 없어서 노예 상인들이라도 검거해서 재판에 회부하긴 했지만 하나같이 아래 하위 조직들만 잡았고, 고위 조직은 로헨타이 공작가의 입김 때문에 접근도 할 수가 없었어. 아니 설사 잡았다손 치더라도 어떤 치사한 수법을 써서라도 풀어 주었을 거야. 결정적인 증거를 잡아서 대외적으로 로헨타이 가문의 명예를 떨어트리기 전에는 이 악습은 고쳐지지 않겠지.”

 레이나 누나는 자신의 앞에 놓인 주스 잔을 만지작거리면서 침울해졌다. 그런 레이나 누나 대신 이르 누나가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저도 레이나의 도움을 받아서 근처 엘프 마을에 경고를 했었어요. 엘프들도 다시 전쟁이 일어나는 걸 원하지 않기에 마을의 방어도 좀 더 철저히 하고, 여행을 가는 엘프들도 충분히 주의하도록 교육을 시키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해결되지 않고 이대로 가다가는 언제고 다시 백여 년 전의 비극적인 전쟁이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습니다.”

 “그래,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너희들을 만난 건 크나큰 행운이야. 후후후! 테이의 불행이 설마 우리에게 행운을 안겨 주게 될 줄은 몰랐어. 처음 봤을 때는 그저 엄마 잃어버리고 울던 불쌍한 아이로밖에 안 보였는데.”

 “우‥ 울었다는 말은 좀 빼죠.”

 하지만 이미 늦었다.

 “호오! 역시나 테이, 너 울고 있었구나. 내 그럴 줄 알았지.”

 으윽! 그렇게 누나의 집요한 ‘길 잃어버리고 울었지’ 라는 질문에 안 울었다고 버텼는데 설마 이런데서 들통날 줄이야.

 이것으로 미아가 되어서 울었다는 약점을 새로이 누나에게 제공해 준 꼴밖에 되지 않았잖아. 누나라면 이것만으로도 한 백여 년은 날 괴롭혀 대겠지. 아아, 앞날이 캄캄해진다.

 난 레이나 누나에게 따지고 싶었지만 참았다.

 분위기가 착 가라앉은 상황에서 도저히 왜 그런 것까지 말해서 곤란하게 만드냐는 말을 꺼낼 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런 상황을 연출하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나였기에 더욱 더 따질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할 수 없다.

 어차피 이런 일이 한두 번인가? 그냥 내 무덤 팠다고 생각하고 이 건은 포기할 수밖에…….

 아무튼 이런 좋은 날씨에, 더구나 축제 중에 이런 분위기는 결단코 어울리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만들었으니 책임도 내가 져야겠지! 그렇게 결단을 내리고는 난 눈물을 삼키고 일을 실행했다.

 “너무 걱정들 마세요. 우리 엄마는 정말 마법이 뛰어나시니까 이번 일을 잘 해결해 주실 수 있어요. 이왕 축제에 나왔으니 축제를 즐겨야지요, 그렇지 않아요?”

 ‘후우! 잠시 심호흡 한 번하고…, 흑! 정말 싫은데…!’

 “저 이제 머리 아픈 거 괜찮아졌으니 구경하러 가요. 네, 언·니·들!”

 내가 마지막 최후의 자존심을 버린 결과는 훌륭하게 성공했다.

 레이나 누나와 이르 누나는 물론 티아 누나까지 눈을 크게 뜨고서 날 바라보았다.

 “뭐, 이왕 이렇게 차려입은 거, 계속 남자처럼 행세하면 보기 안 좋잖아요. 그러니 오늘 하루는 막·내·여·동·생 테이루아가 되어 드릴 테니 즐겁게 놀아요. 네, 언·니·들!”

 크하하하하! 막내 여동생이라…? 그래, 이왕 버린 몸(?). 더 버린다고 어떻게 될라고…? 이런 내 눈물겨운 노력으로 내가 가라앉혀 버린 분위기를 다시 띄울 수 있다면 정말 여동생이 되어주지.

 누나들…, 아니지 하려면 확실하게…! 언니들은 나의 의도를 알아채고는 생긋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아, 우리 귀여운 여동생 테이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오늘 하루 정말 신나게 놀아 봐야지, 그렇지. 티아야.”

 “당연하지, 언니, 자. 그럼 안내는 언니에게 맡길게요. 오늘 하루 길이길이 기억에 남는 추억으로 만들자고요. 음, 그런데 여동생 테이라…? 이름이 안 예쁘다. 남자 이름 같잖아.”

 당연히 내가 남자니깐 그렇지! 이거 내가 괜한 짓 한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스쳐지나 갔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어떻게 흘러갈지를 지켜보는 수밖에…! 흑,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다.

 “루아가 어떨까요? 테이루아니깐 뒤에 두 자를 애칭으로 붙이면 되지 않을까요?”

 “아니에요. 이르, 나도 티아루아인데 같은 루아를 쓰면서 테이만 이 애칭을 쓰게 만들 수는 없잖아요.”

 “그래, 아예 귀여운 이름을 새로 만들어 버리자.”

 “좋은 생각이야. 레이나 언니.”

 그리고 세 명의 여자들은 나의 새로운 애칭 및 이름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면서 걸어갔다.

 나, 잘한 거 맞지? 분위기를 밝게 바꾸어 놓았으니 분명 내 희생이 쓸모없진 않았을 거다.

 그런데 왜? 왜 이렇게 눈물이 날 것 같을까? 난 속으로 눈물을 삼키면서 뒤를 따라갔다. 이후의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도 모른 채….

 

 

 

 남자의 자존심은 그렇게…(3)

 

 

 

 “수많은 아가씨들을 제치고 본선까지 오른 여덟 명의 아가씨들 중 올해의 미스 다이리! 대상, 대상은…, 놀랍게도 두 명의 아가씨가 뽑혔습니다. 티아루아, 레아루아 쌍둥이 자매입니다.”

 “와아아아아아아!”

 광장이 떠나 갈듯한 함성이 크게 울려 퍼졌다.

 대부분 남자들의 열광 섞인 함성을 들으면서 난 어색하게 웃으면서 옆에 서 있는 티아 누나와 함께 손을 흔들었다.

 흑! 어찌된 거냐 하면 어제 내가 쓸데없는 말을 한 덕분에 즐거워야 할 축제 구경이 갑자기 우중충하게 되어서 분위기 바꾼답시고 자존심 버려가면서, 언니라는 말까지 쓰면서 완벽하게 여자가 되어서 즐겁게 놀았다.

 난 그때 분명 오늘 하루만이라고 했건만, 오늘 아침 레이나 누나와 티아 누나가 내 방으로 쳐들어오더니 내가 뭐라 말할 틈도 안 주고 드레스로 갈아입혀 버렸다.

 그 일사불란한 행동으로 추측컨대 아예 오늘 하루, 여자로 다시 만들 작정을 하고 어제부터 준비해 왔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상태로 아침 식사에 나가서 다시 한번 레드포머 공작가에 찬바람을 일게 만들고, 누나들 손에 이끌려 오게 된 것이 미인 뽑기 대회였다.

 뭐 정확한 명칭이 ‘미스 다이리’ 어쩌고저쩌고였지만 그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건 내가 이 미인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쌍둥이 미녀라는 신비스런 분위기가 크게 작용한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남자가 미인대회 우승이라니…?

 남자로서의 회의가 팍팍 느껴져서 괴로운 기분이다.

 혹시 인간들은 이런 기분을 잊으려고 술을 마시는 걸까? 만약 그렇다면 나도 지금 당장 술독에 빠지고 싶다.

 창조신이여!! 차라리 날 여자로 만들지 그랬습니까? 왜 하필 날 남자로 만들었습니까? 왜~에에?!!!!!

 

 

 미인대회 우승을 한 자는 수도를 한 바퀴 돌면서 사람들에게 구경거리가 되는 행사가 있었다.

 오픈 마차(?)에 타고 수도를 한 바퀴 도는 행사를 마치자 이미 해가 지고 있었다.

 난 행사 내내 누나 옆에서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손 흔드는 것밖에 안 했는데도 다른 그 어떤 날보다도 힘이 쭉 빠지는 기분이었다.

 “레아야, 피곤하니?”

 레이나 누나는 어제 내가 여장일 때 부르기로 한 애칭인 레아라고 부르면서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지금 우리 일행은 노천카페에서 쉬고 있는 중이었다. 레이나 누나 걱정대로 난 피곤해 죽을 지경이었다.

 카페에서 쉬고 있는 와중에도 지나가는 남자들마다 우리에게 정확히는 나와 티아 누나에게 말을 걸어왔고, 여자들은 꺅꺅거리면서 우리를 쳐다보며 수군댔다.

 그 내용은… 관두자. 생각하면 할수록 피곤하다. 레이나 누나는 내가 아예 대꾸도 안 하니까 안절부절 못하면서 물었다.

 “오늘 너무 많이 시달려서 그런가? 레아야, 졸리니? 이제 그만 집에 갈까?”

 난 힘없이 고개를 들어서 제발 그래 달라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리고 덧붙여서…….

 “누나, 우리끼리 있을 때는 그냥 테이라고 불러주면 안 될까요?”

 “얘는, 언니라고 부르라고 했잖아. 지금 모습에는 레아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는데 왜 굳이 남자 이름으로 불리고 싶어 하는 거니?”

 “난 남자잖아요!”

 “지금은 여자잖아. 목소리 낮춰라.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겠다.”

 티아 누나의 말에 내 마지막 남은 이성의 끈 하나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누구 때문에 내가 가슴까지 단 이상한 모습이 되어서 이 고생을 하게 됐는지 티아 누나는 정녕 모른단 말인가?

 “무슨 상관이야! 난 더 이상 여자 옷 안 입을 거야! 절대 안 입을 거란 말이야!!”

 발악을 하며 외쳐 대는 내 모습을 보면서 세 여자들이 소곤대는 소리가 내 귀에 정확하게 들렸다.

 “으음, 역시 무리였나?”

 “잘 적응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속으로는 무척 참고 있었나 봐요.”

 “저기 이제 그만하죠, 레아, 아‥ 아니 테이가 불쌍해 보일 정도예요.”

 “에이, 재미있었는데 그만 둬야 되다니 아까워요.”

 “나도 좀 아쉽다. 내일은 댄스파티에 데려가려고 했는데.”

 “댄스파티? 와, 재미있겠다, 쌍둥이 미인 자매가 나간다면 한 인기 끌 수 있을 텐데.”

 “그렇지? 정말 아쉬워.”

 이‥ 이… 여자들은 날 이 꼴로 만든 걸 정말 반성하고 있는 걸까? 아니, 전혀 안 하고 있잖아. 난 기분이 쭉 빠지는 기분을 느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응, 레아야. 어디 가니?”

 “화장실.”

 “안 돼, 숙녀는 화장실 간다는 말을 직접 하면 안 돼.”

 “그럼 뭐라고 해요?”

 “음, 화장 고치고 오겠다는 말을 하면 돼.”

 정말이지, 여자란 존재는 무슨 자질구레한 일까지 신경쓸 게 이리 많단 말인가? 난 여자로 안 태어난 것에 무한한 감사를 하고, 동시에 현재 이런 꼴이 된 내 운명을 저주하면서 화장실로 가려고 했다.

 그 순간 이르 누나가 날 불렀다.

 “저 테이‥가 아니라 레아.”

 “왜요?”

 “아! 저, 저기…, 그러니깐… 여자 화장실로 가셔야 돼요.”

 내 얼굴은 단번에 확 붉어졌고, 레이나 누나와 티아 누나는 탁자에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떨고 있었다.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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