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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드래곤 남매
작가 : 강명운
작품등록일 : 2016.7.7
드래곤 남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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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으이그, 역시 느림보 해츨링.”
“누나가 이상한 거라고!”

드래곤 역사상 전설이 되어가는 쌍둥이 드래곤의 탄생?
말썽꾸러기 티아와 연약한 테이의 좌충우돌 사랑 이야기!

“우리 실버 일족의 축복받은 아이들아. 너희들의 이름은 이제부터
몸과 마음이 하나라는 뜻을 가진 문장, 티아루아, 테이루아라고 짓기로 하였단다.
각각 애칭으로 티아와 테이라고 부르기로 하자꾸나. 마음에 드니?”
이렇게 우리 쌍둥이 남매는 어른들의 사랑과 보호를 받으면서 행복…
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제 22 화
작성일 : 16-07-14 17:14     조회 : 484     추천 : 0     분량 : 8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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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 레이나 언니 테이와 난 쌍둥이라서 닮았잖아.”

 “응? 그야, 쌍둥이니깐! 근데 그게 왜?”

 난 여기서 도망쳐야 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 슬며시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누나는 내 행동을 눈치 채고는 재빠르게 내 뒷덜미를 낚아채 씩 웃으며 말했다.

 “어딜갈려고, 테이야. 언니, 어차피 나랑 똑같이 생겼으니까 테이에게 여자 옷 입히면 테이를 남자로 볼 사람이 있을까?”

 “아, 맞다, 여장! 그 방법이 있었구나.”

 “싫어~~~~~!”

 내 그럴 줄 알았어. 지난 삼백 년 간 누나와 관계된 불길한 예감은 결코 틀린 적이 없다니까. 난 어떻게든 빠져나가야 된다는 생각에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면서 반항했다.

 “내가 여장이 어울릴 리가 없잖아!”

 “나랑 닮은 얼굴인데 안 어울릴 리가 없잖아.”

 “맞아, 테이야. 이 누나가 예쁘게 꾸며 줄게.”

 내 귀에는 예쁘게라는 말이 무척 강조돼서 들리는 듯한데, 착각일까? 아무튼 여기서 얌전히 여자 옷 따위 입을소냐!

 “난 가슴도 없단 말이야. 근데 어떻게 드레스를 입어.”

 “걱정마. 가슴 작을 때 입는 드레스도 있어.”

 “아니 언니 그것보다 폴리모프로 가슴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

 “아, 그러면 되겠다. 역시 마법이란 편리하구나. 그래, 이왕이면 머리카락도 길게 만들 수 있을까?”

 “당연하지. 내 머리카락이랑 똑같은 길이로 만들어 줄게.”

 이거 점점 더 내가 내 무덤을 파는 기분이 드는 것 같았다. 난 유일하게 내 편을 들어줄 - 것 같은 - 이르 누나에게 애원의 눈길을 보냈다.

 이 방법이 안 통하면 난 정말 끝이다. 최대한 애절하게 보여야 돼! 그러나 내 애절한 눈빛에 돌아온 대답은……!

 ‘지금 레이나 상태를 말리는 건 불가능해요. 티아 님도 마찬가지 같고요.’

 라는 뜻을 담은 어쩔 수 없다는 이르 누나의 눈빛이었다. 한마디로 지금 내 상태는 절·망·적이었다.

 “언니, 이왕이면 내가 입은 거랑 비슷한 스타일로 부탁해.”

 “응, 맡겨둬. 최고로 예쁜 드레스와 코디로, 최고로 귀여운 쌍둥이 자매로 만들어 줄게.”

 “자 그럼. 테이야, 이제 옷 벗을 시간이다.”

 “아악, 누나 하지마! 이러지 마!!”

 누나의 그 우악스런 힘이 지금 내 몸에서 옷을 하나 둘 벗겨 내고 있었다. 안 돼! 안 돼!! 자존심이…, 남자의 자존심이!!!

 내 남자의 자존심은 그날 그렇게 무너져 갔다.

 

 

 레드포머 공작가 저택의 수련장에서 제이크는 어젯밤 티아에게서 받은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티아가 부러트린 자신의 검 대신이라면서 갖다 준 검이었다.

 그가 검을 이리저리 휘두를 때마다 은색의 검광이 허공을 수놓았고, 동시에 주위의 공기가 조금씩 얼어 가는 것만 같았다.

 차갑도록 시린 검광을 품은 마법의 검, 티아가 갖다 준 검은 몇십만 골드를 주고도 못 구한다는 마법검이었다.

 어젯밤 이 검을 받았을 때 제이크는 놀란 눈으로 정말 이 검을 받아도 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티아는 생긋 웃으면서 원래는 테이거지만 테이거는 곧 자신 것이니 제이크에게 주겠다고 말해서 제이크의 이마에 굵은 땀방울을 맺히게 만들었다. 안 봐도 뻔했다. 틀림없이 폭력으로 가져 왔으리라!

 하지만 그 문제는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만약 내가 위험해지면 이 검으로 날 구하러 와 주실거죠?”

 라고 말하면서 환하게 웃어 주는데 싫다고 말할 남자가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결국 제이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 검을 받았었다.

 몇 번 검을 휘두르던 제이크는 마지막으로 나무 말뚝을 과녁 삼아 힘 있게 검을 휘둘렀다.

 제법 굵직한 나무 말뚝은 수수깡인 냥 싹둑 잘려 나갔고, 잘려 나간 부위는 새하얀 서리가 끼어 있었다.

 “거참, 지혈 효과 하나는 짱인 검이겠군!”

 제이크는 검을 이리저리 훑어보다가 검날에 살며시 손을 대보았다.

 “앗, 차!”

 역시나 생각대로 검날은 무척 차가웠다. 검날은 손을 대기도 겁이 날 정도로 차가운데, 손잡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검이었다.

 정말이지 이 정도 위력이라면 이름 잇는 마검 같은데, 이런 귀한 검을 이렇게 선뜻 받아도 되는 거였나하는 의문이 다시 들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왕 쓰게 된 거 검 이름이 있을까? 있다면 어떤 이름일까’ 하는 궁금증도 들었다.

 “이거 다시 한번 아가씨에게 물어봐야겠군. 이왕이면 검 이름도 알아야겠고….”

 그렇게 마음먹고 뒤로 돌아서자 마침 문을 열고 나오는 티아가 보였다.

 타이밍 하나는 기가 막히게 맞추는 아가씨라고 중얼대면서 제이크는 티아에게 다가갔다.

 티아도 제이크에게 볼일이 있었는지 다가왔다. 그런데 걸음걸이가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어딘가 위태위태한 것 같기도 하고, 조심스러워하는 것 같기도 했다. 왜 저러시지? 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티아의 거동이 불편해 보였다.

 티아는 오늘 여자들의 거리라는 축제에 간다고 제법 신경 써서 옷을 입었는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푸른색의 어깨가 노출된 스타일의 드레스로 그렇게 야해 보이지도 않으면서도 매력이 넘치는 느낌을 주는 옷차림이었다.

 그리고 허리까지 찰랑거리는 은발을 하얀 별 모양의 다이아몬드가 박힌 검은색의 머리핀으로 양쪽으로 고정시키고 길게 늘어트리고 있었고, 귀걸이와 목걸이는 같은 하트 모양의 루비였다.

 뭐 코디야 어찌됐건 간에 더욱 중요한 것은 지금 티아는 평소와는 다르게 얼굴을 붉히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느새 마주보게 될 정도로 가까워진 두 명은 남자 쪽은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에 입을 열지 못했고, 여자 쪽은 뭐가 그리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여 버려 결국 가까이 와 놓고도 아무 말도 못하는 연애의 생짜 초보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이거 내가 왜 이러지? 플레이보이라는 이름이 울겠다.’

 제이크는 마음을 잡고는 입을 열었다.

 “저….”

 “저….”

 동시에 말을 꺼내 놓고 흠칫거리다가 다시 침묵에 들어간다는 생짜 초보 연인들의 법칙을 훌륭하게 지키고 있는 두 명중 남자는 머리를 긁적이며 시선을 돌렸고, 여자는 아예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고개를 숙여 붉어진 얼굴을 감추었다.

 제이크는 유난히 심장이 크게 두근대는 것을 느꼈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여자들을 꼬시고 ‘차 한잔에서 침대로’ 라는 공식을 충실히 지켜 온 프레이보이 제이크로서는 처음 느껴 보는 감정을 어떻게 다루어야 될지 알 수가 없었다.

 더구나 지금 자신의 앞에 서 있는 티아는 어제 자신에게 검을 줄 때부터 왠지 의미가 있는 말을 했었던 터라, 지금 티아의 행동으로 보아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충분히 짐작이 갔다.

 “저…, 무슨 말을 하려고 하셨죠.”

 자신의 짐작이 짐작으로만 끝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제이크는 확인 차 입을 열었다.

 “아! 저기… 제이크, 아‥가 아니고 제이크 씨부터… 말하세요.”

 “아, 아뇨. 전 그다지 중요한 볼일이 아니어서….”

 “아! 저, 저는 그게…….”

 제이크는 절로 침이 꿀꺽 넘어갔다. 그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리는 듯해서 혹시나 티아가 듣고 ‘다음에 이야기 할게요’ 라는 말만 남기고 돌아서게 만드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제이크의 걱정과는 달리 티아는 그 자리에 서서 조용히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용기를 내기 위한 행동인가? 제이크는 문득 그런 티아가 무척이나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티아는 몇 번 심호흡을 하더니 용기가 났는지 제이크를 쳐다보며 굳은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아, 아! 드디어 티아 아가씨에게서 사랑의 고백을 듣게 되는 날이 왔구나.’

 “미, 미안해요!”

 “예?”

 사랑의 고백과는 약간 거리가 먼 단어가 나오자 제이크는 순간 어안이 벙벙해졌다. 미안하다니, 도대체 뭐가 미안하다는 건가?

 “아, 아니 그게 아니고….”

 “예?”

 “그, 그러니깐… 조, 좋아해요. 그‥그래서… 저기 미안해요.”

 “예~에?”

 제이크의 머리는 더욱더 혼란해졌다. 좋아한다는 건 고백이 분명한데, 그래서 미안하다니? 도대체 뭐가 미안하다는 거란 말인가? 간신히 고백(?)의 말을 내뱉은 티아는 내성적인 여자처럼 눈물을 그렁거렸다. 평소에 보아 오던 티아와는 확실히 무언가 차이가 났다.

 ‘역시 사랑을 하는 여자는 극단적으로 성격이 변한다니까. 아니 그것보다 도대체 뭐가 미안하다는 거지? 혹시 나랑 신분 차이가 나서 부모님이 허락 안 해 주니까 그게 미안하다는 건가?’

 확실히 가능성이 있는 가설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자신이 노골적으로 티아에게 접근하면 노골적으로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게 티아의 어머니였으므로….

 혹시 그 일을 대신 사과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자 제이크는 그 정도야 뭐 어때서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은 그런 장애 정도는 극복할 자신이 있었다.

 “티아 아가씨. 전 괜찮으니 걱정 마세요. 반드시 당신의 부모님을 설득해 보이겠습니다.”

 “예? 뭐, 뭐가요?”

 ‘어라, 그 이야기가 아니었나?’

 그게 아니라면 도대체 뭐가 미안하다는 거란 말인가? 혹시 어제 자신에게 준 검이 실은 너무 귀한 검이라 도로 가져가야 한다는 거란 말인가? 그렇다면 미안하다는 말은 이해가 가지만, 좋아한다는 고백을 같이 할 필요가 뭐란 말인가? 알 수 없는 게 여자의 마음이란 말이 있지만 플레이보이 생활 어언 십 년, 사춘기 시절부터 여자를 울리기 시작한 그로서는 지금 티아가 무슨 마음으로 자신에게 좋아한다는 말과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건지 도저히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결국 그는 티아의 심증을 추리하는 것을 포기하고 직접적으로 물어 보기로 했다.

 “저기 티아 아가씨, 도대체 뭐가 미안하다는 거죠? 좋아한다는 말은 분명히 저를 좋아한다는 말이 맞죠? 그렇죠?”

 “아, 아니 그게 아니고…, 힝! 훌쩍…, 그러니깐. 히잉…?”

 “아악! 우, 울지 마세요.”

 지금까지 숱한 여자를 울려 왔지만 아직 시작(?)도 안 해 본 티아의 눈물은 보기 싫었다.

 이왕 티아의 눈물을 볼 바에는 자신에게 푹 빠져서 당신 없이는 못 살아요 라는 대사와 함께 흘러내리는 눈물을 보고 싶은 게 제이크의 심정이었다.

 그러니 지금 필사적으로 울먹이는 티아를 달래고 있을 때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누군가 보면 꼼짝없이 여자 울리는 나쁜 남자로 찍힐 판이라 변명을 위해서 그쪽으로 고개를 돌린 제이크는 크나큰 충격을 받고 굳어 버렸다.

 세 명의 여자들이 쳐다보고 있었는데, 다 아는 얼굴들이었다.

 곤란한 표정의 엘프 이르와 웃음을 참고 있는 레이나…, 그리고…… 그리고 레이나와 같이 터져 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고 있는 티아?

 제이크는 자신의 앞에서 울먹이는 티아에게 시선을 돌려서 이리저리 세세하게 살펴보았다.

 분명 티아였다. 그는 다시 이제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음을 참느라 노력하는 여자를 이모저모 따져 보고 살펴보았다. 그녀 역시 티·아였다.

 앞에 있는 티아와 저기 서서 웃음을 참는 티아를 번갈아 보면서 정신적 혼돈 상태에 빠진 제이크의 의문을 해결해준 건 앞에 있는 울먹이는 티아였다.

 “히잉! 누나 부탁인데 이런 일 두 번 다시 시키지 마. 창피하단 말이야! 이잉.”

 ‘누, 누나? 가만 티아에게 동생은 테이이고, 지금 앞에 있는 티아가 저기 있는 티아에게 누나라고 했으니깐 지금 앞에 있는 티아는 테이란 말인가?!’

 너무나 복잡하게 보이는 생각을 간신히 정리한 제이크는 지금 자신의 앞에서 울먹이는 티아(테이?)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의문의 해답을 구해 보았다.

 “저기…, 테이 도련님입니까?”

 끄덕끄덕~!

 앞에 있는 티아(테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을 표했다.

 간신히 웃음을 참은 레이나가 손수건을 꺼내 들고 와서 티아(테이)의 눈가를 찍으면서 눈물을 닦아주고 있었다.

 제이크는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테이… 도련님은 여자였나요?”

 제이크는 나름대로 정말 여자라면 테이 아가씨라고 호칭을 고쳐야 되지 않을까 하고 고민까지 하면서 진지하게 물었다.

 그 고민은 필요 없는 고민이었다. 테이가 빽하고 소리를 질러댄 것이다.

 “난 남자예요!”

 “그, 그런가요? 그‥그럼… 그 머리카락이랑… 가‥가슴은 대체…?”

 테이는 가슴이라는 말에 얼굴을 확 붉히고는 고개를 숙여 버렸다.

 대신 제이크의 의문을 풀어 준 건 간신히 웃음을 참고, 옆에 다가온 진짜(?) 티아였다.

 “폴리모프예요. 뭐 남자치고는 호리호리한 체격의 테이라 몸 전체를 다 안 바꾸고 가슴과 머리카락만 변형시켰는데, 어때요? 정말 나랑 닮았죠? 내 체형에 맞춰서 변형시킨 거예요.”

 “가, 가슴 말인가요?”

 “예? 아, 예!”

 이번에는 티아가 가슴이라는 말에 얼굴을 약간 붉혔다.

 “정말 진짜 같네요.”

 “호호호! 내 실력으로 이 정도면 식은 죽 먹기죠.”

 “그러고 보니 크기도 똑같군요. …감촉도 똑같은 지 확인해 봐도 될까요?”

 “윈디~!”

 “라이트닝~~!”

 제이크의 말이 끝나자마자 티아와 테이의 입에서 하급 공격 마법의 외침이 터져 나왔고, 제이크는 짜릿한 충격을 받으면서 바람에 날려서 뒤로 날아갔다.

 “무슨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거예요!”

 격렬한 반응, 이쪽이 틀림없는 진짜 티아가 맞았다. 제이크는 괜스레 웃음이 나와서 헤하고 웃으면서 툭툭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뭐가 우스워요, 변태 아저씨?”

 티아가 입을 삐죽거리면서 변태라고 하는 말에 제이크의 미소는 쓴웃음으로 변해 버렸다. 제이크는 솔직히 말하기로 마음먹었다.

 “뭐, 대충 상황은 이해가 갑니다. 테이 도련님을 여자들의 거리에 데려가려고 여장을 시켰는데 티아 아가씨랑 너무 닮았기에 어느 정도 똑같은지 시험해 보려고 제게 보내신 거죠.”

 질문이 아닌 확인을 위한 말에 티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제이크 씨가 마지막이었어요.”

 티아의 말에 지금쯤 저택 안의 사람들도 충격에 휩싸여 있겠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이크의 추리는 정확했다.

 지금 저택 안의 레드포머가 사람들은 하인, 하녀, 그리고 공작과 그 공작부인, 그리고 세이르아까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티아는 테이에게 반 협박…, 아니 완벽한 협박으로 평소 자신이 안하던 짓을 시키게 만들고 어안이 벙벙해진 사람들 앞에 자신이 모습을 짠하고 드러내 충격에 휩싸인 사람들의 모습을 즐겼던 것이었다.

 첫 희생자는 불운하게도 라이크였다. 라이크는 갑자기 ‘당신을 좋아해요’ 라고 외치며 자신에게 안겨 드는 티아(테이)에게 당황했고, 곧이어 나타난 진짜 티아가 자신에게 안겨 있는 티아가 실은 테이에요 라는 말을 듣고 잠깐이지만 남·자에게 마음이 두근거렸던 자신에게 심한 회의감이 들어서 아침부터 술잔을 훌쩍이고 있었다.

 그밖에 기타 하인들도 마찬가지 상황이었고, 하녀들에게는 위험한(?) 상상의 나래를 펴게 만들었으니 첫날 티아가 정원을 초토화시킨 것과는 다른 의미로 레드포머가를 또 한번 초토화시킨 것이었다.

 그나저나 뻔히 자신의 집사람들이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리지 않고 같이 즐긴 레이나는 과연 무슨 생각인지…?

 갑자기 레드포머 공작가의 앞날이 불투명해지는 것 같았다.

 “자자, 그것보다 어때요? 제이크 씨, 저랑 테이 이러고 있으니까 정말 쌍둥이 자매 같죠.”

 레이나가 눈물을 닦아주자 티아는 테이의 손을 붙잡고 테이의 뺨에 자신의 뺨을 갖다 대고 서비스(?) 자세를 취해 주었다.

 아까는 혼란스러워 몰랐는데 지금 티아는 옷 색깔만 녹색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드레스부터 장신구, 머리 스타일, 심지어 구두까지 테이와 똑같은 모양이었다.

 옷 스타일 똑같고, 얼굴 똑같고, 체형까지 똑같은 쌍둥이 자매(?)의 포즈는 정말 환상적인 그림이었다.

 제이크는 방금 전까지와는 다른 의미로 멍하니 둘을 쳐다보았고, 티아는 또 아무 말도 안하고 멍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제이크에게 약간 짜증을 느껴서 재촉했다.

 “제이크 씨, 어떠냐니까요. 감상. 말해주셔야죠.”

 “가‥감상이요?”

 “네, 어때요? 티아와 테이, 정말 예쁘죠!”

 옆에서 레이나가 거들면서 물었다. 확실히 예뻤다. 그러나 제이크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전혀 엉뚱한 말이었다.

 “이 참에 취향을 바꾸고 싶을 정도네요. 일명 삼각 플레이라는….”

 “윈디×2”

 자업자득! 입이 원수다라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만든 말일 것이다.

 제이크는 쌍둥이 자매(?)의 두 배 파워의 바람 마법에 데굴데굴 굴러서 근처 나무에 쿵 소리를 내면서 머리를 박고 말았다.

 “바보, 제이크 씨! 변태 중년!! 흥이예요! 언니, 얼른 가요.”

 “으응.”

 흥흥거리면서 앞장서는 티아. 말은 안 하고 있지만 화가 났다는 표정으로 얼굴이 잔뜩 부은 테이가 뒤를 따랐고, 레이나는 날려 간 제이크와 앞서 걸어가는 티아와 테이 사이에서 안절부절 못하다가 곧 둘을 따라갔다.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넷 중에서 제일 예의바른 이르가 제이크에게 사과를 하고는 뒤따라갔다.

 조용하고 평화롭던 레드포머 가의 아침을 일순간에 뒤흔들어 놓은 세 여자와 가슴까지 달고 있어 이제 남자라고 부르기에는 약간 무리가 따르는 중성(?) 한 명은 자신들이 저지른 일들을 수습할 생각도 안 하고, 그야말로 무책임하게 축제 구경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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