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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드래곤 남매
작가 : 강명운
작품등록일 : 2016.7.7
드래곤 남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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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으이그, 역시 느림보 해츨링.”
“누나가 이상한 거라고!”

드래곤 역사상 전설이 되어가는 쌍둥이 드래곤의 탄생?
말썽꾸러기 티아와 연약한 테이의 좌충우돌 사랑 이야기!

“우리 실버 일족의 축복받은 아이들아. 너희들의 이름은 이제부터
몸과 마음이 하나라는 뜻을 가진 문장, 티아루아, 테이루아라고 짓기로 하였단다.
각각 애칭으로 티아와 테이라고 부르기로 하자꾸나. 마음에 드니?”
이렇게 우리 쌍둥이 남매는 어른들의 사랑과 보호를 받으면서 행복…
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제 24 화
작성일 : 16-07-14 17:16     조회 : 416     추천 : 0     분량 : 8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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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 있어요!”

 난 소리를 꽥 질러 버리고 홱 소리가 나도록 몸을 돌리고는 걸어갔다.

 내 귀에는 이르 누나가 레이나 누나와 티아 누나에게 자신이 말실수한 것 있냐고 물어 보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끔 가다가 이르 누나가 멍해 보인다는 생각이 드는데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우리 드래곤들은 뱃속에서 소화되고 남은 음식물들은 몸속에서 자연스럽게 분해되어 버린다.

 그러니 굳이 배설을 위해서 화장실을 찾을 필요가 없다. 그럼 난 왜 화장실에 가냐고? 골치가 아파서 세수나 하려고…, 진짜다.

 이상한 상상은 삼가기 바란다. 난 여자 화장실에서 여자들 훔쳐보는 변태 따위가 아니란 말이다!

 카페의 화장실은 카페가 고급이라 그런지 꽤나 깔끔하게 청소되어 있었다.

 냄새를 없애기 위해서인지 민트 꽃을 갖다 놓고 민트 향수도 잔뜩 뿌려놔서인지 화장실 특유의 냄새(?)는 거의 나지 않았다.

 난 화장실 옆 칸에 마련된 세면실 - 여자들에게는 화장을 고치는 용도로 더 많이 쓰인다지 -에서 옆의 물통에서 물을 떠 얼굴을 씻었다.

 차가운 물에 얼굴을 씻고 나자 어느 정도 정신이 들었다.

 난 세면실에 설치된 거울로 보이는 내 얼굴이면서도 누나 얼굴이기도 한 얼굴을 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난 영원히 누나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걸까?

 ‘생각하면 할수록 우울해지니 그만 생각하자. 그렇게까지 난리를 쳤으니 내일부터는 남자로 행동할 수 있겠지. 아마도… 그렇겠지?’

 만약 내일도 여장을 시킨다면, 그때는…? 생각해 보니 티아 누나한테 반항할 방법이 없잖아? 정 안되면 엄마한테 떼라도 쓰면 될테지만 왠지 자존심 상하는 것도 같고… 이런저런 상념 속에 빠져 있어서 누군가 내 어깨를 두드리는 느낌에 소스라치게 놀라버렸다.

 “앗! 아, 죄송합니다. 곧 비킬게요.”

 그 와중에서도 철저하게 여성스런 말투를 쓰는 내게 새삼스레 놀라면서 - 아무래도 몸에 익은 것 같다 - 뒤를 돌아보자…….

 어라? 분명 여자 화장실에 있어야 될 여자가 아니라 웬 험상궂게 생긴 아저씨가 갑자기 손수건으로 내 입을 틀어막는 것이다.

 난 반사적으로 그 아저씨의 배를 힘껏 걷어찼다.

 아저씨는 윽~하는 신음 소리만을 남기고 화장실 벽으로 날아가 부딪쳤고, 덕분에 아저씨의 손에서 벗어난 나는 급히 일행이 있는 곳으로 나가려고 몸을 틀었지만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지면서 몸이 휘청거렸다.

 ‘수면향이었나?’

 아까 그 험상궂은 아저씨가 내 입을 손수건으로 틀어막을 때 달콤한 향기를 맡았었다는 게 기억나면서 난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톡톡! 누군가가 내 뺨을 살살 두드리는 느낌이 들었다.

 ‘우웅, 벌써 아침인가? 누나가 깨우는 것치고는 너무 얌전하고…. 엄마인가? 아니면 이르 누나? 레이나 누나일 수도 있겠군. 아무튼 티아 누나만 아니라면 좀 더 자겠다고 어리광부려도 넘어가겠지?’

 “으음, 10분만 더요.”

 그렇게 말하면서 몸을 뒤척이자 누군가가 내 가슴을, 정확히는 티아 누나가 내게 건 폴리모프로 생긴 젖가슴을 아주 기분 나쁜 손길로 주무르는 게 느껴졌다.

 “누구야!”

 소리를 빽 지르면서 주먹을 휘두르자 내 가슴을 만지던 그 누군가가 얻어맞고 날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어라? 근데 분명 오른손만 휘둘렀는데 왜 왼손까지 따라가지? 내가 자꾸만 졸리는 침침한 눈부터 비비고 자세히 보려고 하자 역시 내 두 손이 같이 움직였다.

 어찌어찌 해서 눈을 비비고 내 손을 보자….

 “묶여 있잖아!”

 지금 내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실감이 나지 않아서 난 허무한 목소리로 말을 하고 양 손목이 결박당한 손을 내려다보았다.

 내 손을 묶고 있는 끈 끝에는 끊어져 있는 줄이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분명 원래는 이 끊어진 줄과 하나였다고 생각되는 기다란 줄이 내 눈앞에서 대롱대롱 흔들리고 있었다.

 난 분명 누워서 자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내 모습을 보니 벽에 기댄 채 주저앉아 있는 상태였다.

 원래는 양팔을 결박당해 천장에 묶여진 저 줄에 묶인 채였던 것 같다.

 그런데 여기는 어디고 난 도대체 왜 이곳에서 이러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아까 내가 잠결에 휘두른 주먹에 맞아 날아간 듯한 아저씨의 모습이 보였다.

 벽에 거꾸로 부딪쳐서 쓰러진 듯한 모습으로 기절해 있는 저 험상궂은 얼굴의 아저씨는 분명 정신을 잃기 전에 화장실에서 수면 향이 묻어 있는 손수건으로 날 기절시켰던 그 아저씨였다.

 “그렇다면……!”

 난 분노를 느끼면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저 놈이 내 가슴(?)을 만졌단 말이렷다.”

 난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느끼면서 쓰러진 그놈에게 가서 기분이 풀릴 때까지 실컷 밟아 주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두운 지하 창고 같은 분위기였고, 중앙에는 나무상자 위에 램프 하나만이 실내를 밝혀 주고 있었다.

 그 램프의 불빛으로 주위를 더 둘러보니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였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난 양팔에 힘을 주어서 팔을 결박하고 있던 줄을 가볍게 끊었다.

 “그렇지 않아도 기분 더러운데 잘 걸렸다.”

 내가 생각해도 음산한 목소리로 이까지 빠드득 갈면서 분노에 찬 말을 내뱉고는 눈을 빛냈다.

 “전부 다 제발 죽여 달라고 사정하게 만들어 주지.”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난 처음으로 아빠의 피가 레드 드래곤이었음을 확인한 것 같았다.

 난 곧바로 계단 끝에 있는 문으로 가서 가볍게 손을 들고 마법 시동어를 외쳤다.

 “파이어 미사일.”

 십여 발의 불꽃의 화살이 내 주위에 맺혔고, 곧 내 의지에 따라서 문을 확·실·하·게 부숴 버렸다.

 박살이 나 버린, 방금 전에 문이라는 물건이 있던 공간을 넘어서자 조그마한 방이 나왔고, 건너편 방에서 방금 전 폭발 소리를 들었는지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면서 우락부락한 남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분노에 떨고 있는 나와 부숴져 버린 문을 번갈아 보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슨 일이 생겼는지 잘 이해가 안 가는 모양인가 본데……!”

 내가 말을 꺼내자 그제야 부서진 문과 나를 번갈아 보던 눈동자가 전부 다 내게 고정되었다.

 “지금부터 이해시켜 주마!”

 내가 부르짖음과 동시에 내 주위에는 나의 의지가 만들어 낸 누나의 주특기 마법인 얼음의 화살들이 생겨났다.

 “아이스 미사일!”

 커질 대로 커져서 더 커질 데가 남아 있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눈을 크게 뜬 남자들이 사태를 파악하기도 전에, 나의 수십 발의 아이스 미사일들은 남자들을 덮쳐 갔다.

 그리고 순식간에 울려 퍼진 남자들의 비명 소리라고 생각되는 괴성이 온 방안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난 처음부터 탐탁지 않은 생각이 들었었다. 토끼는 풀을 먹고 살아야 되는 법이다.

 요즘 경기가 안 좋다고 돈 많은 분들의 지갑을 나누어 가지는 것만으로는 못 먹고 살겠다고 해 보지도 않은 납치 몸값 요구 따위를 기획하니깐 일이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이다.

 그날의 기억은 정말 악몽, 그 자체였다. 일단 레쿠 녀석이 이번 미스 다이리 미인대회에서 우승을 한 쌍둥이 여자 중 한 명을 잡아올 때만 해도 일이 잘 풀리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여자가 아무리 봐도 누군가를 닮은 기분이 들었고, 불안한 느낌이 들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의기양양한 레쿠의 표정과는 달리 그 녀석의 몸이 불편해 보이는 것을 봤을 때 눈치를 챘어야 했다.

 그리고 인질의 몸은 소중히 다루어야 된다는 철칙을 깨고 아까의 빚을 받아 내야 된다는 이상한 소리를 하면서 맛(?)만 약간 보고 온다는 그를 말렸어야 됐다.

 레쿠에게 약간만(?) 당할 그 불쌍한 아가씨를 생각하면서 그 다음 차례로 내가 끼어도 될까 하는 불손한 생각을 한 벌을 받게 된 건지도 몰랐다.

 갑자기 폭발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곧 이어서 동료들의 비명 소리가 아지트를 뒤흔들었다.

 두목이 헐레벌떡 나와서 무슨 일이냐고 소리를 쳤지만 난들 어떻게 알겠는가? 지하에서는 계속 폭발 소리와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고, 갑자기 아지트 정면 쪽에서도 폭발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역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두목은 아래쪽과 정면에서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원인 모를 소리가 울려 퍼지자 나보고 정문으로 가보라고 닦달하고는 자신은 남은 부하들을 이끌고 지하로 내려갔다.

 나 혼자 정문 쪽으로 가라는 소리인가? 이런 썩을! 지하에는 비밀 통로가 있으니까 여차하면 혼자 튀겠다는 소리나 마찬가지잖아! 난 가라고 해서 말 잘 듣는 착한 아이가 절대 아니었기에 적당히 가는 척하면서 중간에 도망칠 생각으로 정문 쪽으로 내려갔다.

 중간에 적당한 창문으로 도망치면 되겠지, 라고 생각은 했는데….

 젠장, 무슨 놈의 불청객들이 이리도 빨리 들이 닥치냔 말이야?!

 놀랍게도 불청객 세 명은 전부 다 여자였고, 그 중 앞에 서 있는 여자는 방금 우리가 잡아왔던 여자였다.

 난 그제야 우리가 잡아왔던 여자가 쌍둥이라는 것을 기억해 냈고, 그 여자 주위에 둥둥 떠다니는 마법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얼음덩어리들을 보면서 지하에서 소동을 벌이고 있는 정체가 단박에 그녀의 쌍둥이 자매 중 한 명이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역시 내 머리 회전율은 천재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 난 자아도취에 빠져서 미소를 짓다가 그 여자의 마법에 맞아서 정신을 잃어 갔다.

 

 

 테이가 화장실에서 없어지자 티아는 엄마인 세이르아가 자신들이 차고 있던 마법 팔찌에 서로 떨어져 있을 때 상대방이 어디 있는 줄 알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마법을 걸어 준 것을 기억해 내고 테이를 찾아 나섰다.

 저번 테이의 미아 사건으로 세이르아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걸어 주었던 게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레이나가 일단 저택에 연락해서 병사들을 끌고 가자고 했지만 자신의 실력을 믿고 있는 티아는 그동안 테이가 무슨 일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말을 하면서 둘을 설득해서 마법의 팔찌가 테이가 있는 장소라고 가리키고 있는 허름한 술집을 찾아갔다.

 그리고는 이르의 상황을 살피고 오겠다는 말도 무시하고는 바로 마법을 난사하면서 앞뒤 안 가리고 쳐들어가서 보이는 사람마다 족족 마법으로 쓰러트려 갔다.

 힘 하나 안 들이고 건장한 남자들을 마법으로, 혹은 완력으로 집어던지는 티아를 보면서 레이나는 새삼스레 티아의 실력이 굉장하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이르는 티아가 정말 해츨링일까라는 진지한 고민을 하면서 티아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지하에서 들려오는, 방금 전 티아가 일으킨 소음과 비슷한 소리를 듣고 내려간 세 명의 여자가 본 것은….

 “헤에, 저 녀석 평소에는 얌전떨더니만 저런 면도 있었구나.”

 “저, 저렇게 화낼 만큼 큰일을 당한 건 아닐까요?”

 “일이라고 해 봐야 완전 여자도 아닌데 큰일이야 당했겠어요? 기껏해야 누가 가슴이나 만졌겠죠.”

 “그것도 큰일이라고 할 수 있잖아.”

 “폴리모프를 시켰지만 원판이 남자 녀석인데 겨우 가슴 한번 만져댄 것 갖고 무슨 큰일이라고…?”

 세 명의 여자는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참극을 말릴 생각도 안 하고, 자기네들끼리 원래 남자인 테이가 가슴 한번 건드린 것 같고 이렇게 분노해야 옳은 것인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토의를 했다.

 그것을 지켜본 이 도적 길드의 두목은 그 세 명의 기가 막힌 행동에 어이없어 하면서 테이에게 얻어맞아 벽에 세게 부딪쳐서 기절해 버렸다.

 테이의 주위로는 마법 화살에 맞아 다리나 팔에 구멍이 나서 비명을 질러 대는 남자들과 테이에게 얻어맞아서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남자들로 아수라장이었다.

 그리고 자신을 찾아서 세 명의 누나들이 왔다는 사실도 모른 채 테이는 광분을 하면서 외쳐댔다.

 “크하하하하! 더 질러, 비명을 더 지르란 말이야! 어디 한번 제발 죽여 달라고 애원이라도 해 보거라, 이 버러지 같은 놈들아! 절대 죽이지는 않으마, 죽어도 잊지 못할 공포와 고통을 너희 몸과 정신에 똑똑히 새겨 주마, 크하하하하하!”

 여전히 여장을 한 채인 테이는 목소리까지 티아가 여자답게 나오도록 마법을 걸어서 여성 특유의 소프라노 목소리였는데 하는 짓과 말투는 마왕 저리 가라고 할 정도로 흉폭했다.

 남자의 목소리라면 그래도 분위기 하나는 끝내주는군이라고 말을 할 수 있으련만, 목소리가 하이 소프라노인 여자 목소리와 흉폭한 말투의 조합은 도리어 공포감을 자아냈다.

 “테이는 화가 나면 무섭군요. 원래 저런가요?”

 이르가 광분하는 테이를 보면서 역시 드래곤의 자식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겁에 질려 티아에게 묻자, 티아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대답했다.

 “저렇게 화 내는 건 저도 처음 봐요. 역시 가슴 만지기 이상으로 더 심한 일을 당한 건가?”

 “혹시 여장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인 게 폭발한 게 아닐까?”

 레이나의 지적에 세 여자는 동시에 광분의 도가니에 빠져 있는 테이를 쳐다보았다.

 “아마도… 그런 것 같은데요.”

 “그렇게 여장이 싫었나?”

 “얌전히 있을 때는 그렇게 예쁘고 귀여웠는데…! 이제 시키면 안 되겠다.”

 “아쉽네요. 재미있었는데….”

 “그것보다 안 말려도 될까요?”

 이르의 마지막 말에 그제야 두 여자는 테이를 말려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크하하하하! 어떠냐, 뼈가 부서지는 아픔이 좋으냐? 아니면 몸이 뒤틀리는 아픔을 원하냐? 그것도 아니면 이 아이스 미사일로 몸이 뚫리는 고통을 맛보여 줄까? 죽이지는 않을 테니 자신이 원하는 고통으로 골라 보거라. 어리석은 자들이여, 크하하하하하!”

 저걸 도대체 무슨 수로 말린단 말인가? 자칫 잘못하면 자신들까지 휩싸이게 될지도 모를 판이었다.

 “티아야, 무슨 방법이 없겠니?”

 레이나의 안타까운 시선을 받은 티아는 한숨을 푹 쉬면서 말했다.

 “말로는 안될 테고 기절시켜야죠.”

 “하지만, 어떻게? 저 상태를 봐서는 우리도 못 알아 볼 것 같은데……?”

 “어떻게긴요, 이렇게죠.”

 말을 마친 티아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앞으로 달려 나갔다.

 테이는 자신의 옆에서 갑작스런 살기를 감지하고, 그쪽으로 마법을 시전했지만 미처 마법이 완성되기도 전에 뒷덜미에서 화끈한 통증을 느끼면서 기절해 버렸다.

 엄청난 속도로 테이의 뒤로 돌아간 티아가 그야말로 인정사정 남매 정까지 없이 테이를 되게 후려쳤고, 테이는 아예 벽을 부수고 옆방까지 날아가서 큰소리를 내면서 바닥에 굴러 쓰러졌다.

 티아는 손을 탁탁 털면서 체통도 잊어 먹고 있는 대로 입을 크게 벌리고 쳐다보는 레이나와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흔드는 이르를 보면서 헤헤 웃으면서 말했다.

 “걱정 말아요, 죽이지는 않았어요.”

 레이나는 다시 한번 저 남매는 범상치 않은 어린 시절을 보냈을 거라는 생각에 둘이 친동생이었으면 좋겠다는 자신의 생각을 고치는 게 낫지 않을까 진지하게 고민 했다.

 

 

 

 남자의 자존심은 그렇게…(4)

 

 

 

 “우아아아왕~! 누나 무서웠어.”

 “자, 이제 괜찮으니 그만 울렴. 테이야, 응! 뚝.”

 “아아앙~. 흑, 훌쩍! 히잉.”

 레이나는 자신의 품에서 울고 있는 테이를 달래면서 아까 전에 보았던 테이의 또 다른 모습은 꿈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티아에게 얻어맞고 기절한 테이는 얼마 후 정신을 차리는가 싶더니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레이나와 이르, 티아를 발견하고는 갑자기 달려와 안겨서 그야말로 대성통곡을 하면서 울어대기 시작했던 것이다.

 더구나 도적들이 듣기에는 정말 가증스럽게 무서웠다는 말을 하면서 울어대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그때 도적들의 억울한 심정을 티아가 딱 한마디로 대변해 주었다.

 “무섭다는 놈이 이 난리를 쳤냐?”

 도적들은 자신들의 심정을 대변해 준 티아에게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감사의 미소를 보냈다.

 티아와 이르는 부상이 너무 심한 도적들에게 힐링을 써 주고 있었다. 경비대에 연락을 해 뒀으니, 얼마 후에 몽땅 잡혀갈 신세이긴 했지만 그래도 까딱 잘못했으면 죽었을지도 몰랐기에 티아들의 출현은 도적들에게 구세주 출현이나 마찬가지였다.

 테이는 티아가 윽박지르자 울음을 그쳐 가면서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았다.

 “훌쩍, 흑! 나도 기억이…, 흑, 잘 안 난단 말이야…. 그냥 문 부수고… 훌쩍, 화가 난 것까지는 기억이…, 흑, 나지만… 그 뒤로는 어떻게 된 줄 모르겠단 말이야. 히잉!”

 테이는 어느 정도 진정이 되는지 레이나의 품속에서 딸꾹질을 하면서 울음을 멈춰 갔다.

 어느 정도 테이가 안정되어 간다고 생각 했을 때 한 명의 도적이 혀를 내두르면서 테이에게 말을 걸었다.

 “거참, 얼굴은 예쁘장한 아가씨가 홱 돌아 버리니 죽음의 여신 헬레나 저리 가라고 할 정도더군요. 아가씨는 평소에 스트레스를 가슴 속에 쌓아 두는 타입이죠? 웬만하면 스트레스 같은 것은 빨랑빨랑 풀어 버리라고요. 그렇게 쌓아 두다가 한 번에 폭발하면 주위 사람들만 피해를 입는다고요.”

 이십대의 시원스런 인상의 청년의 말에 티아들은 깊이 공감하고 있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애초에 테이에게 요 며칠 간 스트레스의 주원인을 제공한 건 바로 그녀들이 아닌가? 그걸 잘 알고 있는 레이나와 이르는 속으로 반성하고 있었지만…….

 “무슨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이 난리를 피운거람. 참네, 정말 피곤한 성격이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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