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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방사(方士)
작가 : 짬짬
작품등록일 : 2022.1.12

천민으로 태어난 몽. 우연한 기회에 태라신선이 가둬놓은 오천년 이무기의 여의주를 삼키게 되고, 우연히 신선의 세계에 빠져 들어가게 된다. 신선의 세계에서 다시 인간의 세계로 돌아오게 된 몽. 장생(長生)을 얻게 된 몽은 춘추전국시대의 말기 진시황(秦始皇)에서부터 한무제(漢武帝)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친다. 오행,천문,역법,관상,점술 등의 방술(方術)에 통달한 방사(方士)들. 교활한 마각신선으로부터 엄청난 방술을 얻은 악랄한 방사 사마혼과 주인공 몽 그리고 수많은 방사들의 치열한 방술전(方術戰)과, 춘추전국시대 수많은 영웅들의 뜨거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30화 풍백지력(風伯之力)
작성일 : 22-01-22 08:52     조회 : 76     추천 : 0     분량 : 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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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화 풍백지력(風伯之力)

 

 보옥과 몽은 계속해서 걸었다. 다행히도 조금 더 걸어가자 작은 냇물이 나와 보옥은 차갑고 시원한 냇물로 목을 축일 수 있었다. 둘은 잠시 냇가 옆 바위에 앉았다.

 

 보옥은 다리를 쭉 뻗고 저린 다리를 주물렀다. 그 모습을 보던 몽이 갑자기 보옥의 다리를 턱하니 자신의 무릎에 올리더니 주무르기 시작했다.

 

 보옥은 갑자기 몽이 자신의 다리를 만지는 것에 놀라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야....야! 너 지금 뭐하는 거야?”

 

 “뭘 하긴요? 다리 주무르는 거지. 지금은 무공을 사용할 수 없으니 많이 힘들잖아요. 왜, 싫어요?”

 

 보옥은 몽이 자신의 다리를 만지자 잠시 민망한 느낌이 들었지만,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뭐. 시원하긴 하네.”

 

 보옥의 말에 몽이 웃으며 다리를 주무르는데, 보옥이 몽을 향해 말했다.

 

 “그런데, 너는 무공은 하나도 할 줄 모르니?”

 

 “네?....아, 네. 솔직히 이전에는 무공이 그렇게 필요하거나, 중요한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럼 네가 먼 길을 가다가 산적이나 맹수를 만나면 어떻게 할 거야? 그들이 그냥 너보고 가던 길이나 계속 가세요하고 보내줄 거라고 생각하니?”

 

 그렇잖아도 몽은 또다시 위험이 닥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걱정을 항상 하고 있었다. 몽은 보옥에게 무공을 가르쳐달라고 해볼까 생각하다가, 그보다 천서(天書)를 잘 이용하면 훨씬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보옥에게 물었다.

 

 “솔직히 천서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술법들이 있어요. 그런데 그런 것들을 익히려면 저도 기(氣)를 운용할 수 있어야하는데, 아직까지 익히지 못해서....”

 

 “그것도 천서에 다 나와 있는 것 아니니?”

 

 “나와는 있는데, 워낙 제가 멍청해서 그런지 글만 읽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네요. 헤헤..”

 

 보옥은 몽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기의 운용이라....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보옥은 문득 자신이 어렸을 적 호흡을 익히는 것부터 시작했던 것이 떠올랐다. 어차피 처음부터 단계를 뛰어넘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잘 들어. 나도 처음에는 호흡을 익히는 것부터 시작했어. 그러니까 너도 그것부터 시작해봐.”

 

 “호흡? 숨 쉬는 방법이요?”

 

 “그래. 숨 쉬는 게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이게 가장 기본이야. 먼저 내가 숨 쉬는 것을 다스릴 수 있어야 몸의 기운을 다스릴 수 있게 되는 거니까.”

 

 보옥은 몽에게 자신이 익힌 행기법(行氣法)과 태식법(胎息法)을 함께 가르쳐주려고 했지만, 몽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익히는 것을 너무나 어려워하자 우선 행기법을 익히고 나서 태식법을 익힐 수 있도록 먼저 행기법을 익히도록 했다. 보옥은 행기법을 어떻게 행하는지 수차례에 걸쳐서 알려주고 나서는 몽을 향해 말했다.

 

 “익히는데 시간이 제법 걸리긴 할 거야. 그래도 한번 익혀놓으면 효과가 대단하니까 포기하지 말고 부지런히 익히도록 해.”

 

 몽은 보옥이 알려준 대로 몇 번 시도를 해보았지만, 잘 되지가 않았다. 그렇다고 갈 길이 바쁜데 무턱대고 계속 호흡법을 익히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둘은 다시 걸음을 걸었다. 산속에 땅거미가 내려앉자 몽은 처음 보옥과 길을 나섰던 때처럼 사냥을 하고, 나무위에 작은 나뭇가지들을 걸어 잠자리를 마련했다. 삼족섬(三足蟾)을 찾아 떠날 때는 배고픔 때문에 사냥을 한 것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보옥의 배를 채워야 했기에 사냥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지금은 불을 피우는 것도 몽의 몫이었다.

 

 보옥은 하루 종일 걷느라 몸이 너무 지쳐있었기에 저녁을 먹고 나서, 불편한 나뭇가지위에서도 퍼뜩 잠에 골아 떨어졌다. 나무위로 오를 힘도 없어 몽이 보옥을 업어서 올려다 주었다. 몽은 잠든 보옥의 모습을 안쓰럽게 쳐다보다가 보옥이 가르쳐 준 행기법을 깊은 새벽까지 연습했다. 그렇게 호흡법을 연습하던 몽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호흡법을 익히거나 기를 운용할 수 없는 상태에서는 술법을 전혀 사용할 수 없는 건가? 약하긴 해도 조금이라도 사용할 수 있지는 않을까?’

 

 몽은 자신이 지금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술법중에 제일 쓸 만한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보옥이 명옥신공(明玉神功)을 시전 할 때 일으킨 바람을 떠올렸다.

 

 ‘그래. 바람 같을 걸 사용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잘만 익혀놓으면 장풍(掌風) 같은 것도 쓸 수 있을 테고.’

 

 몽은 천서를 꺼내놓고, 자신이 바라는 것을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러자 천서에서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바람을 쓰기 위해서는 풍백(風伯)의 힘을 빌려와야 한다. 우선 복부의 하단전에.......’

 

 ‘뭐야? 단전이고 어쩌고, 난 아직 이런 거 알지도 못하는데 쳇!’

 

 몽은 자신이 지금 할 수 없는 기의 운용에 관한 사항들은 건너뛰었다.

 

 ‘...... 그리고는 하늘과 통할 수 있도록 부적에 통천(通天)을 써서 몸에 붙인 후, 두 팔을 벌리고 손바닥을 하늘로 향해 풍백지력(風伯之力)을 외치면 풍백의 기운을 받아 바람의 기운을 사용할 수 있다. 사람에 따라 풍백의 기운을 쓸 수 있는 힘과 시간이 다르다.’

 

 몽은 기의 운용에 관한 부분은 모두 빼고 나머지의 부분만을 행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 몽은 부적을 쓸 수 있는 어떤 도구도 없었다. 몽은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을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임시방편으로 자신의 침을 발라 한쪽 팔에다가 통천을 쓰고는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고는 외쳤다.

 

 “풍백지력.”

 

 몽은 보옥이 곤히 자고 있었기에 크게 외치지는 않았다. 몽은 자신이 외치면서도 앞의 기를 운용하는 과정을 생략했기에 크게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손바닥이 뭉클하며 어떤 기운이 손에 잡혀지는 것이 느껴졌다.

 

 ‘응? 설마....’

 

 몽은 손에 잡혀지는 그 기운을 잡아 슬며시 손을 앞으로 뻗어보았다. 그러자 몽의 손이 향한 그곳에 있던 나뭇잎이 살랑거리며 흔들렸다. 비록 아주 미약한 바람이었지만 기의 운용 없이 바람을 쓴 것에 몽은 몹시 기뻐했다.

 

 ‘됐다!’

 

 이른 아침. 보옥은 산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눈을 떴다. 새까만 먹물에 맑고 투명한 물방울이 떨어져 옅게 만들듯 군데군데 어슴푸레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보옥은 눈을 뜨자마자 자연스레 몽을 찾았으나 몽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가 않았다.

 

 ‘새벽부터 어딜 간 거야?’

 

 그때 어디선가 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풍백지력!”

 

 보옥은 소리가 난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지만 그곳은 울창한 나뭇잎 사이로 몽의 일부분만 보일 뿐이었다. 보옥이 나뭇잎 사이로 몽을 보니 손을 하늘로 향해 치켜들었다가 다시 앞으로 뻗었다가 하는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이 마치 미친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저... 저 바보가 또 뭐하는 거야?’

 

 보옥은 나무에서 내려가려고 했지만, 무공을 전혀 할 수 없는 몸이라 아래로 내려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몽! 야! 바보!”

 

 보옥은 몽을 크게 불렀다. 몽은 보옥이 외치는 소리를 듣고선 나무 아래로 뛰어왔다.

 

 “벌써 일어났어요? 피곤할 텐데 조금 더 자지 그래요?”

 

 “충분히 잤어. 그런데 아침부터 뭐하는 거야?”

 

 “뭐.... 그냥... 별거 아니에요.”

 

 몽은 일일이 설명하기도 그렇고 해서 대충 얼버무렸다.

 

 “치... 나 좀 내려다 줄래?”

 

  보옥의 부탁에 몽은 나무위로 올라가 보옥을 업고 나무 아래로 내려왔다. 보옥을 나무 밑에 내려놓고 몽이 말했다.

 

 “아, 잠깐만요.”

 

 몽은 뭔가 잊은 것이 있는 듯 어디론가 급히 달려가더니 곧 복숭아를 몇 개 들고 나타났다.

 

 “복숭아나무가 보이기에 몇 개 따왔어요. 아주 잘 익은 것들은 새들이 벌써 많이 쪼아 먹었던데, 그나마 괜찮은 것들만 골라서 따왔어요.”

 

 보옥은 이른 새벽부터 몽이 자신이 먹을 복숭아를 따느라 분주했을 모습을 떠올리며 고마운 마음으로 복숭아를 건네받아 먹었다. 복숭아를 한입 베어 물자 입 안 가득 복숭아의 달콤하고 고운 향이 퍼졌다. 보옥과 몽은 복숭아를 맛있게 먹고는 다시 길을 걸었다.

 

 상쾌한 기분으로 아침의 풀잎 냄새를 맡으며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려왔다. 보옥과 몽,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며 길을 걷던 자들은 길 위에서 마주쳤다. 이렇게 깊고, 인적이 드문 산길에서 사람을 만나 놀란 건, 서로가 마찬가지였다.

 

 ‘응? 이 깊은 산속에서.... 누구지? 그냥 약초꾼인가?’

 

 하지만 그들의 행색은 약초꾼의 모습이라기보다는 녹림(綠林)의 무리와 더 가까웠다. 몽은 순간 긴장했다. 그들도 보옥과 몽을 잠시 살폈다. 그들은 다름 아닌 북부녹림의 11채 중에서 서북 지역에 위치한 10채의 무리들이었다. 그들은 녹림의 무리답게, 옷은 다 버려서 지저분하지만 보옥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고는 침을 흘렸다.

 

 “클클클. 이야~ 이거 아침부터 웬 횡재냐? 히히.”

 

 “뭐야? 그런데, 짐은 없는 거야?”

 

 그들은 보옥과 몽에게 빼앗을 짐이 없는 것에 조금 아쉬웠는지 입맛을 다셨다.

 

 ‘다섯. 내가 다섯을 다 상대할 수 있을까?’

 

 그들은 제법 체격이 우람한 건장한 사내들이었다. 몽이 녹림의 무리들을 보며 걱정을 하고 있는데, 그때 갑자기 보옥이 웃으며 앞으로 나섰다.

 

 “호호호. 너희들 꼴을 보아하니 녹림의 무리들 같은데, 녹림의 총단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직도 모르는 거냐?”

 

 보옥의 말에 그들은 잠시 어리둥절했다. 그때, 한 사내가 뭔가 생각이 났는지 눈을 부릅뜨면서 보옥을 향해 말했다.

 

 “호.....혹시... 흑영단의.....”

 

 “그렇다. 내가 흑영단의 소단주 황보옥이다.”

 

 보옥의 말에 녹림의 무리들은 깜짝 놀랐다. 그들은 얼마 전 흑영단의 소단주 옥성여제(玉成女帝) 황보옥이 총단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는 사실을 전해 들어서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감응천 일당이 몰래 뒤따라가 벌였던 일들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오....옥성여제?”

 

 그들은 보옥과 몽을 번갈아 바라보며 긴장했다. 그때 보옥이 말했다.

 

 “너희들도 가던 길을 계속 가고, 나도 가는 길을 계속 갔으면 좋겠는데? 뭐, 꼭 피를 봐야겠다면 어쩔 수 없고....”

 

 보옥의 말에 제일 앞에 있던 녹림의 사내가 얼른 대답했다.

 

 “아...가..... 감사합니다. 얼른 저희들은 가던 길이나 가도록 하겠습니다. 아, 아니... 옥성여제님께서 먼저 지나가시도록 하시지요.”

 

 그렇게 말한 사내는 얼른 일행들을 길옆으로 물러서게 만들었다.

 

 ‘휴우~ 다행이다.’

 

 보옥과 몽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얼른 그들을 지나쳐 걸어갔다. 그런데 그들 중 약삭빠른 사내가 보옥의 옷에 묻은 피와, 보옥이 지나갈 때 보옥의 이마위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을 보고는 의아하게 생각했다.

 

 ‘음? 초절정 고수라던 옥성여제가 산길을 저렇게 천천히 걸어가면서 땀을 흘린다고?’

 

 그가 나지막하게 주위의 사내들을 향해 말했다.

 

 “그런데, 저 여자가 정말 옥성여제가 맞아? 우리가 본적도 없잖아?”

 

 “그렇지만, 저런 미모에 이렇게 외진 산길을 사내 하나와 다니는 여자가 또 있을 수가 있을까?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하잖아? 괜히 목숨 걸지 말고 가던 길이나 가자.”

 

 하지만, 탐욕스런 약삭빠른 사내는 머리를 굴렸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자신들이 짊어지고 가던 짐에서 음식과 물을 꺼내 보옥과 몽을 향해 외쳤다.

 

 “잠깐만요!”

 

 녹림의 무리를 얼른 벗어나 서둘러 길을 가려던 몽과 보옥은 움찔했지만 태연한 척하며 돌아섰다.

 

 “왜 그러지?”

 

 “아, 다름이 아니라 아무것도 짊어지고 있지 않은 것 같아서, 물과 음식이 필요할 것 같아 좀 나눠드리려고 합니다.”

 

 사내는 음식과 물을 들고 보옥과 몽에게 은근히 다가가서 확인을 해볼 심산이었다.

 

 보옥은 사내의 속셈을 눈치채고서는 외쳤다.

 

 “우리는 그런 것 필요 없으니, 그냥 가던 길이나 가도록 해라!”

 

 “아니, 그래도 성의를 사양하지 마시고 받아주십시오.”

 

 보옥이 사양하자, 사내는 더욱 자신의 짐작에 확신을 하며 성큼성큼 보옥을 향해 다가갔다. 보옥은 나지막하게 몽을 향해서 말했다.

 

 “저 녀석이 뭔가 눈치를 챈 것 같은데 어쩌지?”

 

 몽은 잠시 고민을 했다.

 

 ‘어떻게 하지? 풍백지력을 쓸 순 있지만 그건 겨우 나뭇잎이나 살랑거리는 정도 밖에는 되지 않는데..... 아! 어쩌면......’

 

 몽은 보옥을 향해 속삭였다.

 

 “소단주. 그냥 무공을 펼치려는 것처럼 행동을 하세요.”

 

 “뭐? 지금 힘을 쓸수도 없는데, 뭘 어쩌려고?”

 

 “아, 일단 그렇게 해보세요. 저한테도 생각이 있으니까요. 어차피 지금 도망을 친다고 해봤자 저놈들 손을 벗어날 순 없으니까, 이 방법 밖에는 없어요. 어서요!”

 

 보옥은 몽이 도대체 어떻게 하려는 것인지 몰랐지만, 딱히 다른 방법도 없었다. 보옥은 몽의 말을 따라 짐짓 무공을 펼치려는 것처럼 양손을 들어올리며 다가오는 사내를 향해 앙칼지게 말했다.

 

 “호호. 네가 지금 뭔가 꿍꿍이를 꾸미는 것 같구나! 내가 그냥 가라고 할 때 가던 길이나 마저 갔으면 좋았을 것을.....”

 

 보옥을 향해 성큼 다가가던 사내는 자신의 예상과는 다르게 보옥이 당당하게 나오자 순간 멈칫했다.

 

 ‘뭐....뭐야? 내가 잘못 생각한 건가?’

 

 하지만, 분명히 보옥의 얼굴에서는 땀이 흐르고 있었고, 몹시 지치고 힘들어 보였다.

 

 ‘혹시...괜히 허세를 부리는 것 아닐까?’

 

 보옥은 짐짓 자세를 잡고 사내를 향해 말을 던졌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자 마음이 다급해졌다.

 

 ‘이 바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거야?’

 

 몽은 피를 이용하면 술법에 더 효과가 좋다는 것을 알고는 보옥이 앞으로 나선 사이에 슬쩍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내고는 손바닥에 통천을 쓴 이후 팔은 내려뜨린 채,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게 하고서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

 

 “풍백지력.”

 

 그러자 갑자기 거센 바람이 자신의 손에 잡히는 것이 느껴졌다. 그것은 몽의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한 바람이었다.

 

 ‘뭐야? 바람이 제법.....’

 

 몽은 그 바람을 그대로 보옥에게 날렸다가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아주 조금씩 바람을 흘려보내기로 했다.

 

 사내는 보옥을 자세히 관찰하면서 천천히 다가왔다.

 

 ‘그래.... 저건 분명 그냥 허세를 부리는 거야.....’

 

 그런데 그때, 바람이 불지도 않는데 보옥의 옷이 펄럭이기 시작했다. 사내는 어느 정도 무공을 익히고 있었기에,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사내의 얼굴은 경악에 가득 찼다.

 

 ‘뭐...뭐야? 정말 상승의 무공을......진짜 옥성여제?’

 

 보옥은 갑자기 자신의 몸에 바람이 일면서 옷이 펄럭이자 잠시 당황했지만, 다가오던 사내의 얼굴이 파랗게 질린 것을 보고는 이내 상황을 눈치 채고 크게 소리를 질렀다.

 

 “정말 피를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으니, 소원을 들어주지!”

 

 “아, 아닙니다! 아닙니다! 실....싫으시다면, 그...그냥 가져가겠습니다.”

 

 보옥은 잠시 사내를 노려봤다. 보옥의 옷이 점점 더 부풀어 오르는 것을 보면서 사내는 기가 질려서 보옥을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없어 얼른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사....살려만 주십시오....”

 

 보옥이 잠시 기다렸다가 사내를 향해 외쳤다.

 

 “그럼, 가져온 음식과 물은 놔두고 냉큼 내 눈에서 사라져라! 다시 한 번 더 뒤돌아 왔다간 그땐 결코 살아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알겠느냐?”

 

 “예! 예!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내는 기다시피 뒤로 물러나 일어나자마자 일행을 향해 달려갔다. 녹림의 무리들은 사내가 뛰어가며 몇 마디를 하자 다 같이 꽁지에 불이라도 난 것처럼 산길을 달려서 멀어졌다.

 

 한편, 몽은 손에 잡히는 강한 바람을 보옥을 향해 서서히 풀어놓느라 손을 덜덜 떨면서 힘겨워하고 있었다.

 

 ‘더....더 이상은....’

 

 몽은 녹림의 일행들이 멀어져가는 것을 보자 억지로 버티고 있던 바람의 힘을 확 놓아버렸다.

 

 보옥은 방금 일어난 신기한 일에 웃으면서 몽을 향해 뒤돌아서며 말했다.

 

 “이야~ 몽! 너 어떻게.....”

 

 하지만 보옥의 말은 계속 이어지지가 않았다. 갑자기 거세게 불어온 바람이 보옥의 옷을 마치 하늘로 승천시키듯 거꾸로 다 뒤집어 올려버렸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보옥의 속살이 훤히 다 드러났다.

 

 “꺄~아아악~!”

 

 보옥은 바람이 모두 사라져 버릴 때까지 치마를 붙잡아 내리느라 한참 애를 먹었다. 마침내 바람이 모두 잦아들고 나자 보옥의 안광이 형형해졌고, 몽은 땀을 삐질 흘리면서 해명을 하다가 날아드는 주먹에 말이 막혀버렸다.

 

 녹림의 무리들은 도망을 치다가 멀리서 보옥의 비명소리가 들리는 것을 듣고는 뒤돌아 봤다가 몽이 두들겨 맞고 있는 것을 보았다.

 

 “옥성여제는 생긴 것 하고는 전혀 다르게 성격이 진짜 괴팍하다더니, 저 녀석 혹시 지금 붙잡혀서 끌려 다니는 것 아닐까?”

 

 “야! 지금 저 녀석 걱정할 때야? 지금 저렇게 미친년처럼 마구 미쳐서 날뛰다가, 갑자기 불똥이 우리한테 튀면 어쩌려고 그래? 얼른 가자!”

 

 녹림의 무리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르게 산길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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