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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찰스네 서점 : 한국 요괴록
작가 : 정초딩
작품등록일 : 2020.8.1

전직 경찰 현수와
기묘한 서점의 주인 찰스가 만나는
요괴들의 이야기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요괴들, 요괴보다 못한 인간들의 이야기.

 
수뢰인 해결
작성일 : 20-08-01 08:57     조회 : 29     추천 : 0     분량 : 5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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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보다 온전하군.”

 

  찰스는 ‘그것’에서 나온 육체를 검지로 꾹꾹 누른다.

 

 “왜? 이렇게 온전하면 안 돼? 너는 그렇게 온전하면서?”

 

 “흠. 미물은 아닌 줄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 몰랐다는 말일세. 그보다 어디를 봐야 하지? 네 놈의 본질과 같은 껍데기를 봐야 하는가? 그것이 뱉어 놓은 토사물을 봐야 하는가?”

 

 “난 토사물 따위가 아니야.”

 

 “그런가? 그 더러운 짓들로 사람을 먹어가며 세상의 질서를 어지럽히며 억지로 그 육신을 보존하고 거기서 나아가 새로운 육신을 창조해내는 진리를 역행하는 짓을 하고도 그런 말이 나오는 건가?”

 

 “진리? 흥미로운 말이군. 이게 진리에서 벗어난 일이라면 이뤄지지 않았어야지? 하물며 진리를 벗어난 일을 하고도 이렇게 전보다 더 아름다운 형태로 그보다 더 진보된 존재로 존재하는 내가 어딜 봐서 토사물 같다는 거지.”

 

 “그 모든 소화 과정을 알았으니, 그 존재에서 나는 더러운 냄새를 지울 수 없으니 하는 말일세. 어째서 그런 방법을 선택했는가?”

 

  찰스는 담담한 어조로 꿈틀거리는 어둠 앞에 서 있는 ‘그것’에게 말한다.

 

 “선택이랄 것도 없었지. 항상 모든 ‘인간’들은 내가 원하는 경지에 오르기 전에 자신의 소원을 이룬 것만으로 모든 복과 덕은 자신이 쌓은 것처럼 내 존재는 없는 것처럼 행동했지. 그게 쌓이며 점점 희미한 존재가 되어있을 무렵 나는 내가 살아갈 방법을 찾았어. 인간을 지키는 것이 아닌 인간을 삼키는 것으로 존재하는 방법을.”

 

 “온전히 삼키지도 소화하지도 못했다는 건 알았나?”

 

 “그랬었지. ‘인간’이 만든 것은 인간의 형태를 기초로 이뤄진다는 네가 말하는 수많은 진리 중 하나에 갇혀서는 잡아먹은 팔 하나 다리 하나 그게 맞춰지길 바라면서 조각난 인체로 나를 구성했었지. 그게 또 한세월이었어. 찢긴 다리는 썩고 뜯긴 팔은 뭉그러지고 온전히 모두를 유지하기 위해선 대량의 것이 필요했지만….”

 

 “그렇게 되면 세상의 시선으로 인해 드러나게 될 테니. 무서웠겠지.”

 

 “맞았어. 그래서 하나를 온전히 삼키는 일을 하려고 했지. 하지만 거기서도 문제가 생겨 버린 거야. 나를 지켜보던 시선이 있었거든. 그 공포로 인해 완벽히 나를 구성하지 못했지. 항상 떨리는 목소리가 나를 지배했고, 내 정체를 숨겨야 했지.”

 

 “그 시선, 저 녀석인가?”

 

  찰스는 나를 보며 말한다.

 

 “‘녀석’이라 부를 만큼의 관계인 건가? 우리와는 다르군. 나는 저 아이에게….”

 

 “구세주 흉내를 냈겠지. 모든 걸 바치도록. 헛된 이름으로 속이고, 방해되는 이 몸을 흉한 것으로 취급했겠지.”

 

 “맞아. 모든 걸 아는 척하는 그 성격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정답만 말하니 더 재수 없네.”

 

  나를 보던 익숙한 붉은 시선을 거두며 소녀처럼 보이는 ‘그것’은 눈웃음을 치며 찰스를 바라본다.

 

 “더 재수 없는 얘길 해줄까?”

 

 “뭔데?”

 

 “네 존재를 세상에서 느끼기 시작했단 걸 알아?”

 

 “그런 농담에 내가 넘어갈 것 같아? 여긴 네가 만든 너의 ‘서점’이잖아. 네가 허락한 존재만 들어올 수 있는.”

 

 “그런데 너는 어떻게 들어왔을까?”

 

 “나야 당연히 시아에게 붙어서….”

 

  잠깐은 생각하던 ‘그것’은 짧게 ‘아.’라고 말하고는 급히 뒤에 있던 검은 신체로 돌아가려고 한다.

 

 “늦었어.”

 

  찰스는 언제부턴가 양손에 올려둔 책을 덮는 모습을 취한다. 순간 서점 전체를 큰 책이 덮치는 듯한 희미한 환상이 약간의 질감을 가지고 나를 스치고 ‘그것’을 가운데로 정한 것과 같이 책이 닫히는 모습으로 누르려 한다.

 

 “너! 너! 너!!”

 

 “그럼 안녕히….”

 

  찰스는 검은 것에 반쯤 몸이 들어간 채로 양팔로 거대한 책을 막던 ‘그것’을 책을 완전히 닫아 버린다. 눌려 닫히는 모습에 무언가 체액이 튀어나올 것 같았지만 그런 건 나오지 않고 깔끔하게 ‘그것’의 존재만 서점에서 사라진다.

 

 “끝...끝난 거야?”

 

 “아니. 이제 시작이지. 저게 얼마나 강한지 몰라서 얼마나 가둘지도 몰라.”

 

 “아?”

 

 “그보다 처자는 괜찮아 보여?”

 

  그 말에 돌아보자 시아는 완전히 정신을 놓고 몸을 웅크리고 공포에 떨었다.

 

 “아냐... 내가 그런 게... 그럴 리가...”

 

 “시아 씨 진정해요.”

 

  ‘그것’이 지워놓았던 일들이 시아에게는 어떠한 고통이나, 원죄의 기억이었는지 그녀는 복잡한 감정이 섞여 질릴 때로 질린 얼굴로 자신의 육신을 붙잡고 그 공포의 근원인 자신을 부정하고 털어내려는 모습으로 꿈틀거렸다.

 

 “괜찮아 보이진 않는군.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어. 이제 진실을 들려주지 모두가 알아야 하는 일이니까.”

 

 “안 돼! 하지 마!”

 

  시아가 소리치지만, 찰스는 멈추지 않는다.

 

 “정시아. 자네의 기억을 잘 들여다보면 자네도 기억날 걸세. 처자는 이 동네 출신이라네.”

 

 “뭐?”

 

 “아니야!”

 

  손을 휘저으며 시아가 거부하지만, 찰스는 여전히 멈추지 않는다.

 

 “왜? ‘그슨대’가 알려준 거짓된 이름 ‘어둑시니’조차 기억 못 하면서 왜 ‘그슨대’에 그렇게 집착하는 건지도 모르겠나?”

 

  부들부들 떨며 돌아서 쭈그려 앉아 귀를 막는 시아의 등 위로 쉴새 없이 찰스는 말한다. 무슨 얘기인지 알 수 없는 소리였지만, 찰스는 내게 말한다.

 

 “저수지.”

 

 “응?”

 

 “그곳은 ‘그슨대’가 자신을 유지하던 근원과도 같은 곳일세. 그것과 같은 것이 저 처자이고, 분명 저 처자에게 붙었지만, 본질은 검게 물들여야만 살 수 있는 ‘그슨대’의 존재를 세상에 붙들어 두는 것은 무엇보다 강한 처자의 무지한 용기일세.”

 

 “그걸 알았으면 애초부터….”

 

 “처자를 내쫓았으면 됐을 일이라고 생각하나? 이 몸조차 확신이 없었다네. 저 처자도 그렇고 ‘그슨대’에 대해서도 이제야. 이 몸‘속’에 넣고 겨우 확신하게 된 것이지.”

 

 “그렇군. 그럼 이제 시아 씨만 진정하면 되는 건가?”

 

 “아닐세.”

 

 “그럼? 아니지. 다음은 묻지 않겠네. 뭔가 더 힘이 빠질 것 같으니.”

 

 “그래 이제 그럼 손님을 맞이해 볼까?”

 

 “손님?”

 

 “근원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세상에 퍼져있는 여러 진리의 수호자들이지. 때로는 종교인, 때로는 무속인, 때로는 악마신봉자, 신벌자라고도 불리지. 종교, 설화, 민담, 전설 등의 한 끗 차이인 것들로 시작하여 그 한 끗의 방향 차이로 성향이 서로 다르게 자들이지. 그들에게 진하게 존재를 드러낸 수행의 결과를 증명해줄 몇 안 되는 기회는 느끼기만 할 수준이라면 누구나 이곳으로 달려올 것일세. 그리고 그 정도를 감지할 정도라면 상당한 실력자겠지. 그런 자들을 상대하긴 귀찮아서 말일세.”

 

 “자네가 곤란할 정도라면….”

 

 “빨리 끝내고 싶다고?” “빨리 도망가고 싶군.” 찰스와 말이 겹친다.

 

 “하하. 이런 촌각을 다루는 상태에서 도망가려고 하다니 자네는 정말 내 조수로서는 탈락일세.”

 

 “난 자네 조수가 아니네.”

 

 “그래서 다행이지 말이야. 그러니 얼른 저 처자의 답을 듣고 싶네만 계속해도 되겠나?”

 

 “썩 내키지는 않지만, 자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찰스는 그동안에 일을 시아에게 묻는다. 그저 묻는 정도가 아닌 일방적인 폭행에 가까운 말들이었다. 듣는 나의 가슴에도 쾅쾅하고 소리가 느껴질 정도의.

 

  사라진 사람들, 그 존재를 삼킨 것에 대해 시아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사실을, 그리고 그 의지와는 별개로 강한 ‘그슨대’의 굶주림에 시아가 삼켜졌단 사실을.

 

 “...그래서?”

 

  얼마가 지나자. 시아가 답을 했다.

 

 “그래서? 생을, 그보다 깊은 존재를 지우면서까지 이룬 모든 것들이 네깟 것에게 아무런 죗값을 묻지 않을 줄 알았나?”

 

  갑자기 시아는 웃기 시작한다. 부들거림이 멈추고, 일어선 시아는 뒤돌아본다. 눈은 빨갛게 변해있다. 충혈된 것이 아닌, 애초에 붉었던 것처럼.

  일어난 시아의 검은 그림자가 나를 삼키려 한다. 찰스의 손을 잡았지만, 닿지 않고 그 안으로 삼켜진다.

 

  앞은 보이지 않는다. 진득한 액체의 촉감과 같은 어둠, 보이지 않는 어둠 속으로 깊이 최대한 깊이 들어간다. 검은 시야 덕인지 깊이가 더 깊게 느껴지고 스미는 어둠의 촉감도 더 시리게 느껴진다. 옅게 보인다고 믿던 시야도 어둠에 묻히고 공포에 바둥거리자 무언가 손을 잡힌다. 허우적거리며 위로 향하려 하지만, 위로는 향하지 않고 몸이 무거워지는 만큼 정신도 서서히 무언가에 눌리는 것처럼 의식은 흐려진다.

  흐려지는 의식 위로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진다.

 

  검은 풍경이 흘러내린다. 돔과 같던 어둠은 무너지고 그 가운데 시아가 허월에게서 받은 단도로 날 찌른 것이다. 이상하게도 처음의 느꼈던 통증은 금방 없어진다. 붉게 물들어가는 피도 서늘한 감각도 사라진다.

 

 “그걸 기다렸다네.”

 

  찰스가 시아를 보며 말한다.

 

 “무슨?”

 

  시아가 묻자.

 

 “‘당신’이 악인지, 악에 물든 것인지, 악에 속은 것인지, 확인해야 했지. 이미 그런 분류는 필요 없어 보이는군, 사람을 직접 죽이려 했으니 말이야. 아쉽게도 그 날붙이는 칼부림을 위한 것이 아니네, 의식을 위한 단도이지. 무언가를 불러서 제물이 자신을 먹으라는 신호를 주는.”

 

 “그게 무슨 소용이야! 내게 방해되는 거면 마음에 안 드는 일이면 모두!”

 

 “쉿.”

 

  시아의 말을 검지 하나로 끊는다. 찰스는 내게 걸어온다. 질량이 없는 물질처럼, 영혼처럼 몸을 통과하듯. 들어온 곳은 있지만 나가는 흔적은 없이 나와 완전하게 하나가 된다. 그런 뒤 내 몸에서 검은 무언가 나와 시아의 어둠보다 더 큰 어둠이 되어 그녀를 집어삼킨다.

 

 “인간 이하인 잡것의 잡소리는 듣지 않아.”

 

 “이게... 이게 무슨 일이야?”

 

 “무엇을 말인가?”

 

 “내가 시아 씨를... 내가 ‘그슨대’인 건가? 아니 그보다 우리는….”

 

 “아니야, 아니라네. 벗이여. 단지 이 몸에 ‘그슨대’를 가뒀고, ‘그것’을 원하던 이에게, ‘그것’이 원하던 마지막 일을 마지막 남은 힘으로 하게 만든 것일세.”

 

 “뭐가 아니라는 게야.”

 

 “자네가 한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거지. 자네가 할 것도 기억마저도.”

 

 “무슨….”

 

  찰스의 말에 대꾸하려 하자 의식이 흐려진다.

 

 

  탐정사무소 건물주인 친구에게 또 사정하며 세를 한 달 또 미룬다. 분명 요 며칠 손님이 있었던 것 같은데 통장에 찍힌 돈이 없었다. 가끔 날아가는 기억이 주는 불쾌한 경험과 그 뒤에 이어지는 일들로 그만둔 경찰 일인데, 그 일이 그리워지는 궁핍함이었다. 물론 그때와는 달리 돌아오는 질문은 없다. 혼자만의 불쾌함을 간직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친구를 돌려보내고 사무소 2층으로 올라가 구석에 있는 책을 펴 읽는다.

 

 ‘그슨대’

 

  언젠가 내가 두려워했던 서늘한 시선에 대해 찰스가 답으로 내준 책이었다.

 

  책을 다 읽고, 사무소 밖으로 나가자, 시장 골목이 나타나고 시장을 뒤로한 채 어디론가 나는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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