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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찰스네 서점 : 한국 요괴록
작가 : 정초딩
작품등록일 : 2020.8.1

전직 경찰 현수와
기묘한 서점의 주인 찰스가 만나는
요괴들의 이야기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요괴들, 요괴보다 못한 인간들의 이야기.

 

작성일 : 20-08-01 09:02     조회 : 29     추천 : 0     분량 : 5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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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까지 도착하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누군가와 동행하지 않고 멀리까지 나가본 건 오랜만이었지만, 투덜거리는 사람도 욕하는 사람도 웅성거리는 사람도 평소보다 적었다. 도움을 받아 원하는 곳에 일찍 도착하기도 했고, 덕분에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었다.

 

  집 안에 들어서면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 집이 익숙한 것도 있지만, 아내가 설치해둔 줄 덕분에 쉽게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다. 줄을 잡고 방으로 향해 옷을 갈아입고, 다시 줄을 잡고 욕실로 향한다. 줄이 없어도 익숙하게 돌아다닐 수 있지만, 아내가 남겨준 그 흔적에 편안함을 느끼는 걸 즐기며 혹시 돌아온 아내에게 부딪힐까, 조심스레 줄을 잡고 걷는다.

 

  예전에 차를 내오던 아내와 부딪혔던 적이 있다. 그날 아내는 훌쩍이기까지 했다. 그 후로 내가 다니는 경로에 줄을 설치해 아내와 부딪히는 걸 줄이자고 했고, 아내는 줄을 달아주었다. 욕조에 물을 채우고 누워있자 소란스레 전화가 울린다.

 

 장. 모. 님.

 

  딱딱한 기계음이 마치 감정을 드러내듯 읽는다.

 

 장. 인. 어. 른.

 

  딱딱한 기계음은 몇 번을 반복하며 내게 압박을 준다.

 

 “아무랑도 얘기하지 말랬지.”

 

  오히려 편했다. 혈흔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부모도 잡아먹은 놈이 딸도 잡아먹었다며 멱살을 잡히기도 했다. 보이지 않아 방어도 할 수 없는 나에게 향한 그 일방적인 폭력을 보다 못한 경찰이 지켜주었다.

  볼 것 없는. 아니, 보이는 것 없는 나 따위는 누군가 지켜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그런 존재였다. 아내를 만나기 전까진….

  아내는 그런 나를 보험도 들어주고 2년 동안 수발을 들며 보살폈다. 그런 아내가 죽었다는 말은 믿을 수 없었다. 믿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나도….

 

 “괜찮을 거야.”

 

  아내를 만나기 전의 버릇인 극단으로 치닫는 생각을 아내가 없으니 또 한다. 얼굴을 욕조 안으로 넣고 외면해 본다. 욕조 안은 꽤 아늑한 기분이 들었다. 숨이 막혀올 때까지 참다 나오니 휴대전화는 침묵했다.

 

  그 고요한 욕조 안에서 얼마나 시간을 보냈을까? 어지러울 만큼 시간이 지나고 다시 울리기 시작한 휴대전화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향했다. 장인어른과 장모님의 전화가 아니었다.

 

 발. 신. 자. 번. 호. 표. 시. 제. 한.

 

  며칠 전 아내의 목소리를 들려줬던 울림이었다. 줄도 잡지 않고 걸리는 줄을 치워가며 부랴부랴 벗어놓은 옷 속에서 휴대전화를 찾아 받는다.

 

 “여보...세요?”

 

  조심스레 던진 말에 답은 돌아온다.

 

 “여보?”

 

  아내, 선영의 목소리다.

 

 “괜찮아? 지금 어디야?”

 

 “응, 괜찮아. 길을 잃었던 산에 있는 산장인데 여기 주인 분이 발견하고 구해주셨어. 눈이랑 다리를 다쳐서 움직이기가 힘들어서 아직 신세를 지는 중인데 부탁드려서 이렇게 전화했어.”

 

 “저번엔 왜 그렇게 빨리 끊었어.”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서 이조 씨한테 큰 선물 주려고 가다가 사고를 당해서 미안하기도 했고.”

 

 “미안해하지 마. 괜찮으니까. 다 나으면 올 거야? 아니면 내가 데리러 갈까?”

 

 “다 나으면 갈게. 다른 사람들한테는 얘기하지 말아줘.”

 

 “응, 안 그래도 여보 찾느라 찾아간 분이 다른 사람이랑은 얘기도 하지 말라고 하시더라.”

 

 “그래? 좋은 분이네.”

 

  잠깐의 정적이 흐른다. 선영이 말을 하지 않자 완벽한 어둠이 내게 찾아온다.

 

 “이조 씨. 절대 아무한테도 얘기하면 안 돼요. 꼭.”

 

 “물론이지.”

 

 “그리고 내가 미안해요.”

 

 “왜 또 미안해요.”

 

 “아니에요. 인제 그만 끊을게요.”

 

 “응. 쉬어요.”

 

  선영이 전화를 끊자. 시린 기운이 찾아온다. 따듯한 욕조에서 나와 알몸으로 집을 배회한 탓이라 생각이 들어, 일단 욕실로 돌아가 수건으로 몸을 닦으려 했지만, 욕실에는 수건이 없다.

  며칠 동안 집안일을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이 떠오른다. 밥도 며칠 먹지 않았다는 사실도 깨닫는다. 일단 냉장고로 향해 문을 열자 나쁜 냄새는 나지 않아 먹을 것이 있을 것이라 믿고 손을 뻗어본다. 반찬통과 페트병을 스치고 비닐로 포장된 무언가가 잡힌다. 비닐에 포장된 걸 뜯어 냄새를 맡아보자 옅은 햄 냄새가 차갑게 올라온다. 곧바로 전자레인지로 향해 햄을 넣고 돌리기 시작한다. 윙 하는 소리가 시작되고 1분이 채 되지 않았을 때 전자레인지를 열고 햄을 꺼내문다. 막대기를 씹어 피 맛이 나지만, 입에서 뱉어 막대기만 빼낸 채 다시 씹는다.

  오랜만에 먹을 것에 감동했는지 몸은 바로 쓰러진다.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 휴대전화가 울린다.

 

 ㅂ. 출. 판. 사.

 

  저번 명절 선물을 보냈던 출판사다. 선물이 뭐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분명 선영이가 확인해 본다고 했는데….’

 

  요란한 문 두드리는 소리에 잠이 깬다. 익숙한 목소리는 아니지만, 최근에 들었던 목소리였다. 소란함을 따라 문으로 향하며 목소리의 주인을 기억해 본다.

 

 “아, 그분.”

 

  문 앞에 멈추어 선다. 서점 주인이 말했던 대상에 이 사람도 들어가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문을 두드리던 그는 이제는 내 이름까지 부르기 시작한다.

 

 “이조 씨, 이조 씨 계시죠? 저 오늘 찰스네 서점으로 모셔다드렸던 이현수라고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밖에 목소리는 말을 이어가지 못한다. 한참을 손과 입을 멈췄는지 정적이 흐른다.

 

 “다름이 아니라. 찰스가 전해주라는 말이 있어서요.”

 

  찰스, 서점의 주인을 부르던 이름이었다. 찰스네 서점이란 요란한 서점 이름이 주인의 이름의 따온 것이란 것에 놀랄 시간도 없이 내 용건만 마치고 왔던 것이 떠오른다.

 

 “전해주라는 말이라.”

 

  찰스의 말을 들어 선영에게서 연락이 왔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아무도 내게 말을 걸지 않았고, 평소처럼 모든 음성을 무시했으니 어쩌면 처음으로 주어지는 시련이 현수라는 이 사람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게 속삭이는 말이 들리지 않았는지 밖에서는 계속 요란하게 내 이름을 부른다. 옆집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거참 시끄럽네! 혼자 삽니까? 그 집 부인 사라졌다고 집 자주 비우는데 그렇게 찾지 마시고 전화를 해보세요! 전화를!”

 

 “아, 죄송합니다.”

 

 “저 집은 맨날 소란이야.”

 

 ‘소란’

 

  누구보다 음성에 예민한 내가 소란했다니 생각해보니 처음 마주하고 내가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는 이웃 아무도 내게 말을 걸지 않았던 것이 생각났다. 어쩌면 저런 불만들이 쌓여 멀쩡한 선영에게 무슨 말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영. 일. 영. 영. 삼. 팔. 영. 일. 오. 일. 일.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 전화가 왔다. 현수가 전화를 걸었다고 생각했기에 받지 않으려 했다.

 

 “어? 이조 씨? 아, 죄송합니다.”

 

  아마도 창이 있는 위치였을 것이다. 그곳에서 현수의 목소리가 둔탁하게 들려왔다. 내가 창밖을 볼 일은 없지만, 창으로 내 모습이 드러나 있던 모양이다.

 

  나는 조용히 목소리를 뒤로하고 방으로 향해 옷을 챙겨 입는다. 며칠 만에 옷장을 열어 선영이가 정리해놓은 잠옷을 꺼내 입는다. 그리고 자연스레 현관문으로 향해 문을 연다.

 

 “이조 씨 들어가도 될까요?”

 

  고개를 끄덕여 식탁에 앉히고는 휴대전화를 두었던 곳으로 되돌아가 더듬거리며 휴대전화를 찾아 메모장을 켜고 토닥여 적어 현수에게 내민다.

 

 “무슨 암호인가요? 숫자로 되어 있는데?”

 

  긴장한 탓인지 다른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 다시 메모장을 열고 메모를 한다.

 

 “그래서 전할 말이 뭔가요?”

 

 “아, 다름이 아니라 혹시 아내가 오지 않더라도 좌절하지 마시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전해달라고 해서요.”

 

  역시 찰스라는 인물 덕에 온 전화는 아니었던 것 같았다. 순간 웃음이 터져 나왔다.

 

 “왜? 웃으시죠?”

 

 “아내에겐 벌써 연락이 왔어요. 산에서 길을 잃어서 거기서 구조돼서 지낸다고요. 제가 괜히 허튼짓했었네요. 그래도 덕분에 집으로 와서 조용히 아내와 대화를 했다고 고맙다고 전해주세요.”

 

  현수는 침묵한다. 언젠가 아내에게 느꼈던 불길한 기운과 서점에서 찰스라는 음성에게 느꼈던 기묘한 기운이 함께 느껴진다.

 

 “...아내 분이 전화했다고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앞에 음성은 그런 기운을 뿜어내다, 정리된 목소리는 나를 걱정하는 톤으로 말했다.

 

 “네.”

 ‘아.’

 

  대답하자마자 뭔가 잘못됐음을 느낀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던 선영의 말이 떠올랐다. 찰스란 사람만 신경 쓰느라 선영의 말을 어겼다는 사실이 미안해서 얼른 말을 고쳤다.

 

 “아, 아니네요. 꿈이었나 봐요. 제가 오랜만에 잠을 푹 자서 덕분인데 실례가 되는 말을 했네요.”

 

 “그래요? 다행이네요.”

 

 ‘다행?’

 

  아내에게 연락이 오지 않았다는 걸 다행이라는 현수에게 조금의 분노를 느꼈지만, 찰스에게 들은 말이 있어 나를 걱정하는 거로 생각해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근데 집이 정리는 잘 돼 있는데 먼지가 많네요.”

 

 “네. 오래 집을 비워서요. 아내를 찾느라 매일 밖에서 지내서요.”

 

 “그게 얼마나 되셨다고 하셨죠?”

 

 “한 달쯤이요.”

 

 “한 달이라.”

 

  그렇게 말하고 현수는 주변을 살피는 듯했다. 눈이 보이지 않지만, 그 정도 기운은 느낄 수 있었다. 오감 중 하나를 잃고 태어난 대신 발달한 능력이었다. 가까운 사람의 기운을 감지하는 능력. 물론 항상 스위치가 켜져 있는 그런 능력은 아니었다. 특별한 걸 마주했을 때 발현되는 그런 능력 서점에서 그랬고, 지금 현수를 마주하는 순간에도 그게 켜진 듯했다. 이상하게 찰스라는 음성에 발현됐던 능력이 인제 와서 현수에게 발현되는 이유는 몰랐지만, 현수는 주변을 살피며 이상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뭐 이상한 거 있으세요?”

 

 “네? 아. 두 분 같이 사신 거죠?”

 

 “네 당연하죠. 부부니까.”

 

 “그런데 아내 분의 흔적이 없다 싶어서요.”

 

 “네?”

 

  현수의 말에 생각해보니 아내의 물건을 만진 기억이 없었다. 같은 동선만을 움직이며 같은 물건만을 만지는 나에게 아내의 물건이 있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흔적이 없다니?’

 

  잠깐을 보고 그런 걸 느끼긴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현수의 말은 뭔가 내가 잊었던 걸 떠올리게 했다.

 

 “아니에요. 그냥 제가 예민한 거일 수도 있죠.”

 

  말을 접고 도망가려는 현수의 말을 붙잡는다.

 

 “어디가 그렇다는 말씀이죠?”

 

 “네? 그냥 딱 봐도 여긴 잘 정리된 남자 혼자 사는 집인걸요? 줄이 좀 치렁하게 달린 거 빼고는 다른 흔적은 전혀 없는걸요? 심지어 누군가 오지 않을 거라도 아는 것처럼 실내화도 한 세트밖에 없고요. 두 분 결혼하셨다고 했는데 이조 씨 생각해서인지 결혼사진도 없고….”

 

 “그건 저희가 식을 올리질 않아서.”

 

  앞에 말들은 증명이 불가능해 자를 수가 없었다. 그러나 확실히 자를 수 있는 말을 빌미로 모든 걸 부정하고 싶었다. 그렇게 말을 자르고 나니 서늘한 기억이 하나 떠올랐다.

  언젠가 선영과 나눴던 대화.

 

 “사진은 여기 걸어두면 될까?”

 

 “응, 여보 좋은데 걸어놔 난 어차피 못 보는걸.”

 

 “그래도 우리 모습이 여기 있다는 건 알아야지.”

 

  그때 선영이 말했던 자리를 보며 현수에게 물었다.

 

 “혹시 저긴 뭐가 있나요?”

 

  현수는 질문에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뭐가 있어야 하나요?”

 

  오히려 되묻는 현수.

 

 “네.”

 

 “벽...이요.”

 

  난 무엇을 확인하고 싶었을까. 올라오는 불안감에 현수를 먼저 쫓아내기로 한다.

 

 “오랜만에 집에 와서 좀 쉬고 싶네요. 걱정 감사합니다. 이만 가주셨으면 좋겠네요.”

 

  일어서는 나의 몸짓과 말에 현수는 쫓겨나듯 움직여 현관 밖으로 향한다. 내가 밀어내기도 전에 집을 나서곤 문 앞에서 말한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두려움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아내가 사라진 것 이전에 뭔가 잘못된 게 있다는 사실, 뭔가를 확인하기엔 늦은 시간이란 사실, 그리고 문 앞의 존재는 아직 가지 않았다는 사실. ‘벽’을 다시금 바라본다. 내게 선명했던 우리 부부가 언젠가 찍었던 보일 리 없는 사진이 검은 허공에서 산산조각난다. 떨어지는 소리를 대신해 심장이 쿵 하고 내려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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