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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찰스네 서점 : 한국 요괴록
작가 : 정초딩
작품등록일 : 2020.8.1

전직 경찰 현수와
기묘한 서점의 주인 찰스가 만나는
요괴들의 이야기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요괴들, 요괴보다 못한 인간들의 이야기.

 
1부 '그슨대' 프롤로그
작성일 : 20-08-01 08:50     조회 : 455     추천 : 0     분량 : 3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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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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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밝은 빛이 시야를 완전히 잡아먹는다. 빛이 이리도 잔인하다는 걸 어릴 적 태양을 똑바로 바라봤던 그 날 이후로 처음 느끼는 기분이었다. 빛은 항상 온기를 머금는다. 그것이 얼마나 잔인한지는 차갑고 어두운 삶을 살아온 사람만이 안다.

  감상에 젖을 시간도 없이 앞에서 투덜거리는 그녀.

 

 “이런 조명 몇 개가 정말 절 지켜 주나요? 다른 무속인들은 뭐라도 하던데···.”

 

  곁에 두고도 믿지 못하는 그녀의 말투에 찰스는 대답한다. 평소의 투였지만, 찰스를 잘 모를 그녀에게는 꽤 기분 나쁠 투였다.

 

 “쌀 포대에서 쌀이라도 한 줌 쥐어다 뿌려드릴까요? 아니면 눈이라도 뒤집고 뭐라도 강림한 듯 쇼라도 해드릴까요? 그렇게 의심하고 금방 투정 부릴 정도의 믿음이라면 애초부터 그리 어렵게 찾아오시지도 마시지 그러셨습니까? 덕분에 제가 이렇게 먼 곳을 행차해서 고생하고, 불유쾌한 소리도 쉬이 뱉는 헛똑똑이를 구하는 짓을 하게 됐으니.”

 

  찰스의 말에 화들짝 놀라 입을 막으려 하지만, 이미 고개를 빼 피한다. 고개를 가로저으며 나에게 허튼수작은 하지 말라는 표정을 짓는다,

 

 “일단 찰스의 능력에 대해서는 한 번 겪기도 하셨으니, 믿어 보시는 게 어떨까요?”

 

  오랜만의 고객을 잃을지 모르는 불안감에 긴장한 투로 변명을 한다. 티는 나지 않았는지 그녀는 수긍한 듯 조용해졌다. 투정을 부릴 만한 상황이긴 했다. ‘그것’을 물리치기 위해 만들어 놓은 환경은, 몇 개의 조명이 사방에서 비추어 그림자라고는 지면과 닿는 면만을 만들 정도의 빛이었다. 그림자는 ‘생겨 있다’라는 인지만 있을 뿐 눈으로 확인하기엔 무리가 있을 정도의 잔인한 빛.

  찰스가 도착하기 전 그의 말대로 만들어둔 방이었지만, 이런 눈부심이 정말 그녀의 문제를 해결해 줄지 의문이 생기지만, 더 중요한 의문은

 ‘얼마나 있어야 할까?’

 

 “하루 정도면 충분하다네 벗이여.”

 

 “응?”

 

  머릿속으로 생각한 질문의 답을 자연스레 하는 찰스에게 놀랐지만, ‘응?’이라는 멍청한 반응 하나 정도로 끝났다. 곧장 찰스는 그녀에게로 향해 방 가운데로 오게 손짓하고 가만히 있도록 한다.

 

 “이런 게 정말···.”

 

  방 가운데서 빛을 받으며 가만히 서 있는 것조차 불편한 것처럼 눈을 가리고, 몸을 움직거리며 그녀가 말한다. 말을 길게 이어지질 못한다.

 

 “계속 의심하고 계시지만, 믿음에서 시작된 관계에 그렇게 불신을 섞으시면 결국, 관계는 끝나기 마련입니다. 한 번의 구원, 아니 증명이라는 편이 더 합리화하시기 쉬우시겠죠. 그걸로는 부족하십니까? 쓸데없는 용기를 닮은 객기로 하는 질문은 집어치워 주시길 바랍니다. ‘그것’은 용기나 객기를 먹고 더 강력해지는 것이라고 몇 번이나 설명해 드렸으니 말입니다. 장난만 치는 미물, 용기를 가지고 상대하면 쉬이 사라지는 마물들과는 차원이 다른 것입니다. 한때 수호령 취급까지 받고 지금도 한 단어의 어원이 된 존재란 말입니다.”

 

 ‘미물이라.’ 찰스의 수준에서 미물, 마물 이상이라면 꽤 강력한 것이다. 그녀에게 찰스의 말을 이해시킬 생각은 잠깐 했지만, 쨍한 빛에 찡그린 얼굴엔 쉽게 말도 걸 수 없을 기분이라 곧 포기하였다.

 

 “애초에 이런 걸 왜 하는 거죠? 전 무사한 것 아니었나요. 그 잘난 구원 덕에.”

 

  찡그린 얼굴로 투정하듯 찰스에게 말하는 그녀.

 

 “제가 구해준 건, 순간의 어둠에서였습니다. ‘그것’과 같은 이름을 가졌지만 ‘그것’이 아닌. 아, 이렇게 말하면 어려우시겠죠. 그 어둠 속에서 빠져나오기 전부터 당신의 그림자엔 ‘그것’이 묻어있었습니다. 지금은 그 오래된 걸 때놓는 중이죠.”

 

  찰스는 무표정하게 말한다. 그녀의 하얀 얼굴이 더 하얗게 빛에 질린 것처럼 보였다. 그 모습에 어쩌면 찰스가 뱉은 말에 위기감을 느꼈는지, 그녀는 되묻는다.

 

 “그럼 어떻게 되는 거죠? 이걸 안 하면?”

 

 “단순합니다. 주변에 강한 빛이나, 강한 영이 없어지는 순간.”

 

  쿵!

 

  찰스는 바닥을 발로 차곤 말을 이어나간다.

 

 “그림자에서 ‘그것’이 나와 당신을 집어삼키겠죠. 다른 분들은 겨우 순간을 묻어 팔 하나 다리 하나를 뜯겼지만, 당신은 이미 그림자가 진하게 물들어서 완벽하게 ‘그것’이 당신을 인지했다면, 존재 자체가 먹혀 세상에서 사라지겠죠. 당신이 잊은 존재들처럼.”

 

  찰스는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렇지 않게 그녀에게 말한다. 그녀는 뭔가 공포를 느꼈는지 팔로 몸을 감싼다.

 

 “그러니 이 빛 속에서 그렇게 조용히 하루만 계시길, ‘그것’이 옅어지다 못해 사라지길 바라며···.”

 

 “그럼 그냥 죽여버려도 되잖아요! ‘그것’을! 그때처럼! 잘난 구원이니 뭐니 할 때처럼!”

 

  그녀가 짜증 섞인 말로 자신의 말을 끊었지만, 허허하고 웃으며 찰스는 대답한다.

 

 “말했잖습니까? ‘그것’은 미물들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약점은 알지만 그건 죽이는 약점이 아닌 쫓아내는 약점일 뿐입니다. 그리고 구원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제 말처럼 합리화를 하시는 것 같은데, 그렇게 쉬운 일이라면 이 몸을 이런 노력과 시간을 쓸데없는 일에 쓸 만큼 비논리를 추구하는 자로 보시는 겁니까?”

 

  찰스가 웃음기를 삼켜가며 위엄있는 말투로 그녀에게 말하자, 그녀는 조용히 눈을 피하곤 자리에 서 있다.

 

 “아아, 눈도 같으시면 안 됩니다. 눈꺼풀 저편에서 ‘그것’이 나타나 눈부터 파먹는다면, 당신에게 모든 세상은 ‘그것’과 같은 어둠이 될 테니.”

 

  그녀는 분노한 듯 찰스를 바라본다. 그러다 나에게 시선을 옮긴다. 사방의 쨍한 빛을 같이 보았기에 그녀의 고통을 함께 체험했지만, 분노의 눈빛이 왜 나를 향하는지는 알지 못한다. 찰스를 연결해준 탓일까? 불편한 빛들을 피하러 나가려 하자 뒤에서 찰스가 말로 나를 붙잡는다.

 

 “어디 가시는가?”

 

 “아, 눈이 부셔서.”

 

 “자네도 여기 있어야 한다네.”

 

 “내가?”

 

 ‘왜?’라는 질문이 이어서 나와야겠지만, 그녀와 언쟁을 벌이던 찰스의 모습을 생각하면 심기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자리에 머물기로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찰스의 말에는 한가지 모순이 있었다. ‘죽이는 약점’을 모른다고 말했다. 그걸 모른다면 과연 이 방법으로 ‘그것’이 그녀의 몸에서 떨어지기는 하는 것일까?

 

 “죽이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몸에서 떨어트리는 것뿐이라네 우리의 일은 말일세. 벗이여, 자네도 ‘그것’이 어떤 것인지 잘 알지 않는가?”

 

  찰스의 알지 못할 소리에 내가 떠올린 건 언젠가 마주쳤던 ‘그것’에 기억이었다. 그때의 일을 찬찬히 떠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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