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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찰스네 서점 : 한국 요괴록
작가 : 정초딩
작품등록일 : 2020.8.1

전직 경찰 현수와
기묘한 서점의 주인 찰스가 만나는
요괴들의 이야기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요괴들, 요괴보다 못한 인간들의 이야기.

 
살아있는 귀인
작성일 : 20-08-01 09:01     조회 : 30     추천 : 0     분량 : 5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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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찰스네 서점으로 가는 길, 버스 안 풍경은 소란하다. 잔뜩 무언가를 들고 저마다 자리를 차지하고 앉는 어시장 할머님들, 청년이라고는 보기 힘든 풍경에 그나마 어린 내가 앉아있다. 넉넉한 점심시간에 타서 그런지 여유롭게 창밖을 보며 중앙시장 정류장에 내린다.

 

  정류장에 내리자마자,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 펼쳐진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을 지나친다. 시각장애인이 들고 다니는 지팡이를 들고 주변에 도움을 구하는 모습을 모두 다른 걸 보는 듯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자기와 다른 걸 잘 인정해주지 않는 사람들이 가득한 거리에서 시각장애인은 내가 보는 잠깐에도 입구와 떨어진 채로 도움을 구하고 있지만, 가게 앞에서 비키라는 말까지 들으며 홀대받는 모습이다.

 

 “저기. 괜찮으세요?”

 

  밀려나듯 찰스네 서점으로 가는 골목과 큰길 사이에 체념한 듯 서 있는 그에게 말을 건다.

 

 “아, 네. 괜찮아요. 초행길이라 길을 물으려고 하는데 그게 참 어렵네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바쁜 몸은 아니라.”

 

 “아, 정말요 감사합니다!”

 

  그는 내 손을 꼭 잡고 감사하다고 말하며 웃는다.

 

 “어디로 가세요?”

 

 “‘찰스네 서점’으로 가는 길인데요?”

 

 “네?”

 

 “혹시 모르시나요?”

 

 “아니요. 거기 친구가 하는 곳이라.”

 

 “그럼 어딘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마침 가는 길이니 같이 가시죠.”

 

  찰스를 찾는 손님이라니 반가워 그를 이끌고 찰스네 서점으로 향한다. 서점으로 향하는 길 낮은 돌부리에도 흔들리는 그의 몸을 보며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을 이끌어 본 적 없는 내 행동이 부주의하다고 생각한다. 가까운 거리라 내가 인지하고 있는 거리는 그에게는 한없이 멀고 어두운 길일 테니.

 

 “찰스 나왔어.”

 

  문을 열고 들어가 다짜고짜 찰스를 부르자 2층에서 대화 소리가 들린다.

 

 “이번 건은 좀 컸어.”

 

 “그렇지 누가 봐도 그래서 아마 이 정도가 나올 거네.”

 

  2층으로 올라가자 찰스가 있다. 대화하던 상대는 태블릿을 찰스에게 내밀며 말한다.

 

 “거꾸로야. 자네는 매번 새로운 전자기기를 들고 오면서 왜 사용법은 익히지 않고 오는 거지?”

 

 “자네가 알 테니까? 대충 보면 알 테니, 나는 이만 가보겠네. 손님이 왔으니.”

 

 “갑자기 왜 사극 말투야? 이 몸도 버린 말투를.”

 

  상대는 대답도 하지 않고, 챙이 넓은 모자를 쓰더니 갑자기 사라진다. 기척마저 사라지고 문에 풍경이 한 번 울리더니 정적이 찾아온다.

 

 “갔어?”

 

  주변을 살피며 묻는다.

 

 “응, 갔어.”

 

 “방금 저분은 뭐 하시는 분이야?”

 

 “‘분?’ 자네는 나와 마주하는 존재에게 그렇게 존칭을 붙이는 타입이었나?”

 

 “그건 아니지만, 뭔가 중요한 얘기를 나누는 것 같아서.”

 

 “자잘한 일 해주는 친구지.”

 

  말을 하며 찰스는 가까이 다가와서는 귀에 속삭인다.

 

 “저자는 도깨비야.”

 

 “뭐? 내가 아는 모습이랑 전혀 다른데?”

 

 “형형색색 얼굴에 뿔이 나고 사납게 생긴 모습? 그건 일본 오니고, 한국 도깨비는 생각보다 멀쩡하게 생겼어. 예전엔 산발에 씨름이나 좋아하고 왈패 같은 면이 있었지만, 요즘엔 자네도 알만한 가문도 번창하게 만들고 덕에 ‘그쪽’에서도 잘사는 편이지. 오늘은 ‘이쪽’일로 온 거라, 별 중요한 얘기는 없었지만.”

 

 “뭐가 나온다던데 뭐야?”

 

 “‘이쪽’ 세계의 가치. 여기를 유지하려면 책만 팔아서는 안 되거든. 그나저나 그 뒤에 있는 분은 누구시지?”

 

  데려온 손님이 처음 온 곳일 텐데 급한 마음에서인지 2층으로 올라와 뒤에 있었다.

 

 “아, 이분은 자넬 찾아왔다던데.”

 

 “두 분 얘기가 끝나시면 말씀드릴게요.”

 

  그는 우리 얘기에 끼어든 일을 실례라고 생각할 정도로 예의가 바른 사람처럼 보였다.

 

 “아, 괜찮습니다. 이 친구가 원하는 얘기를 하실 것 같거든요.”

 

 “내가 뭐?”

 

  찰스 말에 의문을 가지지만, 또 마음이 읽혔나 싶었다.

 

 “‘그쪽’에 도움도 필요할 거로 생각한 거 아니야? 만약 그렇다면 저자를 이 몸은 돕지 않을 걸세. 저자를 도울 수 있는 건 경찰이지. 이 몸은 수호하거나, 수호해야 할 것, 그리고 ‘이쪽’ 도움이 필요한 간절한 존재야. 자네 생각처럼 현실적인 문제를 가진 자는 아냐. 자네는 결국 이 몸을 찾아온 사람에게서 일거리를 찾고, 유지 비용이라는 말에 혹해서 이 몸에게 도움을 받으려는 거 아닌가?”

 

 “...그래.”

 

 “인정했으니 됐어. 그럼 얘기해 보시죠.”

 

  찰스는 내 인정에 얼른 시선을 뒤에 있는 그를 향해 보내며 물었다.

 

 “제 아내를 찾고 싶어서 왔습니다.”

 

 “아내요? 그런 일이라면 앞에 말씀드린 것처럼 경찰을 찾아가시는 게 더 빠르지 않으실까요?”

 

 “경찰에도 찾아갔는데 실종 신고만 받고 별다른 소식이 없더라고요. 차도 태백산맥에서 발견되고 혈흔도 발견됐는데,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으니 희망을 버리지 말라는 소리를 하면서요. 그래서 수소문하다 보니 이런 곳이 있다고 해서.”

 

 “찾아오셨다? 근데 수소문을 어떻게 하셨길래 여길 찾아오시죠?”

 

 “저는 점역사 일을 하는 ‘신 이조’라고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눈이 보이지 않아 다들 어렵게 살 거라 했지만, 여러 나라의 점자를 다 배워서 한국어 점자책으로 번역하는 일을 하며 잘 살아가고 있죠. 요즘에는 오디오북도 나와서 그걸 듣고 점역을 하기도 하고요. 저와 같은 직종이 사람이 적다 보니, 찾아오시는 분이 많은데 그중에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분도 가끔 계시는데 그런 분 중 한 분이 말씀하시더라고요. ‘부인 분께 혹시 전화가 오면 찰스네 서점으로 가보세요.’ 그 말을 듣고 얼마 되지 않아. 발신자 번호 표시가 없는 전화로 아내에게 전화가 오더라고요. 그래서 찾아왔습니다.”

 

  이조에 말이 끝나자 찰스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군요. 그럼 이 몸을 위해서 뭘 가져오셨죠?”

 

 “가져오진 않았습니다. 그렇게 쉽게 가져올 양도 아니고요.”

 

 “뭘 그렇게나 준비하셨길래.”

 

 “제가 가진 모든 책을 드리겠습니다.”

 

  찰스는 미소 지으며 끄덕인다.

 

 “좋습니다. 찾아 드리죠.”

 

 “응? 이렇게 빨리 수긍한다고? 찰스 잠깐만.”

 

  찰스를 끌고 구석으로 향한다.

 

 “너 그렇게 표정이 풍부한 사람이었어? 그리고 이렇게 일을 쉽게 받아들인다고?”

 

 “왜 이 몸이 좋아하는 걸 준다는데, 저 사람이 필요로 하는 건 그저 아내를 찾는 일이야. 그 정도도 이 몸이 못 해줄 것 같나? 이거 놓으시게 남은 할 말이 있으니.”

 

  찰스는 몸을 밀어내고 이조에게 향한다.

 

 “일단 제가 말하는 게 마음에 안 드실 수도 있습니다. 혹시 신변에 문제가 생기셔도 그 책들은 모두 제 겁니다. 동의하시겠습니까?”

 

 “무슨 보험 가입하는 것 같네요. 아내만 찾을 수 있다면 동의하겠습니다.”

 

 “좋습니다. 방법을 말씀드리죠. 집에 가 계세요. 아내는, 아니 어쩌면 아내를 품은 존재는 전화한 거로 봐선 어떤 방법으로도 접촉하려 할 겁니다.”

 

 “정말인가요?”

 

 “네. 다만 집엔 다른 아무도 들이지 마시고, 들리는 다른 아무의 말도 듣지 마세요. 단지 아내 목소리에 집중하세요. 그럼 아내를 만날 수 있을 겁니다.”

 

 “그걸로 정말 아내를 만날 수 있나요?”

 

 “믿으시는 분께 추천받은 저이니 한 번 믿어보세요. 배웅은 이 친구가 해줄 겁니다.”

 

  찰스는 구석에서 빤히 보고만 있던 내게 고갯짓으로 보내라는 듯 행동한다.

 

 “이조 씨. 제가 버스터미널까지 모셔다드릴게요.”

 

 “택시 태워드려 귀인이시다.”

 

  찰스는 그렇게 말하며 손짓을 하며 돌아선다. 건방진 행동에 마음은 안 들었지만, 가벼워진 찰스의 느낌이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었기에 따지지 않고 이조를 데리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와 서점 밖으로 나온다.

 

  서점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이조를 버스터미널에서 서울행 버스에 태워 보내고, 다시 서점으로 돌아온다.

 

 “왜 내가 오는 날마다 손님이야? 네가 나보다 장사가 잘된다?”

 

  서점으로 돌아와 1층에서 책을 정리하는 찰스에게 요즘 느껴진 변화를 묻는다. 손님이 많아진 게 장사로 이어지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오늘 손님은 자금에 관련된 인물 같았기에 넌지시 던져본다.

 

 “이 몸이 잘 되면 자네도 잘 되는 거야.”

 

 “...그랬으면 좋겠다. 근데 저분은 정말 그냥 기다리면 되는 거야?”

 

  내게는 간절한 문제를 실없게 답하는 찰스, 더는 캐묻지 않고 간단했던 이조 사건을 묻는다.

 

 “그럼 물론이지.”

 

 “꽤 쉬운 일인데 만족한 얼굴이네.”

 

 “쉽다니?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만나는 일인데 쉬운 건 아니지? 죽은 사람이 살아나거나, 산 사람이 죽거나. 이 몸에게 올 책에 만족한 것이지.”

 

 “뭐? 어느 쪽이 죽었는데?”

 

 “어느 쪽이라니 못 들었어? 혈흔 얘기? 아니면 자네가 귀신이라도 볼 수 있어서 데려왔다고 생각하는 거야?”

 

 “다시 물을 게 죽은 사람이 살아나거나, 산 사람이 죽거나 중에 어떤 게 확률이 더 높지?”

 

 “산 사람이 죽는 게 더 높지. 죽은 사람이 되살아나는 건 ‘겁’의 시간이나, 신이라는 부류들의 수많은 절차를 마친 ‘권능’ 정도밖에 없어. 아까 본 도깨비가 그렇겠군. 도깨비도 덕을 쌓아서 신과 계약으로 한 번의 겁까지 혼자 겪고, 다시 태어나서도 저런 시중까지 들면서 살고 있지. 탐욕스러운 인간에겐 살아날 기회도 잘 주어지지 않아. 어느 시대 왕도, 마법사도, 종교인도, 성인이라면 겨우 한 번 증명할 기회를 받을 정도? 세상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신은 그 모두의 기도를 듣느라, 모두를 보느라, 한 명을 살리는 것보단 다수를 살리는 것에 가치를 알지. 그래서 질서에 맞게 세상은 돌아가는 거야.”

 

 “질서에 맞는 게. 산 사람이 죽는 거란 말이야?”

 

 “언젠가는 원한다면, 언제라도? 적어도 자살은 아닌 범주에서 이뤄지는 건 신도 허용한다는 걸 모르나 자넨?”

 

 “자살이 아니라고? 자살하라고 그렇게 말한 거 아니었어?!”

 

  소리를 높여 말하지만, 찰스는 놀란 기색이 전혀 없다. 다가와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한다.

 

 “아니야. 정말 찾아갈 거야. 그게 아직 아내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내를 품은 것이.”

 

 “그게 뭔데.”

 

 “요망한 짐승. 짐승이 나타난다는 이유로 절이 네 개나 생길 정도로 역사는 얕지만, 이름이 널리 알려진 집을 떠나 헤매는 짐승, 그러면서도 인간을 홀려 잡아먹는, 인간이 홀려 잡아먹히는 이라고 해야 하나? 아, 어차피 자네가 원하는 건 이런 사실이 아닐 테지?”

 

 “너 이상해진 것 같아. 말투가 바뀐 것쯤으로 생각했는데 서점도 변하고.”

 

 “‘이상해진 것 같아’라? 원래는 정상이었나? ‘양쪽’에 알맞은 존재가 된 거라 말하는 건가? 그저 존재를 지키는 법을 알게 된 거야. 그리고 확실히 하자고 ‘이쪽’일은 이 몸이, ‘그쪽’일은 자네가 한다는 명확한 분류가 있으니 ‘이쪽’ 역할은 끝났으니 구할 테면 구해 봐.”

 

 “무슨 책임감 없는 소리야. 전에는 항상 일도 맡기 싫어했으면서. 그리고 ‘구할 테면 구해 봐’라니? 구해야 할 위험을 알면서도 보냈다는 거야?”

 

 “일이 싫었던 게 아니지. 그런 일에 엮이고 이 몸의 존재가 세상에 진해지는 게 싫었던 거지. 제대로 된 인지가 생긴 거야. 모든 것이 가지는 일말의 공포를 이 몸도 가지고 있었고, 그걸 빠져나올 인지가 생긴 거지. 진해지는 게 지워지기 위해서가 아닌 정말 또렷해지는 방법이란 걸 인지하게 된 거고, 자네에게 수 놀음할 때 이 몸을 버리라고 말했던 것처럼, 이 몸이 살 방법도 인지한 거야.”

 

  알지 못할 말에 나중에 따져 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이조의 행방을 묻는다.

 

 “됐고, 이조 씨는 어떻게 찾아가지?”

 

 “여기.”

 

  자세한 정보에 대해선 들은 게 거의 없지만, 찰스는 내게 수첩 하나를 던진다.

 

 “거기 출판사 목록이니 전화해서 물어봐. 이 몸은 책이 올 때까지 기다릴 테니.”

 

 “이조 씨가 죽으면 보내지도 못할 텐데?”

 

 “여기서 한 계약이 그런 물리적 한계도 못 이길 것 같나?”

 

 “맘대로 해!”

 

  울분을 참지 못하고, 문을 발로 차고 나간다.

 

 “그자도 귀인이야. 그만큼 어려운 삶을 살았으니, 자신이 원하는 걸 잘 알 테지….”

 

  찰스는 속삭인다.

 

  전화를 돌린다. 가나다순으로 정리된 수첩에 차례대로 ㄷ쯤에 이조의 이름을 아는 담당자가 나오지만, 주소는 알지 못하고, ㅂ쯤 가니 출판사에서 선물을 보낸다고 주소를 받아놓은 적이 있다고 말한다. 개인정보라서 알려드리기 곤란하다고 말하지만, 부탁드릴 게 있는데 전화를 안 받으셔서 그렇다고 찾아가는 성의를 보여야 할 것 같다고 둘러댄다. 출판사에서는 전화로 확인하고 연락드리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는다. 그 사이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서울행을 끊어 올라탄다.

 

  전화는 바로 돌아온다. 출판사에서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일단 찾아가 보시라며 주소를 불러준다. 버스는 출발하고 걱정으로 가득했던 마음이 긴장이 풀렸는지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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