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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찰스네 서점 : 한국 요괴록
작가 : 정초딩
작품등록일 : 2020.8.1

전직 경찰 현수와
기묘한 서점의 주인 찰스가 만나는
요괴들의 이야기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요괴들, 요괴보다 못한 인간들의 이야기.

 
수뢰인 3
작성일 : 20-08-01 08:55     조회 : 25     추천 : 0     분량 : 7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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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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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찰스가 죽음을 신고했지만, 명확한 인적사항을 대지 못해 오히려 형사들에게 의심을 샀다. 의식불명의 여자, 수상한 직업을 가진 나, 전직 경찰이란 점이 도움이 될 줄 알았지만, 뒤에서 웅성거리는 존재들만 늘렸다. 익숙한 기분이었다. 이런 기분 덕에 그만둔 일인데. 혐의점도 없고 시아 씨가 깨어나 아무 일 없었다고 증언해서 금방 경찰서를 벗어난다. 어찌 보면 피해자인데 이렇게 가해자 취급을 받다니, 언젠가는 동료였을 텐데 이렇게….

 

  병실에 도착해 창밖을 보는 시아에게 말을 건다.

 

 “괜찮아요?”

 

 “아, 오셨어요?”

 

  멍한 기운이 느껴진다.

 

 “죄송해요. 저 때문에….”

 

 “아니에요. 제가 흥분하는 바람에.”

 

  우린 침묵한다.

 

 “저….”

 

  정적 뒤 시아가 먼저 말을 건다.

 

 “근데 꿈에서 찰스 씨를 만났어요.”

 

 “네?”

 

 “어둠을 몰아내야 한다느니 뭐니, 그래서 시간이 걸린다느니 뭐니, 제 거짓이 얼마나 깊은 어둠이니 뭐니, 그리고 어떤 사람을 찾아보라고 하던데. 이런 말을 할 때쯤이면 현수 씨에게도 말할 거라고, 그리고 아직 위험이 도사린다고….”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휴대전화를 보았다. 찰스였다.

 

 “언제 내 번호를 저장했어.”

 

  뭉클했지만, 찰스는 여전했다.

 

 “그게 중요한가? 자네 앞에서 이 몸의 머리가 날아갔네. 제대로 보긴 했나? 자네?”

 

  제대로 본 기억이 없어 말을 돌린다.

 

 “이것도 자네 능력 중 하나인 거야?”

 

 “비슷하지. 이 몸이 고작 이물(異物)에 죽을 거로 생각했나, 자네는?”

 

 “아니, 아니지.”

 

  사실 그렇다. 아무리 완벽한 찰스라 해도 그 정도 신체 훼손을 그것도 웬만한 생명체에게 위험한 머리가 날아가는 정도의 부상에 무사하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살아있다는 사실에 두려움도 느꼈다. 그 정도에 죽지 않다니, 상처 정도의 범주를 넘어선 죽음의 경계에도 살아온 찰스에게 공포를 느끼고도 있었다.

 

  그간 많은 사건이 있었지만, 찰스가 훼손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건의 심각함을 이런 것에서 느끼게 될 줄은 몰랐다. 미세먼지 같은 존재감으로 옆에만 있으면 해결될 줄 알았건만, 내가 아무리 무모한 짓을 하더라도 찰스가 다치거나 상처를 입은 기억은 없었다.

  이번엔 내 실수가 분명했다. 시아에게 떠넘겨도 됐을 것을 내가 관심을 끌어 찰스가 나오게 했다. 스스로 ‘그것’에게 찰스는 자신을 던진 것이다. 선택에 이유에 대해서 확실히는 알지 못하지만, 의문보다 당장에는 시아와 꿈에서 나눴다는 얘기들에 대해 알아야 했다.

 

 “그래. 그 정도로 생각했다니 고맙군. 자네 이 몸을 불신하는 건 아니지?”

 

 ‘사실 그랬다.’

 

 “사실 사람이, 아니 적어도 생명체가 그 정도 훼손을 당하고 살아있으면 퍼뜩 드는 생각은 두려움이지. 그래서 조금은 그렇기도 해.”

 

 “그 일은 단순한 일일세. 생명의 개념까지 뛰어넘는 법을 이 몸은 체득한 것이지.”

 

 “‘아, 그렇나?’ 하고 쉽게 넘어갈 문제는 아니잖아!?”

 

 “뭐 그리 흥분하시는가, 심각할 일도 아니지 않는가? 이 몸이 살아있고, 자네는 그걸 인지했고, 같은 상황이 또 온다면 이 몸이라는 패를 먼저 버릴 경우의 수가 생긴 것이네. 자네를 보존하는 수가 늘었단 말일세. 오히려 기뻐할 일이 생긴 것이니 그렇게 흥분하지 마시게.”

 

 “그게 그렇게 쉽게 받아들여지냐 말이야. 사람의 머리가 박살 났어. 아무리 죽지 않는다고 해도 유쾌한 일은 아니지. 아니, 불유쾌한 수준의 일이네! 그걸 보고 괜찮다고 말할 사람이 누가 있겠어!”

 

 “자네는 괜찮을 걸세. 이제 익숙해지시게나. ‘이쪽’에 발을 들인지도 꽤 되지 않았는가? 적응해야지. 금방 또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니 말일세.”

 

 “왜 어째서?”

 

  한 번의 죽음으로는 얼마밖에 때어놓지 못하는 ‘그것’에 대해 두려움보다 분노를 느낀다.

 

 “아직 처자에게선 ‘그것’이 떨어지지 않았네. 이 몸은 머리를 뜯기고 말았지만, 처자는 자네가 이 몸의 죽음으로 붙였던 상상보다 더 큰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말일세.”

 

 “그런….”

 

  측은하게 시아를 바라보자. 다 안다는 표정으로 끄덕인다.

 

 “일단 처자에게 모두 말해두었으니, 처자의 말을 따르게.”

 

 “알겠어. 그럼 자네는?” “금방 보게 될 걸세.” 간격도 없이 답을 하고 전화를 끊는 찰스.

 

 “고마워요.”

 

  전화를 끊은 찰스에게 분노를 뱉기도 전에 들려오는 시아의 말에 먼저 반응해야 했다.

 

 “제가 한 게 없는걸요.”

 

 “꿈에서 들었어요. 그동안 현수 씨가 절 지킨 거라고.”

 

 “꽤 거창한 일을 한 것처럼 들리네요. 제 실수로 찰스가 죽, 아니 머리가 박살 났는데. 그리고 편리한 능력이 있으면서 저에겐 전화로 말하네요. 이 녀석은.”

 

 “다른 이유가 있을 거예요.”

 

 “근데 찰스가 죽기 전이랑 태도가 너무 다르시네요.”

 

 “결국, 도움을 받았으니까요. 또 받아야 하고.”

 

 “그렇죠.”

 

  끝이 아니란 사실을 시아는 아는 것 같았다. 그 사실을 조심스레 긍정하고 다신 부주의로 누군가 다치게 만들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일단 퇴원을 할까요?”

 

 “괜찮아요? 퇴원해도?”

 

 “네, 의사 선생님도 괜찮다고 하셨고, 급하게 찾을 사람도 있고.”

 

 “네? 누굴요?”

 

  시아는 꿈에서 찰스가 알려준 독특한 신상의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며 몸을 추슬렀다.

 

 

 “도깨비 골목에 있는 폐업 정리가 취미인 노처녀 사장 언니의 폐업 정리 중인 엄청나게 큰 서점이라….”

 ‘뭐가 이렇게 복잡한데 자세해.’

 

  시아가 말한 정체를 알 수 없는 서점 주인의 신상을 듣고 도착한 도깨비 골목, 쉽게 노처녀 사장 언니나 폐업 정리 중인 서점도 보이지 않는다.

  골목은 이미 오래전에 죽어있는 풍경이었다. 빛이 들어온 가게도 몇 없었다.

 ‘게다가 폐업 정리가 취미라니.’

  이런 곳에 서점이 있을 리도 만무한 기분이었다. 그게 취미라면 한곳에 머물 거로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찰스의 말이니 멈추지 않고 서점을 찾는다. 해가 저물고 빛이 완전히 사라질 때쯤, 계속 돌아봐도 보이지 않던 커다란 간판이 시야에 들어온다.

 

 ‘폐업 정리’

 

  뻔뻔하게도 적힌 글자에 황당하기도 했지만, 역시 찰스가 말한 건 언제나 존재한다는 것에 안심했다. 그러나 간판의 크기만큼 엄청난 서점은 아니었다. 길게 늘어진 골목 구석에 작은 가게 정도로 보이는 서점의 입구.

 

 “여기가 맞을까요?”

 

  간판과 서점 입구의 괴리를 시아도 느꼈는지 내게 묻는다.

 

 “일단 들어가 보죠.”

 

  안으로 들어가자 생각보다 훨씬 넓고 큰 공간이 펼쳐진다. 그곳에는 시대와 문화를 아우르는 옷을 입은 사람들이 저마다 책을 들고 읽거나 저마다 어디론가 움직인다. 천장과 벽, 바닥, 육 면에 모두 중력이 있는 것처럼 기이한 형태로 그 넓은 공간은 존재한다.

  곳곳에 놓인, 떠 있다고 표현해도 될 매대에는 여러 언어로 적힌 푯말 곁에 수많은 책이 있었다. 거울을 마주한 듯 층층이 나뉘어 육 면이 신기한 형상에 빠져있자, 시아는 옆에서 휴대전화 카메라를 들고 찍으려 한다. 그러자 앞에 누군가 나타나며 시아를 제지한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였다.

 

 “여긴 찍으면 안 돼 아가씨. 애초에 찍히지도 않지만, 여기 있는 분들은 흔한 존재와는 달라서 말이지. 생각보다 ‘귀한 분’들이야. 귀한 분들은 세상에 얼굴을 남기면 안 되거든, 남길 수도 없고 말이야. 그래서 우리 서점에 오는 거고, 어머 근데 같이 온 친구는 익숙하네. 이런 귀인이 데려왔으면서 이런 몰상식한 짓을 한단 말이야?”

 

  서점에 일하는 사람은 다 이런가 싶을 정도로 찰스처럼 생긴 것에 비해 어른스러운 말투로 말한다.

 

 “절 아세요?”

 

  자연스레 의문의 여자에게 존댓말을 쓴다.

 

 “물론이지. 찰스의 분신과도 같은 친구, 찰스는 잘 있지?”

 

 “네. 아, 아뇨.”

 

  찰스의 이름을 듣고 반응해 ‘네’라고 대답했지만, 바로 고쳐 말한다.

 

 “아니라니?”

 

 “며칠 전에 머리가 박살 났는데, 오늘 멀쩡하다는 전화만 받아서요. 확신이 없어서요.”

 

  신기하게 말도 안 되는 얘기를 술술 한다. 신기하다고 인지할 정도의 머뭇거림이 생긴 찰나, 의문의 여자는 어느샌가 앞으로 다가와서는 가슴을 검지로 톡톡 치며 말했다.

 

 “그럼 멀쩡할 거야, 네가 믿는다면.”

 

 “아, 그런가요.”

 

  실없게 한 번 웃어 답하고 본래의 목적을 말한다.

 

 “혹시 여기 폐업 정리가 취미인 노처녀 사장 언니, 아니 어쩌면 누나가 누구신지 아시나요?”

 

 “어머, 언니란 말에 거부감이라도 있는 거야? 옛날엔 자기 손윗사람을 다 언니라고 불렀어. 그게 내겐 더 익숙하지. 뭐 그건 굳이 알고 싶지 않지? 질문이 뭐였지? 아아, 사장. 노처녀만 빼면 완벽하게 일치하는 사람이 있는데.”

 

  찰스처럼 답을 정해 놓고 말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설명을 좋아하는 건 같아 보였다. 찰스와는 또 달리 자신의 의지로 그 설명을 끊어내고 본질로 향하는 법을 그녀는 잘 알았다.

 

 “아, 그래요? 그럼 최근에 결혼하신 건가요?”

 

 “아니, 아니. 그 부분이 아니라 ‘노’라는 부분이 틀렸거든.”

 

 “네?”

 

  늙은 노로 틀린 건지, No(아니)라는 이유로 틀린 건지. 묻고 싶었지만, 의문의 여자는 그저 그 질문을 떠올리는 것 자체를 지워버리듯 답했다.

 

 “그냥 ‘처녀’가 맞아.”

 

 “아, 그렇다면 혹시 어디 계신….”

 

 “나야.”

 

 “아. 네?”

 

  억지로 나이를 높여도 5단위에 걸려 20대 중반으로 보일 듯한 의문의 여자는 내 생각을 다 지워버리듯 해맑게 웃으며 말한다. 자신을 그렇게 보지 않았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은 듯 보였다. 그녀는 의문조차 자신이 바라지 않는 듯, 다른 의문을 내게 건넨다.

 

 “내가 노처녀 같아 보여?”

 

 “아뇨. 근데 말투가 좀 어렸을 때 할머님 손에 자랐나 싶기도 하고, 서점에 일하면 다들 말투가 그렇게 되나 싶기도 해요.”

 

 “그렇긴 하지 ‘이쪽’ 세계에 살다 보면 보이는 것보다 보고 싶은 대로 상대에게 보이게는 하기 쉽지만, 말투나 다른 것들은 세월이 묻어 티가 나기 마련이지. 찰스는 실제로 날 본 적이 아직까진 없었어, 그래서 아마 날 노처녀라는 소문만 듣고 말했을 거야. 말투도 이렇고 하니. 그러나 이젠 다르겠지?”

 

  의문의 여자는 보이는 것과 비슷한 또래의 애교스러운 웃음과 몸짓으로 은근한 강요를 하듯 말했다. 찰스가 저런 쉬운 구성의 것으로 인간을 판단할 거로 생각이 들진 않았지만, 말을 했다가는 무섭게 변한다는 익숙하고 평범한 기억들이 내 입을 막는다.

 

 “맞아.”

 

 “네?”

 

 “지금 생각하는 그거 말하면 혼날 거야.”

 

 “아.”

 

 “서점 주인들은 다 마음을 읽을 줄 아냐고? 아니지, 네 얼굴에 너무 잘 드러날 뿐이야. 그 표정에, 눈빛에 말이지.”

 

 “그런가요?”

 

  머쓱하게 나는 얼굴을 만져 본다.

 

 “그걸 믿어요?”

 

  분위기에 눌려서인지 조용하던 시아가 바보 같다는 듯이 말한다.

 

 “그걸 믿지 않는다면, 왜 그걸 끌고 여기에 온 거지, 계집?”

 

 ‘아, 서점 주인의 오만한 말투도 공용이구나.’하고 바라보자.

 

 “말투가 신경 쓰이는 모양이구나?”

 

 “네?”

 

  다시금 얼굴을 만져 본다. 이변은 없다.

 

 ‘귀신 같은 것도 닮았어.’

 

 “일단 내 소개를 먼저 하는 게 맞는 것 같네. 내 이름은 허월이란다.”

 

 “허월 씨, 안녕하세요.”

 

  늦은 인사를 건네자. 허월은 이어서 말한다.

 

 “본명이라고 해야 할까? 일본어로는 우소. 츠키. 란다.”

 

  미묘하게 끊어 말하는 일본어는 귀엽게 들린다.

 

 “일제강점기 때 사람도 아니고, 웬 일본어에요.”

 

  얕은 웃음을 짓자 허월은 이어서 말한다.

 

 “우소츠키, 이게 내 이름이란다. 물론 한국에 머물기 위해 허월이란, 이름을 쓰지만.”

 

 “그렇군요. 근데 뜻이 참 묘하네요.”

 

 “어머 아는 거야?”

 

 “‘거짓말쟁이’”

 

 “헛똑똑이 아가씨에게 물은 게 아닌데, 지금은 별로 중요한 얘기가 아니니 넘어가지.”

 

  허월은 시아의 갑작스러운 답을 가로막는다. 시아는 언짢은 표정으로 허월을 보지만, 허월을 아랑곳하지 않고 뒤로 돌아서서 말한다.

 

 “나를 찾아온 이유는 정확히 모르는 것 같네?”

 

 “네, 일단 폐업 정리라는 것도 이해가 잘 안 되고.”

 

  허월은 다시 돌아서며 말한다.

 

 “이곳은 사람들의 욕망을 먹고 자라는 곳, 그만큼 나도 욕망을 키웠지. 폐업하며 모든 책을 팔고 결혼을 준비하지만, 그렇게 팔고 나면 돈이 되레 많아져서 결혼할 이유가 없어지고, 서점은 커지고 일이 반복되다 보니 작은 입구 속에 이런 거대한 이(異)공간이 생겨버린 거란다. 그것보다 찰스가 너희를 보낸 건 이것 때문일걸?”

 

  허월은 두 권의 책과 하나의 단도를 건넨다. 단도는 무뎌 무엇도 벨 수 없는 물건이었다. 책은 한 권은 ‘찰스네 서점’이라 제목이 적혔고, 한 권은 읽을 수 없는 한문 같은 것으로 적힌 책이었다.

 

 ‘산스크리트어인가?’ 짐작해 보지만, 허월이 답해준다.

 

 “‘그슨대’라고 적힌 거란다. 세상에서 그 존재가 숨긴 글자지, 그 어두운 존재를 들키지 않기 위해.”

 

 “그걸 말해도 돼요?”

 

 “이 공간에서의 상관없단다. 그렇다고 함부로 따라 해선 안 돼. 나에게만 허용되는 것이니.”

 

 “네, 그럼 이제 어쩌면 되죠?”

 

 “찾는 사람에게 물건을 가져다주면 되겠지?”

 

 “하지만, 찰스는….”

 

 “찰스는 항상 머무는 곳에 있단다.”

 

 ‘그럼 서점에?’ 허월은 또 답을 한다.

 

 “항상 인간은 자신이 답을 아는 걸 바로 눈치채지 못하고 약간의 힌트를 통해 알게 되지. 항상 그 답은 그곳에 머무는데 말이야.”

 

  허월은 혼잣말하듯 하는 광경을 연출하고, 검지로 내 가슴을 톡톡 치며 말한다.

 

 “다른 곳을 떠올렸을 테지만, 아니야. 바로 여기 있지.”

 

  허월의 말장난 같은 말에 선명하게 떠오르는 상이 있었다. 찰스를 떠올리며 생각나는 모습, 공간.

  나의 감상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허월은 말을 이어간다.

 

 “이런 세상과 동떨어진 공간에 살다 보면 현실과는 다른 감각을 기준으로 살게 되지. 대신 ‘이쪽’의 기준에 나도 맞춰지게 되고, 이(異)공간의 거주자인 만큼 이상한 사람으로 ‘저쪽’에서는 볼 수밖에 없는 것이야. 찰스는 덕분에 현실 감각을 유지하지. 이번 일로 이상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걸 절대 두려워해서는 안 돼.”

 

 “왜죠?”

 

 “그건 자기만 모르는 비밀인 거로, 그럼 이제 우리는 폐업 시간이라.”

 

  허월의 말에 주변을 둘러보자 공간에 가득하던 사람들과 책이 모두 사라진 후였다. 풍경도 정상의 벽과 천장으로 입체감이 사라져서인지 점점 작아지는 기분조차 들었다.

 

 “그럼 안녕히.”

 

  어느새 문 앞까지 우릴 배웅하고 문을 밀어 열어주곤, 손을 흔들며 허월은 우릴 배웅했다. 어둡던 도깨비 골목에는 햇빛이 내렸고, 밝은 곳에서 여전히 밝은 곳으로 왔을 터인데 눈이 부셔왔다.

  햇빛을 확인하고 뒤를 돌아보자 여전히 허월은 손을 흔들었다. 나이와 같아 보이는 귀여운 미소로, 그 미소에 답하려 하자 밀렸던 문이 혼자 닫히더니 작은 구멍가게와 같은 모습으로 돌아간다. 달려가 문을 다시 열어보지만, 열리지 않고 폐업 정리라고 적힌 간판의 글씨는 흐릿해지다 사라지고 덩그러니 간판만이 붙어 남아있었다.

 

 “일단 가죠.”

 

  시아가 옆에 있다는 사실도 잊었었다. 어느 순간 허월의 대화에 빠져 사라진 시아의 존재감이 햇빛을 받자 살아난 것 같았다.

 

 “근데, 거기서 어떻게 말을 그렇게 잘하신 거예요?”

 

 “네?”

 

 “저는 숨이 막혀서 말도 못 꺼내겠던데. 아니, 다른 답답함이랄까?”

 

  시아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찰스네 서점도 이공간이라면 그곳에 익숙한 나에겐 어쩌면 ‘폐업 정리’ 중이던 그것도 익숙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시아에게 그대로 말한다.

 

 “서점이라면 익숙하니까요.”

 

  허월의 웃음을 따라 지어 본다. 같은지는 모를 일이지만, 그 웃음은 익숙해질 것만 같았고, 마음이 편해졌다.

 

  이제 찰스에게 향하기로 한다. 시간의 감각이 이상했기에 휴대전화로 시간을 확인하고 시아가 운전대를 잡고 출발한다. 시아는 자신의 집으로 향할 때처럼 빠르게 찰스네 서점으로 향한다.

 

 “여긴 그래도 내비게이션에 찍혀서 다행이네요.”

 

 “실존하는 서점이니까요. ‘허월관’과는 다르게.”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기분이 들었지만, 시아도 그걸 인지한 듯 아무 말 하지 않고 운전했다.

 

 ‘허월관이라고 들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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