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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찰스네 서점 : 한국 요괴록
작가 : 정초딩
작품등록일 : 2020.8.1

전직 경찰 현수와
기묘한 서점의 주인 찰스가 만나는
요괴들의 이야기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요괴들, 요괴보다 못한 인간들의 이야기.

 
의뢰인 1
작성일 : 20-08-01 08:52     조회 : 26     추천 : 0     분량 : 4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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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봉을 위해 파일럿 프로그램 한 자리를 받아놓고 소재를 탐색했다.

  눈에 들어온 건 요즘 유행하는 1980~90년대를 주제로 한 드라마들처럼 그 시절의 초점을 맞춘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SNS에 정보가 폭발하는 시대, 그렇지 못했던 시절의 미방영분의 미스터리를 모아 방영하는 것, 시청자의 관심을 끌고 그렇게 모인 정보들로 사건들을 재조명하는 것이 나의 아이디어였다. 화제성도 시청률도 챙길 완벽한 소재라고 생각했다. 먼저 파일럿을 위한 방영분을 만들기 위한 소재를 찾기로 했다.

  기대와 다르게 이어지는 건 예나, 지금이나, 어느 쪽에서 보아도 허접할 만한 영상들.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자극이 강해 방영되지 못한 것이 아닌, 허접해서 방영되지 못한 것들만 폐기 테이프 창고에는 가득했다. 그러다 간결한 제목의 다른 테이프들과는 다른 점이 느껴지는 게 눈에 들어왔다. 촬영 시기, 촬영지, 촬영자, 주제, 사유, 편집 여부 등이 자세히 적혀있던 다른 테이프들과 달리, 간결한 테이프.

 

  1997년 저수지 무속인 사망사고.

 

  테이프를 넣고 영상을 키자 노이즈, 화면조정 화면이 차례로 나오고 한 풍경을 비춘다.

 

  카메라의 움직임은 서툴렀다. 촬영보다 주위를 먼저 살피는 카메라 워크, 많은 사람과 구급대원 그리고 혼자 오색찬란하게 차려입은 무속인 한 명이 몸에 줄을 감았다. 줄의 한쪽은 저수지에 잠겨 있고, 점점 어둡게 젖어 든다. 저수지를 마주 보고 길게 늘어진 줄을 몸에 떨어지지 않게 칭칭 감는 무속인의 모습은 어디론가 떨어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만 보인다.

 

 ‘화려한 옷에 하얀 천이라니.’

 

  카메라는 부름에 가까이에 있던 한 사람을 비춘다. 중후한 목소리로 미스터리 방송의 진행을 자주 맡던 익숙한 얼굴이었다.

 

 “이분 요즘엔 뭐하시지, 이분을 모시면 또 화제성이 되려나.”

 

  처음 방송국에 들어왔을 때 몇 번 마주친 사이지만, 껄끄러움도 잊을 만큼 나는 입봉을 바랐다.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동안, 화면 속 그들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고, 잡음이 가득 들렸다. 겨우 소리가 정리되자 웅성거리는 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마이크를 제대로 셋팅을 하지 않았는지 감이 먼 느낌이었다.

 

 “이것도 꽝인데? 음향 문제로 방영 안 된 거잖아.”

 

  그 순간, 카메라는 진행자 뒤를 비춘다. 허공에 팔을 흐느적거리며 무속인이 떠 있다가 이내 저수지로 빨려 들어간다. 이해 못 할 그 모습에 나는 점점 화면에 얼굴을 가까이 댄다. 화질이 좋지 않은 그 테이프에 뭔가 조작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설명 불가능한 그 현상은 화면 속에서 버젓이 일어난다. 웅성거리는 소리는 선명한 비명으로 바뀌고, 구급대원들이 바로 뛰어들 정도의 위험이 화면 밖으로도 느껴진다. 사라진 무속인을 쫓던 카메라는 방황하다 익숙한 얼굴을 비춘다. 그는 카메라가 향한 지도 모른 채 뒤를 돌아보며 낮고, 작게 욕설을 뱉고, 다시 카메라는 방황한다.

 

  이어 구급대원들이 무속인을 구조하는 장면이 보이고, 시간이 건너뛴 것처럼 무속인은 파랗게 질려있다. 무속인을 데리고 나온 구급대원들은 손도 쓰지 않고 바라보다 몇 번 손을 대고, 모습 이상으로 확신을 가질 만큼의 죽음을 느꼈는지. 고개를 가로젓는다. 모습을 찍던 카메라는 지금까지의 방황이 아니라 명확한 목표를 가진 듯 움직인다.

  저수지에는 검게 질 리 없는 그림자가 드리웠고, 그 속에서 무언가 쩍하고 갈라지더니 카메라를 바라본다.

 

 “와, 뭐지?”

 

  무속인이 붕 뜨는 장면부터 갑자기 파랗게 생기를 잃는 장면, 검게 드리운 저수지와 그 속에 화면 너머에서 자신을 지켜보던 무언가에 소름을 느낀 뒤, 중얼거렸다.

 

  편집을 흔적을 찾으려 몇 번을 돌려봤지만, 흔적은 없었다.

 

 “이거다.”

 

  다짐과 함께 촬영지를 찾아보기로 했다. 촬영지는 금방 찾는다. 연쇄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경상남도 사천의 저수지였다. 거기에 가기 전 자세한 사건의 전말을 알기 위해 진술자를 찾아야 했다.

 

  처음엔 촬영자를 찾으려 했지만, 촬영자는 세상에서 누군가 지우기라도 한 듯 깔끔하게 누구도 기억하지 못했고, 자료도 남아있지 않았다. 충격을 받고 그만둔 것인지, 아니면 이런 화면을 찍고 공개를 하려다 매장을 당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확실한 건 그 외의 진술자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 사건에 대해 말해줄 사람이 필요한데…. 아!”

 

  너무 급했던 탓인지 당연한 것을 잊었다. 거기에 나온 당사자를 찾으면 되는 일이었다.

  중후한 목소리의 그, 생각보다 그를 찾는 것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방송 관계자의 삶이란 무언가에 엮여 원치 않은 관심을 받아 노출되기 마련인데, 노출은 일부러 숨기기라도 한 듯 사라진 상태였다. 요즘 시대에 사라진 유명인이라니, 사라진 유명인의 근황 방송도 좋은 아이템이라고 떠올렸다.

 

  며칠 수소문의 수준을 넘어 경찰의 인맥을 동원해서 그의 집을 찾았다. 노출이 사라진 것치고는 거대한 저택에 살았다. 벨을 누르자 답은 오지 않고 사람이 직접 나와 나를 맞이했다. 비서라고 소개한 그 사람은 그가 모든 만남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삼일쯤 실랑이를 벌이자. 그가 나타나 비서를 물렸다.

 

 “선생님.”

 

 “어디서 오신 누구신가.”

 

  마주친 적이 있을 테지만, 그는 그렇게 물었다. 분노가 느껴졌지만, 꾹 참고 나를 소개했다.

 

 “네, 저는 이번에 새로 프로그램을 준비 중인 정시아라고 합니다.”

 

 “PD?”

 

 “...네.”

 

  이름까지 듣고도 기억 못 한다는 사실이 불쾌했지만, 목표가 중요했다.

 

 “그런 분이 내겐 무슨 일로?”

 

 “저희 방송 진행을 맡아주시면 해서요.”

 

 “내가, 일을 그만둔 건 아는 건가?”

 

 “네.”

 

 “그래도 나를 찾아온 이유가 있겠지? 아마 진행만은 아닐 테지?”

 

 “네.”

 ‘능글맞은 늙은이.’

 

 “들어오시게.”

 

  내 뒤에서 비서가 짧게 그를 불렀지만, 괜찮다고 단둘이 얘기하고 싶다며 손짓해서 비서를 물렸다. 물러나는 비서를 향해 시선을 한 번 주고 그를 따라간다.

 

  낮인데도 집안은 밖보다 더욱더 환한 조명이 켜져 있었다. 조명 수가 과하게 많아 보였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게 그 속을 걸어 나를 이끌었다. 위화감 속에서 ’밝아서 나쁠 건 없지‘하며 합리화할 시간쯤이 지나자 집에서 가장 끝으로 보이는, 가장 깊어 보이는 방에 들어서 겨우 대화를 시작한다.

 

 “눈….”

 

  더듬거릴 듯이 허우적거리는 그의 손을 피하며 정확하지 않은 움직임을 보고 눈이 조금 멀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눈이 아프진 않은가?”

 

 “네, 조명은 익숙하니까요. 선생님은 이렇게 계시면 눈에 더 안 좋을 거 같아요. 그래도 조명 덕에 젊어는 보이시기는 하지만.”

 

 “실없는 소리 말게, 알고 싶은 게 뭔가?”

 

  뭔가 마음대로 되지 않은 듯 그는 본론으로 대화를 이끌었다.

 

 “다름이 아니라….”

 

 “자네도 저수지 일을 알고 싶은 건가?”

 

 “네? 저 말고도….”

 

 “있었지.”

 

 “그런데 왜….”

 

 “방송이 안 됐냐고? 다 사실이었으니까….”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지 이 사람?’

 

 “자네, 그걸 찍은 사람이 누군지 아는가?”

 

 “아, 그것도 묻고 싶었는데 먼저 언급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아니, 나도 모른다네.”

 

 “네?”

 

  노망이 났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그는 바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분명 같이 촬영했고, 서툴렀던 기억이 나지만, 어느 순간 기억하는 건 나뿐이더군, 나조차 ‘그’의 이름을 잊고 어디서부터 시작된 기억인지도 모를 기억을 겨우 남겼지. 자네는 아나?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희미한 기억의 공포를? 그 공포 때문에 방송일을 그만두었네. 한 번도 자만한 적 없고, 진지하게 임했었네. 그때 상황에 욕이 나올 정도로 놀랐지만, ‘그’에게 어떤 분노도 느낀 적 없고, ‘그’를 잊을 이유라면 그때의 충격 정도지만, 다른 모두가 ‘그’의 존재를 잊은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지 못했다네.”

 

 ‘역시 노망이 난 건가?’

 

 “뒤에 알게 되었지, 저수지 얘기를 따라 찾아오던 사람들이 하나둘, ‘그’와 같아지고 사람들을 따라, 길게, 길게 늘어진. ‘그것’이 나를 찾아오면서 말이네.”

 

  그는 그렇게 말하고 뭔가 깨달은 듯 혼자 입을 막고 돌아섰다.

 

 “‘그것’이요?”

 

 “...그래. 자네가 찾는 것이라네.”

 

  뒤를 돌아 잠깐 망설이다, 떨리는 음성으로 답을 하는 그.

 

 “무언지 말씀해주실 수는 없나요?”

 

 “‘그’처럼 ‘그것’도 말할 수 없다네. 다만 빛을 무서워하고, 웃기게도 빛으로 강해지기도 하지, 어둠으로 증식하며, 어디라도 닿는다네. 물론 여기는 닿지 않길 비네만….”

 

 “여기서 그래서….”

 

 “그래. 덕분에 지금은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네. 이런 조명 속에서 눈은 빨리 멀더군. 하지만 그게 다행이라고 지금은 생각한다네, 그전엔 누군가의 눈만 바라봐도….”

 

  두려운 것을 떠올린 듯 다시 부들거리는 그를 보며, 방송 얘기는 접고 ‘그것’에 대해서 더 알아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건 어떻게 알게 되셨죠?”

 ‘단서를 잡아야 해.’

 

 “저수지가 있던 동네를 찾아 가보았지. 내 살길을 찾기 위해서 말일세. 거기서 이현수란 청년을 만났다네. 나를 보고 무언가 붙어 있다며 단박에 해결법을 알려주더군. 정확히는 해결법이 아닌 연명법이라고 말했지만, 그 말대로 하니 지금까지 내 존재를 지켰지. 물론 눈은 잃었지만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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