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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찰스네 서점 : 한국 요괴록
작가 : 정초딩
작품등록일 : 2020.8.1

전직 경찰 현수와
기묘한 서점의 주인 찰스가 만나는
요괴들의 이야기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요괴들, 요괴보다 못한 인간들의 이야기.

 
수뢰인 2
작성일 : 20-08-01 08:53     조회 : 27     추천 : 0     분량 : 4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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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분의 추천으로 오게 되었어요.”

 

 “그 얘기를 길게도 하는 군 처자는. 예전에 미스터리 방송 진행을 자주 맡으신 분이라, 중후한 목소리에…. 아, 그분 성함이 뭐였지?”

 

 “아, 이 몸도 누군진 알겠는데. 그, 이름이….”

 

  우리는 모두 ‘그’에 대해 말했지만, 아무도 선뜻 이름을 말하지 못했다.

 

 “생각보다 네 기억력도 믿을 게 못 되네.”

 

  만능과 같은 찰스가 기억을 못 하는 것을 보고 나는 투덜거렸다.

 

 “이건 기억의 문제만이 아닐세.”

 

 “그럼?”

 

 “존재의 문제이지. 그의 멀어버린 눈으로 ‘그것’이 온 듯하군.”

 

  우리의 대화에 시아가 끼어든다.

 

 “‘그슨대’가 그렇게도 와요?”

 

 “온 것이 아니라 이미 그때부터 서려 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이름은 함부로 말하는 게 아닙니다.”

 

 “그때라면?”

 

  시아는 뒤에 얘기는 잘라낸 듯, 자신의 질문을 이어갔다.

 

 “저수지 촬영부터 말입니다. 평생 도망치셨고, 결국 잡아먹히셨군요.”

 

 “그래도 그분께서 그쪽이 저수지의 미스터리에 대해 잘 안다고 하셨어요!”

 

  찰스는 단념한 듯 답하고, 시아는 뭔가 힘을 더해 찰스에게 묻는다.

 

 “알아? 너?”

 

 “알다마다. 직접 보기까지 했으니, 더 잘 알겠지? 이 몸이 매번 자네의 대충인 어설픈 얘기만 듣고도 해결한 사건이 가득한데, 직접 목격한 정도라면 어느 정도겠는가? 그리고 지금까지 ‘그것’에 관해. 삶을 연장하는 법까지 알려주지 않았나. 이 처자 입에서 이. 몸. 이. 했다고 말하지 않던가.”

 

 “그래도 직접 봐도 모르는 게 있잖아. 사소한 실수나 착각일 수도 있고?”

 

 “자네가 이 몸을 보고도 능력을 모르는 것과 같은 실수나 착각을 말하는 건가?”

 

 “뭐?”

 

 “저 처자도 이해한 얼굴은 아니네만?”

 

  찰스와의 대화를 듣는 시아의 얼굴은 약간 놀란 듯했다.

 

 “아, 죄송해요. 저희가 너무….”

 

 “‘자네가 너무’겠지. 말은 바로 합세, 실수나 착각은 그만하고.”

 

 “그. 래. 제가 너무 혼자 떠들었죠?”

 

  짜증 섞인 말투로 찰스를 한 번 째려보고 시아에게 사과한다.

 

 “아, 아니에요. 그냥 신기해서요.”

 

 “이런 대화가 말인가?” “이런 게요?” 찰스와 동시에 답한다.

 

 “네, 뭐랄까? 독특하잖아요?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 논한다는 게, 상식으로는. 근데 너무….”

 

 “실존하는 것처럼 말한다, 이 말인가 처자는?”

 

 “네.”

 

 “그럼 처자가 따라온 건 무엇이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걸 알면서 따라온 건가?”

 

 “아니죠. 저는….”

 

 “확인하고 싶었겠지. 흔히 그런 것들은 세상에 존재하지만, 존재를 느낀 자에게만 나타나는 것, 단순히 믿는 것만으로 눈에 보이고, 그 믿음이 강렬할수록 들리고, 느껴지고, 만져지기까지 하는 것이니.”

 

 “없는 걸 있다고 이 정도까지 설파를 들으면 누구라도 믿을 수밖에 없겠는걸요?”

 

 “허무맹랑한 느낌의 사이비와 같은 소리는 이 몸은 하지 않네. 간단히 증명해볼까? 처자가, 아니 그보다 인류가 본디 얼마나 단순한지. 여기 아주 신 자두가 있네. 당연히 자두가 없다는 것 정도는 눈으로 보고 알 테지? 그걸 입에 넣는다고 생각해보게….”

 

  시아는 침을 삼킨다.

 

 “방금 넘어간 것이 처자가 뱉던 헛소리의 결말이네.”

 

 “하지만, 자두는 실재하잖아요. 먹어본 기억도 있고….”

 

 “‘그것’은 존재하지 않지만, 이름이 있는 거로 생각하는 건가? 근원의 부분부터 설명해야 할 정도의 인간이라면 말을 섞기도 싫네만. ‘그것’의 의미를 좇아 왔고, 이제 ‘그것’의 존재를 쫓지 않나, 처자는?”

 

 “그건….”

 

  시아의 말에 공백이 컸다. 찰스의 설파와 같은 말과 그녀의 세계가 싸우고 있는 것이다.

 

 “자, 그게 여기의 존재 이유거든요. 세상에 모든 초현실에 가까운 것들을 증명하는 곳.”

 

  시아와 찰스의 논쟁 사이에 끼어든다. 쓸데없이 한 바퀴를 돌며 광대가 인사하듯 행동하곤 말한다.

 

 “찰스네 서점….”

 

 적막함에 민망해서 찰스에게 일을 떠넘기려 하지만,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그럼 이번 일은 네가 맡으면 되겠다.”

 

 “벗이여. 자네 이런 헛똑똑이를 이 몸에 떠넘기려 하는 건가?”

 

 “헛똑똑이라 죄송하지만, 제가 듣고 싶은 건 언제 말씀해주실 건가요?”

 

  나를 바라보며 말하는 시아.

 

 “저수지 얘기라면, 저쪽이….”

 

 “왜, 이 몸을 가리키는 건가”“

 

 “봤다며? 안다며?”

 

 “봤지, 알지. 그래도 말할 수 없는 게 있다네. 마치 자네와 저 처자가 함께 떠올리지 못하는 그의 이름처럼 말일세.”

 

  시아는 말을 들어서인지 내게 계속 묻는다.

 

 “모르시는 건가요?”

 

 “아니요, 일단 저는….”

 

 “자네 알지 않는가.”

 

  시아의 질문에 대해 찰스가 내게 말한다.

 

 “응?”

 

 “알지 않는가?”

 

  불길했다. 기억나는 것도 없이 몰려오는 불안함을 찰스에게 떠넘기려 시도한다.

 

 “아? 그래도 자네 손님 아닌가?”

 

 “물어보시게.”

 

  찰스는 손을 내민다. 마치 시아에게 권하듯.

 

 “저….”

 

  먼저 말해 피하려 했지만, 시아는 내 말을 잘라낸다.

 

 “어느 쪽이라도 상관없어요.”

 

  굳은 시아의 의지를 보고 나는 내가 겪은 일을 말해주었다.

  서늘함과 그 무속인의 말, 그리고 붉게 나를 지켜보던 눈의 존재까지.

 

 “이제 실존에 대해 증명한 것 같군.”

 

  찰스는 얘기가 끝나자. 바로 말했다.

 

 “근데 조금 이상하지 않나요?”

 

 “뭐가 말이지?”

 

 “아, 아니에요. 본인이 못 느끼실 정도라면.”

 

 “최소한의 규칙이네.”

 

 “최소한의 규칙이라면?”

 

 “그것은….”

 

  찰스가 무언가 설명하려고 할 때 시아가 끼어든다.

 

 “근데 왜 계속 ‘그슨대’를 ‘그것’이라고 하시는 거죠?”

 

 “‘그것’과 같은 것들은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 부름이라 느끼고 나타나기도 해서 그러는 것이네. 이미 ‘그것’에 노출되곤 처자는 자신에 몸에 묻은 건 모르고 그렇게 쉽게 내뱉는 것인가?”

 

 “네?”

 

  놀란 시아는 몸을 살핀다.

 

 “없는데요?”

 

  한숨을 몰아쉬며 찰스가 틀렸다는 듯 말했다.

  시아와 찰스의 대화에 절로 눈이 갔지만, 시아에게 특별한 건 없다. 찰스가 그렇게 말을 해서 어떤 공포가 생기긴 했지만, 당장엔 어떤 공포가 실체화하진 않는다.

 

 “맞아, 내가 보기에도….”

 

 “자네는 능력이 있어서 여태까지 이 몸을 찾아온 건가?”

 

  찰스는 찌릿한 눈빛을 그렇게 말하는 내게 보낸다. 저런 눈빛은 항상 확고한 호소이다.

 

 “벗이여. 자네는 ‘그것’과 눈이 마주친 경험이 있으면서 처자의 그림자 속에 있는 것이 느껴지지도 않는단 말인가? 이 몸의 말은 부정해도 좋지만, 자네의 감각을 속이진 마시게.”

 

  그 말에 시아의 뒤편을 바라본다. 늘어진 그림자가 보였다. 조명에 비해 짙은 어둠이 일렁거렸다.

 

 “그만하시게.”

 

  말과 함께 시야가 가려졌다. 찰스가 손으로 가린 것이었다.

 

 “이 몸이 말하지 않았는가, 부르는 것만으로 부름으로 느낀다고, 하물며 자신의 존재를 느끼고 찾으려 한다면 ‘그것’이 더 신나서 나타나지 않겠냐 말일세. 이 몸의 서점을 난장판으로 만들 셈인가 자네는? ‘그것’이 날뛸 정도로 녹록한 곳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딴 것의 발버둥쯤으로 책들이 상하는 꼴은 보기 싫다네.”

 

 “뭐가 있었나요?”

 

  시아의 질문에 ‘쉬’소리를 내며 검지를 입술 위에 올리고 찰스는 답한다.

 

 “자세한 얘기는 처자의 집에서 하는 게 어떻겠소?”

 

 “왜죠?”

 

 “‘그것’의 뿌리와 멀어질 필요도 있고, 처자의 집이 처자의 영이 가장 강한 곳일 테니 안전한 곳에서 얘기를 나누자는 것이오.”

 

 “네, 그럼 내일 출발하죠. 숙소도 하루 남았고, 짐도 챙겨야 하니.”

 

  생각보다 빠른 답변에 일이 복잡해지지는 않을 것 같았다. 찰스에게 넘기려 한 마디를 얹는다.

 

 “그럼 이 일은 역시 찰스가 맡는 거로 하고.”

 

 “아니, 자네도 가야지.” “그쪽이 가셔야죠. 의뢰를 맡으셨으니.”

 

  시아와 찰스가 동시에 말하는 바람에 ‘윽’하는 소리를 내고는 “네.”하고 대답을 하고 말았다.

 ‘귀찮은 일을 떠맡은 기분이야.’

 

  시아가 서점을 나선 뒤에 옆에 있는 찰스에게 ‘그것’에 관해 묻는다.

 

 “‘그것’이 그렇게도 강력한 것인가?”

 

 “귀찮은 정도를 넘어서는 강력함일 테지, 비슷한 미물들이 약한 이미지로 있어서 그렇지, ‘그것’은 특별히 강한 것이라네, 이 동네에서 사람을 몇이나 잡아먹은 놈은 특히나 강하겠지.”

 

 “나도 위험한 건가?”

 

 “자네는 그다지 위험할 것 같지 않네만.”

 

 “그걸 어떻게 확신하는 거지?”

 

 “그건….”

 

  찰스는 무언가 확신에 찬 대답을 했지만, 홀리듯 그 답을 듣고 집으로 와있었다. 종종 있는 일이었다. 정신과에 가기 전부터 있던 기억 소실 현상, 병원에서는 우울증이니 뭐니 하는 진단을 받았지만, 찰스를 마주하며 생기는 의식의 소실은 뭔가 그의 능력이라 생각한다. 기억은 없지만, 찰스가 답을 안 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믿음을 가지고 잠을 청하려 한다. 시아의 집이 어딘지는 모르지만, 방송국 일을 하니 수도권일 거란 생각에 출장비를 톡톡히 받겠다고 생각하며, 찰스 몫까지 2인분을 떠올린다.

  그날 밤, 매우 급한 목소리의 시아에게 전화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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