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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찰스네 서점 : 한국 요괴록
작가 : 정초딩
작품등록일 : 2020.8.1

전직 경찰 현수와
기묘한 서점의 주인 찰스가 만나는
요괴들의 이야기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요괴들, 요괴보다 못한 인간들의 이야기.

 
수뢰인 4
작성일 : 20-08-01 08:56     조회 : 24     추천 : 0     분량 : 4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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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점에 도착하자 안에 불도 켜져 있지 않았다. 시아가 먼저 문으로 다가가 문을 열려 했지만, 열리지 않고 점점 지는 해를 보며 우린 불안해했다.

 

  해가 져갈 무렵 숨겨둔 열쇠에 대해 생각하고 주변을 살피자, 열쇠 하나를 발견한다.

  열쇠를 들고 안으로 들어가자. 여전히 불이나 생동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잘못된 것을 느끼고, 잊은 것을 떠올려 본다.

  허월이 준 책이 떠올라 급히 찾아본다. 책이 무언가 해결해 줄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그 중요한 것을 차에 두고 내렸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밖은 해가 져서 그늘이 골목을 덮기 시작했다.

  차로 달려가 나는 책을 들고 서점 안으로 들어갔다.

 

  서점에 불이 켜지고, 생동감이 느껴진다. 2층에 있는 비밀의 방에서 찰스가 나온다.

 

 “생각보다 늦은 거 아닌가?”

 

 “차...찰스!”

 

  2층으로 뛰어 올라가 찰스를 안자, 경직된 듯 팔을 벌리고 멈췄다가, 이내 나를 안는다.

 

 “신체 접촉을 선호하지는 않지만, 이번에는 특별히 허락하지.”

 

 ‘찰스네 서점’이란 책을 찰스에게 건네려 했지만, 이미 사라진 뒤였다. 뒤에서 놀란 표정으로 시아가 나타나 ‘그것’의 이름을 가진 책을 내민다. 포옹을 풀고 찰스는 책을 받아들곤 말한다.

 

 “역시 그 누이는 결혼 말고는 만능이란 말이지.”

 

 “그런 분이 왜 결혼을 계속 실패하는 거지.”

 

  허월에게 설명을 들었던 말이지만, 일상적인 말처럼 뱉었다. 우문(愚問)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공간의 거주자에게 세상의 제도인 ‘정상적인 결혼’이란 게 필요할 리 없으니.

 

 “세상의 이치는 웃기게도 여자가 너무 능력이 있으면, 못난 것들이 결혼을 꺼리게 만들지. 누이는 그런 존재야, 세상 누구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데려와도 또는 가져와도 그 능력에 차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사람. 오래된 고문서를 모아온 이 몸보다 더 오랜 지혜가 많은 사람이지. 거기다 폐업할 때마다 재력은 늘어나고, 나이를 먹어도 미모는 더욱 피어나는, 대단한 사람. 단지 여자로 봐서는 절대 누구도 품을 수 없는 존재. 이공간의 거주자는 생각보다 많지만, 그 세계에서도 품을 자가 없는 존재지. ‘노처녀’란 말에 과하게 민감해하지만, ‘노처녀’가 ‘No처녀’라는 억지를 부리기도 하는 사람이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시아가 찰스의 긴 감상을 잘라낸다.

 

 “아, 미안하군. 육성으로 말해본 게 오랜만인 기분이 들어서 떠들어 버렸군.”

 

 “자, 이제 뭘 하면 되죠?”

 

 “뭐, 간단한 일이지. 이 몸이 이걸 읽어내서 방법을 찾으면 되는 일이야.”

 

 “그럼 애초에 몰랐던 게 맞네요?”

 

  따지듯 시아는 찰스에게 말한다.

 

 “그래. 그래서 이 몸을 미끼로, ‘그것’을 잠시 진정시킬 생각이었지만, 덕분에 위험해져 버렸지.”

 

  찰스는 머리를 한 손으로 당겨 두둑 소리를 목뼈로 내며 시아에게 말했다.

 

 “...그건 죄송해요.”

 

  미안한 듯 고개를 숙이는 시아.

 

 “아닐세 결과적으로 계획대로 됐으니, 생각보다 피해는 컸지만.”

 

  찰스는 어깨에 한 손을 올리고 다시 붙은 머리와 몸통 사이의 목뼈로 두둑 소리를 재차 낸다.

 

 “무사하니 된 일 아냐?”

 

  분위기를 바꾸려 나는 크게 웃으며 말한다.

 

 “자네가 그렇다니 상관은 없네만, 자네의 책임도 큰 걸 잊지 마시게.”

 

 “아.”

 ‘다행이군.’

 

 “일단 한동안은 여기 머물면 괜찮을 걸세, 이 몸이 해석하는 동안 여기 계시게.”

 

 “그건 믿어도 되는 말인가요?”

 

  시아가 바로 전에까지의 죄송함을 잊은 듯 말했다.

 

 “물론이지. 애초에 이 몸이 그렇게 되려고 했다고 말하지 않았나. 계속 의심을 하는 건가 처자는?”

 

 “확실히 해두고 싶어서요.”

 

 “확실히 해두는 게 의심이 된다는 말일세, 같잖은 말장난으로 진심을 숨기려고 하지 마시게. 요즘 사람들은 말장난이 많아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네. ‘솔직하게 말해서’ 그냥 처음부터 솔직하면 될 것을 이런저런 계산 뒤에 나온 말을 자기 양심을 포장하기 위해 다시 구태여 ‘솔직하게 말한다며 말하는 것 말일세.”

 

 “그렇게 생각하시면 부정 못 하니 다시 말할게요. 의심되니 확실히 해주세요.”

 

 “이제 좀 솔직해졌구먼, 뭐 이 몸은 계속 솔직했지만 말일세. 이걸로 답은 충분하지 않는가?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가?”

 

 “아뇨. 그거면 됐어요. 그럼 이제 뭘 하면 되죠?”

 

 “저기서 책이나 읽고 계시게.”

 

  1층을 가리키며 찰스가 말한다.

 

 “네? ‘그것’과 가까워지고 묻은 게 더 진해지는데 그러고 맘 편히 있으라고요?”

 

 “그렇다네.“

 

  찰스의 말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게 무슨 소린가 뭐 조명 같은 건 필요하지 않은 건가?”

 

 “자네가 가져온 책, 그건 이곳을 허월관처럼 이공간으로 만드는 것일세. 이곳에는 이 몸이 허락한 존재만 들어오는 게 가능하네만, 설마 이 몸이 이런 상황에서 그걸 들이진 않겠지? 서점의 책들은 저 처자보다 소중한 것들도 있으니.”

 

 “정말, 여자가 좋아할 타입은 아니군요.”

 

  시아가 투덜거린다.

 

 “여자를 좋아할 것으로 보이는가? 이 몸이?”

 

 “그럼 남자를 좋아하나요?”

 

 “어허!”

 

  웬일로 찰스가 버럭 하는 것을 보고 말린다.

 

 “자자 둘 다 진정하고. 요즘 시대에 그런 건 취향이지. 나한테만 안 그러면 되지.”

 

 “자네까지!”

 

  말린다는 게 어쭙잖은 농담이 섞여 찰스가 버럭 한다. 거기에 시아가 풉 하고 웃고는 찰스는 시아에게도 버럭 하고는 우리 둘이 웃자 책을 들고 비밀의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이겼네요.”

 

 “그렇네요.”

 

  시아와 나는 뭔가 마음이라도 맞은 것처럼 하이파이브하고 1층으로 내려가 책을 골라잡고 읽기 시작한다. 시아의 밝은 모습을 보고는 조금 안심이 되었다.

 

  도깨비 골목의 서점과 달리 문밖으로 보이는 시간의 변화는 정확했다. 정상적인 시간의 흐름과 같이 서서히 어두워지고 어둠이 깊어지는, 시계의 움직임도 마음속으로 세는 초의 박자와 맞아떨어졌다. 분명 맞아떨어질 터였다.

  지금까지 겪어온 것으로 현실과 마음속의 박자마저 어긋난 것이 느껴졌다. 그 어긋남이 우연히 이곳의 시간의 흐름에 맞은 건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했다. ‘의심’ 거짓된 감각을 만들 곳은 아닌데 평소라면 이런 생각을 하면 찰스가 ‘그게 아니네, 벗이여’하고 말을 했겠지만, 그게 없어 생각이 더 드는 기분이었다.

  머리를 비우려 주변을 살폈다.

  시아는 이상한 행동을 한다. 서가에서 책을 하나씩 뽑아서 옆으로 눕혀 끼워둔다. 마치 서가 뒤편에 머무는 무언가가 나오기 쉽게 하려는 듯, ‘그것’이 있을 리는 없었고, 시아에게 물으려 했지만, 기분 좋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장난하는 듯한 행동을 방해하고 싶진 않았다.

 

 “뭐 별문제 없겠지.”

 

  혼자 중얼거리곤, 읽던 책을 바라본다.

 

  얼마쯤 지나자, 서점의 이변이 느껴진다. 떨림이었다. 도깨비 골목의 서점처럼 무언가 변화라도 하는 줄 알았지만, 찰스가 방에서 나오며 소리쳤다.

 

 “그 손 놓으시게! 처자가 모든 일의 원흉일세!”

 

  떨림을 느끼고 시아의 안전을 위해 잡았던 손을 놓고 바라본다. 손을 얼굴 쪽으로 가져가며 고개를 숙이고 흐느끼기 시작하는 시아.

 

  흐느낌에 집중하자 곧, 흐느낌이 아닌 낮은 웃음임을 알게 된다. 시아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공포를 느끼던 시아의 모습은 모두 연기였던 것일까?

 ‘어쩌면’이었다. 시아는 공포를 느낄 만큼 ‘그것’에 대해 선명하게 알았고, ‘그것’을 따랐는지도 모른다는 ‘어쩌면’….

 

  그 생각에 답하듯 시아의 그림자가 스멀스멀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시아가 서가 공간에 만들어 놓았던 빈틈에서도 그림자들이 모여 힘을 더하였다. 그림자에서 시아를 멀어지게 하려 놓았던 손을 잡아당기자, 거대한 그림자와는 달리 너무 가벼운 무게에 당겨져 쓰러진다.

  쓰러진 시아는 말한다.

 

 “이제 겨우 기억났네.”

 

 ‘뭐가?’

 

  그림자는 시아가 자신을 보며 하는 말은 무시하고 2층으로 향한다.

 “너...어....는...나...와...가...앝...은...것...인...가...아?”

 

 “그렇게 약한 척 필요 없다네. 처자와 함께 살아온 시간이 아주 긴 걸 아네. 이 몸이 방심하게 할 생각이라면 이미 한 번 자네들, 아니지 자네에게 속아 머리가 날아가지 않았나.”

 

 “그렇다면 편하게 말하지. 생각보다 똑똑하군, 헛똑똑이라 말하며 바라볼 때는 무지한 줄 알았는데.”

 

  검은 덩어리에서 온전한 인간의 형태를 한 것이 흘러나와 찰스의 앞에 선다. 검은 건 기름이 씻겨 내려가듯 내려가며 하얀 속살을 드러낸다.

 

 “나의 본질을 알아본 건 네가 처음이군.”

 

 “뭐 정확히는 이 몸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저자를 말하는 건가?”

 

  하얀 속살을 드러낸 소녀로 보이는 존재는 고갯짓하며 나를 가리킨다.

 

 “그래.”

 

 ‘그것’에서 나온 의문의 소녀는 나를 바라본다. 마주친 붉은 눈이 무언가 과거를 관통한다.

 

 “이...이미 그때.”

 

  무슨 뜻인지도 모를 말이 내 입에서 나왔다.

 

 “그래. 그때 이미 저 여자아이의 몸을 가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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