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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찰스네 서점 : 한국 요괴록
작가 : 정초딩
작품등록일 : 2020.8.1

전직 경찰 현수와
기묘한 서점의 주인 찰스가 만나는
요괴들의 이야기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요괴들, 요괴보다 못한 인간들의 이야기.

 
의뢰인 회상
작성일 : 20-08-01 08:56     조회 : 282     추천 : 0     분량 : 4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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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정님, 요정님 나 요정님의 이름을 알아 왔어.”

 

  그림자에 검게 물든 꾀죄죄한 소녀가 아무도 없는 검은 그림자를 향해 말을 건다.

 

 “쟤 좀 봐 자기 엄마가 자기 버리고 아빠는 매일 술에 절어서 관심을 안 주니. 쯧쯧.”

 

  동네 사람들은 소녀의 모습에 혀를 찼다. 소녀의 다친 마음이 미친 거로 생각한 것이었다.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소녀는 남들이 종교니, 신이니, 전설이니, 미신이니 하며 선을 긋고 닿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의 범주를 넘어서 있었다.

 

 “요정님 이름은 ‘어둑시니’래. 책에서 봤어. 장난치는 어두운 요정님. 근데 다 읽지는 못했어. 쫓겨나서 미안해.”

 

  그림자가 움찔거린다.

 

 “맞아? 다행이다.”

 

  소녀는 밝을 때부터, 그림자가 가로등이 내리는 빛에 의존한 그림자가 될 때까지 논다.

 

 “정시아!”

 

  어두워진 시간을 무시하며 큰 소리를 찾는 아빠의 목소리에 놀라, 그림자에 인사하고 집으로 향하는 소녀. 그날이 마지막으로 봤던 순수한 그림자의 모습이었다.

 

  다음날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집으로 가기 전 놀 함께할 친구가 여럿 생기고, 가끔 움찔거리는 그림자를 보며 친구들에게 그림자에 대해 말하고는 그런 게 어디 있냐는 답을 듣고는 점점 기억 속에서 그림자의 존재는 희미해져 갔다.

 

  삶의 작은 변화가 집 안의 고통을 지워주는 건 아니었다. 성적도 좋고 교우 관계도 좋던 소녀에게 유일한 단점이 있었다. ‘아빠’라는 이름의 족쇄. 대학 입시를 앞두고 학비조차 없었지만, 아빠가 죽게 되면 받을 부조금이나 보험금 등이 나올 걸 상상하며, 술을 먹고 아빠가 어디선가 굴러 죽기를 바랐다.

  잔인한 상상을 얼마나 간절히 했는지 교실에 혼자 남아 덩그러니 앉아있을 때가 있었다. 아무도 혼자 우두커니 소녀가 세상에 앉아있는 걸 보지 못했는지 누구도 말 걸지 않아 그 자리에서 그 생각을 키운다. 그럴 때마다 뒤에선 서늘함이 느껴졌다. 결코, 싫은 느낌은 아니었기에 매번 소녀는 넘어갔다.

 

  수능을 치고 학교의 정식 수업 마지막 날, 다른 방법들을 찾아 나가야 할 그때 소녀는 간절히 아무도 없이 교실이 텅 빌 때까지 남아. 해가 질 때까지 불조차 끄고 무언가를 빌었다. 누군가에게 간절히 빌었다.

 

  드르륵

 

  유난히 큰 문소리에 놀라 돌아본다. 경비 아저씨였다.

 

 “어휴 놀라라. 야자도 없는 날인데 누가 있어 귀신인 줄 알았네.”

 

 “아. 아저씨 죄송합니다.”

 

 “그래. 얼른 친구랑 집에 가.”

 

 “네. 네?”

 

  아저씨는 그렇게 말하고는 바로 나가버린 상태였다. 소녀는 겁에 질렸다. 친구라니 아무리 부정한 기도를 계속했다고 해도 누군가 있었다면 분명 느꼈을 것이다. 뒤를 돌아보지만, 검게 물든 교실 구석만이 보인다.

  다시 교실 뒷문을 향해 소녀가 돌아서자 뒤에서 창문으로 들어오던 옅은 빛조차 삼키며 그림자가 소녀를 덮는다. 서늘하게 자신을 감싸는 기운을 느끼며 소녀는 익숙함도 같이 느꼈다. 자신을 해치지 않을 것이란 것도 알았지만, 그것에 다음 행동에 소녀는 놀란다. 귓전에 서늘하게 속삭이는 속삭임, 하얀 입김이 아무것도 없을 터인 소녀의 볼 옆에서 부서진다.

 

 “드...들린다면...대답...해.”

 

 “말...을 한 거야?”

 

 “으...응.”

 

  소녀는 그림자의 변화에 놀랐다. 자신의 주변을 맴돌며 인간의 언어를 익혔다는 오랜 시간 동안 잊고 지낸 친구 ‘어둑시니’의 말에 소녀는 감동했다.

 

 “아빠...죽여?”

 

 “응?”

 

 “아빠...죽여 줘?”

 

 “그게 가능해?”

 

  소녀는 무슨 말인지 묻는 것보다는 그 행위가 가능한지 물었다. 이미 정신은 그 미지의 존재가 자신의 부정한 기도를 들어주기 위해 온 것이라 믿기 시작했다.

 

 “으...응.”

 

 “어떻게?”

 

 “저수지...사람...을...잡아먹는...”

 

 “거기에 데려가면 돼?”

 

  말이 끝나기도 전에 떠오른 사건이 있었기에. 바로 질문으로 답한다.

 

 “오늘...밤.”

 

 “응.”

 

  그림자는 살며시 소녀를 교실 뒷문 쪽으로 민다.

 

  소녀는 곧장 집으로 향해 취해있는 아빠를 데리고 저수지로 향한다. 저수지까지는 거리가 있지만, 어두운 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기 위해 걸어간다. 저수지 근처에 아빠를 앉히고 집으로 돌아가는 소녀, 뒤에서 아빠가 욕을 하지만 듣지 않고 도망간다. 저수지에 누군가 자신을 바라본다는 걸 느끼지만 ‘어둑시니’일 것이라 믿는다.

 

  다음날 아빠가 저수지에서 죽었다는 전화가 온다. 적잖게 놀라지만, 어째서인지 수습이 안 된다는 말을 듣고는 저수지로 향한다. 저수지로 소녀가 향하는데 반대편에서 어떤 소년이 달려온다. 도망가는 모습이었다.

  그 앞에는 어젯밤 저수지에서 봤던 검은 그림자가 소녀를 바라보다가 사라진다.

 

  사고 장소에 도착하자 아빠를 구급대원들이 수습하고 있다. 경찰이 막아서지만, 가족이라고 말하고 폴리스라인 안쪽으로 들어가 아빠의 얼굴을 확인한다. 소녀는 급히 얼굴을 가린다. 터져 나올 것만 같은 웃음을 참는데 경찰은 그걸 우는 것으로 알고 경찰차로 데려가 진정을 시킨다.

 

 “고마워.”

 

  소녀는 혼자 속삭인다. 아무도 없는 경찰차 안에서 그림자가 일렁인다.

 

  소녀는 대학교로 가서 숙녀가 된다.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있으면 웬일인지 그 사람이 사라졌다. 주변에서는 그 존재가 금방 희미해질 만큼 완벽은 아니지만, 그녀에게 방해될 건 확실히 없어졌다. 죄책감은 없었다. 최초의 아빠와는 달리 그녀가 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그녀의 뒤에 항상 짙은 그림자가 따라다녔다.

 

  그녀는 원하던 대학을 졸업하고 방송국에 입사했다. 방송국에서도 방해인 사람들은 많았다. 하지만, 다 없어졌다. 꼰대 짓을 하며 손버릇이 나쁘던 오래된 진행자도, 촬영하며 감독에게 말하지 못해 막내인 그녀에게 욕을 하던 오래된 촬영감독도, 그렇게 없애고는 그녀의 작품을 처음으로 만들기 위해, 요즘 유행하는 오래된 감성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편집실에 오래된 테이프들을 쌓아놓고 본다.

 

 “이거 어때?”

 

  그때 뒤에서 그녀에게 테이프 하나를 건넨다. 제법 말이 능숙해진 ‘어둑시니’에게 감탄하며 돌아서 검은 형체에 높은 부위를 그녀는 쓰다듬는다.

 

 “한 번 볼까?”

 

  사라진 자들이 만든 테이프였다. 사람이 붕 뜨고, 죽고, 검은 물속에서 지켜보는 붉은 눈빛까지 어설프게 만든 공포 영화보다 더 사실적인 테이프였다.

 

 “이게 아빠를 죽인 거야?”

 

  그녀는 본능적으로 물었다.

 

 “응.”

 

 “그래.”

 

  그녀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선 정보가 필요했다. 완전히 사라진 촬영감독은 찾지 못하고 진행자에게 향한다. 이미 눈이 멀었지만, 그래도 손버릇은 여전했기에 참다가 얘기를 듣고 나오는 길에 조명 몇 개를 일부러 떨어트려 깨버리고는 문을 닫고 나와버렸다.

 

  밖에서 기다리던 비서에게는 그녀는 자신에게 잘못했었는데 그걸 사과받고 용서받고 기뻐서 저러시는 거니 놔두라고 말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그렇게 존재가 사라지면 용서랄 것도 없이 모든 사실이 사라지는 것이니. 그녀는 이 모든 걸 아는 존재에게로 향한다. 자신의 유일한 죄를 목격한 ‘그슨대’일지도 모르는 찰스를 향해.

 

  처음 보는 찰스는 날카로움은 펜을 닮고, 깊이는 잉크를 닮았으며, 그 아량은 하얀 종이를 닮은 사람이었다.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세상에 이치에는 어긋나 있기에 무언가 문제는 있어 보였지만, 그 정도 문제는 이해했다. 그녀의 아빠를 죽인 세상에 반하는 그 존재를 이용해 자신의 인생을 바꾸려고 설계했다.

  찰스는 쉽게도 ‘어둑시니’에게 반응하였다. 자신이 그 존재란 걸 들키지 않기 위해 어떠한 죄책감을 피하기 위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어둑시니’는 그녀에게 자신을 ‘그슨대’라고 찰스가 말할 거라 미리 말했다. ‘어둑시니’의 말대로 찰스는 반응했다.

  찰스는 자신이 종말로 몰아넣은 사람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것’이라고 자신을 말하는 걸 그녀는 그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는 걸 두려워해서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찰스를 이용하게 되고 ‘어둑시니’가 다른 ‘그슨대’가 있다고 알게 된 곳으로 그녀는 인도했다. 가는 길 그녀는 주변에 물어 찰스를 조사하지만, 들려주는 건 시답지 않은 이야기였다.

 

  마주한 새로운 ‘그슨대’와 그 속에서의 사건, ‘어둑시니’는 그녀의 다리를 붙잡아 구해주지만, 무언가를 쫓던 찰스가 자신과 같은 존재를 몰아낸다. 그녀의 다리에 남은 멍의 시린 기분은 결코 다시 하기 싫은 경험이었다. 그렇기에 모든 걸 끝내기 위해 집으로 향한다.

 

  집에서의 사건, ‘어둑시니’는 그녀 구한다며 찰스를 삼켰다. 차갑게 손에 묻는 찰스의 체액과 그 빛 속에서도 어둡던 체액 색을 보며 그녀는 찰스가 ‘그슨대’라고 확신하지만, 더 무서운 일이 그녀를 기다렸다.

 

 “이제야 이 몸을 느끼기 시작한 건가?”

 

 “어떻게 여기에 있어요?”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그건….”

 

 “익숙하겠지. ‘그것’이 만들어둔 공간이니까.”

 

  우리의 관계를 들킬 수는 없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죠?”

 

 “누군가의 무의식은 항상 여러 빛이 하나에서 그보다 많은 수로 이뤄져 있지. 그게 무슨 빛을 띠는 가는 그 사람의 성향에 따른 것이야. 근데 이곳은 그 기본적인 빛조차 다 삼켜져서 어둠이 지배하는데 이 몸이 어떻게 다른 생각 하겠는가? 하물며 많은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를 보았지만, 이토록 어두운 건 처음 보았네. 분명 오랜 기간 많은 일을 경험한 탓이겠지. ‘그것’이 용기를 먹고 자라는 만큼 자네에게 있던 무지(無知)라는 용기가 이런 상황까지 이르렀겠지. 하지만 이토록 어두운 건 의외일세. ‘고난 후에 사람은 강해진다.’ 니체가 말했지. 하지만, 처자의 경우는 ‘고난 후에 사람은 이상해진다.’ 다크 나이트 속 조커의 말이 더 가까운 것 같군.”

 

 “책벌레인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알아요?”

 

 “알지. 이 몸이 얻고자 하는 건 세상의 모든 지식이지 책에만 존재하는 진리가 아닐세. 그 말에 부정이 없는 걸 보니 대충 맞는 것 같군. 고난이 있었나?”

 

 “그걸 말해야 하나요?”

 

 “아니. 묻는다면 이 몸이 개입하게 되는 거고, 오염된 답 따위는 들을 가치가 없다네. 그저 현수에게 이 말을 전해주게나. 도깨비 골목에 있는 폐업 정리가 취미인 노처녀 사장 언니의 폐업 정리 중인 엄청나게 큰 서점으로 가라고.”

 

 “알겠어요.”

 

  우리의 관계는 들키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 우리가 누구지?’

 

  머릿속에 그려진 의식 속 생각마저 배경이 없었던 것처럼, 생각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서서히 검게 물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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