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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백색살인
작가 : BLED
작품등록일 : 2019.9.30

 
백색살인(43화)
작성일 : 19-10-21 15:17     조회 : 40     추천 : 0     분량 : 5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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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

 

  덕평리 도로로 들어서자 도로는 2차선으로 좁아들었고, 이제는 작은 불빛조차 보이지 않았다. 가득이나 어두운 도로가 주변의 산 그림자에 묻혀 십여 미터 앞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다. 내비게이션에서 상평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하라는 멘트가 흘러나왔다.

  선호는 좌회전을 하면서 다시 내비게이션을 보았다. 목적지까지는 이제 2킬로미터 정도가 남아있었다. 도로는 조용하고 한적했다. 멀리에서 고라니의 꺽꺽거리는 거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밤에 듣는 들짐승들의 울음소리는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다.

  차창 밖으로 보이던 남한강 물줄기는 이제 보이지 않았다. 선호는 창문을 내렸다. 차가운 밤공기가 밀려 들어왔다. 그 바람에 기분도 상쾌해 지는 것 같았다. 일만 아니라면 잠시 차를 멈추고 강을 따라 걷고 싶은 아름다운 밤이었다.

  그러나 선호는 딱히 뭐라고 말할 수 없는 무거운 힘이 자신을 떠미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랫동안 몸에 밴 보호 본능이랄까 아니면 날카로운 직감이랄까……. 선호는 가급적이면 빨리 일을 마치고 돌아가고 싶었다. 왠지 이곳에서 지체하기가 싫었다.

  얼마를 더 달리자 내비게이션에서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안내 말이 흘러나왔다. 선호는 적당한 곳에 차를 세웠다. 그러나 차에서 내리지 않고 주차 브레이크를 채운 뒤 자리에 앉은 채로 주변을 살폈다.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을 벗어난 곳은 그저 어두워만 보일 뿐 아무것도 분간할 수가 없었다. 하늘과의 경계가 구분되지 않는 낮은 야산의 그림자가 더 짙은 어두움으로 다가왔다.

  선호가 자동차의 시동을 껐다. 자동차의 불빛이 사라지자 주위가 일시에 어둠에 파묻혀버렸다. 이제는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선호는 담배를 피워 물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어둠에 조금씩 익숙해져 갔다. 그리고 어둑어둑하게 사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선호는 좌우를 둘러보았다. 산기슭 어둠속에 작은 건물이 보였다. 기와지붕을 얹고 있는 단층주택이었고, 집 주위에는 제법 높은 담장이 둘러쳐 있었다. 필수가 말한 집이었다. 담장 위에는 깨진 유리병 조각이 드문드문 박혀 있었다. 담장이 주변의 풍경과는 생뚱맞아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호는 차에서 내려 대문 앞에 섰다.

  집안에는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고, 오랫동안 비어 있었는지 온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하긴 근 십년이 넘도록 비워 두었으니 당연한 거였다. 녹색 칠이 거의 다 벗겨져 버린 대문은 여기저기 녹이 쓸었지만 그래도 대문의 역할을 톡톡히 할 만큼 튼튼했다. 선호가 몇 번 잡아 흔들어봤지만 삐걱거리는 소리만 날 뿐 열리지 않았다.

  선호는 주머니에서 필수에게서 받은 열쇠를 꺼냈다. 열쇠구멍 안이 녹이 슬었는지 뻑뻑하고 열쇠가 돌아가지 않았다. 힘껏 힘을 주어 돌렸다 풀었다가를 몇 번 하자 그제야 덜컹거리며 문이 열렸다. 선호는 차가 안으로 들어 갈 수 있도록 대문을 활짝 열었다.

  집안은 밖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꽤 넓었다. 집안 어딘가에 불을 켤 수 있는 스위치가 있을 것 같았지만 그만두었다.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고 비어있던 집에 갑자기 다 늦은 밤중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면 인근에 사는 주민들의 의심을 살 것 같았다.

  그리고 어두웠지만 한 눈에도 창고처럼 보이는 건물이 마당 한 편에 있는 것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았다. 샌드위치 판넬로 지은 가건물이었지만 오토바이 두 대를 넣어 두기에 충분할 것 같았다.

  선호는 밖으로 나가 차를 후진시켜 마당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 다음 창고의 셔터를 들어올렸다. 갑자기 ‘드르륵’하는 셔터 감기는 소리가 요란하게 밤공기를 가르며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생각보다 큰 셔터 소리에 선호는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주위를 살폈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셔터 여는 소리를 들었을까 싶었다. 그러나 아무런 기척은 들리지 않았고 밤잠을 깬 개 짖는 소리가 멀리에서 들려왔다. 선호는 천천히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건조하면서도 매캐한 곰팡이 냄새가 풍겨 나왔다.

 

  선호는 탑차의 적재함에서 오토바이 두 대를 내려 창고로 옮겼다. 오토바이 두 대를 세워 놓자 창고 안이 가득 찼다. 선호는 덮개로 오토바이를 덮은 다음 셔터를 내린 뒤 자물쇠로 단단히 잠갔다. 닫힌 셔터를 몇 번 흔들어 보았다. 덜컹거렸지만 열리지는 않았다.

  일을 마친 선호가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주위는 칠흑같이 어둠이 깔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조용했다. 선호는 나중에 나이가 더 들면 이런 시골로 내려와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곳이라면 자기의 기억하기 싫은 모든 과거를 덮고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도시는 전쟁터였고 배고픔이었다. 자기 자존감이 버려진 종잇조각처럼 쉽게 현실 앞에 짓밟혀 버려진 곳이고, 자기의 이성적 판단이 아무 의미가 없는 곳이었다.

  선호는 자기도 이제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깨달았다. 한 번도 과거를 뒤돌아 본적이 없었는데 이제 과거란 말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이다. 깊게 들여 마신 담배 연기를 허공에 훅하고 내 뿜었다. 어둠 속에서 하얀 담배 연기가 아주 느리게 퍼져 나갔다.

 

  그때 선호는 등 뒤에서 낮지만 신경에 거슬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알아챘다. 소리를 죽이고 조심해서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였다. 본능적으로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가 자기를 노리고 있다는 느낌이 서늘하게 등줄기를 타고 전해져왔다.

  그러나 섣불리 뒤로 돌아서지는 않았다. 그건 상대방에게 공격의 기회를 앞당기게 만드는 꼴이 될 것이다. 선호는 상대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심하며 천천히 온 몸의 신경을 끌어 올렸다.

  그제야 집 귀퉁이의 담에 등을 기대고 서있는 검은 그림자가 보였다. 그림자와는 별도로 움직임 소리는 뒤쪽에서 들려왔다. 선호는 가만히 움직임을 살폈다. 등 뒤로 두 명의 기척이 느껴졌다.

  앞쪽의 그림자까지 합치면 모두 세 명이란 판단이 섰다. 이들이 자기편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했다. 이들이 어둠속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은 좋은 의미는 결코 아닐 것이다.

  선호는 어떻게 이들이 숨어 있었다는 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자신이 부주의한 탓도 있었지만 상대가 만만찮은 자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가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뛰어난 운동 감각을 지녔다는 판단과 함께 어쩌면 이것이 자신에게 치명적인 실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호는 천천히 담배 연기를 내뿜으면서 재빨리 생각을 정리했다. 어차피 이들과 싸움이 불가피 할 것이라면 아직은 저들이 방심하고 있을 때 먼저 효과적인 선제공격을 해야 그나마 자신에게 승산이 있을 것 같았다.

  저들은 수적인 우세와 싸움에는 이골이 난 자신들이기에 별다른 경계심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아직 자신들의 존재를 선호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을 것이란 잘못된 판단은 선호가 자신들에게 선방으로 공격해 올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하고 만들었다.

  그런 상대의 심리를 역이용하는 것이 선방의 핵심이다. 선호는 뒤쪽에 있는 두 녀석들보다 문 옆에 서있는 앞쪽의 남자가 강할 것이란 판단이 들었다. 싸움판에서는 센 놈이 앞에 서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뒤에 있는 놈들을 먼저 공격을 하는 것이 자기가 싸움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방법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아무리 싸움에 자신이 있어도 선방을 당하면 순간적으로 수세에 몰리기 마련이었다.

  그 틈을 이용해야 이 상황을 빠져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놈들과의 거리였다. 얼마만큼 떨어져 있는지를 가늠할 수가 없어 망설여졌다. 상대를 가격하지 못하고 엉뚱하게 허공에 헛발질이라도 하면 선방은커녕 상대에게 오히려 우스운 꼴만 보이게 될 것이다.

 

  그때 선호는 뒤편 왼쪽에 있는 남자가 크게 숨을 들이 마시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상대가 긴장을 하고 있다는 신호였다. 그것은 또한 공격을 하기 직전의 긴장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선방을 날려야 하는 순간이었다.

  다행인 것은 남자의 숨소리는 충분히 거리감을 파악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대략 3미터 정도의 뒤였다. 생각과 동시에 선호는 몸을 빙글 돌려 왼발로 땅을 차고 뛰어 오르면서 상대방의 턱을 향해 어둠 속으로 앞발을 날렸다.

  야구방망이를 한 손에 들고 서 있던 상대방은 어둠 속에서 날아 온 선호의 발길질에 불의의 일격을 턱에 맞고 그대로 뒤로 나가 떨어졌다. 곁에 같이 있던 사내도 선호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놀라 ‘어어’하며 어리벙벙하고 있는 틈을 이용해, 선호는 그대로 몸을 돌려 이번에는 뒷발차기로 상대방의 턱을 날렸다.

  선호의 힘이 실린 발차기를 얻어맞은 사내의 몸이 붕 날라 담장에 부딪쳤다. 선호는 쓰러진 상대가 땅에 놓친 야구 방망이를 집어 들었다. 쓰러졌던 두 녀석이 엉거주춤 일어서는 것이 보였다.

  동시에 앞쪽에 서있던 키 큰 남자가 몸을 날려 공격해 오는 것이 보였다. 선호가 미처 피하기도 전에 상대의 발이 가슴팍을 거세게 찼다. 어둠속에서도 사내는 정확하게 급소를 노렸다. 숨이 막혀왔다. 선호가 상대의 한 방에 땅바닥에 나가 떨어졌다.

  생각보다 매서운 발차기였다. 아마도 무도 고단자 같았다. 그리고 실전 경험도 많아 보였다. 상대가 다시 발을 높이 들어 찍어 내리는 자세로 공격해 들어왔다. 선호는 잽싸게 몸을 굴려 공격을 피했다.

  그러나 상대는 선호의 다음 동작을 이미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팔꿈치로 선호의 목을 겨냥해 몸을 날렸다. 발 공격은 속임수였다. 상대의 신경을 분산시키려는 허수(虛手)였다.

  육중한 상대의 몸이 선호의 몸을 짓누르면서 팔꿈치로 목을 가격했다. 선호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상대의 공격을 받아칠 틈이 없었다. 선호가 몸을 뒤틀며 남자를 밀어냈다.

  그러나 남자는 전혀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이참에 끝장을 내려는 듯 우람한 두 팔로 선호의 목을 꺾으며 한쪽 무릎을 세워 선호의 등을 밀어냈다. 목이 꺾기고 허리가 뒤틀린 선호는 몸에서 점점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손으로 땅바닥을 더듬으며 무기가 될 만한 것을 찾았다. 무릎 근처에 떨어져 있던 야구방망이가 손에 잡혔다. 선호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뒤를 향해 야구 방망이를 휘둘렀다. 상대의 공격에 반격을 한다기보다 그냥 무의식적인 반사 신경에 의한 행동이었다.

  다행히 야구 방망이가 남자의 머리에 정통으로 꽂혔다. 남자가 ‘윽’소리를 내며 목을 감고 있던 손을 풀었다. 그 틈을 타 선호가 벌떡 일어나 야구 방망이로 상대의 뒤통수를 힘껏 내려쳤다. 거칠었던 상대가 땅에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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