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백색살인
작가 : BLED
작품등록일 : 2019.9.30

 
백색살인(36화)
작성일 : 19-10-21 12:58     조회 : 20     추천 : 0     분량 : 557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36

 

  텔레비전을 끄고 민 반장이 앞에 나섰다. 형사들의 얼굴에 참담한 표정이 남아 있었다. 민 반장이 손을 비비며 말을 꺼냈다.

  “자! 보도 내용들 잘 봤지. 명색이 강력계 형사들이 기자들보다 감각이 떨어져서는 안 되겠지? 각자 수사한 내용을 말해봐? 먼저 김 형사! 박 변호사 주변 인물들에 대한 탐문은 어떻게 됐나?”

  김 형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수사 수첩을 들쳤다. 다른 형사들도 의자를 끌어 당겨 앉으며 강력반 형사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예……. 박 변호사 유족으로는 아내와 쌍둥이 딸 둘이 있습니다. 그날 가족들은 모두 집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마침 그날 쌍둥이 딸의 같은 반 친구가 놀러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증언 했습니다.”

  아이패드를 터치하면서 김 형사가 말을 이었다.

  “박 변호사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잠실에 있는 내과 병원장 민지희 로 밝혀졌습니다. 피살되기 약 30분 전에 민 원장의 병원에서 나갔다고 합니다. 박 변호사가 이미 죽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박 변호사와는 그냥 같은 대학교 동문으로 업무상 알게 된 사이일 뿐이라고 딱 잡아뗐지만...... 오히려 박 변호사의 아내가 둘 사이가 오래전부터 내연관계였음을 알려 주더군요.”

  피살되기 30분 전이라면 사건과 관련된 단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 변호사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나온 것이 12시경이었고, 민 원장의 병원에서 나온 것이 1시 30분경이라면 그 사이 약 1시간 반 정도를 내연녀인 민 원장과 밀회를 즐기고 집에 가는 중에 피살된 것 같았다.

  “민 원장의 말로는 원래 당일 박 변호사 진료가 예약되어 있었답니다. 박 변호사가 바빠서 예약된 시간에 못 오고 늦은 밤에 왔답니다. 워낙 바쁜 박 변호사는 종종 그렇게 개인적으로 진료를 받는답니다.”

  민 반장은 그런 억지 주장이 오히려 자신에게 불리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를 민 원장이 아닐 텐데 왜 그런 핑계를 댔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했던 말들이 나중에 자기의 발목을 잡아 범행이 탄로 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문제는 그 민 원장이 단순한 내연관계가 아닙니다. 박 변호사하고 이전에 모종의 사건에 연루되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회의실에 있던 형사들이 고개를 들어 김 형사를 바라보았다.

  ‘모종의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리지?’

 

  “박 변호사는 명문 S대를 졸업하고 3학년 재학 중에 사시에 합격한 수재였습니다. 연수원 성적도 우수해 주변에서는 모두 판사나 검찰로 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현직으로 나가지 않고 바로 대승그룹 법제팀장으로 입사를 했습니다. 법제팀장이라지만 임원급이라 결코 낮지 않은 대우였지만...... 아무튼 그 일은 당시 굉장히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고 항간에서는 대승그룹이 거절할 수 없는 거액을 주고 스카우트했다는 소문이 파다했습니다.”

  민 반장도 얼핏 그런 기사를 보았던 기억이 났다.

  “그 소문의 진위는 알 수 없었지만...... 박 변호사는 입사한 뒤 대승그룹과 관련된 모든 소송 사건에 대표 변호사로 참여해서 거의 100%에 가까운 승소 실력을 보였답니다.”

  “대박! 100% 승률이라면 신이지 인간이야!...... 더군다나 이제 막 대학교를 졸업한 사람이…….”

  김 형사의 말에 놀람과 부러움이 담겨있었다. 다른 형사들도 가벼운 탄식을 했다. 그 속에는 박 변호사의 굉장한 실력에 놀라워하는 것도 있었지만, 자기들보다 한참 어린 나이에 벌써 자기들이 바라볼 수 없는 지위에 오른 그가 부러운 마음도 숨어 있었다.

  “가장 큰 소송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가맹점들에 대한 불공정한 거래를 이유로 대승그룹 회장을 검찰에 기소했는데, 이번에는 누구나 다 박 변호사가 질것이라 예상했답니다.”

  우리나라 3대 권력중의 하나인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이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법리적인 논쟁도 논쟁이지만 전방위적인 외압과 싸워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소위 살아있는 권력과의 싸움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변호사는 세간의 예상을 깨고 오래전의 대법원 판례와 법리를 찾아내 그 막강한 공정위의 논리와 조사 내용을 여지없이 무너뜨렸습니다. 결국 대승그룹 회장은 무혐의로 풀려났고, 그날 이후 박 변호사는 대승그룹 내에서 회장하고 독대를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중요한 인물이 됐습니다.”

  “나중에 박 변호사가 대승그룹 회장의 조카사위가 되지 않았나?” 차 형사의 말처럼 대승그룹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던 박 변호사는 그룹 회장의 동생 딸과 결혼함으로써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명실 공히 그룹 회장 일가와 한 가족이 된 박 변호사는 그룹 내에서는 제 2인자 못지않은 지위에 앉게 되었다.

 

  그러나 사람의 일은 언제나 한 방향으로만 굴러가지는 않았다.

  2년 전 갑자기 박 변호사와 대승그룹간의 갈등이 언론에 부각되더니 박 변호사가 대승그룹의 비리를 검찰과 언론에 고발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집안내의 싸움보다도 그 고발 내용이 충격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박 변호사의 고발 내용은 다름 아닌 대승그룹 차 회장의 지시로 국회, 검찰, 법원, 경찰, 언론을 비롯해 많은 인사들에게 대승그룹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뇌물을 상납했다고 고발한 것이다.

  심지어 현 정부의 주요 인사들까지 연루되었다고 밝혔다. 그런 지시 사항과 돈을 받은 고급 공직자들의 명단을 기록한 비밀 장부를 검찰에 제출함과 동시에 일부를 언론에 공개한 것이다.

  온 나라가 발칵 뒤집어졌다. 대승그룹을 포함한 모든 관련자들이 터무니없는 모함이라며 반발을 했지만, 워낙 규모가 크고 사실을 기록한 장부가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는지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었다.

  언론이 연일 들끓었다. 인터넷에서는 특검을 도입해 철저히 수사를 해야 한다고 아우성이었다. 자기 이름이 빠진 정치인들은 이 기회에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기 위해 이 사건을 물고 늘어졌다.

  까닭도 모르고 자기와는 아무런 직접적인 연관도 없는 일반 국민들조차 저마다 한 마디씩 목소리를 냈다. 한 마디로 대한민국이 온통 이 사건으로 용광로처럼 타올랐던 것이다.

  묘한 일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그렇게 무슨 일이라도 날 것처럼 온 나라를 뒤흔들던 사건이 한 달 정도가 지나자 어느 날부터인가 언론에서 사라지기 시작했고, 특검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과 검경의 수사 의지도 힘을 잃어 갔다. 시작처럼 끝도 한 밤중의 홍두깨 같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박 변호사가 돈을 노린 한탕주의 폭로 전이었다는 소문이 사실인 것처럼 떠돌기 시작했다. 나중에 거짓으로 판명되었지만 실제 한 언론에서는 박 변호사가 대승그룹에 보냈다는 거액을 요구하는 메모를 대서특필을 했다가 정정보도 하는 일도 벌어졌다.

  졸지에 박 변호사는 사회 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내부 고발자에서 돈을 노린 파렴치범으로 전락해 버렸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언론에서 거의 동시에 박 변호사의 폭로 사건 관련 기사가 사라졌고, 세간의 이목에서 서서히 지워져 갔다.

  어떻게 보면 그것이 박 변호사나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바라던 바였는지 모른다.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시민들의 카타르시스를 충족시킬지는 모르지만 서로에게 아무런 득이 되지 않는 상처만 입힐 뿐이라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그런 사건은 권력과 돈으로 통제가 가능할 때 덮어야 한다는 것을 그들은 생리적으로 잘 알고 있었다. 사건이라는 것이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서 생각지도 않았던 작은 일이 예기치 않게 여론을 타게 되면, 그 순간 작은 일은 겁잡을 수 없는 커다란 이슈가 되어 그 자체의 힘으로 굴러가게 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누군가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는 멈출 수가 없게 된다. ‘읍참마소’라고 할까…….

 

  “그때 박 변호사에게 비밀 장부를 빼내온 것이 바로 대승그룹 회장 주치의로 있던 민지희였다는 말이 한동안 뒷말처럼 떠돌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차 회장의 신임이 두터워 민 원장은 차 회장의 집이나 집무실을 누구의 제지도 없이 출입을 했었다고 합니다.”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다는 속담처럼 차 회장은 믿었던 자신의 최측근인 박 변호사와 민 원장에게 배신을 당한 것이리라. 승부욕과 자만심이 강했던 차 회장으로서는 참기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조조의 말이었던가. 자신이 세상을 버릴망정 내가 버림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던. 차 회장은 어쩌면 그 둘을 죽이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박 변호사와 민 원장은 같은 대학교 선후배 사이입니다. 박 변호사가 대승그룹을 떠난 후 얼마 안 있어 민지희도 대승그룹을 그만 두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얼마 후에 잠실의 현재 건물을 매입하여 병원으로 리모델링한 뒤 내과전문의로 개업을 했는데……. 소문에 의하면 대승그룹에서 받은 돈으로 건물을 샀다고 합니다.”

  잠실 지역에서 그 정도 규모의 3층짜리 건물이라면 적어도 3~4십억 원은 될 터인데 아무리 전문의라 해도 그 나이에 거액의 상속을 받지 않았다면 쉽게 마련할 수 있는 돈이 아닐 것이다. 아마도 소문이 사실일지도 모른다.

  “김 형사! 그러면 이번 일들이 전부 대승그룹에서 벌이는 거란 말이야?”

  박 형사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의문을 제기했다.

  “아닙니다……. 대승그룹이 관련 되어있다는 것이 아니라 박 변호사의 주변 상황을 보고 드린 겁니다. 그럴 리야 없지만 그래도 혹시 또 모르죠. 정말 대승그룹에서 벌이는 일인지. 이런 저런 모든 정보들을 모으다보면 뜻하지 않게 살해 동기를 유추할 수 있는 작은 단서라도 잡히지 않겠습니까?”

  “좋은 착안이야……. 대승그룹이 그 사건으로 많은 타격을 입었던 것도 사실이고, 특히 대승그룹의 젊은 후계자는 자존심이 강한 사람으로 알려 져 있잖아? 모든 가능성을 열고 조사해 봐…….”

  민 반장의 두둔에 김 형사가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문형표 주변에는 별 다른 것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방송인이라고는 하는데 지금은 별로 인기가 없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연극을 할 때에는 꽤 인기 있는 배우였는데, 방송으로 와서는 처음에는 잘 나갔었는데 요즘은 좀 고전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 형사가 문형표에 대해 탐문한 내용을 보고했다.

  “문형표가 주로 시사고발이나 시사토크 같은 프로그램 진행을 맡다보니까 자연히 그런 캐릭터로 이미지가 굳어져 방송사에서도 다른 프로그램을 맡기기가 부담스러워했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한 두 프로밖에는 맡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민 반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에다 문형표는 이따금씩 특정 세력을 지지하는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 바람에, 가득이나 굳어진 편향된 이미지를 사람들에게 더욱 굳어지게 만들었다. 그 바람에 그는 방송인도 아니고 정치인도 아닌 어정쩡한 인물로 기억됐다.

  “최근 들어 문형표가 진행하던 프로그램이 갑자기 그만 두게 되었는데……. 방송사 말로는 이미 예정되어 있던 개편이라 본인도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방송국에서 가깝게 지낸 사람은 없었고?”

  민 반장이 묻자 기다렸다는 듯이 박 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문형표의 성격이 좀 특이했던 것 같습니다. 원래부터가 독고다이 스타일인데다 자존심이 아주 세서 방송국내에서 그와 특별히 가깝게 지냈던 사람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 매니저도 없답니다. 그래서 그의 별명이 독고 문이랍니다.”

  문형표의 주변에서는 사건과 관련된 단서를 더 이상 찾기가 어려웠다. 민 반장이 깍지 낀 손을 탁자위로 올렸다. 차 형사가 컴퓨터의 자료를 화면에 띄웠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43 백색살인(43화) 2019 / 10 / 21 40 0 5085   
42 백색살인(42화) 2019 / 10 / 21 22 0 5105   
41 백색살인(41화) 2019 / 10 / 21 27 0 5367   
40 백색살인(40화) 2019 / 10 / 21 30 0 5764   
39 백색살인(39화) 2019 / 10 / 21 25 0 4647   
38 백색살인(38화) 2019 / 10 / 21 30 0 5112   
37 백색살인(37화) 2019 / 10 / 21 23 0 4750   
36 백색살인(36화) 2019 / 10 / 21 21 0 5570   
35 백색살인(35화) 2019 / 10 / 21 24 0 4863   
34 백색살인(34화) 2019 / 10 / 21 26 0 5382   
33 백색살인(33화) 2019 / 10 / 21 22 0 5050   
32 백색살인(32화) 2019 / 10 / 21 19 0 5009   
31 백색살인(31화) 2019 / 10 / 21 17 0 5365   
30 백색살인(30화) 2019 / 10 / 21 12 0 5276   
29 백색살인(29화) 2019 / 10 / 21 16 0 5306   
28 백색살인(28화) 2019 / 10 / 21 13 0 5046   
27 백색살인(27화) 2019 / 10 / 16 19 0 4433   
26 백색살인(26화) 2019 / 10 / 16 12 0 4743   
25 백색살인(25화) 2019 / 10 / 16 19 0 5247   
24 백색살인(24화) 2019 / 10 / 16 14 0 5796   
23 백색살인(23화) 2019 / 10 / 16 13 0 5153   
22 백색살인(22화) 2019 / 10 / 16 14 0 4980   
21 백색살인(21화) 2019 / 10 / 16 11 0 4856   
20 백색살인(20화) 2019 / 10 / 12 12 0 4926   
19 백색살인(19화) 2019 / 10 / 12 13 0 4819   
18 백색살인(18화) 2019 / 10 / 12 17 0 4951   
17 백색살인(17화) 2019 / 10 / 12 15 0 5122   
16 백색살인(16화) 2019 / 10 / 12 22 0 5524   
15 백색살인(15화) 2019 / 10 / 12 14 0 5805   
14 백색살인(14화) 2019 / 10 / 12 16 0 4866   
 1  2  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